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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恨天四方客

 

 

 

만월(滿月)이 산위로 떠오르고 있다.

밤의 여신(女神)의 영역을 빛내기 위해 차가운 빛을 뿌리며 떠오르고 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밝음을 다투던 일등성(一等星)들도 뭇 별빛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태산(泰山),

이곳은 중원 오악(五嶽)의 우두머리라 중악(中嶽) 태산이다.

역대의 황제(皇帝)들이 천명(天命)을 받기 위해 제단을 차렸던 산,

이 산의 한쪽면 나뭇잎까지 밝혀주며 만월은 역설적으로 관일봉(觀日峰)위에 떠오른다.

만월이 밑자락을 장대질 하던 나뭇가지마저 살짝 피해 올라간 순간,

한줄기 검은 선이 만월을 양단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일순간 달은 접혀졌다 펴진 동전처럼 보였다.

만월을 가른 검은 선은 지워지고, 한줄기 검은 물체가 관일봉 아래 절벽으로 떨어졌다.

천길 만길 절벽 아래로 유성보다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물체,

놀랍게도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을 찌푸렸던 달은 다시 해맑은 모습을 하고,

절벽 밑의 그늘은 떨어지던 사람의 모습을 삼켜버렸다.

 

× × ×

 

빛이 한점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어디인가?

사방팔방십이방을 둘러봐도 오직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한다.

어둠 속에서 흔히 있을 법한 유령의 숨소리같은 미약한 바람조차 없다.

무서운 태고의 정적만이 감돌고 있는 이곳,

휘이익!

갑자기 어둠이 찢어지면서 달빛 속에 검은 인영이 땅으로 내려 꽂혔다.

팍!

어둠이 스물거리며 달빛을 몰아내 버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딱딱, 소리와 함께 그곳은 다시 밝아졌다.

검은 인영은 화섭자에서 초로 불을 옮기고, 그의 모습은 촛불이 자람에 따라 점점 뚜렸하게 나타났다.

그 인영은 발끝까지 걸쳐지는 흑포를 입고 한자루의 장검을 등에 맨 청년이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은 흑포의 뒤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허무가 깃던 눈빛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한데,

그의 붉으스레한 얼굴은 그야말로 절세미장부가 아닌가?

훤한 이마의 먹물같은 검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부드럽게 흘러내린 턱선은 사람의 시선을 절로 잡아 매는 힘이 있다.

칠척 장신의 당당한 어깨는 모든 것을 압도할 듯 한데,

정작 전신에 흐르고 있는 기운은 오직 허무였다.

문득, 촛불을 든 청년이 입을 열었다.

[사부! 제자 황군성(黃君星)이 왔습니다. 번천도(飜天刀)를 가르쳐 주십시오.]

이 청년은 누구를 향해서 말하는 것일까?

촛불의 주변에는 몇 개의 바위들만 보일뿐 아무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 지옥의 유부인양 고요하던 곳에서 갑자기 늙으스레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단극리에게서 혈왕신공(血王神功)을 다 배웠느냐?]

[삼성 수준으로 익혔습니다.]

늙은 음성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보름 만에 혈왕신공을 삼성(三成)까지 익히다니 놀랍군!]

하지만 전혀 어조가 느껴지지 않는 노인의 음성에는 어떤 놀람도 깃들어 있진 않았다.

황군성은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촛불이 일렁이며 그의 얼굴에 여러가지 그림자를 만들어 내곤 했다.

이때 갑자기 그의 앞에 있는 바위가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록 아주 천천히시작 되었으나 급격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육척높이의 돌기둥 같은 바위가 천천히 모습을 바꾸며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 것이다.

굴곡이 뚜렸해 지면서 팔과 다리가 생기고 얼굴의 윤곽도 뚜렸해졌다.

그리고 일순간,

완전한 모양을 갖춘 사람의 형상은 눈을 떴다.

번쩍!

번개불같은 신광이 폭출했다.

그것은 나이를 짐작할 수 조차 없는 노인의 눈빛이었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시간은 일각뿐, 그 안에 모든 것을 암기하라. 본문의 규칙상 번천도는 일자전승(一子傳承), 오직 입에서 입으로 전할 수 밖에 없다.]

