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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사람을 찾습니다. (1)

 

 

 

석두공은 속으로 생각했다.

(잔혼각은 처음부터 그들 삼인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수법을 사용했을 리가 없다. 왜 그들은 삼노장을 복속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아예 없애버리려 한 것일까? 혹시 그 삼노장에 와있다는 귀빈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석두공의 머리속으로 날아내리던 장아가씨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연검을 쓰는 품이 일품이었지.)

석두공은 그녀의 멋진 자태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아무도 안계셔요? 소녀 장지연이 찾아왔습니다.]

초옥의 밖에서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헉!)

석두공은 자신의 알몸을 보고 당황하여 허둥지둥했다.

급한 김에 그는 벗어던졌던 허물을 뒤집어쓰고 말했다.

[누구시오? 누구를 찾소?]

[여기에 흰옷을 입고 어깨가 넓은 서른 정도의 아저씨가 살고 계시지 않아요?]

석두공은 폭풍무존을 가리키는가 보다 생각하고 말했다.

[여기에 사시긴 하지만 지금은 계시지 않소. 잠시 기다리거나 나중에 오도록 하시오.]

[말하는 분은 누구시죠?]

[난 그분의 제자요.]

석두공은 그제서야 그 음성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생각했던 그 소녀였던 것이다.

장지연이 얼기설기 만들어진 문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면 안될까요?]

꽝!

석두공은 문을 안에서 꽉잡아당겨 열리지 않게 하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기....기다리려면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절대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이봐요! 난 당신 사부님께서 초대한 손님이에요. 그런데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어요?]

장지연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석두공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정말 미안하오. 하지만 이 안으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소.]

[흥! 당신 사부님의 제자라면 행동도 그분을 닮아 의젓해야 할게 아니예요? 어째 졸장부같은 짓을 하고 있는거죠?]

화가 난 장지연은 물러서지 않고 소리쳤다.

석두공이 간청하듯이 말했다.

[사정이 있어 그러니 제발 밖에서 기다려 주시오. 사부님께선 곧 돌아오실 거요.]

[안돼요. 난 당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아야겠어요.]

장지연은 약이 오를 데로 올랐다.

더구나 그녀는 호기심 많은 여자가 아닌가?

석두공은 애초부터 그녀의 호기심을 유발시킬만한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펑!

얼기설기 나무로 엮은 문이 그녀의 일장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후다닥!

석두공은 다른쪽 벽을 뚫고 뛰어나갔다.

[...?]

장지연이 방으로 들어섰을때 그녀는 석두공의 뒷모습만을 얼핏보았다.

하지만,

[흥! 어딜 도망치려고?]

그녀는 콧웃음을 치면서 석두공이 나간 구멍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석두공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

장지연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초옥을 한바퀴 돌았다.

하지만 석두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붕위로 훌쩍 뛰어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석두공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디로 사라졌지? 금방 뒤쫓아 나왔는데... ]

그때였다.

[왜 지붕에 올라가 있는가?]

갑자기 밑에서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장지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뛰어내렸다.

폭풍무존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언제 돌아오셨어요?]

[지금, 들어오너라.]

그는 깨어진 문을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성미가 보기보단 급하군.]

[저 제자분이... ]

장지연은 얼버무렸다.

폭풍무존은 방에 들어서서 다른 쪽 벽에도 구멍이 뚫어져 있는 것을 보고 영 기분이 상한 듯했다.

어쨌거나 그 초옥의 그가 만든 자기 집인데 만들어진지 하루만에 이처럼 부서졌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장지연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폭풍무존을 보았다.

하나 폭풍무존은 중얼거리며 바닥에 앉았다.

[네놈은 내가 만든 건 뭐든지 부수는구나. 전에는 천신폭풍탑을 부수더니...]

[...?]

장지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사부님!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그 장소저가... ]

장지연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고함쳤다.

[내가 언제 그랬어요? 저건 분명히 당신이 그랬는데.]

[당신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가 그랬겠소?]

석두공은 마주 고함쳤다.

그 바람에 입에서 침이 튀었다.

[응?]

