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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二 章

 

         미녀를 땅에 묻고 땅위에 쓰러지다.

 

 

 

발버둥치는 탕마령주……

소일초는 보면볼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언제 자기가 그처럼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던가?

전신이 욱신 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검에 갇혀있는 저 여인 또한 탕마사십사객보다 더 무서운 괴물일 것이다.

그의 검에서 면도날같이 예리한 기운이 움직여 탕마령주의 몸 사지근육을 절단해 버렸다.

살아는 있어도 수족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경력을 움직여 그녀의 경골을 부수어 버렸다.

그리하여……

소일초는 분을 풀었고 탕마령주는 풀기없는 빨래처럼 전신에 검붉은 피를 흘리며 무너졌다.

괴물이고 뭐고 간에 그지경이 된 이상 몸밖에 꿈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의 목에서는 그륵 그륵 가래 끓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대체……어떻게 생겨먹은 계집이길래 그리 지독해.]

소일초의 손에서 장력이 격출되면서 탕마령주의 면사를 날려버렸다.

[헉……!]

오……세상에……

그녀는 그의 처음 짐작대로 정말 사옥상이었다.

얼굴은 그다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자신이 정천보에 잠입하여 구하고자 했던 그녀가 벌써 탕마령주라는 신분으로 마물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목소리마저 변해 버리고 태도마저 달라져 있었다.

사옥상은 두 눈에서 백색광채를 뿜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입에서는 연신 꺼르륵 소리가 새어나오는데……

소일초는 다급해졌다.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요월정을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취풍녀도 한천이기도, 사은상도……

사백상에게 두들겨 맞고 있을 동안 그들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그들이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사람을 이렇게 괴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란 말인가?]

그래도 몸을 산산이 흩어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랬더라면 탕마령주가 사옥상인 줄도 모르고 정천보에서 찾아 헤맸을 것이다.

사옥상이 그를 많이 때려서 화를 돋운 것이 어쩌면 잘 된 일이었다.

풀뿌리가 뽑혀서 날아가고 바위가 깨뜨려졌으며 땅이 패인 격전장에서 그는 그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덜렁이가 의술을 알리는 없다.

단지 그의 손에 있는 백송균화의 신비한 축복에 의존할 뿐이었다.

그는 먼저 사옥상의 체질을 바꾸어 놓은 약물을 제거하고 그녀의 체질을 정상대로 돌리는 데 착수했다.

그의 손은 생명을 담고 있는 손……

뜻에 따라서 사옥상의 체질은 바꾸어 지고 있었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밤은 깊어 가는데 그의 일행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밤바람이 차가운데 마땅히 옮길 만한 장소도 근처에 보이지 않는다.

요월정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사옥상의 체질을 돌려놓은 그는 그녀의 정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감히 몸을 다 치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기도 난감했다.

(이럴 때 소아가 있었으면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는 다시 그녀의 몸을 완전히 치료하고 수혈을 짚어 버렸다.

이제 그녀는 마물이 아닌 것이다.

그녀의 체력은 급격히 감소하여 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동안 독과 약물을 복용해 왔었는데 갑자기 그 기운이 모두 제거되어 버린 때문이었다.

그는 자꾸만 사방을 둘러보면 일행을 기다리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것들이 몽땅 어디로 꺼져버린 거야! 하나쯤은 남아있었어야지.]

이때,

한천이기와 오 인의 도객, 그리고 사마귀와 사은상, 취풍녀 등 소일초를 제외한 모든 일행은 사십여 리 떨어진 낡은 절에서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소일초가 사옥상과 싸우기 시작하자마자 나타난 흑의인들과 싸우면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그들의 수효는 이백에 가까웠다.

거기에다 모두가 마물들이었다.

탕마사십사객만큼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몸체는 그들과 똑 같았다.

생사를 돌보지 않고 달려드는 그들을 열 세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공격하여 백 수십 명을 죽였다.

다섯 명의 백인도객들의 도는 그들의 몸을 갈가리 찢어놓는 신위를 보였으며, 한천이기는 그들의 몸을 풍선처럼 터뜨리고 있었다.

