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75>

객점 후원. 대충 정원 형태를 갖춘 곳에 독채 건물이 한 채 있다. 쟁반에 주전자와 물잔을 얹은 채 그 건물로 오는 점원. 그 뒤를 따라오는 청풍. 두 팔로 진상파를 안고 있는데 비파를 품은 진상파는 지쳐 잠이 들었다.

점원; [이 건물입죠.] 독채 건물의 입구로 가며

점원; [저희 객점에서 가장 좋은 객실이기도 하니 마음에 드시리라 믿...] + [어?] 한손으로 문을 열다가 눈이 동그래지고.

방안의 창가에 서있던 중년인이 고개를 돌린다. 번뇌신존이다. 방안은 거실이다. 침실은 따로 있고.

청풍; [!] 놀라지만 말은 하지 않는 청풍.

번뇌신존; [또 보는군.] 돌아서서 웃고

점원; [방금 전에 청소할 때까지는 아무도 없었는데...] 당황하고

번뇌신존; [나는 곧 갈 테니 들어오시게.] 탁자 앞의 의자로 가며 말하고

점원; [아시는 분이신지요?] 청풍에게 묻고

청풍 대답 않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점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따라 들어와 탁자로 가고. 청풍은 거실과 연결된 침실쪽으로 간다. 문이 열려있고 침대가 보인다.

점원; (이 사람 언제 방에 들어왔지?) 쟁반을 내려놓으며 번뇌신존을 곁눈질하고

그 사이에 청풍은 침실로 들어가고

진상파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인다.

번뇌신존; [수고했네. 가서 일봐.] 동전을 몇닢 점원의 내민 손에 얹어주고

점원; [감사합니다요,] 돈을 받자 헤벌쭉 굽신

점원;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줄을 당기십시오. 번개같이 달려오겠습니다.] 입구쪽에 달려있는 줄을 가리키며 거실 입구로 오고. 번뇌신존은 물잔에 물을 따르고 있고

점원; (땡잡았다.) 수중의 동전 보며 히히덕거리면서 밖으로 나가고.

탁 닫히는 문.

침실에서 나와 문을 닫는 청풍.

번뇌신존; [꽃은 이슬에 아름답고 미인은 눈물에 젖어 더욱 고와지지!] 물잔을 들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마주 앉는 청풍.

번뇌신존; [하하하! 자네는 노부와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 모양이군.]

청풍; [사람 사이의 정(情)이 두려울 뿐입니다.] 우울한 표정. 벽세황을 떠올리고

번뇌신존; [한창 뜻을 펼친 나이의 젊은이답지 않은 말을 하는군.] 물을 마시며 웃고

청풍 말이 없고.

번뇌신존; [지난번 무창에서 하다 만 이야기를 마치려고 찾아왔네.] 물잔을 내려놓고

청풍; [세권의 책을 찾아달라는 말씀까지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번뇌신존; [노부가 찾는 것은 삼성록(三聖錄)이란 책일세.]

청풍; (삼성!) 놀라고.

번뇌신존; [자네는 이미 그중 한권을 손에 넣었을 걸세.] 침실 문쪽을 힐끔 보며 말하고

청풍; [인황경이 삼성록중 한권이었겠습니다.] 깨닫고

번뇌신존; [천잔경과 지극경이 나머지 두 권인데... 그것들까지 찾아주게.]

번뇌신존; [돌려주지 않으려는 놈이 있으면 호삼자의 명이라 하고, 그래도 안주는 놈은 죽이고 빼앗아오게.]

청풍; [인황경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 손에 있었으니까요.]

번뇌신존; [지금은?] 눈 번뜩이지만

청풍; [말할 수 없습니다.]

번뇌신존; [누구 손에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가는구먼!] 웃고. 벽세황을 떠올리며

청풍; [지금의 소유자에게 잠시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할 지도 모르니...] 고개 숙이고

번뇌신존; [노부가 원하는 것은 원본(原本)뿐이네.] 고개 끄덕이고

번뇌신존; [삼성록의 내용을 필사(筆寫)한 후 돌려줘도 상관치 않겠네.]

청풍; [넓으신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고개 숙이고

번뇌신존; [인황경을 포함해서 세권을 모두 찾아오면 전에 약속했던 대로 자네 생모에 대한 비밀을 말해줌세.]

번뇌신존; [물론 노부로부터 듣기 전에 자네 스스로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청풍; [천존경과 지극경은 누구 손에 있습니까?]

