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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返老還童, 神行魔童에게 敗하다.

 

 

 

[좋다. 그러면 어떻게 내기를 할까?]

혈기자는 소일초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일곱 살 짜리 꼬마가 내기를 하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설마 사마귀가 이 꼬마의 사부들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기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소일초의 눈에서는 반짝반짝 생기가 돌았다.

사마귀는 탈출의 일념으로 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서 자신들의 절기를 전수해 주었다.

그렇기에 사마귀의 막내인 도귀(賭鬼)로부터 소일초는 온갖 종류의 도박과 승부를 점치는 기술을 배웠던 것이다.

[지금 형씨 품속에 은전(銀錢)이 네 개 이상이 있으면 내가 진 걸로 하고 네 개가 되지 않으면 내가 이긴 걸로 하면 어때?]

혈기자는 소일초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자기 품속에 은전이 몇 개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무학의 대종사인 그가 언제 자기 품속의 은전이나 헤아려 볼 생각이나 했겠는가?

머리를 숙이고 며칠 동안의 출납상황을 이리저리 점검해 봤다.

소일초는 고심하는 그의 옆에 와서 재미있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마 후 혈기자는 대충 계산을 해낼 수 있었는데, 세 개인지 네 개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좋다. 두 말 하기 없기다.]

혈기자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러자 소일초가 소리쳤다.

[잠깐!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 함께 봐야 될 게 아니겠어?]

[물론,그렇지.]

[하지만 형씨의 무공이 너무 고강하니까 어떤 속임수를 쓸 지도 모른단 말이야……]

[…………]

[그러니까 주머니를 열지 말고 손으로 주물러서 몇 개 인지를 돌아가며 확인해 보는 게 어때?]

[좋다. 네가 먼저 확인해 봐라.]

혈기자는 주머니를 그에게 던져 주었다.

소일초는 몇 번 주물럭거리다가 혈기자에게 다시 던져주면서 말했다.

[첫 판은 형씨가 이긴 것 같은 데……]

혈기자는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주머니를 받아들자마자 표정이 확 바뀌어져 버렸다.

주머니의 무게가 조금 전과 다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소일초가 무슨 술수를 부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두눈을 똑 바로 떠고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과연 손으로 만져보니 은화는 세 개 밖에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현장을 잡지 못했으니 사기라고 우길 수도 없었다.

[흥! 내가 졌군, 단 한 번 만 이환공(移環功)의 구결을 들려주겠다. 익히고 못 익히고는 네게 달렸다.]

말을 마치자 마자 혈기자는 몹시 빠른 속도로 구결을 읊었고 소일초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얼마나 기억했지?]

[십중일이(十中一二)!]

[그럼 다시 시작하자. 내기 조건은 먼저와 같다.]

[…………]

[단, 내기의 종류는 내가 정한다.]

[하지만 무공을 겨루거나 누구 나이가 많은가 하는 따위는 절대로 안된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들은 날이 훤 하게 밝을 때 까지 무려 열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내기를 했고 그때 마다 번번히 소일초가 이겼다.

소일초가 내기의 종류를 지정했으면 이긴 후에 혈기자가 임의로 한 가지 무공을 가르쳐 주고,

혈기자가 내기의 종류를 지정하면 소일초가 이긴 다음에 자기가 원하는 무공을 선택해서 요구했다.

그리하여 소일초는 자기가 원하는 여섯가지의 절학을 배울 수 있었다.

총명한 그는 한 번씩 밖에 그 무공들의 구결을 듣지 않았지만 이미 머리 속에 깊이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에 혈기자는 속이 탈대로 다 탔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소일초가 내기의 종류를 지정했다.

[내가 금방 형씨한테서 배운 무공들로 공격하면 형씨는 가만히 앉아서 방어만 하는 거야.]

[…………]

[만약 일어서거나 자리를 옮기게 되면 형씨가 진 것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긴 걸로 하면 어떻겠어?]

혈기자는 이미 그의 무공을 한 번 보았기 때문에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

[좋아! 만약 이번에 내가 이기게 되면 너는 내 제자들을 만나서 내 근황을 모두 일러주고 아무 염려말라고 전해줘야 하고 내 손녀와 나를 한 번 만나게 해 주어야 한다.]

[아무 염려 말고 이기기나 해. 형씨의 제자가 바로 사수(四手)라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그럼 바로 시작 할까?]

혈기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일초는 조금 전에 그에게서 들은 수법들을 동원해서 공격을 퍼부어 댔다.

