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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밤. 벽력당

모든 건물에 불이 꺼졌다.

당가연과 뇌진룡모자가 사는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 폐허 가운데에 멀쩡한 건물이 한 채 서있다. 헌데

지지지! 닫힌 창문을 통해서 방안에서 옅은 번개같은 게 치는 것이 보이고

불 꺼진 어둑한 방안. 침대에 잠옷 차림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이군악, 헌데

지지지! 이군악의 몸이 자잘한 벼락에 휘감겨 있다.

지잉! 지잉!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뇌신건도 진동하며 빛을 발하고

이군악; (벽력진결을 운용하면 뇌신건이 감응을 한다.)

이군악; (어쩌면 뇌왕연 바닥에 벽력진결을 새겨놓은 인물이 천마대종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군악; (벽력진결을 제대로 운용하기만 하면 뇌신건으로 끌어내리는 벼락도 조종할 수 있을 것같다.)

이군악; (어쩌면 내가 벽력진결을 얻은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다가

움찔! 이군악의 귀가 움직이고

자박 자박!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군악; (여자의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 꿀꺽! 눈 감은 채 침 삼키고.

이군악; (어떤 여자가 내 방으로 다가온다.) 급히 침대에 눕고

이군악; (누구일지 짐작이 가긴 하는데... 난감하게 되었구나.) 눈 감고 자는 척 하고

덜컥!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이어 어떤 여자가 잠옷 차림으로 들어온다.

이군악; (역시...) 눈 감은 채 여자가 누군지 알아차리고

문을 닫으며 침대를 보는 여자의 실루엣. 눈만 반짝인다. 아나타지만 아직 얼굴을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말고

이군악; (어떻게 해야하나? 지금이라도 깬 척해서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갈등할 때

슥! 침대로 올라오는 잠옷 차림의 여자

이군악; [소저 이건...] 눈을 뜨며 말하려는데

아나타; [부탁드려요.] 이군악의 품에 안기며 눕는다. 아나타임을 보여주고

아나타; [오늘 밤만... 오늘 밤만 공자님과 함께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이군악의 품으로 파고 들며 애원하고.

이군악; [하지만 사실 나는...] 눈을 뜨며 말하다가 눈 부릅

이군악의 품에 안겨 눈을 감은 아나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군악; [소저! 설마 소녀환희밀법을 연마할 생각인 거요?] 깨닫고 눈 부릅 뜰 때

아나타; [만일 피붙이를 오백명 넘게 학살한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는 수단이 공자님 수중에 들어왔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군악의 품에 안겨 눈물 흘리며 말하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이군악;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 아나타; [아시면 되었어요.]

아나타; [다른 자들은 어찌 해도 좋지만 패륵만은 공자님 손으로 죽이지 마세요.] [그자는 기필코 제 손에 죽어야만 하니까요.] 주먹 꽉 쥐고

이군악; [복수는 내가 해줄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을...] 난감

아나타; [아니에요. 그건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니에요.] 고개 들며 눈 뜨고. 고개 저으면서

아나타; [제 손으로 복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영원히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이군악을 올라타는 자세로 엎드려서 이군악을 내려다 보고

이군악; (말릴 수도 설득할 수도 없구나.) 한숨 쉬고

아나타; [대신 공자님께 부탁이 있어요.]

이군악; [말씀해보시오. 내 목숨이라도 드릴 테니...] 자기도 모르게 아나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올려다 보고

아나타; [두 가지인데... 혹시 제가 다시 벽력당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엄마와 진룡이를 저 대신 잘 보살펴 주세요.] 눈물 그렁 내려다 보고

이군악; [소저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자당과 진룡이는 내 피붙이인 듯 보살펴줄 생각이었소.]

아나타; [고마워요 공자님! 고마워요.] 이군악을 내려다보며 울고 웃고. 눈물이 줄줄

아나타; [귀신이 되어서라도 공자님 은혜 잊지 않을게요.]

