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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五 章

 

          黃綠天의 提案

 

 

 

태실봉의 정천보로 올라가는 길은 넓고 고르게 잘 닦여져 있었다.

이곳은 정천보가 있는 곳에서 십리도 되지 않는

 

하마령(下馬嶺),

 

정천보가 들어서기 전에는 길이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악(五嶽)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나온 황제라 할지라도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고개였다.

길은 좋아도 고개를 없애지는 못했다.

 

멈춰라-------!

사방에서 울리는 육합전성의 목소리,

바로 무적검을 잡아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중원제일의 신비인이자 녹림맹주인 황녹천이었다.

마차는 멈춰지고 황녹천의 말이 다시 들렸다.

[이곳 하마령에서 잠시 쉬어간다. 정천보가 눈앞이니 해지기 전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명령이 있을 때 까지 쉬도록…… ]

그제서야 사방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며 일천여 명의 고수들과 말들이 쉬기시작했다.

끼리릭------덜컹-----!

마차의 철문이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열렸다.

[무적검, 죽지는 않을 모양이군.]

황녹천이 마차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소일초는 등을 보이고 누워있었다.

[나를 조롱하기 위해서 들어왔나?]

[천만에, 자네와 이야기를 좀 할까 싶어서……]

황녹천은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많이 컸군, 황녹천. 내가 발톱빠진 사자같은가?]

[그런 말은 하지 마세. 자네와 이야기만 잘 되면 나는 자네 몸을 치료해 줄수도 있네.]

황녹천은 예의 그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천보에 들어가기만 가면 제일 먼저 죽여버리겠다……)

소일초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소림사의 대환단이지, 이것 하나면 자네의 내상은 물론 외상도 어느정도 치료되겠지……]

황녹천은 작은 옥병에서 구슬만한 알약을 꺼내 보였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이 그의 말처럼 대환단인 모양이었다.

(이 계집이 무슨 수작을 하자는 거야?)

소일초는 그 전에 주소아로부터 황녹천이 여자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를 계집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자네는 정천보에 갈 것 없이 여기서 죽게되겠지……]

황녹천의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호한 음성이었다.

[나에게 유리한 이야기라면 마다할 리가 없겠지……]

소일초가 말했다.

[좋아 무적검! 솔직히 다 말하겠다. 나는 지금 삼수의 밑에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조건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지. 나 역시 삼수를 죽이고 싶으니까……]

황녹천이 조건을 제시한다.

[네가 정천보를 장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그러면 너는 명실공히 정사무림을 일통한 무림의 제왕이 되겠지?]

[구미가 당기는군, 하지만 너는 무엇을 얻게 되지?]

[무림이 일통된다고 하더라도 정사가 뒤섞일 수는 없겠지, 필연적으로 분리해서 통치해야 할테고 그러면 최소한 두 명의 군왕(君王)이 필요하게 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은가?]

[그래야겠지……]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중의 한 군왕이지.]

황녹천은 의미심장하게 소일초의 등을 보고 웃었다.

소일초는 여전히 처음의 자세대로 말만 주고받는다.

[왜 스스로 무림을 일통하고 제왕이 될 생각을 하지 않지?]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나에게는 머리만큼 무공이 따라주지 못해. 필연적으로 무공이 강한 자를 업고 있어야만 무림의 강자들을 상대할 수 있지. 네 무공과 내 머리가 결합하면 천년의 무림제국을 건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황녹천의 야심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컸다.

[대단한 야심가였군, 황녹천 너처럼 거대한 몽상을 가진 자를 난 만나본 적이 없다. 왜 그 야심을 삼수와 함께 하지 않나?]

소일초가 묻고 싶은 것을 물었다.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지. 아니 그 전에는 구파일방을 이용할 생각이었어. 구파일방의 수뇌들 중에서도 옛날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야심가들이 적지 않거든, 한데 그들 중에 진정 대단한 인물은 없었어.]

[…………!]

[모두가 그렇고 그런 정도였지, 조금 났다는 것이 소림사의 도봉이나 선인일검자나 홍건개 정도였으니까.]

[녹림맹주인 네가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지?]

소일초에게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였다.

중원제일의 신비인 황녹천의 신비가 벗겨지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구파일방의 세력이 위축된 만큼, 그들의 살림도 빈약했지. 그건 접근할 좋은 기회였다. 처음에 그들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금과 은을 보냈지……]

[…………!]

[처음엔 적은 양이었으니까 별생각 없이 받더군, 그래서 점차 그 양을 늘려나갔지. 그들의 생활은 윤택해졌고 배에는 기름이 끼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이미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곤란하게 되었고……]

[…………]

[나의 존재에 상당한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 그것은 곧 나의 영향력의 증대를 의미했고 나는 그들을 배경으로 녹림맹을 천하의 종주로 만들려고 했었지.]

그의 말에 소일초가 의문을 제기했다.