그의 무시무시한 공격에 혈기자도 처음에 깜짝 놀랐다.

(요놈이 일이할 정도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더니 나를 속였구나……)

소일초의 수법들은 점점 능숙해져갔다.

혈기자는 과연 달마와 장삼풍에 비견되는 인물인 만큼 꿈적도 않고 그 자리에서 태연하게 다 받아 넘겼다.

열 두 가지의 초식을 번갈아 사용하던 소일초는 갑자기 손을 멈추었다.

[열 세 가지 중에서 열 두 가지는 사용했고 나머지 한 가지는 열 흘 후에 와서 사용해 보기로 하지. 만약 열흘 후에 내가 오지 않으면 그때는 내가 패한 것으로 하고……]

말을 마치자 마자 그는 홱 돌아서더니 낄낄 대면서 날아가 버렸다.

혈기자는 말문이 꽉 막혀버렸다.

완전히 골탕만 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내 이번이야 말로 내기에서 한 번 이라도 이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흘 동안 앉아있기로 했다.

그놈은 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승리는 자기 것이다.

이겨 놓기만 하면 여산(廬山)에 있는 백인장으로 찾아가 소일초가 아니면 그의 아비 소선풍에게라도 윽박지르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일 것 같았다.

소선풍이라면 자기 제자들에 뒤지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소일초 보다 나은 것이다.

더우기 자기의 막내제자인 조예진이 소선풍의 작은 마누라니까 도저히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반노환동한 천하제일인 혈기자는 무려 십일을 뙤악볕과 소나기를 맞아가며 창산의 이름모를 산곡에서 보내게 되었다.

 

× × ×

 

한편 소일초는 기다란 어린도를 등에 매고 남만의 밀림 속을 헤매 다니고 있었다.

[제길, 되게 덮군.]

그의 손에는 난도질이 된 표범의 가죽이 들려있었다.

아마 가죽 좋은 줄 알고 벗기다가 다 찢어 버린 모양이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밀림 속을 그는 벌써 며칠 째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저 괜찮은 짐승 한 마리 잡아서 돌아갈 생각으로……

몇 번 인가 사람 같지도 않은 만족(蠻族)을 만났으나 오히려 그를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버렸다.

커다란 비단뱀도 그를 만나자마자 몸뚱아리가 토막토막 나버렸고 사자(獅子)도 목이 짤린 후 탐스러운 갈퀴를 소일초에게 바쳐야만 했다.

그의 행로에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무조건 길도 없는 밀림속을 직진(直進)해 나갔다.

독충들이 그의 몸을 무는 경우도 있었으나 오갑자의 내공을 가진 그는 날 때부터 금강체(金剛體) 였고 만독불침(萬毒不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몇 시간을 똑 바로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 흔한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맹수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밀림은 마치 죽은 듯이 고요했다.

어디에도 짐승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숲은 다른 곳 보다 더욱 우거져 있었다.

갑갑함을 느낀 그는 호신강기를 강하게 일으킨 후 그대로 돌진해 버렸다.

[와아아……]

잡목들은 칼에 베인듯 잘려져 나가 버리고 큰나무에 그의 몸이 부딪혔을 때는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부러져 나갔다.

쾅! 우두두둑-----

한데 갑자기 그의 눈 앞이 탁 터이면서 밀림이 끝나고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그러나 전력으로 질주하던 중인지라 멈추지 않고 호수 위를 그대로 날아넘어 건너편에 내려섰다.

역시 그곳에도 숨막힐 듯한 적요가 감돌고 있었지만 나무들은 여태까지 봐 왔던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어린 소일초는 고개를 들어 까마득히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거목들을 바라보았다.

작아 보이는 것도 높이가 삼십 장은 족히 될 것 같았고 큰 나무들은 오십 장 정도 돼 보였다.

밑동도 장정 오십 명은 서로 손을 맞잡아야 될 정도로 굵었다.

그가 감탄을 하면서 입을 딱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입을 <딱> 소리가 나도록 다물면서 오른 팔을 홱 돌렸다.

순간,

캑-------끄륵-------!

고개를 돌리고 보니 난 생 처음보는 해괴한 동물이 자기의 작은 손에 매달려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동물이 뒤에서 기습하는 것을 소일초가 먼저 알아채고 목을 잡아버렸던 것이다.

꽥------!

