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 21:49 와룡강의 작업실/대도전능(大盜全能)
[대도전능] 0화 진가대도(眞假大盜)
대도전능 -大盜全能
와룡강 작
0화
진가대도(眞假大盜)
딸칵!
금고의 마지막 잠금장치가 풀렸다.
금고에는 무려 아홉 겹의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금고를 따는 것쯤은 부운(浮雲)에게는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였다. 철이 들기도 전에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잠금장치를 따봤기 때문이다.
제법 큰 금고였지만 단 한 가지 물건만 들어있었다. 옥으로 만들어진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도장이다.
“나름대로 머리를 썼네.”
금고 안의 옥도장을 살펴보며 부운은 준비해온 벽돌을 집어들었다.
생각 없이 옥도장을 집어들면 그 즉시 경보가 울릴 것이다. 무게를 감지하는 장치가 금고에 설치된 열 번째 금제였다.
“얼추 이 정도 무게겠지?”
부운은 비수로 벽돌의 모퉁이를 조금 깎아냈다.
그런 다음 옥도장을 꺼내고 그 자리에 벽돌을 올려놓았다. 바꿔치기하는 손길이 말 그대로 번개 같아서 경보가 울리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손 빠르기로는 할아버지를 능가했을지도...”
부운은 흡족한 표정으로 옥도장을 살펴보았다.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옥도장의 모서리는 깨져있는데 금으로 정교하게 보수되어 있다.
옥도장을 뒤집어보니 <受命於天 旣壽永昌>이라는 여덟 자가 옛날 서체로 새겨져 있다.
“일단 생김새는 진시황이 만들었다는 전국옥새(傳國玉璽)와 일치하는군.”
부운은 눈을 반개하며 옥도장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자 옥도장 손을 대었던 적이 있는 모든 인생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생각했던 대로네.”
부운은 한숨을 쉬며 다시 눈을 떴다.
부운에게는 사물에 깃들어 있는 이력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을 싸이코메트리라고 했었나?)
들어본 적이 없는 이국적인 단어가 부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싸이코메트리인지 뭔지 하는 능력 덕분에 부운은 물건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만들어진 건 삼백여 년 전 송(宋)나라 시절, 당연히 진짜 전국옥새가 아니다.”
부운은 가짜 전국옥새를 만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소금 밀매로 벼락부자가 된 인간 따위가 세상 모든 보물의 으뜸인 전국옥새를 갖고 있을 리 없지.”
딱히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찾아낸 물건이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조금 낙심이 된다.
부운은 비수 끝으로 가짜 전국옥새 옆면에 가짜(假)라는 글을 새겼다.
그런 다음 가짜 전국옥새를 다시 금고에 넣었다.
“확실하게 표시했으니 사기당하는 사람은 더 이상 생기지 않겠지.”
나름대로 분풀이를 한 부운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진가대도(眞假大盜)!
도둑질로 진짜와 가짜를 가려주는 그의 명성은 또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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