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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毒鳳 任丹心 2

 

 

 

임단심은 황군성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객점에 다다를 때 까지 시종 그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그들이 객점의 문앞에 다가가자 흑의에 검을찬 십여명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임단심은 일이 쉽지 않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들은 복장으로 보아 모두 신검보의 고수들인 듯 했다.

임단심을 발견하자 마자 살기(殺氣)를 드러내며 그들은 검을 뽑았다.

챙!

챙!

[독봉 임단심!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한기가 풀풀날리는 음성으로 제일 앞쪽에 선 강팍한 인상의 중년인이 말했다.

염소수염을 한 그자는 전신에 살이라고는 한점도 없어 마치 해골같은 느낌을 주었다.

임단심은 차갑게 내뱉었다.

[신검보의 외총관(外總管)인 수라검(修羅劍) 모령산(毛岺山)이로군.]

[흥! 눈이 멀지는 않았구나. 하나, 여우같은 네년도 오늘은 여기 뼈를 묻고 말것이다.]

모령산은 콧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군. 어째서 신검보의 졸개들이 본녀를 이처럼 귀찮게 구는지……]

임단심의 말에 모령산의 얼굴은 분노로 범벅이 되었다.

 

그가 속해있는 신검보,

당금 강호의 최강세력인 일궁일성이보삼장(一宮一城二堡三莊) 중 당당히 이보에 속하는 세력이다.

그곳의 외총관이라고 하면 강호에서는 군소문파의 장문인과 버금가는 대접을 받고 있다.

한데도,

임단심이 그녀를 마치 남의 집을 지키는 강아지보듯 한 것이니 그가 미칠 듯이 분노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한데,

일궁일성이보삼장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일궁 현현궁(玄玄宮),

이것이 어디에 있는 지는 모른다.

하지만,

무림에 있는 칠십여개의 방파가 현현궁에 복종하고 있다.

그곳에서 나온 사자(使者)들은 때때로 복종하지 않는 방파들을 징벌하기도 하는데,

그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단 두명의 사자만으로도 이백여명의 고수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고,

그곳에 단 하나의 생명도 남겨놓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현현궁에 복종하는 문파들은 현현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그 지역에서 강대문파로 성장해버린다.

심지어 스스로 현현궁에 복종하기를 원하는 문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천하각지에 칠십여개의 방파를 두고 있는 현현궁이야 말로 당금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성(一城) 취옥성(翠玉城),

황산(黃山)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 성은 세가지의 병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일천명의 고수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름하여 삼절일천군단(三絶一千軍團)이라 한다.

이 삼절일천군단과 직접 맞부딪힐 수 있는 세력은 강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취옥성이 당당히 천하의 칠대강파 중의 하나로 들게 된 것은 바로 이들의 활약때문이었다.

사십여년 전,

이들은 등장하자마자 흑도의 십이개 연합세력이었던 혈인방(血人幇)을 단숨에 궤멸시켜버렸었다.

당시만 해도 혈인방이 무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거대세력이었던 만큼,

그 여파는 대단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혈인방 팔천 고수들을 몰살시키면서도, 삼절일천군단은 단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었다는 사실이 모든 강호인들을 경악시켰었다.

이때문에 천하의 무림인들은 취옥성이야 말로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단체로 인정하는 데 인색함이 없는 것이다.

 

이보(二堡),

이보는 기이하게도 검과 도를 숭상하는 문파를 말한다.

신검보(神劒堡)와 신도보(神刀堡),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오래전 부터 간간히 이름이 전해지던 군소방파중의 하나였다.

한데,

어느날 갑자기 그들은 문호를 활짝열고 많은 제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그동안 보주들에게만 전해지던 검법과 도법을 문하제자 모두에게 익히게 했다.

하지만,

이들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그 주인들 때문이었다.

신검보와 신도보는 이상할 정도의 적대감을 갖고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두 세력의 우두머리인 보주들은 해마다 한번씩 장소를 정해놓고 결투를 벌였다.

그런데,

공개된 그 결투장에서 두사람이 보여준 대결은 세인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해 버린 것이었다.

