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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一 章

 

             二尊과 九大天魔

 

 

 

“노... 노인장께서 그럼 일종(一宗)이신 검황종(劍皇宗)이셨습니까?”

이검엽은 대경실색하여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이검엽의 반응에 노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네가 노부의 명호를 알고 있었구나. 그렇다... 노부가 바로 검황종이다.”

“아!”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했다.

 

검황종(劍皇宗)-------

천하무림의 숭앙을 한몸에 받아오던 무종(武宗),

그는 단연코 최고수위인 일종(一宗)으로 불리웠다.

또한, 풍전등화격인 현무림을 구출한 유일한 거목으로 지목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분명 죽었다.

천중산에서 지존(至尊)이라는 신비 인물에게 암습당해 절명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더우기 이같이 처참함 모습으로,

검황종의 죽음(死),

검황종의 재생(再生),

실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찌 되신 일입니까? 소생이 알기로는 노인장께선 오래 전에 은거하셨다고...?”

이검엽은 궁금해서 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검황종에 대해 무엇을 안단 말인가?

고작 천래비룡 막운비에게 들은 것뿐이다.

어찌 지금 상황에서 경솔히 이것저것을 물을 수 있겠는가?

검황종이라 자처한 그 노인이 말을 이었다.

“흐흣... 일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는 자조어린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두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광이 폭사되었다.

이어 그는 치를 떨며 말을 이었다.

“흐흐... 그때에 노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다섯 놈에게 당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놈들의 정체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자신이 겪은 엄청난 불운(不運).

검황종은 스스로 그것을 되씹듯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다섯 놈 중 적어도 네(四) 놈만큼은 알 수 있었다.”

“...?”

이검엽은 단정히 앉아 귀를 기울였다.

검황종은 다시 말했다.

“그자들은 천여 년 전 이존(二尊)에게 패퇴했던 구대천마(九大天魔)의 후인들이었다.”

“이존!”

이검엽은 흠칫하여 물었다.

“혹시 말씀하신 이존은 천허존자(天虛尊子)와 절대패존(絶代覇尊) 아니십니까?”

그 물음에 검황종은 다소 억양이 가라앉았다.

“허허... 이존을 알다니 제법이구나, 그렇다면 이존과 구대천마와의 일도 알고 있느냐?”

“거기까지는 잘 모릅니다.”

“그럼 노부가 얘기해주마. 우선 구대천마는...”

그의 이야기는 대강 이러했다.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

무림사상 전무후무한 피의 역사를 창줄해낸 마인(魔人)들이 있었다.

이른바 구대천마(九大天魔),

 

혈천존(血天尊),

태양염제(太陽焰帝),

빙백존후(氷魄尊后),

혈검파천황(血劍破天荒),

광혈도귀(狂血刀鬼),

독종음절(毒宗淫絶),

환락선요(幻樂仙妖),

지옥명살(地獄冥煞),

환영마신(幻影魔神).

 

바로 이들이 구대천마다.

구대천마는 천하를 구분(九分)하여 피로 씻었다.

이들이 지나는 곳에는 벌레 한 마리, 풀 한 포기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모두 그들 앞에 승복하거나 쓸려버린 것이었다.

특히 구대천마 중에서도 삼인(三人)은 별격의 존재들이었다.

 

혈천존(血天尊)!

태양염제(太陽焰帝)!

빙백존후(氷魄尊后)!

 

그들은 가히 패천(覇天)의 마공(魔功)을 지닌 개세마두(蓋世魔頭)였다.

때문에 그들은 구대천마 중에서도 따로 지칭되고 있었다.

 

-삼천마종(參天魔宗).

 

이것이 바로 그들 삼인의 이름이었다.

한데 어느 날,

구대천마는 돌연 한 곳의 은밀한 장소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그 직후,

두 명의 절대기인들과 대접전을 벌였다.

무려 칠주칠야(七晝七夜),

마침내 구대천마는 그 두 기인에게 제압당해 어떤 절지에 감금되고 말았다.

한데 그것이 바로 구마(九魔)의 최후가 될줄이야...

그들은 너무도 어이없는 종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만큼 구대천마는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불과 칠주야만에 제압했고 또 완전히 감금시킨 두 기인은 누군가?

 

-이존(二尊),

 

바로 그들이었다.

 

천허존자(天虛尊子),

절대패존(絶代覇尊).

 

이 두 기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신비문파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바로 천외천궁(天外天宮)이다.

그 이후 천여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천외천궁은 면면히 그 역사를 이어왔다.

천외천궁,

그들은 강호에 그 정체를 드러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무림에 혈란(血亂)이 일어나면 반드시 초절정 고수들을 파견했다.

그들로 인해 무림은 어김없이 평정되고 마(魔)가 제압된다.

