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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감한 치료(治療)

 

 

 

요문천은 먼저 손가락 두 개 마디만한 길이의 은제 병을 집어 들었다.

찰랑거리는 소리로 그 은병(銀甁) 안에 물약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요문천은 은병의 마개를 열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알싸한 속에 그윽한 약냄새가 느껴지는데 그 약냄새를 들이키자 속이 시원해진다.

(이건 속의 상처를 다스리는 내상약이겠구나.)

내용물이 내상약(內傷藥)임을 확신한 요문천은 철접의 얼굴로 몸을 숙였다.

철접은 창백한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입부터 벌리게 해야겠구나.)

요문천은 왼손으로 마늘쪽같은 코를 잡아 눌렀다.

그러자 코로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철접의 가늘지만 단정한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푸른빛을 띤 창백한 입술이 벌어지며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가 백옥을 연상시킨다.

쪼르르!

요문천은 오른손에 든 약병을 기울여 내용물을 그녀의 입에 흘려 넣어주었다.

(아무쪼록 내상약이 효과가 있어야할 텐데...)

은제 약병의 물약을 모두 철접에게 먹여준 요문천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약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잠시 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던 철접의 숨소리가 좀 더 커졌다.

또 움직임이 거의 없던 그녀의 불룩한 젖가슴이 조금씩 아래 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덜미를 만져보니 얼음장같이 차갑던 철접의 몸에서 조금이나마 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내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같고...)

요문천은 안도하며 철접의 몸을 살펴보았다.

반듯하게 누운 철접의 몸에 걸쳐진 옷은 피로 물들어 있다.

그리고 옷이 찢어진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설령 내상이 나아진다 해도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이다.)

요문천은 철접의 품에서 나온 약통들을 살펴보았다.

몇 개의 약통들 중에서 크기가 가장 크고 납작한 합 모양의 것을 열어보았다.

약통 안에는 투명한 고약이 가득 들어있다.

(양도 많고 특별히 자극적인 냄새도 나지 않는 걸 보면 창상(創傷;날붙이에 베인 상처)을 치료하는 금창약(金瘡藥)일 것이다.)

요문천은 고약을 손가락에 조금 묻혀서 자신의 목에 난 상처에 발라보았다.

약간 쓰리지만 동시에 갈라진 상처가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도 난다.

(금창약인 건 틀림없는데...)

약통을 들고 요문천은 난감한 표정이 되어 망설였다.

지혈이 되도록 약을 발라주려면 철접의 옷을 모두 벗겨야하기 때문이다.

(목숨이 오고가는 상황이니 인륜도덕이나 예의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한동안 망설이던 요문천은 이윽고 결심을 하고 깊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철접의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고름이 풀린 저고리가 좌우로 갈라졌다.

그러자 금방 내린 눈같이 희고 비단결같이 매끄러운 철접의 속살이 드러난다.

저고리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어서 저고리가 벌어지자 바로 속살이 드러난 것이다.

요문천이 약을 찾기 위해 한번 더듬어본 대로 철접의 가슴은 날씬한 몸매에 비해 상당히 크고 풍만하다.

철접 자신의 얼굴만한 두 개의 살덩이가 묵직하게 얹혀 있다.

그 살덩이들은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산처럼 붕긋하게 솟은 형상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또한 작은 움직임에도 이리저리 흔들거려서 금방 쑨 묵을 연상시킨다.

(이런.... 이런...)

철접의 가슴을 본 요문천은 넋이 나갔다.

너무도 아름답고 깨끗하며 또 풍만한 철접의 가슴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주르르!

요문천이 넋을 잃고 보는 중에 철접의 왼쪽 가슴에 비스듬히 나있는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와 가슴 골로 흘러내린다.

새하얀 피부를 따라 흐르는 아리도록 붉은 핏줄기가 요문천으로 하여금 퍼뜩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체온이 올라가면서 낙일금검이 관통했던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요문천은 서둘러 금창약을 손가락으로 떠서 철접의 젖가슴에 난 상처에 발라주었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너무도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탄력 넘치는 감촉은 요문천을 아찔하게 만든다.

(딴 생각 말고 치료에 집중하자! 이 여자는 지금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 않느냐?)

철접의 가슴에 금창약을 발라준 요문천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왼팔로 철접의 상체를 끌어안고 저고리를 완전히 벗겼다.

등쪽에 난 상처에도 금창약을 발라준 요문천은 철접의 상체에 난 상처들을 살펴보았다.

양쪽 팔과 옆구리, 복부 등에도 날붙이에 베인 상처가 여럿 있었지만 다행히 치명상들은 아니다.

요문천은 철접의 상체에 나있는 모든 상처에 꼼꼼히 금창약을 발라주었다.

상체의 치료를 마친 요문천은 또 잠시 망설이게 되었다.

철접의 하체에도 여러 곳 베인 상처가 있다.

그 상처들은 상체의 상처들보다 오히려 깊어서 출혈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겨우 두 번째 만난 여자인데...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다.)

잠시 망설이던 요문천은 다시 결심을 하고 철접의 치마에 손을 가져갔다.

요문천의 떨리는 손에 의해 치마가 아래로 벗겨지면서 철접의 하체가 드러난다.

잘룩한 허리에 비해 철접의 둔부는 아주 풍만하다.

