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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八 章

 

       意見一致 父子無敵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고 얼마전에만 해도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피를 구하는 마물이 되어 오직 살인과 파괴를 찾아 날뛰는 것들……

소선풍은 뇌옥 앞에서 백여 명이 넘는 마물들과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었다.

조예진과 이주용은 그의 뒤 멀찍이 떨어져 발만 동동구를 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폭풍같은 강기가 몰아치고 벼락같은 어린도의 도강이 사방을 헤집는다.

도강의 틈을 비집고 마물들이 날아다니고……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히는 대 혈투,

마물들의 무공은 놀라울 정도였고, 각기 고유의 무공을 펼쳐내며 소선풍을 공격했다.

이 놀라운 격전장으로 백인장의 고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신과 같은 신위를 발휘하는 소선풍……

이미 쪼개져 널부러져 있는 것은 이십 여 명,

그리고 팔십 여 마물들을 절벽 쪽에 몰아놓은 채 하나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메뚜기처럼 날뛰며 검과 장, 권과 도를 비롯한 무기들로 일제히 소선풍을 공격하자 그 위력 또한 소선풍의 도법에 전혀 못하지 않았다.

소선풍의 도가 그 공격들을 막으며 잇달아 공격하고……

소선풍은 밀리고 있었다.

불과 삼 각에 불과한 시간동안 벌어진 혈투였지만 공력의 소모가 극심한 도법을 펼치고 있는 그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병상에 있는 동안 깨달아서 마도구식을 바탕으로 새로이 만든 신도이식(神刀二式)이 아니었다면 벌써 마물들은 그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제일초 존천(尊天)이 펼쳐지면 하늘을 향해 들리워진 어린도에서 우박같은 도강의 편린(片鱗)들이 쏟아졌고,

제이초 감지(感地)가 펼쳐지면 땅에서 빛이 솟아오르는 듯 했다.

그가 하나라도 놓친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 지 예상할 수 없었다.

사력을 다해 존천감지를 펼쳐 다시 수 개의 마물을 토막 냈으나 두 마물이 기어코 그의 도막(刀幕)을 벗어나 뛰쳐나왔다.

[이야앗-----!]

이주용의 검이 허공을 꿰뚫었고 한 마물의 걸레같은 몸도 꿰뚫었지만 그 마물은 그대로 덥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검으로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으면서 이주용을 쪼개왔다.

[위험해!]

[피해요!]

두 마디의 절박한 외침이 들리는 순간,

이주용은 땅을 구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했지만 전신이 떨려왔다.

그를 공격했던 마물과 뛰쳐나왔던 다른 마물은 두 조각이 나있었다.

소선풍이 그녀의 곁에 당도하여 힘겹게 마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가 물러난 만큼 마물들은 밀려왔고 장소가 넓어진 만큰 그들의 공격은 더욱 격렬해 졌다.

세 사람은 점차 물러났다.

소선풍의 도법은 눈에 띄게 약해져서 이제는 더 이상 마물들을 살상하지 못했다.

단지 자신들을 보호하고 마물들을 겨우 가둘 수 있을 뿐이었다.

둥둥둥-------!

어디선지 낮은 북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마물들은 그를 향한 공격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도막을 향해 지닌 바 무공을 다 펼쳐냈다.

예상치 못한 돌연한 행위였다.

팔십여 마물들의 합쳐진 힘에 의하여 도막은 찢어지고 그들은 사방으로 비산했다.

소선풍은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

순식간에 마물들이 오히려 그와 두 아내를 포위하고 나머지는 폐허가 된 환상림으로 날아갔다.

[여보! 이제 죽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소. 둘 다 어서 내 다리를 하나씩 잡고 일어서요.]

소선풍의 절규하는 듯한 외침이었다.

이주용과 조예진은 그의 다리를 잡고 일어서서 그들의 어깨위에 소선풍을 받쳐 놓은 듯 했다.

사람 말(馬)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소선풍의 도에 의해서 보호를 받으며 손으로는 자신들의 무공을 펼칠 수 있었다.

둥둥둥둥------!

어디선가 북소리는 들려오고 마물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여보! 마물들이 환상림에서 누군가에게 가로막혔어요. 무공이 굉장해요.]

이주용이 환상림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소리쳤다.

그때,

[으합------!]

[이얏------!]

환상림에서는 두 마리의 묵룡이 허공으로 오르고 있었고 회몰아치는 두 가닥의 기류에 마물들이 휘말리고 있었다.

