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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脫出

 

 

 

어둠이 낮게 깔려있는 신검보,

빈객청에 있는 어느 방,

황군성과 임단심이 앉아있다.

[이상해요. 전무옥의 체내엔 독이 전혀 없었어요.]

임단심이 말했다.

[게다가 이백년이 넘는 내공도 살아있고요. 한데도 몸은 뻣뻣하게 굳어있으니……]

황군성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문득 나직하게 내뱉었다.

[잘못들어왔어.]

[…………?]

[검신은 이미 흉수를 찾고 있는 중이오.]

[그야 당연히……]

[그게 아니요. 아마도 내일은 전무옥이 죽을 것이오.]

황군성은 단정하듯 말했다.

임단심이 해연히 놀라는데,

갑자기 밖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군성, 네 정체가 점점 궁금해지는군.]

검신 전득무의 음성이었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선 그를 향해 황군성이 말했다.

[소생 역시 검신의 무공내력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소.]

전득무의 눈이 그의 전신을 빨아들일 듯 기이한 빛을 발했다.

[그래서 내 무공내력을 직접 알아보겠다는 것인가?]

[그렇소.]

황군성의 대답은 전득무에게도 임단심에게도 모두 뜻밖이었다.

전득무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그는 그냥한번 해본 말에 불과 했었던 것이다.

임단심의 얼굴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판단해 볼때 황군성은 아직 전득무의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황군성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감히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체념하며 중얼거렸다.

(함께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황군성이 전득무에게 말했다.

[오늘 내가 당신과 싸우지 않으면 내일 누명을 쓰고 죽을 것인데 어찌 대결을 마다하겠소.]

전득무는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세상의 소문이 잘못 전해졌군. 독봉 임단심이 귀계가 많고 총명하다고 들었는데 진짜 총명한 자는 오히려 그대였어.]

[…………]

[사실대로 말해주지, 네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어. 내일 아침에 빌미를 붙여 죽일 작정이었는데 이제, 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겠지.]

[왜……?]

임단심의 말에 전득무가 반문했다.

[왜냐고? 간단해, 황군성 너를 살려두면 언젠가는 내가 죽을 것같은 기분이었거든……]

임단심은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이자는 반드시 우리를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이다.)

전득무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너를 한번 써먹고 죽이려 했는데 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총명해, 아까워.]

황군성이 그의 말을 끊었다.

[정식으로 비무를 요청하는 바이오. 지금 당장.]

 

연무장,

횃불이 밝혀지고 신검보의 수많은 고수들이 둘러선 가운데,

전득무와 황군성은 오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휘이이잉!

바람이 황군성의 긴 흑발을 휘날리며 지나갔다.

임단심은 가슴을 졸이면서 황군성의 뒤쪽에 서있다.

(제발……)

그녀는 지금 기적이라도 일어나 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임시로 얻은 한자루의 철검을 잡고 우뚝 서있는 황군성의 모습은 뭇 사람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해준다.

형형한 눈빛이 서로 부딪히고,

검신 전득무가 우측 검지와 중지로 검결을 맺었다.

순간,

그의 검결에서 은은한 보라빛 줄기가 쏟아지며 넉자 길이의 장검이 되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그것은 몸에서 쏟아져 나온 검강(劍罡)이었다.

황군성은 그의 일초를 피하기가 가장 어려울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검신은 자신의 체면 때문에라도 그를 단숨에 죽이려 할 것이다.

신검보의 고수들은 황군성을 미친 사람 보듯 하고 있다.

(검신에게 검으로 맞서려고 하다니……)

전득무가 검강으로 이루어진 검 끝을 땅으로 향하게 하며 느릿하게 말했다.

[삼초를 양보하마.]

[사양치 않겠소.]

그 순간,

칠척거구의 황군성의 몸은 바람같이 빠르게 전득무의 면전으로 다가갔다.

그의 손에들린 철검이 휘둘러졌다.

