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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벽에 박혀 있다가 피를 왈칵 토하며 몸이 앞으로 쓰러지려는 야차서시. 헌데

쾅! 이미 다가와서 발로 야차서시의 단맥편을 든 오른쪽 손 손목을 강하게 밟아 부러트리는 패륵. 야차서시의 손목이 벽에 박히면서 단맥편을 쥐고 있던 손가락들이 벌어진다

당령; (빨라!) 뒤에서 보며 경악. 두려움에 떨고

아극파; (패륵 저놈...) 역시 식은땀

침독; (자신이 사부에 못지 않은 경지에 올랐다는 장담이 과장이 아니었군.) 굳은 얼굴

툭! 떨어지는 단맥편.

패륵; [이제부터 이건 내가 써주지!] 왼손으로 단맥편을 받아쥐고. 왼발로는 야차서시의 손목을 밟아 벽에 박은 자세로. 야차서시의 몸은 아래로 늘어져 있고

야차서시; [잘... 잘 났구나.] 웃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도

야차서시; [역시 네놈은 패씨의 핏줄이야.] [오직 패씨의 핏줄에서만 너같은 괴물이 나올 수 있으니...] 웃고. 그 앞에서 패륵은 왼손에 쥐었던 단맥편을 오른손으로 옮겨 쥐고 있다.

패륵; [우리 패씨가 좀 잘나긴 했지.] 웃으며 단맥편을 흔들어 보고

야차서시; [어서 죽여라. 날 살려두면 네놈에게 두고두고 우환이 될 테니...]

패륵; [그럴 작정이니 너무 재촉하지는 마.] 팟! 그때까지 밟고 있던 야차서시의 오른쪽 손목을 놔주고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야차서시. 오른쪽 손목이 부러져 덜렁거린다.

패륵;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조금 일찍 끊어주는 것이니 날 원망하진 않겠지?] 단맥편으로 야차서시를 겨누며 웃고

야차서시; (그래 어서 죽여라.) 주저앉아서 등을 벽에 기댄 채

야차서시; (그럼 네놈은 어미를 죽인 죄인이 되어 천벌을 피할 수 없게 될 테고...) (씨만 뿌리고 나 몰라라 한 결과 자식을 패륜아로 만든 패극천도 천벌을 면치 못하겠지.)

야차서시; (물론 죄로 점철된 삶은 살아온 네놈을 싸지른 나 역시 하늘의 징벌을 피할 수 없을 테고...) 처연하게 웃고

패륵; [그 할망구 참, 심란하게 만드는 표정이로구만.] 찡그리고

패륵; [물론 그런다고 살려둘 생각은 없다.] 쩍! 단맥편을 높이 쳐들었다가 내리그으려 하고

<드디어!> <우릴 종으로 부려서 죽이려 하는 표적 중 첫 번째가 제거 되는군.> 당령, 아극파 흥분. 침독은 찡그리고.

쩍! 패륵이 내려친 단맥편이 야차서시의 몸을 비스듬히 그으려 하고. 헌데 바로 그때

꽝!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 파번뇌탁으로 패륵의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치는 이군악. 파번뇌탁에 머리통이 맞아 고개가 홱 돌아가며 몸도 뒤틀리는 패륵. 아주 강하게 머리통이 맞아 돌아가는 모습이고

[학!] [저놈은...] [!] 당령, 아극파, 침독의 경악

[!] 놀라 눈 치뜨는 야차서시

콰당탕! 머리통을 엄청 세게 맞아서 몸도 함께 홱 돌아가 바닥에 팽이처럼 돌면서 패대기쳐지는 패륵. 그 앞쪽에서 이군악이 야차서시의 옆에 내려서고 있다. 파번뇌탁을 휘두른 자세고 눈 부릅뜬 채

내려선 이군악의 손에 들려진 파번뇌탁 크로즈업

아극파; [사부의 파번뇌탁!]