이군악; (이 여자... 패륵과 함께 죽을 각오를 했구나.) 감격

아나타; [공자님도 알고 계시지만.... 패륵에게 소녀환희밀법을 제대로 쓰려면 제 모든 걸 걸어야만 해요.] 눈물 소매로 닦으며 웃고

이군악; (혹시 두 번째 부탁이라는 게....) 깨닫고 눈 부릅 뜰 때

아나타; [하지만 원수에게 제 소중한 걸 주고 싶지는 않군요.] 얼굴 숙이고

이군악; [소... 소저!] 당황

아나타; [그래서 이렇게 하도록 허락해주시는 게 제 두 번째 부탁이니 거부하지 마세요.] 입술을 이군악의 입술에 댄다

이군악; (거부해야하는데....) 아나타에게 키스당하며 혼망가고

이군악; (아무리 나라고 해도 옥녀진액을 복용한 뇌소저를 거부할 능력은 없다.) 아나타의 허리를 휘어감는다

<설령 이 일로 인해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뇌소저의 소원은 들어주어야만 한다.> 열렬히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

 

#247>

새벽녘. 벽력당.

이군악과 아나타가 동침한 건물

방안. 침대에 잠들어 있는 이군악과 아나타. 반듯하게 누운 이군악. 그런 이군악에게 달라붙은 자세로 옆으로 누워 잠든 아나타.  헌데

슥! 누군가의 손이 이군악의 이마를 만진다

[...] 눈 감은 채 생각하는 이군악.

이군악; (환각인가?)

이군악; (내 이목을 숨기고 이렇게 은밀하게 접근하는 건 사존이라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데...) (게다가...)

이군악; (내 이마를 쓰다듬는 이 손길에는 아무런 적의도 실려 있지 않다.)

이군악; (오히려 애틋한 정감이 느껴지는 손길인데...) 천천히 눈을 뜨고. 직후

[!] 눈 부릅 이군악

쿵! 침대 옆에 서서 왼손으로 이군악의 이마를 쓰다듬고 있는 혈나한.

이군악; (사... 사부님....) 숨이 턱 막혀서 꼼짝도 못하고

혈나한; [미안하구나 군악아.] [사부가 네게 지은 죄가 너무도 커서 차마 용서해달라는 말도 할 수가 없구나.] 애잔한 표정으로 웃고

이군악; (사부... 사부가 왜 이러시는 건가?) 굳어진 채 벌벌 떨고.

혈나한; [돌이켜 보면 실패의 연속이었던 삶이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혈나한; [하지만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널 만나고 잘 기른 것으로 사부는 그동안 쌓아놓았던 모든 업보에서 놓여나게 되었구나.]

혈나한; [정말 고맙다.] 슥! 그때까지 쓰다듬고 있던 손을 이군악의 이마에서 떼고

이군악; (사부... 사부가 떠나려고 하신다.) 꺽꺽! 입만 뻥긋 거리며 말은 못하는데

혈나한; [사부가 네게 줄 마지막 가르침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이 한마디이니 화두(話頭)로 잡고 궁구(窮究)하면 이루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군악; (마지막 가르침이라니.... 어째서 그런 불길한 말씀을....) 꺽꺽 거리고

혈나한; [정신이 드는 대로 여산(廬山)에 가보거라.] [사부가 세상에 남긴 미련과 죄가 열매를 맺게 해선 안되니...] 돌아서며 말하고

이군악; (사부님... 가지... 가지 마십시오.)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꺽꺽거리기만 하는데

<고맙다. 미안하고... 부디 행복하거라.> 스스스! 말을 배경으로 흐려지는 혈나한의 모습. 그 직후

이군악; [허억!] 팟! 비명 지르며 상체를 확 일으키는 이군악. + 아나타; [학!] 깜짝 놀라며 깨고

이군악; [사부님! 사부님!] 고개 두리번 울부짖고

아나타; [왜... 왜 그러세요 공자님?] 이불로 앞을 가리며 놀라 일어나 앉고

이군악; [으으....] 식은땀 흘리며 두리번. 하지만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나타; [악몽이라도 꾸신 건가요?] 손으로 이군악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묻고. 한손으로는 이불을 쥐어서 가슴을 가린 채

이군악;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억지로 웃고

이군악; [꿈에 사부님을 뵈었소.]