그러자,

한꺼번에 일흔 두 송이의 검화(劒花)가 허공 중에 만들어 지며 전득무의 전신요혈을 노리고 날아갔다.

피할 수 있는 방위까지도 모두 차단한 기막한 검법이었다.

[아!]

신검보의 고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전득무가 강기로 이루어진 검을 들어 허공을 찌르는 시늉을 하는 순간,

칠십 두 송이의 검화는 그의 검을 타고 부드럽게 전득무의 등뒤로 넘어가 버렸다.

 

와아아아!

 

신검보의 고수들 사이에서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황군성은 자신이 문성무존에서 배웠던 검법 중의 하나를 펼쳤던 것인데,

전득무가 전혀 힘도 들이지 않고 받아넘겨 버리자 내심 당황했다.

그가 그러한 수법을 사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황군성은 즉시 두번째 초식을 사용했다.

왼손을 올려 손바닥을 펼침과 동시에 오른손에 있는 철검을 던졌다.

번쩍!

휘루루룽!

철검은 풍차처럼 돌며 전득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전득무의 몸을 한바퀴 휘감으려는 순간,

전득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철검의 중간을 눌러 바닥에 꽂아버렸다.

팡!

부르르……

황군성의 철검은 바닥에 박혀 손잡이가 심하게 진동떨렸다.

그러나,

전득무는 황군성의 잠시 펼쳐졌던 왼손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손이 펼쳐지는 순간 그 안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초식의 일부인지 어떤 암기를 준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황군성은 두번째 공격마저 무위로 끝나버리자 세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무릎을 낮춘 자세로 천천히 쌍장을 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여실히 나타났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의 장력은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일장 정도에서 바닥을 치며 멈춰지고 말았다.

바닥도 그다지 손상되지 않았다.

[…………?]

[삼초가 끝났소. 이제 공격하시오.]

황군성은 두손을 교차하며 가슴앞에 모으고 소리쳤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황군성은 자신의 일장 앞까지 다가온 검신 전득무을 볼 수있었다.

보라빛 검이 황군성의 목을 단숨에 파고드는 중이었다.

순간,

검신 전득무의 보라빛 검이 멈칫했다.

한데,

그와 동시에 황군성의 몸에서 폭발하는 듯 붉은 연기가 모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전득무의 얼굴이 경악의 빛이 스치고 지났다.

[혈왕신공! 너는 한천사방객의……]

추잇!

보라빛 검은 혈왕신공의 붉은 구름을 뚫고 황군성의 목젖을 꿰뚫었다.

바로 그때,

전득무는 붉은 구름아래에서 치솟는 백색의 광채를 느낄 수 있었다.

반사적인 감각으로 벼락처럼 뒤로 물러나며 보라빛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슈악!

백색 광채는 벌써 그의 보라빛 검을 젖히며 왼쪽 팔을 자르고 있었다.

반드시 베어진 검신의 팔이 피를 뿌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검신은 눈은 분노와 경악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한 무더기의 붉은 구름은 벌써 연무장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신검보의 수하들은 뜻밖의 사태에 얼이 빠져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전득무의 오른손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왼손을 가르켰다.

순간,

슈아아앙!

그의 왼손은 뻣뻣하게 손바닥을 펴며 가공할 속도로 붉은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어검술이었다.

황군성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임단심을 안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렸다.

그러다,

그는 등 뒤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압력을 느끼고 번천도를 휘둘렀다.

쉬익!

한데,

그는 등 뒤가 화끈해지는 고통을 느꼈다.

무언가가 두개의 조각이 그의 등에 박힌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찔해졌으나 그는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의 등에는 두 조각이 난 전득무의 왼팔이 꽂혀있었다.

 

전득무는 황군성을 쫓으려는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뒤쫓을 것 없다. 그자는 내 검에 목을 찔렸고 어검술에 등이 관통되었다.]

잘려진 팔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하며 전득무는 연무장에서 사라져갔다.

검신이……

이름도 없는 무명소졸에게 팔이 잘렸다.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전득무의 전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몸으로 가공할 한기(寒氣)가 스며들고 있었다.

