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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와의 실랑이

 

 

으으으!”

이검한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눈 위에서 성숙한 여체의 비밀이 만개한 꽃처럼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누란왕후 흑요설의 은밀한 부위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치 한 번 새겨지면 결코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처럼...

(여자... 여자의 그 부분이 저렇게 생겼었구나.)

이검한의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아직 여자를 모르는 이검한에게 흑요설이 자진해서 개방해 보인 사타구니 속의 관능적인 구조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호호호! 순진한 척 해 봐야 소용없다!”

그런 이검한을 내려다보며 흑요설은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네놈도 더러운 수컷임이 확인 되었으니 오늘 내 손에 죽어야만 한다.”

흑요설은 이를 바득 갈며 오른손을 쳐들었다.

드드드!

흑요설이 오른손을 쳐들자 밀실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뒤흔들린다. 무려 천년 수위인 막강한 공력이 운용되자 주변의 공기가 저절로 요동을 친 때문이다.

쩌저적! 푸스스!

밀실의 천장과 벽이 문풍지처럼 떨리고 먼지와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천년 수위의 막강한 내공이 실려 있는 흑요설의 오른손이 내리쳐지면 이검한의 몸뚱이는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으스러져 버릴 것이다.

잠깐... 잠깐만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낀 이검한은 다급히 외치며 감았던 눈을 떴다.

다행히 흑요설은 벌렸던 다리를 다시 모은 자세였다.

... 왕후님이 무슨 일을 당하셨는지 잘 알아요. 남자들을 증오하시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구요.”

이검한은 흑요설을 올려다보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왕후님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죽이시면 안돼요.”

내가 널 죽이면 안된다고?”

이검한의 말에 흑요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오냐! 내가 어째서 너만은 죽이면 안되는 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

흑요설은 쳐들었던 손을 내리면서 차갑게 웃었다.

(살았다!)

흑요설의 반응에 이검한은 일단 안도했다. 당장 죽을 위기는 모면한 것이다.

왕후님도 일국의 안주인이셨으니 은원(恩怨)의 분간은 확실하시겠지요?”

이검한은 긴장을 풀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 교활한 놈이...”

흑요설의 아름다운 두 눈이 치떠졌다. 이검한의 말뜻을 단박에 알아차린 때문이다.

내가 마화존자의 금제에서 빠져나오는 데 네놈이 일조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냐?”

흑요설은 이를 바득 갈며 이검한을 노려보았다.

...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제가 천붕랑왕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왕후님은 앞으로도 몇 백 년은 더 마화적멸강막에 갇혀있었어야 했을 테고... 그때까지 살아계실 수 있다고 장담하실 수는 없었잖아요.”

이검한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하아!”

흑요설은 기가 막혔지만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이 부활하는 데 이검한이 일조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얄밉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는 놈이다!)

겁에 질려 자신을 곁눈질로 살피는 이검한을 내려다보며 흑요설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잘 생기고 귀여운 사내아이다.

키가 흑요설 자신보다 커서 다 자란 성인인줄 알았는데 하는 행동과 말투에서 비로소 아직 어린 소년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요놈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아직 철부지 애송이이기도 하고...)

흑요설은 갈등에 휩싸였다.

이검한의 말 대로 어쨌든 자신은 이검한에게 신세를 진 셈이 되었다. 이검한이 이 밀실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자신은 끝내 한을 품고 마화적말강막 속에서 한 줌 재가 되어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일국의 왕후였던 몸이다.

은혜를 입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은 그녀의 자부심과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상대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소년이다.

신세를 진 이 순진한 소년을 꼭 죽여야만 할까?

(...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냉혹하기만 했던 흑요설의 심사에 균열이 생긴 것을 알아차린 이검한은 숨을 죽이며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만일 평탄한 삶을 살았다면 내게도 요 녀석같이 영특하고 늠름한 아들이 생겼을 수도 있었겠지.)

흑요설의 마음속 균열은 점점 커져 어느덧 이검한에게 호감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모든 여자는 늠름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원한다.

그것은 흑요설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세상의 모든 사내들을 증오하여 말살하기로 맹세한 그녀였지만 본성은 보통의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만일 평범한 여자로 살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아들을 낳고 정성을 다해 길렀을 것이다.

남에게 망설임 없이 자랑할 수 있는 잘난 아들을 길러내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행복한 일은 여자에게 없다.

그리고 자신의 발치에 누워있는 이 소년이라면 모든 여자, 어머니들이 꿈꾸는 아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에 비해 건장한 체격을 지녔으며 잘 생긴 얼굴은 한 눈에 봐도 영특하다.

이검한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만한 아들이 될 것이다.

게다가 바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튼실한 살덩이는 흑요설이 경험해본 어떤 사내의 것보다 우람할 것처럼 보이고...

(죽일...)

시선이 이검한의 아랫도리에 이르는 순간 흑요설의 눈 꼬리가 확 치켜 올라간다.

이검한의 아랫도리의 살덩이는 여전히 성이 나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금제일미인으로까지 여겨지는 절세미녀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이검한을 내려다보고 있다.

온몸의 체모가 사라진 탓에 사타구니 속까지 매끈하여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미녀중의 미녀인 흑요설의 알몸은 한창 양기가 뻗히는 나이인 이검한에게는 너무나 강한 자극이다.

그녀의 도자기처럼 희고 매끄러운 속살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피가 뜨겁게 데워진다.