당령; [이... 이군악!] 이를 갈며 고함

침독; (저 놈이 바로...) 눈 번뜩이고

퍼억! 나뒹굴었던 패륵은 하늘 보는 자세로 벌렁 나뒹굴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긴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

이군악; [야 이 개잡종들아!] 고함. 눈 부라리며 패륵과 다른 세 년놈을 본다. 패륵은 벌렁 누워 벌벌 떨고 있고

이군악; [할 짓이 없어서 여럿이 여자 하나를 다구리 놓냐?] 파번뇌탁으로 다른 놈들 가리키며 눈을 부라리고

이군악; [사타구니에 달고 있는 게 아깝다 개잡놈들아!] [당장 뚝 떼어내!] 눈 부라리고

아극파; [허, 그놈 참 입 한번 걸군.] 어이없고. 그때

야차서시; [쓸데없는 짓을 했다.] 뒤에서 말해서 돌아보는 이군악

야차서시; [아직 늦지 않았으니 피해라. 네가 상대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다.]

이군악; [내가 저 인간들 상대가 안된다는 건 나도 알아.] 돌아서고

이군악; [하지만 저 인간들도 날 어쩌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니 걱정은 비끄러매셔.] 한쪽 무릎 꿇고왼팔로 야차서시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뭐?] [우리가 네놈을 어쩌지 못한다?] [그놈 참....] 어이없는 당령, 아극파, 침독. 피식 웃는데

패륵; [이런 제길...] 바닥에 누운 채 피 섞인 침을 옆으로 뱉고. 그러자 흠칫! 하며 돌아보는 다른 년놈들

당령; (혹시나 했더니...) 입술 샐쭉거리며 실망

아극파; (파번뇌탁에 대갈통을 강타당하고도 죽기는커녕 별 타격도 입지 않았구만.) 역시 실망해서 입맛 다시고.

침독도 이마 찡그리며 곁눈질 할 때

패륵; [사부가 우릴 없애려고 키운 놈이 그렇게 쉽게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더니만...] 오만상 쓰며 일어나고. 다른 놈들도 돌아보고.

패륵; [너 이 새끼! 신무곡에서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겠다만...] 일어나며 이군악을 보다가 눈 부릅. 이군악은 왼팔로 야차서시의 허리를 끌어안고 일어나고 있는데.

징! 파번뇌탁을 들고 있는 이군악의 오른손이 빛과 진동을 발하더니

쿵! 귀마신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귀마신갑을 낀 손이 파번뇌탁을 들고 있는 모습이고

패륵; [달아난다! 죽여라!] 쩍! 벌떡 일어나며 단맥편을 이군악에게 내지르고

[아차!] [귀마신갑!] [이런...] 쩡! 투학! 당령의 백장육혼삭, 아극파의 파천연환륜, 침독의 흡혈창이 동시에 이군악을 찔러간다. 엄청 빠르고 강하게. 하지만 그 직후

츠으! 이군악과 야차서시의 모습이 흐려진다. 이군악은 파번뇌탁으로 앞을 가리면서 눈 부릅뜬 모습이고

콰콰쾅! 쾅! 투쾅! 패륵 일행의 공격이 작렬하면서 이군악과 야차서시가 등지고 있던 절벽이 박살이 난다. 드드드! 진동과 먼지.

당령; <해치웠을까?> + 아극파; <귀마신갑의 힘이 발동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들의 공격이 작렬한 것같은데...> 눈 부릅뜨며 먼지가 일어나는 절벽 쪽 보는 패륵 일행. 패륵은 오만상 쓰고 있고. 이윽고

휘잉! 먼지가 흩어지며 드러나는 광경. 절벽 일대가 대형 폭탄에 맞은 듯 움푹 파여있다. 하지만 이군악과 야차서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극파; [이... 이런...] + 당령; [미꾸라지 같은 놈이...] + 침독; [놓쳤군!]

패륵; [재미있군 재미있어!] 웃고. 다른 놈들 돌아보고

패륵; [오만상 쓸 거 없다.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당령; [하지만 이군악, 저놈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아극파; [당령 말이 맞다. 이대로 방치하면 조만간 사부의 수준에 이를 수도 있는 놈이다.]

아극파;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만 해.]

패륵;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이 내 종노릇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패륵; [이가놈이 야차서시 할망구를 구해갔으니 말이야.]

당령; [그건 그렇네.] 입술 깨물고.

