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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 章

 

          血旗子의 變身

 

 

 

주소아는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상당한 과장도 있어서 듣고 있는 주하운으로 하여금 손을 쥐게 했다.

그녀의 허풍도 주귀와 함께 다니는 중에 늘었는지 한천이기와 소일초는 번히 알면서도 주하운 앞이라 아무말 못하고 있었다.

주소아가 어떨 때는 소일초를 천하의 나쁜 놈으로 매도하여 주하운의 무서운 눈총을 받았고 한천이기를 싸잡아서 때려 줄일 년놈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주하운은 그저 그녀가 귀여운지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문득, 소일초와의 예전 일을 말하던 중에 주소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흑------]

[아니 왜그러느냐?]

주하운이 다급하게 물었다.

주소아는 더 큰 소리로 울면서 주하운의 어깨에 기댔다.

[무슨 일이냐? 네가 원하면 뭐든지 다해주마. 너에게 내가 뭘 아낄게 있겠느냐?]

주하운이 그녀를 달랬다.

[훌쩍……할아버지, 훌쩍……저 색마녀석이 그동안 내가 부모없는 고아라고 얼마나 괄시했다구요……훌쩍……]

[할아버지 그……그게 아니……아이쿠]

짝-----!

주하운은 다짜고짜 소일초의 뺨을 후려쳤다.

소일초가 뺨을 싸잡고 억울하다는 듯이 주소아를 보았지만 그녀는 혀만 날름거렸다.

[고찰(古刹)에서는 자기 무공이 조금 더 강하다고 나를 때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뭐했는지 아셔요? 엉엉……부끄러워서 남에게 말도 못해요……]

[무슨 일이 있었겠느냐? 너는 아직도 청결한 몸이고 저 녀석도 동정(童貞)을 보전하고 있는것 같은데……]

주하운이 연방그녀를 달래며 하는 말이다.

[말도 말아요. 훌쩍……저에게 얼마나 수모를 주었다구요. 그때부터 내가 다른데 시집갈 생각도 포기하고 하는 수 없이……훌쩍……구박받고 살았다구요.]

주하운의 눈이 다시 소일초를 향하자 소일초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거기다가 여자만 보면 눈이 뒤짚히는지……엉엉……벌써 저 말고도 셋이나 돼요……엉엉……]

[내가 무공을 다 전수해 주마! 다시는 저녀석이 너를 때리지도 못하고 다른 여자에게 눈도 돌리지 못하게 하마! 아니 내가 아예 저놈의 한 팔을 잘라버릴까? 그럼 무공이 비슷해 질것 같은데……]

주하운이 정말 그럴 것 같이 말하자 주소아의 울음이 뚝 끊쳤다.

[할아버진 제가 병신(病身)하고 같이 살기 원하셔요?]

[네가 저 녀석을 저렇게 싫어하니 그런 거지……아예 내가 황족이나 명문세가의 자식을 택해서 혼인을 시켜주랴?]

주소아와 소일초가 경악하며 동시에 외쳤다.

[안돼요!]

[그래! 항상 그렇게 입을 맞추어서 살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주하운이 느긋하게 말했다.

주소아는 입을 다물고 벙어리가 되었고 한천이기가 킥킥대며 웃었다.

[저 녀석도 제 할아버지 대부터 우리 집안과 교류가 있었는데, 제 할애비를 봐서라도 내가 함부로 못해. 그 영감이 나하고 사생결단을 내자고 저승에서 뛰쳐나오면 곤란하지……]

주소아와 소일초, 그리고 한천이기와 더불어서 애기하는 주하운은 비슷한 또래의 청년같았다.

주하운……

당대의 세력가로 떠오르고 있는 한림원의 시강인 이 사람은 엉뚱하게도 천하제일인 혈기자였다.

무림세계에서 천하제일은 물론 고금제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자식을 잃는 비애와 엄청난 혈겁을 경험한 이후로 무림을 떠나서 황궁에 투신한 것이었다.

반로환동한 그는 전혀 세상을 다르게 살리라 마음먹고 신분을 숨긴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혈기자를 마주친 소일초는 기겁을 하고 도망부터 쳤었지만,

한천이기와 주소아가 소리쳐 그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눈치 빠른 혈기자 주하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쫓아와서 그의 덜미를 잡아버린 것이었다.

