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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천년만의 부활

 

 

흑요설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미미하게나마 기복을 일으키고 있었다.

츠으! 츠으!

그와 함께 그녀의 몸을 감싼 마화적멸강막이 급격히 엷어져갔다.

(... 내가 천붕랑왕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다.)

어찌 된 상황인지 파악한 이검한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이 밀실은 천여 년 동안 밀폐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이검한이 철문을 여는 바람에 마화적멸강막의 힘이 밖으로 급격히 유출되면서 약화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오래지 않아 마화적멸강막은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두근! 두근!

경악하는 이검한의 귓전으로 미미하나마 누란왕후 흑요설의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저 마녀가 소생하려고 한다!)

이검한은 너무 놀라 심장이 멎을 지경이 되었다.

믿어지지 않게도 천년 이전에 살았던 누란의 왕후 흑요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마화적멸강막의 힘이 약해지자 부활하려는 것이다.

사실 흑요설의 성취는 서역사천왕이 상상하는 이상이었다. 그녀는 당시에 이미 완벽한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을 이루어 도검에 해를 입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고 보통 사람보다 몇 배 더 긴 수명을 얻게 되었다.

게다가 흑요설을 금제하기 위해 마화존자가 펼친 마화적멸강막조차도 그녀가 천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마화적멸강막은 외부의 영향을 완벽하게 차단해놓았으며 덕분에 흑요설은 세월의 잔인한 손톱에 할큄을 당하지 않고 육체를 보전할 수가 있었다.

천붕랑왕이 사력을 다해 분 초붕적에 타격을 입고 정신을 잃었던 흑요설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마화적멸강막에 갇힌 후였다.

흑요설도 처음에는 마화적멸강막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내 마화사원 최강의 금제인 마화적멸강막이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포기했다.

이에 흑요설은 장기전을 택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마화적멸강막의 기운을 조금씩 자신의 몸에 흡수하여 중화시킬 작정을 한 것이다.

그녀의 특기는 바로 사내의 순양지기를 갈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채양보음이 아닌가?

흑요설은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나 뱀처럼 신진대사를 극도로 저하시킨 상태에서 마화적멸강막의 힘을 조금씩 흡수해왔다.

몸 안으로 받아들인 마화적멸강막의 그 강렬한 화기 때문에 그녀의 온몸에서 털이란 털은 남김없이 타버린 것이다.

하지만 흑요설이 마화적멸강막을 완전히 중화시키려면 앞으로도 몇 백 년은 더 지나야만 한다.

아무리 신진대사를 극한까지 저하시켰다고 해도 과연 그때까지 그녀의 육체가 견디어줄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헌데 흑요설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이검한이 호기심에 철문을 열면서 마화적멸강막의 힘이 밖으로 유출되며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마화적멸강막을 흐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같은 내막을 알아차린 이검한은 다급해졌다.

(죽여야만 한다! 더 늦기 전에...!)

마화신척을 집어든 이검한은 긴장과 흥분으로 떨며 서둘러 흑요설에게 다가갔다.

흑요설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자 마화적멸강막의 잔재가 이검한을 막아선다.

치치치!

마화강막의 힘이 살갗을 태우며 연기를 일으켰으나 이검한은 개의치 않았다. 모든 관심이 흑요설을 죽이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마화적멸강막을 뚫고 들어간 이검한은 백옥침상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거꾸로 잡은 마화신척을 쳐들어 흑요설의 가슴을 겨누었다.

용서하세요 왕후마마!”

이검한은 흑요설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비록 흑요설이 세상의 모든 사내를 절멸시키겠다고 맹세한 마녀라고는 해도 여자를 해치는 일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헌데 이검한이 떨리는 손으로 마화신척을 흑요설의 가슴에 찔러 넣으려 할 때였다.

번쩍!

굳게 감겨있던 흑요설의 두 눈이 갑자기 부릅 치떠졌다.

쩌어엉!

눈썹 한 올 없는 눈꺼풀이 떨어지며 그 안에서 추수(秋水)같이 새파란 한 쌍의 신비로운 벽안(碧眼)이 드러났다.

(!)

이검한은 숨이 턱 막혔다. 흑요설의 그 푸른 벽안을 접하는 순간 마치 심혼이 몽땅 빨려 들어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제발 살려다오!>

 

애절한 사념(思念)이 이검한의 뇌리를 직격했다.

(가엾다!)

머릿속을 울리는 간절한 애원에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흑요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 때문에 이검한은 마화신척을 흑요설의 가슴에 찔러 넣지 못했다.

사실 흑요설은 천여 년의 세월동안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고 또 마화적멸강막을 중화시키느라 극도로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만일 이검한이 마화신척으로 찌르기만 했으면 흑요설의 육신은 불 속에 던져진 마른 검불처럼 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검한은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스윽!

이검한이 연민의 감정 때문에 멈칫하는 사이에 흑요설의 섬섬옥수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이검한의 옆구리를 찍어왔다.

!”

퍼억!

이검한이 뒤늦게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한 줄기 강맹한 잠력이 그의 옆구리 연마혈(軟痲穴)을 후려친 후였다.

콰당탕!

이검한은 온몸이 뻣뻣하게 마비되는 것을 느끼며 벌렁 나자빠졌다.

크윽, , 이런 실수를 하다니...!”

바닥으로 나뒹군 이검한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후회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호 어..석은... !”