[구파일방이 그렇게 어리석지만은 않았을 텐데…………]

황녹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삼성무림청과 우리 녹림맹의 싸움이후에 구파일방은 단교를 선언하고 나왔지. 자기들의 치부가 노출될까 싶어서 두려워한 것이었어. 그래서……]

[……?]

[화가 난 나는 그들과 지내면서 파악해 놓았던 것들을 토대로 그들을 삼수에게 팔아버릴 생각을 했다. 하늘이 나를 도와서인지 삼수는 옥녀봉의 결전에서 심한 타격을 받고 잠적할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었지……]

소일초가 빈정거렸다.

[정말 하늘이 도왔군……]

황녹천은 그의 말에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말만 했다.

[삼수와 손을 잡고 구파일방의 우두머리들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 지금의 인물들은 모두 가짜고 우리의 꼭두각시야.]

말을 하다 말고 황녹천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는 정말 기뻤지. 내 야망의 반은 달성된 듯 했으니까. 구파일방은 손아귀에 들었고, 삼수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어. 한데……]

소일초는 침을 삼켰다. 이제 진짜 중요한 대목인 것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고문으로도 다 들을 수 없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말로 진실이고 깊이 있게 이야기되는 첫사랑의 추억담과 같은 것이다.

황녹천이 말을 이었다.

[삼수가 미쳐버렸어!]

황녹천의 말은 던져버리듯이 튀어나왔고, 소일초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근래에는 무림의 고수가 미치는 것이 무슨 추세라도 되는가?

마금석이 미치는 것을 본 적이 언제라고 또 삼수마저 미쳤단 말인가?

[셋 모두 말인가?]

[그래, 그들은 마공에 미쳐서 괴상한 짓을 서슴지 않았어. 무림일통 같은 것은 희미해져 버리고 파괴와 살인에만 정신을 쏟는 거야. 끔찍한 마물들을 만들어 가면서……]

소일초는 황녹천의 말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삼수가 칠십이기재들의 한과 저주, 천지파멸의 뜻을 실행하려는 거야……)

끔찍한 일이다.

그들이 무림일통 정도가 아닌 천지파멸을 실현하려고 한다면……

그 참상은 측량할 수 도 없을 것이다.

삼수……

그들은 칠십이기재들이 만든 마교칠십이절기를 얻은 후에 자기들의 무공과 결합하여 더욱 가공할 무공으로 만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마공의 사악괴이한 수법들에 눈을 뜨면서 점차 깊이 빠져들어가서 칠십이기재들이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원했던 그런 마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오직 피와 파괴만을 추종하는 천지파멸의 도구가 되어버린 샘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정통마교주들이 나온 것이었다.

이것은 칠십이기재는 물론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원천기가 옛날 같으면 제일 좋아할 일이겠군, 세명의 종자가 생겼으니……)

황녹천이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너에게 죽은 세 마물들, 탕마령주와 혈군자, 그리고 마금석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었지. 천하의 무적검인 너도 정신없이 혼이 났을 정도니까……]

[…………!]

[지금쯤은 그런 마물이 아마 백여 개는 만들어 졌을 걸? 그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만들 수 있게 됐거든.]

소일초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경악했다.

그런 마물들이 백여 개라면……

백인장의 고수들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 아니 위험할 것이다.

[얼마 후 세상은 그들 마물들로 인해서 피에 젖지 않은 곳이 없어질 거야. 천하에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르지……]

황녹천도 고개를 내저었다.

[두려운 일이야 두려운 일…………]

소일초가 말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너 역시 그 일에 동참하지 않았나.]

[그래,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무림의 패권에 동참하겠다는 것이지 세상을 깨뜨리려는 것에 동참하려는 것이 아니었지……]

소일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맞추었어. 그건 바로 마장탑의 칠십이기재들의 뜻인 천지파멸을 위한 일이야. 그 뜻을 삼수가 이행하고 있는 것이지.]

황녹천이 소일초의 등을 보면서 말했다.

[너도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모양이군……]

[조금은……]

[상관없지. 아무튼 삼수를 제거해야겠어. 그리고 난 후에 그 마물들을 없애야겠어.]

[어떻게?]

[처음엔 너를 나의 명령만을 따르는 마물로 만들어 그들을 차례로 죽일 생각이었지. 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직접 너와 거래하기로 한 거야.]

소일초가 신중하게 물었다.

[삼수를 만나면 알아볼 수는 있는 건가?]

[그들은 신분을 감추는데 도가 튼 자들이지. 그래서 내가 만약의 경우에 그들을 알아보기 위해 내공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한옥패를 자철(磁鐵)로 만든 목걸이에 끼워서 선물했었지.]

[…………!]

[그들은 그 목걸이를 한 시도 떼어놓는 적이 없지, 내공을 높여준다는 무림기보인데 어찌 몸에서 뗄 수 있겠나?]

소일초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그걸로 삼수를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황녹천의 머리가 끄덕여졌다.

[물론, 금광을 찾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자침(磁針: 나침반)만 있으면 그들이 근처에 오는 즉시 알 수 있지.]