황군성은 미동도 않은 채 노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왼쪽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 손바닥 안에서 오리알 같은 흰구슬이 나왔다.

[이것이 번천도다. 고금십대신병(古今十大天兵) 중 서열 칠위인……]

오오! 그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노인의 말은 놀라왔다.

고금십대천병이라니……

무림이 있어온 이래 삼천 년 동안 등장했던 수 많은 병기들, 시대마다 보검과 신검, 보도가 어찌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고금십대천병에는 견주지 못한다.

그 고금십대천병은 과연 무엇인가?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도 전혀 밝혀지지 않은 이 병기는 적게는 삼 백여년 전, 많게는 천 수백 년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닌 자는 어김없이 고금무적십인에 들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대적할 수 없었고, 어느 누구도 고금십대천병앞에서 일초를 넘길 수 없었다.

이 놀라운 고금십대천병의 이름은 이러하다.

 

서열 제 일위 낙일검(落日劒),

서열 제 이위 무광검(無光劒),

서열 제 삼위 혈화창(血花槍),

서열 제 사위 진천소(震天簫),

서열 제 오위 지멸고(地滅鼓),

서열 제 육위 자전편(磁電鞭),

서열 제 칠위 번천도(飜天刀),

서열 제 팔위 구룡로(九龍爐),

서열 제 구위 금강신(金剛身),

서열 제 십위 섬전사(閃電絲),

 

이 서열들은 강함의 순서가 아니다.

그 병기가 등장했던 순서대로 매겨진 것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고금십대천병 중 가장 강한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것들은 서로 부딪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적에게도 단 일초이상을 허용하지 않았던 고금십대천병,

그 중의 하나인 번천도가 노인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이다.

한 알의 구슬같은 모양으로.

구슬 같은 번천도는 노인이 신공을 일으키자 일순간 빛이 쏘아나가듯 쭉 늘어졌다.

그리고 한자루의 도로 변하는 것이었다.

길이는 이척반(二尺半) 정도, 엷은 날은 손바닥 만큼 넓다.

허무로 젖어있는 듯하던 황군성의 두눈이 순간 빛을 발했다.

(내 삶을 유일하게 지탱시켜 주는 것은 무공뿐……무공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더나면 나는 아마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던가?

그래서 그의 몸에서 그토록 짙은 허무가 배여있었던 것인가?

그때 노인이 번천도를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번천도는 천천히, 지겨울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노인의 입은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오성삼푼, 칠성팔푼, 십성이푼, 삼성구푼, 구성육푼……]

검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노인은 그 순간에 운용해야 할 공력의 깊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놀랍게도 번천도는 똑같은 깊이의 공력으로 운용하는 도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 일초에 일흔두 번이나 공력깊이가 바뀌면서 강약유화가 완벽히 배합된 도초(刀招)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번천도가 삼초를 모두 펼쳐내는 동안, 황군성은 눈도한번깜짝이지 않고 보고 있었다.

(엄청나다. 과연 고금십대천병의 제 칠위……)

[모두 기억했느냐?]

황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이곳을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오지마라. 나는 네가 마왕(魔王)을 죽일 때만 기다릴 뿐, 너를 기다리지는 않으니까……]

핑!

일순간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노인의 손에서 번천도환(飜天刀丸) 발출되었다.

지극히 짧은 순간에 황군성의 눈앞에 이른 그것은 가볍게 내민 황군성의 손에 빨리듯 들어갔다.

번천도환,

그것은 손가락에 낄수 있는 작은 반지가 만들어져 있으며 도환은 손바닥안에 늘 감추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황군성이 왼손 중지에 반지를 끼고 주먹을 가볍게 쥐자 번천도환은 그의 손안에 감춰져 버렸다.

순간,

노인의 몸은 서서히 굳어지며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백 칠십 년의 세월이 이렇게 보냈다. 앞으로도 이백 년은 더 지내겠지……]

황군성은 돌이된 노인을 향해서 무릎을 꿇고 절했다.

(다시는 궁월사부(弓月師父)를 만나지 못하리라……)

황군성을 가르친 네 명의 사부 중 가장 연장자인 노인의 이름은 바로 궁월이었던 것이다.

