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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陰陽鐵甲蟒

 

 

 

[전 당신이 죽은 줄만 알았어요.]

임단심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나는 쉽게 죽지 않소.]

황군성이 말했다.

[그리고 검신은 내게 목숨을 빚지고 있소. 머잖아 그의 목숨을 거둬들이겠소.]

임단심은 방긋 미소만 지었다.

황군성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황군성은 검신과의 대결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한 검신을 기계(奇計)로 상대했다.

그는 불과 하루 사이지만 엄청나게 변하고 있었다.

싸울 수록 그의 투지와 생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들끓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허무와 절망과 고독이 너무 강했기에,

그 반발로 그만큼 억눌러져 있던 생에 대한 욕구와 투지가 샘솟고 있는 지도 몰랐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 했던가?

황군성은 그처럼 열심히 생을 살게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황군성은 중얼거렸다.

[이제, 결코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않겠다. 나의 모든 것은 내가 주도한다.]

[우리 동굴같은 데를 찾아봐요.]

임단심은 그의 손등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어둠이 홍조띤 그녀의 얼굴을 감싸주고 있었다.

 

× × ×

 

하나의 석부(石府),

십여 개의 횃불이 밝혀져 있다.

아주 넓은 석실이다.

하지만 석실의 한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은 그야 말로 주먹보다 조금 커보이는 황금빛 화로(火爐) 하나 뿐,

괴기스러운 적막이 석실에 넘실대고 있다.

그그긍!

문득 한쪽에 있는 석벽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깡마른 체구,

너무 늙어서 꾸부정한 허리,

군데군데 빠져 버린 수염은 흉하게 보이고,

움푹 들어간 눈에서는 흉신악살(兇神惡殺)과 같은 빛이 번쩍인다.

닳아빠져 무릎이 나오고, 소매가 반쯤만 남은 옷을 입고 있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석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황금빛 작은 화로 앞에 앉은 노인은 형형한 눈초리로 화로를 응시하고 중얼거렸다.

[오늘로 딱 칠십일년 째, 일만일천사백구십다섯 가지의 방법을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했다.]

노인의 까마귀 울음소리 같은 말이 석실에 울러퍼지면서 횃불이 일렁거렸다.

[나, 색혈광마(索血狂魔) 음자추(陰紫錐)가 구룡로(九龍爐)를 얻고도 비밀을 풀지 못해 청춘을 이 석실에서 잃어버리다니……]

그의 음성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한데,

색혈광마……

구룡로……

이게 무슨 말인가?

노인이 바로 색혈광마 음자추이고 황금화로가 바로 구룡로란 말인데,

 

칠십여 년 전, 무림에는 일대의 살인마가 등장했다.

미치광이처럼 무림인들을 찾아다니며 사지(四肢)를 찢어서 죽이는 일대의 흉마였다.

장강(長江) 일대에서 부터 시작된 그의 살인은 남북으로 이어졌고,

불과 이년 이란 짧은 시간에 그에게 살해된 사람의 수는 무려 이천 명이 넘었다.

단 하루도 손에서 피가 마를 날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무공은 괴이독랄하여 아무도 그의 십초지적이 되지 못했는데,

이를 간과할 수 없었던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 소림사(少林寺)가 드디어 십팔나한(十八羅漢)을 파견하기에 이르렀고,

때맞추어 무당(武當)에서는 삼십육천강(三十六天罡)을 파견했다.

마침내,

소림과 무당 양파의 고수들과 색혈광마가 황하(黃河) 변에 있는 비정애(非情崖)에서 만나 일대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십팔 나한 중 여섯 명과 삼십육 천강 중 아홉 명이 색혈광마 음자추의 손에 의해 죽은 댓가로,

그들은 음자추의 일곱군데 사혈을 찌르고 비정애에서 황하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색혈광마 음자추는 무림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노인은 자기가 색혈광마 음자추임을 말하고 있다.

일곱군데의 사혈을 찍혀 황하에 떨어졌던 자가……

세인들의 추측을 깨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색혈광마 음자추는 구룡로를 내려다보면서 섬찟한 괴소를 흘러냈다.

[흐흐흐……하지만, 구룡로의 비밀을 풀기만 하면 천하는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으하하하……]

 

× × ×

 

[어머! 이런 곳에 동굴이 있어요.]

임단심이 두개의 바위틈에 난 작은 동굴을 보고 소리쳤다.

황군성은 그 동굴을 보고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작소, 내 몸이 들어갈 것 같지가 않은데……]

임단심이 동굴 안으로 쪼르르 달려 들어갔다.

[안은 상당히 넓어요. 들어와 보셔요.]

순간,

휙!

비릿한 내음과 함께 어둠속에서 뭔가가 덮쳐왔다.

[앗!]

임단심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쿵!

