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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六 章

 

        親舊가 된 恨天二奇

 

 

 

[물러가라……오늘은 그의 말대로 살생하고 싶은 날이 아니다.]

사위를 진동하며 울려오는 무거운 음성이 방향을 감지할 수 없이 들려왔다.

순간,

여섯 추적자은 이 새로운 출현자에 대해 흠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옆으로 백발의 아름다운 남녀 한 쌍이 허공에서 내려섰다.

바로 한천이기이었다.

원천기는 소일초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행복찾아서 간 줄 알았는데……웬일이야.]

소일초가 그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하면서 물었다.

[가다가 생각하니 너에게 신세진 것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아서 빚을 좀 갚을 까 해서……]

원천기와 한천녀가 야망과 저주를 포기한 후에 남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그동안의 소일초 주소아와의 우정이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자기들을 맺어준 사람도 그들이었고, 육십 년의 잠에서 깨운 것도 그들이었다. 게다가 목숨마저 살려주었으니……

그래서,

등천마세로 돌아가려던 그들은 다시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신세도 갚을 겸 쫓아온 것이었다.

[그동안 고락을 같이한 친구들이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만 편할 수 있어야지……그래서 이 사람과 작으나마 자네를 좀 도울까 해서 왔어……]

원천기의 말에서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의 마음을 환히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떠나서 친구로 지낸다면 그들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

주소아가 웃었다.

[이제야 두 귀신이 완전한 사람이 되었군.]

와하하하하--------

호호호호호--------

포위망 가운데서 그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한천이기의 어디에서도 한과 저주가 비쳐지지 않았다.

마음이 바뀌자 사람이 모두 달라진 것이다.

[이들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원천기가 그들의 등장과 웃음에 놀라는 여섯 추적자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포위라고 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천이기가 나타남으로 해서 소일초의 편이 다섯이 된 때문이다.

[오늘 좋은 기분 망치지 않게 잘해요.]

한천녀가 남편인 원천기에게 부탁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원천기의 음성이 울렸다.

[그대들은 어리석다……이분이 무적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소일초와 주소아, 한천녀가 얼굴을 마주하고 미소를 지었다.

원천기가 소일초의 본명을 밝히지 않고 무적검이라고 그대로 부른 때문이다.

[그렇게 경거망동을 하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그의 말은 위엄이 담겨있었다.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으로서……

소림의 청년승 도봉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기를 따지자면 살려준다고 할때 물러나야 하는 것이나 그들이 추적하는 사은상은 놓쳐서는 않되는 것이다.

그때,

은소선자 남군미의 전음이 나머지 다섯 사람의 귓전으로 흘러들었다.

[더 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의 일은 탕마사십사객에게 일임하고 이곳을 물러납시다.]

도봉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원천기의 시선은 그들이 물러날 것을 바라며 무언의 강요를 하고 있었다.

휘이잉-------!

한 줄기 야풍이 스쳐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봉이 허공으로 신형을 날리며 침중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무적검 그리고 세 분……기억하시오……오늘 밤의 일로 인하여 그대들은 정파의 대대적인 추격을 받게 될 것이오………]

스스스……

다섯 사람의 신형도 도봉을 따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홍건개의 신형만이 느릿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취한 것이야……저 불패도라는 계집을 볼 때마다 ……왜 이렇게……그 어린 계집애 얼굴이 떠오르는 것인지……취했어……확실히 취했어……]

그의 말소리는 웬지 애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놈 만은 죽였어야 하는 건데……]

소일초가 화가 나는 듯 했다.

[왜? 지금 쫓아가서 죽여버릴까?]

[저놈이 전부터 소아에게 흑심을 품었단 말이야……]

주소아가 픽 웃었다.

[나도 그럼 너한테 흑심 품었던 취풍녀를 죽여버렸어야 했겠네?]

[그건……곤란하지. 그녀는 이미 말 잘 듣는 착한 사람인데……]

소일초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나는 너처럼 관대하지 못해, 만약 이 사람이 눈을 다른 데로 돌린다면 죽여 버리고 말거야……]

한천녀가 주소아에게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날 밤처럼 아예 머리를 부숴버릴 려고?]

주소아가 혀를 내밀면서 말하자 한천녀와 원천기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들이 처음 관계를 갖던 날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천녀가 얼굴을 풀면서 말했다.

[취풍녀도 너만은 못하지만 보통이 아니야. 게다가 아주 노련하니 신경많이 쓰야 할걸?]

[걱정할 것 없어. 취풍녀는 없어도 눈하나 깜짝 않할 사람이지만 내가 잠시라도 없으면 못살 사람이니까……]

주소아는 자신만만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사은상은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쌍의 남녀가 주고 받는 말은 전혀 격의가 없고 옆에있는 자기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천이기는 세상을 아주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고 소일초와 주소아 역시 정상적인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행동들이 더 정상적인 것이다.

사은상은 도망치려고 생각했었으나 이들의 손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힘이 쭉 빠지며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가 깜빡 잊고 있어.]

주소아는 급히 사은상을 품에 안았다.

(아아……이들은 진정 등천마세의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들의 행동은 더할 수 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것이 아닌가?)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주소아의 손이 자신의 수혈을 누른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아득한 혼미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얼마가 지났을까?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느낌 속에서 번쩍 눈을 떴다.

[…………!]

한 사람이 분명히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아주 낯익은 듯한 아름다운 사나이 무적검……

바로 소일초가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지 않은가?

소일초……

이때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사은상은 의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이자는 등천마세의 주인이란 무적검이다. 한데……왜……)

문득, 그녀는 자신이 여자임을 자각하며 몸을 떨었다.

(혹시……나를?)

