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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六 章

 

                     실종

 

 

 

[제왕부(帝王府)의 전통은 황실과 함께 하네!]

태상존황이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청하궁 깊은 곳의 조용한 전각이다.

방안에는 능천한과 태상존황, 선덕제, 주하령 등이 둘러앉아 있었다.

(볼수록 신비로운 분이다. 분명 두 번째 만남인데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지다니...)

능천한은 태상존황을 올려다보았다.

흡사 친인(親人)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태상존황은 마치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사람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제왕부는 대대로 일인에 의해 이어지고 그 추구하는바 목표는 황실의 안정이네!]

[...!]

태상존황은 미소를 머금었다.

[노부가 현질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시겠는가?]

능천한은 고개를 저었다.

[소질은 알지 못합니다.]

[그럴 테지!]

태상존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일단 황실 내부의 겁운은 완전히 몰아내었네. 그러나, 무림이 온전하지 못하면 황실도 어지러워지는 법이네!]

[...!]

[노부는 북경으로 돌아가 황실만을 지킬 것이고...]

태상존황은 형형한 눈길로 능천한을 주시하였다.

[천하무림은 현질 손에 맡길 생각이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을 태평케 하는 것은 소질이 당연히 해야할 도리입니다!]

태상존황은 껄껄 웃었다.

[하하! 현질의 생각이 그러함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소매 속에서 두툼한 비급을 한권 꺼내어 능천한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익히면 천하를 평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니... 받게!]

[...!]

능천한은 흠칫하며 비급의 표지를 바라보았다.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연형결(鍊形訣)>

 

그것은 바로 제왕지검(帝王之劍)이라는 천형제왕검의 연형방법이 기술된 비급이었다.

[어찌 이 귀중한 것을 소질에게 주십니까?]

능천한은 비급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상존황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적을 얕보면 아니 되네. 자네가 천형제왕검까지 지닌다 해도 상대키 어려운 적이 있으니...]

그의 말에 주하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혈종은 천형제왕검도 못 받아낸 자가 아니옵니까?]

주하령의 말을 듣고 태상존황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만악의 근원은 혈종같은 애송이가 아니야!]

선덕제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혈종 뒤에 더 대단한 존재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

[...!]

능천한과 주하령은 놀라 태상존황을 바라보았다.

[그렇네. 그 진정한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거영(巨影)이 혈종의 뒤에 있지.]

[...!]

[...]

태상존황의 말을 듣고 능천한의 안색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이미 전부터 예감한 일... 다만 백부님께서도 그것을 감지하고 계셨다니... 그것이 놀랄 뿐이다.)

태상존황은 말을 마치고 능천한에게 천형제왕검의 비급을 밀었다.

[천하를 위한 일이다. 다른 생각말고 천형제왕검을 거두어라!]

[...!]

능천한은 더 이상 거절할 수도 없었다.

[백부님의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능천한은 태상존황에게 절을 올린 뒤 천형제왕검의 비급을 집어들었다.

[허허! 되었다. 천하의 안위가 네 양손에 달렸음을 잊지 마라!]

태상존황은 흐뭇하게 웃었다.

선덕제와 홍화공주도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웠다.

 

***

 

음침한 석실(石室).

츠츠츠---!

시뻘건 혈광이 석실 가득히 흐르고 있었다.

[크으... 천형제왕검이 황실에 있었다니...!]

혈광 속에서 아주 괴로운 신음성이 흘렀다.

자세히 보면 칙칙한 혈광 속에 한 명의 인물이 앉아 있음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혈광의 외곽에 한 명의 백의노인이 꿇어앉아 있었다.

[사부님도 천형제왕검에 뜻이 꺾였거늘 또다시 천형제왕검에 당하다니...]

혈광 속의 인물,

혈종은 원독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문득,

--- 자작!

강렬한 혈안의 눈빛이 꿇어앉아 있는 백의노인에게로 떨어졌다.

