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七 章

 

          神劍堡의 지배자 2

 

 

 

 

흑수산(黑首山),

크지 않은 산이나 상당히 높은 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명한 것은 그 산정상이 검은 흑석(黑石)인 오강석(烏鋼石)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멀리서도 새까맣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 오강석은 일반의 금석(金石)보다 강하다.

그래서,

강호의 이름난 무사들은 이 오강석을 하나쯤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의 검과 도를 연마하는데 써기도 한다.

그런데,

오십여 년 전부터,

이 오강석을 가진 무사들은 아주 드물어져 버렸다.

놀랍게도,

오강석을 구하기 위해 흑수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이 모조리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 때문이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흑수산에 올랐으나 내려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산 정상에는 오강석으로 세워진 작은 장원이 하나 생겼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전다.

지금,

흑수산 위에 있는 검은 장원,

이곳이 바로 그것인데, 그 이름이 귀왕장(鬼王莊)이다.

귀왕장,

바로 무림의 칠대세력 중의 하나로 세인의 접근을 절대로 금하고 있는 금지(禁地).

한데,

지금 이 안에서 모종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철사륵(鐵沙勒), 내게 더 이상 명령조로 말하지 마라.]

카랑카랑한 음성이 오강석으로 번들거리는 실내에서 소리쳤다.

[소주(少主)! 속하가 불충했다면 벌하십시오. 하지만 이 말은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굴강한 노인의 음성,

살아온 인생만큼의 고집이 들어있는 듯 하다.

연공실인 듯한 이곳,

놀랍게도 한 명의 청년이 웃통을 벗은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벽에 붙은 듯한 굵은 철봉같은 것이 잡혀있고,

청년의 전신은 땀으로 번들거린다.

그러나,

약간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청년의 용모는 흡사 사람을 빨아들일 듯이 아름다웠다.

분명한 남자의 몸이고 음성이건만,

청년의 아름다움은 어떤 여인보다도 뛰어났다.

얼굴은 완연한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몸은 또한 완전한 남성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연공실의 바닥에 서서 청년을 올려보고 있는 노인,

백발 성성한 이 노인은 학창의를 입었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청년이 다시 소리쳤다.

[철사륵, 너는 여전히 내가 십년 전의 어린아인 줄만 아는구나. 하지만, 더 이상 너의 건방진 태도를 방관하지 않겠다.]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없습니다. 소주께서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월음천마공(月陰天魔功)을 익혀야 합니다.]

철사륵의 어조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월음천마공,

이것은 보통 사람이 듣고서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닌 말이다.

틀림없이 그는 월음천마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월음천마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세고수(蓋世高手)인 것이다.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순음지체(純陰之體)의 여인 일천명을 희생시키고 서야 연성이 가능한 악마의 무공인 월음천마공,

이 무공을 완성했다면 그는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다.

불사불괴(不死不壞)의 몸에 만독불침지신,

그리고 일천년의 공력을 얻음은 물론,

월음천마공의 힘, 어떤 것이든 허공 중에 산산히 흩어버리는 그 힘을 얻는다.

휘익!

청년이 바닥으로 내려섰다.

[철사륵, 네놈은 정녕 나를 괴물로 만들고 싶어 미친 놈이다. 나는 그따위 월음천마공 정도는 없어도 고금무적인(古今無敵人)이 될 수 있다.]

철사륵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고수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대지검(大地劍)만으로 그들을 다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네놈은 나를 무시하고 있군.]

청년이 차가운 음성을 내뱉었다.

철사륵은 그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소주의 무공은 노복의 칠성 수준에 불과합니다.]

순간,

[우하하하……]

청년은 미친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연공실이 웅웅 울리며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철사륵, 너야말로 헛된 자만심에 가득차있군, 하기야 귀왕장의 장주니 만큼 그 무공은 인정해야 겠지.]

청년은 형형한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

[하나, 내가 네놈의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월음천마공을 익혀 마성에 빠진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네놈의 뜻을……]

무림의 금지 귀왕장의 장주라고 불린 철사륵,

강호상에 전혀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자,

그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소주, 그 무슨 외람된 말씀이십니까? 노복이 어찌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청년은 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손을 저었다.

[됐어, 철사륵! 어쨌든 너는 나를 무시했어. 난 이순간 부터 누구든 나를 무시하는 자는 적으로 삼고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했거든……]

철사륵이 쇠구슬같던 눈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너무 컸는가?)

청년의 내젓던 손으로 한 자루의 철봉이 와서 잡혔다.

아니 그것은 철봉이 아니었다.

팔목만큼 굵은 네자 정도의 철봉에 뭉뚱한 끝이 있는,

모양이 조금 괴이하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검(劍)이었다.

청년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선언했다.

[나 위지장천(衛遲長天)의 최초의 적으로 철사륵 너를 택한다.]

[소주, 마음을 돌리시지요. 혹시 노복이 실수하여 다치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됩니다.]

위지장천은 콧웃음을 쳤다.

[그만 마각을 드러내지. 네놈이 아무리 그래봤자 꼭두각시 놀음을 할 내가 아니니까.]

철사륵은 한동안 묵묵히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눈에서 섬뜩한 살광이 뻗어나왔다.

[그럼 할 수 없지. 어리석은 놈, 스스로 명을 재촉하다니……]

철사륵의 몸에서 폭풍같은 기운이 일어났다.

