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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태산(泰山)> 웅장한 산. 그 산의 어느 웅장한 산봉우리를 등지고 산록에 거대한 장원이 세워져 있다. 장원에서 밖으로 통하는 길은 왕복 십차선 이상 되는데 그 넓은 길을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통행한다.

<-황금전장 본가(本家)> 위 장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장원안의 건물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보고 있다. 장사치들이 황금전장의 직원들과 상담을 하고 있거나 거래를 한다. 상인들이 마차로 실어온 물건들을 황금전장의 직원들이 검수를 하기도 하고.

거대한 창고에 물건들이 재워지기도 하고

 

황금전장의 깊은 곳. 북적대는 앞쪽과 달리 조용하다. 시녀들과 하인들이 조심해서 다니고 있고

어느 화려한 건물. 건물 입구를 남화희와 서금희가 지키고 있다. 두 여자의 모습은 3년전과 변함이 없고

벽세황; [신장궁에 잠입시킨 본장의 밀정(密偵) 황보신이?] 안락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고. 3년전보다 좀 더 나이가 들었는데 건강해 보인다. 물론 겉보기일 뿐이고 곧 죽을 운명이다. 옆에 중토희가 작은 쟁반을 들고 서있다. 쟁반에는 접힌 종이가 한 장 놓여있다. 방안의 다른 곳에서는 동목희와 북수희가 다과를 준비중이고

중토희; [예! 믿을만한 인편을 통해 밀서(密書)를 보내왔사옵니다.] 종이가 얹혀져 있는 쟁반을 내밀고

벽세황; [분실 가능성이 있는 전서구를 쓰지 않고 사람을 통해서 보낸 걸 보면 중요한 내용이겠군.] 왼손의 책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오른손으로는 중토희가 내민 쟁반에서 종이를 집는다

중토희; [상공께서 급히 보셔야할 것같아 쉬시는 걸 방해했사옵니다.] 고개 조금 숙이고. 중토희는 편지를 미리 봤다.

벽세황; [황보신이 신분이 들통 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보낸 밀서란 말이지?] 종이를 펼쳐서 읽으면서 중얼거리다가

움찔! 종이를 든 벽세황의 손이 떨리고. 하지만

벽세황; [흐음...] 표정은 별 변화가 없이 고개만 조금 끄덕이고. 편지를 읽으면서

벽세황; [그렇군! 확실히 황보신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보고할만한 내용이야.] 끄덕이며 종이를 다시 접고.

중토희; [황보신이 보낸 밀서대로라면 진상파는 지금쯤 개봉(開封) 근처의 집을 떠나 외가가 있는 무창을 향해 남하하고 있는 중일 것이옵니다.]

벽세황; [진상파를 잡자?] 화르르! 벽세황의 손에서 종이가 불길에 휩싸이고

중토희; [그게 진무륜의 수중에 들어간 인황경(人皇經)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아닐지요?] 눈치 보면서 말하고

벽세황; [일리는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야.] 손의 재를 털고

중토희; [하오면...] 불길한 예감

벽세황; [신장궁과 척을 지지 않고도 인황경을 확보할 방법이 생각났어.] [그대들에게는 슬픈 일이 되겠지만...] 한숨 쉬며

중토희; (설마 성공은 진상파에게 청혼을...) 무언가를 떠올리며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다과를 준비하던 동목희와 북수희도 움찔! 하며 벽세황을 훔쳐보고

벽세황; [그건 나중 일이고...] [불이(不二)는 지금 어디에 있지?] 모르는 척하며 중토희에게 묻고

중토희; [이(李)공자께서는 수룡채의 악성채무를 회수하기 위해 장강 근처에 계시다는 보고가 있었사옵니다.] 역시 상심한 속내를 감추며 대답하고

벽세황; [수룡채라면 무창에서 그리 멀지 않겠군.] 끄덕

벽세황; [본장의 무창지점으로 전서구를 보내서 불이에게 진상파를 안위를 살펴보라고 전해.]

중토희; [진상파의 안위를 살펴보라 하심은...!] 흠칫! 하고

벽세황; [나 말고도 삼성동의 삼성록을 노리는 자들이 또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중토희; [누군가 진상파를 노릴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눈 반짝

벽세황; [숙녀중의 숙녀라는 소문이 나있는 진상파는 그렇잖아도 한번 보고 싶었어.] 의미심장하게 웃고

벽세황; [이번 기회에 점수를 따두면 여러모로 이득이 있겠지.] 웃는 벽세황의 얼굴

 

#79>

험준한 산. 그 산을 관통하는 길. 그 길을 가고 있는 마차 한 대. 상당히 크고 네 필의 말이 끈다. 산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다. 절대 달려가는 것으로 묘사하면 안되고. 그 마차 주위로 오가는 사람이나 마차는 없다. 오직 마차만 혼자 가고 있고

조금씩 흔들리는 마부석에는 건장한 중년의 마부와 실명자가 앉아있다. 둘 다 죽립을 쓰고 있고

띠리링! 마차 안에서 작게 비파 소리가 들린다

 

마차 내부. 화려하다. 작은 방 같고. 앞쪽을 보는 위치로 안락의자가 놓여있고. 그 안락의자에 기대 누운 진상파가 품에 비파를 안고 현을 건드리고 있다. 진상파는 3년이 흘러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병약한 모습이다. 키는 더 커졌지만 가녀린 몸에는 두터운 망토를 걸치고 있고. 천장을 보면서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이고.

진상파 앞쪽에 놓인 의자에는 경장 차림인 환설이 앉아있다. 환설도 3년 사이에 완전히 성숙한 여자가 되었다. 다른 작품의 환설 캐릭터. 키도 진상파보다 커졌고 글래머가 되었다. 다 죽어가던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차 바닥에 붙박이인 작은 탁자가 놓여있고. 탁자 중앙에 파여진 구멍에는 작은 화로가 들어있다. 환설은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르는 중이다.

차를 다 따르고 진상파를 보는 환설

환설; (나 환설(煥雪)이 소궁주님을 모신 게 어느덧 삼년...) 다 죽어가던 모습으로 신장궁을 찾아갔던 모습을 떠올린다. #19>의 장면. 달구지에 힘없이 누워있고 휠체어에 앉은 진상파가 환설의 손목을 잡고 진맥한다. 그 옆에서 환씨성인 환설의 할아버지가 전전긍긍하는 모습

환설; (하지만 소궁주님이 신장궁 밖으로 출타하신 것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전자를 내려놓고

환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천리가 훨씬 넘는 무창까지 가시려는 것일까?) + [아가씨!] 슥! 찻잔을 앞으로 밀고.

고개를 돌려 환설을 보는 진상파

환설; [날씨가 아직은 차옵니다. 몸을 따듯하게 하시지요.] 차를 권하지만

진상파; [고마워.] 애잔하게 웃고

진상파; [생각나면 마시도록 할게.] 찻잔을 눈으로만 보며 말하고

환설; [예...] 아쉬워하며 차주전자를 다시 화로에 얹어놓고

진상파; (몇 달 후면 내 나이 스무살...)

진상파;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되는 게 몸으로도 느껴진다.) 한숨

진상파; (태음절맥의 음기가 극성에 달하면 내 몸에 남아있던 온기는 일거에 소멸되겠지.) 애잔한 미소

진상파; (그럼 길지 않은 내 인생도 막을 내리게 될 테고...)

진상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겉보기에는 몸도 좋아지고 팔 다리에도 힘이 붙어 혼자 운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상파; (하지만 말 그대로 회광반조(廻光返照)의 현상일 뿐이다.) 소리없이 한숨

진상파; (남아있는 생명력이 한꺼번에 타들어가는 덕분에 몸에 활기가 생긴 것인데...)

진상파; (내막을 아실 리 없는 아버지는 내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오해하시고 기꺼워하신다.) 진무륜을 떠올리고

진상파; (아무리 길게 잡아도 반년...) (그 사이에 태양절맥을 지닌 사내를 만나지 못하면 내가 연명을 할 방도는 없게 된다.)

진상파; (죽기 전에... 어머니의 성묘를 해서 여한은 남기지 말아야겠지.) 애잔하게 웃고

 

다각! 다각! 그 사이에 네 필의 말은 마차를 끌고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앞쪽에 좌우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협로가 나타난다.

실명자; [...] 뭔가 생각하며 앞쪽의 협로를 보고.

