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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강아지의 용기

 

 

"흐흐흐 그렇다! 내가 바로 천면음마다.."

등천하는 두 눈을 광기로 번들거리며 말했다.

자신이 악명 높은 색마 천면음마임을 자인한 것이다.

... 그런...”

짐작은 했지만 자신을 납치해온 자가 천면음마라는 사실에 자운 비구니는 사색이 되었다.

호천무맹에 지독한 원한을 품고 있는 천면음마에게 사로잡혔으니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할지 짐작이 간 것이다.

본좌는 호천무맹에 속한 문파의 계집들이라면 노소를 불문하고 해치워온 건 네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등천하, 즉 천면음마는 자운 비구니의 젖가슴을 희롱하며 음험하게 웃었다.

실제로 그자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강간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다.

네년에게도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줄 테니 기대해도 좋다.“

천면음마는 자운 비구니의 가슴을 터트릴 듯 움켜쥐며 낄낄거렸다.

"... 아미타불! 시주는 정녕 신불(神佛)의 심판이 두렵지 않나요?"

자운 비구니는 고통과 분노에 치를 떨며 천면음마를 노려보았다.

"흐흐흐... 본좌가 아니라 네년 자신의 처지나 걱정해라."

천면음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운 비구니가 걸치고 있는 승복의 저고리를 움켜쥐었다.

"... 안돼요 악!"

자운 비구니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천면음마가 그녀의 승복 저고리를 거침없이 찢어냈기 때문이다.

"흐흐흐... 기막힌 젖가슴이로군!"

저고리가 찢어지며 드러난 자운 비구니의 젖가슴을 본 천면음마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그럼 아랫도리도 구경해볼까?”

이어 그자는 자운 비구니가 걸치고 있는 승복 치마로 손을 옮겼다.

"... 아미타불! 시주...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는 부처님을 모시는 비구니랍니다."

천면음마의 두 손이 자신의 치마 고름을 푸는 것을 느낀 자운 비구니는 사색이 되어 애원했다.

어리석구나! 네년이 비구니라 날 더 미치게 한다는 걸 모르느냐?”

천면음마는 그녀의 애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치마를 벗겨 내렸다.

!”

자운 비구니는 아랫도리가 허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절망에 찬 비명을 터트렸다.

 

(죽일 놈!)

천면음마가 자운 비구니를 농락하는 것을 본 고검추는 치미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양모 당혜선이 사신각주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본 이래 그는 여자를 강제로 농락하는 자들에게 격렬한 살의를 품게 되었다.

헌데 바로 지척에서 보통 여자도 아니고 비구니가 유린당하고 있다.

당장 뛰쳐나가 천면음마를 쳐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고검추는 잘 알고 있었다.

고검추 자신은 겨우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하룻강아지인 것이다.

그에 비해 천면음마는 숱한 문파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여자들을 겁탈해온 희대의 색마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고검추 자신은 천면음마의 상대가 못 된다.

무작정 뛰쳐나가 공격해봐야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천면음마가 자운 비구니를 겁탈하는 데 온 신경을 쏟을 때를...

 

"흐흐흐 비구니는 제법 오랜만이군."

천면음마는 두 눈이 벌개진 채 자운 비구니의 몸에 올라갔다.

한데 그자가 막 자운 비구니를 욕보이려는 순간이었다.

"죽일 놈!"

돌연 천면음마의 귓전으로 사나운 폭갈이 들려왔다.

콰창! 파앗!

동시에 토지묘의 신상이 부서지며 그 뒤에서 한 줄기 인영이 득달같이 뛰쳐나와 천면음마를 덮쳤다.

그 인영은 물론 고검추였다.

기회를 엿보던 그가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천면음마를 덮친 것이다.

고검추는 은발마희 옥여상에게서 구성의 태을강기를 전수받았으나 아직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련산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연마한 혈전삼식의 제일식 분뢰개벽으로 천면음마를 공격했다.

꽈르르릉!

후려치는 고검추의 장심에서 은은한 우뢰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한줄기 역도가 일어나 천면음마를 후려쳐갔다.

"!"

!

막 자운 비구니를 유린하려던 천면음마는 기겁하면서도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렸다.

고검추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신속한 반응이었다.

사실 단순히 경신술만이라면 천면음마는 사신각주나 옥면마성을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콰직!

그 때문에 고검추가 날린 회심의 일격은 재빨리 옆으로 구른 천면음마의 몸 위를 지나쳐 토지며 입구쪽의 바닥을 박살냈다.

웬놈이냐?”

스팟!

고검추의 기습을 흘려보낸 천면음마는 바닥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가 내려섰다.

"!"

헌데 토지묘 입구쪽에 내려서던 천면음마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기습한 자가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크크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였군."

고검추를 일별한 천면음마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공격을 늦추면 안된다!)

!

일격이 실패했지만 고검추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천면음마에게 돌진해갔다.

반격의 기회를 주면 자신이 패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꽈르릉!

쇄도하며 후려치는 고검추의 장심에서 다시 우레성이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분뢰개벽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천면음마에게 같은 수법이 두 번 씩이나 통할 리 없었다.

"크크크 귀여운 놈이로군!"

천면음마는 고검추가 덮쳐오는 것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

순간 그 자의 모습이 꺼지듯이 고검추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공격 대상을 놓친 고검추는 기겁했다.

!

직후 고검추의 등판으로 강렬한 충격이 가해졌다.