키가 큰 만큼 철접은 다리도 보통의 여자들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길다.

허벅지는 오랜 단련 덕분에 튼실하면서도 탄력이 넘친다.

(설마...)

헌데 겉치마와 속치마를 함께 골반 아래로 벗겨 내리던 요문천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겉치마와 속치마 속에 당연히 입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속곳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국의 인간들이...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속옷을 입지 않는 풍습이 있다더니...)

요문천은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철접의 치마를 골반 아래로 벗겨 내렸다.

허억!”

직후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같은 신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예상했던 대로 철접은 치마 속에 속곳을 걸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드러나는 철접의 비밀...

요문천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온몸의 피가 폭발적으로 끓어오르고 어지러워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보면... 보면 안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시선이 자꾸만 철접의 중심부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정신을 차려라 요문천! 네가 겨우 이 정도의 인간 밖에 되지 않았느냐?)

요문천은 고개를 세차게 저어서 필사적으로 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그는 의식적으로 철접의 중심부에 시선이 가지 않도록 애쓰며 상처를 살폈다.

철접의 양쪽 허벅지와 엉덩이, 다리등에 상당히 깊은 자상들이 여럿 나있다.

그런 다리로 지금까지 먼 길을 달려온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요문천은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고약을 퍼서 철접의 상처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철접의 피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탄성이 느껴진다.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늘 단련을 해온 증거다.

요문천은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철접의 상처에 금창약을 발라주었다.

하지만 철접의 비밀은 화인(火印)처럼 요문천의 뇌리에 새겨져 지워지지를 않는다.

 

그후로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요문천의 기억은 흐릿했다.

어쨌든 요문천은 철접의 몸에 나있는 대부분의 상처에 금창약을 발라줄 수 있었다.

이윽고 치료를 마쳤을 때 요문천의 몸은 마치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땀으로 흠씬 젖어 있었다.

치료를 끝내자마자 요문천은 서둘러 벗겨놓은 옷가지로 철접의 몸을 가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더 철접의 알몸을 보고 있다가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겪은 최고 난이도의 고역이었다!)

철접의 몸을 옷가지로 가려준 요문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모든 힘을 소진한 듯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내가 이 여자를 해줄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아쉽지만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요문천은 아쉬움을 달래며 석실을 나가려고 했다.

헌데 떠나기 전에 석실을 한 바퀴 더 둘러보던 요문천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뭔가 이상하다.)

요문천은 눈을 치뜨며 용차랑의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용차랑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마구 긁어대었던 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용차랑이 손톱이 빠질 지경으로 긁어댄 벽에는 피와 함께 이리저리 긁히고 깊이 패인 자국들이 나있다.

용차랑은 죽어가던 상태로 쓸 수 있는 공력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벽이 진짜 돌이라면 핏자국은 남을 지언정 긁히거나 깊이 패일 일은 없다.

하지만 벽에는 분명 긁히고 패인 흔적들이 여럿 나있다.

(석실의 다른 곳과 달리 이 부분의 벽은 돌이 아니다!)

요문천은 어떤 예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손으로 벽을 긁어보았다.

푸스스!

그러자 요문천의 손가락이 긁는 대로 벽면이 푸슬푸슬 흩어진다.

(석회(石灰)! 누군가 이 부분을 흙으로 채워 넣고 겉을 석회로 발라 돌인 것처럼 위장했다.)

벽면을 긁어보던 요문천은 눈을 반짝이며 벽에서 조금 물러섰다.

(혹시 이 부분이 갈태독이 천독칠왕부의 어딘가에 마련해놓았다는 보물창고의 입구가 아닐까?)

요문천은 염두를 굴리며 오른쪽 발을 높이 쳐들었다.

!

그리고는 힘껏 벽면을 찍듯이 내려찼다.

퍼억! 푸스스!

표면에 발라진 석회가 쩍쩍 갈라져 흩어지면서 그 안쪽의 흙벽이 나타난다.

(한 번 더!)

!

요문천은 다시 한 번 온힘을 모아 흙벽을 발로 찍어 찼다.

콰드득...!

다음 순간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안쪽으로 와락 무너져 내리며 밀로(密路)가 나타났다.

어둑하면서도 눅눅한 습기가 확 뿜어져 나오는 어둑한 통로가 무너진 흙벽 뒤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늘 갈태독이 생전에 모아놓았다는 수억냥 값어치의 재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문천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통로 안쪽을 기웃거렸다.

통로 내부는 너무 어두워서 무공을 지니지 않은 요문천으로서는 그냥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요문천은 석실의 벽에 걸려있는 원통형의 등을 벗겼다.

동영의 인자들이 어둠 속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사용하는 그 등은 아주 밝지는 않다.

대신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 비바람이 불 때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가 있는 구조다.

등을 든 요문천은 조심스럽게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요문천이 통로 안쪽으로 멀어짐에 따라 석실은 어둠에 잠겨들었다.

또르르!

헌데 어둠 속에 누워있는 철접의 눈 꼬리를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요문천이 치료를 해주는 도중에 정신이 돌아왔던 것이다.

(미안해 지로! 널 지켜주지 못한 못난 누나를 용서하거라!)

철접은 어둠 속에 홀로 누워 자책과 절망에 찬 오열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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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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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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