츠츠츠!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협로를 덮고 있는 게 보인다. 실명자의 눈에만 보이는 형상이고. 이어

실명자; [이곳의 지명은 무언가?] 옆의 마부에게 묻고. 앞을 보면서. 흠칫! 하며 돌아보는 마부

마부; [이 산의 이름은 천주산(天柱山)이고 저 협로는 십리협(十里峽)이라 합지요.] 실명자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고

실명자; [협로의 길이가 십리라서 십리협인가?]

마부; [그렇습니다요.]

마부; [십리협만 빠져나가면 바로 장강이고... 장강을 건너면 무창은 지척입지요.]

실명자; [십리라...] 찡그리며 생각하다가

마부;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라도...?] 눈치 보며

실명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앞뒤로 인적이 끊겼네.] 흘깃 뒤를 보며 말하고

마부; [그러고 보니...] 표정이 굳어지고

마부; [이 길은 관부에서 관리하는 관도(官途)라 통행이 적지 않아야하는데...] 뒤를 살피면서 긴장하고. 뒤쪽에 인적이 전혀 없다

마부; [아무리 황군(皇軍)과 연왕군(燕王軍)이 멀지 않는 곳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해도 인적이 이렇게 딱 끊긴 건 심상치가 않습니다.] 다시 앞쪽을 살펴보면서 긴장한 표정이 되고. 그러자

실명자; [돌아가는 길은?] 역시 앞을 보며 묻고

마부; [왔던 길로 오십여 리쯤 되돌아가면 멀긴 하지만 천주산을 북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습니다.]

실명자; [오십여 리라...]

마부; [분부만 하시면 지금이라도 마차를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실명자; [그럴 거 없네. 이미 늦었기도 하고...] 한숨

마부; [늦었다는 말씀은?] 긴장

실명자; [어떤 세력이 다른 자들이 통행을 차단했다면 왔던 길 쪽에는 이미 강력한 함정이 구축되어 있을 것이란 말일세.]

마부; [하오면...] 긴장

실명자; [가능한 빨리 십리협을 통과해야겠지.] 고개 돌리고

실명자; [마차가 속도를 낼 걸세. 대비하게나.] 고개 돌려서 마차에 대고 말하고. 마부에게 말하는 게 아니고 진상파와 환설에게 하는 말

 

[!] [!] 마차 안의 진상파와 환설 흠칫! 하고. 직후

 

마부; [이럇!] 촤악! 쥐고 있던 고삐를 세차게 내려친다

히히힝! 히힝! 엉덩이를 고삐에 맞은 말들이 울부짖으면서 맹렬히 앞으로 돌진한다.

 

환설; [조심하세요 아가씨!] 탁자 위의 찻잔과 차 주전자를 잡으며 다급히 외치고. 마차가 앞으로 확 나가는 모습이 되고

진상파;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이 의자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안락의자에 앉은 채 말하고. 실제로 안락의자 아래에는 스프링이 설치되어 있어서 마차가 흔들리는 것과 상관없이 진상파의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환설; (느닷없이 마차를 급박하게 몬다는 건...) 긴장하며 급히 의자 아래에 놓아두었던 칼을 집어든다. 손잡이와 칼집이 아주 고급스러운 칼이다. 도룡보도라는 칼이다.

환설; (무슨 일인가 벌어지려고 한다.) 콱!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환설; (내 목숨은 아가씨로부터 받은 것...) 비파를 안은 채 무언가 생각하는 진상파를 보면서 생각하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가씨를 지켜드려야만 한다.> 결연한 표정이 되는 환설의 얼굴 크로즈 업

 

#80>

두두두!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나있는 길을 맹렬히 달리는 마차. 비록 좌우로 절벽이 높이 치솟아 있지만 그 사이에 난 길은 상당히 넓고 고르다. 그 길을 날 듯이 달리는 네 필의 말들.

마부; (칠리(七里) 가까이 달려왔다.) + [이랴! 이랴!] 연신 말고삐를 내리쳐서 말들을 재촉하면서 생각하고

마부; (조금만 더 가면 십리협을 빠져나갈 수 있다.)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쿵! 약간 휘어진 앞쪽 길에 나무와 바위들이 가득 쌓여 길을 막고 있다. 높이가 10미터쯤이고 거대한 바위들도 섞여있다.

마부; [길... 길이 막혔습니다!] 비명 지르며 고삐를 잡아채려 하고. 그때

실명자; [속도를 늦추지 말게!] 팟! 날아오르고. 죽립을 벗는 자세로

화악! 마차 앞쪽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실명자. 죽립을 뒤로 날리면서

부악! 날아가는 실명자의 양손에서 강력한 진동이 일어나고. 그러자

쾅! 퍼엉!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밀려서 그대로 박살나거나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나무와 바위들

마부; [허억!] 철썩! 촤아! 경악하면서도 연신 말고삐를 후려치고

화악! 콰아! 길이 막혔던 곳에서 허공으로 치솟는 실명자. 양팔을 벌리며 날아오르는 그의 몸을 따라 바위와 나무들도 허공으로 함께 치솟으면서 막혔던 길이 말끔해졌다

마부; (엄청난 양의 장애물을 일거에 날려버리다니...) (가위 인간의 능력이 아니다!) 두두두! 말을 몰아서 그곳을 지나며 허공에 뜬 실명자를 올려다보고

휘익! 길이 막혔던 곳을 지나가는 마차 위로 날아 내리는 실명자. 허공으로 떠올랐던 나무와 바위들이 아래로 떨어지고

콰콰쾅! 쾅! 바닥에 처박히며 굉음을 일으키는 바위와 나무들. 그 배경으로 맹렬히 달려오는 마차. 휘릭! 실명자는 마차 지붕 위에 내려섰고

 

[!] [!] 마차 안에서 흔들리는 환설과 진상파. 안락의자에 앉은 진상파의 몸은 아주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콰콰쾅! 마차 밖에서 연신 굉음이 들리고

환설; (확실히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탁자를 잡은 채 긴장

 

두두두! 달려가는 마차. 그 마차 지붕 위에 우뚝 서서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살피는 실명자. 그 직후

[!] 무언가 느끼는 실명자

고개를 쳐드는 실명자

콰앙! 콰쾅! 폭음과 함께 절벽 위쪽에서 집채만한 바위들이 떨어져 내린다.

떨어져 내리는 바위들 위로 절벽 위에 복면을 한 자들이 바위를 밀고 있는 모습이 언 듯 보이고

마부; [헉!] 마차를 몰며 기겁하며 올려다보고

실명자; [멈추지 말고 달리게!] 바웅! 쳐든 양손으로 진동을 일으키며 마부에게 외치고

마부; [이럇!] 촤아! 전력을 다해 고삐를 내려치고

두두두! 콰콰쾅! 맹렬히 달려가는 마차. 그 위로 떨어지는 집채만한 바위들

바웅! 부욱! 쳐든 실명자의 손이 진동을 일으키고. 그러자

부악! 마차 바로 위로 떨어지던 바위들이 보이지 않는 진동에 퉁겨져서 다시 위로 치솟고

콰쾅! 쾅! 도로 올라가 다른 바위들과 충돌하는 그 바위들

마부; (수만 근은 나감직한 바위들을 공깃돌처럼 튕겨버리고 있다.) + [이랴! 이럇!] 고삐를 연신 내리쳐 말들을 달리게 하면서 곁눈질로 마차 지붕 위의 실명자를 보고

<어쩌면 본궁의 식객인 실명자가 당대의 천하제일인일지도 모르겠다.> 두두두! 콰쾅! 쾅! 바위들끼리 연신 충돌하는 아래쪽으로 달려가는 마차를 배경으로 마부의 생각 나레이션. 실명자는 마차 지붕 위에 선 채로 연신 두 손을 진동해서 바위들을 위로 튕겨 올려 다른 바위들과 부딪히게 하고

콰쾅! 콰앙! 충돌했던 바위들은 다시 떨어져 바닥에 처박히고 그걸 배경으로 네 필이 끄는 마차가 맹렬히 앞으로 달려온다.

마차 앞쪽 백여 미터 정도 쯤이 환하다, 드디어 협곡이 끝나가는 것

마부; (출구다!) 안도

마부; (드디어 십리협도 끝이 보인다!) + [이랴! 이랴!] 철썩! 촤악! 연신 고삐를 내려치고. 헌데 바로 그 직후

콰앙! 마차가 달려가는 앞쪽 좌측의 절벽 꼭대기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절벽 위에 얹혀져 있던 정말 거대한 바위 하단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곳에 대량의 폭약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 바위는 직경이 10미터 길이가 30미터쯤 되는 거대한 크기다

콰드드! 그 바위가 아래로 떨어지려 한다. 하단 부분에서 화약이 폭발해서. 절벽 위에서는 횃불을 든 복면인들이 급히 날아올라 피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자들이 바위 아래 설치한 폭약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

마부; [안... 안돼!] 드드드!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는 거대한 바위를 올려다보며 비명. 바위는 마차가 달려가는 앞쪽으로 미끄러져 내린다.