번뇌신존; [호삼자라는 별호에 맞추다 보니 노부는 제자도 딱 세명만 거뒀었네.]

번뇌신존; [뇌공량, 위극겸, 포숙정이란 놈들인데...] [그놈들이 노부를 가둬버리고 삼성록을 빼돌린 걸세.]

청풍; (포숙정!) 눈 번뜩

#84>의 장면에서 번뇌신존이 하던 말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른다.

 

번뇌신존; [아비는 그놈이 분명한데...] [어째서 어미는 포(浦)씨가 아니고 냉(冷)씨란 말인가?]

회상 끝

 

청풍; (이분이 그때 말한 포씨 성의 여인이 포숙정이란 제자기 쉽겠구나.)

번뇌신존; [인황경을 가져간 놈은 대제자인 뇌공량이었고...]

번뇌신존; [지극경은 위극겸의 손에 있을 테고 천존경은 막내이며 여자지만 셋중 가장 빼어났던 포숙정이 갖고 있을 게야.]

청풍; [제자분들의 소재를 알아낼 단서가 있는지요?]

번뇌신존; [그게 없어서 자네에게 부탁을 하는 걸세.] 한숨 쉬고

번뇌신존; [그놈들은 노부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천리, 만리 밖으로 달아나기 때문에 찾는 것도 잡는 것도 난망(難望)하거든.]

청풍; (일리가 있다.)

청풍; (제자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사부를 피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테니...)

번뇌신존; [굳이 단서라고 내세우자면 남북쌍패라고 할 수 있어.]

청풍; [신녀문과 무황성에 제자분들의 흔적이 남아있습니까?] 놀라고

번뇌신존; [그렇다고 생각하네.] 끄덕

번뇌신존; [하지만 노부가 의심을 품자마자 못된 제자놈들은 남북쌍패에서 완전히 흔적을 지우고 사라져버렸더군.]

청풍; [신녀문의 문주와 무황성의 성주를 추궁해보셨는지요?]

번뇌신존; [해봤는데...] [그것들은 천신부와는 관련이 있을지 몰라도 노부의 제자들과는 선이 닿아있진 않았네.]

청풍; [막막하군요.] [볏짚 속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고...]

번뇌신존; [노부도 어느덧 백살을 넘겼네.] [덕분에 약간은 천기를 엿볼 수 있게 되었는데...] 청풍을 지긋이 보고

번뇌신존; [자네는 결국 삼성록을 모두 보게 될 걸세.]

청풍; [그리 말씀하시니 조금은 안도가 됩니다.]

번뇌신존; [삼성록의 내용을 수련해도 상관없네.] [그러나 원본은 반드시 내게 돌려줘야 하네.] 엄숙하게

청풍;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번뇌신존; [하하하! 내가 자넬 어떻게 하진 않겠네.]

번뇌신존; [하지만 그리 되면 천년 이상을 이어온 한 문파의 맥이 끊어지게 되겠지.] 일어나고

청풍; (역시 이분은 삼성동의 장문이겠구나!) 함께 일어나고

번뇌신존; [어찌할 것인지 선택은 자네가 하게나.] 창문쪽으로 걸어가는데

[!] 놀라는 청풍.

번뇌신존; [이번처럼 천존경과 지극경을 찾는 대로 노부가 직접 찾아옴세.] 말하는 번뇌신존의 몸이 비누방울처럼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팟! 하며 비누방울이 터지듯이 사라져버린다.

청풍; (절세기인...) 번뇌신존이 사라진 곳을 보고

청풍; (사람보다 신선에 더 가까워 보이는 저런 인물도 인연의 굴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우울한 표정으로 침실 문으로 가고

청풍; (난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문을 열고 덫에 걸려든 상태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다.

진상파; [상공?] 억지로 눈을 뜨고

청풍; [더 주무시오.] 다가가고

청풍; [당분간은 편히 쉴 수가 없을 테니...] 진상파의 손을 잡으며 침대에 걸터앉고

진상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지요?]

청풍; [신장궁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그 전에 들를 곳이 생겼소.]

진상파; [어디를...]

청풍; [신녀문!] 굳어진 표정으로 말하고

[!] 진상파의 놀라는 얼굴.

 

#176>

<-신녀문> 신녀문의 모습.

침통한 분위기. 호화철위들이 곳곳에 경비를 서거나 순찰을 돈다.

