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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二 章

 

                 夫婦

 

 

스스스슥!

폭풍대공이 장권 밖으로 물러나자 펄인(八人)이 철혈묵사를 둘러쌌다.

[...!]

철혈묵사는 침중한 안색으로 팔인을 돌아보았다.

 

---폭풍팔존(暴風八尊).

 

폭풍보 최정예 고수들이다.

개개인이 발군의 고수일 뿐 아니라 그들의 연수합격술은 통천가공하다.

이름하여,

 

---폭풍사멸대진(暴風死滅大陣).

 

폭풍대공이 만들었으나,

그 자신도 감당 못한다는 절정의 합격술이 이것이다.

--- 우우우우웅!

폭풍팔존의 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우르르르---!

---르르르릉!

그들의 몸에서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부수어 버릴 듯 거창하기 이를 데 없는 폭풍이...

[...]

철혈묵사 정천학.

그는 철탑이 된듯이 폭풍의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철혈묵사! 용서해라! 다른 삼패에게 징계의 표시라도 그대로 벌하지 않을 수 없다.]

진세 밖에서 폭풍대공이 무겁게 말했다.

콰르르르르릉!

--- 우우우웅!

만근의 거석이라도 날려버릴 정도로 폭풍사멸대진의 진세가 강렬해졌다.

우지--- 지직!

--- 지끈! --- !

주위의 거목들이 견디지 못하고 성냥개비 꺾어지듯 뚝뚝 부러져 나갔다.

[...!]

그와 함께,

진중의 철혈묵사의 신형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안색도 막강한 잠력에 눌려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게 되면... 반드시 폭풍대공마저 쓰러뜨려야 하는데...)

철혈묵사의 철안으로 번민의 빛이 떠올랐다.

그의 우수는 옆구리에 이르러 머뭇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사용한다는 것일까?

(사용해야겠다. 그것이 아니면 폭풍진세를 뚫을 수 없으니...)

철혈묵사는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검은 허리띠를 꽉 움켜쥐었다.

바로 그때였다.

[겁멸파황(劫滅破荒)!]

우렁찬 함성이 터지고,

--- 이이이잉!

파츠츠츠츠---!

허공일각에서 벼락 치듯 새파란 륜영(輪影)이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폭풍대공의 안색이 일변했다.

[패천신륜! 조심하랏!]

폭풍대공이 버럭 경호성을 질렀다.

--- 자자자자장!

쿠쿠쿠--- 쿠쿵---!

패천신륜은 여지없이 폭풍사멸대진을 꿰뚫고 들어갔다.

--- 파팟!

--- 가가각!

[크으윽!]

[--- 으음!]

단번에 진세의 일각이 무너지며 삼인의 폭풍존이 주저앉았다.

그 순간,

[철혈등룡류(鐵血騰龍流)!]

--- --- !

츠츠츠츠--- !

철혈묵사가 벼락같이 쌍장을 쪼개어 내었다.

노도같은 묵강(墨罡)!

--- 콰쾅!

[--- 으윽!]

[...!]

재치 삼인이 뒤로 벌렁 넘어졌다.

[패천지존! 감히 방해를 하다니!]

콰르르--- !

폭풍대공이 벼락같이 외치며 막 패천신륜을 거두어 들이는 능천한을 무찔러갔다.

[물러서랏!]

--- 쿠쿵!

그 즉시 능천한의 우정에서도 노도가 일었다.

가볍게 휘저은 일장이나 그것데는 족히 오륙백 년 수위의 공력이 담겨 있었다.

--- --- --- !

쿠르르르---!

두 줄기 거창한 경력이 충돌하며 만근 화약이 터지는 듯한 폭음이 일었다.

[형님! 가십시다!]

[현제 고맙네!]

--- --- !

화르르르--- 르르르!

모래 바람이 뭉게구름같이 이는 중에 흑영과 백영이 야공을 가르며 흘렀다.

[으음...!]

그리고 모래 바람 속에서도 묵직한 침음성이 흘렀다.

[패천지존... 패공산(沛空山)에서 죽었어야 했거늘...!]

사진을 뚫고 나오며 폭풍대공이 아주 싸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이 더할 수 없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패공산...!

능천한이 제갈영라를 구하기 위하여 혈종과 충돌한 곳이 아닌가?

그곳을 폭풍대공이 어찌 입에 올리는가?

더군다나 마치 패공산에서 능천한을 격살할 기회가 있었는 듯이 말하다니...

과연 폭풍대공은 어떤 인물인가?

 

***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산봉 위,

능천한과 마주 앉은 철혈묵사가 무겁게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히려 혈종에서 발을 빼신 형님께 치하를 드리고 앂습니다!]