아나타; [혈나한님이 공자님 꿈에 나오셨다구요?] 놀라고

이군악; [너무 생생해서 그분이 정말 날 찾아오신 줄....] + [!] 눈 부릅. 한쪽을 본다

아나타; [왜...] 돌아보다가 역시 눈 부릅

쿵! 침대 옆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파번뇌탁

 

#249>

혈나한과 삼비검조가 머무는 암자. 역시 새벽녘이고.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있고

혈나한이 있는 건물. 혈나한이 누워있던 이불이 비어있고. 그 빈 이불 옆에 설지가 무릎 꿇고 옆으로 누운 자세로 잠이 들어있다. 두 팔에 얼굴을 묻은 채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나있는 설지의 얼굴 크로즈 업. 문득

슥! 설지의 머리를 만지는 손

움찔! 하며 깨는 설지

혈나한; [자는데 깨워서 미안하구나.] 이불 위에 가부좌를 튼 채 앉아서 손으로 설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설지; [사... 사부님!] 눈 치뜨며 벌떡 일어나고. 혈나한은 설지의 머리에서 손을 거두고

설지; [정신이... 정신이 드셨군요.] 감격해서 울고

설지;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저는 혹시 사부님이 잘못 되시는 줄 알고...] 울다가 흠칫! 하는 설지

온화한 표정으로 웃으며 보고 있는 혈나한

설지; (사부님에게서 일체의 고통과 번뇌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온몸이 덜덜 떨리고. 이어

설지; [사부님... 이러시면 안돼요 사부님!] 무릎 꿇고 눈물 줄줄

설지; [어리고 어리석은 저를 두고 가시면 안돼요.] 애절하게 울지만

혈나한; [설지 너의 심지(心地)는 환란과 번민을 겪으며 천주부동(天柱不動)의 경지에 접근하고 있다.] [덕분에 사부도 아무런 근심을 남기지 않고 해탈할 수 있게 되었구나.] 온화하게 웃고

설지; [그... 그렇지 않아요. 설지는 여전히 사부님의 가르침이 필요한 어린 아이일 뿐이에요.] 고개 도리도리

설지; [이런 절 두고 가시면 안돼요!] 울고

혈나한; [노납의 의발(衣鉢)은 이미 네게 모두 전해졌다.] 미소

혈나한; [마지막 근심도... 방금 전 군악이를 만나서 풀어냈으니 이제 노납이 세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구나.] 우는 설지의 어깨를 다독이고

설지; [사부님...]

혈나한; [세번의 윤회를 거듭한 후, 봄볕 따뜻한 날 누런 바위 옆에서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혈나한; [아무쪼록 그때까지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마음껏 향유하거라.] 하나 남은 손을 모아 가슴 앞에 세우며 눈을 감고

설지; [사... 사부님!] 고개 들며 부르지만

눈 감고 미소 지은 채 침묵하는 혈나한

설지; (열반.... 열반하셨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설지; [흐윽!] 혈나한의 시신 앞에 엎드리며 오열하고

<어째서... 어째서 소중한 사람들은 이토록 가볍게 내 곁은 떠난단 말인가? 내가 전생에 지은 업보가 얼마나 크기에...> 혈나한의 시신 앞에 엎드려 오열하는 설지의 모습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나레이션

 

건물 밖. 어둠 속에 건물을 등지고 서서 하늘을 보고 있는 삼비검조

휘익! 하늘에는 긴 별똥별이 서쪽으로 흐르고 있고

삼비검조; (무량수불!) 합장하며 한숨 짓고

삼비검조; (먼저 가 계시구려. 노도도 곧 도우의 뒤를 따라갈 테니...) 합장하는 삼비검조의 눈에서 눈물이 비치고

<우리들의 시대도 이렇게 저무는구나. 윤회와 인과율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으니...> 건물 밖에서 합장하고 있는 삼비검조의 모습 배경으로 삼비검조의 탄식 나레이션

 

