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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 길가의 어느 객점. 마을이 아니라 길가에 자리한 객점이다. 손님 별로 없고. 점원과 요리사가 자기 할 일 하고 있다.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구령과 공자무

구령;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군요.]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구령; [오는 동안에 본 굶어죽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소매로 입을 닦고.

공자무; [해마다 봄이 돌아오는 것을 반기는 것은 시인묵객들일뿐이지.] [빈한한 사람들에게 춘궁(春窮)은 가장 넘기 힘든 고난이니까.] 국수를 먹으며 말하고

구령; [오라버니 같은 부자도 춘궁을 아세요?]

공자무; [궁핍을 모르는 자가 어떻게 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

공자무; [부자는 궁핍을 적으로 둘 뿐 부귀를 친구로 두는 사람이 아니다.]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마신다.

구령; [부자에게도 <부자의 도()>가 있군요.]

공자무; [마도에도 도가 있는데 부자라고 도가 없겠느냐?] 그릇을 내려놓고

공자무; [나는 아직도 가난한 자들이 부자를 먹여 살리는지 부자가 가난한 자들을 먹여 살리는지를 알지 못한다.]

구령; [부자가 하는 일이 땀 한 방울이나 흘리는 건가요?] [누가 들으면 부자가 아주 착한 사람인 줄 알겠군요.] 샐쭉

공자무; [부자는 세상에 재물이 고루 흐르게 해준다.] 엄숙

구령; [처음 듣는 말이군요. 재물은 부자에게 이르러 고이는 게 아니던가요?]

공자무; [넌 무공의 고수니까 알 것이다.] [팔 다리에는 기운이 가득한데 허리에는 기운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구령; [가만히 있으면 어쨌든 살긴 하겠지만 움직이면 금방 쓰러져서 죽겠죠.] [몸에도 강한 부분이 약한 부분을 쳐서 죽게 하는 법이 있으니까요.]

공자무; [재물도 그렇다.] 끄덕

공자무; [무릇 세상의 작은 악()은 궁핍과 더불어 생겨나고 큰 재앙은 재물이 늘어나며 생기는 법이다.]

공자무; [그러므로 <부자의 도>는 재물이 누구 것인가를 먼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구령; [전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세상 재물이 누구 것인지는 궁금하군요.]

공자무; [대가를 지불한 사람의 것이다.]

구령; [너무도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피식

공자무; [장사꾼은 자기에게 대가를 지불한 사람에게만 재물을 나눠준다.]

공자무; [반면 부자는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더 큰 재물을 취할 수 있을 때는 재물을 나눠준다.]

공자무; [그리고 <부자의 도>를 아는 진정한 부자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가를 지불한 사람에게도 재물을 나누어준다.]

구령; [뭔 소린지 모르겠군요.]

공자무;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산 사람은 세상에 값진 것을 내놓게 마련이다.] [그것이 재물이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공자무; [큰 부자가 되려면 그들이 힘써서 일하도록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로 인해 세상에 재화가 넘쳐흐르게 되고 그것들은 결국 부자의 창고를 거쳐서 다시 돌고 돌기 때문이다.]

구령; [당금의 오대갑부(五大甲富)들은 모두 오라버니처럼 생각하나요?]

공자무; [마도를 걷는 사람은 다 생각이 같으냐?] 웃고

구령; [당연히 아니지요.]

공자무; [살아온 삶이 다르므로 생각도 같을 수가 없다.] [그보다 어째 어제부터는 좀 한가하구나.] 주위를 둘러보고

구령; [이것 때문이죠.] 왼손을 들어올리고

츠츠츠! 어느 틈에 구령의 왼손이 굵고 거무틱틱하게 변해있다. 암흑철수다.

쿠쿠쿠! 순간 객점 안에 엄청난 마기가 소용돌이친다.

! ! 우당탕! 음식을 먹던 손님 몇 명과 점원, 요리사들이 목을 움켜쥐고 나뒹군다. 그 직후.

구령; [숨어있는 줄 안다. 모습을 드러내라.] 벌떡 일어나며 밖을 향해 외치고. 순간

슈욱! ! 사방에서 유령같은 그림자들이 솟구쳐서 구령과 공자무를 공격해온다. 사람같지가 않고 진짜 유령같은 자들이다. 하지만

구령; [호호호!] 마녀처럼 웃으며 암흑철수가 끼어있는 왼팔을 높이 쳐든다.