등천마룡과 두 개의 일초검공이었다.

주소아가 소리쳤다.

[고모부! 우리가 왔어요! 이리로 물러나도록 하셔요.]

소선풍과 조예진, 그리고 이주용은 맞붙어있는 서로의 몸에서 안도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살았다.

환상림을 가로막는 사람의 숫자는 속속들이 늘어났다.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었다.

[갑시다. 이대로 앞으로 달려요.]

두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력을 다해 소선풍을 어깨에 태운 채 환상림으로 달려갔다.

앞에도 뒤에도 위에도 옆에도 마물들은 있었다.

벌떼처럼 그들을 가로막고 공격을 펼치고 소선풍과 두 여인은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을 짜내고 있었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는 마물들의 벽을 뚫고 손을 맞잡은 채 소선풍을 향해서 달려갔다.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일초검공에 마물들은 휩쓸려 들어가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소선풍의 도법보다는 마물들을 상대하는 데 훨씬 더 위력을 발휘하는 일초검공이었다.

이때 주소아는 난생처음 전력을 다해 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에서 형성되는 기류는 마물들을 감싸자마자 분시해 버렸고,

소일초의 마황검에서 형성된 기류는 벌써 이십 명이 넘는 마물들을 휘말아 올리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소리치며 마물의 공격에 쓰러질 듯 위태로운 소선풍과 그의 크고 작은 두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잇달아 주소아가 당도하고 그들의 검은 완벽한 합주를 이루며 사방의 마물들을 쓸어버렸다.

일초무적의 신위가 여실히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소선풍은 도를 놓았다.

그리고 소일초와 주소아가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두 부인과 함께 들어가 탈진한 상태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이걸 잡수시게 하셔요.]

소일초는 검공을 펼치면서도 다른 손으로 품에서 옥병을 꺼내 이주용에게 주었다.

환상림 바깥 쪽에서는 일곱 명의 원로도객이 맹위를 떨치고 한천이기의 묵룡이 마물들을 쳐부수고 있었다.

등천묵룡은 한천이기가 천하제일의 무공이라고 생각했던 강기의 무공,

과연 상대를 바로 만나자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둥둥둥둥-------!

어디선가 북소리는 다급하게 들려오는데,

이미 마물들의 숫자는 사십이 되지 않았다.

그것들이 흉맹하다 하지만 소일초와 주소아가 펼치는 일초검공에는 상대할 수 없었다.

놓치지만 않으면 무엇이던 깨뜨려 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일초검공이다.

[태봉아! 네 아버지보다 훨씬 나은 무공이구나.]

이주용이 아들의 신위를 지켜보면서 큰소리로 칭찬했다.

그 아들을 자기가 낳은 것이다.

앙큼한 조예진이 기르기는 했어도…………

[아직 어떻게 아버지께 비교할 수 있겠어요.…………]

 

× × ×

 

흔적도 없어진 환상림에는 북소리마저 끊어졌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피, 또는 타인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물들은 모두 없애버렸지만 그 흉폭했던 모습에 모두들 치를 떨었다.

소선풍이 기력을 회복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두 봉공께서는 인원을 점검하시오.]

잠시 후 무심군자가 말했다.

[중상자가 삼십여 명, 그 중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자는 칠명, 경상자는 오십여 명입니다. 그리고 사망자는……]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큰소리로 외쳤다.

[없습니다!]

순간,

[와-----!]

하는 일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누군가 젊은 도객 한 사람이 외쳤다.

[백인무적 호정수신!]

그 소리에 맞춰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맞추어 외쳤다.

[백인무적 호정수신!]

[백인무적 호정수신!]

…………

[중상자들의 처리는 어떻게 되었소?]

소선풍은 백인장의 장주로서 전과(戰果)보다는 백인장 식구들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지라 그들을 염려하여 물었다.

무심군자는 하늘을 가리켰다.

[비성성들이 분주히 산아래로 데려가 무산신의(武神醫) 서공화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소선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삼수를 처치하는 것만 남았군!]

[아버지! 삼수 중의 위청천과 사진성은 참회한 후에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대성화만 남았습니다.]

소일초가 말했다.

[좋다. 모든 일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이루어지는 것. 어찌 되었던 자세한 말은 전승연에서 하기로 하고, 지금은 대성화를 찾아야겠다. 그는 내손으로 죽이겠다.]

