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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장

 

             귀산의 무림대회 (3)

 

 

누군가가 소리쳐 물었다.

[석두공이 누구요?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오. 돌대가리라는 그 말이 이름이오 아니면 외호요?]

[와하하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설곽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이름이오. 조금 남다른 이름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무공으로 그를 능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오. 만약...]

[...!]

[...!]

설곽이 잠시 말을 끊자 장내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모여들엇다.

[이 자리에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노부는 자천을 해서 다른 분들과 비무하도록 하겠소. 사실대로 말하자면 노부는 석두공 소협 이외에 지금 추천된 어느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소.]

웅웅웅...

내공이 엄청나게 깃든 그의 음성은 소용돌이 치듯이 귀산을 울렸다.

군웅들의 안색이 변했다.

또한 설곽의 무공을 잘 모르던 하삼풍 등도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곽의 공력은 그들에 비해서 손색이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삼노장의 팽덕이 일어나서 말했다.

[노부의 생각도 근본적으로 설문주와 같소이다. 석두공 소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노부도 다른 분들과 비무를 해볼 생각이오.]

석두공... 석두공...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너도 나도 석두공하는가?

그만 없다면 검성이고 십대고수고 간에 나서서 맹주의 자리를 노려보겠다고 말하는 고수들이 잇달아 나오지 않는가?

군웅들의 관심은 온통 석두공이라는 사람에게로 쏠렸다.

그때 무형도객이 말했다.

[사실 본인도 석두공 소협을 추천할 생각이었소. 그는 작고하신 천하제일인이신 무치 동호천 노선배의 직전제자이시오.]

술렁술렁...

동호천의 제자라는 말에 군중들은 앞뒤를 돌아보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림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오년 전, 동호천이 작고하면서 부터였음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살아있을 때는 풍진기인으로 천하를 유람하며 지냈던 그였지만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했던가 하는 것을 모든 무림인들은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치 동호천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천하는 여전히 태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동호천의 제자가 이번 무림대회를 주관했으며 고수들이 추천하기를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워 할 뿐이었다.

동호천의 제자, 무치 동호천은 제자를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검성이 조용히 일어서며 말했다.

[무형도객의 말이나 호표문의 설문주의 말이나 삼노장의 팽장주 말이나 모두 옳소이다. 노부는 단언하건데 이 자리에 석두공 소협보다 무공이 더 강한 분은 없으리라 생각하오.]

[노부의 의견도 검성과 같소이다.]

만박노조도 검성의 말에 찬동했다.

군웅들은 더욱 술렁거렸다.

누군가가 소리쳐 물었다.

[그럼 그 석두공 소협은 지금 어디 계시오? 어째서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소?]

군웅들 모두의 궁금함이었다.

무형도객이 말했다.

[우리가 이곳 귀산에서 무림대회를 연다는 것은 천하에 널리 알려진 일이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도들께선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검종맹이나 잔혼각, 적룡혈운도의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을 것이오.]

[그렇소.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군. 나도 집에서 나올 때 검을 갈아서 나왔는데 오는 중에 한번도 써보지 못했소.]

누군가가 소리쳤다.

무형도객의 말이 이어졌다.

[석두공 소협은 여러분들이 이곳에 무사히 당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검종맹과 잔혼각, 그리고 적룡혈운도의 총단을 단신으로 공격했었소. 그들은 그 피해로 인해 이곳으로 올 여력이 없었던 것이오.]

군웅들 중에서 한 사람이 소리쳤다.

[혼자서 세 곳의 총단을 공격했단 말이오? 그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농간이다. 석두공이란 자에게 우리를 고스란히 바치려는 농간이다.]

누군가 술병을 던지며 농간이라고 고함쳤다.

순간,

취릿!

은색검광이 허공을 가르며 던져진 허공을 휘감았다.

한 소녀가 가늘고 긴 연검을 뻗쳐들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에서 순식간에 열여덟 번의 자세를 바꾸며 옆으로 움직여갔다. 마치 선녀가 하늘을 나는 듯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술병이 던져진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내려섰다.

그녀는 장지연이었다.

화가 잔뜩 난 듯한 그녀가 털보장한의 목에 연검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뭐가 농간이라는 것이냐? 농간이라면 그것을 증명해라. 그렇지 못한다면 즉시 목을 베어버리겠다.]