#250>

다시 벽력당. 이군악과 아나타가 있는 건물

이군악; (파... 파번뇌탁... 파번뇌탁이 어떻게...) 덜덜 떨며 침대에서 내려 탁자로 간다. 바지만 입은 채

아나타; (저.... 저 쇠로 된 목탁...) 역시 놀라고

아나타; (분명 저녁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이군악이 파번뇌탁을 집어드는 걸 보며 놀라고

이군악; (꿈.... 꿈이 아니었다.) 덜덜 떨며 두손으로 파번뇌탁을 집어들고

이군악; (사부님... 사부님이 정말로 날 찾아오셨었다.) 파번뇌탁을 살피고. 그러다가

이군악; (설... 설마...)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 뜨고

이군악; [안... 안돼!] 쾅! 비명 지르며 벽과 문을 박살내며 뛰쳐나가고. + 아나타; [악!] 놀라고

드드드! 벽과 문이 박살 난 건물이 뒤흔들리고

아나타; (왜.... 왜 저러시지?) 당혹하면서도 침대에서 내려오고

휙! 파번뇌탁을 안고 집 밖으로 뛰쳐나온 이군악. 눈을 허공으로 향한 채

반짝! 반짝! 높은 하늘에 별 하나가 깜빡이고.

이군악; [안돼! 안됩니다 사부님!]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고 울부짖고. 직후

휘익! 그 별이 긴 꼬리를 그으며 서쪽으로 떨어진다.

아나타; [공자님! 무슨 일인데...] 옷가지로 대충 몸 가리며 부서진 문으로 나오다가 흠칫

휘익! 서쪽 하늘로 떨어지고 있는 별이 아나타의 눈에도 보이고

아나타; (별... 별이 떨어진다!) 집 밖으로 완전히 나오며 놀라고

털썩! 무릎을 꿇는 이군악. 시선은 하늘로 향한 채. 직후

휘이익! 별이 서쪽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이군악; [사부님... 사부님...] 그걸 보며 오열하다가.

이군악; [으아아아아!] 파번뇌탁을 끌어안고 엎드리며 울부짖고

아나타; (방... 방금 진 그 별이 공자님의 사부님이라면...) 놀라 입을 가리고

아나타; (천하제일인이신 혈나한님께서 돌아가셨다.) 털썩! 아나타도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잠옷 차림으로 달려오던 당가연, 뇌진룡, 노파와 노인이 경악하고

[사부님!] 으아아아아!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울부짖는 이군악. 그 뒤쪽에 무릎 꿇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울고 있는 아나타.

<큰... 큰 변고가 일어났구나! 천하를 뒤흔들어버릴....> 놀라는 당가연과 뇌진룡. 그 배경으로 이군악의 울부짖음이 들리고

 

#251>

[!] 눈 부릅뜨는 사존. 벼락에 맞은 것같은 충격을 받고

사존; [으으으으!] 덜덜 떨고. 악 다문 이가 떨리고. 밤 하늘을 나는 까마귀 떼 위에 앉아있다. 까마귀들이 놀라 돌아보는데

휘익! 사존의 머리 위로 멀리 사라지는 별똥별 하나

사존; [안돼! 안돼!] [이건 아니야!] 고개 절레 절레 저으며 이를 악물고. 지지지! 사존의 몸에서 벼락이 일어나 까마귀들이 기겁하고

휘익! 멀리 사라지는 별똥별

사존;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이 빡빡머리야!] [널 능가하는 데 평생을 허비한 날 두고 먼저 가버리면 난 어쩌란 거냐?] 빠캉! 온몸에서 벼락이 확 터지고

펑! 화아악! 까악! 깍! 사존이 타고 가던 까마귀 떼들이 벼락에 맞아 불에 타며 떨어진다. 마치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은 것 같고

[으아아아!] 두 주먹 불끈 악을 쓰며 추락하는 사존. 그 주변으로 불 타는 까마귀 떼의 잔해가 수없이 떨어지고 있고. 살아난 까마귀떼들도 깃털에 불이 붙어서 죽어라 울어대며 흩어진다

쾅! 까마득한 하늘에서 숲 속으로 떨어지는 사존. 숲속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드드드! 진동하는 숲

숲 가운데 분화구가 생겼고. 그 분화구 주변으로 박살난 나무들이 밖으로 쓰러져 있는데 분화구 중앙에 사존이 사지를 벌린 채 누워 하늘 보며 이를 갈고 있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주변으로 까마귀들의 깃털이 눈처럼 내리고 있다.

