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六 章

 

          無敵十二劍의 美少年 1

 

 

황군성은 정주를 빠져나가자 곧장 개봉을 향하여 달렸다.

그의 품속에서 임단심이 의아한 눈초리로 물었다.

[개봉엔 어째서 다시 가는 거지요?]

[개봉에 아버님의 기업이 있소. 그곳을 찾아가 부탁해야겠소.]

그의 말처럼,

개봉에는 그의 아버지인 황창설의 기업 중의 하나인 금종전장(金鐘錢場)이 있다.

황군성은 이곳에 가서 신분을 밝힌 후, 금종전장의 책임자로 하여금 정주의 순무를 무마시키도록 할 작정인 것이다.

문득,

황군성은 달려가던 발을 멈추고 우뚝 섰다.

그의 사방에서 뻗어오는 가공할 검기가 있었던 것이다.

어둑어둑해오는 저녁 무렵,

그를 포위하고 있는 열두명의 흑의인들,

일견(一見)하기에도 보검인 그들의 장검으로부터 가공할 검기(劍氣)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대단한 고수들이다. 가히 검의 달인들……)

순간,

그의 품안에서 가는 떨림이 전해왔다.

임단심이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저들은 신검보의 무적십이검(無敵十二劍)이에요. 보주인 검신의 직속으로 수라검 모령산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인물들……]

그러나,

그녀의 경악과는 달리,

황군성은 여전히 조금의 미동도 없이 태산같이 버티고 서있다.

무적십이검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들고,

그때마다 황군성에게는 전해오는 압력은 갑절로 변해갔다.

하나,

무적십이검의 다가오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도 걸음을 떼기가 힘든 것이다.

아무런 자세도 취하고 있지 않은 듯한 황군성의 몸에서 풍겨지는 가공할 힘은 그들의 걸음을 절로 늦추고 있었다.

그들도 한걸음을 떼기위해 이마로 푸른 핏줄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과 함께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충천하고 있다.

황군성도 무적십이검도 확연히 느끼고 있었다.

이 긴장이 깨어지는 순간 양측 중에 어느 한쪽은 완전히 전멸하리라는 것을……

무적십이검은 시간이 갈수록 경악하고 있었다.

(이렇게 강한 자가 있다니……주군께 그다지 뒤지는 솜씨가 아니다!)

임단심은 아예 호흡을 정지하고 있었다.

행여 자신의 호흡이 황군성의 집중에 방해라도 줄까싶어 두려웠던 것이다.

서로의 거리가 일장 정도로 가까워지자,

무적십이검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어둠속에서도 그들의 검이 발하는 차가운 광망은 눈을 시리게 하고 있었다.

문득,

무적십이검 중 황군성의 정면에서 세번 째 선 인물이 검의 끝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순간,

놀랍게도 그의 검에서 하얀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황군성은 눈도 깜짝이지 않고 그자를 지켜보았다.

보통 키이지만 여자처럼 곱상한 얼굴의 미남자다.

나이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불과 이십세 정도,

무적십이검 중에서 가장 어려보이는 자였다.

그자가 만들어낸 흰 기류는 차츰 황군성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검강(劍罡)의 초보적인 단계였다.

그 기류가 아주 강하게 뭉치게 되면 바로 검술의 두번째 단계라는 검강이 되는 것이다.

황군성은 그자의 무공이 무적십이검중 발군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흰 기류가 자신의 몸에 충돌하는 순간에 나머지 열한개의 검이 자신과 임단심의 몸을 꿰뚫고 말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심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완벽한 반전은,

언제나 상대방이 완벽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느리게 다가온 흰 기류가 마침내 그의 몸을 둔중하게 강타하는 순간,

미소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나가고,

열한 자루의 검이 순식간에 일장의 거리를 좁히면서 황군성의 몸을 무찔러갔다.

아무런 변식도 없고, 특이한 초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다만 빠르고 정확하며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가공할 힘이 결집되어있고, 검을 통해 단련한 정신력의 총화가 스며들어있었다.

펑!

흰기류가 황군성의 몸에 충돌하며 폭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황군성의 몸에서 구름같은 붉은 기운이 일어난 것은.