이 싸움의 최고 수훈자는 백인도객들이었다.

한천이기의 방법도 공력이 많이 소모되는 것이었기에 끝없이 펼쳐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백인도객들의 도는 신들린 것처럼 끝없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마귀의 무공은 주귀를 제외하고는 마물들을 상대하기에 적당치 않았다.

그들의 매화지나 대자비수 등의 무공은 무용지물보다는 조금 나을 뿐이었다.

원천기가 소리쳤다.

[이건 아무래도 조호이산(鳥虎移山)같아. 지금 소일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어.]

[그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염려 놓아요……]

한천녀가 말했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그들도 우리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이봐요, 조형!]

한천녀가 소리쳐서 백인도객 중의 한사람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나머지 놈들을 당신들끼리 다 감당할 수 있겠소?]

[까짓 한 번 해보지요. 이 정도도 해결 못한데서야 어디 백인장의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

[좋소, 그럼 우리는 먼저 가도록 하겠소. 빨리 뒤쫓아 오도록 하시오.]

원천기는 먼저 몸을 날렸다.

한천녀와 취풍녀가 잇달아 몸을 빼냈고,

사마귀는 도망한다는 소리에 기뻐서 무공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은상을 붙잡고 부리나케 달려버렸다.

 

한편,

소일초는 툴툴대다가 갑작스런 정적을 느끼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장을 날려서 작은 구덩이를 파고는 갈대를 넣은 다음 사옥상의 몸을 엎어서 묻어버렸다.

그의 신경은 무서운 위험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사방에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 가을의 그 흔한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강가에 서있는 삼 장 높이의 바위로 다가갔다.

순간,

언제 나타났는지 한 명의 중년인이 그 바위 옆에 서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보이지 않고 서있는 중년의 사나이……

적포(赤袍)를 몸에 걸치고 섭선을 접어 쥐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구름처럼 피어나는 기도로 인해서 풀벌레 소리마저 끊인 듯 했다.

그리고……

바위의 다른 쪽에도 한 명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걸린 검……그리고 백의……

놀랍게도 그는 미쳐버렸던 등천마세의 이교주 마금석이었다.

신형검기(身形劍氣)를 익힌 검객,

그의 모습은 전과 같았으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말없이 살기가 팽창하여 오르고……

소일초는 섭선을 든 적포인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다.

그의 가공할 기도는 마금석에 비해 오히려 나았기 때문이다.

마금석 역시 전과는 비할 수 없을 만치 강렬한 살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문득,

[무적검! 탕마령주까지 제거해 버렸다니 놀랍군……]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육합전성……

바로 중원제일의 신비인 황녹천의 음성이었다.

소일초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황녹천이 여기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중원의 정보상인이라는 황녹천……

그는 수많은 무림의 비밀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로부터 많은 이권을 챙기는 인물이었다.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소개하지. 적포인은 무림의 삼현 중의 한 사람인 혈군자라고 하지……, 그리고 그 옆의 검객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마금석이라고……]

황녹천의 말에 소일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혈군자 같은 고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생겨날 리는 없는 것이다.

[아마 너는 여기서 뼈를 묻게 될 거야.]

[황녹천, 장담하지 마라.]

소일초가 웅혼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녹천은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무적검, 나를 알고 있었군, 아무튼 잘 싸워보게……]

그 말과 동시에 혈군자의 섭선이 펼쳐지며 그를 베어왔다.

환상처럼 사방의 모든 공간에 섭선이 가득 차 버리고 소일초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상을 이용한 무공이었다.

실체는 어느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천지를 갈라놓을 듯 예리한 검기가 섭선들 사이에서 그를 향해 쪼개왔다.

완벽한 합공이었다.

소일초의 손에서 마황검이 튀어나오며 일초검공이 빛을 발했다.

순간 그의 검에서 기류가 형성되며 모든 사방공간을 감싸는데……

환상이 걷쳐진 자리에 혈군자와 마금석은 보이지 않았다.

최초로 일초검공이 이름값을 하지 못한 것이다.

파아아--------

갑자기 그의 발밑에서 섭선이 솟아 오르며 그의 몸을 양분하려 했다.

