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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저녁 무렵. 금릉 교외의 강가. 청풍이 일하던 도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경치가 아주 좋은 강가에 정자가 한 채 서있다. 정자 근처에는 백마가 풀을 뜯고 있고. 정자에는 벽소소가 걸터앉아 멀리를 보고 있다.

정자 크로즈 업. 정자에 앉아있는 게 벽소소임을 보여주고

정자 근처의 관목 더미와 바위 뒤에 숨어있는 네 명의 죽립인들.

죽립인1; <벌써 반 시진 가까이 저러고 계시는군.> 벽소소를 보며 동료들에게 전음으로 말하고

죽립인2; <누굴 만나러 온 것같진 않네.>

죽립인3; <혼사와 관련하여 장주님께 대들다가 꾸중을 들었잖은가?> <아마 화를 풀려고 여기까지 말을 달려온 모양일세.>

죽립인4; <결국 이번에도 허탕을 친 셈인가?> 혀를 차고. 헌데

정자 난간에 걸터앉은 벽소소.

끼릭! ! 다른 곳을 보면서 손톱으로는 정자 난간에 무언가를 새기고 있다. 쐐기문자 같은 기호들이다. 이윽고

벽소소; [됐어!] 발딱 일어나고

벽소소; [화도 대충 풀렸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어.] 짝짝! 박수치고

풀을 뜯던 말이 고개 들며 돌아보고

정자에서 나오는 벽소소

두두두 달려오는 말

벽소소; [집으로 돌아가자.] ! 말에 뛰어오르고

두두두두! 말을 몰아 달려가는 벽소소. 그러자

! 스윽! 네 명의 죽립인들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몸을 날리고

벽소소; (바보들...) 말 달려가며 곁눈질로 뒤를 보고. 멀리서 날아오는 죽립인들

벽소소; (백날 날 쫓아다녀봐. 내가 꼬리를 잡히나.) 냉소하고

벽소소; (그나저나 사()공자님을 만나면 무어라 말해야할지 막막하다.) 한숨 쉬고

벽소소; (사공자와 백년가약을 약속했는데 무림맹의 청혼을 받았으니...)

벽소소; (사공자가 허락만 한다면 야반도주라도 하고 말거야!) 결심하고

두두두! 곧 멀어지는 벽소소를 태운 말. 죽립인들도 멀어지고. 헌데

 

스스스! 벽소소가 앉아있던 정자 안에 안개같은 사람 형상이 서리더니

!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 아주 화려한 옷을 입었는데 교활한 인상에 허여멀끔한 인상의 청년이다. 손에는 부채를 들었고. 기생오라비 같은 인상. 이자의 이름은 사우. 별호는 분면랑군. 마교의 사대마가중 암흑마가 출신이다.

사우; [...] 부채를 부치며 정자에 서서 멀리 멀어지는 벽소소를 보고. 이어

벽소소가 걸터앉아있었던 정자 난간으로 가는 사우

난간에 새겨진 기호를 보는 사우

사우; [내일 새벽, 이곳에서라...] 기호를 해독하며 음산하게 웃고

사우; [흐흐흐! 벽가년이 내 섭심술(攝心術)에 제대로 빠졌군. 무림맹 소맹주의 청혼을 받고도 여전히 이렇게 매달리는 걸 보면...] 산하게 웃고.

<벽소소가 위진천에게 시집을 가든 말든 최후의 승자는 본공자가 될 것이다. 계집이란 동물은 첫 사내를 결코 잊지 못하는 법이니...> 흐흐흐! 웃는 사람 사우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4>

<-황금전장> 다시 황금전장. 이제 저녁 무렵이 되었다. 해가 지려 하고

길고 큰 주방 건물. 하녀들이 건물 쪽을 힐끔거리고.

주방 건물 내부. 요리사들이 모두 모여 주대육의 말을 듣고 있다. 주대육 뒤에는 청풍이 서있고

주대육; [내일부터 이청풍이 정육(精肉)을 담당할 것이다.]