아극파; (이가놈 때문에 자칫 일이 꼬일 수도 있겠다. 냉막이 지금쯤 준비를 다 해놨을 텐데...) 한숨 쉬고

패륵; [속들이 쓰리겠지만 어쩌겠느냐? 세상사란 게 원래 뜻대로 안되는 것 투성이인데...] 그런 아극파를 곁눈질하면서 웃고

패륵; [이가놈이 어디로 튀었는지는 각자 졸개들을 동원해서 알아내기로 하고...] 피 섞인 침을 뱉으며 걸어가고

패륵; [우린 다음 표적을 제거하러 가자.] 강렬한 표정

<사존 패극천!> 당령, 아극파, 침독의 얼굴 긴장으로 굳어지고

 

#263>

깊은 산중. 저녁 무렵

산적들의 산채

<黑心寨>라는 현판이 산채 정문에 걸려있고

산채 중앙의 제법 큰 건물. 산적들과 여자들이 오가며 건물을 흘겨본다.

건물들 사이에서 십여명의 산적들의 모여서 건물을 보고 있다. 전형적인 산적들

두목; [더는 못 참겠다.] 이를 부득 가는 산적 두목. 구렛나루 우락부락. 얼굴에는 흉터

두목; [느닷없이 쳐들어와서 우릴 종 부리듯 해?] [호남성 일대에서는 우는 애새끼도 뚝 그치게 만든다는 흑심채(黑心寨)의 산대왕(山大王;산적)들을?] 이를 바득 갈고

두목; [애들 전부 소집해! 오늘 저 늙은이 질긴 살을 포 떠서 젓을 담근다.]

산적1; [하.... 하지만 상대는 사파제일인인데...] 뒤에 서있던 나이 든 산적 한놈이 겁에 질려서 이의제기

산적2; [정삼의 말이 맞소 채주.] 또 다른 산적이 거들고

산적2;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사존이 떠날 때까지 참고 기다립....] 말하다가 찔끔하는 산적2.

두목이 노려보고 있다.

두목; [겁쟁이 새끼들...] 이를 바득 갈고. 산적1, 2 삭 죽어서 시선 피하고

두목; [저 늙은이가 본채에 쳐들어온 게 언제냐?]

산적1; [닷... 닷새 전 아니오?] 눈치 보며

두목; [팔순을 넘긴 늙은이가 닷새 내내 자지도 않고 술만 퍼마시고 있다.] [그럼 지금 상태가 어떻겠느냐?]

산적2; [옳거니! 지금쯤 제 몸 하나 운신하기 어렵게 고주망태가 되었겠소!] 주먹으로 손바닥 치며 깨닫고.

[그렇지!] [패가 늙은이가 안주도 없이 독한 술을 닷새 내내 푸고 있었다는 걸 잊었어!] 다른 놈들도 깨닫고

두목; [제 아무리 사파제일인이니 뭐니 해도 닷새 내내 자지도 먹지도 않고 깡술을 마셨으니 반송장이 되었을 것이다.]

두목; [본채의 백여명 형제들이 동시에 쳐들어가면 패가 늙은이의 목을 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존의 목만 따면 우리 흑심채가 단번에 흑도제일문파가 되겠소.] [까짓 한번 죽는 목숨인데 해봅시다.] [사존같은 거물을 사냥할 기회가 언제 또 오겟소?] 흥분하는 산적들

두목; [새끼들...] 미소

두목; [알아들었으면 가서 애들 모두 불러와. 쓸 수 있는 암기나 독탄 같은 것도 다 준비해오고...]

[봉명!] [분부 거행하겠소이다 채주!] 포권하는 산적들

이어 우르르 몰려가는 산적들. 이제 현장에는 두목만 남고

두목; [사존 패극천!] [나 흑심표두(黑心豹頭) 두우령(杜宇領)의 이름이 천하를 뒤흔드는 제물이 되어주어야겠소이다.] 음험하게 웃고

 

웅장한 건물 내부. 어둑한데 중앙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아서 누군가 술을 마시고 있다. 주변에는 수많은 술병과 술동이들이 널려있고. 대부분의 술동이와 술병들은 비어있고 깨진 것도 많다

축 늘어져서 술병을 들고 고개 떨구고 있는 사존. 사존임을 보여주고

그런 사존의 뇌리에 떠오르는 말소리들.

