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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의 손길

 

 

-흑혈맹호단(黑血猛虎團)!

 

나유라가 오이라트부와의 전면전에 대비하여 길러낸 달단부의 정예들이다.

달단부 최고의 용사들인 그들은 나유라의 총애 속에 영약과 무공비급을 마음껏 취해 수련해왔으며 그 결과 하나같이 일당백의 고수가 되었다.

나유라의 친위대격인 흑혈맹호단의 용사들은 그녀의 명령일하에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다.

끌려온 청년들은 바로 그 흑혈맹호단의 용사들이었다.

나유라는 오이라트부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일부 흑혈맹호단의 용사들을 수시로 오이라트부에 잠입시켜왔었다.

그 임무는 실로 위험한 것이라 열 명을 보내면 겨우 다섯 명이 살아 돌아올까 말까할 정도였다.

알몸으로 끌려온 청년들은 바로 오이라트부 땅에 잠입했다가 실종된 흑혈맹호단 용사들 중 일부였다.

옳구나! 이런 때 쓸려고 저놈들을 살려두었었구나!”

철목풍이 하후진진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이 알몸으로 끌려온 것을 보는 순간 하후진진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진진아! ......!”

나유라도 바르르 떨며 신음했다. 그녀 역시 하후진진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크으! 용서하십시오 여왕님!”

... 속하들이 무능하여 이런 수모를 당하시게 했습니다.”

나유라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끌려온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분루를 떨구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하늘같은 자신들의 여왕에게 알몸을 보이는 게 죄스러워 필사적으로 남성의 상징을 감추려고 애썼다.

그들은 모두 일당백의 용사들이지만 지금은 내공이 전폐되어 무력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였다.

흐흐흐! 정말 기막힌 계획이다!”

철목풍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흑혈맹호단의 청년들과 나유라를 번갈아보았다.

호호호! 아버님은 제게 감사해야만 하실 거예요. 저 때문에 머잖아 달단부가 저절로 아버님의 손아귀에 굴러 들어오게 될 테니까요!”

하후진진도 청년들과 나유라를 보며 교소를 터뜨렸다.

잠시 후 이 암캐의 부하들이 이 근처에 도착할 거예요. 그럼 그때 그 자들은 보게 되겠죠. 평소 그렇게 도도하고 잘난 척했던 자신들의 여왕마마께서 스스로 기른 흑혈맹호단의 젊은 것들과 재미를 보며 교성을 질러대는 꼴을...!”

...그런!”

... 이 간악한...!”

듣고 있던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이 진저리를 쳤다. 그들도 마침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으하하! 절묘하구나 절묘해! 결국 여왕마마께서는 달단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흑혈맹호단을 만든 셈이 될 테니...!”

철목풍은 득의하여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 자는 분노와 충격으로 치를 떨고 있는 나유라를 쓸어 보며 느물거렸다.

여왕의 그 기막힌 치태를 보면 당신 부하들은 비단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아들놈에게까지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겠소?”

철목풍의 그 말을 들은 나유라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달단부는 사분오열 될 테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달단부는 내 것이 되겠지.”

... 이 악독한 인간들...!”

나유라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 되었다.

철목풍의 말대로였다.

현재의 달단부는 나유라의 권위에 의지하여 결속이 유지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헌데 나유라가 자신이 기른 젊은 용사들과 야합을 하는 현장이 보여지면 어찌 되겠는가?

모든 게 끝장일 것이다.

나유라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테고 달단부의 위태롭던 결속은 일거에 와해되어 버릴 것이다.

분열된 달단부를 오이라트부가 집어삼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같은 사실을 깨달은 나유라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처 수단은 거의 없었다. 그저 악을 쓰고 눈물을 흘리는 일 밖에...

절박해진 나유라는 급기야 하후진진에게 애원까지 했다.

제발! 진진아! 이러지 말거라. 그래도 너 역시 달단부의 사람이 아니냐?”

물론 소용은 없었다.

