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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六 章

 

           피 뿌리는 魚鱗刀

 

 

 

소선풍이 도를 들고 한걸음 다가서자 나무들마저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갑자기 강대한 바람이 일어나 그들의 옷자락을 찢을 듯이 몰아쳤다.

한 걸음을 다가서면 바람의 압력은 배로 강해지고 두 걸음 다가서면 네배로 강해졌다.

바람에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바람 속에서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호곡성이 들리고 모골이 송연하게 하는 비명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듯 했다.

바람속에서 조예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이곳이 환상림(幻像林)인 것 같아요. 빨리 빠져 나가야 해요.]

그러나 그녀의 외침은 바람소리 속에 묻히면서 다른 괴이한 소리로 변해 두 사람의 귀에 들렸다.

공포의 환상림에 들어선 것이다.

직접 경험하기는 이것이 처음이지만 조예진은 사부로부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진은 마음속의 자기가 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기에 강한 사람 약한 사람 모두 자기의 환상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자기 마음속의 환상과의 싸움인데 쉽게 결판이 날 수도 없다.

결국은 기력이 고갈되어 죽게 되는 것이다.

길은 오직 한 곳 밖에 없는데 그들은 아주 잘못 들어온 것이다.

조예진의 마음은 다급했다.

소선풍의 옷자락을 당기면서 물러나자는 의사를 표시했다.

순간,

[아악!]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잡고 있던 소선풍은 어디가고 괴상한 나무모양의 괴물이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것이 아닌가?

환상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소선풍의 눈에 자기가 괴물로 보인다면 환상림을 모르는 그가 자신을 단칼에 죽일 지도 몰랐다.

순간,

[우하압--------!]

모든 환상을 깨뜨리는 상상치 못할 거대한 기합이 들렸다.

콰르르릉-------!

콰아아아-------촤아악------!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사방을 진동시켰고 땅마저 부르르 떨리는 듯 했다.

조예진의 눈에 어린도를 비켜들고 있는 정기 늠름한 소선풍의 모습이 확 들어왔다.

사방의 숲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주용도 그 가공할 위력에 부르르 몸을 떨며 넋이 빠져 버린 듯 했다.

공포의 환상림도 상상을 초월하는 소선풍의 가공할 도법에 산산조각 나버린 것이다.

[여보! 당신 무공은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있군요……]

이주용이 새삼 처음으로 그의 무위를 보았다는 듯이 말했다.

[대단찮은 잔재주일 뿐이오. 어서 갑시다.]

조예진은 아직 그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잔재주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긴 공포의 환상림이에요.]

[환상림? 그게 뭐요?]

[저기 흩어지고 있는 푸른 연기 보이죠?]

조예진은 사그라지고 있는 푸른 연기를 가리키면 말했다.

[저 푸른 연기들은 여기 쓰러져 산산조각 나버린 이 나무들에서 생겨나는 것인데 사람을 자기만의 환상속에 빠져들도록 해요.]

환상림은 마풍수(麻風樹)라는 나무들로 이루어진다.

이 나무들은 잎에서 푸른 연기를 뿜어내는 데,

그 연기가 사람을 환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독이 아니기 때문에 만독불침의 몸이라 해도 소용이 없다.

이 마풍수가 일정한 진식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면 그 무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 인 것이다.

진식 안에서는 하늘도 뒤짚히고 땅도 뒤집히는 무서운 환상림인 것이다.

[죽었구나 싶은 순간에 눈앞이 확 걷히면서 당신이 보였어요.]

조예진의 말에도 불구하고 소선풍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서둘렀다.

[자 대단치 않으니 어서 가기나 합시다.]

폐허가 된 환상림을 뒤로 하고 그들은 절벽에 접근했다.

과연,

하나의 동굴을 석문이 굳게 막고 있고 얼이 빠진 듯 그들을 지켜보는 무사들이 있었다.

환상림이 폭발하듯 사라져 버리고 나타난 사람은 겨우 일남이녀이니 넋이 빠질 만도 했다.

순간,

하압-----!

소리와 함께 이주용의 검이 날아가 두 사람의 몸을 꿰뚫고 돌아왔다.

어검술(馭劍術)이었다.

[삼 년동안 놀지는 않았죠?]

그녀가 비장의 기술을 선보이고 자랑스러운 듯 남편을 보았다.

[언니 대단해요. 언제 어검술을 익혔어요?]

남편은 가만히 미소를 지을 뿐이고 조예진이 손을 치켜올리면서 칭찬했다.

그들의 뒤에서는 고함소리와 하늘을 태울 듯이 불길이 오르고 있었다.

마차가 마침내 정천보로 들어온 것이다.

[늦었소. 서두릅시다.]