(놈이 이런 수법을 쓸 줄이야……)

사실 황군성의 제 삼초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황군성은 빙백강기를 자신의 일장 앞에 응축시켜놓았던 것이다.

전득무의 검이 순간 적으로 멈칫 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라고 하지만 준비없이 빙백강기에 몸을 던지고 말았으니 그 한기가 뼈를 얼릴 정도였던 것이다.

그는 내공으로 한기를 몰아내기 위해 급히 자신의 연공실로 갔다.

대상없는 분노가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 × ×

 

미친 듯이 달려서 어느 숲속에 들어선 황군성은 마침내 정신이 가물거리며 임단심을 안은 채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악!]

갑자기 그의 거구에 깔려진 임단심이 비명을 질렀다.

황군성의 배밑을 빠져나온 그녀는 그의 등에서 황급히 두 개의 잘려진 팔을 뽑아냈다.

붉은 구름은 거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리고,

황군성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그의 고개가 돌아가며 한치 정도 길이의 검상이 보였다.

검신 전득무의 보라빛 검에 의한 것이었다.

검상은 세치 정도로 상당히 깊었다.

그것을 발견한 순간,

[아!]

임단심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털썩!

황군성의 몸위로 그녀의 몸이 포개졌다.

그리고,

어두운 숲속엔 정적이 찾아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임단심은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황군성이 죽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비감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뜨거운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황군성의 몸으로 흘러들고,

황군성의 죽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두 팔로 황군성의 등을 꼭 끌어안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황군성과 지냈던 지난 삼개월이 그녀의 눈앞으로 꿈결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겨우 어제서야 마음을 열었는데……)

분하고 억울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겨우 어제부터 참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 하룻만에 그 사랑이 끝나다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황군성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자결해버리자. 이 사람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검신 전득무의 얼굴이 떠올랐다.

(복수……복수를 해야하지 않을까? 신검보의 모든 사람들을 만성독약에 중독시켜버릴까?)

그녀는 도리질 했다.

(아니야. 복수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이 사람을 따라 죽는 것만 못해.)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일단 무덤을 만들고,

그속에서 황군성을 안은 채로 죽기로 결심한 것이다.

바로 그때,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황군성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

그녀는 번쩍 눈을 떴다.

그러자,

그녀는 붉은 구름속에 싸여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깜짝 놀라 황군성의 목을 더듬어 보니 검상은 어느새 아물어가고 있었다.

[어……어떻게……이런 기적이……]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군성은 살아있었다.

혈왕신공의 힘이 그로 하여금 죽음으로 부터 지켜주었던 것이다.

혈왕신공……

황군성이 검신 전득무와 승산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 데는 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검신 전득무는 그보다 세 단계는 높은 고수,

그로서는 죽어주면서 그의 몸을 훼손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흔히,

살을 주고 뼈를 깍는 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황군성은 목숨을 주고 상대의 팔을 잘랐던 것이다.

검신 전득무로서도 목이 찔린 상대가 가공한 도법으로 반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황군성이 목숨을 내 줄 수 있었던 것은 혈왕신공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고,

혈왕신공은 태산에서의 그 엄청난 산사태 속에서도 그의 몸을 살려주었던 바 있다.

황군성은 번천도 보다 혈왕신공을 더 믿었던 것이다.

붉은 안개가 차차 그의 몸으로 흡수되어갔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

그러나,

혈왕신공이 그의 생명을 살리는 데는 그의 본신 진기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혈왕신공은 내공이 아주 고강해야만 위력을 재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여,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할 정도로 내공이 약화되어 있다면 혈왕신공으로서도 그의 목숨을 살릴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혈왕신공의 치명적인 약점인데,

내공이 회복되기 전에 잇달아 치명적이 상처를 입게 되면 부활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황군성의 내력은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목숨을 건진 댓가인 것이다.

 

정신을 차린 황군성은 임단심과 긴 입맞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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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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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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