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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역시 저녁 무렵. 평야에 난 넓은 길.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제법 많이 다니고. 그 중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상당히 큰 마차. 죽립을 쓴 늙은 마부가 마부석에 앉아있다. 바로 배씨일족이 타고 있는 마차다.

 

마차 내부. 청풍이 배주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청풍의 품에는 배연아가 안겨 졸고 있고. 조씨부인은 남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마차 구석에는 이런 저런 집기와 상자들도 실려있다. 배가장의 보물들이다.

배연아 고모; (연아가 엄마나 아빠보다 이공자를 더 좋아하네.) 청풍의 품에 안겨 졸고 있는 배연아를 보며 생각하고

배연아 고모; (하긴 극한의 공포를 느끼던 참에 기적처럼 나타나 구해준 이공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지.) 부러운 표정

배주렴; [나는 골동품 수집이 취미였소.] 마차에 설치 된 침대에 누운 채 말하고

배주렴; [헌데 한 달 전... 옥으로 만들어진 것같은 특이한 가면이 하나 내 손에 들어왔소.]

청풍; (옥으로 만든 가면!) 눈 치뜨고

배주렴; [그걸 판 골동품상의 말에 의하면 악양 근처의 오래 된 무덤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하는데...]

배주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한 어떤 노파의 시체가 그걸 안고 있었다고 하오.]

청풍; (틀림없다!)

청풍; (노파는 천외천궁 사대장로중 야차모모일 것이고... 그녀가 안고 있던 가면은 천외칠보중 혈관음일 것이다.) 흥분하지만 내색하진 않고

배주렴; [범상하지 않은 물건 같아서 그걸 판 골동품상에게 신신당부를 했소.] [나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배주렴; [헌데 어찌 알아냈는지 지난밤 무림맹의 인간들이 쳐들어왔고...] [비로소 그 가면이 칠대기보중 혈관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소.]

청풍; (애석하구나! 혈관음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날아가다니...) 소리없이 한숨을 쉬고. 그러자

배주렴; [배모가 비록 무림인은 아니지만 혈관음이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는 알고 있소.] 그런 청풍을 보고

배주렴; [그리고 혈관음이 악인의 손에 들어갈 경우 세상에 끼칠 해독이 어떤지도...] 우울하게 한숨 쉬고

청풍; [장주께서 연아를 시켜 혈관음을 숨기게 한 건 탁월한 판단이셨습니다.]

청풍; [다만 일이 잘못 되어 누군가 혈관음을 발견하고 가졌을 뿐이니 자책하실 이유는 없으십니다.]

배주렴;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소이다.] 억지로 웃고

배주렴; [그나마 혈관음에 미리 손을 써둔 게 한 가닥 위안이 되긴 합니다.]

청풍; [미리 손을 써두셨다는 건 혹시...] 눈 번득

배주렴; [나는 수집한 골동품을 도난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만리향(萬里香)을 묻혀놓는 버릇이 있소이다.] 의미심장하게

청풍; [혈관음에도 만리향을 묻혀놓으셨군요.] 흥분

배주렴; [그걸 이공자에게 드리시오.] 조씨부인에게 말하고.

조씨부인; [예...] 말하며 일어나고. 손에 작은 유리병을 들고 있다

조씨부인; [만리향이에요.] 두 손으로 유리병을 내밀고. 청풍은 한팔로는 배연아를 안은 채 한손으로 받고

조씨부인; [만리를 가는 향기라는 건 과장이고...]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최대 십리 안에서는 맡을 수 있을 거예요.] 다시 뒷걸음질로 자기 의자로 돌아가며 말하고

청풍; [만리향에 익숙해지면 혈관음이 근처에 있을 경우 알아차릴 수가 있겠습니다.] 유리병을 보며 말하고

배주렴; [엄마가 맡긴 혈관음을 잃어버렸다고 상심하는 연아를 위해서라도 꼭 찾아내시길 바라겠소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133>

<-악양 북쪽 무창(武昌)> 밤. 어느 도시. 악양이 아니다.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불야성이다.