소선풍이 호기롭게 말했다.

그 순간,

둥둥둥둥-------!

귀신을 부르는 듯한 북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왔다.

그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마교칠십이절기 가운데 하나인 오욕음(五慾音)처럼 사람의 마음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때,

[대성화!]

소선풍이 내공을 결집시켜 한 곳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펑-----!

소리와 함께 북소리가 뚝 끊쳤다.

[나와라! 거기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소일초를 비롯한 고수들은 그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

작은 바위가 구르면서 벌떡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바위는 점차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버렸다.

[대성화!]

[이사형!]

여러 개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는 대성화였다.

어깨에는 비스듬히 장검을 맸고 황의를 입었다.

손에는 찢어진 작은 북이 들려져 있으며, 우뚝 선 그의 몸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무형의 마기가 뻗어나오고 있었다.

마공을 사용하여 형성하는 것이 아닌 본연의 자세에서의 마기였다.

눈동자는 유리알처럼 반짝이는데 검은 동공은 보이지 않았다.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는 분을 바른 듯이 가루라도 묻어날 듯 하다.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바람도 없는데 물결처럼 춤을 춘다.

마왕의 형상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모든 것이 공포스러웠다.

소일초의 왼손에 있는 자침단검의 끝은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선풍, 용서하지 않겠다. 마인(魔人)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대신 마인들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진 너와 백인장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

입은 열리지도 않고 사방을 회오리치는 음성……

느릿하면서도 사람을 흘리는 것 같다.

육합전성의 수법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비교할 수 조차 없는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물들은 그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미 완벽한 악마가 되어버린 듯한 대성화에게는 천하도 뜻이 없다.

오직 천지파멸을 위해 피와 파괴만이 그의 전부였다.

그를 살려둔다면 무수한 마물들이 천하를 피로 씻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대성화! 불쌍하고 어리석은 인간! 너 하나를 죽이면 천하가 태평할 것 같구나! 모두 물러서라.]

소선풍은 어린도로 그를 가리켰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왼쪽 겨드랑이로 어린도를 감았다.

순간,

그의 몸이 튕기듯이 대성화를 향해서 날아갔다.

어린도는 똑바로 그를 노리고 있는데 소선풍의 몸은 어린도를 따라가며 나선형을 그리고 있었다.

[마도구식!]

원로도객 동평선생이 나직히 부르짖었다.

슈악-------!

대성화의 몸이 어린도에 의해 비스듬히 잘렸다.

너무나 간단한 결말이었다.

한데……

대성화의 잘려진 상체의 얼굴이 섬뜩한 미소를 짓는 순간,

그의 몸은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장환술!]

여러사람이 동시에 외치는 가운데 소일초가 뛰쳐나갔다.

그의 손에서 마황검이 뻗어나오며 소선풍의 등을 찔렀다.

순간,

[악!]

[앗!]

여러가지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동시에 소선풍의 어린도도 뒤로돌아 소일초를 찔렀다.

갑작스런 혈육상잔의 참극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질끈 깜았다.

[으헉! 어……어린 놈이……장환마공을……]

돌연한 괴성에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소선풍의 어린도는 황의를 입은 대성화의 코를 뚫고 뒷머리로 빠져나와 있었다.

그리고, 소일초의 마황검은 그의 등에 수박보다 더 큰 구멍을 뚫어버린 채였다.

내장이 와르르 쏟아지며 대성화는 무너졌다.

장환술을 극대화시킨 마공도 두 부자의 협공에 깨어지고 만 것이다.

소선풍과 소일초는 마주보고 큰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하하----!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란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그렇게 하여 모든 사람을 감수(減壽)하게 하다니……

 

× × ×

 

아직도 연기가 치솟고 있는 정천보에는 어느 틈에 왔는지 구파일방의 인물들이 헤집고 다니며 아직 죽지 않고 신음하고 있는 정천보의 주구들을 죽이거나 잡거나 하고 있었다.

백인장의 인물들이 비웃음을 보냈지만 어색하게 웃을 뿐 그들은 계속 하던 일을 했다.

아마,

내일쯤에는 구파일방이 위선의 무리인 정천보를 멸망시켜 천하의 정기를 바로 세웠다는 소문이 천지를 진동할 것이다.

백인장은 그들의 일을 조금 거들은 정도일 테고……

명성을 길이 보전하는 방법은 이렇듯 고명하다.

그들의 무공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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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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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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