<팔순을 넘긴 늙은이가 닷새 내내 자지도 않고 술만 퍼마시고 있다. 그럼 지금 상태가 어떻겠느냐?> <옳거니! 지금쯤 제 몸 하나 운신하기 어렵게 고주망태가 되었겠소!> <제 아무리 사파제일인이니 뭐니 해도 닷새 내내 깡술을 마셨으니 반송장이 되었을 것이다.> <사존의 목만 따면 우리 흑심채가 단번에 흑도제일문파가 되겠소.> <사존 패극천! 나 흑심표두(黑心豹頭) 두우령(杜宇領)의 이름이 천하를 뒤흔드는 제물이 되어주어야겠소이다.>

사존; [흐흐흐.... 그래도 부처님을 모시던 형의 낮짝을 봐서 당분간 살생을 자제하려 했거늘...] 고개 떨군 채 웃고

사존; [스스로 형의 제단에 바쳐진 제물이 되겠다는 놈들을 사양할 이유는 없겠지.] 웃는데. 그 직후

빠직! 벼락이 사존의 정수리에 내려 꽂히고. 눈 부릅뜨는 사존

사존; [귀마신갑!] 눈 부릅 고개 벌떡

사존; [이군악.... 이군악!] [네놈이 또 귀마신갑을 썼구나.] 지지지! 벼락에 휘감긴 채 눈을 광기로 번뜩이고

사존;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네놈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잡아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다.] 흐흐흐 마귀처럼 웃고

사존; [물론 그 전에 처리해야할 쓰레기들이 있긴 하지만...] 술병을 입에 대고 병나발을 분다. 직후

쐐액! 피피핑! 퍼펑! 사방의 창문을 뚫고 수많은 화살과 암기들이 날아들고. 구슬같은 것들도 날아든다

퍼퍼퍽! 퍽! 사존의 몸에 박히는 수많은 화살과 암기들. 그 상태로 술 마시는 사존

퍼퍼펑! 구슬들도 터지며 연기가 자욱해지고. 이어

[쳐라!] [죽여라!] 와아! 와장창! 정문을 박살내며 두목을 선두로 산적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돌입한다.

콰창! 퍼펑! 사방의 창문들도 박살나며 그곳에서도 자객들이 뛰어들고

암기와 화살들이 온몸에 박힌 채로 술을 마시고 있는 사존

[죽여라!] [담가라.] [사존! 목을 받겠다!] 사방에서 사존의 몸을 난도질하는 두목과 산적들. 하지만

콰창! 텅! 사존의 몸을 베고 찌른 산적들의 무기가 박살나거나 퉁겨지고

[헉!] [칼이 퉁겨진다!] [금... 금강불괴...] 산적들 기겁할 때

사존; [대충 모일만한 놈들은 다 모인 것 같군.] 술병을 입에서 떼고. 이어

사존; [그럼 그만 형의 영전에 바칠 제물이 되어라.] 슈학! 사존의 양쪽 어깨에서 긴 띠같은 것에 두 개 솟구치고

[허억!] [히익!] [안돼!] 산적들 기겁하며 도망치려 하지만

투학! 쩌억! 이미 모든 산적들의 목을 치고 있는 디, 즉 번뇌인. 꾸불거리며 지나가 정확히 산적들의 목을 벤다

터텅! 텅! 산적들의 머리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목이 잘린 시체들은 비틀거리는데. 이어

화악! 츄학! 목이 잘려진 부분에서 일제히 피가 공중으로 치솟는다. 여러개의 샴페인 뚜껑이 일제히 열린 것처럼

사존; [이게 내가 당신 앞에 바치는 제물이고 향화다.] 술병을 쳐들며 웃고. 주변에서는 목이 잘린 시체들이 피를 뿜어내며 비틀거리고 있고.

퍼억! 콰당당! 나뒹구는 시체들

사존; [기다려라 이군악!] 일어나며 술병의 술을 바닥에 흘린다

사존; [네놈도 곧 이놈들처럼 만들어주겠다.] 투학! 치솟고. 술병은 놓은 채

펑! 건물의 지붕을 뚫고 수직으로 치솟는 사존

파삭! 바닥에 떨어진 술병이 깨지고

[으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으며 포물선을 그리면서 허공을 가로지르는 사존. 그걸 올려다보며 기겁하는 산채의 여자와 아이들.

 

#264>

<-낙양(洛陽)> 저녁 무렵.

<-쾌활림(快活林)> 아직 밝은데도 일찌감치 손님들로 북적

대청. 불이 켜졌고.