궁월,

그 놀라운 이름……

백 여년 전 무림에는 가공할 네명의 고수가 등장했었다.

그들은 각기 누군가를 찾아 다니며 가공할 혈풍을 일으켰는데, 당시 중원의 무림인 중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차별적인 살인을 하지는 않았었다.

세인들은 그들이 어떤 무서운 한을 품은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가 원수를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세상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 있었으니,

한천사방객(恨天四方客),

바로 한천사방객인 것이다.

그들은 각기 중원의 동서남북에서부터 혈풍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니 그 각각은 이름은 이렇게 주어졌다.

 

동한객(東恨客) 궁월(弓月),

서한객(西恨客) 초사륭(楚獅隆),

남한객(南恨客) 단극린(段克燐),

북한객(北恨客) 냉천삭(冷千索),

 

한데, 삼년의 세월 동안 세인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던 한천사방객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렸었다.

갑자기 나타났던 것 처럼 갑자기 사라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한동안 세인들의 입에서는 구구한 억척이 난무했다.

어떤 기인이 나타나 한천사방객을 단숨에 처치해버렸다고도 했고,

한천사방객은 서로끼리 충돌해서 모두 동패공사(同敗共死)해 버렸다고도 했다.

아무튼,

그 이후로 한천사방객은 세인들의 입에서 전설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궁월,

그는 바로 그 한천사방객의 우두머리인 동한객이었던 것이다.

 

절을 마친 황군성은 순간 땅을 박차고 비조처럼 몸을 날렸다.

번천도의 전수가 이루어졌던 암흑의 공간에는 다시 고요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곳은 진정 괴이한 곳이었다.

 

× × ×

 

소음곡(簫音谷),

관일봉에서 불과 이십여리 정도 떨어진 절벽 사이에 있는 계곡이다.

원래 붙어 있던 절벽의 가운데가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이곳은 병풍같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아름답기 그지 없는 곳이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이 계곡을 흐르며 온갖 기화이초를 키워내고, 그 기화이초(奇花異草)를 먹고 많은 영물영수(靈物靈獸)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소음곡이라고 부르는가?

그것은 이러하다.

골짜기의 특이한 구조로 말미암아 불어오는 바람에 골짜기가 마치 퉁소처럼 울리기 때문이다.

은은하고 맑은 퉁소소리는 오직 계곡 안에서만 들리지만, 그야 말로 천음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그리고, 조물주(造物主)의 역작(力作)인 듯한 이 소음곡, 그 한 가운데에는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장원이 한 채 자리잡고 있다.

크기는 불과 이천평 정도, 십오륙 채 정도의 전각이 세워져 있고, 담장을 형성한 장미덩굴들은 잘 다듬어져 있다.

뒷쪽의 병풍같은 절벽사이에서 흘러나온 작은 폭포는 장원의 안으로 떨어지고, 그 물은 장원 곳곳을 돌아흘러서 앞쪽에 있는 거대한 문옆으로 빠져 나온다.

그렇다.

이 장원에는 물이 나오는 문과, 사람이 나다닐 수 있는 문이 나란히 있는 것이다.

퉁소소리는 계곡에 부드러운 화음을 주는데,

아침 햇살이 소음곡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햇살에 장원의 편액이 선명하게 보였다.

금자(金字)로 씌어진 꿈틀대는 전자체(篆字體)로 씌어진 네 글자.

 

<문성무존(文聖武尊)>

 

이것이 무슨 말인가?

설마하니 이것이 바로 장원의 이름이란 말인가?

두고 볼 일이다.

 

이 장원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존현각(尊賢閣),

누군가가 아침부터 빽빽소리치고 있었다.

[너는 도대체 정신이 있는 아이냐 없는 아이냐? 어째 동생들 보다 못하단 말이냐? 이 집안을 이어가야 할 장남(長男)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냐?]

여인의 앙칼진 호통소리가 전각 밖까지 울러퍼지고 있었다.

호통을 치고 있는 이 여인,

바로 이 장원의 안주인인 주혜린(朱慧麟)이다.

