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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神劍堡의 지배자

 

 

 

오리평으로 들어서면서,

황군성은 신검보의 웅장한 위세에 놀랐다.

지금까지 그는 이처럼 거대한 보루를 보지 못했었다.

무려 일만 오천여 명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제갈공지를 뒤따라 황군성과 임단심은 거대한 연무장을 지나 중앙에 있는 검신탑으로 갔다.

 

십층의 대전,

검신 전득무는 태사의에 앉아 제갈공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득무가 황군성과 임단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갈공지는 대전에 들어선 순간부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의 몸은 경직되어 있는 듯했다.

임단심은 전득무의 무심한 눈길을 대하자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의 눈길을 받은 그녀의 몸은 점점 움추려들고 있었다.

그때,

크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덮어쥐면서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황군성의 몸에서 전해지는 진기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조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황군성은 황군성 대로 전득무를 대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비록 그의 근처에 검 한 자루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왜 검신이라고 하는 지가 몸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전득무의 시선이 조금 움직이면서 황군성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전득무의 눈에 약간의 놀람이 있었다.

황군성은 그의 눈을 대하자 눈을 감고 외면해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것은,

검을 들지는 않았지만 심력(心力)의 싸움이었다.

실제로는 검을 든 싸움 보다도 내공의 대결보다도 더욱 무서운 싸움인 것이다.

심력의 싸움에서 움추려들게 되면 스스로 그자의 노예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상대를 공격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은 지켜야 한다.

황군성은 눈동자를 흐릿하게 하면서 혼란했을 때의 마음을 비춰보였다.

그가,

이 시대의 검신이라는 전득무의 심력에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 뿐이었다.

자신의 심력이 턱없이 딸리는 상황하에서 본신의 심력으로 그를 상대한다는 것은 지배당하겠다는 의미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흐려버리고 자신을 숨겨버리면 상대로써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드러난 것은 제압할 수 있어도,

상대의 마음속 깊이 침투해 들어와 공격할 수는 없다.

전득무는 예의 그 윤기있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아는 자였군. 분명 명사(名師)의 제자야.]

황군성은 전신에서 송골송골 솟는 땀을 느낄 수 있었다.

전득무의 동작하나,

말 한마디에 예리한 비수가 숨어있고 함정이 감춰져 있었다.

(위험했다.)

하마터면 그는 전득무의 말에 대꾸할 번 했다.

그랬더라면 이미 그의 말에 이끌려 조종되고 있을 것이다.

검을 통해 익힌 정신력의 힘이 얼마나 강한 지를 전득무는 보여주고 있다.

(아마……이 사람의 검술도 도처에 함정과 비수가 숨어있겠지……강렬한 유혹도……)

황군성은 세상에는 자기를 능가하는 고수가 아직은 수없이 많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득,

전득무는 제갈공지를 향해 말했다.

[제갈공지, 음……잘했어. 무적십이검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는데 그대는 혼자서 이 둘을 데리고 왔군.]

제갈공지는 깊히 허리를 숙였다.

[한데, 이들이 누구지?]

전득무의 말에 임단심은 의아함을 느꼈다.

(제갈공지가 마음대로 행한 일인가?)

그때,

제갈공지가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황군성, 황소협과 독봉 임단심소저입니다.]

[아! 독봉! 영악하지 영악해. 그래, 자네들은 왜왔지?]

임단심은 어이가 없었다.

(검신이 노망이 들었나?)

[임소저, 본좌는 노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전득무는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왜, 검신 전득무가 두려운 존재인지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감히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조차 두려워졌다.

그가 자신의 머리속을 환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생각에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제갈공지가 읍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군, 임소저와 황소협은 우리를 돕기 위해 왔습니다.]

전득무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작업 인부가 부족한가?]

[그게 아닙니다. 임소저께서 소주를 구하실 것입니다.]

제갈공지는 의연하게 버티려고 안간힘을 다쓰고 있는 듯 했지만 여전히 전득무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몸이 수그러지고 있었다.

순간,

전득무의 음성이 차갑게 들려왔다.

[누가 그런일을 지시했는가? 본좌는 이들을 죽이라 했을 뿐인데. 그리고, 제갈공지, 누가 네게 이자들을 데려오라 했나?]

제갈공지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얼굴이 붉어진 채 땀만을 흘리고 있었다.

입술이 달삭달삭하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전득무는 말했다.

[이번은 제갈공지의 체면을 봐서 그대들을 이곳에 일시 머물게 해주겠다. 그러나, 본좌는 계집의 암수따위에 당해 죽어가는 자식놈 따위를 구할 생각은 없다. 단지, 무인으로서 복수만을 해줄 뿐이다.]

이말을 마지막으로 전득무는 스르르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사의에 깊이 묻은 몸은 그대로 화석이라도 된 듯 했다.

제갈공지는 전음으로 황군성과 임단심에게 말했다.

[조용히 나갑시다.]

황군성은 전득무의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소리 같은 것이 하나하나가 무기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대전을 나가며 전득무에 대한 생각을 애써 떨쳐버렸다.