병원 분위기의 건물. 의사들과 하녀들이 드나들고

의사; [방금 전에 깨어나셨습니다.] 복도를 냉상영을 안내하여 걸어가며 말한다. 늙은 의사 분위기. 지나가던 하녀와 의사들이 인사하고. 앞쪽에 호화철위 두명이 지키는 병실이 있다.

인사하는 호화철위들

의사;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신녀님을 찾으시더군요.] 문을 열고

문 안쪽은 넓은 병실. 하녀와 의사들이 침대에 누군가를 보살피다가 돌아본다

냉상영; [상태는 어떤가요?] 의사를 따라 들어가며

의사; [제때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출혈이 심했습니다.] 침대로 다가가고. 하녀와 의사들 물러서고

의사; [그 때문에 기력이 많이 쇠해진 상태이니 무리하게 하지 마십시오.] 앞을 보고. 침대에 누워있는 염신장. 한쪽 팔이 잘려있어 붕대를 감고 있고 아랫도리는 이불을 덮고 있어서 안보인다. 눈은 감고 있다

냉상영; [주의하지요.] [잠시 자리를 비워주세요.]

의사; [예...] 대답하며 손짓하고

모두 서둘러 병실을 나가고. 늙은 의사가 맨 뒤에서 따라가고

침대 옆의 의자에 앉는 냉상영. 문을 나가며 닫으려는 늙은 의사

탁! 닫히는 문. 이제 병실에는 냉상영과 염신장 둘만 남았고

냉상영; [전서구로 보내신 글 읽었어요.] 손수건으로 염신장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반사적으로 고개 좀 돌려 냉상영의 손길 피하려는 몸짓 보이는 염신장

냉상영; [불이살검...] [황금전장의 사신으로 알려진 불이살검이 정말 청풍이었는가요?] 한숨. 땀 닦아주며 묻고

염신장; [그렇소.] 마지 못해 대답하고

냉상영; [늘 마음속에 불안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더니만...] [결국 청풍이 놈이 절세고수가 되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군요.] 입술 깨물고

염신장; [내가 하는 말... 고깝게 여기지 말고 들어주시오.] 눈을 뜨며 냉상영을 보고

냉상영; [염려 말고 말씀하세요.]

염신장; [신녀문을 해산하고... 우리 모두 은거하는 게 좋소.]

냉상영; [숨자구요?] 놀라고

냉상영; [청풍이 놈의 살수를 피해서?]

염신장; [신녀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믿기 힘들겠지만...] [그놈은 이미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소.]

청풍; (천마 방각의 최후 절기인 저주심인결을 완전히 깨우쳤다면 그렇겠지.)

염신장; [나를 간단히 이런 꼴로 만들었으니... 철신장이든 풍신장이든 청풍이 놈을 만나는 순간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될 거요.]

염신장; [그리고 우리 모두는 동심고로 이어져 있으니 한명만 죽어도 몰살을 당할 수밖에 없고...]

냉상영; [험한 일을 당해서 청풍이를 너무 과대평가하게 된 건 아니구요?] 찡그리고

염신장; [절대... 절대 과대평가가 아니오.] 완강하게 고개 젓고

염신장; [신녀와 우리 사신장을 죽인다면 바로 그놈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소.]

냉상영; [염신장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진지하게 대처를 해야겠군요.]

냉상영; [잘난 아들놈이 독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사악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177>

신녀문의 정문. 성문으로 들어서려던 마차를 신녀문의 무사들이 포위하고 있다. 마차는 물론 청풍과 진상파가 탄 마차, 청풍은 마부석에 고삐를 잡은 채 앉아있고 진상파는 마차 안에 있다. 신녀문을 드나들던 사람들 겁에 질려 피해가고 있고

<틀림없다!> <용모파기와 일치한다!> <저놈이 염신장님을 거세시킨 불이살검이다!> 성문을 지키는 무사들이 청풍을 포위하고 있다. 모두 긴장된 얼굴,

무사1; [불이살검!] [황금전장의 개 주제에 제대로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신녀문에 제 발로 들어오다니...!]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칼로 위협

청풍; (날 전혀 못 알아보는 것을 보면 내가 떠난 후에 신녀문에 들어온 자로군.) + [천안신녀를 만나러 왔다.]

무사1; [으하하하! 신녀님을 만나겠다?] [못 받은 돈이나 받으러 다니는 천한 해결사 따위가 감히?]