[!] 실명자의 눈도 부릅떠지고

콰콰쾅! 마침내 거대한 바위가 협곡 전체를 메우며 내려꽂힌다.

마부; [피... 피할 수가 없을 것같습니다.] 마차 앞쪽으로 떨어지는 그 거대한 바위를 보고 비명 지르면서도 고삐를 연신 내려치고

실명자; [내가 막겠네!] 팟! 마차 지붕을 박차고 앞으로 날아가며 외치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콰쾅! 바닥에 거의 처박히는 바위. 지면과 3미터 정도 남았고. 그때

실명자; [크아!] 콰득! 바닥에 내려서며 두 손으로 바위를 떠받히는 실명자.

콰득! 우둑! 두 발이 바닥에 박히고 다리는 좀 굽어진다

마부; (맙소사!) + [이랴! 이럇!] 경악하면서도 고삐를 내려치는 걸 멈추지 않고

멈칫! 실명자가 떠받힌 바위가 멈추고

콰드득! 바위가 내리눌러지며 실명자의 어깨가 바위에 닿고

마부; [대... 대협!] 두두두! 마차를 몰고 오면서 비명. 어깨와 두 손으로 바위를 떠받힌 실명자의 등이 보이고. 거리는 20미터쯤이고

실명자; [크아!] 콰득! 기합 지르며 굽어졌던 두 팔을 위로 펴며 밀어올리고. 콰드드! 바위가 다시 위로 들려지고. 마차는 이제 10여미터까지 다가왔고. 그때

실명자; [후욱!] 숨을 들이쉬었다가

실명자; [크아!] 파앗!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그러자

콰드드! 화악! 거대한 바위를 두 손으로 떠받힌 채 위로 날아오르는 실명자. 슈퍼맨 같다. 단번에 10여미터를 치솟는다. 마차는 바로 뒤에까지 이르렀고

마부; (가공...) + [이럇!] 실명자를 올려다보면서도 고삐를 세차게 내려치고.

<정말 인간의 능력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저 거대한 바위를 밀면서 날아오르다니...>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내려다보는 실명자의 모습 배경으로 마부의 생각 나레이션

두두두! 마차는 단번에 실명자의 발 아래를 통과한다.

마부; [되었습니다!] 거대한 바위 아래로 빠져나오면서 외치고.

마부; [이제 그만 바위를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돌아보며 외치고. 그러자

비틀! 허공에 그때까지 떠있던 실명자의 몸이 비틀하고

콰앙! 짊어지고 있던 바위와 함께 아래로 추락하는 실명자

마부; [대협!] 돌아보며 비명.

콰콰쾅! 바위가 바닥에 처박히면서 엄청난 폭발과 진동과 흙먼지가 일어난다

마부; [안... 안돼!] 그걸 돌아보며 사색이 되면서도 말을 몰아서 협곡을 빠져나오고. 바로 그때

<조심하세요!> 띠링! 비파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생각이 전해져서 눈 부릅뜨는 마부. 마부는 고개를 옆으로 빼서 뒤를 보던 중이고

마부; (소궁주님의 경고!) 생각하며 급히 앞을 보고. 직후

[!] 눈 부릅뜨는 마부

쿵! 계곡 밖에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가 마차 쪽으로 날아오려 하고

마부; [어림없다!] 콰득! 마부석 옆에 달린 레버 하나를 확 당겨 올리고. 그러자

투쾅! 피핑! 마부석 위의 지붕 단면에 수많은 구멍들이 생기면서 그 구멍에서 수십 개의 화살이 앞으로 쏘아진다.

[크악!] [컥!] 퍼퍽! 퍽! 앞에서 덮쳐오던 복면인들이 그 화살에 맞아 죽으며 비명 지르고

퍼퍽! 콰당탕! 몰살당해서 나뒹구는 복면인들

콰드드! 그자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는 마차.

 

[!] [!] 마차 안에서 몸이 흔들리는 환설과 진상파. 진상파는 눈을 감은 채 비파를 낮게 연주하고 있다.

 

두두두! 네필의 말이 끄는 마차는 십리협을 등지고 맹렬히 달려오고. 그 뒤로 마차 바퀴에 깔려 으스러진 시체들이 나뒹굴고.

 

진상파; <적이 노리는 진짜 표적은 우리가 아닐 거예요.> 띠리링! 비파를 켜며 생각을 마부에게 보내고

 

마부; (그러고 보니...) 깨닫는 마부

마부; (십리협의 출구를 지키던 자들 외에는 이 마차를 막아서는 자가 안보인다.) 탁 트인 앞쪽 길을 보며 생각하고. 그때

<적들은 실명자 아저씨를 노리는 것같은데... 무사하신 듯하니 우리는 천주산을 빠져나가는데 집중하도록 해요.> 마부의 뇌리에 비파를 안은 진상파의 모습이 떠오르고

마부; [알겠습니다 아가씨!] 촤락! 철썩! 고삐를 세차게 흔들어 말들의 엉덩이를 때리며 외치고

마부; (소궁주님은 허약해서 무공을 익히지 못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전음입밀(傳音入密) 같은 수단을 쓰실 줄 안다.) 마차를 몰면서 생각하고

마부; (아마 일종의 술법으로 직접 의사를 전하시는 능력을 지니신 듯한데...)

<천기(天機)까지 읽는 분의 말씀이니 실명대협께서 무사하실 것으로 믿고 천주산을 빠져나가는데 집중하자.> 두두두두! 말을 모는 마부의 모습을 배경으로 마부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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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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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장강(長江)> 낮. 넓은 강. 수많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그중 한척의 배. 거대한 화물선이다. 수많은 화물이 실려 있다. 높이가 아주 높지는 않고 길고 넓은 형태의 배. 마치 바지선같다. 헌데

배를 조종하거나 닻을 움직이는 선원들의 눈빛이 살벌하다.

화물선의 갑판에는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두 명의 남녀가 지키고 있다. 둘 다 젊은데 여자는 보디빌더같은 체형에 거뭇한 피부. 바로 다른 작품의 <패소정> 캐릭터다. 남자는 일본 사무라이같은 복장과 모습을 하고 있다. <건곤일척 자료집 제20페이지>에 나오는 사무라이를 차용. 두 사람은 위진천의 심복들인 대륙사령에 속한다.

 

위극겸; [불이살검?] 어둑한 실내.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서 무언가 쓰다가 고개 들며 찡그리고

위진천; [황금전장의 해결사중 한 놈입니다.] 위극겸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서 보고하고

위극겸; [황금전장에 떼인 돈 받으러 다니는 해결사들인 수금사자(收金使者)들이 백명 넘게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만...]

위극겸; [일개 수금사자 주제에 진천이 네 이목을 끌었다면 평범한 놈은 아니겠구나.] 몸을 뒤로 젖히며 붓을 놓고

위진천; [절대 평범한 놈이 아닙니다.]

위진천; [활동을 시작한지는 불과 이년 남짓인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수금에 실패한 적이 없는 자입니다.]

위극겸; [무공이나 수완중 어느 한쪽이 특출나겠군.]

위진천; [둘 다지만... 정확히는 무공이 아주 대단합니다.]

위극겸; [돈놀이 따위나 하는 황금전장에 절세고수를 기를 능력이 있겠느냐?]

위진천;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위진천; [황금전장이 아무래도 우리 대륙상단과 경쟁 관계에 있다 보니 크고 작은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위진천; [지난 이년간 황금전장과의 중요한 대치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심각한 표정

위극겸; [불이살검이라는 놈 때문에?] 찡그리고

위진천; [우리 대륙상단이 고용한 쓸만한 고수들은 불이살검을 만나는 족족 저 세상으로 직행해버렸습니다.]

위극겸; [그래?]

위진천; [그 때문에 대륙상단에는 고수가 부족해졌고...] [근래 들어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황금전장에 압도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극겸; [...] 톡톡! 대답하지 않고 찡그린 채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위진천;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재 중원의 상계를 지배하는 것은 황금전장입니다.] [우리 대륙상단은 더 이상 황금전장의 경쟁자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극겸; [그리 된 주요 원인이 불이살검이라는 놈이다?]

위진천; [더 늦기 전에... 아버지 휘하의 살인상단(殺人商團)을 움직여서라도 불이살검을 제거해야만 합니다.]

위극겸; [진천이 네 뜻은 잘 알겠다.]