그의 말은 가슴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수가 될 지도 모른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제갈공지와 함께 계단을 걸어 제갈공지의 거소로 같다.

무수한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고,

중간중간에 난(蘭)을 비롯한 여러가지 꽃들이 화분에 심겨져 있었다.

그때문에 책이 있는 곳에서 언제나 나게 마련이 묵향도 퀘퀘한 책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그 많은 책들과 기물들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주인인 제갈공지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한 마디로 말해주고 있었다.

시녀가 차를 내오자 제갈공지가 입을 열었다.

[두분께서는 믿지 않겠지만, 검신께서는 약간 괴팍스런 점이 있기는 하나 이세상에 그분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도 없소.]

임단심이 말했다.

[한데 제갈선생께서는 왜 제가 그 여자가 아니란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으셨어요?]

제갈공지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감히 그분께서 묻지 않으신 것을 함부로 말할 용기가 없소이다.]

[그럼 사정을 모른 검신께서 저를 일검에 죽이시지 않겠어요?]

제갈공지는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임소저는 아직도 모르셨소? 검신께서는 이미 그 가짜를 만나보셨소. 그리고 오늘 임소저를 보았으니 당연히 그녀가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아니겠소.]

[저와 모든 것이 똑같다고 하셨잖아요.]

임단심이 쏘아 부치자 제갈공지는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소저, 소저는 그분을 보통사람과 같이 보시오?]

임단심은 입이 붙어버렸다.

검신 전득무의 무서움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제갈공지는 얼굴을 풀고 황군성에게 말했다.

[황소협! 소협은 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더군, 나는 지금까지 삼십 년이 되도록 보주님을 모셨지만 그분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소.]

[도신(刀神)도 말이오?]

황군성의 날카로운 질문에 제갈공지는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세상의 모든 것에 서로 상극이 있지 않소? 그런 의미에서 도신은 검신의 상극이라오. 상극은 그 능력에 있어서 비슷하지 않겠소?]

황군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도신 이외에는 귀 보주의 상대가 될만한 인물은 없단 말이오?]

[아마 그럴 것이오.]

제갈공지의 대답은 확신에 차있는 듯 했으나 황군성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검신의 무공은 내가 오년 안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정도로만 천하제일이라는 것은 너무 우스운 노릇이다.)

그는 자기의 사부들을 생각했다.

(그분들 중 궁월사부는 이미 검신과 비슷한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더우기 고금십대천병 중의 하나인 번천도마저도……하나 마왕이란 자에게 결국 패하고 말았다.)

그렇다.

고금십대천병을 지닌 궁월을 패배시킨 자도 있는 것이다.

그 패배의 휴유증으로 인해 궁월의 몸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 석화공(石化功)으로 겨우 생명을 보존하고 있다.

황군성이 생각해볼 때 검신의 무공은 아무리 높이 쳐준다 해도 궁월의 위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그의 두번 째 사부인 초사륭,

그 역시 강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나 전륜법왕(轉輪法王)이란 자에게 당했다.

스스로 천하제일임을 자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것은 단순한 자기 도취일 뿐이고

자기 기만에 불과하다.

황군성의 주위에는 많은 고수들이 있었다.

그의 사부들인 한천사방객 뿐만 아니라 문성무존의 거의 모든 사람이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윗대의 조부들은 그 무공의 깊이가 얼마나 될 지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것은 최소한 검신의 경지는 초월하고 있다는 말이된다.

그의 고조부인 황자준 등은 이미 모든 기도가 사라져 버렸고,

그의 오대조인 황필민은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또한,

문성무존 최고의 어른인 황숭환은 옆에 있을 때도 있는지 없는 지를 느낄 수 없을 만치 그 존재 자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황군성은 검신 전득무에 대한 관심이 팍 식어버렸다.

하지만,

검신 전득무는 어쨌든 대단한 고수가 아닐 수 없다.

최소한 황군성 자기보다는 세단계 이상의 고수인 것이다.

 

제갈공지는 황군성과 임단심을 전무옥(全武玉)에게로 안내했다.

성세를 자랑하고 있는 신검보의 작은 주인답게,

그의 방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확트여 더넓은 거실과 그 안쪽에 자리한 붉은 비단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

한쪽에 모양을 갖춘 서재와 맞은 편에 놓여진 차탁,

바닥에 깔려진 융단은 그 부드러운 감촉을 신발위로 까지 전해주고,

서가 한쪽에 놓여진 새장에서는 맑은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백옥을 통채로 다듬어 만든 침상에 황금색 이불을 덮고서,

이 방의 주인이 멍청한 눈을 하고 드러누워있다.

임단심은 그러한 전무옥을 보자마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저사람 눈빛이 꼭 저랬지.)

그녀는 힐끔 황군성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배시시 웃었다.

황군성은 그녀의 표정을 모른 척하고 있었다.

[임소저께서 잘 살펴봐 주시기 바라오.]

제갈공지는 그녀에게 정중한 어조로 부탁했다.

[저도 단서를 잡아서 감히 누가 나를 사칭했는 알아볼 참이에요.]

임단심은 야무지게 말했다.

그리고,

전무옥의 손목에 그녀의 검지를 살짝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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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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