한숨 쉬는 청풍

무사1; [개수작 말고 꺼져라!] 이를 갈고

무사1; [설마 혼자서 우리 신녀문 전체와 대적할 수 있다는 망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른 자들도 모두 무기를 뽑아 청풍을 겨누고

청풍; [너희들 자신을 위해서라도 날 막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촤락! 다시 말 고삐를 쳐서 마차를 움직이고

[막아라!] [놈을 성문 안으로 들이면 안된다!] 무사들이 청풍을 공격하려 하고. 그때

[멈춰라!] 성문 안쪽에서 누군가 말하고. 청풍을 공격하려다가 돌아보는 무사들

내총관; [그분에게 무례하면 안된다!] 서둘러 다가오는 내총관. 두 명의 젊은 시녀가 허둥대며 따라오고

[내(內)총관님!] [총관님을 뵙습니다.] 급히 인사하는 무사들

내총관; [정말... 정말 소문주님이셨군요!] 다가오며 눈물 글썽이고.

<소문주?>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불이살검의 우리 신녀문의 소문주라니...?> 무사들 경악하고 당혹하고

내총관; [신녀께서... 오늘쯤 소문주님이 오실 것이라 했는데... 정말 오셨군요.]

청풍; [오랜만이오 내총관!]

청풍; [하지만 나는 신녀문과 인연을 끊은 몸이니 소문주라 부르지 마시오.]

내총관; [알겠어요. 대신 도련님이라 부르는 것은 허락해주세요.] 간절

청풍; [어머니를 뵈러 왔소. 안내해주시오.] 한숨

내총관; [예... 쇤네를 따라오세요.] 말의 고삐를 잡고 돌아서고

내총관; [길을 터라! 신녀님의 아드님께서 돌아오셨다.] 외치며 말의 고삐를 끌고 간다. 탑쪽을 향해서. 오가던 사람들 놀라 급히 피하고

따각 따각 곧 멀어지는 마차

[무... 무슨 일이 이렇게...] [불이살검이 신녀님의 아들이었다니...] 당황하는 무사들

[그것도 모르고 무례하게 굴었으니 후환이 없을지 모르겠어!] [그러게나 말이야.] [소문주님이 대인배처럼 웃어넘기셔야할 텐데...] 걱정하는 무사들

 

#178>

오층탑의 일층, 냉상영이 사람들을 접견하던 장소

그곳으로 들어서는 청풍과 진상파. 청풍이 앞장 서고 비파를 품에 안은 진상파가 따른다. 입구 밖에는 안내해온 내총관이 눈시울을 소매로 닦으면서 문을 닫고 있다.

[청풍아!] 들어서는 청풍의 귀에 들리는 음성

냉상영; [정말... 정말 불이살검이 청풍이 너였구나!] 단상에 놓인 화려한 의자에 무녀 차림으로 앉아있는 냉상영이 일어나려 한다, 얼굴에 얇은 면사를 쓰고 있다. 면사가 얇고 투명해서 얼굴은 확실히 보인다.

단상 아래 좌우에는 무녀 차림인 시녀 두 명이 시립해 있고. 한 여자는 두 개의 술잔이 얹혀진 쟁반을 들고 있고 한 여자는 두루마리가 얹혀진 쟁반을 들고 있다.

청풍: (어머니...) 단상으로 다가가는 청풍의 얼굴이 아주 어두워지고.

그런 그의 뇌리로 떠오르는 삼년전의 일. 분이가 사신장에게 강간당하던 장면과 네 명의 사내와 정사를 벌이며 요염하게 웃던 냉상영의 모습.

청풍의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가고.

진상파; (이 사람, 흥분하고 있어!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꿈쩍하지 않을 사람이...!) 뒹서 따라가며 긴장하고

냉상영; [네가 살아있었구나! 그동안 어미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단상에서 내려오며 청풍을 안으려는 듯 두 팔을 벌리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하지만

청풍의 이마가 찡그려지고.

딸칵! 왼손으로 일본도의 칼집을 잡은 채 엄지 손가락으로 칼막이를 위로 밀어 칼날을 조금 드러내고. 순간

가악! 냉상영의 앞쪽 바닥에서 불꽃이 튀며 긴 선이 그어진다. 다가오다가 급히 멈추는 냉상영

진상파; (무형의 검기!) 감탄하며 보고

냉상영; [청풍아! 왜... 왜 이러는 것이냐?] 다가오지 못하고 멈춰선 채 애절한 표정

청풍; [나는...] 살벌한 표정

청풍; [당신을 다시 보기 전에는 죽을 수가 없었소!]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치솟고

냉상영; [날... 날 죽이고 싶어서?] 처연하게 웃고.