소선풍은 어린도를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그의 어린도가 쭉 늘어나면서 십 장의 크기로 변해버렸다.

눈 앞에 아지도 남아있는 전천보의 나머지 무사들은 어린도에 두 동강이 나버렸고 소선풍은 이미 석문을 깨뜨려 버렸다.

쿠르르릉------!

이 장 두께의 두꺼운 석문은 종잇장처럼 베어져 무너지고 있었다.

세 사람의 몸은 빨려들 듯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동굴 안에는 두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소선풍은 잠시 벽에 귀를 대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두 사람을 보았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소. 일단 당신 두 사람은 이곳을 장악하고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시오. 내가 먼저 왼쪽 길로 가보겠소. 기다리시오. 조심하고……]

두 사람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왼쪽 동굴로 날아서 들어가 버렸다.

가만히 있을 땐 태산같은 사람이었지만 움직일 땐 비호보다 더 빨랐다.

[흥! 핏, 우리보고 파수나 보라니……]

이주용이 투덜거렸다.

[우린 편안히 놀기만 하다가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조예진이 말했다.

이주용이 눈을 빛냈다.

[이쪽 동굴에는 뭐가 있는지 한 번 가볼까?]

조예진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랬다가 무슨 말씀을 들으려고 그래요? 얌전히 시키는 대로 여기나 지키고 있도록 해요.]

[늘 그렇게 하니까 우리 소대협께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거지……난 사랑받기는 틀렸나봐……성격이 이래서야……]

이주용도 자신의 성격이 나쁜 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한편,

왼쪽 동굴로 들어간 소선풍은 도중에 여러 명의 간수를 만났으나 눈도 깜짝 못할 사이에 어린도로 그들을 베어버렸다.

걸음마다 사방 벽에서 수십 가지의 기관이 작동하여 암기가 쏟아지고 독이 퍼부어졌지만 그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하고 모두 파괴되었다.

철로된 문을 찢어버리고 들어가니 악취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마침내 뇌옥이었다.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짐승처럼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져 있었다.

넓다란 장소에 단지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사람들을 개처럼 묶어놓은 것이다.

소선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가 목과 팔, 허리와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사십여 인물들이 그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백인장의 소대협 아니시오?]

흘러내린 머리칼 시꺼먼 얼굴……

소선풍은 말한 사람이 누군지 알 도리가 없다.

[맞소. 내가 소선풍이요.]

말을 하면서 그는 어린도를 움직여 사람들의 족쇄를 잘랐다.

와-----!

하는 함성이 뇌옥 안에서 울렸다.

순식간에 사십여 사람의 족쇄를 다 자른 그는 밖으로 뛰어나왔다.

이미 풀려진 사람들은 먼저 나가고 있었다.

이때,

이주용은 청의면사인을 검으로 찌르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두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다짜고짜 오른쪽 동굴로 다가들며 등에 진 물건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청의 면사인은 가까스로 검을 피하며 소리쳤다.

[시간이 없소. 방해하지 마시오.]

그의 음성은 어디서 들려오는 지 종잡을 수도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육합전성……

바로 중원제일의 신비인 황녹천이었다.

그때 조예진이 소리쳤다.

[언니! 그 포대 안에서 화약 냄새가 나요.]

[이놈이 아예 우릴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내가 먼저 죽여주마!]

이주용은 살기등등하게 소리치며 검을 떨쳤다.

그러자 검은 빛살처럼 황녹천을 향해 날아갔다.

[어검술!]

황녹천의 경악에 찬 음성이 들리고 황녹천의 몸은 땅을 구르며 간신히 이주용의 검을 피했다.

[악!]

그러나 그는 조예진이 던진 돌은 피하지 못하고 머리가 깨어져 버렸다.

[이놈이 화약을 터뜨렸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그 사람까지 동굴 속에 묻혀버릴 뻔 했잖아!]

구멍이 뚫린 황녹천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순간, 훌렁하며 황녹천의 면사가 벗겨졌다.

[아니 무슨 계집이 이렇게 요상하고 독랄한 짓을 하려고 했을까?]

황녹천의 얼굴은 아직 삼십이 되지 않았을 여인의 것이었다.

주소아의 예측은 정확했지만 지금 조예진과 이주용은 그녀가 누군지를 알 길이 없다.

단지 요사스런 음성을 가진 동굴을 파괴하려한 독랄한 계집이라는 것 밖에는…

[그 여자는 누구요?]

그들의 뒤에서 중후한 음성으로 어느새 왔는지 소선풍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뛰어 들어오더니 이 동굴을 파괴하려 하잖아요. 그래서 죽여 버렸죠.]

이주용이 그렇게 말하자 소선풍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성미하곤,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죽였단 말이요?]

