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五 章

 

     神劍堡의 劍神

 

 

 

정주에서 백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오리평(五里平),

두 개의 언덕 사이에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평야.

하지만,

이곳에는 적지 않은 한채의 보루(堡壘)가 서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어선 전각들……

곳곳에서 새로 건설되고 있는 건물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신검보(神劍堡),

이곳은 바로 당금 무림의 칠대세력 중의 하나인 신검보인 것이다.

한데,

이 신검보의 중앙에는 오행의 방위를 따라 건설된 다섯 개의 구층탑이 있다.

그리고,

각각 구층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탑 가운데에는 십이층으로 된 거대한 탑이 있다.

이름하여 검신탑(劍神塔),

바로 신검보의 보주인 검신 전득무(全得武)의 거처다.

검신탑 십 층에 있는 대전(大殿)에는 휘황찬란한 태사의를 중심으로 십여명의 인물들이 늘어서 있다.

태사의에 앉아 있는 오십 줄의 초로인,

일견하기에도 거악같은 위엄이 풍겨난다.

넓게 확 트인 이마,

너무 짙어서 한꺼번에 이어져 버린 일자눈썹,

네모난 각진 턱,

강철보다 강인해 보이는 철완(鐵腕),

짧게 턱을 감싸고 있는 검은 수염은 그의 위엄을 더해주고 있다.

한데,

이 검신 전득무의 바위처럼 굴강한 입이 열리고 있다.

오십줄에 들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윤기있는 목소리……

그가 말하고 있다.

[제갈공지(諸葛共智), 한낱 독봉이란 어린 계집얘에게 외총관이 당했다는 그 말을 본좌가 믿어야 하느냐?]

순간,

그의 우측에 서있던 부드러운 인상의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중년인이 깊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주군! 외총관 모령산을 살해한 인물은 독봉 임단심이 아니라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거한이라고 했습니다.]

[음……그게 그거지. 내 말은 외총관의 무공이 쓸만 했는데 어떻게 이름도 없는 자에게 단숨에 죽였느냐 하는 것이지.]

검신 전득무는 말을 바꾸었다.

검신보의 군사(軍師)인 제갈공지는 이마의 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주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 믿어셔야 합니다. 모령산의 부하들이 직접 보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당연히 믿어야지. 본좌는 부하가 직접 본 것도 믿지 않는 그런 좁은 그릇이 아니니까?]

전득무의 말은 점점 꼬이고 있었다.

그만큼 제갈공지는 쩔쩔 매면서 허리를 굽힌다.

전득무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제갈공지에게 물었다.

[한데, 외총관이 무엇때문에 독봉 계집애와 마주쳤지?]

제갈공지의 등줄기는 아예 땀으로 젖어버렸다.

[주……주군께서 그 계집을 처치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본좌가 시킨 일을 본좌가 모를리 있나? 한데……]

전득무의 말이 계속이어지자 제갈공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뭣 때문에 내가 그 계집애를 죽이라고 했지?]

전득무의 좌우에 도열하고 있는 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공지는 또 쩔쩔 매면서 대답하고……

[그 계집애가…… 감히…… 소주(少主)께 독……을 썼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갈공지! 그 좀 더듬지 않고 말할 수 없나. 영 듣기가 거북하구만.]

[네……네, 그러……겠습니다.]

여전히 제갈공지는 말을 더듬었다.

강호거파인 신검보의 군사쯤 되는 자라면 말을 더듬을 리 없건만……

문득,

전득무는 좌우에 도열하고 있는 수하들을 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여기서 뭘하고 있나? 그자를 잡아 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그의 눈길을 받은 자들은 일자로 굳어졌다가 동시에 합창했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그들은 잘 훈련된 병사들 처럼 일시에 허리를 굽히고 대전밖으로 미끌어져나갔다.

[쯧쯔……저렇게 뒤퉁스러워서야 원, 무인(武人)은 그저 동작이 빨라야 하는 건데……]

완전히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버린 제갈공지를 보며 전득무가 말했다.

[자네도 나가보게, 여기 무슨 할일이 있다고 웅크리고 있는가?]

[네? 네……]

제갈공지는 그야말로 사면이라도 받은 듯이 꽁무니가 빠지게 대전을 나가버렸다.

순간,

[아니……생각해 보니 할 일이 있어.]

갑자기 들려온 전득무의 말에 제갈공지는 벼락을 맞은 듯이 멈춰서 버렸다.

전득무는 태사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느릿하게 걸어서 태사의 뒤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들을 따라가. 하지만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구경만 해. 그리고 내일 이때 보고하도록……]

전득무의 음성도, 모습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제갈공지는 완전히 탈진한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무서운 분……진정 하늘같은……)

전득무,

일견 허술한듯 말하지만,

그 말들은 지나고 되새겨 보면 되새겨 볼 수록 심오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다.

방금 전만 해도,

자신이 했던 말을 상대편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것 하나 만으로도 책임을 소재를 완벽하게 했다.

그의 앞에서는 어떤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리숙하게 내뱉는 그 말들은 상대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그 속에 깊이 감추어진 것을 파내는 가공할 무기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득무의 부하들은 오직 진실 하나로만 그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속인다는 것은 꿈도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 상태인데 역심(易心) 같은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앞에 선 부하들은 전득무에대한 진실한 충성심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그는 신검보의 일만오천 수하들을 한손아귀에 넣고 뒤흔드는 신(神)인 것이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와룡강입니다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