반항도 한번 못해보고 잡혀와 바닥에 던져졌던 그는 눈 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혈기자의 수법에 의해 전신이 굳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소아에게 할아버지라는 사실도 알려주지 못했었다.

주하운은 주소아에게 각별한 친근감을 느꼈지만 손녀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가 아무리 눈짓으로 표시하려고 해도 주소아는 자기의 뜻을 곡해하기만 하자 속이 탈것만 갔았다.

거기다 험악한 말이 나오고 급기야 주소아가 전력을 다해서 달려들려고 하자 급기야 그의 화가 기를 폭발시켜 주하운이 막아놓았던 제맥수법(制脈手法)을 풀고 소리쳤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약속의 반 이야기를 꺼내자 주소아도 자기의 조부인 혈기자인 줄 알아채서 갈등이 풀렸던 것이다.

그 와중에 영문도 모르고 한천이기는 주하운에게 절을 했지만, 훨씬 연상이고 천하의 대종사를 만나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었다.

밖에는 벌써 어둠이 밀려오는 데 주하운이 말했다.

[내가 제자를 잘못 키워서 세상을 어지럽혔으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그들이 마공을 익혀서 인성을 상실한 대마두가 됐으니 나는 정식으로 그들을 파문하고 문호를 정리해야겠다.]

네 사람은 숙연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새로 소중이를 받아들여 마지막 제자로 키우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소중이가 그들을 제거하기란 아직까지 불가능한 일이고 십 년은 지나야 그들 중 하나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마땅히 문호 정리는 넷째인 예진이가 맡아야겠으나, 이미 한 남자의 부인이 된지 오래이니 강요할 바는 못 된다. 그래서 너희들이 그들 삼수를 제거하고 내 문호를 깨끗이 하도록 해라.]

주소아와 소일초가 머리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든 혈기문(血旗門)은 소중이가 이끌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 많이 도와주도록 해라.]

[할아버지, 우리도 동선장에서 살게 될 거니까 앞으로 자주 보면서 살겠지요?]

주소아의 물음에 주하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절대로 나에게 혈기자란 말을 해서는 안된다. 누구도……]

[칫! 누가 할아버지보고 혈기자라고 부른다고 믿을 사람이나 있겠어요?]

하하하하하-----!

방안을 울려퍼지는 웃음소리는 잠시나마 그들 모두를 무림의 번잡한 혈겁을 모두 잊게 했다.

 

***

 

저녁을 먹은 후 유쾌한 기분으로 그들은 마차를 타고 백소중과 함께 돌아왔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침실 바로 앞에 있는 거실에 그들은 다시 모여 앉아있었다.

주소아의 수다를 들어줘야할 의무를 모두가 느끼고 있는 때문이다.

[한천녀! 내말이 맞았지? 세상에서 가장 무공이 고강하신 분을 만나본 소감이 어때?]

주소아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십 수 년 만에 헤어졌던 조부를 만나고 게다가 그가 천하제일인이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

부모가 없어서 백인장의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했던 걱정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녀로서는 생애 최고의 날인 것이다.

[세상에 정말로 신선의 술법을 익힌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사실 전에는 네 말을 믿지도 않았어. 휴……]

[이제는?]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신선술이나 닦아요.]

주소아의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한천녀가 원천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소일초가 꿈에도 생각 말라는 투로,

[너네들은 이름부터 바꾸기 전에는 아마 신선될 생각은 않하는게 좋을 걸?]

[너도 이름부터 바꿔야 겠더라. 일초가 아니라 무초(無招)로……손 한 번 맞대보지도 못하고 뒷덜미 잡혀오는 꼴이란……]

원천기의 말에 소일초의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그때 얼마나 꼴불견이었을까?

[너라고 별 수 있었을 것 같아? 흥 너는 오줌이 지려서 도망도 못쳤을 거야.]

[그래서 내 이름은 일초가 아니라고, 뱃속에 거만만 잔뜩 들었다가 꼴 좋았지.]

원천기는 평소의 불만을 이때 틀어놓는 듯 했다.

소일초가 벌떡 일어났다.