[...!]

그 시선에 접한 백의노인은 부를 몸을 떨었다.

[쌍극천효! 꼴 좋구나. 너는 혈종문(血宗門)의 전력말고 혈종오패만으로도 천하제패를 장담하지 않았느냐?]

[혈종이시여!]

쌍극천효는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몸을 떨었다.

[죽여 없애겠다던 패천잠룡은 버젓이 살아나 천하고수가 되었고 구천묵영독존, 천향염후... 그리고 태상존황등의 강적만 만들지 않았느냐?]

[혈종! 한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쌍극천효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런 쌍극천효를 혈종은 칙칙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복안이 있느냐?]

[, 패천잠룡, 묵영독존, 천향염후 뿐만 아니라 태양신존(太陽神尊)까지도 일거에 쓸어버릴 계획이 있습니다.]

쌍극천효가 자신있게 말했다.

[... 그래? 어디 들어보자!]

혈종은 구미가 당기는 듯이 말했다.

[먼저... 패천잠룡을 제거할 것입니다. 이는 월영극살만 있으면 됩니다.]

[월영극살?]

혈종이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쌍극천효가 득의하여 말을 이었다.

[그 계집은... 패천잠룡의 계집입니다. 패천잠룡을 끌어 들이기에 충분한 미끼가 되지요.]

[월영극살... 그 계집이 능가와 배가 맞았단 말인가?]

츠츠츠츠---!

혈종의 몸에서 벼락치듯이 살기가 피어올랐다.

쌍극천효는 부르르 몸을 떨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계집은 패천잠룡을 암격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패천신문에 잠입시켜 둔 동안 능가에게 빠져버리고 만 것이지요.]

[... 발칙한 계집!]

혈종의 일신에서 무시무시한 마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좋다. 그 계집을 이용하여 능가를 없애라! 본문의 혈천구마성(血天九魔聖)이 네 일을 도울 것이다.]

혈종이 음악하게 말했다.

이에, 쌍극천효는 희색이 만면해졌다.

[감사합니다. 혈종! 반드시 능가 애송이를 누이고 말 것입니다.]

[좋다. 그리고 묵영독존 등은 어찌할 것이냐?]

혈종의 물음에 쌍극천효는 얼굴을 들었다.

[천마총(天魔塚)을 이용할 것입니다.]

[천마총!]

혈종의 몸에 두른 혈광이 부르르 떨렸다.

 

-천마총(天魔塚)!

 

천마(天魔)!

사상최강의 마종(魔宗)인 천마의 전설이 묻힌 곳이 아닌가?

신기보(神奇譜) 서열이 위의 신기(神奇)이기도 한,

한데 어찌 그 천마총이 쌍극천효의 입에서 거론되는가?

[쌍극천효! 미쳤느냐? 천마총은 본문만이 아는 곳이거늘... 그 천마총을 이용하다니... 천마총을 천하에 공개라도 하겟다는 소리냐?]

혈종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랬는가?

천마총의 비밀을 혈종문이 쥐고 있었는가?

쌍극천효는 자신있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천마총의 비밀을 한달 이내 풀립니다. 그렇게 되면 천마총의 기관함정들은 쓸모가 없게 되고...!]

[닥쳐랏! 그러나 만약에 일어날 엄청난 결과를 생각해 보았느냐?]

혈종이 벼락같이 일갈을 터뜨렸다.

[... 혈종...!]

[만일... 천마유물(天魔遺物)이 엉뚱한 자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혈종문의 이백 년 심원이 수포로 돌아감을 잊었느냐?]

혈종의 일갈에 쌍극천효는 안타까운 기색이 되었다.

[혈종... 그러나...!]

[그만 두거라! 천마총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

혈종의 말에 쌍극천효는 입술을 악물었다.

(역시... 애송이는 애송이다. 큰 힘을 늘이지 않고 천하를 얻을 계획을 묵살하다니...)