해마다 무승부로 끝나는 대결이기는 하지만 결투장이 정해지면 무수한 무림인들이 그들 두 절세고수의 결투를 구경하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들의 검술과 도법은 정말 검신과 도신이라고 이름할 만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검술, 도법을 본 자가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당연히 당금 무림의 최고 검신이 있는 신검보와 최고의 도신이 있는 신도보가 당당히 칠대세력에 들게된 것이다.

그리고 무수한 검과 도의 추종자들이 그들의 휘하에 몰려들고 있는 중이었다.

 

삼장(三莊),

바로 화운장(花雲莊), 귀왕장(鬼王莊), 천음장(天音莊), 이 세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기이하게도 이들 삼장에 대해서 밖으로 특별히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삼장은 모두 세인의 접근을 절대로 금하는 금지(禁地)인 것이다.

이곳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엇이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한 사람의 고수가 가면 고수가 사라져 버리고,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 일개 방파가 가면 그 방파가 사라져 버린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않고 그곳에 가기만 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무림의 많은 열혈남아들이 그 비밀을 풀기위해 삼장으로 달려갔으나,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삼장은 각 장(莊)의 이름으로된 첩지(帖紙)를 무림의 어떤 고수들에게 뛰우는데, 그것은 말그대로 최명부(催命符)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첩지를 받은 자는 어느 곳에 숨더라도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로 인해 세인들은 삼장을 공포로 당금세력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일곱세력 중,

우두머리가 밝혀져 있는 것은 바로 이보(二堡) 뿐이었다.

그들은 결투중에 드러낸 무공으로 말미암아 은연중에 천하제일의 고수로 추앙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모령산은 바로 그러한 세력 중의 하나인 신검보의 외총관인 것이다.

자연 무공에 있어서 남다른 바가 있다.

원래 자신의 검술이었던 수라검에다가 신검보에서 배운 새로 익힌 검술을 혼합하여 그만의 독특한 검술을 만들어냈다.

무수한 검호(劍豪)들이 득실거리는 신검보에서 당당히 외총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때문이었다.

이순간,

분기탱천한 그는 자신의 체면을 돌보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

[이 가랑이를 찢어죽일 년! 네년을 사로잡아 강간한 후에 죽이겠다.]

원래 흑도 출신인지라 입이 험악하기 이를 데 없는 모령산이다.

비록 신검보에 들어갔지만 개꼬리 삼년 묵는다고 족제비꼬리가 될리 없다.

임단심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매섭게 치켜올라갔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아무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

[개수작 마라!]

번󰠏󰠏󰠏󰠏󰠏󰠏쩍!

모령산이 수라검을 펼쳐서 십여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쉬쉭!

그의 수라검은 임단심의 팔대요혈을 한꺼번에 노리고 있었다.

임단심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예의 기이한 보법을 펼쳐 모령산의 뒤로 돌아갔다.

모령산이 콧웃음쳤다.

[겨우 칠현천기보(七玄天機步) 따위를 믿고 날뛰다니……]

그는 몸도 돌리지 않은채 뒤를 향해 검을 펼쳤다.

기이하게도 모령산의 검은 여전히 임단심의 팔대요혈을 노린 채 뻗어나가고 있었다.

마치 앞을 향해 검법을 펼쳤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 작자가 과연 대단하구나!)

임단심은 식은 땀을 흘리며 재빨리 칠현천기보를 밟아 물러섰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그녀의 옷자락이 길게 찢어지고 말았다.

찌익󰠏󰠏󰠏󰠏󰠏!

어깨에서 앞가슴까지 베어져 순간적으로 그녀의 속살이 드러났다.

(헉!)

그녀는 내심 다급성을 발했으나 손으로 가릴 새도 없었다.

여전히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등으로 그를 쫓아오며 모령산이 수라검으로 찔러오기 때문이다.

그녀의 빠른 보법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속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심한 수치감과 함께 그녀는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검보의 외총관의 솜씨는 그녀의 상상을 절(切)한 것이었다.

찰라의 순간에 다시 모령산의 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스치며 피가 배여나오게 했다.

고통보다 앞서서 임단심은 식은땀으로 속옷이 축축히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이자는 내공이 깊어서 독도 금방 통하지 않는구나. 오늘은 득보다 실이 많은 날인 모양이다……)

그녀는 사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흔적없는 독을 펼쳐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술이 있다.