주대육; [다만 고기 다루는 솜씨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도 요리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주대육; [고기 요리를 맡은 놈들은 용도에 맞게 구체적으로 고기의 정형을 이청풍에게 요구하도록 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총주방장님!] 고개 숙이며 대답하는 요리사들

주대육; [이청풍에게 질문 있으면 지금해라.] 말하자

요리사1이 손을 든다.

주대육; [철두(鐵頭)! 말해라.] 끄덕

요리사1; [총주방장님의 안목을 믿지만...] [저희들이 보기에 너무 어린 친구입니다.] 조심스럽게

주대육; [솜씨를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냐?]

요리사1; [그렇습니다.] 눈치 보며

주대육;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육회용 고기를 두 덩이 가져와라.] 창고 건물과 가까운 맨 끝의 요리사에게 말하고.

[!] 대답하고 창고로 달려가는 그놈

주대육; [철두! 너는 평소 고기 다루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었다.] 요리사1에게

요리사1; [그렇습니다.]

주대육; [그럼 이청풍과 솜씨를 겨뤄봐라.] 창고쪽을 돌아보고

창고로 달려갔던 요리사가 길죽한 고기 두 덩이를 두 개의 접시에 각기 담아 들고 온다. 뛰듯이

[가져왔습니다.] 접시를 탁자에 놓는 요리사. 탁자에는 도마와 칼도 준비되어 있다.

주대육; [이청풍! 철두!] [저 고기들로 각자 육회를 떠라.]

[!] [맡겨주십시오.] 대답하며 탁자로 가는 청풍과 요리사1 두 사람. 다른 요리사들은 탁자를 에워싸고

길쭉한 고기를 접시에서 도마로 옮기는 두 사람.

청풍을 힐끔 보며 사시미용 칼을 하나 집어드는 요리사1. 하지만

청풍은 허리춤에 끼우고 있는 단도를 꺼내고

칼집에서 뽑은 청풍의 단도. 짧고 무디어 보인다.

<저렇게 짧고 무딘 칼로 육회를 뜨겠다고?> <육회의 맛은 얼마나 육질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뜨는가에 달렸는데...> 요리사들 어이없는 표정.

주대육은 웃으며 보고 있고

요리사1; (내가 이겼다.) 히죽 웃으며 고기를 얇게 썰기 시작하고

요리사1; (저렇게 조잡한 칼로 뜬 육회에 내 육회가 질 리 없다.) 슥슥! 고기를 얇게 자르고. 헌데

! ! 청풍은 무심하지만 아주 빠르게 칼을 움직인다.

[허어!] [저럴 수가!] [칼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요리사들 경악하고.

요리사1; [!] 돌아보다가 경악하고

사사삭! 종이같이 얇게 고기를 써는 청풍. 이미 거의 다 썰었다.

미소 지으며 끄덕이는 주대육

요리사1; (말도 안되는...) 슥슥! 식은땀 흘리면서도 칼질을 하고

청풍; [끝났습니다.] 먼저 칼을 멈추며 물러서고

요리사1; [... 저도 끝났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마지막 칼질을 하고

도마 위에 얹혀진 두 개의 육회.

주대육; [모두 한 점씩 맛을 봐라.]

[!] 대답하며 다가오는 요리사들. 모두 젓가락을 하나씩 들었다.

먼저 요리사1의 것을 먹고 청풍의 것을 뒤에 먹는 모습들

요리사2; [얇으면서도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았구만.] 일행중 가장 나이가 많은 요리사가 젓가락으로 요리사1의 고기 조각을 집어 들어 살피고

요리사2; [맛은 어떨까?] 입에 넣고.

긴장하며 보는 요리사1

요리사2; [! 역시 훌륭해. 육즙이 농후하게 느껴지는구만.] 끄덕

안도하는 요리사1

요리사2; [그럼 이 친구 것도 먹어볼까?] 청풍 앞의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들고

요리사2; [얇기와 형태는 철두와 막상막하로구만.] 집어든 고기 살피고

요리사2; [결국 맛에서 승부가 나겠지.] 고기를 입에 넣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요리사2

주대육; [어떠냐?] 웃고.