천외천궁,

그들은 정녕 무림의 수호신(守護神)적 존재인가?

 

“비록 구마가 이존에 패해 갇혔다지만 이중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검황종은 심각한 어투로 덧붙였다.

“사실 구마 중 삼천마종은 너무도 초절한 고수들이었다. 한데 과연 이존의 실력으로 그들을 비롯한 구마를 모두 가둘 수 있었는지가 바로 의문점이다.”

“...!”

“이존이라 해도 삼천마종을 능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어쨌든 구대천마는 제압되었으나 천하에는 여전히 그들의 후인들이 있었다.”

 

구대천마의 후인(後人),

알려진 바로는 다음과 같았다.

 

혈천종의 혈궁(血宮),

빙백존후의 빙백전(氷魄殿),

혈검파천황의 검황문(劍皇門),

광혈도귀의 백살파(白煞巴),

독종음절의 만독문(萬毒門),

환락선요의 요지(遙池),

지옥명살의 지옥림(地獄林),

환영마신의 환공상(幻空岡).

 

등이 그들이었다.

 

듣고 있던 이검엽이 나직이 말을 꺼냈다.

“태양염제만이 문파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그러나 혈궁, 빙백전, 검황문, 만독문 등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들은 다시 천하제채를 꿈꾸다가 천외천궁과 전 무림의 합공에 괴멸되었다.”

일순 검홍종의 눈은 기이하게 번뜩거렸다.

“백살파, 지옥림, 환공강, 요지만이 잔명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일년 전 그놈들이 본종을 습격한 것이다.”

이검엽은 이해가 가는 듯 끄덕였다.

“그럼 네 명이란 바로 그 네 문파의 인물들이었겠군요.”

“흐흐... 그렇다. 그러나 그놈들 정도의 실력으로는 본종의 단 백초도 못 넘긴다. 한데...”

검황종의 두눈은 원독에 차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때 암습을 가한 놈이 있었다. 지존(至尊)이라 불리우는 놈...! 노부 총망중인데다 그놈의 무공은 극강했다. 결국... 노부는 이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바로 그 지존이란 자가 백살파 등을 배후에서 조종했겠군요?”

검황종은 분노를 삭이며 대답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한 가지 이해 못할 것은 지존이란 자의 무공이 지즉히 광명정대하다는 점이다.”

“...?”

“그래도 확실한 것은 결코 그 자가 선심(善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오인(五人)을 베라하심은 그 지존이란 자를 비롯한 그 일행이겠군요?”

“흐흐... 그렇다. 아마도 그자들은 당금무림을 뒤집어 놓고 있을 것이다.”

거인(巨人).

검황종의 혜지(慧智)는 깊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의 원한보다 전무림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또한 벌써 백살파 등의 만행을 예감하고 있었다.

이검엽은 대답대신 아까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검황종을 응시했다.

검황종은 다시 덧붙였다.

“본종의 명예를 걸고라도 그자들이 횡행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

그의 어조는 감히 범치 못할 위엄이 서려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스르륵!

무언가가 바닥을 기는가 싶더니 미끄러지듯 그의 가슴에 난 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흡혈옥령망이었다.

검황종은 흡혈옥령망을 보며 중얼거리듯 낮게 말했다.

“이놈이 아니었다면 노부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는 씁쓸히 웃어 보였다.

“노부의 심장은 반 이상 부서져 나갔다. 이놈은 노부의 정혈(精血)을 빨아먹는 대신 자신이 흡수했던 영물들의 피를 나누어 주어 이나마 노부를 연명시켰다.”

이검엽은 싱긋 웃었다.

“실로 기문(奇聞)입니다.”

“허허... 이제는 노부의 일부가 된듯 하다.”

검황종은 가볍게 흡혈옥령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그는 이검엽의 몸을 훑어보며 말했다.

“노부는 네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네 몸을 살펴보았다. 너는 이전에 혹 천고기연(千古奇緣)을 만난적이 있었느냐?”

이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셨습니다. 소생은 우연찮게 천지곤룡(天地崑龍)의 내단을 복용하였습니다.”

검황종은 흠칫했다.

“천지곤룡의 내단을 먹었다고...?”

“예!”

이검엽은 이어 가급적 간결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천지곤룡을 만난 것에서부터 천황비부(天皇秘府)에 들었던 일을...

검황종은 시종 묵묵히 듣고 있다가 껄껄 웃었다.

“허허헛... 기연이로군! 너라는 녀석은 역시 범상치 않은 놈이다!”

이검엽은 멋쩍게 웃었다.

“어쩌다 인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검황종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하여간 천황비부라는 곳에서 이존(二尊)과 인연을 맺었다니 대단한 일이다.”

문득, 그의 표정이 침중하게 변했다.