그러나,

소일초는 왠지 깊은 추억에 잠겨있는 듯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일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등천마세가 등천마교의 후신임을 알고 있기에 지금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삼수의 하나인 사진성의 제자인 것이다.

(혹시 이 자는 내가 지닌 비밀을 노리고 이런 가식적인 태도를……)

그럴지도 모른다.

하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적어도 상대방은 무적검이라는 거목이다.

그런 그가 이런 알량한 방법을 사용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때,

소일초는 그녀의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는 사은상이 정신을 차린 것을 알지 못한 채 밖으로 걸어나갔다.

사은상은 자신의 몸을 점고해 보았다.

전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상처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순간, 불패도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녀는 하나의 옥쟁반을 들고 있었으며……

거기에는 탐스럽게 구워진 닭고기와 몇 가지 음식들이 놓여져 있었다.

[정신을 차렸으면 이걸 먹도록 해요.]

그녀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사은상이 누워있는 침상 곁에 바짝 앉으며 천천히 죽을 떠다 그녀의 입에 넣기 시작했다.

상당한 정성이 깃든 동작이었다.

그때 백발의 미녀가 또 문을 밀고 들어왔다.

[당신이 바로 사은상인가요?]

[흡!]

누워있던 사은상은 놀라서 떠거운 죽을 꿀꺽 삼켜버렸다.

두려워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를 알고 있는 것이다.

[어머! 어째 뜨거울 텐데……]

주소아가 가련하게 쳐다보았다.

이때, 한천녀가 다시 말했다.

[당신은 무적검과 불패도를 알고 있어요?]

순간, 사은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얼굴이 낯이 익기는 하지만……전혀……]

주소아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수저를 놓았다.

이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사은상에게 말했다.

[안심하고 편히 쉬어요. 그리고 이곳에는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힐 사람은 없어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는 한천녀의 손을 잡아끌면서 미련없이 문 밖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 혼자 남은 사은상……

수많은 상념이 어지럽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아늑한 실내였다.

황촉불이 은은히 타오르고 있는 이곳은 객점의 한 방인 듯 했다.

(무적검……그가 어찌 나를 알고 있단 말인가? 아니 불패도 역시 나를 알고 있는 듯 했다. 한데……원수라고 할 수도 있는 나를 왜 죽이지 않을까?)

사은상은 침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은 가뿐했고, 내공은 더욱 높아진 것 같다.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이들은 등천마세의 사람들……백인장 만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무림에서 오직 그들만이……)

그녀는 나직이 탄식을 토했다.

(난감하다. 누구에게 이 기밀을 말하고 도움을 청한단 말인가? 누구에게 옥상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단 말인가?)

그녀는 허탈하게 웃는다.

사은상이 누구였던가?

자기의 신세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어야 했던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서글프다.

한때는 삼성무림청의 공녀 중의 하나로 위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무형혈수로 무수한 사람을 죽이기도 했었다.

그녀의 일생은 어린 두 꼬마들을 만나면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마음이 변해버리고 행동이 변해버렸다.

사부인 사진성은 끝없이 그녀를 불신해 오다가 드디어 온갖 약물로서 괴물로 만들어 버리려 한다.

그의 상념은 한없이 이어졌다.

한데 그때였다.

스스스……

황촉불이 팍 꺼져버리고……

실내는 무서운 적막에 사로잡혔다.

(아아……)

사은상은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어둠에 동화된 듯……

본래 황촉불이 있던 장소에 고요히 서 있는 검은 그림자……

그를 보며 사은상은 전신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그대는……그대들마저……사부가 나를 그렇게까지……]

그녀의 음성마저 무섭게 떨리기 시작했다.

천하의 사은상이 이토록 경악하며 전율하고 있었으니……

문득,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가?]

최초로 검은 그림자는 입을 열었다.

죽음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는 그런 어두운 음성이었다.

사은상은 한 걸음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몸은 이미 침상에서 내려와 벽으로 밀리고 있었다.

[그……그대는 탕마사십사객 중 구혼객(求魂客)……]

[그래……아는군……이제 돌아갈 텐가 아니면……]

흑의인, 즉 구혼객이 소리없이 웃었다.

[나는 결코 돌아가지 않아. 이 괴물아……!]

[그렇다면……죽어야지………]

찰나,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쪽에서 들렸다.

[누가?]

[크아악……]

갑자기 구혼객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앞으로 엎어졌다.

털썩……!

이어 그의 몸이 썩은 짚단처럼 무너져 내리고 실내는 정적에 쌓였다.

사은상은 긴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괜찮아요?]

예의 부드러운 여인의 음성이 들리며 실내는 다시 밝아졌다.

그러자, 사은상의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청의에 면사를 쓴 여인, 취풍녀였다.

사은상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인사를 보였다.

순간,

[끼악----!]

쓰러져 있던 구혼객의 몸이 괴성과 함께 튀어 오르며 사은상을 향해 덮쳤다.

사은상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고 취풍녀가 맑은 기합을 질렀다.

[마왕수(魔王手)!]

그녀의 손에서 하나의 빛살같은 손이 뻗어나가 구혼객의 머리를 파괴해버렸다.

파아아아-----

[이럴 수가……]

순간적인 틈을 이용하여 사은상의 무형혈수가 구혼객의 가슴을 쳤건만 머리도 없는 구혼객은 그래도 움직이며 달려들고 있다.

다시 한 번 취풍녀의 손에서 아수라수가 격출되고 구혼객의 몸은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방안은 온통 피와 흩어진 살점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취풍녀는 아수라수를 격출했던 자신의 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구혼객의 몸을 강타했을 때의 충격은 쇳덩이 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

취풍녀도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탕마사십사객 중의 하나예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은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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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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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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