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6. 07:34 박스본 무협지의 추억/태산북두(太山北斗)
[태산북두] 제 5장 검신보의 검신1
第 五 章
神劍堡의 劍神
정주에서 백여리 떨어진 곳에 있는 오리평(五里平),
두 개의 언덕 사이에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평야.
하지만,
이곳에는 적지 않은 한채의 보루(堡壘)가 서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어선 전각들……
곳곳에서 새로 건설되고 있는 건물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신검보(神劍堡),
이곳은 바로 당금 무림의 칠대세력 중의 하나인 신검보인 것이다.
한데,
이 신검보의 중앙에는 오행의 방위를 따라 건설된 다섯 개의 구층탑이 있다.
그리고,
각각 구층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탑 가운데에는 십이층으로 된 거대한 탑이 있다.
이름하여 검신탑(劍神塔),
바로 신검보의 보주인 검신 전득무(全得武)의 거처다.
검신탑 십 층에 있는 대전(大殿)에는 휘황찬란한 태사의를 중심으로 십여명의 인물들이 늘어서 있다.
태사의에 앉아 있는 오십 줄의 초로인,
일견하기에도 거악같은 위엄이 풍겨난다.
넓게 확 트인 이마,
너무 짙어서 한꺼번에 이어져 버린 일자눈썹,
네모난 각진 턱,
강철보다 강인해 보이는 철완(鐵腕),
짧게 턱을 감싸고 있는 검은 수염은 그의 위엄을 더해주고 있다.
한데,
이 검신 전득무의 바위처럼 굴강한 입이 열리고 있다.
오십줄에 들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윤기있는 목소리……
그가 말하고 있다.
[제갈공지(諸葛共智), 한낱 독봉이란 어린 계집얘에게 외총관이 당했다는 그 말을 본좌가 믿어야 하느냐?]
순간,
그의 우측에 서있던 부드러운 인상의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중년인이 깊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주군! 외총관 모령산을 살해한 인물은 독봉 임단심이 아니라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거한이라고 했습니다.]
[음……그게 그거지. 내 말은 외총관의 무공이 쓸만 했는데 어떻게 이름도 없는 자에게 단숨에 죽였느냐 하는 것이지.]
검신 전득무는 말을 바꾸었다.
검신보의 군사(軍師)인 제갈공지는 이마의 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주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 믿어셔야 합니다. 모령산의 부하들이 직접 보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당연히 믿어야지. 본좌는 부하가 직접 본 것도 믿지 않는 그런 좁은 그릇이 아니니까?]
전득무의 말은 점점 꼬이고 있었다.
그만큼 제갈공지는 쩔쩔 매면서 허리를 굽힌다.
전득무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제갈공지에게 물었다.
[한데, 외총관이 무엇때문에 독봉 계집애와 마주쳤지?]
제갈공지의 등줄기는 아예 땀으로 젖어버렸다.
[주……주군께서 그 계집을 처치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래, 그랬지, 본좌가 시킨 일을 본좌가 모를리 있나? 한데……]
전득무의 말이 계속이어지자 제갈공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뭣 때문에 내가 그 계집애를 죽이라고 했지?]
전득무의 좌우에 도열하고 있는 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공지는 또 쩔쩔 매면서 대답하고……
[그 계집애가…… 감히…… 소주(少主)께 독……을 썼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갈공지! 그 좀 더듬지 않고 말할 수 없나. 영 듣기가 거북하구만.]
[네……네, 그러……겠습니다.]
여전히 제갈공지는 말을 더듬었다.
강호거파인 신검보의 군사쯤 되는 자라면 말을 더듬을 리 없건만……
문득,
전득무는 좌우에 도열하고 있는 수하들을 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여기서 뭘하고 있나? 그자를 잡아 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그의 눈길을 받은 자들은 일자로 굳어졌다가 동시에 합창했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그들은 잘 훈련된 병사들 처럼 일시에 허리를 굽히고 대전밖으로 미끌어져나갔다.
[쯧쯔……저렇게 뒤퉁스러워서야 원, 무인(武人)은 그저 동작이 빨라야 하는 건데……]
완전히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엎드려 버린 제갈공지를 보며 전득무가 말했다.
[자네도 나가보게, 여기 무슨 할일이 있다고 웅크리고 있는가?]
[네? 네……]
제갈공지는 그야말로 사면이라도 받은 듯이 꽁무니가 빠지게 대전을 나가버렸다.
순간,
[아니……생각해 보니 할 일이 있어.]
갑자기 들려온 전득무의 말에 제갈공지는 벼락을 맞은 듯이 멈춰서 버렸다.
전득무는 태사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느릿하게 걸어서 태사의 뒤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들을 따라가. 하지만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구경만 해. 그리고 내일 이때 보고하도록……]
전득무의 음성도, 모습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제갈공지는 완전히 탈진한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무서운 분……진정 하늘같은……)
전득무,
일견 허술한듯 말하지만,
그 말들은 지나고 되새겨 보면 되새겨 볼 수록 심오하기 그지 없는 것들이다.
방금 전만 해도,
자신이 했던 말을 상대편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것 하나 만으로도 책임을 소재를 완벽하게 했다.
그의 앞에서는 어떤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리숙하게 내뱉는 그 말들은 상대의 심장으로 파고들어 그 속에 깊이 감추어진 것을 파내는 가공할 무기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득무의 부하들은 오직 진실 하나로만 그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속인다는 것은 꿈도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 상태인데 역심(易心) 같은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앞에 선 부하들은 전득무에대한 진실한 충성심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그는 신검보의 일만오천 수하들을 한손아귀에 넣고 뒤흔드는 신(神)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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