지금 모령산의 몸을 한바퀴 돌면서 까지 독공을 펼쳤음에도 모령산은 끄덕도 하지않고 그를 공격해오고 있다.

임단심은 다시 순식간에 세군데의 검상을 입었다.

붉은 옷에 흘린 피는 그다지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창백해진 안색은 붉은 옷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황군성을 데리고 그들의 손을 빠져나갈 자신은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독을 뿌리면서 모령산이 쓰러지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하고 있었다.

한데,

그녀의 애절한 모습을 지켜보는 황군성의 눈빛이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그때,

신검보의 늘어서 있는 고수들 중에서 몇 명이 아무 비명도 없이 뒤로 쓰러져 버렸다.

그자들을 필두로 해서 신검보의 고수들은 앞다투어 뒤로 넘어가버렸다.

멀쩡히 서있는 자들은 불과 두명 뿐이었다.

[간악한 년! 죽여버리겠다! 우아……]

모령산은 부하들의 죽음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이십칠검을 펼쳤다.

하얀 백색 검기가 임단심의 몸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몰려갔다.

한데,

임단심은 모령산의 검은 본 척도 않고 고개를 돌려 황군성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실력으로서는 모령산의 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황군성의 모습이나마 마음에 담아두고자 한 것이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황군성을 향해 처연하게 웃어보였다.

바로 그순간,

그녀는 황군성의 눈에서 엄청난 신광이 폭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캉!

[으악!]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모른 채,

모령산은 산산조각나 자신의 몸에 박히는 수라검을 느끼면서 눈을 부릅뜨고 쓰러졌다.

쿵!

임단심은 눈앞의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앞을 막아서 있는 칠척거구의 사나이,

그는 바로 자신의 정인(情人)이 아닌가?

객점앞으로는 구경꾼들이 몰려나와 있었는데,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황군성이 수법을 펼치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모령산이 전신에 검의 파편을 박고 죽어갈 때,

임단심 앞에 우뚝 나타난 그를 보았을 뿐이다.

남아있던 두 명의 신검보 고수는 그의 가공할 신위에 비척비척 물러섰다.

덩치가 크고 잘생기기만 할뿐 흐릿한 눈동자의 바보같던 사나이가 완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탑탁천왕이 따로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칠척의 거구에서 뿜어지는 위압감만으로도 그들의 숨을 멈춰놓을 것만 같았다.

임단심의 그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그녀의 볼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서 자신을 구해준 인물이 세 달 전에 자신이 노룡하(怒龍河)에서 건져올렸던 정인이라니……

황군성은 자신의 앞에서 핏물을 쏟으며 죽어있는 모령산을 보자,

자신의 마음을 덮고 있던 무엇인가가 스스히 걷히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칼끝에 인생을 건다……바로 이런 것이었나……]

임단심은 그의 등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당신……당신은 말도 할 줄 아는군요.]

남이 들으면 어처구니 없는 것 같겠지만,

임단심에게는 어쩌면 자신이 살았다는 것보다 황군성이 말을 했다는 것이 더 큰 의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황군성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듯,

여전히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서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다니……나는 살인마란 말인가?]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나는 문성무존의 후계자가 아닌가? 한데……한데……이 자를 죽일 때 나는 내 인생에서 최고로 통쾌함을 느꼈다. 왜그럴까? 왜?]

주변에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던 자들은 슬금슬금 피하고 있었다.

두 명의 신검보 고수는 어느 틈에 사라져 버리고 흔적도 없다.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임단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자가 죽어 마땅한 자였기 때문이예요. 죽어 마땅한 자를 죽였기에 통쾌했던 거구요.]

황군성의 큰 몸이 흠칫 떨렸다.

[그럼 왜? 이자가 죽어마땅한 자일까?]

그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말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임단심에게 하는 말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임단심은 여전히 그의 허리를 껴안은 채 다시 대답했다.

[나는 당신의 여자잖아요. 그런 저를 모욕하고 죽이려한 자니까 당연히 죽어마땅하죠.]

[그런가……? 겨우 그정도의 이치에 불과한 것이었나……?]

황군성은 몸을 돌려 그녀를 안았다.

[인생이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야만 하는 겨우 그런 것이었나?]