위극겸; [하지만 살인상단을 움직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위진천; [아버지의 스승... 번뇌신존 연남천 때문이온지요?] 찡그리며

위극겸; [사부는 지난 십육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와 네 사백(師伯), 사고(師姑)를 추적하고 있다.] 끄덕이고

위극겸; [우리 세 사람을 처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이 삼성동에서 훔쳐갖고 나온 세권의 비급 삼성록(三聖錄)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위진천; [삼성록...] [결국 문제는 삼성록이로군요.]

위극겸; [삼성록을 모두 깨우치면 고금제일인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고개 끄덕이고

위극겸; [삼성록을 모두 손에 넣으면 사부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위진천; [소자가 기필코 나머지 두 권도 찾아내어 아버지에게 바치겠습니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다짐하고

위극겸; [말만이라도 고맙다만...]

위극겸; [살인상단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위극겸; [왜냐하면 사부는 내가 살인상단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표정

위진천; [아버지가 살인상단 출신인 어머니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걸 알고 있겠습니다.] 끄덕이고

위극겸; [그래서 아비는 지금껏 살인상단의 일에도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인데...] 찡그리고

위진천; [대륙상단에서 살인상단에 청부를 한 형식을 취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재차 청을 넣고

위극겸; [살인청부라...] 생각하고

위진천; [황금전장과 경쟁관계인 대륙상단이 불이살검을 제거해달라고 살인상단에 청부를 하는 것은 그다지 의심을 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위극겸; [일 리가 있긴 하다만...] 고민하다가

위극겸; [좋다.] 품속에 손을 넣고

위극겸; [살인상단의 장문영부인 살인책(殺人冊)을 줄 테니 살인상단의 살귀(殺鬼)들을 네가 원하는 대로 부려봐라.] 품에서 다시 꺼내는 것은 끈이 달린 작은 수첩이다. 표지가 검은색인 그 수첩에 달린 끈에는 해골 모양을 한 도장이 달려 있다.

위진천;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그 수첩을 받고

위진천;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위극겸; [아비나 대륙상단의 단주이신 네 조부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재주를 지닌 너이니 살인상단도 믿고 맡길만하다만...] 건네주면서도 미심 쩍고

위극겸; [어떤 경우라도 아비의 사부... 네게는 사조가 되는 번뇌신존의 눈에 띄이면 안된다.]

위진천; [명심하겠습니다.]

위극겸; [불이살검이란 놈이 제 아무리 날고 뛰는 재주를 지녔어도 살인상단의 표적이 된 이상 인생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고...]

위극겸; [신장궁의 일은 어찌 되어 가느냐?]

위진천; [신장궁의 식객 실명자가 뇌(雷)사백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위극겸; [그래?]

위진천; [지금까지는 실명자가 신장궁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서 정체를 밝혀볼 시도를 못했었는데...]

위진천; [닷새 후 실명자가 신장궁을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위극겸; [어떤 일인데 실명자란 자가 신장궁을 나오게 되었느냐?]

위진천; [칠일후가 진상파의 생모의 기일(忌日)입니다.] [그리고 진상파 생모의 무덤은 외가가 있는 무창(武昌)에 있습니다.]

위극겸; [진상파가 어미의 무덤에 성묘(省墓)를 가는 길에 실명자가 호위로 나섰구나!] 눈 번뜩이고

위진천; [진상파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꼭 어미의 무덤에 성묘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위극겸; [그래서 걱정이 된 진무륜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고수인 실명자에게 딸의 경호를 맡겼겠군!] 눈 번뜩

위진천; [마침 살인상단도 제게 맡기셨으니 이번에 확실히 실명자의 정체를 밝혀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렬한 표정

 

#74>

<-신장궁> 저녁 무렵

웅장한 건물. 진무륜의 집무실.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그곳으로 다가오는 황보신. 쟁반에 여러 권의 책과 서류를 들고 있다. 결제 받기 위해 오는 모습. 흠칫! 돌아보는 무사들

[총관님!] 인사하는 무사들

황보신; [궁주님은?] 다가오며 무사들에게 묻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 총관 황보신(皇甫信)>

무사1; [실명자와 면담을 하고 계십니다.] 무사 중 한명이 대답하고

황보신; [실명자가 주모님 성묘 가는 소궁주의 경호 문제로 궁주님을 뵈러 왔겠군.] 건물을 보면서

무사1; [아마 그럴 것입니다.]

무사2; [총관님께서 오셨다고 보고 올리겠습니다.] 돌아서려는데

황보신; [그럴 거 없다.] 저지하고. 돌아보는 무사2

황보신; [오늘 결제하실 장부와 서류 때문에 왔지만 급한 건은 아니다.] [실명자와의 면담이 끝나면 뵈어도 된다.]

무사2; [예...] 다시 돌아서고

황보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천시지청술로 들어봐야겠군.) 징! 생각하는 황보신의 귀가 진동한다.

<이 책은...> 황보신의 귀에 들리는 음성

황보신; (책?) 눈 번뜩

 

#75>

실명자; [내가 기억을 잃기 전부터 지니고 있던 바로 그 책이외다.] 진무륜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책을 한권 밀어주는 실명자. 검은색의 두껍고 낡은 책 표지에는 <人皇經>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실명자; [인간의 몸과 마음에 관한 저술인데 내용이 어지럽고 난삽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소이다.] 책에서 손을 떼고

실명자; [내가 갖고 있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받아주시오.]

진무륜; [큰 변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지킨 것으로 봐선 평범한 책은 아닌 것같소이만...] 책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

실명자; [그래서 궁주에게 드리려는 것이외다.] 진지

실명자; [이번에 무창까지 다녀오는 길에 자칫 분실할 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진무륜; [알겠소이다.] 책을 집어들고

진무륜; [그리 말씀하시니 일단 맡아두긴 하겠소이다.] 책을 두 손으로 들어 표지의 제목을 보면서

진무륜;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 책... 인황경(人皇經)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시오.] [즉시 돌려드릴 테니...] 말하고

 

#76>

[!] 밖에서 듣고 있던 황보신의 눈이 부릅떠지고

황보신; (인... 인황경!) 숨이 턱 멎는 표정이 되고

황보신; (드디어 찾았다! 삼성동의 비전 비급들인 삼성록중 인황경의 소재를...) 꽉! 쟁반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간다

 

#77>

<-녹림(綠林) 삼대세력중 수룡채(水龍寨)> 넓은 강가에 자리한 웅장한 성채. 수적들의 소굴이다. 강변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고. 많은 배들이 드나들기도 한다.

해적같이 생긴 자들이 배에서 짐을 부리고 있고. 여자들과 어린애들도 끌려나오고. 어디선가 노략질을 해온 모습이고

흉악한 인상의 사내들 수십명이 지키는 웅장한 건물

[으하하하!] 갑자기 그 건물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사들과 주변 오가던 남녀들이 돌아보고

[으하하하!] [낄낄낄!] [크크크!] 웃음소리가 가득한 건물 내부. 드넓은 대청인데 한창 잔치가 벌어지던 중이다. 헌데 잔치에 참석한 흉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누군가를 보며 미친 듯이 웃고 있다.

장강수룡; [으하하하!] 상좌에 앉아있는 거구의 사내가 고개를 젖히고 웃는다. 그놈의 좌우에는 거의 벌거벗은 여자 둘이 달라붙어 앞쪽을 흘겨보며 역시 웃고 있고. 이자는 수룡채의 채주인 독안용왕. 금방 죽을 조연이지만 제법 강해보이게 묘사. <건곤일척 자료집 제8페이지>에 나온 도룡도 캐릭터

대청 안에는 수십 명의 흉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잔칫상을 받고 있다. 중앙의 빈 공터에는 벌거벗은 여자들이 춤을 추다가 한쪽으로 몰려서있고 중앙에는 죽립에 망토를 두른 사내가 서있다. 바로 청풍이다. 삼 년전과 달리 키가 크고 건장해졌다. 보통 사람들을 능가하는 훤칠한 체격인데 죽립을 깊이 눌러써서 얼굴은 잘 안보인다. 망토 속에 일본도를 한 자루 차고 있다. 장강수룡을 비롯한 대청 안의 사내들은 청풍을 보며 웃고 있고

웃음 그치며 손을 드는 장강수룡. 그러자

뚝! 모든 웃음소리가 그친다. 모두 장강수룡의 눈치를 보고

장강수룡; [다시 한 번 말해봐라 애송이야.] 흉악한 표정으로 청풍을 노려보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수룡채 채주 장강수룡(長江水龍) 두견충(杜鵑充)>

장강수룡; [뭐? 돈을 내놓으라고?] [다른 곳도 아니고 장강 일대 녹림의 총본산인 수룡채에 달랑 혼자 쳐들어와서?] 어이없다는 표정

대답하지 않은 청풍

장강수룡; [용기는 가상하다만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눈 부라리고

장강수룡; [오늘이 본 채주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네놈은 이미 피곤죽이 되어있을 것이다.] 입구쪽을 보며 말하고.