“한데... 아무래도 천황비부 앞에서 부복한 채 죽었다는 그 인물의 정체가 마음에 걸리는구나!”

이어 그는 혼잣말로 되뇌였다.

“설마... 천외천궁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듣고 있던 이검엽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노인장께선 그 인물이 천외천궁의 인물이라 생각하십니까?”

검황종은 안색을 굳혔다.

“그렇다. 더우기 네가 차고 있던 이 묵검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묵령신검이 천외천궁의 보물이란 말씀입니까?”

“물론이다! 이것은 바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절대패존께서 사용하시던 애검이다.”

“옛? 이게 절대패존의 애검이라구요?”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발했다.

검황종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일... 천외천궁 내부에서 큰 변란이 일어났다면...!”

문득, 그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듯 치를 떨었다.

그리고 이검엽을 향해 당부했다.

“이곳을 나가에 되면 천외천궁의 동태도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

이검엽은 두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검황종은 화제를 돌렸다.

“너는 노부의 사문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느냐?”

이검엽은 다소 들뜬 음성으로 대꾸했다.

“소생이 듣기로 노인장께선 절대무적지경에 이르셨던 고인이시라 했습니다.”

검황종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낯 뜨거운 소리하지 마라. 지금의 이 몰골을 보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느냐?”

이검엽은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거야 다수의 적을 상대하신데다 또 암습을 당하셨으니...”

검황종은 그의 말을 제지했다.

“무인(武人)이 되어 암습당하는 것만한 치욕도 없다. 그러니 암습당해서 졌다는 것은 변명이 못된다.”

“...!”

그 말에 이검엽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연히 화제는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노부는 하나의 사문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검황종은 말을 하다 말고 그에게 물었다.

“삼정(三鼎)이라고... 알고 있느냐?”

“모릅니다.”

“그럴 테지. 삼정이라 함은...”

검황종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삼정(三鼎).

구마이래 최강이던 삼인(三人).

각기 도가(道家), 불문(佛門), 속가(俗家)를 대표하던 절정기인들이었다.

 

태청노군(太靑老君).

 

전설 속의 도가(道家) 문파인 태청문(太靑門)을 세운 도가제일기인이다.

태청대라신공(太靑大羅神功).

이는 태청노군의 독문(獨門)으로 고금오대신공(古今五大神功) 중 하나였다.

지극히 현오하고 강맹함이 그 특징이다.

 

무아성승(無我聖僧).

 

당시의 불문제일고수다.

본래 소림(少林)의 제자로서 일찌기 소림칠십이종절예(少林七十二種絶藝)에 통달했었다.

한데 어느 날, 천축여행중에 그는 패엽진경(貝葉眞經)을 얻었다.

패엽진경(貝葉眞經)!

이는 천축에서 이르기를 절세비급으로 단연 무아성승을 불가최대의 고수로 부상시켰다.

 

풍운대제(風雲大帝).

 

전설적인 무제(武帝).

그는 단신으로 중원천하를 석권했다.

풍운개벽대정신공(風雲開霹大霆神功).

이는 그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패도지공이었다.

풍운대제는 이것으로 대영웅의 권좌를 누렸다.

 

“그렇다면 그 중 한 분의 진전을 노인장께서 이으신 것입니까?”

이검엽의 물음에 검황종은 미소했다.

“그렇다. 바로 태청문(太靑門)이 노부의 사문 중 하나다.”

이어, 그는 자부심이 깃든 신비한 표정으로 한 권의 책자를 내밀었다.

“흐흐... 이것을 보아라. 노부의 또 다른 사문이다.”

낡아빠진 양피지의 비급.

더구나 피에 젖은 채 말라붙어 허름하기까지 했다.

이검엽은 그 비급을 받아 살펴보았다.

 

<파천검보(破天劍譜)>

 

그 비급의 겉장에 적힌 제목이었다.

이검엽은 흠칫하여 물었다.

“혹시... 구대천마 중 혈검파천황의... 무공이 실린 비급이 아닙니까?”

검황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했다.

“겉장을 넘겨보아라.”

“예...”

이검엽은 검미를 모으며 겉장을 넘겼다.

 

<혈검(血劍)의 검향(劍香)이 파천(破天)의 살운(殺雲)을 부르다.

------ 혈검파천황(血劍破天荒) 절필(絶筆).>

 

“혈(血), 검(劍), 파(破), 천(天), 황(荒)...!”

이검엽은 나직이 되뇌었다.

그런 그의 동공은 크게 떠지고 있었다.

 

고금제일검수(古今第一劍手)-------

혈검파천황(血劍破天荒)!

피(血)와 명예로 뒤덮인 마명(魔名)!

 

그의 비급이 이 순간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검엽은 흥분과 격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이미 그의 가슴은 수없이 맞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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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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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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