그것은 삽시간에 그의 몸을 가려버리고,

그 속에서 번개불같은 섬광이 일었다.

그리고……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무서운 정적이 흘러갔다.

[으으으……이럴 수가……단 일초에 십일인을 베다니……]

미소년의 가날픈 신음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붉은 구름에 휩싸여 있는 황군성의 주위,

쿵쿵!

십일인의 흑의인들이 검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머리가 땅에 닿는 순간,

소리없이 두개골이 열려지며 뇌수가 땅위로 흘러내렸다.

실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미소년의 얼굴에 떠오른 강한 불신감은 공포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채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그는 눈앞에 붉은 빛이 일렁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머리에 와닿는 싸늘한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다가온 황군성이 도신이 넓은 번천도를 그의 머리위에 갖다 대고 있는 것이었다.

미소년은 손가락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혼이 빠져나갈 것같은 공포속에서 그의 정신은 얼어붙어버렸다.

갑자기 황군성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 구름이 그의 모공으로 흡수되었다.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임단심의 얼굴은 그의 승리가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세상에……강한 줄은 알았지만 설마……무적십이검을 단 일초에 제압하다니……)

순간,

황군성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당신들 신검보와 아무 원한이 없다. 무엇 때문에 나를 공격했는가?]

미소년은 흠칫 몸을 떨고 말했다.

[당신은 본 신검보의 외총관을 살해하지 않았소?]

그는 황군성의 몸에서 공포를 느끼게 하던 붉은 구름이 사라지자 어느 정도 공포가 가신 듯 했다.

[그럼 모령산이 나를 공격한 것은 무슨 이유이지요?]

임단심이 비웃음을 담고 물었다.

미소년이 임단심을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이요? 뻔뻔스럽기 그지없군.]

임단심이 대노하며 소리쳤다.

[뭐라고? 그 이유야 공격한 네놈이 알지 어떻게 내가 안단 말이냐? 감히 내게 뻔뻔스럽다니 죽고 싶으냐?]

미소년은 입술을 깨물고 독기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빨리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고 싶어도 못 죽을 것이다.]

짝!짝!짝!

그녀는 미소년의 뺨을 연거푸 세대나 때렸다.

미소년은 원래 그녀보다 무공이 훨씬 높았으나 지금은 황군성의 도가 자신의 머리에 닿아있는지라 피하지도 못했다.

뺨이 터지면서 그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임단심을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감히 우리 신검보의 소주(少主)께 독수를 써고도 모른 척하다니 정말 뻔뻔스럽구나.]

임단심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내가 왜?]

미소년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거야 말로 독봉 네가 알고 있어야할 이유가 아니냐?]

임단심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신검보의 소주진 뭔지 본 적도 없어. 그런 자를 내가 어떻게 해칠 수 있단 말이냐?]

황군성이 번천도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상하군.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보시오. 신검보의 소보주가 언제 독수에 당했단 말이오?]

미소년도 두 사람의 태도에 거짓이 없음을 느끼고 저으기 당황했다.

그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럼……대체 누가……아니야……틀림없이 독봉이라고 했어……]

[소보주가 당한 것이 언제요?]

황군성이 다시 물었다.

[그건 불과 사흘 전……]

[그렇다면 이 사람은 아니오. 이 사람은 지난 삼개월 동안 나와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소.]

황군성은 단정을 내리고 임단심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흉수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시오. 만약! 다시 한 번 우리를 건드린다면……당신네 보주를 직접 만나겠소.]

그의 말은 엄중한 경고였다.

미소년은 흠칫 몸을 떨었다.

(저 사내……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정말 우리 신검보의 주춧돌까지 흔들지도 모른다……)

그의 귓속으로 임단심이 조그마한 음성으로 황군성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검보의 보주도 직접 만나서 입씨름하고 싶으셔요?]

황군성은 엷은 미소만 지었다.

그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생을 즐기고 있었다.

더 이상 삶은 고통이 아닌 것이다.

그때 갑자기,

[임소저, 그리고 대협! 잠시만 멈춰주시겠소?]