장지연은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 침방울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순간 석두공과 장지연의 눈이 마주쳤다.

두사람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앗!]

원래 석두공은 밖으로 나갔다가 재빨리 돌아서 문으로 들어와 천정에 매다린 것이었다.

석두공은 장지연이 자신을 발견하자 비명을 지르며 폭풍무존의 뒤로 숨었다.

몸에 걸쳤던 숯덩어리 같은 허물이 훌렁 날아가버렸다.

장지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왜 석두공이 그처럼 숨어있으려고 했는지 알았던 것이다.

(알몸이었어!)

폭풍무존은 가져왔던 옷을 뒤에있는 석두공에게 건네주었다.

[네놈의 알몸도 벌써 몇번이나 보는구나.]

그가 말하는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마중천에서 자봉과 정사를 벌이는 석두공을 지켜보기도 했던 것이다.

 

폭풍무존이 말했다.

[이것은 지금은 사라진 어떤 문파의 비전절기(秘傳絶技) 중의 하나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아마 이것보다 뛰어난 절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음성에는 짙은 향수(鄕愁)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연을 알고 있는 석두공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검을 다오.]

장지연이 폭풍무존에게 연검을 풀어서 주었다.

그녀의 연검은 여느 연검과는 달리 길이가 무려 사장이나 되었다.

[옛날에 내가 알고 있던 어떤 사람도 이처럼 긴 연검을 좋아했었지. 지금 내가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도 실상 그가 만든 검법인데 내가 약간 고친 것이야.]

피리리릭!

폭풍무존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검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휘익!

검의 끝이 돌아가며 폭풍무존의 뒤쪽으로 찔러갔다.

그러나 폭풍무존은 여전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검을 잡고만 있는 중이었다.

뜻에 의해서 검을 움직이는 진정한 이기어검술(以氣馭劒術)이었다.

파파팟!

검은 살아있는 마음대로 움직였다. 검광이 사방으로 눈부시게 뻗어갔다.

돌연,

[물러서거라.]

폭풍무존이 나지막하게 외쳤다.

석두공과 장지연이 십여장 밖으로 물러났다.

칙! 칙!

갑자기 연검의 끝에서 백색강기가 쏘아져나갔다.

[검강이다! ]

장지연이 깜짝놀라 소리치며 더욱 물러섰다.

파파파팍!

연검의 끝이 가리킨 곳마다 바위들이 예리하게 베어져나갔다.

폭풍무존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검을 든 손을 들어올렸다.

휘리리릭!

연검이 그의 손목에 뱀처럼 휘감겼다.

[기로써 검을 움직이면서도 검강을 동시에 펼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 검법의 뛰어난 점이지.]

폭풍무존은 연검을 장지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장지연이 물었다.

[원리는 그렇다 하고 초식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초식?]

폭풍무존이 오히려 반문했다.

[초식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그냥 편한 대로 펼치면 되는 거지.]

[...?]

장지연은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무공이 경지에 달하면 초식이 필요없다는 말을 그녀도 들은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진짜로 초식이 없다면 마구잡이 무술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어쨌거나 가르쳐 주는 사람이 초식따윈 없다고 하는 데야 도리가 없다.

[그럼 구결을 가르쳐 주세요.]

[내가 다 보여주었는데 구결은 또 무슨 구결?]

폭풍무존은 그녀의 질문에 속이 터지는지 버럭 화를 냈다.

장지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폭풍무존은 죽간을 들고 강으로 내려가며 말했다.

[어서 집이나 고쳐놓고 가버려라.]

 

장지연은 한쪽에 서있는 석두공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당신 사부님은 항상 저래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무공을 배웠어요? 뭐 이래요? 이게 무슨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거예요?]

그녀의 한꺼번에 퍼붓는 소리에 석두공은 귀를 막았다.

그리고 말했다.

[난 이렇게도 배우지 못했소. 이게 뭐 어떻다고 그러시오?]

장지연은 기가 막혔다.

스승이나 제자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두공은 숲으로 나무를 베러 들어가고 있었다.

집을 고쳐놓으라 했으니 고쳐야 할게 아닌가?