이말은 임단심 자신이 말한 것과는 엉뚱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황군성의 몸에서 뭔가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는 것을 느끼고 큰 희열을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포옹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한쪽에 쓰러져 있는 십여명의 흑의인들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한데,

그순간,

여덟 명의 인물이 그들의 주위로 날아내리며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살인자는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황군성은 아무 반응이 없었으나 임단심은 내심 아차싶었다.

버젓이 대로변에서 살인을 하고도 그대로 있다니 평소같으면 그녀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과연,

그들을 포위한 인물들은 정주(鄭州) 관아(官衙)에 소속된 포리(捕吏)들 이었다.

한손에는 검을 뽑아들고 다른 손에는 포승(捕繩)을 쥐고 있었다.

임단심은 황군성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빨리 달아나야 해요. 관군에게 쫓기면 강호에서 활동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녀는 재빨리 황군성의 손을 잡고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녀는 맥없이 그자리에 뚝 떨어지고 말았다.

황군성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신……왜……?]

하지만,

황군성은 그녀가 아닌 포리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위맹한 중년인을 향해서 말했다.

[당신이 책임자요?]

그의 몸에서는 태산같은 위엄과 기품이 넘쳐흘렀다.

포리들의 우두머리는 구조룡(九鳥龍) 남호풍(藍虎風)이란 사나이다.

그는 황군성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보고 함부로 대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한 걸음 나가서며 대답하려는데,

불쑥 그의 옆에서 한사람이 호통을 쳤다.

[이 살인자! 어서 오라를 받지않고 무슨 잡소리냐?]

구조룡 남호풍이 말릴 사이도 없었다.

그는 내심 아차 싶었으나 내뱉은 말을 돌이킬 수 있는 재주는 없었다.

황급히 황군성의 얼굴을 살피니,

그의 얼굴에 은은한 분노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리친 자도 서릿발 같은 그의 눈빛을 대하자 밀납처럼 얼굴이 창백해지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리치는 것이었다.

[네 이놈! 강호의 무뢰배가 감히 눈빛으로 관인을 위협하겠다는 것이냐? 황제폐하의 팔십만 어림군이 두렵지도 않단 말이냐?]

이 자는 평소 만용을 잘 부리고 허풍을 잘 뜨는 소화룡(蘇火龍)이란 자로 무공은 별볼일 없는 자였다.

다수의 힘을 믿고 소수를 핍박하고, 강자를 등에 업고 약자를 호령하며, 가난한 자를 협박하여 씨나락 뺏어가는 그런 소인배의 표본이라면 바로 소화룡이자를 일컫는 다고 할 수 있다.

황군성은 더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구조룡 남호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순무(巡武)에게 나를 인도하시오. 그에게로 직접가서 해명하도록 하겠소.]

한데,

소화룡 이자는 황군성이 더이상 자기에게 따지려하지 않는 것을 보고 틀림없이 그가 황제의 팔십만 어림군에 겁을 집어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호통을 쳤다.

[너 따위 잡종이 어떻게 감히 지고하신 순무나으리를 뵙는단 말이냐?]

남호풍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소리를 질렀다.

[소화룡! 한마디만 더하면 네 주둥이를 찢어놓고 말겠다.]

소화룡은 남호풍의 살기등등한 눈초리를 대하자 강아지처럼 슬그머니 꼬리를 말았다.

한편,

황군성 옆에 붙어있는 임단심은 조바심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가 입은 세 군데의 검상은 외상에 불과한 정도이니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앞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옷이 베어졌기에,

그녀는 한쪽손으로 옷자락을 쥐고 가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순무를 감히 만날 만한 입장이 못되었다.

그녀가 죽인 인물들의 숫자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 중에서는 물론 반드시 죽어야할 악인도 있었지만,

그녀의 기분을 거스른 때문에 죽은 자들도 다수있었던 것이다.

관부에도 고수들이 적지 않음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만약,

끈질긴 사냥개같은 관부의 고수들에게 쫓긴다면 그야말로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군성은 순무를 만나려고만 하고 있었다.

초조한 눈으로 그녀가 황군성을 바라보자,

그는 장삼을 벗어서 그녀에게 주었다.

커다란 장삼은 그녀를 완전히 묻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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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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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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