하물며 가슴에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솟아난 한 쌍의 살덩이와 사타구니 사이의 목탁처럼 매끈하게 나있는 균열의 형상까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무리 애써 자제하려고 해도 이검한의 양물은 분기탱천하여 시들 줄을 모른다.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놈도 결국은 여자만 보면 더러운 생각을 하는 사내일 뿐이다.)

흑요설은 이를 바득 갈았다.

자신의 알몸을 보고 극한까지 흥분해있는 이검한의 일부를 확인한 순간 갈등을 일으키던 그녀의 가슴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이다.

(... 어째 느낌이 안 좋은데...)

부드러워지던 흑요설의 눈빛이 다시 서릿발같이 차가워지는 것을 발견한 이검한은 가슴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이검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흑요설아! 흑요설아! 설마 짐승같은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어 짓밟혔던 치욕을 잊은 것이냐?)

흑요설은 이를 바득 갈며 약해지려던 마음을 추스렸다.

마화존자의 금제에서 벗어나는 데 네놈의 신세를 진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사내들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천지신명에게 맹세한 몸이다.”

애써 차갑게 말하며 흑요설은 다시 오른손을 쳐들었다.

나를 원망하지 말고 네 놈이 사내로 태어난 것이나 원망해라! 명복은 빌어줄 테니...”

드드드!

흑요설의 오른손에서 일어나는 역도에 의해 밀실이 다시 지진이라도 만난 듯이 뒤흔들렸다.

이제 그녀의 손이 내려쳐지며 이검한은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 것이다.

... 살려주세요 왕후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이검한은 자기도 모르게 와락 울음을 터트리며 애원했다.

(요놈이...)

이검한이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자 차갑게 식어가던 흑요설의 가슴에 다시 파문이 일었다.

겁에 질려 눈물을 질질 짜는 아직 어린 소년의 모습은 흑요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되살렸다.

십삼 연합국의 공격을 받고 누란왕국이 멸망할 때의 기억이 그것이었다.

누란왕국을 침공한 십삼 연합국의 군사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살육을 벌였었다.

특히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소년들에게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살수를 썼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도살당하며 비명을 지르던 누란왕국 소년들의 모습이 바로 어제 일인 것처럼 떠오르는 흑요설이었다.

(죽여야 한다! 이놈도 여자만 보면 짐승이 되는 사내일 뿐이다!)

흑요설은 모질게 마음을 먹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는 치켜든 오른손을 바르르 떨기만 할 뿐 이검한을 내려치지 못했다. 겁에 질려 우는 덩치만 큰 소년의 모습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이래서는 안된다! 벌써부터 마음이 약해지면 어떻게 세상에서 사내들을 없이 하겠다는 맹세를 지킬 수 있겠느냐?)

이를 악물어 보지만 그래도 흑요설은 선뜻 이검한에게 살수를 쓸 수가 없었다.

(뭐지?)

그렇게 갈등하던 중 흑요설은 이검한의 몸에서 강렬한 열기를 감지하고 흠칫했다.

천여 년의 세월동안 마화적멸강막에 갇혀있었던 터라 열기를 감지해낼 수 있는 흑요설의 감각은 세상 누구보다 예민하다.

품속에 무얼 숨기고 있는지 보자.”

흑요설은 쳐들었던 오른손을 내리며 이검한에게 몸을 숙였다.

흑요설이 몸을 숙이자 아름다우면서 탄력이 넘치는 한 쌍의 살덩이가 이검한의 얼굴 위에 매달려 출렁거린다.

하지만 이검한에게는 그 매혹적인 살덩이들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신세였으므로...

흑요설의 섬섬옥수가 이검한의 옷 속으로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꺼낸 그녀의 손에는 오리알만한 구슬이 하나 들려있었다.

츠으! 츠으!

구슬에서는 노을같이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화룡단정(火龍丹精)!

 

물론 그 구슬은 적린화룡이 죽으며 남긴 내단 화룡단정이었다.

화룡단정은 세상에 존재하는 영약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화기(火氣)를 지니고 있다. 만일 남자가 화룡단정을 복용하면 절륜한 정력은 물론 무쇠라도 녹여버릴 수 있는 양강지기(陽强之氣)를 얻게 된다.

하지만 화룡단정을 복용하려면 음기(陰氣)를 지닌 영약을 함께 복용해야만 한다. 화룡단정의 열독이 워낙 강한 때문이다.

화룡단정을 아무 준비 없이 복용하는 것은 펄펄 끓는 용암을 그냥 삼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걸 쓰면 되겠구나!)

한눈에 화룡단정이 어떤 물건인지 알아본 흑요설의 얼굴로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굳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이검한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 것이다.

... 드릴 게요. 마음에 드시면 그거 가지세요.”

화룡단정을 찾아낸 흑요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본 이검한은 급히 말했다.

화룡단정은 아깝지만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다.

그걸 포기하고 살 수만 있다면 손해도 아니다.

물론 이검한은 흑요설의 생각을 잘못 짚었다.

귀한 물건이건 같지만 사양하마.”

흑요설은 배시시 웃으며 왼손으로 이검한의 코를 잡았다.

(설마...!)

코가 흑요설의 매끈한 손가락에 강하게 잡혀 숨을 입으로만 쉴 수밖에 없게 된 이검한은 불길한 예감에 눈을 치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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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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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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