입구 안쪽에는 흉악한 인상의 사내들 십여명이 칼과 도끼, 언월도등 무기를 든 채 서서 청풍의 등을 노려보고 있다.

장강수룡; [본 채주는 흥겨운 생일잔치를 망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목숨이 아까우면 어서 꺼져라.] 가라고 손짓하는데

청풍; [장강수룡 두견충!] 슥! 망토 속에서 꺼낸 두 손으로 손바닥만한 수첩을 젖혀서 내용을 읽기 시작하고.

청풍; [너는 오 년 전 장강 일대의 녹림 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한 자금으로 칠십만냥을 황금전장으로부터 차용했다.] 수첩을 든 청풍의 왼손 중지에는 큼직한 반지가 끼워져 있다. 반지에는 직경이 일센치쯤 되는 원형의 보석이 박혀 있고. 주요 소품이므로 잘 묘사. 원형의 보석에는 세 겹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장강수룡; [허어...] 어이없는 표정

청풍; [이자는 일 년에 이할, 차용기간은 일 년이지만 다시 일 년은 연장할 수 있다는 계약이었다.] 수첩을 보며 말하고

청풍; [하지만 채무자 두견충은 원금을 갚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까지 이자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수첩을 접고

청풍; [그리하여 오년이 지난 지금 원금에 이자가 누적되어 변제할 금액은 총액 백사십만냥이 되었다.] 죽립 아래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장강수룡을 노려보고

청풍; [황금전장의 수금사자로써 상기의 금액을 즉시 변제할 것을 요구한다.] 수첩을 다시 망토 속에 넣으려 하며 말하고. 그러자

장강수룡; [그 새끼...] 웃고

청풍; [지연 배상금까지 물려야하지만 원금과 밀린 이자만 지불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 수첩을 품속에 완전히 넣고

장강수룡; [말귀를 영 못 알아듣는 놈이로군.] 음산하게 웃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장강수룡; [그런 놈에게 살 자격은 없지.] 슥! 엄지를 아래로 하여 주먹을 비튼다. 로마시대 황제가 패한 검투사나 죄인들을 죽이라고 지시할 때처럼. 그러자

[크왓!] [죽어라!] 부악! 쩍! 입구쪽에 대기하고 있던 장한들이 폭발적인 기세로 청풍을 덮쳐오며 무기를 휘두른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청풍에게 날아드는 무기들. 돌아보지도 않는 청풍

[히익!] [꺄악!] 담이 약한 자들과 여자들 비명. 지르고. 하지만 다음 순간

멈칫! 일제히 몸이 허공에서 경직되는 장한들. 눈에 초점이 사라졌고

[!] [!] 대청 안의 사람들 모두 경악

슥! 청풍이 어느 틈엔지 장한들쪽으로 돌아선 자세로 일본도를 다시 칼집에 꽂고 있는 중이고. 장한들은 그런 청풍의 앞쪽에 스톱 모션이 되어 있다. 다음 순간

푸학! 퍼억! 장한들의 목과 이마에서 피가 뿜어지고

퍼억! 퍽! 따당! 땅! 장한들의 시체와 무기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저... 저런...] [헉!] [꺄악!] [말... 말도 안되는 쾌검...] [손... 손을 쓰는 게 보이지도 않다니...] 사내들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자들은 비명 지르고

[!] 장강수룡도 두 손으로 상을 움켜잡은 채 눈 부릅. 그자에게 붙어있던 벌거벗은 년들도 사색이 되어 떨고 있고

청풍; [미리 경고 하는 걸 까먹었군.] 철컥! 일본도를 완전히 칼집에 꽂으며 말하면서 다시 장강수룡 쪽으로 돌아서고

청풍; [맞서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는 것이 나의 일하는 방침이다.] 음산하게 웃으며 말하고. 순간

[불이살검(不二殺劍)!] 하객들 중 한 놈이 공포에 질린 비명 지르고. 그러자

[그... 그러고 보니...] [저자는 사람을 죽이는 데 두 번 검을 쓰지 않는다는 황금전장의 살인귀 불이살검이었다!] [꺄악!] [엄마야!] 와당탕! 쿠당탕! 모든 하객들 공포에 질려 벽쪽으로 물러서고. 그 바람에 의자와 탁자들이 마구 나뒹굴고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장강수룡; (불... 불이살검!) 역시 공포에 질리고

장강수룡; (맞선 자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저 괴물이 직접 찾아올 줄이야!) 덜덜! 탁자를 움켜쥔 손이 떨리고

청풍; [수금하러 다니느라 바쁜 몸이다.] 그런 장강수룡을 보며 말하고

움찔! 하는 장강수룡

청풍; [빌린 원금과 이자를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 빨리 말해라.]

장강수룡; [그... 그게...] 비지땀을 흘리고. 그러다가

곁눈질로 주변의 사람들을 보는 장강수룡. 모든 사람들이 장강수룡을 주시하고 있다.

장강수룡; (지랄...) 이를 갈고

장강수룡; (싸워보지도 않고 협박에 굴복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내 명성은 일거에 무너져 버린다.)

<그럼 호시탐탐 내 자리를 노려온 놈들이 기회다 싶어 이빨을 드러낼 테고...>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야릇한 표정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강수룡을 보는 자들을 배경으로 장강수룡의 생각 나레이션

장강수룡; (물러설 길은 없다!) 빠직! 탁자를 움켜쥔 장강수룡의 양손이 강철처럼 변하고

장강수룡; [내 대답은...] 슥! 비지땀을 흘리며 일어나고

장강수룡; [염라전에 가서 기다렸다가 들어라!] 크아! 화악! 악을 쓰며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청풍을 공격해온다. 그자의 양손이 강철같이 변했고 손톱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돋아나있다.

[용조공(龍爪功)!] [채주가 소림사 칠십이절기 중의 용조공을 배웠다는 게 사실이로구나!] 사람들 흥분과 경악

장강수룡; [크아!] 부악! 쩍! 강철같이 변한 양손으로 청풍을 마구 난도질하는 장강수룡. 몸을 웅크린 채 허공에서 아래로 덮치는 자세. 하지만

슥! 청풍은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뒤로 밀려나 그자의 공격을 피하고

파카캉! 카카캉! 장강수룡의 양손에서 일어난 날카로운 섬광들이 청풍이 있던 바닥을 마구 가르며 불꽃을 튀긴다.

슥! 망토가 조금 갈라진 채 멈춰서는 청풍

장강수룡; [미꾸라지 같은 놈!] 팟! 웅크린 자세로 바닥에 내려서며 그런 청풍을 보고. 양손은 강철같은 손톱을 그어낸 자세고

장강수룡;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 [!] 말하다가 눈 부릅

쿵! 이미 그자의 목을 궤뚫고 있는 청풍의 일본도.

[헉!] [저... 저런...] [언제 또 발도(拔刀)를...] 경악하는 사람들

청풍; [살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주었다.] 일본도를 내민 자세로 죽립 아래에서 음산하게 눈을 번득이고

[끄윽...] 목이 궤뚫려서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장강수룡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청풍; [그러니 아무쪼록 날 원망하진 마라.] 촤악! 말하면서 일본도를 아래로 죽 그어 내리고. 그러자

청풍의 일본도는 그자의 목을 따라 내려와 가슴과 배를 가른 후에 빠져 나온다

푸학! 갈라진 장강수룡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허억!] [히익!] 모든 사람들 공포에 떨고

쿵! 무릎을 꿇는 장강수룡

와락! 갈라진 장강수룡의 배에서 창자가 바닥에 쏟아지고

장강수룡; [끄윽...] 갈라진 배를 끌어안고 눈이 돌아가다가

퍼억! 앞으로 엎어지는 장강수룡의 몸뚱이

자신의 배에서 쏟아진 창자를 깔아뭉개고 핏속에 엎어져 벌벌 떨고 있는 장강수룡의 시체. 끔찍한 모습

청풍; [부(副)채주가 누구냐?] 팟! 칼을 흔들어 피를 떨쳐내며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 그러다가

흑수독교; [노... 노부 흑수독교(黑手毒蛟)가 수룡채의 부채주를 맡고 있소.] 노인 한명이 겁에 질려 앞으로 나온다. <건곤일척 자료집 제8페이지>에 나온 독안흑표 캐릭터에서 안대를 제거한 모습으로 묘사

청풍; [어느 조직이든 우두머리의 부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법!] [그리고 돈을 받아 내야하는 본장의 입장에서는 수룡채가 와해되는 걸 원치 않는다.]