어느 장원. 부잣집처럼 보인다. <郭家莊>이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장원의 깊은 곳에 자리한 건물. 잘 가꿔진 정원에 있다. 불이 켜져 있고

 

건물 안은 거실인데 두 년놈이 야한 짓을 하고 있다. 소파같은 긴 의자에 끌어안고 앉아있는 남녀. 사내는 서른 살 쯤의 잘 생긴 사내고 여자는 벽소소다. 사내의 이름은 곽종도인데 벽소소를 무릎에 앉힌 채 물고 빠는 중이다. 순진한 척 하는 벽소소. 두 사람 앞쪽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이 있다.

곽종도; [나 곽종도(郭宗到)가 운이 좋구만. 소저같은 절세미녀가 자진해서 첩이 되겠다고 찾아오기도 하고...] 무릎 위에 옆으로 앉힌 벽소소를 끌어안고 주무르며 헤벌레 하고

벽소소; [정말 운이 좋은 건 소녀이옵니다 대인!] 사내 품에 파고 들며 애교를 부리고

벽소소; [대인께서 거둬주시지 않았으면 화류계로 팔려가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 테니까요.] 고개 들어 눈물 글썽이는 눈으로 올려다보고

곽종도; [안되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안되는 게야.] 벽소소의 턱을 손가락으로 쳐들며 헤벌레하고. 얼굴이 벌개졌다.

곽종도; [이렇게 순진하고 청초한 아가씨가 진창에 빠지는 일은 풍류한량을 자처하는 나 곽종도가 용납할 수가 없어.]

벽소소; [보잘것없는 소녀를 이리도 어여뻐 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할딱이고

벽소소의 벌어진 입술.

곽종도; (도저히 못 참겠다.) + [소저!] 와락! 벽소소를 소파에 눕히며 올라타고

곽종도; [금쪽같이 아껴줄 테니 평생 나 곽종도 곁을 떠나지 마시오.] 올라타고 애무하며 헐떡이고

벽소소; [소녀의 모든 것은 대인의 것이옵니다.] 마주 끌어안고 할딱이고

곽종도; [고맙소 소저. 고맙소!] 벽소소의 뺨과 목에 마구 키스하고

벽소소; (호구를 제대로 골랐어.) 곽종도에게 깔려 애무당하며 배시시 웃고. 적당히 반응하는 척 하며

벽소소; (아버지와 진상파가 눈에 불을 켜고 날 찾고 있을 거야.) (당분간 사람 많은 이곳 무창에 숨어서 지내야만 한다.) 곽종도에게 주물리키며

벽소소; (그럴 목적으로 몰락한 집안의 딸인 것으로 위장하여 무창의 부유한 상인인 이자 곽종도에게 접근했다.) 생각하는 벽소소의 목덜미를 물고 빠는 곽종도

벽소소; (호색한 이자에게는 첩도 여럿 있으니 곽가장에 숨어있으면 남의 시선을 끌 위험도 거의 없다.) 입으로는 벽소소의 목을 빨고 손으로는 벽소소의 치마를 걷어 올리는 곽종도

벽소소; (아버지와 진상파가 호남을 떠날 때까지 이자의 첩 노릇을 하며 죽은 듯이 지내자.) 아흥! 아이! 곽종도의 애무에 호응하는 척 하며 생각하고. 헌데 바로 그때

띠리링! 어디선가 들리는 비파소리. 그러자

벽소소; [흑!] 자신도 모르게 눈 부릅뜨며 신음하는 벽소소.

벽소소를 애무하다가 멈칫하는 곽종도.

곽종도; [왜 그러시오 소저?] 고개 들고. 그러자

벽소소; [아니... 아니에요 대인!] 곽종도의 목을 끌어안고

벽소소; [너무 행복해서 잠시 목이 메었답니다.] 몸을 부비며 곽종도의 품에 파고 들고

곽종도; [그러셨구려.] 다시 벽소소를 애무하고.