능천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때는 밤이 깊어 삼경이 지나고 있었다.

--- !

철혈묵사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이만 혜어져야겠네. 다음에 만나게 되면... 술이나 한잔하세!]

[하하! 좋습니다.]

능천한도 껄껄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문득 철혈묵사의 시선이 천극에 이르렀다.

[천극에는 사연이 있지. 그 비밀을 푸는 자는 곧 고금제일인이 된다고 하던가?]

능천한은 짚고 있는 천극을 내려다보았다.

[잘 지니게. 앞으로 천극이 큰 소용이 있을 터이니...!]

이어 철혈묵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천하를 뒤집어 놓을 일이 내일 중으로 금릉에서 일어날 것이니... 금릉은 떠나지 말게!]

[천하를 뒤집어 놓을 일?]

능천한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냈다.

(혈종오패가 금릉주위로 몰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큰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능천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현제에게 많은 동조자가 있으니... 곧 알게 될 것이네. 자 이만 가네!]

철혈묵사가 걸음을 옮겼다.

[살펴가십시오. 곧 다시 뵙겠습니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에게 포권을 했다.

스스스슥---!

철혈묵사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삽시에 그의 모습은 까마득히 사라져 갔다.

(마음에 드는 분이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는 철혈묵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능천한은 철혈묵사가 사라진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 두 줄기의 왜소한 인영이 구름이 흐르듯이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 두 왜영의 경공은 실로 경인 실색할 정도였다.

[누님과... 환몽이군!]

능천한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감돌았다.

달려오고 있는 인영들,

 

광양존후(廣陽尊后) 금벽라.

환몽천후(幻夢天后).

 

바로 그녀들이었던 것이다.

스스--- 스슥!

--- 이이이이잉!

두 여인은 일순지간에 능천한이 서 있는 산봉까지 이르렀다.

[아우님...!]

광양존후 금벽라의 기품있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누님...!]

능천한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뵙고... 싶었어요!]

금벽라는 촉촉히 젖은 눈길로 능천한에게 다가왔다.

[소제도... 누님이 그리웠습니다.]

말을 하며 능천한은 금벽라의 풍만한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뭉클하며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동체가 두팔 가득하게 느껴졌다.

[아우님...!]

금벽라는 양볼을 도홧빛으로 물들이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이지가 없는 환몽천후는 의미없는 미소를 띄우며 능천한과 금벽라를 바라보았다.

 

***

 

사르르르륵!

껍질이 벗겨지듯 한 겹 나삼이 벗겨져 나갔다.

그러자 흐릿한 황촉 밑으로 드러나는 너무도 뽀얗고 풍염한 육체...

[누님...!]

능천한은 사랑과 욕정으로 뜨거워진 손을 놀렸다.

[...!]

눈을 꼭 감고...

오직 정랑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황후의 기품을 지닌 미부(美婦) 금벽라...

금벽라는 정랑의 손에 의해 발가숭이가 되어가며 몸을 떨었다.

이곳은 만화원의 가장 깊은 곳의 침실이다.

본래는 홍예선희의 침실이었다.

하지만 지근은 능천한과 금벽라 부부가 차지한 것이다.

(석달의 기다림은... 너무도 길었사옵니다.)

꼭 감긴 금벽라의 긴 속눈썹이 흔들린다.

익을대로 익은 삼십대의 여체.

부부의 쾌락을 모른다면 모르되 막 그 기쁨을 안고 석달을 독수공방해야 했다.

그것은 실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밤마다 그녀는 정랑의 그 뜨겁던 사랑을 회상하며 달아오르는 육체를 스스로 달래야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정랑의 사랑이 자신의 육신에 쏟아지려는 것이다.

--- !

그녀의 비궁을 가린 고의가 떨어지고 너무도 무성한 방초의 계곡이 드러났다.

[누님...!]

능천한은 바짝 달아올랐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뜨거운 몸을 금벽라의 나신 위에 포갰다.

육중한 중압감...

[으음...!]

야릇한 기대감에 금벽라는 전율하였다.

전율하기는 능천한도 마찬가지다.

금벽라의 몸은 다른 여인들과 다르다.

고향같다고나 할까?

너무도 강렬한 모정과 향수가 거기 있고,

꿈결인 듯 따스함과 푸근함이 가득한 육체였다.

[아아아... 아우님... 아아...!]

[누님... 흐음...!]

펄렁인다.

조용히 퍼지는 열정의 파랑에 황촉이 펄렁인다.

[아아아...!]