검이 살짝 흔들리자 연검에 매달렸던 술병이 소리없이 베어져 떨어졌다.

털보장한은 싸늘한 감촉이 목으로 전해지자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인간의 무공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이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농간이라고 생각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오.]

[그것을 증명이라고 하느냐?]

장지연이 서릿발같이 차가운 음성을 내뱉었다.

[인간의 무공이 그렇게 강하면 안되기라도 한단 말이냐?]

그때였다.

[어린 계집애가 검을 너무 함부로 쓰는 구나. 본 곡주가 버릇을 가르쳐 주겠다.]

하삼풍이 둥실 떠오르면서 나직하게 소리쳤다.

장지연이 차갑게 내뱉었다.

[이제 보니 저 능구렁이를 추천한 자였군. 아마도 능구렁이의 제자중 하나겠지?]

[다... 닥쳐라! 난 하곡주님을 모른다.]

털보장한이 당황하여 외쳤다.

[흥!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맹주로 추천해? 웃기는 일이군!]

털보장한의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그때 하삼풍이 그녀의 뒤로 이르며 소리쳤다.

[버릇을 고쳐주마!]

그의 손에서 백광이 번쩍였다.

[장매! 조심해 단혼장(斷魂掌)이야!]

백란이 고함치며 몸을 날렸다.

스읏!

순간 장지연의 연검이 살아있는 듯이 백광을 뿌리며 뒤로 향했다. 손은 여전히 앞을 향한 그대로인데 연검만이 휘어지며 하삼풍을 공격해나간 것이었다.

연검의 빠름은 실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어검술이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파파팍!

하삼풍은 손을 거두고 한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장지연은 그의 단혼장을 깨끗하게 막아낸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폭풍무존에게 배운 검법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라라락!

중인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그녀의 위기를 보고 몸을 날렸던 백란이 그녀의 곁으로 내려섰다.

[아주 훌륭한 검법이야! 장매!]

장지연은 생긋웃고 말했다.

[이건 내가 석두공 소협으로부터 배운 거예요. 만약 그가 직접 펼쳤더라면 하곡주께선 이미 지옥을 구경하고 게실 걸요?]

그녀는 비웃음을 던지고 백란과 함께 자기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

하삼풍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더 싸우게 된다면 그가 패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초에서 그녀에게 밀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때였다.

휘이익!

한줄기 흰 그림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광장의 중간으로 떨어져 내렸다.

후줄근하게 보이는 백의는 핏물로 얼룩져 있었으며 짧고 노르스름한 머리는 귀에도 닿지 않을 듯하고 그러면서도 호수같이 심원한 눈빛을 가진 미청년이 거무튀튀한 방망이를 들고 서있었다.

얼굴에는 지치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몇 사람이 벌떡 일어섰고 장지연과 백란이 동시에 소리쳤다.

[석두공!]

군웅들은 저자가 석두공이구나 하면서도 내심 못미더워했다. 

그렇게 고수같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형도객이 반색하며 그를 맞았다.

[이제 왔는가? 수고했네. 정말 애썼네.]

하지만 석두공의 그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말했다.

[빨리 이곳을 피해야합니다. 척살대가... 척살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무형도객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들이 벌써 나왔단 말인가?]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소이다. 전멸당하지 않으려면 모두 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석두공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들을 만났는가?]

[그들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의형인 일초진천수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석두공은 말을 하면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부상을 당했는가?]

[아닙니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서 저들을 피신시켜야 합니다. 척살대는 모두 삼마경을 익혔습니다.]

석두공은 양주를 떠난 이후 단 한번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동분서주했던 것이다.

무형도객은 북위로 뛰어올라가 소리쳤다.

[여러분들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서 돌아가도록 하시오. 어서!]

그의 말에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갑자기 돌아가라니 무슨 말이오? 영문을 말하시오!]

[적들의 척살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소. 빨리 피해야하오.]

[물은 제방을 쌓아서 막고 적은 적은 병사로써 응한다고 했소. 적이 온다면 맞서 싸워야지 그 무슨 말씀이시오?]

군웅들이 아우성을 쳐대었다.

[말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소이다. 어서 이곳을 떠나시오.]

무형도객이 다시 외쳤다.

웅성웅성...

광장은 질서를 잃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소리 높여 무형도객을 욕하는 자들도 있었고 무슨 영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슬금슬금 내빼기 시작하는 자들도 있었다.

석두공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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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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