소일초는 그 괴물의 너무도 이상한 모습에 기성을 지르며 땅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그놈은 윤기가 반지르르 도는 검은 털을 가졌는데,

겨드랑이에는 자기 몸 만한 날개를 달려있고 사람을 닮은 얼굴에 손과 발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박쥐와 원숭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 같은 괴상한 동물이었다.

땅에 패대기 쳐졌던 그 괴물은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새,

그놈의 동료들로 보이는 것들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괴물들의 눈에서는 파란 불꽃이 이는 것 같아서 두려움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놀랐던 소일초,

그러나 이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남만까지 온 보람을 이제서야 느끼는 것이다.

자기를 둘러싼 검은 괴물들을 오히려 음흉스런 눈초리로 처다보았다.

 

날개 달린 검은 괴물들,

키는 큰 놈도 넉 자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등치로 본다면 열 한 두 살 짜리 애들만 했다.

그리고 키에 비해서 유달리 다리가 짧은데 팔은 반데로 길었다.

헤아려 보니 널부러져 있는 놈까지 해서 모두 열여섯이었다.

 

소일초가 천천히 다가서자 오히려 그놈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착각일 뿐이었다.

놈들은 아주 영리했다.

동료중의 하나가 그에게 단번에 당하는 것을 보았는지라 정면 대결을 피하고 차륜전을 펼치려 하는 것 같았다.

끽끽-------

한 놈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자 다른 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날개짓을 했다.

원래 놈들은 이 밀림일대에서 흉폭한 성격과 강한 힘, 그리고 영리한 두뇌로서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사자도 그들을 보면 도망가기에 바빴고 열 놈이면 코끼리 마저도 죽여버리는 맹수들이었다.

그들의 날개바람은 무척이나 강해서 주변에 가득 흙먼지가 일었다.

뿌연 먼지 속에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게 되자,

그 놈들은 날개와 긴 팔을 이용해서 소일초를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나 소일초에게는 단지 신기한 장면의 하나에 불과할 따름이었으니……

덤벼드는 놈마다 소일초의 손아귀에 목을 틀어잡혀서 땅에 패대기 쳐지고 말았다.

캑------

끽-----끄윽------

금방 주변에는 밀림의 왕으로 군림하던 괴물들이 일제히 손 발을 허공으로 올린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하하하하……]

쓰러진 괴물들 사이에서 소일초는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품속에서 가늘고 긴 줄을 꺼냈다.

그리고는 쓰러져 있는 괴물들의 손과 날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일렬로 죽 눕혔다.

손바닥을 탁탁 턴 다음 제일 앞에 누워있는 괴물의 배위로 풀쩍 뛰어 올라가며 노래를 불렀다.

 

----일 년은 삼백 오십 육일, 봄 여름 가을 겨울,

남자는 배를 타고 여자는 파도친다.

일 년은 열 두 달, 달거리도 열두 번……

 

꽥-------!

꽥-------!

소일초가 노래를 부르며 괴물들의 배에서 배로 징검다리 건너듯 뛰어 다니자 정신을 잃었던 놈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떴다.

그놈들에게는 이처럼 재수 없는 날은 평생 처음 이었다.

골치덩어리 신행마동에게 걸렸으니 껍질이 벗기지 않으면 조상님 은덕이라고 제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었다.

소일초의 무게야 열 살 짜리 아이가 몇 근 이나 나가겠냐 만서도 그의 등에 매어져 있는 어린도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칼 이었다.

어린도 전체가 하나의 만년한철로 돼 있는데 무려 칠십 근이나 되었다.

소일초는 한 놈을 건너 뛰기도 하고 두 놈을 건너뛰기도 하며,

어떨 때는 한 놈을 죽으라고 밟아 대기도 했다.

괴물들은 손과 날개가 동시에 뒤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두려운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자기의 배를 밟지 않고 지나가면 안도의 눈빛을 보냈고 여러 번 밟힐라 치면 죽는 소리를 냈다.

소일초의 노래소리에 맞춘 괴물들의 효과음향은 한 동안 계속 되었고,

그놈들은 이제 아예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어떤 놈은 까무라치기도 하고 비명소리 마저 잘 세어나오지 않았다.

소일초는 신이 나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괴물들은 밟혀 죽을 지경이었다.

괴물들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려 더 이상 신나는 비명이 나오지 않자 소일초는 그 장난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제일 끝에서 부터 하나 씩 하나 씩 차례대로 잡아 일으켜 세웠다.

괴물들은 눈초리는 아예 공포에 젖어 있었다.

진짜 괴물 같은 꼬마놈이 또 무슨 짓을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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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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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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