내가 달단부의 사람이라고? 웃기지 마라! 내 아버지가 오이라트부의 용사였음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후진진은 이를 바득 갈았다.

네년의 남편은 가증스럽게도 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겁탈했다! 호호호! 이제 남편이 지은 죄의 대가까지도 나유라, 네년이 대신 치루어야만 한다!”

하후진진의 악에 바친 교갈에 나유라는 기가 막혔다.

그래도 나유라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차라리... 차라리 날 깨끗하게 죽여 다오! 그래도 한 때 달단부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유라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그녀는 이미 대식국의 공주로서, 또 달단일족의 여왕으로서의 긍지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오직 자신의 아들이 이어받을 달단부가 사분오열되어 결국 오이라트부에 병탄당하는 일을 방지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유라의 필사적인 애원에도 불구하고 하후진진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작해라!!”

하후진진은 냉혹한 표정으로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을 끌고 온 오이라트부의 무사들이 각기 하나씩의 유리병을 꺼내들고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 죽어버리자 형제들!”

만수무강하십시오 여왕님!”

사태를 깨달은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은 비통하게 외치며 혀를 깨물려고 했다. 죽어버려야만 여신같은 존재인 나유라에게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결심은 한걸음 늦고 말았다.

어림없는 짓이지!”

파파팟!

청년들의 그같은 반응을 예견하고 있던 철목풍이 벼락같이 지풍(指風)을 날려 그들의 아혈(啞穴)을 짚어버린 것이다.

!”

크흑!”

청년들은 아혈이 짚혀 입을 딱 벌렸다.

어리석은 놈들이로군! 재미를 보게 해주겠다는데도 뒈지겠다고 날뛰다니...!”

클클! 그러게 말일세!”

오이라트부의 무사들은 음험하게 웃으며 다섯 청년의 벌어진 입에 유리병에 든 액체를 쏟아 부었다.

꺼억!” “끄윽!”

강제로 유리병의 액체를 들이킨 청년들의 몸에서는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온몸의 혈맥이 툭툭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함께 청년들이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애쓰던 그들의 남성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용틀임을 해대었다.

으으으!” “크흐흐!”

어느덧 그들의 비통함으로 젖어있던 눈동자도 발정 난 짐승의 그것처럼 시뻘겋게 충혈되어 번들거린다.

(흐윽!)

청년들의 야수같은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낀 나유라는 절망감으로 전율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청년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무릎걸음으로 주춤주춤 나유라를 향해 접근했다. 그녀만이 자신들의 몸 속에서 들끓는 열기를 식혀줄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호호호! 풀어줘라!”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 하후진진이 다시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커렁! 철컹!

그러자 오이라트부의 무사들은 흑혈맹호단 청년들의 막혔던 혈도와 팔 다리를 묶은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크헝!” “크으으으!”

쇠사슬에서 풀려난 청년들은 우리에서 뛰쳐나온 맹수처럼 일제히 나유라를 덮쳐갔다.

... 안돼! 정신차려라! 아악!”

나유라가 다급히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 찌직!

나유라를 덮친 청년들은 미친 듯이 그녀의 옷을 찢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아악! 안돼! 안된다!”

나유라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몸인 그녀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걸치고 있던 옷이 야수로 변한 청년들의 손에 갈가리 찢겨 나가면서 나유라는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허어... 기막히군!”

발가벗겨진 나유라의 모습을 본 철목풍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드러난 나유라의 나신이 너무나도 육감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유라를 발가벗긴 청년들은 미친 듯이 그녀의 육체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안돼! 이러지 마라! 제발... 제발 정신 차려라!”

청년들에게 깔린 나유라는 애절하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녀의 울부짖음조차도 이내 청년들의 거친 숨소리에 묻혀버렸다.

달단부의 수백만 신민들이 여신처럼 떠받들던 나유라의 육체가 욕정에 눈이 뒤집힌 젊은 숫컷들의 손과 입에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악!”