대청 안에서는 동칠낭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긴 탁자에 나이 든 여자들이 죽 앉아서 동칠낭의 말을 듣고 있다. 동칠낭은 전과 달리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동칠낭; [본련에 속한 모든 업장의 보표(保鏢;경비무사)들을 지금보다 배로 확충한다.] [다만 보표들을 선발할 때 실력보다 인성을 기준으로 선발해야한다는 점은 유념하라!] 위엄있게 말한다. 여왕벌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예 대모님!]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여자들

동칠낭; [나나 너희들처럼 본련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몸뚱이를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삼는 가엾은 신세들이다.] 여자들을 둘러보며

동칠낭;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팔아야하는 처지에 억울한 일까지 당하면 너무도 가엾지 않겠느냐?]

여자들 고개 끄덕이며 동감

동칠낭; [우리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내친 후에 보고를 하게 해라.]

동칠낭; [뒷처리는 사후에 하고...] [만일 개별 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사안은 내가 감당하겠다.] 말하다가

<나 왔어.> 누군가의 전음이 동칠낭의 귀에 들리고. 눈 치뜨는 동칠낭

동칠낭;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친다.] [방금 전의 지시 상황은 즉시 모든 업장에 전하도록!] 상기 된 표정으로 일어난다. 다른 여자들도 급히 일어나고

동칠낭; [잠시 쉬고 오겠다. 급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마라.] 서둘러 입구 쪽으로 간다. + [예 대모님!] [쉬시옵소서.] 여자들 인사하고

동칠낭; (그 아이.. 그 아이가 날 잊지 않고 찾아와줬어!) 얼굴 달아올라서 서둘러 입구로 걸어가고

[제이대(第二代) 대모님이 우려했던 것보다 본련을 잘 이끌고 계시지?] [잘 이끄시는 정도가 아니라 제일대(第一代) 대모님의 존재가 벌써 잊혀질 정도야.] 여자들 말하며 입구쪽으로 간다. 동칠낭은 이미 나가고 없고

여자들; [제일대 대모님이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거에 반해 제이대 대모님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잖아.] [지금만 같으면 노류장화(路柳墻花)로 살아가는 게 일부종사(一夫從事)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야.]

[살다보니 밤거리 여자로 사는 게 즐거운 시절도 다 오네.] [그러게 말이야.] 웃으며 대청을 나가는 여자들

 

#265>

동칠낭의 거처인 한적한 곳의 아담한 집. 불이 켜져 있고

그곳으로 서둘러 오는 동칠낭. 화려한 옷이 거추장 스러운 듯 양손으로 치마를 들고 뛰듯이 오고 있고

동칠낭; [군악아!] 덜컹! 상기 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동칠낭; [연락도 없이 갑자기...] 말하며 들어서다가 눈 치뜨고

방안. 침대에 야차서시가 힘없이 눈 감고 누워있고. 그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에는 이군악이 앉아서 야차서시의 부러진 오른쪽 손목을 두손으로 쥐어 치료해주는 중이다. 야차서시는 비지땀을 흘리고 있고. 이군악도 오랫동안 씻지 않아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군악; [잠깐만 기다려 칠낭누나. 금방 끝나니까.] 징! 부러진 손목을 쥔 이군악의 손이 빛을 발하고

동칠낭; (저 여자...) 급히 문을 닫으며 들어오고.

<인간이 아닌 것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비지땀을 흘리며 누워있지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야차서시

동칠낭; (절대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침 삼키며 다가가고. 그러다가

흠칫! 하며 침대 옆의 탁자에 놓인 파번뇌탁을 본다. 파번뇌탁에는 깊이 긁힌 자국들이 나있고. 파번뇌탁 옆에는 수혼경이 놓여있다.

동칠낭; (맙소사!) 놀라며 파번뇌탁을 보고

동칠낭;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태강으로 만들어졌다는 파번뇌탁에 이렇게 깊은 흠집이 나다니...)