그가 중얼거릴 때였다.

[천마총을 이용한다... 좋은 계획이다.]

돌연 청수한 노인의 음성이 석실을 뒤흔들었다.

[...!]

[...!]

그 목소리를 들은 혈종과 쌍극천효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 사부!]

[... 태상종주(太上宗主)!]

혈종과 쌍극천효는 그대로 이마를 땅에 대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그그긍!

스스스스!

이어 석벽이 쩍 갈라지며 한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고희가 막 지난 듯한 백의노인이었다.

안색이 어린아이같이 불그레 하고 머리가 칠흑같이 검었다.

일견하여 세외(世外)의 선인(仙人)을 연상케 하는 풍도의 노인이었다.

다만 두 눈가에 흐릿하게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이 괴이쩍게 보일 뿐!

[사부... 못난 제자를 용사하십시오.]

혈종이 머리를 조아리며 백의노인에게 말했다.

백의노인!

그가 혈종의 사부인가?

너무도 뜻밖의 인물이 아닌가?

[일어들 나라!]

백의노인은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혈종과 쌍극천효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시립했다.

백의노인을 바라보는 쌍극천효의 눈빛이 희열로 가득찼다.

(역시... 태상종주께서는 절대종사다우시다.)

백의노인은 그런 쌍극천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너의 계획은 어떠한지 말을 해보아라.]

[! 태상종주!]

쌍극천효는 고개를 조아렸다.

(으음...)

그 모습을 보며 혈종은 입술을 실룩하였다.

쌍극천효가 백의노인에게 신임을 받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츠츠츠츠--- 츠츠!

스스스스!

그 때문인지 혈종의 몸에서 흐르는 혈광은 더욱 음산하게 혈색을 뿌렸다.

 

***

 

[홍예(紅霓)가 없어지다니...]

능천한의 검미가 깊이 모아졌다.

이곳은 만화원이다.

태사에 몸을 실은 능천한의 검미가 깊이 모아졌다.

그 앞에는 광양존후 금벽라, 녹림천봉, 진예빈이 앉아 있었다.

[상공께서 나가신 직후에 홍예동생도 급한 볼일이 있다고는 총총히 나갔사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식이 없사옵니다.]

금벽라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능천한은 태사의에 깊이 몸을 묻었다.

(무엇인가... 비밀이 있는 여인이었는데... 이번의 실종이 그 때문일까!)

능천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휴우...]

그 모습을 보며 금벽라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홍예선희도 알고 보면 금벽라에게서 능천한의 사랑을 조금 빼앗아 간 씨앗의 한 명이다.

그러나 그녀 때문에 걱정하는 능천한의 모습을 보는 금벽라의 가슴은 아픈 것이다.

(어디가 있기에... 아우님의 근심을 저리 심하게 만드는 것인가...)

금벽라는 한숨을 쉬었다.

진예빈도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져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문득,

[맹주언니...]

방문 밖에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냐?]

금벽라는 문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 들어가도 되어요!]

[그래 들어오너라!]

금벽라가 대답했다.

--- 이익!

문이 열리고 타는 듯이 붉은 홍의를 걸친 천산홍연 위지련이 들어왔다.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져 있음을 보고 금벽라는 가슴이 덜컥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능천한에게 절을 하고 일어선 위지련에게 금벽라가 물었다.

[이것이... 태상맹주님께 왔어요.]

위지련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한 장의 배첩을 능천한에게 내밀었다.

[이건...]

금벽라는 흠칫하며 배첩을 받아들었다.

 

<능천한친전(陵天漢親前)>

 

배첩의 겉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아우님...]

금벽라가 배첩을 능천한에게 넘겨주었다.

[...]

능천한은 배첩을 받아들어 펼쳐 보았다.

