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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三 章

 

         九門提督 夏厚勝

 

 

 

태산,

관일봉에서 이십여리 정도 떨어진 맞물린 듯붙어있는 두개의 절벽사이,

귀신도 모를 것같이 교묘하게 자리잡은 서천복지(西天福地)같은 곳이있다.

원래 붙어 있던 절벽의 가운데가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이곳,

병풍같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아름답기 그지 않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이 계곡에 치밀하게 짜여진 수로를 감돌아 흐르고,

어디선가 은은하게 소음(簫音)이 흐른다.

그리고 곡구에 맑은 거울처럼 펼쳐져있는 아담한 호수‥‥‥

이곳은 어디인가?

바로 문성무존이 자리잡고 있는 소음곡이 아니고 어디겠는가?

한데,

휘이이이‥‥‥

놀랍게도 까마득한 절벽으로부터 한사람 표표히 옷깃을 날리며 뒷짐을 진 채 날아 내리고 있었다.

쉬이이이‥‥‥

빠르게 떨어져 내리던 그는 완전히 역학의 원리를 무시하고 있었다.

떨어질 수록 점점 빨라지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오히려 그는 점점 느려지더니 문성무존의 정문앞에 내려설 때에는 마치 계단을 밟고 내려서는 듯 아무 기척도 없었다.

태연히 문성무존의 열려진 문으로 걸어가는 중년인(中年人),

바로 황창설이었다.

그는 수로옆의 길을 걸어서 점점 내원으로 사라져갔다.

그런데‥‥‥

황창설이 내려온 소음곡의 절벽 위에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천년거목인양 한사람이 우뚝 서있었다.

얼굴은 흉칙한 악마의 가면을 뒤집어썼으며,

어깨에는 흰피풍이 바람에 날린다.

손에는 검은 장갑‥‥‥

전신에서 너울너울 피어나는 악마의 사악한 기운‥‥‥

그가 나타나고 부터는 태양이 빛을 잃어버렸다.

그가 나타나고 부터는 사위가 숨을 죽여버렸다.

드러난 피부라고는 하나도 없고,

오직 백색으로 투영되는 유리알같은 눈동자만 빛나고 있었다.

그 눈‥‥‥

죽음과 공포와 영혼을 탈색시키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악마탈의 벌려진 입에는 붉은 송곳니가 슝슝하고‥‥‥

마침내 심장을 얼려버릴 것만 같은 섬찟한 웃음소리가 악마탈 뒤에서 흘러나왔다.

[흐흐흐흐‥‥‥드디어 찾았구나‥‥‥황창설‥‥‥흐흐흐흐‥‥‥네 심장의 더운 피를 맛보겠다‥‥‥흐흐흐‥‥‥으하하하하하‥‥‥]

끔찍한 말 뒤로 하늘과 땅을 마기로 가득채울 듯한 광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이미 까마득히 먼 허공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악마탈을 쓴 자는 이미 허공에서 조차 한점으로만 남았다.

누군가가 소음곡을 발견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는 채,

소음곡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이고 있었다.

 

× × ×

 

북경(北京),

원조(元祖)에서는 세계를 다스리던 대도(大都)였으며‥‥‥

명대에 들어와서는 연경으로 호칭되었던 곳,

그리고 연왕이 등극한 후에 다시 명의 수도가 되어 북경이 된 곳,

구중궁궐 자금성(紫禁城)이 자리잡고 있는 앞쪽으로 주작대로가 길게 뻗어있고,

한적한 주택가에는 고관대작들의 고대광실같은 저택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저택들 중의 하나‥‥‥

문전에는 마치 왕부나 되듯이 중무장을 한 무사들이 늘어서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저택을 빙빙 돌며 순시를 하는 이곳,

 

<구문제독부(九門提督府)>

 

대명의 병권을 한손에 움켜쥐고 있다는 구문제독 하후승(夏厚勝)의 제독부인 것이다.

하후승‥‥‥

그의 권력은 당금에 이르러 조정의 삼인자라고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을 만치 강하다.

첫째는 당연히 황제이고 둘째는 영왕‥‥‥

그리고 세번째가 하후승인 것이니‥‥‥

경도의 백성들이 제독부 앞을 지날 때는 뒷꿈치를 들고 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도화원(桃花園)

제독부의 뒤쪽 가산곁에 마련된 도화원은 삼백여 그루의 복숭아가 심겨져있다.

지금이 성하(盛夏)이니 풍만한 여인의 가슴만큼이나 큰 복숭아들이 싱그러운 향기를 발하며 헤아릴 수 없이 매달려 있다.