동칠낭; (군악이는 대체 어떤 자들과 싸운 것일까?) 긴장하며 이군악을 보고. 이군악은 부러진 야차서시의 팔목을 잡고 치료중이다. 그러다가

이군악; [됐어!] 슥! 쥐고 있던 야차서시의 손목을 놓아주고

이군악; [일단 부러진 뼈와 근육은 복구했으니 며칠 쉬면 쓸 수 있을 거야.] 손으로 비지땀을 흘리는 야차서시의 이마를 쓰다듬고

야차서시; [쓸데없는 짓을 했다.] [난 아까 거기서 그냥 죽었어야했는데...]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리고

이군악; [고낭(姑娘;고모, 아줌마)이야말로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 눈 부라리고

이군악; [살 수 있는 데 죽긴 왜 죽어?] [다른 사람 목숨 하잖게 여기다 보니 고낭 자신의 목숨도 덧없게 느껴진 거야?]

이군악; [죽었어야하니 마니 하면 사부님의 마지막 분부를 지키기 위해 이천리가 넘는 길을 쉬지 않고 달려간 나는 뭐가 되는데?]

야차서시; [패극명...] 부르르 떨고

야차서시; [네 사부 혈나한이 날 구하라고 널 보낸 것이냐?] 눈 조금 뜨며 본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이군악; [젠장할! 또 눈물이 나네.] 소매로 눈을 닦고

이군악; [그 영감탱이가 닷새 전 밤에 갑자기 날 찾아왔었어.]

이군악; [그러면서 뜬금없이 당신이 세상에 남긴 미련과 죄가 열매를 맺게 해선 안되니 뭐니 하며 여산으로 가라지 뭐야?] 눈물 닦으면서 말하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야차서시; [그... 그랬단 말이지?] 주르르! 야차서시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야차서시; [그래도 그 인간이 내게 한 가닥 연민과 미안한 감정은 품고 있었단 말이지?] 울며 웃고

동칠낭; (맙소사! 그러니까 저 여자가 혈나한님과 연인관계였다는...) 놀라서 소매로 입을 가리고

야차서시; [망할 영감탱이...] [그럼 그렇다고 살아있을 때 날 찾아와서 말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야차서시; [그럼 나도 지금같은 악독한 노파가 되어 세상에 화풀이하며 살지는 않았을 텐데....] 울고

야차서시; [먼저 죽기까지 해서 끝까지 내 속을 뒤집어놓기나 하고...]

동칠낭; (무... 무슨...) 경악

동칠낭; (설마 혈나한님께서 타계하셨다는 말인가?)

이군악; [이것 봐 고낭!] 한숨

이군악; [심사가 복잡한 건 알겠는데 마음 잘 추슬러.] 다독이고

이군악; [외상은 치료가 되었지만 내상은 아직 다 낳은 게 아니라 지나치게 상심하면 도질 수가 있어.] +동칠낭; [수고했다.] 옆으로 다가오며 말하고

이군악; [누나...] 돌아보고

동칠낭; [이분 선배님은 내가 돌보마.] 품속에서 영패를 하나 꺼낸다. 노리개가 달린 영패인데 가운데에 <花>자가 적혀있다. 만화대모를 상징하는 만화보패다.

동칠낭; [군악이 너도 좀 쉬어야하는 상태인 것 같으니 이걸 갖고 가게에 나가봐라.] 영패를 내밀고

이군악; [괜잖은데...] 영패를 받으며 일어나고

동칠낭; [만화보패(萬花寶牌)라는 것으로 만화총련의 모든 야화(野花;화류계의 여자)들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영패를 쥐어주고

동칠낭; [우리 가게 아이들 시중 받으면서 쉬고 있어라. 이분 선배님의 상태를 봐서 부를 테니...] 이군악이 앉았던 의자에 앉고

이군악; [그.... 그럴까?] 헤벌죽 하며 영패를 들여다 보고

이군악; [그럼 여자들끼리 잘 해봐. 난 가서 쉬고 있을 테니까.] 신이 나서 문으로 가고

이군악; (그렇잖아도 이것저것 고프던 참인데 잘 됐다.) 덜컹! 희희낙락해서 문을 열고 나가는 이군악.

동칠낭;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네.) 한숨 쉬며 닫히는 문을 보고

동칠낭; (하긴 저렇게 순진하고 솔직한 면에 반해서 내 모든 걸 주긴 했지만...) 얼굴 좀 붉히며 다시 야차서시를 보고. 야차서시는 다시 눈을 감은 채 울고 있다

<이렇게라도 가끔 찾아주면 나야 더 바랄 것도 없지.> 야차서시의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동칠낭의 생각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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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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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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