청풍; [당신은 비정(非情)할 뿐만 아니라 부정(不貞)하기까지 하오!] 이를 부득 갈며 노려보고. 그러자

냉상영; [부정?] [호호호! 그게 오랜만에 만난 어미에게 할 말이냐?] 발작적으로 웃고.

청풍; [어미라...] 냉소

청풍;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철이 든 때부터 당신이 정말 나의 친 어머니인지 의심하고 있었소!]

냉상영; [과연! 과연 이무외의 자식이야! 무정(無情)한 것이 너희 이씨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로구나!] 이를 바득. 마녀같이 변해서

냉상영; [내가 널 낳아준 어미고 아니고가 무에 그리 대수냐?] [핏덩이인 널 길러준 게 누구인데!] 악을 쓰고

냉상영; [내 보살핌이 없었으면 넌 살아남지도 못했어!] 고함. 온몸에서 광기가 뿜어지고

청풍; [나를 길러준 은혜는 당신이 날 죽이려 했던 것과 분이에게 한 짓으로 사라지고도 남소!] 마주 노려보며 이를 갈고

냉상영; [호호호! 그래서!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눈에서 광기가 희번덕이고.

청풍; [당신은 정말 내 어머니요?]

냉상영; [아니라면?] 조소.

청풍; [혈채를 받아내야겠지!] 스릉! 일본도를 뽑아들고.

냉상영; [오냐! 능력이 있다면 날 죽여보아라!] 양손을 펼쳐 보이고

청풍; [그럴 작정이오!] 쩍! 일본도를 비스듬히 휘두르고. 그 궤적에 따라 섬광이 내뻗힌다.

냉상영; [독한 놈!] [진심이로구나!] 악을 쓰며 양손을 번쩍 쳐들어 좌우로 벌린다. 손바닥이 청풍을 향하게.

냉상영의 앞쪽 공간이 왜곡된다. 마치 맑은 수면에 동심원이 생기듯. 왜곡된 둥근 공간 때문에 주위 경관도 함께 이지러져 보이고.

청풍이 휘두른 흰 궤적도 왜곡된 공간의 방패에 부딪혀 좌우로 튕겨나간다.

진상파; (막아냈어! 아무도 벗어나지 못하던 저 사람의 검을!) 놀라고. 하지만

다시 진중하게 일본도를 휘두르는 청풍.

냉상영 앞쪽의 왜곡된 공간의 방패에 가해지는 타격.

냉상영; [호호호! 소용없다!] 깔깔.

냉상영; [오행륜의 잡스런 재주로 삼성동의 절기를 상대할 수 있을 것같으냐?] 비웃고. 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검을 종과 횡으로 그어내는 청풍.

왜곡된 공간을 파고드는 투명한 미사일같은 검기들. 이리 저리 굴절되면서도 공간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 경악하여 눈부릅뜨는 냉상영.

뱀이나 용처럼 생긴 투명한 검기 두 가닥이 왜곡된 공간의 방패를 관통하여 안쪽으로 폭사. 포물선을 그리며 냉상영에게 쇄도.

바닥으로도 두더지가 땅을 파듯 검기 두 가닥이 파고들고.

[흑!] 팟! 급히 뒤로 날아오르는 냉상영.

단상과 그 위의 화려한 의자를 박살내는 투명한 검기들. 바닥에도 벌레가 나뭇잎을 파먹어 버린 듯한 자욱들이 생기고.

냉상영; [오냐! 나선유마강기로 죽여주마!] 허공에 뜬 채 양 손을 얼굴 앞에 모은 채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냉상영.

그녀 주위 공간에서 나사못같은 공기의 소용돌이가 십여개 일어나고. 길이가 일미터 이상. 풍신장이 쓰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냉상영; [가랏!] 악을 쓰며 청풍을 가르키는 손길에 따라 일제히 미사일처럼 청풍에게 날아가는 나사목같은 공기의 소용돌이들.

일본도를 앞에 세우고 기합을 넣는 청풍. 청풍과 진상파 앞쪽에 반구형의 방어막이 생긴다. 그 방어막을 강타하는 나사못같은 공기의 미사일들.

청풍의 방어막에 맞아 튕겨나간 나사못같은 공기의 미사일들은 사방의 벽과 탑 안의 기물들을 박살내고.

단상 좌우에 서있던 시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가고.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