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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11 [금포염왕] 서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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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무협소설

 

                금포염왕 -錦袍閻王

 

                                             제1

 

 

서장

 

 

 

 

!

부엌칼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뒤로 나뒹구는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임청우(林靑牛)는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퍼억!

간발의 차이로 임청우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부엌칼은 마당에 서있는 늙은 팥배나무 둥치에 깊이 박혔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임청우는 재빨리 옆으로 굴렀다.

퍼억!

또 한 자루의 부엌칼이 임청우가 처음 나뒹굴었던 바닥에 박혔다.

이번에도 반응이 조금만 늦었으면 큰 사단이 났을 것이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달군 철판 위의 콩처럼 튀어 오르며 임청우는 다급하게 외쳤다.

아가리 닥쳐!”

어둑한 부엌에서 임단심(林丹心)이 악을 쓰며 뛰어나왔다.

병이 깊어 초췌한 얼굴에 산발까지 한 여자가 부엌칼을 들고 뛰쳐나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상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면서도 임청우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 되었다.

(정말 날 죽이시려는구나.)

임청우는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을 쳤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모질게 대해오긴 했었다.

악담과 저주, 매질과 학대가 없었던 날은 임청우의 기억에 단 하루도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심한 손찌검은 당하지 않았었다.

헌데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핏발 선 눈과 온몸에서 뿜어내는 독기는 임단심이 살의(殺意)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주받을 악귀의 새끼야! 너 같은 건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해!”

임단심은 부엌칼을 휘두르며 임청우에게 득달같이 달려왔다.

임단심의 무공은 일류고수라는 말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어느덧 열여덟 살이 되어가지만 임청우는 무공다운 무공을 배운 적이 없다.

어머니는 절기를 여러 가지 알고 있으면서도 아들인 임청우에게는 단 한 가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다.

일류고수인 임단심이 죽일 작정을 했다면 임청우로서는 죽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지.)

임청우는 체념하며 뒷걸음질을 멈췄다.

어머니가 죽이려든다면 죽어드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은 임청우가 죽을 날이 아니었던 듯 했다.

!”

콰당탕!

아들을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 임단심이 왈칵 피를 토하며 나뒹군 때문이다.

임단심은 아주 오래 전, 원수의 독수에 깊은 상처를 입었었다.

그 상처는 뿌리가 깊고 악독하여 어떤 영약으로도 완치되지 않았다.

헌데 겨우 다스려놨던 그 상처가 격한 감정의 폭발로 인해 도져버렸던 것이다.

끄윽! !”

부엌 앞의 마당에 나뒹군 임단심은 손으로 흙바닥을 긁으며 연신 피를 게워냈다.

어머니...”

임청우는 급히 임단심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임청우는 몇 발 떼지 못하고 몸이 굳어졌다.

피를 게워내면서 고개를 드는 어머니의 눈이 새파란 살기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진정하시고 몸을 돌보세요.”

꺼져라!”

걱정하는 임청우의 말을 임단심은 차갑게 끊었다.

더 이상... 단 한시도 네놈의 상판을 보고 싶지 않다.”

임단심은 억지로 일어나 앉으며 내뱉었다.

오늘 안으로 짐을 챙겨 떠나라. 만일 자정이 지나서도 내 눈에 뜨인다면...”

아들을 노려보는 임단심의 얼굴에서는 추호의 모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반드시 내손으로 토막 쳐 버릴 것이다.”

어머니의 모진 말을 들으며 임청우는 가슴 한 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자신이 고아 아닌 고아가 된다는 것을 절감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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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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