이미 뒤로 돌아간 천면음마가 고검추의 등에 강력한 일장을 가한 것이다.

! 콰쾅!

헌데 맞은 것은 한번인데 충격이 연달아 두 번 더 고검추의 몸을 흔들었다.

"!"

고검추는 척주가 끊어지는 듯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퍼엉!

그와 함께 고검추의 몸은 토지묘 밖으로 튕겨나갔다.

철퍽!

토지묘 밖으로 튕겨져 나간 고검추의 몸은 빗물이 고여 있는 바닥에 팽개쳐갔다.

부르르!

세차게 나뒹군 고검추는 한 차례 몸을 떨고는 축 늘어져 인사불성이 되었다.

"... 시주!"

자운 비구니의 입에서 비통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혼절했다가 어렴풋이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검추가 자신을 구하려다가 천면음마의 반격을 받고 토지묘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걸을 보았던 것이다.

"흐흐흐! 도룡삼첩장(屠龍三捷掌)에 맞았으니 척추가 박살나 뒈졌겠지."

천면음마는 빗속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는 고검추를 내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자가 고검추를 친 장법은 일격으로 세 번의 충격을 반복해서 가하는 도룡곡 비전의 절기다.

내공을 순차적으로 토해내서 표적을 때리고 돌아오는 힘을 다시 돌려보내기를 반복하는 장법인 것이다.

그 때문에 가격당한 상대는 연이어 삼장을 얻어맞는 셈이 된다.

능력도 안되면서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낸 대가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

천면음마는 방금 전의 일격으로 고검추를 죽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자운 비구니를 향해 돌아섰다.

... 죽여라!”

자운 비구니는 자신의 알몸이 완전히 드러나 있다는 사실에 치를 떨며 악을 섰다.

이년아. 죽여줄 테니 너무 재촉하지는 마라.”

천면음마는 음험하게 웃으며 자운 비구니에게 다가왔다.

곧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천벌을 받을 것이다.”

자운 비구니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해버렸다.

정말... 정말 아깝구나. 이렇게 기막힌 계집을 한 번 즐기고 버려야 하다니...”

천면음마는 혼절한 자운 비구니를 본격적으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바로 그때였다.

"... ... !”

천면음마의 등 뒤에서 천동치는 듯한 여인의 노갈이 들려왔다.

쩌억!

그와 함께 무시무시한 검기가 천면음마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

!

자운 비구니의 몸 위에 엎드려있던 천면음마는 대경실색하면서도 벼락같이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 자의 이같은 반응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쩌억!

바닥을 구르는 천면음마의 몸 위로 새파란 섬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

!

간발의 차이로 일격을 피한 천면음마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일단 토지묘를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

헌데 놀랍게도 스치고 지나갔던 검기가 낫같이 홱 휘어지며 천면음마에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 참마회선검강(斬魔廻旋劒罡)!"

천면음마의 입에서 경악에 찬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퍼억! 후두둑!

직후 처절한 비명과 함께 선혈이 확 솟구쳤다.

천면음마는 궤적을 바꾼 검기를 피하지 못해서 왼쪽 허벅지에 깊은 자상(刺傷)을 입은 것이다.

콰당탕!

하마터면 허벅지의 뼈까지 베일 뻔한 깊은 상처를 입은 천면음마는 균형을 잃고 나뒹굴었다.

화라락!

동시에 토지묘 안으로 날렵한 인영이 날아들었다.

그 인영은 삼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인데 일신에 칠흑같이 검은 흑의를 걸치고 있었다.

이 흑의여인의 미모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대단했다.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명공이 빚은 듯 단아하여 마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것만 같다.

말 그대로 경국지색이라 할 만한 미모를 지녔지만 흑의여인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도도하고 오연하기 이를 데 없다.

조각같은 여인의 얼굴에는 서릿발같은 위엄이 깔려있어서 간담이 작은 사내라면 감히 마주 바라볼 엄두도 못 낼 것이다.

헌데 아름다운 외모와 고고한 분위기에 비해 여인의 차림새는 질박할 정도로 평범하다.

머리는 아무렇게나 질끈 묵었으며 얼굴에는 화장기가 전혀 없다.

걸치고 있는 검은 색 옷은 상당히 오래 입었는지 빛이 바래있다.

여인은 어떤 치장도 하지 않고 있다.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오른손에 비껴들고 있는 석 자 네 치의 투박해 보이는 장검뿐이다.

마치 전쟁의 여신이 인간 세상에 하강한 듯한 분위기를 지닌 여인이다.

헌데 세차게 퍼붓는 폭우 속을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몸은 전혀 젖지 않은 상태였다.

여인의 몸에서 무형의 강기가 흘러나와 빗물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인의 내공은 막강한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인 흑의여인이 나타나는 순간 토지묘가 갑자기 비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 철봉황(鐵鳳凰)!"

흑의여인을 본 천면음마의 입에서 공포에 질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헌데 철봉황이라면 고검추가 호천무맹을 찾아가서 만나려던 여인이 아닌가?

흑의여인, 즉 철봉황은 자운 비구니를 구하기 위해 천면음마를 추적해 왔을 것이다.

빠직!

토지묘 안에 내려서던 철봉황의 두 눈에서 새파란 살광이 폭사되었다.

자운 비구니가 발가벗은 채 혼절해 있는 발견한 때문이다.

"오늘 네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겠다."

철봉황은 천면음마를 돌아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천면음마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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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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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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