그리하여 어느 순간 나유라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는 축 늘어졌다.

마침내 그녀의 육체는 젊은 숫컷들 중 한명에게 정복당한 것이다.

호호! 아쉽구나. 네년의 이런 모습을 달단부의 모든 사내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하후진진은 나유라가 자신이 기른 청년들에게 유린당하는 무참한 모습을 장면을 보며 냉혹한 표정을 지었다.

철목풍은 그런 하후진진 옆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일 이검한에게 다친 상태만 아니었다면 그 자신이 먼저 나유라를 능욕했을 것이다.

헌데 그 직후였다.

!”

나유라의 육체를 가장 먼저 정복한 채 몸부림치던 청년이 돌연 단말마의 비명을 터뜨렸다.

푸학!

이어 청년의 목이 삐끗하더니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으며 잘려진 목에서 피의 분수가 치솟아 나유라의 뽀얀 알몸 위로 흩뿌려진다.

터어엉!

직후 새파랗게 날이 선 칼 한 자루가 나유라가 누워있는 바닥 옆의 바위에 반 넘게 박혔다.

칼날이 너무 새파래 거의 반투명하게까지 보이는 그 보도(寶刀)가 어디선가 날아와 나유라의 육체를 정복한 청년의 목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흐윽!”

돌연한 사태에 하후진진은 진저리를 치며 주춤 물러섯다.

... 네놈은!”

헌데 하후진진이 어찌된 일인지 진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의 뒤쪽에서 철목풍의 경악에 찬 폭갈이 터져 나왔다.

쐐애애액!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하후진진의 시야로 현장에 있던 오이라트부의 무사들이 한쪽 모래 언덕 너머로 덮쳐가는 것이 보였다. 그자들의 손에 들린 칼날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 번쩍 광채를 일으킨다.

콰콰쾅! 퍼펑!

케엑!” “크억!”

직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여러 번의 단말마의 비명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죽일 놈들!”

쐐애애액!

아연실색하는 하후진진의 눈으로 분노에 찬 일갈과 함께 한 명의 소년이 모래 언덕 너머에서 질풍같이 치솟아 올라 좌측으로 덮쳐가는 것이 보였다.

타는 듯 붉은 피풍의를 몸에 두른 건장한 체격의 소년인데 그 소년이 덮쳐가는 쪽에는 새파랗게 질린 철목풍이 몸을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소년은 물론 이검한이었다.

그가 마침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 막아랏!”

철목풍은 좌측의 모래 언덕 쪽으로 달아나며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이미 한차례 충돌에서 이검한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맛본 그자는 이검한이 나타나는 즉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웃!”

이놈! 죽어랏!”

화라락! 쏴아아아!

그 직후 철목풍이 달아나는 쪽의 모래 언덕 너머에서 수십 줄기의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올라 이검한을 짓쳐갔다.

오이라트부 최강의 정예들인 그들은 개개인이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이제껏 몽고의 대초원을 주유하면서 단한 번도 좌절을 겪어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나빴다.

바득! 주인을 잘못 만난 죄다!”

이검한은 살기 어린 일갈을 내지르며 벼락같이 양손을 동시에 흔들어냈다.

쩌어어엉! 꽈르르릉!

그러자 그의 왼손에는 톱날같은 날이 선 낭아신검이 들려 허공을 그었고, 오른손 장심으로부터는 시뻘건 섬광이 일어났다.

크아악!”

케에에엑!”

다음 순간 장내는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되었다.

수십 명이 일거에 몰살당하며 선혈이 난비했고 잘려진 육신의 파편들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거기에 더해 살이 타들어가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 그야말로 지옥을 연상케 한다.

 

-낭아살륙검법(狼牙殺戮劒法)!

-화염마강(火焰魔罡)!

 

천붕랑왕과 마화존자의 무공이 천여 년 만에 시전된 것이다.

서역 무림사상 최강자들이라는 서역사천왕의 절기를 오이라트부의 졸개들 따위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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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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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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