벽소소; [아흥! 대인! 대인...] 애무에 반응하는 척 하지만

띠리링! 띠링! 귀로는 비파소리를 듣는 데 집중한다

벽소소; (아주 먼 곳에서 연주하는 데도 곡조가 또렷하게 느껴지는 비파소리...) 표정이 싸늘해지고

벽소소; (천균비파! 틀림없이 진상파, 그것이 연주하는 천균비파다.) 이를 바득 갈고. 이제 곽종도는 벽소소의 치마를 아래에서 위로 걷러올려 아랫도리도 애무하고

벽소소; (진상파 그년은 간단히 내가 무창에 숨어있는 걸 알아냈다. 자매지간이라 심령이 교감하는 때문일 텐데...)

벽소소; (저년을 해치우지 못하면 아버지가 결국 내 종적을 알아내고 말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진상파 저년을 제거해야만 한다.> 곽종도가 벽소소를 애무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134>

위 도시의 높은 탑. 절에 있는 탑이다. 그 탑에서 들려오는 비파소리

띠리링! 탑의 맨 꼭대기 층. 어떤 여자가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비파를 켜고 있다.

크로즈 업. 진상파다. 눈을 반개한 채 비파를 켜고 있다.

진상파; (소소... 네가 이곳 무창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을 반개한 채 생각하고

진상파; (산 속에 자리한 맹호채와 달리 이곳 무창은 사람이 워낙 많다.)

진상파; (그 때문에 네가 있는 곳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건 확신한 할 수 있다.)

진상파; (인내력의 싸움이 될 테고...)

진상파; (내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면 결국 너는 초조해져서 꼬리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다시 내 눈에 띤다면 그때는 실수하지 않고 너를 제압할 것이다.> 띠리링! 비파를 연주하는 고독한 진상파의 모습

 

#135>

<-무림맹> 무림맹의 모습. 천래신협 위극겸이 만든 그 무림맹이다. #2>에 나온. 낮이고. 열린 정문으로 사람들 많이 드나든다. 북적대는 분위기

무림맹 뒤쪽의 한. 무림맹이 내려다보이는 양지 바른 곳. 상당히 화려하고 큰 무덤이 있고. 무덤 앞에 세워진 비석도 상당히 크다. 물론 제사 지내는 상석도 크고 돌 향로로 있고. 그 무덤 앞에 극천무제 신가람이 뒷짐을 짚고 서있다. 허리에 생사교를 차고 있는데 어느덧 머리카락 일부가 희끗한 중년인이 되어 있다.

신가람 뒤에는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장발의 청년이 서있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 몸에는 용 문양이 있는 화려한 옷을 걸쳤고 허리에는 아라비아식의 긴 칼을 차고 있다. 이 청년은 육합도성중 청룡도성. 이름은 주천손으로 황족 출신이다.

청룡도성; [범인은 금강살귀로 밝혀졌습니다.] 신가람 뒤에 서서 보고하고

뒷짐을 진 신가람이 말없이 보고 있는 비석에는 <初代盟主 天來神俠 威公之墓>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룡도성; [금강살귀는 자신의 이름을 이청풍이라 밝혔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육합도성 중 청룡도성(靑龍刀星) 주천손(朱天孫)>

청룡도성; [그자에 의해 소심사매가 배가장으로 데려갔던 오십여 명의 형제 모두가 죽거나 다쳤습니다.]

청룡도성; [심지어 백호사제도 한쪽 견갑골이 완전히 부서지는 중상을 입어 후유증이 심할 것같다고 합니다.]

신가람; [천방지축 망나니 때문에 피해가 심하구나.] 한숨 쉬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제이대 무림맹주 극천무제 신가람>

청룡도성; [그렇긴 합니다만...] 눈치 보며

청룡도성; [이번 일로 사매도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지요?] 위로하지만

신가람; [인간 본성이라는 게 그리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다.] 쓴웃음

신가람; [그 철부지 놈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말썽을 피워서 사형인 너희들이 인내심을 시험할 게다.]