그는 이미 방금 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가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공한 고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지팡이가 천천히 올려지며 위지장천을 겨누었다.

[과연 대단하군 철사륵, 아마 세놈의 늑대새끼 중에서 무공은 네놈이 제일 강할 거야.]

위지장천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게 오면서 자전편(磁電鞭)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은 네놈의 치명적인 실수다.)

위지장천은 공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압력과 철사륵이 일으키는 무형의 압력이 부딪히며 사방의 오강석 벽에 미미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놈……내 예상보다 훨씬 강하구나. 하지만……본좌가 철사륵이라는 사실을 네놈은 알아야만 했다.)

그때,

번쩍,

마치 검은 번개가 움직이는 듯 위지장천의 손에들린 기형괴검이 철사륵을 향해 쏘아져 왔다.

순간,

철사륵의 단장(短杖)이 허공에서 내려쳐지고,

꽝!

엄청난 폭음이 터져나왔다.

(윽! 이 놈의 내공이 나못지 않다니……)

철사륵은 위지장천의 기형괴검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몸이 튕겨나가는 것을 느꼈다.

위지장천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그는 상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대인 철사륵은 지난 십년 간을 지켜보고서도 자신을 모르고 있다.

위지장천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바로 그순간,

번쩍!

철사륵의 단장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검술(馭劍術)!]

위지장천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철사륵이 어검술마저 익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위지장천의 몸이 기형괴검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았다.

쉬익!

철사륵의 단장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단장은 다시 철사륵의 손짓을 따라 움직이며 그를 향해 날아왔다.

위지장천의 몸은 기형괴검의 주위로 번쩍이며 움직여 단장을 피했다.

그렇다.

위지장천의 대지검(大地劍)은 검을 휘두르는 검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으로 적을 찌르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검을 휘두르듯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천정에 매달려 있는 철봉도 바로 대지검을 익히는 도구이다.

검법에 따라서 검을 휘두르는데,

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몸이 대신 움직일 수 밖에는 없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대지검법은 어떤 강한 적과 부딪치더라도 절대 패하지 않을 수 있는 기이막측한 절학이었다.

그가 이길 수 없는 적은 있어도,

그를 이길 수 있는 적은 있을 수 없다.

위지장천은 이 대지검을 철사륵이 상상하지 못할 경지까지 익히고 있었다.

어검술의 수법에 의해 날아오는 단장을 뒤로하고,

그는 전력을 다해 기형괴검으로 철사륵을 무찔러갔다.

우우웅!

공기가 파도치고,

철사륵은 자신의 심장을 찔러오는 위지장천의 검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단장은 위지장천의 머리뒤로 날아들고 있다.

(내가 빠르다!)

기형괴검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기 전에 자신의 단장이 위지장천의 머리를 부수고 말것이다.

한데,

위지장천의 몸이 기형괴검을 중심으로 다시 팽이처럼 돌았다.

철사륵은 경악하고 말았다.

위지장천이 피해버린 그의 단장이 오히려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온다.

피하거나 방향을 조정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전력을 다했기에 엄청난 빠르기였다.

철사륵의 몸이 활처럼 뒤로꺾어졌다.

그러나,

[크아악!]

화끈한 통증이 아랫배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왼쪽어깨를 뚫고 지나갔다.

위지장천은 비웃듯이 말했다.

[네놈이 할 수 있는 어검술 따위라면 나는 보기만 해도 할 수 있어.]

그의 눈앞에 있는 철사륵의 몸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기형괴검이 그의 아랫배에서 부터 파고들어 배와 심장을 뚫고 어깨로 빠져나와있다.

그리고,

그의 두개골 상부는 완전히 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사륵은 숨이 끊어지진 않고 있었다.

깊은 내공때문이다.

그는 입으로 꾸역꾸역 핏물을 쏟으며 말했다.

[네……네 놈의……쿨럭……무……공……이……본좌가……잘 못……보……]

[맞았어. 철사륵, 너는 나를 천년에 한번 볼까말까하는 기재라고 하면서도 내 능력을 과소평가했어. 아마 지난 십년이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

위지장천은 자신의 검을 뽑아당겼다.

순간,

철사륵의 몸에서 엄청난 핏물이 솟구쳤다.

그리고,

뻥뚫린 아랫배로 내장이 밀려나왔다.

[교……활……하지……만……그들……은……결……코……큭!]

철사륵은 눈동자를 허옇게 까뒤집으며 죽고 말았다.

위지장천을 검을 휘둘러 오물을 떨쳐버리며 말했다.

[네놈을 죽인 내 입장도 좋지는 않아. 가만히 있었으면 강호에서 가장 큰세력인 삼장(三莊)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을 텐데 이젠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니까. 그 밥맛 떨어지는 월음천마공만 아니라면 나도 어떻게든 참았을 텐데……]

이게 무슨 말인가?

위지장천,

그가 이곳 귀왕장 뿐만 아닌 다른 이장인 화운장, 천음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귀왕장주 철사륵에게 작은 주인이라고 불린 인물……

그의 눈은 어떤 강렬한 야심에 불타고 있다.

기형괴검을 어깨에 걸치며 연공실을 나간다.

[먼저 선수(先手)를 쳐야겠지.]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