이곳 도화원은 제독 하후승의 가족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인데‥‥‥

복숭아나무들 사이에 큰 태사의를 갖다놓고 전라의 중년인이 비스듬히 기대앉아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오히려 즐기는 듯,

그는 전신을 태양에 골고루 비추기 위에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중년인‥‥‥

한눈에도 천하 영웅의 우두머리와 만군을 통솔하는 대장군으로 보이지 않는가?

황제일지라도 벌거벗은 몸으로는 위엄을 내비치지 못할 터인데,

중년인은 느긋하게 기대어있으면서도 사방을 압도하는 위엄을 보이고 있다.

짙은 눈썹‥‥‥

백수의 왕 호랑이를 방불케하는 호안(虎眼)‥‥‥

크고 각진 얼굴‥‥‥

군살하나 붙지 않은 탄탄한 청년같은 몸‥‥‥

이 사람이 구문제독 하후승이다.

이십여년 간을 권력의 핵심부에서 살아온‥‥‥

 

하후승이 손바닥으로 태사의의 한쪽을 두드렸다.

탁탁!

그러자,

잠시 후에 사박사박 풀잎을 밟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덮개가 있는 쟁반을 바쳐든 궁장 여인이 나타났다.

궁장여인‥‥‥

황제의 후궁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같다.

전신에 폭발할 듯한 염기(艶氣)와 더불어 형언할 수 없는 기품을 갖추고,

터질 듯한 풍만한 몸매를 화려한 궁장으로 감싸고 있었다.

사라락!

궁장여인은 하후승의 앞에 다가와서 무릎을 꿇고 접시를 내밀었다.

접시의 덮개를 열자 달콤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작은 찻잔에 황금색 꿀물이 있고,

그 위에 두덩이의 얼음이 동동 떠있었다.

하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궁장여인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 접시를 한쪽에 내려놓은 후에 일어섰다.

한데,

그녀는 갑자기 하후승의 입으로 자기의 입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두개의 입술이 맞닿고,

궁장여인은 무너지듯 하후승에게 안겼다.

달콤한 꿀물이 궁장여인의 입에서 하후승의 입으로 넘어갔다.

하후승은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어넣은 남아있는 꿀과 그녀의 타액을 함께 빨아들였다.

궁장여인의 입속엔 침이 그득한 상태였다.

젊은 여인의 타액을 옥장( )이라고 한다.

고대 도가에서 부터 여인의 침과 분비물을 장생불노의 영약으로 여겨왔다는 것은 늘리 알려진 일이다.

하후승은 꿀로서 여인의 타액을 촉진하여 그마저 빨아들인 것이다.

그들의 입맞춤(?)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여린 살과 살이 맞주치는 소리가 들리고,

궁장여인은 하후승의 품에서 비비 몸을 꼬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남녀의 접촉은 무언가 다른 것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미 하후승의 벌거벗은 몸도 어느 한곳이 경직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후승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고, 이내 배가 맞아야 되는 것은 정한 이치일까?

찰랑찰랑!

궁장여인은 하후승의 품에서 벗어나며 장식하고 있던 패옥을 떼어내고,

요대를 풀었다.

그리고,

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자신의 옷을 벗어버렸다.

눈부신 태양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백옥같은 나신이 복숭아들 사이에 섰다.

그녀의 가슴에는 복숭아가 얼굴을 숨길 정도로 풍만하고 탄실탄실한 두 유방이 출렁일듯하고,

우유가 엉긴 듯한 살결을 따라 내려와 모든 남성을 색의 포로로 잡아버릴 여인의 앙증맞은 배꼽과‥‥‥

그 아래로 희디흰 피부와 완전히 대조되는 검은 숲이 있었다.

그녀는 하후승의 앞으로 걸어갔다.

하후승은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풀밭을 보고 있었다.

묘한 대비였다.

흰 다리, 검은 숲‥‥‥

그리고 싱그러운 녹색의 풀들‥‥‥

하후승은 몸을 바르게 했다.

그의 두 다리 사이에서 구문제독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웅장한 물건이 하늘을 거역할 듯 치솟아 있었다.

다가온 여인은 무릎을 꿇고 먼저 그 장대한 물건에 입을 맞춰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두 다리로 하후승의 다리를 슬슬 비비며 자신의 몸을 하후승의 상체에 밀착시켰다.

하후승의 코앞으로 풍만한 두 유방이 다가왔다.

하후승은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눈부신 태양이 그의 눈을 찡그리게 했다.

여인은 하후승의 전신을 스다듬으며 태사의의 팔걸이위로 올라왔다.