청풍; [열흘 내로 백사십만냥을 가까운 본장의 분점에 변제하라.] [그리하면 본장은 수룡채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다.]

흑수독교; [최... 최선을 다해 변제하도록 하겠소이다.] 안도하고

청풍; [행여나 부채주가 본장에서 빌린 돈을 변제하는 일에 훼방을 놓는 자가 있다면...] 스윽! 장내를 둘러보고

사람들 겁에 질려 시선을 피하고

청풍; [그자는 반드시 나를 보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말하며 홱 돌아선다

흑수독교; [살... 살펴가시오 대협!] 포권하고

대답하지 않고 대청 입구를 통해 나가는 청풍.

흑수독교; (땡 잡았다!) 안도하며 억지로 웃음 참고

흑수독교; (황금전장이 내 뒤를 봐주기로 약속한 셈이니 감히 내게 거역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둘러보고. 그러자 사람들은 흑수독교의 시선도 피하고

흑수독교; (고맙소 채주,) 발치에 널부러져 있는 장강수룡의 시체를 보고

<채주가 객기를 부려 불이살검에 맞서준 덕분에 수룡채가 나 흑수독교의 수중으로 굴러들어왔으니...> 독안용왕의 시체를 배경으로 흑수독교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서있는 하객들 뒤쪽 자리에 유일하게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곱추. 바로 번뇌신존이 종으로 삼은 심마니 타노

타노; (불이살검!) 사람들 틈으로 청풍이 건물을 나가 멀어지는 걸 보고

타노; (드디어 찾았다.) 음산하게 웃는 타노

타노; (주군의 분부를 조속히 이행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긴 하다만...) 좀 겁을 먹은 표정이 되고

<소문 이상의 고수였다. 어떻게 손을 썼는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으니...> 대청을 나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타노의 생각 나레이션. 대청 밖을 지키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청풍의 앞에서 길을 터주고 있고.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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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북경(北京)> 평원지대에 세워진 거대한 도시. 지금의 북경과 비슷

<-구문제독부(九門提督府)> 웅장한 장원. 높이가 5미터가 넘는 문과 담장으로 에워싸인 장원이다. 담장의 길이는 아주 길어서 거리의 한 구획을 다 차지하고 있다.

활짝 열려있는 웅장한 장원의 정문을 지키는 것은 중무장한 군사들이다. 평범한 장원이 아니라 군 사령부같은 분위기.

활짝 열린 정면 안쪽은 넓은 마당인데 군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기도 하고 대오를 지어 지나가기도 하고. 말들도 여러필 준비되어 있다. 웅장한 정문의 처마에는 <九門提督府>라는 거대한 현판이 걸려있다.

구문제독부 내의 웅장한 대청. 역시 군사들이 지키고 있고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턱! 누군가의 손이 탁자에 원형의 방패를 내려놓는다. 캡틴 아메리카의 비브라늄 방패같은 모양인데 크기가 좀 작고 문양이 아리랑 문양이 새겨져 있다. 크기는 직경이 30-40센티 정도로 가슴 속에 넣어 갑옷 대신 쓸 수 있는 정도다. 물론 던지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이 방패의 이름은 천반둔. 어떤 힘이든 반사시키는 능력이 있다.

독고무적; [진인(眞人)께서 사존 패극천을 상대할 때 제법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천반둔에서 손을 떼는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인데 건장하고 잘 생겼다. 수염도 길고 풍채가 아주 당당하다. 구문제독이며 설지의 아버지인 독고무적이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구문제독(九門提督) 독고무적(獨孤無敵)>

삼비검조; [제독! 이 방패는 혹시...] 독고무적과 마주 앉아서 놀라며 방패에 손을 대고. 삼비검조의 뒤에는 설지가 공손한 자세로 서있다.

독고무적; [무림칠보(武林七寶)중의 천반둔(天返遁)입니다.] 미소 지으며 고개 끄덕이고

독고무적; [운 좋게 소생의 손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는 바,] [실험을 해봤더니 세상에 전해지는 대로 어떤 힘이든 고스란히 되돌려 보내는 위력을 보였습니다.]

삼비검조; [천반둔이 방어력으로는 우내최강의 보물이긴 하지.] 끄덕이며 천반둔을 집어들고

독고무적; [사존 패극천이 연마하고 있다는 번뇌인의 위력이 어떨지는 상상할 수 없으나 천반둔으로 능히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삼비검조; [그렇긴 하네만...] [너무도 귀한 물건이라 받기가 난감하구먼.] 말하면서도 천반둔을 이리저리 살피고

독고무적; [사존 패극천은 황실의 안위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흉사(凶邪)입니다.] [진인께서 그자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시는데 마땅히 저희도 조력을 해야지요.]

독고무적; [게다가 진인께서는 소생의 미욱한 딸년을 제자로 삼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삼비검조 뒤에 서있는 설지를 보며 말하고. 설지는 좀 수줍어하고

독고무적; [진인께서 황실과 소생을 위해 베푸시는 은혜에 비하면 천반둔도 그리 대단한 선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삼비검조; [염치없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천반둔은 받도록 하겠네.]

삼비검조; [다행히 사존 패극천을 없이하는데 성공한다면 천반둔은 설지에게 물려주도록 함세.] 자기 뒤에 서있는 설지를 돌아보고

독고무적; [천반둔은 이미 소생의 손을 떠난 물건이니 그 처리는 진인께서 임의로 하셔도 되겠습니다.] 끄덕이며 웃고. 그때

쪽문을 통해 대청 안으로 들어서는 침독. 이때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 정도. 두손으로 쟁반을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주먹만한 구슬이 들어있는 주머니 하나가 얹혀져 있다.

[!] 무언가 느끼고 침독을 돌아보는 삼비검조. 설지도 돌아보고

침독; [제독각하!] [분부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다가와서 공손히 쟁반을 내미는 침독

독고무적; [수고했네 침(沈) 주부(主簿;재무 담당자의 호칭)!] 대답하며 쟁반에 얹혀진 주머니를 집어들고

침독;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시면 불러주십시오.] 고개 숙이고. 이어

돌아서서 다시 쪽문 쪽으로 가는 침독. 그러면서

약간 입가로 미소 지으며 곁눈질로 뒤쪽의 삼비검조를 본다. 삼비검조는 뭔가 생각하며 침독을 보고 있고

독고무적; [이것도 가져가십시오.] 슥!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삼비검조에게 밀어주고

침독에게서 시선 떼며 주머니를 보는 삼비검조. 그 사이에 침독은 쪽문으로 나가고 있고

독고무적; [위험한 물건이라 외진 곳에 따로 보관해두고 있던 것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삼비검조 앞으로 밀어준 주머니에서 손을 떼며 말하고

삼비검조; [화약 냄새가 나는군.] 코를 약간 쳐들고

삼비검조; [화탄(火彈)인가?] 주머니를 보면서

독고무적; [진천뢰(震天雷)라고... 군기감(軍器監)에서 왜구들을 섬멸할 목적으로 만든 강력한 화탄입니다.] 끄덕

독고무적; [단 한 알로 열관(38키로)의 화약에 필적하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니 사존 패극천을 상대하는데 제법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삼비검조; [사용법은?]

독고무적; [안전을 위해서 겉부분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껍질을 깨트리시면 됩니다.] [그리하면 화약이 공기와 반응하면서 세 호흡 안쪽에 폭발이 일어날 것입니다.]

삼비검조; [무림인이 되어 화탄을 쓴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네만...] 슥! 화탄이 든 주머니를 집어 들고

삼비검조;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화탄이라도 써서 제거해야겠지.] [잘 쓰겠네.] 슥! 집어든 주머니를 소매 속에 넣는다

독고무적;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그때

삼비검조; <진천뢰를 가져온 자는 누구인가? 지난번에 들렀을 때만 해도 제독 집안에 없었던 인물인 것같은데...> 입을 다문 채 전음으로 묻고

독고무적; (갑자기 전음입밀(傳音入密;내공을 써서 소리 내지 않고 의사를 주고받는 방법)을 쓰시다니...) + <소생의 집안에서 재무(財務)를 담당하고 있는 침독(沈獨)이란 자입니다.>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고

삼비검조; <침독...> 살짝 찡그리고

설지; (두 분이 돌연 대화를 육성(肉聲)에서 전음입밀로 전환하셨다.) 눈 반짝

설지; (제자이며 딸인 나도 들으면 안되는 은밀한 얘기가 있으신 건가?) 약간 서운한 표정

독고무적; <침주부에 대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신지요?> 삼비검조의 표정 살피며 전음으로 묻고

삼비검조; <침독이란 자... 무공을 익힌 것같진 않군.> 침독이 나간 쪽문 쪽을 보고. 문은 닫혀있다.