요리사2; [이건... 이건...] 우물대며 흥분하고

요리사2; [마치 눈인 것처럼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집니다.] [지금껏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지미(至味;맛있는 음식)입니다.] 흥분하고

[어디!] [나도 좀 먹어보세.] 우르르 몰려들어 청풍의 육회를 먹는 요리사들. 요리사1은 당황하는데

[... 과장이 아니었구만.] [날고기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기가 막히구만.] 요리사들 감탄하고

요리사1; (저놈의 육회가 그렇게 맛있는 건가?) 불신. 노려보고

주대육; [철두 너도 맛을 봐라. 다른 놈들이 다 먹어치우기 전에...] 웃으며

요리사1; [...] 요리사들 사이로 끼어들고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요리사1

요리사1; [!] 눈 부릅

주대육; [소감을 말해봐라.]

요리사1; [이건... 이건...] 우물우물

요리사1; [저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맛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다른 요리사들도 끄덕이고

주대육; [이청풍의 칼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해서 고기의 육질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요리사2; [역시 총주방장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포권하며 아부하고

요리사2; [이청풍같은 인재를 용케 찾아내셨습니다.] 청풍의 팔을 툭 치고

[앞으로 잘 부탁하네.] [종종 육회 맛도 보주게나.] [정말 대단한 솜씨야.] 몰려들어 청풍과 인사 나누는 요리사들

청풍;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요리사들과 인사 나누며 웃고

주대육; (청풍이 놈 덕분에 황금전장 주방의 명성이 또 올라갈 것이다.) 청풍이 요리사들과 통성명하는 걸 흐뭇하게 보고

<당장 무림맹의 총관 접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웃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주대육의 생각 나레이션

 

#25>

여전히 황금전장. 하지만 이제 해가 졌다. 여기저기 등이 내걸리기 시작하고

주방 근처 조용한 곳에서 주대육으로부터 세 명의 인물을 소개 받는 청풍. 주대육 뒤에는 하녀 한명이 쟁반을 들고 있는데 그 위에 두 개의 주머니가 얹혀져 있다. 그리 크지 않지만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들이다.

주대육; [이분은 우리 황금전장 호원무사들 중 최정예인 황금수라들의 부단장(副團長) 귀견수(鬼見手).] 청풍에게 앞쪽에 서있는 세 명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명의 인물들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죽립은 쓰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얼굴에 황금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는 게 드러나 보인다. <신마유희>에 나온 황금수라들과 같은 모습. 세명의 인물중 중앙에 선 인물의 가면 이마에는 <>자가 새겨져 있다. 이자가 황금수라들의 서열이위인 귀견수다.

청풍; [처음 뵙겠습니다.] 포권

세 인물 고개를 조금 까닥.

주대육; [부단장 일행이 함께 가면 단지회의 잡것들이 감히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할 것이다.]

청풍;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주대육; [감사는 무슨...] 쟁반 들고 있는 하녀쪽으로 돌아서고

주대육; [자네같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이 정도 수고는 해야지.] 쟁반에서 두 개의 주머니를 집어들고

주대육; [은자를 오백냥 씩 나눠담았다.] 청풍에게 내밀고

주대육; [하나는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감고 다른 하나는 자당에게 드려라.]

청풍; [...] 받고

주대육; [내일 아침에는 도축장에 들렸다가 오도록 하게. 추노대가 말한 좋은 소가 제대로 입하되었는지 확인하고...]

청풍; [내일 뵙겠습니다.] 주머니들을 품속에 넣으며 고개 숙이고

곧 귀견수 일행과 함께 걸어가는 청풍의 뒷모습. 청풍과 귀견수가 나란히 걷고 그 뒤를 두 명의 황금수라들이 따라가는 모습

주대육; (청풍이 저 놈...)

주대육; (아무리 봐도 백정이나 요리사로 인생이 끝날 놈이 아니다.)