소일초는 황녹천이란 인물이 정말 야망을 품을 만큼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림에 그가 깔아놓은 복선이 얼마나 많을 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대충 할 말은 다한 것 같군, 이 대환단을 먹고 상처를 치료하게, 삼수만 자네가 제거해 주면 내가 마물들을 제거하고 정천보를 장악해 자네에게 바치겠어. 그럼, 자네는 무림의 제왕이 되고 나는 무림의 군왕이 되는 거지. 사실……]

[…………]

[정천보 같은 반쪽의 주인이 되는 것 보다는 최초로 통일된 무림의 이인자가 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황녹천은 그의 등 뒤에 한 자루의 단검과 대환단을 놓고는 나가버렸다.

출발이다-------!

그의 명령에 따라서 마차와 함께 일천여 명의 사람들이 움직여갔다.

두두두두-------!

 

× × ×

 

소일초는 대환단을 품에 넣고 단검을 보았다.

단검의 끝은 다른 쇠를 붙여 만든 것이었다.

단검을 움직일 때마다 그것은 곤충의 촉수처럼 휘어지며 북쪽을 가리켰다.

교묘하게 만들어진 자침(磁針)인 것이다.

마차는 마침내 정천보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편,

정천보에는 은밀히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치밀한 경계망을 뚫고 그림자처럼 스며들며 정천보의 곳곳으로 흩어지는 그림자들……

소일초가 탄 마차를 추월해온 백인장의 고수들이었다.

 

-------모두들 잊지 마라. 마차가 정천보로 들어와 모든 이목이 그곳으로 쏠린 순간 방화한다.

 

입에서 입으로 말이 전해지는 동안에,

백인장의 고수들은 정천보의 모든 전각들을 각기 점거해 가고 있었다.

 

소선풍-------!

 

백인장의 장주이자 주소아가 무림인을 논할 때 주하운 다음가는 두번째의 고수라고 일컬었던 사람,

그의 어깨에는 어린도가 매여져 있고, 오늘 결전을 위해서 소매가 딱 붙은 백색무복을 입었다.

그의 뒤에는 이주용과 조예진이 뒤따르고 있었다.

이미 정천보의 깊숙이 들어온 그는 거침없이 당당히 자기 집 인양 걸어갔다.

[누구……윽!]

당당히 걸어오는 소선풍과 그의 두 부인을 보고 정천보의 한 무사가 물어보려다가 조예진의 지풍에 격중되어 황천길로 가버렸다.

소선풍은 힘차게 걸어가고 그의 두 부인은 그들의 앞을 막는 무사들을 가차없이 살해했다.

(마누라도 둘이 되니까 쓸데가 많군.)

소선풍은 속으로 뿌듯했다.

그들이 가는 곳은 정천보의 뇌옥이었다.

백인성의 좌봉공이자 무림 십이 대 고수의 하나로 허명(?)을 날렸던 무심군자의 작전에 따라 그들은 뇌옥을 파괴하려 하는 것이다.

방화와 살인, 그리고 뇌옥의 파괴가 삼박자를 이루어 거대한 정천보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혼란의 와중에서 편안히 그들은 삼수를 찾고 살인을 저지르면 되는 것이다.

강력한 집중력과 전투력을 가진 백인도객은 천군이든 만마이든 상대해낼 것이다.

[이쪽길이 맞기는 맞소?]

소선풍이 누구를 향해서인지는 몰라도 두 부인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사은상 그 애가 그려준 그림에 따르면 저 안쪽 절벽 속에 뇌옥이 있어요.]

조예진이 말했다.

[그럼 빨리 움직입시다. 이러다간 우리가 제일 늦겠소.내 뒤를 쫓아오도록 하시오.]

말과 동시에 소선풍의 몸은 무엇에 끌려가기라도 하는 듯 쭉 앞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을 보고 뛰쳐나오던 정천보의 무사들이 그가 지나감에 따라서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그 뒤를 바짝 붙어서 이주용과 조예진이 달려갔다.

몇 개의 전각을 지나노라니 곳곳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백인도객들이 있었다.

그들은 품위유지 하느라고 꾸물거린 장주부부보다 더 빨리 자기들의 정해진 위치에 가 있었던 것이다.

전각들을 지나서 작은 관목 숲이 있었다.

소선풍은 암습이나 함정을 두려워하는 작은 고수가 아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 들어갔다.

그곳을 지나야 뇌옥이 있는 절벽이 나오는 것이다.

순간, 그와 그의 두 부인은 걸음을 뚝 멈추었다.

숲에 가득하던 키가 크지도 않던 나무들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숲에 진세(陣勢)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군.]

소선풍이 말하며 자기가 모르는 진세인지라 두 부인을 둘러보았다.

그녀들도 알 수 없는 진이었다.

소선풍의 옷자락을 잡고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다.

소선풍이 조금 더 둘러보다가 어깨에서 어린도를 풀어들었다.

[보내주지 않으니 부수고 가야겠지.]

두 부인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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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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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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