독고무적; <여러 번 과거에 실패한 낙척(落拓)한 서생 출신입니다.> 끄덕

독고무적; <설지 어미의 먼 친척뻘인데... 학식과 인품에 비해 운이 없었지요.>

독고무적; <두고 보기에 안되어 출납(出納)을 맡겨보았더니 일 처리가 성실하고 꼼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제독부의 주부 일을 전담시켜온 게 어느덧 일년이 넘었습니다.>

삼비검조; <일년 넘게 곁에 두고 보았다면 깊은 속내까지 알겠구먼.>

독고무적; <소생이 믿는 복심(腹心)들 중 한명입니다.> 끄덕이며 삼비검조의 안색 살피고

삼비검조; <그럼 되었네. 평범한 인물이 아닌 듯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이니 잊어버리도록 하게.>

독고무적; [예...] 육성으로 대답하면서도 좀 미심쩍은 표정으로 삼비검조의 얼굴을 살피고

삼비검조; (분명 침독이란 자에게서는 무공을 익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었다.) 침독을 떠올리며 약간 이마를 찡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자에게는 노도를 불편하게 만드는 뭔가가 느껴졌었다. 이제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음산한 기운이...> 대청 내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비검조의 생각

 

#58>

대청에서 나오는 삼비검조와 독고무적. 얘기를 나누며 나란히 나오고 설지가 두 사람의 뒤를 따라나온다. 삼비검조는 왼손에 천반둔을 들고 있다. 주변을 지나던 구문제독부의 남녀들이 인사한다.

독고무적; [진인께서 실로 오랜만에 들르셨는데 대접이 너무 소홀했습니다.]

삼비검조; [화염산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지체할 수가 없구먼.]

삼비검조; [이번에 못다 푼 회포는 사존 패극천을 제거하고 돌아와서 풀도록 하세.]

독고무적; [좋은 술을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포권하고

삼비검조; [사부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심의검결(心意劍訣)의 수련에 매진하도록 해라.] 설지에게 말하고

설지; [예 사부님!] 공손히 대답하고

삼비검조; [그리고 특별히....] 말하다가 멈춘다.

삼비검조의 머리에 떠오르는 침독의 모습

<무슨 말씀을 하시려다가 멈추신 걸까?> 흠칫! 하며 삼비검조의 말을 기다리는 설지와 독고무적. 하지만

삼비검조; [아니다!] 돌아서고

삼비검조; [늦어도 한달 안에 이번 일의 성패(成敗)가 알게 될 테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진 말거라.] 팟! 말하며 날아오르고

설지; [부디 보중(保重)하세요 사부님.] 허리 숙이고 + 독고무적; [무운을 빌겠습니다 진인!] 포권하고

휘익! 천반둔을 들어 보이며 멀리 날아가는 삼비검조. 새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설지와 독고무적 주변을 지나던 구문제독부의 사람들도 놀라서 보고

설지; (마지막에 내게 뭔가를 지시하시려고 했는데...) 새처럼 날아서 멀리 사라지는 삼비검조의 모습을 보며 갸웃하고.

설지; (대체 무엇이 사부님의 심기를 어지럽게 만든 것일까?) 찡그리며 생각하는 설지. 독고무적도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서서 삼비검조가 멀리 날아가 점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헌데

 

[...] 대청에서 좀 떨어진 건물의 그늘에 서서 역시 멀어지는 삼비검조를 보고 있는 침독

침독; (귀신같은 늙은이...) 히죽! 웃고

침독; (폐문절호대법(廢門絶戶大法)을 써서 무공을 익힌 사실을 완벽하게 감추었다고 생각했건만 뭔가 눈치를 챈 기색이었다.)

침독; (다행히 저 말코가 사존 패극천을 제거하는 일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서 속여 넘길 수가 있었다. 그리고....)

침독;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삼비말코는 패극천을 제거하기는커녕 화염산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음산하게 웃고

침독; (지금의 내 실력으로 전력을 기울이면 삼비말코를 죽이지 못할 것도 없지만 꺼려지는 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침독; (그런 삼비말코가 알아서 죽을 곳을 찾아 갔으니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 생각하며 대청 쪽을 보고

대청 입구에서는 독고무적과 설지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고

침독; (독고무적....!)

<황실을 장악하려면 군권(軍權)을 쥐고 있는 구문제독부의 주인인 저자의 신분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설지에게 뭔가를 말하는 독고무적의 모습 배겨으로 침독의 생각

침독; (나의 뛰어난 안목과 능력으로 일년 넘게 독고무적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해왔으니 준비는 완벽하다.)

침독; (드디어 본격적으로 나 침독의 야심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이다.) 음산하게 웃는 침독의 모습 크로즈 업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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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삼년후(三年後)> 신녀문의 모습. 규모가 전보다 더 커졌고 수많은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신녀문을 드나든다.

<-신녀문> 정문의 모습. 수십명의 무사들이 사람들과 우마차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그 때문에 정문 근처에 사람과 우마차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신녀문 무사들은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길을 막지 못하게 길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험악하고 엄한 표정들

[무슨 일이오?] [어째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거요?] 길가로 물러선 상인 차림의 젊은 사내들이 신녀문 정문쪽을 기웃거리며 근처의 나이 든 상인에게 묻고

늙은 상인; [나도 잘은 모르네만...] 신녀문 안쪽을 기웃거리며

늙은 상인; [분위기를 보아하니 신녀문의 정예들이 출정(出征)하려는 모양일세.]

[출정?] [무황성과의 접전(接戰) 지역으로 원군을 보낸다는 말씀이시오?] 젊은 상인들이 늙은 상인들에게 물을 때

늙은 상인; [나오기 시작했네!] 신녀문 안쪽을 가리키며 말하고. 젊은 상인들도 늙은 상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직후

두두두! 정문을 통해 달려 나오는 수백명의 인물들. 선두에는 말을 탄 염신장과 냉신장이 달려 나오고 그 뒤를 중장갑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사열 종대로 열을 맞춰서 달려 나온다. 금속제의 투구와 상체를 가리는 금속제 갑옷을 걸쳤으며 칼과 검뿐 아니라 도끼와 망치같은 중무기로 무장한 무사들이다. 모두 체격이 커서 미식축구선수들 같다. 황금전장의 무사들과 차림새가 비슷하다. 실제로 양쪽의 투구와 갑옷은 모두 신장궁에서 만든 것이다

쿵! 쿵! 쿵! 지축을 흔들며 대오를 맞춰서 달려 나오는 중장갑 무사들

늙은 상인; [염신장과 냉신장이 동시에 출정하는 걸 보니 곧 경천동지할 격전이 벌어지겠군.] 다가오는 염신장과 냉신장을 보며 말하고

두두두! 점점 빨리 달리는 말을 타고 늙은 상인이 있는 앞쪽을 지나치는 염신장과 냉신장. 이어

쿵! 쿵! 네명씩 대오를 이룬 중장갑 무사들이 늙은 상인 앞을 지나간다. 중장갑 무사들의 키는 대부분 2미터가 넘는다.

젊은 상인1; [엄... 엄청난 덩치들이로구만!] 겁에 질려 동료에게 속삭이고

젊은 상인2; [덩치도 덩치지만 무장하고 있는 투구와 갑옷들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아.] 역시 겁에 질려 말하고

늙은 상인; [신녀문의 정예들인 호화철위(護花鐵衛)들일세.]

젊은 상인1; [호화철위?] [꽃을 지키는 강철같은 위사?]