뒤로 몸을 젖히며 섭선을 피하는 순간 등뒤에 싸늘한 느낌이 전해졌다.

즉시 옆으로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윽!]

일초검공은 실패하고 등에 마금석의 일 검을 맞은 것이다.

등에서는 비스듬히 맞은 일 검에 피가 번지고 있었다.

금강체인 그도 마금석의 신형검도에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혈군자는 장환술(障幻術)의 달인이었구나. 장환술을 깨뜨리는 방법이……)

그는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며 마황검에 모든 공력을 모았다.

일초검공으로 사방을 휘감아 초토화 시켜버리려는 것이다.

일초검공에 걸리기만 하면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얍-----윽!]

기합과 함께 일초검공을 펼치려던 그는 묵직한 신음을 내뱉으며 땅으로 떨어졌다.

허공에 떤 상태에서 어느새 등뒤에 혈군자의 일장을 맞은 것이었다.

내장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떨어지는 그를 향해 다시 무시무시한 검기가 밀려오고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치 유령과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좋다. 보이건 말건 상관치 않겠다. 마구잡이 검으로 한번 잡아보마 이 쥐새끼같은 놈들……)

그의 마황검이 순간 일만 개의 그림자를 만들며 사방으로 뻗어갔다.

잇달아 휘둘러지면서 사방을 기류속에 몰아넣고……

눈마저 감아버리고 소일초는 기분이 내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무시무시한 일초검공에 의해 생긴 기류는 사방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과연, 그의 마구잡이 전법은 효과가 있었다.

혈군자와 마금석의 공격이 잠시나마 뚝 끊겼던 것이다.

전후좌우상하 사방팔방으로 내키는 대로 전력을 향해서 검을 펼쳐내었다.

꽝------

쏴아아아------추앙-----

삼 장 높이의 바위가 박살나서 흩어지고 기류에 닿은 강물은 요동치며 솟아올랐다.

순간 소일초는 머리 위가 이상함을 느끼고 검과 머리를 동시에 돌렸다.

[윽!]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다.

어느새 혈군자의 섭선에 두개골이 패일 만큼 심한 상처를 입었다.

하나, 혈군자는 그의 마황검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류에 휘말리며 허공으로 갈가리 찢겨져버렸다.

소일초의 얼굴로는 뜨거운 피가 흘러내려 완전히 혈인(血人)이 된 듯했다.

지혈할 사이도 없었다.

일초검공이 멈추기만 하면 죽는 것은 자기일 것이다.

푸악-----

그의 검이 혈군자를 찢는 틈을 타서 그의 발밑에서 마금석이 검과 함께 치솟아 올랐다.

피하거나 어쩔 틈도 없었다.

그의 몸은 두 조각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이환공!)

마금석과 그의 검은 소일초를 가르고 올라가 마황검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소일초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이환공이 펼쳐지기는 했으나 너무나 창촐간에 펼친 것이라 불완전 했던 것이다.

상처는 어깨 뿐만이 아니었다.

복부에서 어깨까지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긴 혈선이 그어졌고 내장은 심하게 다친 것이었다.

그의 내공은 흩어져 버리고 내장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금강체의 몸이 아니라면 벌써 죽었을 정도였다.

머리에서는 피가 빗물처럼 줄줄내리며 그를 흠뻑적시는데……

[황녹천……황녹천을 죽여야……하는데……]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마황검은 다시 그의 손으로 스며들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경천동지할 대결투가 몇 시간 사이에 두 번이나 벌어진 강변에는 다시 풀벌레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한 청의면사인이 솟아오르듯이 강변에 나타났다.

바로 황녹천이었다.

[무서운 놈……! 마물이 되어있는 그들을 해치워 버리다니……]

그는 소일초의 쓰러진 몸에 손을 대 보았다.

[아직 살아있으니……더욱 가공할 놈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는 소일초의 처참한 몸을 옆에 끼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강변의 그 격전장에는 소일초의 옷이 갈라지면서 흘러내린 그의 소지품들이 피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곳에는 한 사람 두 사람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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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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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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