쿠쿠쿠! 쿠오오! 순간 암흑철수에서 수많은 시커먼 용이 튀어나와 공격해오는 자들을 덮쳐간다.

! 퍼퍽! 시커먼 용이 공격해오는 자들의 몸뚱이를 순식간에 관통해버린다.

퍼퍽! !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슴이 뚫려서 나뒹구는 암습자들.

쿠오오! 암습자들을 단번에 몰살시킨 시커먼 용들이 다시 암흑철수로 스며들어간다.

구령; [호호호! 잘 죽었다 굴용(屈湧)의 개들!] 마녀처럼 웃어대고.

프스스! 가슴에 구멍이 난 시체들의 몸뚱이가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어진다.

찡그리며 보고 있는 공자무. 여전히 자리에 앉은 모습이고. 직후

쿨럭! 피를 왈칵 토하는 구령

쓰러지려는 그녀를 부축하는 공자무

공자무; [또 무리를 했구나!] 구령을 안고 등을 쓸어주며 한숨

구령; [이산굉에게 소혼곽을 내준 대가로 받은 이것은 위력이 큰 대신에 사용할 때마다 몸을 망가뜨린답니다.] 츠으! 왼손에서 암흑철수가 사라지고. 대신 손목에 칭칭 감긴 뱀 모양의 작대기가 나타난다. 알록달록하고 찰흙처럼 부드러워서 팔목에 감을 수 있다.

구령; [자재환마장(自在幻魔杖)은 기억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재현해내는 마도무림의 둘째가는 보물이에요.] 공자무의 품에 안긴 채

구령; [전 암흑철수를 만진 적이 있기 때문에 자재환마장의 힘을 빌어서 암흑철수를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답니다.] [물론 암흑철수의 진정한 힘에는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만...!]

공자무; [두 번 다시 쓰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한숨

공자무; [네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싶진 않다.]

구령; [저보다 오래 사시겠다고 약속하시면 저도 자재환마장을 쓰지 않겠어요.] 공자무를 올려다보고

공자무; [할 수 없는 걸 강요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탄식하고

구령; [정말 얄밉다니까!] 누군가에게 눈을 흘기며 공자무의 품에서 벗어나고

공자무가 돌아보니 객잔 밖에 신이 손을 모으고 서있다.

공자무; [어째서 돌아가지 않은 것이냐?] 준엄

; [주군을 모시지 않고는 황금전장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공자무; [네가!] 불끈하며 화를 내고. 화악!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숨이 콱 막히는 신. 하지만

공자무; [그만 두자!] 고개 설레 젓고. 슈우! 공자무의 몸에서 기운이 사라지고

안도하는 신

공자무; [주변을 정리해라! 오가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시체들을 보고

; [!] 포권하고

이어 손을 모으며 뭐라 주문을 외우고

푸스스!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시체들

공자무; [저들은 천사련(千邪聯)의 련주 굴용이 보낸 자들이냐?]

구령; [굴용이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이십팔숙(二十八宿)이란 자들이에요.] [이십팔숙이 한꺼번에 사라졌으니 천사련의 힘은 일할 넘게 줄어든 셈이죠.] 자부심

; [굴용은 사파의 대종사요.] [체면 때문에라도 이번 일을 결코 간과하진 않을 거요!] 모았던 손을 풀고

구령; [! 기왕이면 굴용 본인이 찾아와주면 좋겠네!]

구령; [그럼 천사련을 머리 없는 뱀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냉소하고

 

#173>

저녁 무렵. 철궁

하시룡은 어느 건물에서 수많은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고

가진우는 또 다른 건물에서 십기무제의 비급을 필사하는 청년들을 감독하고 있다. 청년들이 필사한 종이들을 원본과 대조하고 있다.

萬寶經堂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 삼엄한 경비. 건물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의 복도에도 철궁 제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복도에 늘어선 철문들. 그 중 한 철문의 안쪽. 독군 영호모청이 탁자에 앉아있다. 두터운 조심경을 펼쳐놓고 비지땀을 흘리며 다른 종이에 옮겨 쓰는 독군. 붕대는 다 풀었다. 방안에는 구겨진 종이들이 엄청 많고

한 장을 쓰고

그것을 원본과 대조하는 독군

비슷하지만 다른 원본과 종이. 무슨 낙서같은 글자들이 구불구불

독군; [지랄!] 두 손으로 종이를 와락 우그러뜨리는 독군

독군; [이번에도 틀렸어! 똑같지가 않아!] 뭉친 종이를 집어던지고

독군;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는 기호를 똑같이 필사한다는 건 무리다!]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독군; [역시 하루 만에 조심경을 베껴 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궁주는 그걸 알고 선선히 나와 거래를 했겠지!]