워낙 당황하여 동굴의 낮은 입구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그사이,

쉭!

비릿한 내음이 왈칵 덮쳐오고,

그녀는 힘껏 일장을 날렸다.

펑!

손바닥으로 마치 철판을 두드린 듯 한 충격이 전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연거푸 장력을 날렸다.

[무슨 일이오?]

황군성은 임단심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비명소리와 함께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크게 외치며 동굴속으로 들어왔다.

몸을 웅크리고 그가 동굴 속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한 마리의 거대한 뱀 앞에 위협받고 있는 임단심을 볼 수 있었다.

황군성에게 동굴 속의 어둠 정도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펑!

황군성은 왼손을 날려 일장을 때렸다.

투쾅!

그리고 동굴의 안쪽을 향해서도 강맹한 일장을 날렸다.

순간,

쩌저적!

동굴 속에는 북풍한설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일면서 뼈를 얼릴 듯한 한기로 가득 차 버렸다.

임단심은 몸속으로 침입하는 한기에 의해서 덜덜 떨며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추……워……요.]

그녀를 공격하던 거대한 대망은 얼음이 되어버린 듯 굳어있었다.

황군성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공력을 일으켜 그녀의 몸에서 한기를 몰아내 주었다.

그는 적이 뱀임을 보자 빙백강기를 일으켰던 것이다.

잠시 후,

임단심이 부르르 진저리를 치고는 말했다.

[대체 무슨 무공인데 이리 추워요.]

[빙백강기라는 것이오.]

화섭자를 꺼내어 불을 밝힌 임단심은 거대한 대망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음양철갑망(陰陽鐵甲蟒)!]

소리친 그녀는 안색이 홱 변했다.

[다른 한 마리가 있을 거예요.]

[걱정할 것 없소. 이미 손을 썼으니까.]

황군성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빙백강기로 얼리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될 뻔 했어요. 이놈은 도검이 불침하는 비늘을 가지고 있거든요. 한데 이놈은 적어도 천년은 된 것같아요. 그야 말로 무림인에겐 보물이라고 할 수있죠.]

얼어있는 음양철갑대망,

그 굵기는 건장한 사람의 몸통보다 더 컸다.

길이도 이장 가까이나 되어 큰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이 누워있는 것같았다.

임단심의 말대로,

황군성이 재빨리 빙백강기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음양철갑대망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였을 것이다.

이 짐승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어이없이 당해버린 셈이다.

동굴의 안쪽에도 빙백강기에 격중된 한 마리의 철갑대망이 있었다.

이 음양철갑대망은 늘 한쌍이 같은 곳에서 사는 것이다.

임단심의 기쁨은 대단했다.

[뜻밖에 보물을 얻었어요. 이것들은 앞으로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곳은 황하가 가까운 곳으로 음양철갑대망은 황하 물속으로 왕래하면서 옷갖 짐승들과 때때로 사람의 시체까지 먹으면서 살아왔었다.

어느 누구도 음양철갑대망이 이런 곳에 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황군성도 음양철갑대망에 대해서는 책에서 보았기에 잘 안다.

그도 내심 직접 음양철갑대망을 보고 자신이 그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내단과 피를 꺼냅시다.]

황군성의 왼손에서 백색 광채가 뻗어 나왔다.

번천도인 것이다.

임단심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잠깐만요. 철갑을 훼손하지 말아요.]

그녀는 품에서 한자루의 예리한 비수(匕首)를 꺼내 철갑대망의 벌려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쉬익쉭!

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철갑대망의 철갑껍질이 머리에서 부터 벗겨지기 시작했다.

임단심은 비수로 안에서 부터 철갑을 베어 꼬리까지 길게 갈라놓았다.

철갑대망의 철갑은 밖에서는 도검불침이지만 안에서는 맥없이 잘라졌다.

잠시 후 껍질이 완전히 벗겨진 철갑대망은 얼어붙은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임단심은 철갑을 둘둘 뭉쳐서 한쪽으로 던지고 다른 한 마리에게로 다가갔다.

곧 두 마리의 철갑대망은 빨간 무갑대망(武甲大莽)이 되어 그들앞에 놓여졌다.

임단심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두마리를 다 먹으려면 두 세달은 여기서 살아야 겠는걸요?]

황군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그동안 나도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소.]

[그럼 낭군님, 밤이 늦기는 하지만 이 동굴부터 깨끗이 청소하도록 해요.]

 

뱀이 사는 동굴은 항상 깨끗하다.

뱀은 뭐든지 통채로 삼켜버린다. 그 때문에 찌꺼기가 남지 않는 것이다.

황군성은 철갑대망의 철갑을 동굴 한쪽에 깔아놓고는 할 일 다 했다는 듯이 앉아있었다.