 

<패천지존, 그대를 본궁(本宮)에 초대한다. 물론 혼자 와야 하고... 아울러 그대의 첩() 홍예선희(紅霓仙姬)를 본궁에서 모셔두고 있음을 알려준다. 본궁은 복우산(伏牛山) 혈운애(血雲崖)에 있다.

 

---혈영군(血影君).>

 

 

[으음...]

배첩의 글을 읽어본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아우님... 무슨 일이옵니까?]

광양존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보십시오!]

능천한은 배첩을 금벽라에게 넘겼다.

[...!]

배첩의 내용을 본 금벽라와 진예빈의 안색도 일변하였다.

[홍예언니가 혈영궁에 잡혀가 있다니... 이것은 필시 지존을 시해하려는 혈종(血宗)의 음모예요.]

진예빈이 흥분하여 말했다.

[이 배첩을 언제 받았느냐?]

금벽라가 어두운 기색으로 위지련에게 물었다.

[방금 받았어요. 혈영군이 직접 전하고 갔어요!]

위지련이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

능천한은 깍지를 낀 손을 입가로 가져가며 깊이 침음했다.

[눈에 보이는 함정이옵니다.]

금벽라가 괴로운 어조로 말했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누님, 그러나... 아니갈 수도 없지요. 홍예가 그자들에게 욕을 당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으니...]

그의 말에 진예빈과 금벽라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지존! 아니되옵니다. 지존 한 분만을 바라고 살아가는 백만의 자부문도들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진예빈이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그것을 모르는바 아니야. 그러나... 홍예를 그냥 놓아둘 수는 더욱 없지!]

능천한은 자리에서 일었다.

(당연히... 그리하셔야 하옵니다만...)

금벽라는 슬픈 눈을 하고 함께 일어섰다.

[지금... 가겠습니다. 빨리 서두를 수록 그들의 대비도 그만큼 허술해질 것이니...]

능천한은 금벽라의 등을 다독거렸다.

[걱정마십시오. 천극과 패천신륜이 내게 있는 한... 어떤 함정도 소제의 발길을 막지 못합니다!]

[아우님...]

금벽라는 흐느끼며 능천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였다.

[...]

방문 박에서 여인의 흐느낌이 들렷다.

[누구냐?]

진예빈이 냉갈하며 벌컥 문을 열었다.

방문 밖에는 검은 경장을 한 늘씬한 미인이 꿇어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흑단(黑丹)언니...]

진예빈이 흠칫하며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그 흑의미인은 바로 흑단이었다.

[흑단...]

능천한은 탄식하며 흑단을 바라보았다.

[... 상공! 용서하세요!]

흑단은 능천한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흐느꼈다.

[무엇을 용서하라는 것인가?]

능천한이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교주언니도... 이번 한 번의 살수행을 끝내고... 상공께 털어놓으시려 하셨사옵니다.]

흑단의 말에 능천한은 짚이는 것이 있었다.

(교주(橋主)! 홍예가 바로...)

능천한이 염두를 굴리리는데 흑단이 말을 이었다.

[홍예언니가 바로 월영극살이며... 만화원 일천기녀가 바로 밀살교의 일천살수들이옵니다.]

[...]

능천한은 예상한 일인지라 다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나,

[그럴 수가...]

[홍예가... 월영극살...]

금벽라와 진예빈 등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랬군... 그래서 홍예의 왼쪽 젖가슴에... 잘려진 자성이 있었고...)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예가 바로 벽향(碧香)이겠지?]

흑단은 죄스러운 듯이 고개를 깊이 떨구었다.

[그렇사옵니다. 교주언니는 쌍극천효의 지시로 시녀로 화하여 패천신문에 잠입했던 것이옵니다.]

[으음...]

흑단의 말을 들으며 능천한은 깊이 탄식을 금치 못했다.

뚜벅 뚜벅!

능천한은 육중한 걸음을 옮겨 창가로 다가갔다.

[...!]

활짝 열린 창가에 선 능천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북천(北天)!

복우산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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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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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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