장지연은 놀림을 당한 것같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으나 석두공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이봐요. 숯덩어리. 그럼 당신은 조금 전에 그 검법을 펼칠 수 있단 말이에요?]

[배웠는데 왜 못하겠소?]

[얼마나 연습해서 펼칠 수 있게 되었어요?]

장지연은 그에게 다가서며 붙임성있는 음성으로 물었다.

석두공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고 펼쳐보지도 않았소.]

[뭐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펼칠 수 있단 말이에요.]

장지연이 소리쳤다.

석두공도 화를 내며 말했다.

[이게 그것 아니오?]

쉬익! 쉭!

순간 그의 손에 들리웠던 나뭇가지가 활처럼 휘어졌다.

쉭!쉬쉭!

나뭇가지지만 폭풍무존이 펼쳤던 그 검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장지연은 깜짝 놀라 물러서며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언제 배운 거죠?]

휙!

석두공은 나뭇가지를 던져버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조금 전에 같이 배웠잖소?]

장지연은 한쪽에 가만히 서서 입을 꼭 다물었다.

(이들 사제는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구나. 나도 무엇이든 쉽게 배워서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이사람들 앞에서는 입도 떼지 못하겠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절세적인 총명을 타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펼치는 무공을 대충 보기만 해도 그 알맹이까지 꿰뚫고 헛점까지 보완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당금 무림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직 둘 뿐이었는데, 한분은 돌아가셨으며 한 사람은 실종되었다고 했다. 한데, 이곳에서 또 그런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구나.)

장지연은 수도로 나무들을 베어서 들고가는 석두공의 뒷모습을 가슴 깊이 새겼다.

 

석두공은 자신이 부순 벽을 다시 떼우고 장지연이 부순 문도 새로 달았다.

그리고 어제 밤에 만들지 않았던 침상과 탁자, 그리고 의자도 만들어 방안에 갖다 놓았다.

초옥은 오직 네 개의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린 것일 뿐이다.

부엌도 따로 없고 측간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폭풍무존은 집을 고쳐놓고 떠나라고 했다.

물론 그 말은 장지연에게 하는 것같았지만 석두공은 자신에게도 해당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은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입장이고 폭풍무존은 세상을 돌아다닐 낙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함께 가는 것도 함께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떠나기 전에 석두공은 조금이라도 폭풍무존이 생활하기 편하게 해놓고 가려는 것이었다.

그가 삼노장을 찾아갔던 것도 그러한 일념에서였다.

삼노장은 이 일대에서 가장 텃세가 강한 장원이다.

삼노장이 폭풍무존 근처에서 성가시게 굴지 않는다면 폭풍무존이 조용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푹!푹!푹!

석두공은 측간과 부엌을 만든 후에 집 주위에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지연이 그를 도와 울타리로 쓸 나무들을 날라다 주었다.

그녀의 태도는 고분고분했다.

 

그럭저럭하는 사이에 태양이 붉게 변했다. 벌써 저녁때가 된 것이다.

폭풍무존이 죽간(竹竿)을 들고 초옥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가는 소나무가지가 쥐어져 있고 그 소나무가지에는 그가 낚아올린 네 마리의 물고기가 꿰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크기가 사람의 팔뚝만하고 굵기는 사람의 허벅지만한 잉어들이었다.

[아직도 안 갔느냐?]

그가 잉어들을 뒤로 감추며 말했다.

[...?]

장지연은 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고 석두공은 이마를 치면서 말했다.

[사부님! 잉어들을 낚은 게 아니라 건져올리셨군요.]

낚은 것과 건져 올린 것, 그 차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철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폭풍무존은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갔다.

장지연이 잉어들을 받아들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건져 올린 것과 낚아 올린 것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폭풍무존은 한낮이 다 가도록 고기를 낚을 수가 없자 공력으로 잉어들을 건져 올려 가져온 것이었다.

물고기들의 입에는 바늘자국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잉어를 불에 그슬러서 밥 대신 먹고 났을 때 십여 명의 사람들이 초옥으로 찾아왔다.

삼노장의 삼노와 그들을 가마에 싣고 온 하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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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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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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