독군; [허허허! 결국 노부는 철저하게 궁주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셈이구나!] 의자에 기대서 허탈하게 웃고

이어 창밖을 본다

독군; (벌써 저녘... 이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반나절도 채 안 남았다.)

독군; (조심경을 베끼는 건 고사하고 자칫하다가는 목숨도 부지할 수 없게 된다. 조심경을 본 노부를 궁주가 순순히 보내주지는 않을 테니...!)

독군; (다행히 궁주는 지금 자리를 비운 상태... 달아나려면 더 늦기 전에 결행을 해야만 한다!)

조심경을 보는 독군

독군; (이것만 얻으면 귀왕(鬼王)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독군; (하지만 노부와는 인연이 없는 물건이었다!) 조심경을 덮고

독군; (어쩔 수 없이 귀왕에 대한 복수는 지금 노부가 지니고 있는 능력 안에서 찾는 수 밖에 없다!)

독군; (더 늦기 전에 철궁을 탈출하자!) 벌떡 일어난다.

독군; [열어라!] 탕탕! 철문을 두드리고.

밖에서 경비 서다가 돌아보는 청년들

한 명이 벽에 달린 레버를 당긴다

철컹! 문이 열리고

청년; [출타하시겠습니까 궁주 대리님?]

독군; [머리가 아프다. 한 바퀴 돌고 오겠다!] [안에 있는 것들에는 손대지 마라!]

[그리하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인사하는 청년들

독군; (놈들! 노부가 벌써 줄행랑을 놓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히죽 웃으며 입구 쪽으로 가는데

다가오는 입구

독군; (이곳 만보경당(萬寶經堂)은 겹겹이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일단 발동되면 노부라도 살아서 나갈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긴장

독군; (저기까지만 가면 탈출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독군; (궁주와 십이사가 자리를 비운 이상 철궁에서 노부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없으니까!) 막 만보경당을 나서려는데

[영호윤!] 갑자기 천둥치는 듯한 고함소리가 들리고

독군; [!] 기겁하며 뒷걸음질 치는데

쐐액! 만보경당으로 날아오는 청풍. 두 팔로 죽어가는 지고운을 안고 날아온다.

독군; (... 악독한 놈! ... 날 죽이려고 서둘러 돌아왔구나!) 공포에 질리면서도 싸울 준비를 하는데

청풍; [여태까지 안 토끼고 뭐하고 있었어?] [정말 내 손에 뒈지고 싶은 거야?] 휘익! 눈을 부라리며 만보경당 앞으로 날아내리고

독군; [... 나는...!] 비지땀을 흘리며 버벅 대는데

청풍; [내가 바쁜 걸 다행으로 여겨! 지금은 영감 상대할 시간 없어!] ! 독군 앞을 스쳐서 달려가고

청풍; [지하의 수장고(守藏庫)로 내려간다! 기관을 열어라!] 달려가며 외치고

[예 궁주님!] 서둘러 기관장치를 작동시키는 복도 안의 청년들

그그긍! 철컹! 복도 끝의 바닥이 갈라지며 아래로 통하는 비밀 계단이 나타나고

청풍; [나 바쁘니까 방해하지마! 귀찮게 하는 놈은 박을 터트려버릴 거다!] 휘익! 외치며 계단 아래로 날아 내려가는 청풍.

모두들 벙 쪄서 보고 있는데

독군; (... 뭐야 저놈?) 어이없고

독군; (아직 안 토꼈냐고?) (노부가 일찌감치 조심경의 필사를 포기하고 달아날 거라고 예상을 했다는 건가?)

청년; [궁주 대리님! 어찌 할지요?] 말 걸고

퍼뜩 정신 차리는 독군

독군; [궁주에게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지시한 대로 방해하지 마라!] [다른 제자들에게는 궁주가 돌아왔다는 얘기도 하지 말고!]

청년; [그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독군; [한 바퀴 돌고 오겠다! 경비에 각별히 신경써라!]

[예 궁주 대리님!] [다녀오십시오!] 인사하는 청년들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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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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