청룡도성; [저희 사형제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소심사매를 친 누이처럼 여기고 있으니...] 웃고

신가람; [헌중이는 금강살귀를 쫓고 있겠지?]

청룡도성;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신가람; [전서구를 보내서 섣불리 금강살귀와 대결하지 말라고 전해라.]

청룡도성; (천하제이도(天下第二刀)로 불리는 대사형조차 금강살귀의 상대가 안될 거로 보시는구나.) +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신가람; [비록 못된 망아지 같다 해도 나 신가람의 딸이 모욕을 당했다.] [아비로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에게 얕보일 게 분명하다.]

신가람; [금강살귀 이청풍이란 놈은 일간 내가 직접 만나볼 것이다.] 음산한 눈빛이 되고

청룡도성; (이걸로 금강살귀의 운명도 결정되었구나.) + [예...!]

청룡도성; (사부님이 직접 손을 쓰면 견딜 수 있는 자는 폭풍신마와 벽초천외에는 없으니...) 쓴웃음 짓고. 그때

신가람; [전대맹주 천래신협의 유족을 찾는 일에는 진척이 있느냐?] 비석을 보며 묻고

비석에 새겨져 있는 <初代盟主 天來神俠 威公之墓>라는 글

청룡도성; [죄송합니다.]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신가람; [애초에 쉬운 일은 아니었지.] 끄덕이는 신가람

청룡도성; [십팔 년 전 폭풍신마가 쳐들어왔을 때 위전맹주의 부인 대씨와 아들 위진천이 무림맹을 탈출한 것은 분명합니다.]

청룡도성; [하지만 그 무렵 이미 지존회가 무림맹 일대에 포위망을 구축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청룡도성; [결국 두 모자는 포위망을 돌파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가람; [변을 당했다면 시체라도 발견되었어야하거늘...]

청룡도성; [두 모자가 지존회에 끌려가서 지금까지 갇혀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가람;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끄덕

신가람; [사부가 폭풍신마의 횡포에 맞서서 무림의 절반이마나 지킬 수 있었던 건 천래신협께서 세운 무림맹의 기반 덕분이다.] 비석을 보고

신가람; [신세를 졌으니 천래신협의 유족을 반드시 찾아내어 보답을 해야만 한다.]

청룡도성; [사부님의 사려 깊은 뜻, 잘 알겠습니다.]

청룡도성; [제자도 천래신협의 유족을 찾아내는 데 진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묵묵히 끄덕이는 신가람

돌아서서 가는 청룡도성

신가람; (보은이라...) 비석을 보며

신가람; (물론 보은도 되겠지.) 표정이 약간 시니컬해지고

신가람; (하지만 보은보다 중요한 것은 철인검을 찾아내는 일이다.) 눈빛이 번뜩

신가람; (객관적으로 나 신가람은 폭풍신마의 적수가 못된다.) (생사교를 쓰는 내 성취가 폭풍신마가 폭풍륜으로 발휘하는 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뒷짐 쥔 손 꽉. 그러면서 폭풍신마가 몸에서 무시무시한 토네이도를 뿜어내던 장면을 떠올리고

신가람; (생사교만으로는 폭풍신마와 대적하는 것은 역부족, 보조해줄 다른 힘이 필요하고...) 눈 번득

신가람; (그 힘은 오직 다른 칠대기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끄덕

신가람; (소심이가 욕먹을 짓을 하면서까지 혈관음을 추적하는 걸 모른 척 방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가람; (하지만 못난 딸년은 혈관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며 일단 실패한 이상 손에 넣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찡그리고

신가람; (철인검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고...)

신가람; (그러기 위해서는 철인검의 행방을 알고 있을 천래신협의 아내를 우선적으로 찾아내야만 한다.) 음산한 표정. 신가람도 마냥 좋은 인간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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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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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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