양쪽의 팔걸이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그녀는 한손으로 자기의 유방을 잡고 하후승의 입으로 유두를 들이밀었다.

[하아하]

여인은 벌써부터 신음을 뱉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가 하후승의 코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도 꿀냄새가 아직 남았으리라.

미동도 하지 않는 하후승의 몸을 입술로 핥고 유방으로 문지러던 그녀는 둔부를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둔부의 아래에는 하후승의 그것이 가까스로 닿아있었다.

그녀는 입을 기묘하게 벌리며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하후승의 그것에 마찰시켰다.

하후승의 것이 더욱 우람해졌다.

그러나 하후승은 움직일 줄 몰랐다.

여인은 자신의 몸안이 충분히 젖자 몸을 뒤로 젓혔다.

그리고 두 팔로 태사의 팔걸이의 끝을 잡았다.

묘한 자세로 여인은 한쪽 다리를 하후승의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이내 하나 남은 다리마저 걸치고 둔부를 낮추었다.

순간!

[!]

여인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체중에 의해 하후승의 그것에 의해 꼬치꿰이듯이 꿰인 것이다.

[‥‥‥너무 커요‥‥‥]

그러나 그녀는 다시 둔부를 들어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낮추며 원을 그리듯 돌렸다.

[‥‥‥‥‥‥‥‥‥]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각종의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여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그녀는 바야흐로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순간,

하후승의 목석같던 눈빛이 붉게 충혈되었다.

[!]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하늘이 거꾸로 보이는 것을 느껴야 했다.

하후승이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킨 것이다.

[! 너무 아파요.]

그녀의 배에는 무엇인가가 튀어나올듯 불룩했다.

하후승의 물건이 갑자기 꺽여진 각도에 적응하지못한 것이다.

하나,

하후승은 여인의 비명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두손이 여인의 둔부를 우악스럽게 싸잡았다.

그리고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악악! ‥‥‥‥‥‥악악!]

여인의 눈이 하얗게 되면서 그의 움직임에 따라 비명을 질러댔다.

여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이 하후승의 얼굴을 찼어도 발이 머리에 닿을 듯 내려왔어도.

하후승의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아악‥‥‥]

여인은 마침내 실신하고 말았다.

하후승은 그리고 그녀의 몸을 팽개치던 던졌다.

실신한 그녀의 몸은 풀밭을 굴러 사지를 쫙 벌리고 드러누웠고,

하후승의 입에서는 음산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황제가 데리고 놀던 계집이라서 그런지 맛이 다르군. 이것으로 나와 황제가 네 번째로 구멍동서가 된 건가?]

황제?

그럼 그 여인이 황제의 후궁 중의 하나란 말인가?

한데 벌써 네번째라니‥‥‥

가경할 일이다.

여인은 정신이 조금 돌아왔지만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일어나지 못했다.

그녀 옆에 선 하후승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의 전신으로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짝짝!

두번의 손뼉소리가 들리자 어디선가 네 사람의 건장한 청년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태사의를 받쳐들고와 하후승을 태우고 복숭아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

슥스슷!

파김치가 되어 엎드려 있는 여인의 눈앞에 여러개의 발들이 나타났다.

불길한 예감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건장한 청년 다섯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여색에 미친 색광의 그것이었다.

그들 중의 하나가 우악스럽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후승에게서 치뤘던 것과 거의 같은 절차를 거듭 일곱 번이나 치루어야 했다.

소라면 모를까?

사람인 그녀가 배겨낼 도리가 없다.

마침내 여인은 명줄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

전례에 따라 그녀의 몸뚱이는 열매가 부실한 도화나무 아래에 묻히고 말았다.

아마도 내년에는 그녀의 살과 뼈가 복숭아로 변할 것이다.

 

× × ×

 

제독부의 가산(假山) 안에는 세상사람들이 기절초풍할 것이 들어있었다.

자금성을 축소시켜 만들어 놓은 듯한 시설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한데,

황제가 앉아야 할 용상에는 구문제독 하후승이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용상 아래의 바닥에는 두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

[염려할 것없다. 검신과 도신은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다시 내 명을 듣게 될 것이다.]

하후승은 느긋하게 말했다.

[정작 너희들이 할 것은 천하의 강자들을 어떻게 소음곡으로 몰아넣느냐 하는 것이다. 후후후후‥‥‥]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외쳤다.

[으하하하하‥‥‥]

하후승은 경천동지할 웃음을 터뜨렸고,

그의 눈은 동자가 사라지며 하얀 유리알 처럼 변해버렸다.

소음곡 위에 나타났던 악마탈의 사나이‥‥‥

바로 하후승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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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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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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