능천한의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아들이며 금벽라는 몸부림쳤다.

그를 오나벽히 소유한 희열과 녹아드는 듯이 번져나가는 희열에...

금벽라는 능천한을 따스함으로 휘감아 소유하고,

능천한은 끝이 없는 듯한 금벽라의 심신 속에 자신을 묻었다.

[아아... 아우님... 아우님... 아아...!]

금벽라...

그 정숙한 여체가 점차 뜨거운 탕부의 몸짓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뼈가 없는 연체동물인 듯이 휘감고 흔들며 비틀리는 나신...

[헉헉... 누님... 누님... 누님...]

[... 상공... 상공... ... 으윽... 아아아... 아흐윽...!]

열풍은 철벽이라도 녹일 듯이 뜨거워져 갔다.

오랫동안 불붙기를 기다려온 부부지정(夫婦之情)이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것이다.

[아아아... ... ... ...!]

금벽라의 죽어갈 듯이 잦아드는 교성이 밤을 지샜다.

몇 번인지 빈사지경에 이르면서도...

그 교성은 끊일 줄을 몰랐다.

 

X X X

 

밀실(密室).

[...!]

[...!]

백 명이상의 인원이 모여 있음에도 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정확히 백일명(百一名)의 여인들,

하나같이 꽃이 부끄러워할 미인들이다.

한데 그 꽃보다도 아름다운 미인들의 옥용에는 무심한 냉기가 흐르고 있다.

그것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살수들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고...

상좌(上坐).

타는 듯이 붉은 홍의를 걸친 미인이 태사의에 앉아있다.

모든 여인들의 시선은 그 홍의여인을 향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후로 나는 그분을 따르기로 했다.]

문득 홍의여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밀실을 울렸다.

말을 한 홍의여인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그대들 여러 자매들이 나를 따르든지 말든지는... 그대들의... 자유다!]

홍의여인의 태사의에 교구를 깊이 묻었다.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교주(敎主)!]

이윽고 전열에 나란히 앉아있던 흑의, 백의, 남의를 입은 미녀들이 일어섰다.

아마도 여인들 중 최공의 배분을 지닌 여인들 같았다.

[교주께서는 더 이상 살수(煞手)가 아니에요.]

흑의의 늘씬한 미인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홍의미인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단(黑丹)! 네 말이 맞다. 감정을 가져서는 아니되는 살수된 자로,,,, 애정(愛情)의 감정을 키우고 있었으니... 나는 더 이상 살수가 아니지...]

홍의미인의 말을 백의미인이 받았다.

[우리 필살일백령(必煞一百靈)은 생사를 교주언니와 함께 하기로 피로 맹세했어요. 언니가 가는 길이 어디든... 우리는 따를 것이에요!]

홍의미인의 옥용에 흔들림이 일었다.

그것은 고통과 기쁨이 함께 있는 그런 떨림이었다.

[나는... 교주(敎主)가 되어... 자매들을 고생만 시키는구나...!]

[호호... 고생이란 말씀은 마세요.]

가장 어려보이는 남의미녀가 교소를 지었다.

여인들 중에서 그래도 그녀가 가장 따뜻해 보였다.

[언니의 행복이 곧 저희의 행복이에요. ... 그분의 사랑을 얻으셔서 행복해지셔야 해요.]

홍의미녀의 두 눈이 눈물로 글썽글썽해졌다.

[고마워... 그분께 큰 죄를 지어 죽음으로 속죄해도 모자르나... 무슨 짓을 해서든지 그분의 계집이 되겠어![

그녀의 말에 모여 앉은 여인들의 차갑던 옥용에 한 가닥 훈훈함이 감돌았다.

[호호... 평생 살수로 늙어 죽을 줄 알았는데... 잘하면 남연(藍燕)도 시집을 갈 기회가 오겠어요.]

남의소녀가 명랑하게 웃었다.

남의소녀는 장난삼아 해본 소리였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백여 명의 얼어붙었던 방심(芳心)에 한 가닥 두근거림을 심어주게 되었다.

여인...

결국 그녀들도 살수이전에 사내의 따뜻한 손길을 본능적으로 고대하는 여인(女人)들이므로...

(언젠가는... 벽라언니가 그분의 잠자리시중을 들듯이... 나 또한 떳떳히 그분의 침실을 지킬 수 있게 되고 말리라.)

홍의여인의 두 눈이 보석같이 빛났다.

그녀의 이름은 홍예(紅霓)!

천하제일기녀(天下第一妓女)이고 또한 천하제일여살수(天下第一女煞手)이기도 한 여인...

이 밤,

황홀하고 뜨거운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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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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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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