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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無敵十二劍의 美少年 2

 

 

 

개봉성에서 가장 큰 전장인 금종전장은 밤이 되자 그 문을 굳게 닫아놓고 있다.

금종전장의 내실,

두 자루의 황촉불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데,

앉아 있는 황군성과 임단심의 맞은편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있는 금의화복의 노인이 있었다.

[노복이야 그저 작은 주인님 분부대로만 따르겠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정주의 순무를 만나겠습니다.]

황군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나와의 관계를 밝혀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그리고 가문의 금기(禁忌)도……]

[노복이 미쳐죽는다 하더라도 발설하지 못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노복은 감히 주인님과 작은 주인님이 묻지 않으실 때는 기억하지조차 못합니다.]

 

× × ×

 

임단심이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우리는 밖에서 한밤도 지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군요.]

[알아보셨소?]

그녀는 황군성이 창밖을 향해 말하자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때였다.

창가의 탁자 앞에 불빛이 모여들며 타오르는 듯 하더니 사람의 형체를 이루었다.

신검보의 군사 제갈공지였다.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의심을 한 점도 남김없이 지워버렸소이다. 과연 두 분은 지난 삼개월 동안 이곳에서만 사셨더군.]

그는 임단심의 집 근처에 있는 이웃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행적에 대해 물어보았던 것이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이 남문 근처의 주택가에서는 특이함으로 인해 꽤 알려졌기에,

이웃 사람들은 그들의 동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남자는 조금 이상하다는 것과,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는 남자를 위해 아주 헌신적이라는 것 등……

그리하여,

제갈공지는 그들의 말에 한 점의 거짓도 없다는 것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황군성의 아내로 삼고 있는 임단심이 신검보의 작은 주인과 혼인하겠다고 따라들어 갔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이다.

임단심은 분위기를 깨뜨리며 들어온 불청객에게 상당히 화가나있었다.

그래서 대뜸 차갑게 쏘아 붙였다.

[그래요? 그럼 건너방에 가서 주무시기나 해요. 다시는 이 방에 들어올 생각 마시고.]

[하하하, 임소저의 말을 어찌 어길 수 있겠소? 하지만 나는 저 방에 가서 잘 수 없는 신세라오.]

팍!

웃음소리를 남기며 제갈공지의 몸은 거품이 터지듯이 터지면서 사라져버렸다.

임단심은 기이한 그의 술법에 놀라워하며 말했다.

[신검보는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인 모양이에요.]

[환술이었소. 원래 그의 실체(實體)는 이 방안에 들어오지도 않았소.]

황군성은 침상에 몸을 눕히면서 말했다.

[내게 무림이야기나 해주시오. 그리고 당신에 관해서도……]

임단심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당신……이제야 제게 대해 물어보는군요.]

임단심은 쾌활하게 당금 무림의 정세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칠대세력에 대한 말이 거론되고,

구파일방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문득,

가만히 듣고 있던 황군성이 물었다.

[북혈마나 마왕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소?]

임단심은 고개를 갸웃했다.

[북혈마? 마왕?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한데 정말 그걸 이름으로 쓰는 자가 있단 말예요?]

황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무공은 측량할 수 조차 없을 정도요.]

[당신보다 강한가요?]

임단심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황군성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강하고 말고……내 무공은 그야 말로 조족지혈……]

 

× × ×

 

임단심의 집에 있는 다른 방,

탁자에 앉아 일렁이는 촛불아래 검을 닦는 사람이 있다.

오색수실이 흔들리는 보검(寶劍),

서릿발 같은 눈동자,

초생달같이 그어진 눈썹,

주사같이 붉은 입술,

극렬 준미한 얼굴의 미소년,

무적십이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자였다.

진지하게 검을 닦고 있는 이 미소년의 앞에는 또한 제갈공지가 서있다.

[제갈공지!]

문득,

그가 제갈공지에게 하대를 하면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제갈공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무적십이검 중의 일인(一人)일 뿐인 미소년이 어떻게 신검보의 이인자(二人者)인 제갈공지에게 하대를 하고,

제갈공지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미소년은 손가락으로 검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대가 은밀히 따라 왔다는 것은 그 자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단 이야기인가?]