느릿하고 카랑카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흑요설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우두둑! 우둑!

천여 년 만에 부활한 탓에 흑요설은 온몸의 관절과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동작 하나하나가 지극히 느렸다.

마치 경극(京劇)의 배우가 느리게 움직이듯 흑요설은 천천히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일어나 앉았다.

(, 큰일이다. 내 실수로 저 무서운 마녀를 부활시켰으니...!)

흑요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이검한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몸을 마비시키는 연마혈이 짚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윽고 흑요설은 천천히 침상에서 내려섰다.

..! .., .... .... ..! 하늘... 아래에서... 사내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말겠다!”

흑요설은 감회와 함께 원한에 사무친 교소를 터뜨렸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탓에 그녀의 음성은 처음에는 탁하고 메마르게 들렸다.

..... .내 놈!”

흑요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이검한을 일별하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 ...! 공청석유(空靑石乳)... 몸을 적신... 후에 네놈을... 상대해 줄 테니...!”

살기 서린 눈으로 이검한을 훑어본 흑요설은 비틀거리며 침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자신을 훑어보는 흑요설의 시선이 마치 굶주린 짐승의 눈빛같이 느껴져서 이검한은 오싹 소름이 끼쳤다.

풍덩!

그 사이에 밀실 밖으로 나간 흑요설은 현음동천 가운데 자리한 예의 그 기이한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공청석유!

그 샘물이야말로 단 한 모금으로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희세의 영약 공청석유였다. 유사지존의 시체가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공청석유의 힘 때문이었다.

호호... 뼈속까지... 생기가... 차오르는구나!”

공청석유에 몸을 담근 흑요설은 바르르 떨며 희열에 찬 교성을 토했다.

츠츠츠!

메마르고 건조하던 그녀의 피부는 공청석유를 빨아들여 삽시에 뽀얀 윤기를 띠었다.

호호! 꼴좋구나 유사신령!”

흑요설은 공청석유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죽어있는 유사신령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교소를 터뜨렸다.

본 왕후를 죽이려 한 대가로 네놈의 피붙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주겠다!”

두 눈을 독사처럼 번득이며 토해내는 그녀의 음성은 어느덧 매끄럽고 윤택하게 변해 있었다. 비록 지독한 살기가 서려있긴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는 음성이다

촤아아!

잠시 후 흑요설은 공청석유가 찰랑거리는 연못에서 나신을 일으켰다.

아름다웠다!

공청석유의 힘을 빌어서 생기를 완전히 회복한 흑요설의 몸매는 치명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세상 그 어떤 명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각인들 흑요설의 육체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흑요설은 그 옛날 십삼 왕국의 국왕들과 서역사천왕을 뇌쇄시켰던 그 절대완미의 몸매를 회복한 것이다.

그녀의 육체는 그 자세로 가공할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넋이 나가게 만드는 흑요설의 아름다운 용모와 육체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사내가 누가 있겠는가?

오래 기다렸지 귀여운 것!”

흑요설은 풍만하고 탱탱한 둔부를 한들거리며 밀실로 돌아왔다.

가슴에 매달린 한 쌍의 묵직한 살덩이는 물 풍선처럼 출렁거린다.

육감적인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매끈한 민둥산에는 목탁의 금처럼 부드럽게 갈라진 살틈이 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 살짝 입을 벌린다.

사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혼백이 달아날 뇌쇄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검한에게는 흑요설의 그 도발적인 자태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 왕후님! 혈도를 풀어 주세요! 저는 왕후님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사이잖아요.”

이검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흑요설을 향해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했다.

! 그럴 수는 없다. 네놈도 내 손에 죽어야만 한다!”

하지만 흑요설은 코웃음을 날리며 독기서린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억울한 듯 소리쳤다.

... 왜 제가 죽여야만 합니까?”

그 이유를 가르쳐 주마!”

흑요설은 이를 바득 갈며 이검한의 머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미끈한 두 다리를 벌리며 섰다.

(!)

순간 이검한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다. 흑요설의 두 다리가 얼굴 바로 위쪽에서 벌어지면서 은밀한 비소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백옥같이 흰 계곡과 그 주위에는 한 올의 체모도 나있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여체의 비밀이 가려지는 것 없이 적나라하게 들어나 보였다.

(... 저게 여자의 그곳...!)

난생 처음 여자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본 이검한은 정신이 몽롱해졌다.

매끈한 민둥산 아래로 부드럽게 갈라진 균열은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이다. 그 야릇하고도 오묘한 여체의 구조는 아직 동정의 몸인 이검한으로 하여금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이검한의 아랫도리 일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터질 듯이 팽창되었다. 건강한 사내아이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었다.

호호! 네놈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흑요설은 이검한의 하의 속에서 불끈거리고 있는 것을 곁눈질하며 싸늘하게 웃었다.

네놈도 나의 이 더러운 곳을 보고 욕정을 일으켰으니 죽어 마땅하다!”

그녀는 이를 바득 갈며 자신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다. 남편과 시동생과 양아들, 그리고 열 세 명의 왕들에게 숱하게 더럽혀졌던 그곳을...

흑요설에게 있어서 숱한 사내들을 미치게 했고 또 그자들의 추악한 욕정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 부분은 신성한 생식(生殖)의 도구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사내들이 자신을 유린하도록 만든 재앙의 근원에 불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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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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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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