주대육; (과연 나중에 어떤 거물이 되어있을지 기대가 되는구나.) 웃고. 헌데

 

근처 건물 뒤에서 고개 빼꼼 내미는 벽옥령. 여전히 털이 긴 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고

황금수라들과 함께 멀어지는 청풍의 모습이 보이고

청풍의 옆모습.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벽옥령

고양이를 안고 몰래 청풍의 뒤를 따라가는 벽옥령. 오가던 하인들과 하녀들은 보고도 못 본 척

 

#26>

여기저기 등이 내 걸리는 황금전장 내부. 하인과 하녀들이 건물 모서리나 담장등에 등을 걸고 있고. 도처에 무사들이 대열을 지어 걸어간다. 송아지만한 개들을 끌고 가는 무사들도 있다. 핏불이나 로트와일러처럼 털이 짧고 근육질의 사납게 생긴 개들이다. 목에는 쇠사슬이 묶여있다. 화면에 나온 건 모두 네 마리다.

개를 끌고 오가던 무사들이 급히 누군가에게 인사하고

청풍이 귀견수 일행과 함께 오고 있다.

청풍; [야간에는 경비가 더 삼엄해지는 모양입니다.] 오가는 무사들과 개들을 보고

귀견수; [본장은 평범한 인간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막대한 재물을 보유하고 있네.] [아마 황실이라 해도 본장의 재력을 능가한다고는 볼 수 없을 걸세.]

청풍;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귀견수; [당연히 본장의 재물을 노리는 놈들이 끊이질 않지.] [물론 뜻을 이룬 놈은 단 한명도 없고!] 눈 번득이고

귀견수; [장담하건데 본장의 경비는 천하에서 가장 완벽할 걸세.] [호원무사의 숫자가 천명이 넘을 뿐 아니라 온갖 함정과 기관장치들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지.]

귀견수; [멋모르고 본장의 금지구역에 들어간 인간은 시체도 보전하기 어렵다네.]

청풍; [그야말로 금성철벽(金城鐵壁)이로군요.]

귀견수; [당금의 무림을 통틀어도 들키지 않고 본장의 심장부에 접근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되지.] 끄덕

청풍; (무서운 분위기와 달리 말이 많은 분이로군.) + [저 개들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무사들이 끌고 가는 개들을 보고. 현장에 있는 개들은 모두 네 마리

귀견수; [본장에서 특별히 번식시킨 번견(番犬)들일세.] 함께 개들을 보며

<늑대나 표범과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사나울 뿐 아니라 충성심도 강한 놈들이야.> 침을 질질 흘리며 무사들을 끌고 가는 개들을 배경으로

귀견수; [총주방장님으로부터 향낭(香囊)을 하나 받았겠지?]

청풍; [! 받았습니다.] 작은 향주머니를 들어 보이고

귀견수; [그걸 늘 몸에 지니고 다니게.] [저놈들은 향주머니를 지니지 않은 인간은 무조건 공격하도록 훈련받았으니...] 개들을 보며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귀견수; [일단 개들은 해가 진 후에야 풀어놓지만...] + [!] 말하다가 눈 번뜩이고

크르! ! 개들이 갑자기 청풍과 귀견수 일행이 온 쪽을 돌아본다.

[워워!] [이놈들이 왜 이러지?] [진정해!] 개들을 끌고 가다가 기겁하는 무사들

크릉! 크르르! 날뛰며 청풍과 귀견수가 온 쪽으로 달려가려는 개들

청풍; (개들이 뭔가에 흥분했다.) 역시 돌아보고. 그러다가

[!] 눈 번득

청풍과 귀견수가 지나온 쪽의 건물 뒤에 숨어 있다가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는 벽옥령. 품에는 털이 긴 흰 고양이를 안고 있고. 거리는 30미터쯤

청풍; (저 계집아이가 원인이다.) 깨닫고

벽옥령이 안고 있는 고양이 크로즈 업

청풍; (정확히는 계집아이가 안고 있는 고양이가 개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원래 앙숙이니...) 생각할 때

크왕! 크릉! ! ! 개들의 목줄이 끊어지거나 목줄을 놓치는 무사들. [!] [안돼!] 비명 지르는 무사들

크왕! 크릉! 벽옥령을 향해 돌진하는 개들. [!] [!] [꺄악!] [엄마야!] 오가던 무사들과 하인, 하녀들 기겁하며 피하고

개들이 달려가는 앞쪽, 숨어있던 건물 뒤에서 나와 뒷걸음질 치는 겁에 질린 벽옥령. 여전히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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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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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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