사존; [잘 죽었다 인간아! 잘 뒈졌어!] 까마귀들의 털이 흩날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울고

사존; [하긴 나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으니 먼저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옳긴 하지.] 흐흐흐! 울며 웃고

사존; [지옥에나 칵 떨어져라! 중의 탈을 쓰고 수없이 손에 피를 묻힌 네놈이 지옥 밖에 갈 곳이 더 있겠느냐?] 으하하하! 악을 쓰며 웃고

사존; [물론 죄악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나 패극천의 갈 곳도 지옥뿐이고...] 흐흐흐! 자조하며 웃고

<결국 우리 형제는 지옥에서 다시 재회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분화구가 생긴 숲 가운데에 누워서 울고 있는 사존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까마귀 컬과 불붙은 까마귀 시체들이 주변에 흩날리고 있다

 

#252>

<-여산(廬山)> 새벽. 깊은 골짜기 끝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계곡. 계곡 끝에는 절벽을 등지고 지은 돌집이 있고. 돌집의 문이 열려있는 데 그 돌집 안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돌집 안쪽. 일종의 연구실. 수많은 약재와 약병들이 돌집의 벽과 천장에 진열되거나 매달려 있다. 보통의 약재 뿐 아니라 뱀, 지네, 전갈 등 온갖 독충들도 구비되어 있다. 돌집 바닥 중간에 커다란 솥이 놓여있다. 네 개의 다리가 높이 달린 솥이고. 솥 아래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솥 옆에 서서 커다란 국자로 내용물을 젓고 있는 야차서시. 앞치마를 둘렀고 머리에는 수건을 쓴 맵시 있는 모습.

야차서시; [이제 거의 완성되어 간다.] 차갑게 웃으며 솥 안의 내용물을 젓는 야차서시

야차서시; [이 백야번뇌고(百夜煩惱膏)만 완성되면 패극명이건 패극천이건 죽을 수밖에 없다.] 호호호! 신이 나서 마녀처럼 눈을 희번득이고

야차서시; [이름 그대로 백야번뇌고를 태운 연기를 조금만 들이마셔도 백일 동안 번뇌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야차서시; [결국 미쳐서 죽거나 자살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백야번뇌고인 것이다.] 호호호 웃고

야차서시; [나를 버린 패극명! 패극명에게 버림 받고 상심한 틈을 타 나를 농락한 패극천!] [너희 형제는 나 왕옥령(王玉鈴)의 손에 죽어야만 한다.]

야차서시;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네놈들이라 해도 백일번뇌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광기에 휩싸인 표정으로 웃으며 솥의 내용물을 젓고

야차서시; [먼저 제 놈 새끼를 밴 내가 패극명과 붙어먹었다고 의심한 패극천, 그 인간부터 죽인 후에...] 빠지직! 말하다가 눈 부릅 뜨는 야차서시. 강력한 벼락이 정수리를 때린 모습이고

야차서시; [흐윽!] 솥의 내용물을 젓던 국자를 놓치면서 비틀하다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야차서시

야차서시; [거... 거문고의 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내 삶을 지탱해온 증오심의 한 가닥이 허무하게 끊어졌다.] [그렇다는 건....] 헉헉 대며 일어나려 하고

야차서시; [누군가... 그 두 인간 중 하나가 죽었다.] 비틀거리며 돌집 밖으로 나가고

휘익! 멀리 서쪽 하늘 너머로 사라지는 별똥별이 보이고

야차서시; [안... 안돼!]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고

야차서시; (당신...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되는 거야 패극명!)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야차서시; (죽이겠다고.... 증오하겠다고 스스로를 속여 왔지만.... 사실 난 당신이 한번만이라도 날 돌아봐주길 바래왔는데...) 눈물 줄줄. 혈나한을 떠올리고

<내 속내를 내보이기도 전에 먼저 죽어버리면 난 어떻게 살라는 거야? 이 무정한 인간아....> 우는 야차서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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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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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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