비록 화내고 있는 모습이기는 하나 그녀의 아름다움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중년의 나이건만 이곳 소음곡에 있은 덕분인지 주름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젊었을 때의 미모 그대로이다.

크다란 눈은 호수처럼 맑고, 갸름한 얼굴의 뽀얀 살결은 처녀의 그것같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강한 위엄과 기품이 풍겨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두 아들과 외동딸을 앞에 놓고 꾸중을 하고 있는 중이다.

큰아들은 황군성,

나이 이십일세에 아버지를 닮아 칠척의 거구이다.

그리고 둘째 아들 황군우(黃軍祐),

문무를 겸비한 십칠 세의 총명하기 그지없는 소년이다.

마지막으로 외동딸 황청청(黃靑靑),

주혜린과 그녀의 남편인 황창설(黃蒼雪)이 뒤늦게 본 딸이다.

이제 십이 세의 그녀는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터였다.

더우기 눈치가 빠르고 엉뚱한 짓을 잘하여 사람들을 종종 놀라게 하는 말괄량이기도 하다.

자식들에게 엄하게 대하는 주혜린의 오늘 적수(?)는 바로 큰아들 황군성이다.

얼마전부터 황군성이, 문무겸전인 이 황가(黃家)의 전통을 깨뜨리기라도 할 듯이 학문을 도외시할 뿐만 아니라 무공마저도 소홀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혜린은 눈을 반짝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군성이 너는 오늘부터 무장각(武藏閣)에서 십일 동안 무공을 익히면서 근신(謹愼)하도록 해라.]

황군성은 고개를 숙이고 일어서며 침중하게 말했다.

[어머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혜린은 등을 돌리고 문을 나서는 그를 보면서 가볍게 탄식했다.

[저 얘가 요즘들어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저는 형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문득 황군우가 말했다.

그의 몸은 형만큼 크지 않았지만 얼굴윤곽은 그와 흡사했다.

뜯어보면 주혜린을 닮은 얼굴이나 언뜻 윤곽만 보면 황군성과 착각할 정도로 닮은 모습이었다.

주혜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 형이 무슨 말이라도 하더냐?]

[어머님도 참, 형님이 어디 제게 무슨 말을 할 사람이던가요? 그냥 대충 짐작해 보는 거지요.]

황군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주혜린이 다시 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래, 저 녀석은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할 녀석이 아니지. 도무지 속을 짐작할 수 없으니 더욱 답답하구나.]

그녀는 황군우와 황청청을 보았다.

[군성이가 너희들만 할 때는 얼마나 총명하고 뛰어났는지 돌아가신 네 조부님께서 그렇게 칭찬하셨단다. 그리고 그 녀석이 무엇을 하던지 마음대로 하게 놔두라 그러셨지.]

[…………]

[…………]

[하지만, 갈수록 속을 짐작할 수 없이 변해가는데 이 어미가 어찌 그녀석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이냐?]

[어머님, 어쩌면 형님의 무공과 학문은 어머님의 생각을 훨씬 초월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한데, 이상하게도 형님에게서는 삶에 대한 의지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황군우의 말에 주혜린은 몸을 움찔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머님께서도 말씀하셨고 조부님들께서도 말씀하신 것 처럼, 형님은 저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형님이 달이라면 저는 반딧불 같이 미미할 뿐이지요.]

주혜린은 고개를 저었다.

[너 또한 네 형에 못하지 않다.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황군우는 씨익 웃었다.

[어머님, 위로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이상하네……큰오빠는 공부도 안하고 무공도 익히지 않는데 어떻게 작은 오빠보다 나아?]

황청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녀의 치기어린 말에 황군우는 다만 미소만을 지었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 주혜린에게 말했다.

[한데 어머님, 형님에 비하면 까마득히 부족한 저인데도, 이미 읽을 만한 책은 다 읽었고 알만 한 무공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학문도 염증이 나는 것 같고 무공은 쓸모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형님도 이러한 것을 느낀 것은 아닐까요?]

[쳇, 공부가 염증이 난다고? 나는 재미만 있더라. 그리고 무공만 해도 얼마나 신나는 일인데……]

황청청이 입을 삐죽거리며 쫑알댔다.

하지만 주혜린의 얼굴은 화석처럼 굳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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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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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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