[저는 단지 주군의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제갈공지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미소년의 추궁하는 듯한 말에 살짝 전득무의 등 뒤로 피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흥!]

미소년이 콧웃음을 쳤다.

[내 동료가 그자의 단 일검에 모두 죽고, 내가 그자의 칼 아래 놓였을 때도 박쥐처럼 숨어있었겠지?]

제갈공지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원래 무능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대장부라고 자처할 만한 용기도 없지요……]

일순,

번쩍!

미소년의 보검은 어느새 제갈공지의 심장에 닿아있었다.

[제갈공지! 오늘의 일을 죽도록 후회하게 될거야. 그리고……]

제갈공지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달고 있었다.

[내가 죽기를 바란 그자도……나는, 결코 죽지 않을 테니까.]

미소년은 슬쩍 검을 밀었다.

그러자,

제갈공지의 몸도 마치 검에 붙은 지푸라기마냥 똑같이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진정 무게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같았다.

이맛살을 한번 찌푸린 미소년은 검을 거둬들이고 일어섰다.

제갈공지는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편히 쉬시지요.]

미소년은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해 버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제갈공지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미소년은 중얼거렸다.

[내 능력으로는 제갈공지를 상대하려고 해도 까마득한데, 언제 전득무 그자를 죽인단 말인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신검보의 무적십이검 중의 일인이었던 자가 보주인 검신 전득무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다니……

한데,

전득무와 제갈공지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하지 않은가?

 

× × ×

 

오늘밤,

하늘에는 별이 유난히도 많이 보인다.

긴 숨한번 쉴 동안에도 몇 개의 별똥별이 떨어지고,

길게 한번 뒤척일 때에는 하늘이 빙글 도는 듯하다.

지금,

제갈공지는 지붕위에 반듯이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고,

물을 바라보면서,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헝클어진 생각의 갈래를 바로 풀어오곤 했다.

한데,

별이 많은 오늘은 이상하게도 실타래들이 풀리지 않는다.

임단심에 대한 사건은 그녀가 단서가 되어준다면 곧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자신이 개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한가지의 일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의 눈앞에 미소년의 얼굴의 떠올랐다.

제갈공지는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자신이 생각해 봤자 풀 수 없는 수수께끼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그 뿐이다……)

문제를 뒷켠으로 밀어버리면 누구나 그렇듯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서늘한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자 제갈공지는 약간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신검보의 이인자란 나 제갈공지가 지붕위에서 파수(把守)나보며 밤을 새워야 하다니……쯥.)

지붕아래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어떤 열락의 달뜬 신음소린 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에잇! 귀를 막아버리자. 도무지 저 두사람은 눈치가 부족한 건가 뻔뻔스러운 건가……)

그는 귀를 꽉 막아버렸다.

 

× × ×

 

제갈공지는 튕기듯이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딱딱히 굳어있었다.

그리고,

지붕으로 연기처럼 스며들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미소년의 방이었다.

훌쩍 내려선 그는 재빨리 침상으로 시선을 던졌다.

방은 어두웠지만 그 정도에 시선을 구애받을 제갈공지가 아니었다.

침상에는 엷은 이불을 불룩해보였다.

그리고, 침상 앞에는 검은 가죽신이 놓여있었다.

제갈공지는 침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슈앙!

침상의 엷은 이불이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왔다.

힘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의 공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수였다.

한데,

이불이 벗겨진 침상에는 방안에 있던 여러 가지 잡동사니가 쌓여져 있었다.

제갈공지는 난감한 기색이었다.

[결국 떠나버렸구나. 휴! 내가 귀만 막지 않았어도……]

미소년은 신발을 벗어놓고 도망쳐버린 것이다.

[이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아야 할 텐데……]

제갈공지는 불안한 마음으로 중얼거리고 탁자 앞에 앉았다.

시월의 밤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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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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