임단심은 삐죽 입을 내밀고는 비수로 철갑대망의 살점을 움푹 베어냈다.

그곳은 철갑대망 전체 길이의 삼분의 이 정도 되는 곳이었다.

그녀는 그 틈으로 손을 집어넣어 복숭아 같은 물건을 꺼냈다.

[철갑대망이 얼기는 했지만 죽지는 않았어요. 내단이 살아있어요.]

그녀는 황군성의 입을 벌리게 해서 넣어주었다.

복숭아만한 내단이어서 다른 사람이라면 먹는데 어려움을 느끼겠지만 황군성은 칠척의 거한인 만큼,

마치 사탕 삼키듯 꿀꺽 삼켜버렸다.

임단심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이고는 다른 한마리에게로 갔다.

그리고,

마찬가지 방법으로 내단을 꺼냈다.

황군성이 복용한 것은 붉은 것이었는데 이번의 것은 푸른 빛이 돌고 있었다.

[이건 제가 먹을 게요.]

임단심이 황군성을 보며 말했을 때,

황군성은 벌써 운기행공(運氣行功을 하고 있었다.

임단심도 그의 옆에 앉아 욱욱거리며 푸른 내단을 복용했다.

그녀는 철갑대망의 내단이 배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황군성의 전신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전신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 고통속에 있는 중이었다.

(우우……이건 잘못됐다. 몸이 폭발할 것만 같다.)

그의 몸속에서 세가지의 기운이 일시에 팽배하며 충돌하기 시작했다.

혈왕신공의 기운과 빙백강기, 그리고 문성무존의 독문내공인 포태신공(抱山神功)이 서로 충돌하며 배척하고 있다.

꽝!

꽝!

혈도를 마음대로 치달리면서 이 세 가지의 진기들은 충돌에 충돌을 거듭했다.

그때마다 황군성은 전신이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도무지 걷잡을 수도 없는 노도와 같은 기운들이었다.

전신의 삼백육십개 대혈에서 충돌하며 몸속에서 진기들이 폭발했다.

임독이맥과 생사현관마저도 그 폭발 속에 터져버렸다.

진기들은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황군성은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된 듯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전신의 대혈에서 폭발이 일어날 적 마다,

그의 옷자락이 터져 날아가 순식간에 알몸이 되고 말았다.

여러 명의 사부로 부터 무공을 익히면서 동시에 혈왕신공과 빙백강기를 익힌 것이 잘못이었다.

그리고,

문성무존의 포산신공 역시 그의 체내에서 함께 작용하여 서로 융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에 그 충돌은 더욱 심했다.

체내에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진기의 싸움이 끊없이 이어졌다.

이것은 모두 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원래는 서로 자라면서 적당한 상호견제를 하던 진기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엄청난 내력에 팽창하면서 다른 진기를 억누르려고 했던 때문이다.

운기행공을 하기는커녕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황군성은 만사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해버렸다.

어느 한 가지 운공방법을 택하려 해도 아무 소용도 없고, 정신도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념해 버리자 오히려 몸은 편안한 듯 했다.

몸속에서는 폭발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그것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충돌과 폭발이 줄어들고 있었다.

잇달아 터지던 폭발은 간간히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폭발은 더욱 강력했다.

점점 빈도수는 떨어지고, 대신 강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황군성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세 가닥의 진기가 점차 단전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꽈꽝!

이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엄청난 폭발이 단전에서 일어나며 황군성은 혼절하고 말았다.

 

임단심의 모공에서 백색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왔다.

그리고,

그 연기는 그녀의 머리위에서 둥근 고리를 만들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가고,

연기가 더욱 짙어 지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둥근 고리가 두개로 변했다.

그리고 위의 고리는 색마저 변해서 청색(靑色)을 띠고 있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머리에는 다섯개의 고리가 생겼다.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오색을 띠고 있었다.

오색의 고리들은 밝은 빛을 뿌리더니 밑에서 부터 허물어지며 사르르 임단심의 콧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다.

임단심,

그녀는 뜻밖의 행운으로 단숨에 오기조원(五氣照元)의 경지에 달해버린 것이다.

삼백년의 내공,

내공으로만 따지면 그녀도 강자라고 할 만하다.

임단심은 눈을 떴다.

번쩍!

그녀의 눈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신광이 발해졌다.

[아! 내 공력이 삼백년 수위로 되다니……]

그녀는 홀가분하면서도 전신에 충만한 힘을 느끼며 나직한 탄성을 토해냈다.

옆을 돌아보니 황군성은 가부좌를 튼 채로 뒤로 넘어가 있다.

황군성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거구는 은은한 담황색의 기운으로 휩싸여 있었다.

임단심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사람이 왜 발가벗고 넘어가 있지?)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황군성은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그토록 그를 괴롭혔던 세가닥의 기운은 그의 몸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덜컥 염려가 되었다.