[아니! 그럼 다짜고짜 동굴을 파괴하려는데 어떻게 해요? 그리고 이번엔 내가 죽인 게 아니고 이 사람이 죽였다구요.]

이주용은 소리를 꽥 질렀다.

조예진이 아무말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소선풍이 말했다.

[그만 둡시다. 이번엔 이쪽으로 가봐야겠소. 이쪽도 뇌옥일 듯 싶소.]

그는 다시 나는 듯이 오른 쪽 동굴로 들어가버렸다.

이주용이 씩씩 거렸다.

[그저 저 화상은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지, 어디 밤에 두고 보자.]

[언니 미안해요. 화풀어요.]

조예진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아! 나혼자 뿐이었을 때가 좋았는데……불쌍한 작은 마누라 신세여……!)

남몰래 한탄하는 그녀였다.

 

왼쪽 동굴에서는 짐승같은 모습을 한 수인(囚人)들이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순간,

쿵----!

쿵-----쿵-----쿵!

동굴이 진동하고 있었다.

벽과 천정에서 돌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소선풍이 갑자기 오른 쪽 동굴에서 부터 뛰쳐나오면서 소리쳤다.

[빨리 빠져나가! 마물들이야!]

조예진과 이주용이 무슨 소린지 채 알아듣기도 전에 그가 달려들어 그녀들을 동시에 껴안고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아주 다급해 보였다.

[누가 가서 빨리 일을 종결짓고 모두 이곳으로 오라고 해! 빨리! 저 안에서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어.]

소선풍은 언제나 말이 점잖은 사람인데 지금은 두 사람을 향해서 아주 고함을 치고 있었다.

이주용은 힐끗 조예진을 바라본 후 몸을 날렸다.

결코 소선풍의 곁을 떠날 그녀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선풍은 낮은 목소리로 흥분을 가누지 못하고 말했다.

[뒤로 물러서 있어! 저들은 당신에 뒤지지 않는 고수들이야. 어떻게 해서 저런 괴물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조예진은 직감하고 있었다.

남편이 마물이라고 외쳤을 때 이미 사은상이 말했던 그런 것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소선풍은 하늘을 향해서 도를 치켜올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뇌옥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이미 폐허가 된 환상림을 지나가고 있는데……

꿍꿍-----꽝------!

동굴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내가 나오면서 동굴을 일부 무너뜨렸어. 지금 그걸 뚫고 나오는 걸거야.오……!]

소선풍이 흥분을 가누며 말하다가 비명을 올렸다.

[동굴 앞의 그 화약! 그것만 생각했어도 완전히 매장할 수 있었는데……맙소사……]

그는 다시 동굴 안으로 달려 들어가려고 했다.

[안돼요! 이미 늦었어요. 여기서 그들을 나오지 못하게 동굴을 더 부셔요.]

조예진이 그의 허리를 껴안아 저지시켰다.

소선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떼어놓고 하늘을 향해서 도를 높이 들었다.

순간,

그의 도에서 벼락치듯 우레 소리가 나며 사방의 공기를 압축시키는 엄청난 도강이 치솟아 하늘로 올라갔다.

도강의 길이는 족히 이십 장이 넘을 것 같았다.

갑자기 그의 도에서 도강이 자취를 감추었다.

꽝-----꽈르르르-------

도강들의 편린이 우박처럼 동굴을 향해서 폭사되어 동굴의 입구를 파괴해 버렸다.

환상림을 파괴했던 그 수법이었다.

[화약에 못지않아요. 정말 훌륭해요.]

[틀렸어. 위력은 몰라도……화약은 안에서 터지는 것이고 이건 밖에서 터지는 것이오. 동굴을 허물지는 못했어. 단지 막기만 했을 뿐……그 마물들은 곳 빠져 나올 것이오.]

[그렇게 무서워요?]

소선풍이 고개를 저었다.

[옛날에 삼수의 무공보다 그다지 뒤지지 않는 마물들이야……이들을 내보낼 수는 없어. 우리 식구들이 적지 않게 다치거나 죽을 거야.]

조예진의 그의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그래요. 우리가 여기서 그들을 막아요. 사력을 다하면 곳 우리 식구들이 오겠죠. 그리고 당신과 함께인데 죽어도 후회하지 않아요.]

소선풍의 몸을 돌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때,

[나도 함께 죽어요. 두 사람만 같이 죽는다는 것은 분해서 못 봐요.]

이주용이 어느새 통보를 하고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곧이어,

꽝-----!

소리가 들리며 무너진 동굴에서 바위와 돌이 날아 나왔다.

[드디어……]

소선풍은 입을 굳게 다물며 도를 수평으로 겨누었다.

마침내,

일남이녀와 백 명이 넘는 마물과의 경천동지할 대 격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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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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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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