어디선가 호소력 있는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황군성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나,

그의 내심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대단한 고수다. 오장 이내까지 접근하도록 눈치 채지 못했다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나뭇잎이 한 장 팔랑팔랑 날아 내리고 있었다.

한데,

스스슷!

그 나뭇잎이 갑자기 크게 변하면서 사람의 형체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바로 제갈공지였다.

(환술(幻術)을 쓰는 자!)

황군성은 속으로 뇌까렸다.

미소년이 놀란 음성으로 내뱉었다.

[제갈군사……]

제갈공지는 미소년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황군성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나는 신검보의 군사인 제갈공지라는 사람이오. 소협의 명호는……?]

[황군성이오.]

[황소협이었구려. 먼저 본 신검보가 황소협과 임소저께 실수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겠소. 하지만 황소협도 내 말을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바가 있을 것이오.]

제갈공지는 부드러운 화술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얼마 전,

신검보의 작은 주인인 전무옥(全武玉)이 어떤 아름다운 소녀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는 원래 전득무에 의해서 모종의 장소로 보내져 무공을 익혔는데,

그동안 무공을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데,

문제는 바로 그가 데리고 온 아름다운 소녀에게 있었다.

그녀는 독봉 임단심이라고 했었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은 독봉 임단심과 완벽하리만큼 똑같았다.

게다가 음성마저도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에,

임단심을 직접 본 사람들조차 그녀 본인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시,

전무옥은 온통 그녀에게 빠져 있었는데,

보주이자 아버지인 전득무에게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며 승낙을 구했었다.

그러나,

전득무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전무옥은 길길이 뛰면서 아버지의 결정을 불복했으나,

그런 작은 일에 눈썹하나 까닥할 전득무가 아니었다.

한데,

다음날 아침,

전무옥의 시녀가 불이나케 달려와 전득무 앞에 엎드렸다.

그녀의 말인즉슨 전무옥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전득무가 가보았을 때,

전무옥은 괴이한 독에 의한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전신의 경혈이 뻗뻗이 굳어가고,

체온이 식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군사인 제갈공지가 짚이는 데가 있어서 부하들을 시켜 임단심의 거쳐를 조사해보게 했다.

그랬더니 그녀의 거처에는 네 구의 시녀들 시체만 나왔을 뿐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전득무가 자신의 공력으로 전무옥의 몸속에 침투한 독을 몰아냈다.

그러나,

독은 완전히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무옥은 깨어날 줄 몰랐다.

어떤 수법도 소용이 없었다.

전무옥은 살아있는 고깃덩어리가 되고 만 것이다.

좋은 말로 하면 잠자는 신검보의 소보주고……

그래서,

급기야 신검보의 고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독봉 임단심의 종적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봉 임단심을 찾아서 공격했는데 일이 요상하게 꼬여 이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제갈공지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묘하게 생각되었다.

누가 임단심을 사칭해서 전무옥을 해쳤단 말인가?

(혹시 내게 원한이 있는 자가……?)

임단심에게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귀보의 소주께서 당한 독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놀라지 마시오. 바로 심경신강(心硬身剛)이오.]

제갈공지의 말에 임단심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럴수가……그건 세상에서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독인데……]

심경신강,

그것은 오직 임단심만이 조제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특이한 독이다.

무색무취무미한 이 독에 중독된 자는 먼저 심장이 멎고 전신이 굳어져,

죽은 후 몇 일이 지나도 살이 썩지 않는다.

오직 내장부터 썩어서 칠공으로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본 보에서는 임소저가 틀림없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오. 물론 이제 임소저가 소주께 독수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지만 아무래도 이 사건과 임소저는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소.]

제갈공지는 임단심과 황군성에게 간청하는 어조로 말했다.

[만약, 두 분께서 급한 일이 없다면 우리 신검보로 가서 좀 도와주시기 바라는 바이오. 이 사건을 풀자면 임소저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같으니……]

임단심은 황군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태도가 분명했다.

[개봉에서 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있소.]

황군성의 말에 제갈공지는 더 들어보지도 않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함께 본 보로 가도록 합시다. 황소협의 볼일이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힘 닫는 대로 도와드리리다.]

아예 거절의 여지를 단절하고 보는 제갈공지였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