[한 번 해보자는 거냐?]

[싫다. 솔찍히 이길 힘은 없고 우린 신선술이나 닦아서 네가 늙어 죽기나 기다려야 겠다.]

원천기는 웃으면서 한천녀와 함께 문을 꽝 소리가 나도록 닫고, 자기들의 방으로 가버렸다.

[오늘은 최악의 날이야……]

소일초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난 최고의 날인데……]

주소아가 말하자 소일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적은 자기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고 누군가 말했지……]

취풍녀와 사은상이 물과 음식을 더 가지고 들어오다가 그 말을 듣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적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취풍녀의 말에 주소아가 대답했다.

[바로 거기……]

주소아의 손은 사은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손의 의미를 알아챈 두 여인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백소중은 입을 막고 킥킥거렸다.

오랫만에 만난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옛날 보다는 기가 팍 꺾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때는 그의 작은 어머니만 무서워하는 것 같았는데……

주소아의 손이 두 여인이 가져온 물을 술로 바꾸고,

여인은 여인들끼리 두 친구는 친구대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여인들도 어느새 백소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할아버지께서 삼수(三手)중의 둘째인 대성화의 마공에 돌아가시고 나는 부모님과 백가장의 충성스런 수하들의 희생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졌지……]

백소중……

백가장의 장주이자 무림 십이 대 고수 중의 한사람이었던 백대선생의 손자였다.

운남으로 가던 길에 소일초를 만나 인연을 맺었던 그는,

백인장이 무림에서 사라진 후 강대하게 떠올라 일년 천하를 구가했던 백가장이 정천보에 의해 아무도 모르는 새 혈겁을 당할 때 수하들의 목숨을 바친 충성으로 인해 혼자서만 살아나올 수 있었다.

언제나 따라 다니며 잔소리하던 유모도 죽고 백가장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백가장의 무공만으로는 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부를 구하기 위해 천하를 방랑했다.

그러다 북경 근처에 왔다가 한 높은 벼슬아치를 만나게 되었는데 다짜고짜 그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 벼슬아치가 바로 주하운이었던 것이다.

주하운은 그의 골격을 알아보고 상승의 무학을 익힐 만한 기재라고 생각되어 백소중을 데려가 자기의 제자로 삼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백소중은 큰 관리 밑은 작은 관리로 행세하며 북경에서 생활해온 것이다.

[……오늘 사부께서 동선장주를 청해오라는 말을 듣고 왔다가 너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만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걸……]

주소아가 중얼거렸다.

그녀로서는 백소중이 할아버지의 제자이니 자기보다 오히려 배분이 높은 것이 불만이었다.

[지금 무림 일에 삼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추풍녀가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늘은 끝까지 최고의 날로 만들고 싶어……]

나지막히 말하는 주소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소일초 역시 강한 흥분에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의 옷이 침상밑으로 흘러내려가고……

소일초는 미루어 두었던 상을 받고 주소아는 끝까지 그날을 최고의 날로 만들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행복감과 포만감……

이것이었구나 싶은 두 사람이었다.

동선장의 밤은 그렇게 사랑 속에 깊어갔다.

 

침상 속에서의 밀어는 나직히 흐르고……

[숭산 태실봉의 정천보에는 네가 먼저 가. 나는 할아버지께 삼수를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배워서 갈테니……]

[나 혼자는 싫어. 함께 가자……]

[다른 사람들은 다 데리고 가, 취풍녀와 사은상도……]

[……?]

[이제는 내가 먼저 맛봤으니 독차지 할 수 없잖아.]

[그래도 나는 너만 좋은 걸……]

[다 벌이야. 책임질 짓을 했으니까 의무를 다하도록 해……]

[그럼 그전에 다시 한 번……]

…………

 

× × ×

 

<급보----

무적검 일행의 종적 발견. 현재 북경을 나서 숭산으로 향하고 있음.

총 인원은 십사 인, 남 십일 여 삼. 모두 고수들임.

탕마령주님의 결단을……

정천밀조(正天密組) 제 삼십사 호>

 

전서구는 첩지를 달고 서쪽으로 날아갔고……

북경에서 숭산으로 이르는 모두 길목으로 탕마사십사객이 집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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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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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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