세 기운이 모두 소멸해 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는 아랫배에서 부터 불끈 치솟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몸을 태워버릴 것같은 욕망은 그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앞에 임단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황군성의 마음은 금방 임단심에게로 전해졌다.

그녀의 몸도 순식간에 강한 욕망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한쌍의 음양철갑대망의 내단……

음양철갑대망이란 놈은 원래,

숫놈의 정력은 끝없이 강하고 암놈은 그런 숫놈에 즉시 교감하는 성질을 가진 것들이다.

이들은 다른 짐승들과는 달리 따로 교미기(交尾期)가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암수가 함께 살면서 교합하기를 즐기는 것이었다.

한데,

황군성과 임단심이 복용한 내단에도 그와 같은 성질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니,

황군성은 시시각각으로 정욕을 느끼게 되고 임단심은 그에 반응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황군성은 임단심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 작업에는 임단심의 손도 함께 동원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뱀처럼 뒤엉키며 펼쳐놓은 철갑위로 넘어졌다.

미친 듯이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알몸은 서로 뒤섞을 듯이 비벼댔다.

칠척의 거구에 깔린 자그마한 여인의 몸은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황군성의 몸은 희고 매끄러운 두 다리 사이에 끼어있었다.

서로의 몸을 이어주기 위한 사랑의 사자(使者)가 마침내 임단심의 몸속으로 파고들고,

그녀는 전율에 몸을 떨며 가쁜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동굴 안은 열풍이 휘몰아치고,

밤은 끝나가고 있었다.

 

[아악!]

몸속에서 퍼부어지는 애욕의 세례를 받으며 임단심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혼절하고 말았다.

그녀의 몸 위에서 황군성이 부르르 몸을 떨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임단심이 상기된 얼굴로 눈을 떴다.

[어……어떻게 된 거예요?]

[아마도 철갑대망때문인 듯 하오.]

황군성은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될까요?]

[아마도……]

[어휴……어쩌면 이것도 큰 고민거리가 되겠어요.]

[왜?]

[생각해봐요. 객점에서나 어디서나 이렇게 법석을 떨면 쫓아내지 않을 곳이 어디 있겠어요?]

임단심은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라도 한 것같은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은 밀고 밀리며 애초에 있었던 곳에서 출발하여 동굴을 한 바퀴 헤매다 시피한 후에 다시 철갑위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임단심은 황군성을 밀어내며 다리를 오무렸다.

[그리고, 내게 너무 커질까 싶어 두려워요. 적당히 자제해야겠어요.]

황군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난 죽지 않을 거요. 과부가 되어 재혼할 일은 없을 테니 그런 걱정은 마시오.]

[누가 그걸 걱정 한다 그랬어요? 혹시 당신이 작은 구멍을 찾아가지나 않을까 걱정이죠.]

임단심은 빽 소리치고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황군성이 귀여운 듯이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미풍이 스치는 듯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고기나 조금 잘라오세요. 아침을 먹어야죠.]

황군성은 벌거벗은 몸으로 철갑대망을 향해서 가며 중얼거렸다.

[이젠 결코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그의 뒤에서 임단심이 달콤하게 말했다.

[낭군님, 설마 저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않으시겠죠?]

황군성은 도화꽃 처럼 화사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마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대체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이것은 보통 공처가 또는 애처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군성은 미처 모르고 있지만……

여자란,

특히 총명한 여자란 남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는데 모든 인생의 가치를 두고 이것에서 최고의 기쁨을 만끽하려 하는 법인데……

 

얼마 후,

황군성은 그의 긴 머리카락을 움푹 뽑혀야만 했다.

바로 그를 낭군님이라고 부르는 여자에 의해서.

[조금만 더 뽑으면 돼요. 그럼 옷이 다 만들어져요.]

임단심은 철갑대망의 철갑으로 두벌의 옷을 꾸미고 있었다.

황군성의 머리카락은 실이 되어 옷을 꾸미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임단심의 바느질 솜씨는 아주 좋았다.

황군성의 몸에 철갑을 갖다대보면서 금방 한 벌의 옷을 만들었다.

그녀는 철갑옷을 입은 황군성을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아주 멋있어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神將)같아요.]

철갑옷은 황군성의 몸에 아주 잘 어울렸다.

칠척거구의 그가 검은 철갑옷을 입자 그야말로 신장과 같은 위엄이 넘쳐흘렀다.

철갑은 임단심의 옷을 해 입고도 상당히 남았다.

[남은 것으론 훗날 우리 아기들이 입을 옷을 만들어야겠어요.]

황군성이 질겁을 하면서 물러났다.

임단심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걱정마셔요. 더 이상 당신 머리카락을 뽑을 일은 없어요. 그냥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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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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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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