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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四 章

 

               高手刺殺隊

 

 

 

섬서성에서 발원되어 대별산맥을 따라 호북성으로 흘러드는 물이 있다.

한수(漢水)라고 불리는 이 강은 호북성에서 크게 돌아 흐르는데 그 바람에 물의 흐름이 느려져서 굴곡이 심한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산 줄기를 따라 흐르는 한수는 곳곳에 만(灣)을 이루고 있고 그러한 곳마다 대개 하나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이 밖에서 보아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에 바람을 피하기도 좋고 도적의 피해도 적기 때문이다.

또한 물살이 느리니 고기를 잡기도 좋은 강이 한수였다.

다른 곳에서는 어황이 좋지 않을 때가 있어도 이 한수는 늘 물고기가 풍족하다.

장마철이 되어 장강의 물이 역류하면 물고기들이 맑은 물을 따라서 한수로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이다.

올라올 때는 올라오지만 한수의 물은 완만하기에 그 고기들은 쉽게 장강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물살이 완만하고 굴곡이 심한 이 한수에서도 유독 한곳만은 배들이 근처에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어찌나 빠른지 물이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흑성소(黑星沼),

 

맑은 물위에 있는 단 한 곳의 검은 점처럼 존재하는 곳이기에 어부들이 흑성소라고 부르는 곳...

이곳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흑성소를 지나서 있는 좁은 만은 바퀴처럼 휘어져 있으며 그속에는 무림에서 전설적인 악명을 날리고 있는 어떤 세력의 특별한 목적을 위한 시설이 있을 줄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구우우우!

비둘기 한마리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흑성소 위를 지나 그 뒤쪽의 좁은 골짜기로 날아들어갔다.

 

× × ×

 

[오늘 또 한놈을 보낸다고 하는군.]

[그럼 마지막 놈이로군.]

[이번놈은 자질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

방금 전해진 전서를 탁자위로 휙 던져버리며 세모난 얼굴의 노인이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맞은 편에 있는 새까만 얼굴에 흰수염이 가득하고 눈만 반짝이는 노인이 말했다.

[이곳에 오는 놈들 중에서 대단하지 않다는 놈들이 있기나 했나? 실제로는 모두 그저 그런 정도일 뿐이었지만... ]

[다르다니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다 못해 물건이라도 말이야. 흐흐흐...]

세모난 얼굴이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끼익!

깜둥이 노인이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갔다.

[오늘 보냈다고 했으니 며칠 후에야 도착하겠군. 난 놈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나 살펴보겠네.]

 

밖에는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깜둥이 노인이 나온 그 집만이 제법 클 뿐, 그 아래로는 마당이 하나씩 달린 작은 집들이 백여 개나 늘어서 있었다.

그 아래쪽은 강물이 들어와 있었고...

한데 노인이 나온 집을 제외하곤 어느 집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또한 그 집들은 작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튼튼하게 지어져 있었다.

모두가 불에 구운 기와를 얹었으며 역시 불에 구운 벽돌과 돌을 사용해서 벽을 만든 것들이었다.

바람도 직접 받지 않는 곳에 지어졌으니 수백 년, 또는 천년을 지난다 하더라도 허물어지지 않을 것같았다.

스으...

노인은 허깨비처럼 둥둥 날아서 한채의 집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나비가 그렇게 하듯이 그집의 울타리위에 사뿐히 내려섰다.

쓰륵!쓰륵!

풀벌레 소리만이 이따금씩 들릴 뿐 사방은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

휘익!

노인은 울타리 밖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길고 가느다란 풀잎 하나가 그의 손으로 빨려들어왔다.

후우욱!

노인은 손바닥에 풀잎을 올리고 살그머니 불었다. 풀잎은 바람을 타고서 집으로 날아갔다.

한데 풀잎이 막 창을 넘어가는 순간,

파파팍!

백색도광이 솟구치며 풀잎이 수백조각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쌀알같은 크기로 변한 풀잎의 잔해들이 무서운 속도로 반탄되어 나왔다.

쇄애애액!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매를 슬쩍 흔들었다.

스스스!

풀잎의 잔해들은 집을 찾아 날아드는 벌들처럼 그의 소매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검은 얼굴의 노인은 다시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여기가 연백곡(鍊魄谷)이오?]

갑자기 그의 삼장 앞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휘리리릭!

흑면노인은 허공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십여 장 밖으로 물러섰다.

[웬놈이냐?]

노인이 준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데 그가 단번에 십여 장을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 삼장 쯤에 검은 인영이 서있었다.

(이런....!)

노인은 다시 오장을 더 물러났다.

스읏!

그러나 검은 인영은 다시 똑같이 따라붙으며 말했다.

[아직 연락을 받지 않았소? 지금 쯤 연락이 됐으리라 생각했는데...]

[네... 네놈이 파혼검(破魂劒)이란 놈이냐?]

노인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순간이다.

파앗!

그의 눈앞에서 은빛이 번득였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당신은 나를 놈이라고 할 자격이 없소.]

철컥!

검이 칼집을 찾아서 꽂히는 소리가 났다.

노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앞가슴 옷이 반으로 베어져 있었다.

(무... 무서운 놈이다.)

그는 식은 땀을 흘렸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오?]

노인은 엉겁결에 제일 아래쪽, 그리고 구석진 곳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

검은 인영이 흰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잘해봅시다.]

노인은 그제서야 검은 인영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각진 얼굴에 눈에서 턱까지 두 가닥의 검상이 있는 자였다.

검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파혼검은 터벅 터벅 자신이 배정받은 집으로 걸어갔다.

노인은 화석이 된듯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파혼검... 흑백쌍사(黑白雙邪)의 흑사(黑邪)인 나 우문추(于文秋)가 그의 단 일검을 피하지 못했다. 무서운 놈이다.)

 

-흑백쌍사(黑白雙邪),

 

이들은 백여 년 전 무림에서 활동했던 사파(邪派)의 절정고수들이었다.

석년의 그들은 지금의 십대 고수들에 비해서 그 성명에서 떨어지지 않던 인물들이었다.

흑사 우문추는 축쳐진 어깨로 제일 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파혼검(破魂劒),

 

그는 자기의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슴을 헤치고 무엇인가를 꺼냈다.

새까만 오죽패(烏竹牌)였다.

 

<검종(劒宗)>

 

오죽패에 홈을 파고 은(銀)을 먹여 만든 글씨, 그것은 검종맹의 신물이었다.

(후후! 석아우의 뜻과 달리 이곳까지 흘러들어오고 말았군. 하지만 오히려 잘 된 것일 수도...)

파혼검은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강함을 추구하는 자들...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마!]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 × ×

 

 

[이것은 마지막 남은 필사본(筆寫本)이다. 얼마나 익히는가는 전적으로 네게 달렸다.]

세모난 얼굴을 가진 백사(白邪) 마소악(馬掃惡)이 세권의 얇은 책을 주며 말했다.

파혼검은 무심한 듯이 말했다.

[거기에 놓고 가시오.]

마소악의 눈이 새파란 살기를 뿜었다.

[네가 강하다는 말은 흑사로 부터 들었다. 하지만, 겨우 우리같은 늙은이 하나를 이길 수 있다고 해서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이곳엔 너 못지 않은 자들이 적지 않다. 경거망동은 하지않는게 좋을 거다.]

[나도 한마디 하겠소. 흑백쌍사가 악독하다는 말은 들었소. 하지만, 내 행동에 대해선 간섭하지 않는게 좋을 거요. 간밤에 이곳의 규칙을 읽어보니까 당신들은 쓸모없는 존재더군.]

파혼검이 냉소하며 말했다.

마소악이 살기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냐?]

[후후후! 당신들은 우리가 무공을 연성할때까지 뒷바라지나 하는 역할에 불과하더군.]

파혼검의 음산한 어조가 이어졌다.

[명목상의 지위야 그럴듯하지만... 아마도 우리의 무공이 연성되고 난 후엔 무용지물이 될 사람들이 당신들이지. 어쩌면 맹주는 당신들을 제거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마소악은 흠칫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맹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린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수도 있다. 맹주는 서로간의 약속에 의해 다른 무공들을 익힐 수 없지만 우리는 삼마경을 다 보았다. 훗날, 아니 훗날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지금의 공력을 폐하고 삼마경을 익히기만 한다면 그들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맹주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파혼검이 그의 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를 감시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게 좋을 거요. 더불어, 늙은 개같은 목숨이지만 살아서 나갈 궁리도 하는게 좋겠지.]

마소악은 간이 떨리는 것같았다.

그는 아무소리도 못하고 돌아서서 나갔다.

파혼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속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는 자들은 모두 세상에서 보기 드문 기재들이다.

또한 그들은 저주받은 악마의 무공이라는 삼마경을 익히고 있다.

삼마경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때까지의 내공을 완전히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직 초보적인 지금은 그렇게 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강해질 것이다.

검종맹주인 부운청풍객 심제을의 밀명을 받은 자가 있다면 마소악과 우문추, 두 껄끄러운 존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마소악의 마음속에는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었다.

 

파혼객은 삼마경을 펼치지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눈을 감았다.

(가장 무서운 적은 삼마경이다. 어느 누구든 한번 빠지기만 하면 결코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악마의 무공... 이것을 익히기 보다는 파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이것을 익히기 위해 지금 공력을 폐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치무요를 익혔으니 다른사람보다 유혹에 잘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삼마경 앞에서는 나도 장담할 수없다.)

무치무요를 익혔다!

그렇다면 파혼검은 바로 금사종이란 말인가?

어쨌든 파혼검은 자신의 혈도를 스스로 눌렀다.

앞으로 세 시간 동안 그의 혈도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책장만 넘길 수 있게 된 그는 그제서야 삼마경 중 제일 위에 놓여있는 검마경(劒魔經)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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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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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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