늙은 상인; [이름 그대로 천안신녀의 경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호위무사들이라네.] 고개 끄덕이며 중장갑 무사들을 보고

<호화철위들은 철포삼(鐵袍衫)이나 금종조(金鐘槽)같은 외공(外功)을 익힌 데다가 신장궁에서 만든 최강의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불사신이나 다름없다는군.> 중장갑 무사들 배경으로 늙은 상인의 말

젊은 상인2; [나도 들은 적이 있소.] 끄덕

젊은 상인2; [호화철위들은 개개인이 구대문파 장로에 필적하는 고수들이라던가?] 앞을 지나는 중장갑 무사들을 보며

늙은 상인; [신녀문이 전체 전력에서 배 이상 강한 무황성과 맞서면서도 호각을 이룰 수 있는 원인이지.] 끄덕

 

<강남의 무황성과 강북의 신녀문은 지난 삼년간 맹렬히 세력을 확장해서 다른 모든 무림 세력들을 압도해버렸다.> 철신장이 이끄는 호화철위들과 금면무황이 이끄는 화려한 복장의 무사들이 벌판에서 격돌하고 있고

<소림사를 제외하고는 남북쌍패(南北雙覇)라 불리는 무황성과 신녀문의 행사에 딴지를 걸 수 있는 무림세력은 전무해졌다.> 철신장의 강력한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는 금면무황의 모습

<막강한 재력을 지닌 황금전장과 대륙상단, 그리고 각종 신병이기를 만들어내는 재주를 지닌 신장궁만이 남북쌍패의 폭압(暴壓)을 견디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黃金錢莊>이라는 깃발 아래 뒷짐 짚고 서있는 냉혈전호와 <大陸商團>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대청 안에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는 위태무, 그리고 대장간에서 검을 살피고 있는 작업복 차림의 진무륜의 모습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무황성이 신녀문을 압도하고 있다. 거느리고 있는 무사들의 숫자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은 무황성이 신녀문을 배 이상 능가하기 때문이다.> 광장에 도열한 수없이 많아 보이는 무사들의 모습. 단상 근처에 <武皇城>이라는 커다란 깃발이 펄럭인다. 단상에는 금면무황이 서서 무어라 연설을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황성은 신녀문을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신녀문에 사신장이라는 절세고수들과 함께 천여명에 당하는 호화철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신장이 서있고 그 뒤에 호화철위들이 도열한 모습

<무황성이 승기를 잡고 있는 접전 지역이라도 사신장이 거느린 호화철위들이 출동하면 단번에 역전이 이루어지는 일이 거듭되어 온 것이다.> 호화철위들이 무황성의 무사들을 도륙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늙은 상인; [최근 무황성이 호북성(湖北省)이 일대에 전력을 집중해서 강북으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네.]

늙은 상인; [그래서 천안신녀께서 두명의 신장과 수백명의 호화철위를 호북성으로 보내는 것같으이.]

젊은 상인1; [언듯 봐도 오백명이 넘는 호화철위들이 동원되었으니 호북성의 전세도 조만간 뒤집어지겠소.]

늙은 상인; [천안신녀께서는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을 갖고 계시지 않는가?] 고개 들어 멀리 담장 너머의 오층 탑을 보고

늙은 상인; [결국 무황성은 신녀문에게 패해 소멸될 운명일 게야.] 존경의 표정. 젊은 상인들고 끄덕이고

 

#71>

늙은 상인 일행이 보고 있는 신녀문의 오층 탑. 천마장경각이 있던 자리는 평지가 되어 있다. 잡초만 무성하고

오층탑의 창가. 창문이 열려 있고. 창가에는 냉상영이 서서 멀리 멀어지고 있는 호화철위들을 보고 있다

냉상영; [...] 찡그리며 뭔가를 생각하고. 그때

그긍! 뒤쪽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철신장이 들어온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는 냉상영

철신장; [다녀왔소.] 다가오고

철신장; [염신장과 냉신장을 보냈으니 호북성은 다시 우리 신녀문의 세력권으로 들어올 거요.] 다가오며 말하고

냉상영; [수고했어요.] 대충 말하며 돌아서고

냉상영; [무황성과의 분쟁은 네분께 일임할 테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말하며 침대 옆에 놓인 탁자로 가고. 탁자에는 차와 다과가 차려져 있고 의자도 두 개 놓여있다.

철신장; [우릴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다가오다가 멈춰서고

철신장; [과연 우리가 줄을 잘 선 것인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가 없군.] 탁자 앞의 의자에 앉는 냉상영을 보면서

냉상영; [저의 선견의 능력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짜증

철신장; [의심하는 게 아니고...] 한숨 쉬며 다가오고

철신장; [현재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서 하는 말이네.] 탁자를 사l에 두고 냉상영 맞은 편의 의자에 앉고

[...] 찡그리며 대답하지 않는 냉상영

철신장; [연왕 주체가 정난(靖難)의 기치를 내걸고 조카인 건문제에게 반란을 일으킨 게 어느덧 삼년 째 아닌가?] 심각한 표정. 그 앞쪽에서 차주전자를 드는 냉상영

철신장; [처음에는 제법 기세를 올리기도 했지만...] [워낙 군세의 차이가 나서 그후로는 수세에 몰려 있어.] 쪼르르! 말하는 철신장 앞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는 냉상영. 하지만 철신장은 찻잔은 거들떠 보지 않고

철신장; [지금은 자신의 근거지인 하북성(河北省)과 섬서성(陝西省) 정도에서만 겨우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일세.]

철신장; [그리고 우리 신녀문은 그대의 주장대로 연왕측에 섰지.] [반면 강남을 기반으로 하는 무황성은 건문제를 지지하고 있고...] 그 말을 들으며 자기 앞의 찻잔에도 차를 따르는 냉상영

철신장; [건문제측에서는 지금은 완전히 반란을 진압하지 못한 상황이라 우리 신녀문을 놔두고 있지만...]

철신장; [연왕을 쓰러트리면 반드시 죄를 물으려 할 걸세.] 자기 앞의 찻잔에 차를 다 따르고 차주전자를 거두는 냉상영을 보고

철신장; [무황성과의 쟁패에서 이겨봐야 소용없는 이유야.] 차주전자를 내려놓은 냉상영에게 말하고

철신장;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건문제측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는 게 후환을 없이하는 방법 아니겠는가?]

냉상영; [그만하세요.] 손들어 철신장의 말을 막고

냉상영; [이번 <정난의 역(役)>에서 결국 승리하는 건 연왕 주체예요.] 두손으로 찻잔을 집어들면서

냉상영; [그리 아시고 연왕에게 책 잡힐 일은 일체 하지 마세요.] 차를 조금 마시면서 말하고

철신장; [그리 확신하는 이유를 들어보세.]

냉상영; [기량(器量)의 차이가 너무나도 현격(懸隔)하기 때문이에요.] 찻잔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철신장; [기량의 차이?]

냉상영; [연왕은 모든 전투를 직접 관장하고 있어요.] [전국(全局)을 보는 안목도 탁월하고 수하들의 신뢰와 충성을 확실하게 받고 있어요.] 찻잔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고

냉상영; [반면 건문제는 안락한 황궁에 들어앉은 채 사사건건 전쟁에 개입해오고 있어요.] 냉소하고

냉상영; [건문제 휘하의 장수들은 아무리 잘 싸웠어도 한번만 실패하면 중죄에 처해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차를 마시면서

냉상영; [이미 스무명 가까운 장군이 처형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루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실 거예요.] 찻잔을 입에서 떼고

냉상영; [이런 상황에서 어느 장군이 모험을 하려 들겠어요?] 냉소하며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냉상영; [결국 현상유지에 골몰하게 될 테고...] [덕분에 연왕은 반전의 계기를 잡게 될 게 확실해요.] 두손으로 찻잔을 쥔 채

철신장; [물론 건문제가 자질로는 숙부인 연왕에게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건 알고 있네.] 한숨 쉬고

철신장; [하지만 연왕측과 건문제측은 그 전력이 워낙 차이가 나서...] + 냉상영; [의혹이 생기더라도 제 말을 믿으세요.] 철신장의 말을 끊고

냉상영; [연왕은 반드시 이겨서 다음 대 황제가 될 거에요.] 단호하게 말하고

냉상영; [그럼 무황성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견제해준 우리 신녀문의 공을 잊지 않겠지요.] 냉소하고

철신장; [알겠네.] 한숨

철신장; [신녀의 생각이 그렇게 확실하다니 우리 형제들도 신녀와 생사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함세.]

냉상영; [고마워요.] 고개 조금 숙이고

냉상영; [무황성 건은 그렇고...] [제가 따로 부탁드린 사안은 어찌 되어 가는가요?] 다시 찻잔을 들고

철신장; [청풍의 행적에 대해서는...] 난감

철신장; [여전히 성과가 없네. 면목이 없으이...] 차를 마시는 냉상영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냉상영; [청풍이가 삼 년 전에 죽지 않는 건 분명해요.] 찻잔을 입에서 떼고

냉상영; [그리고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어디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거예요.] 눈 번뜩이며

철신장;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건데...] 찡그리고

냉상영; [날 증오하는 청풍이가 본명을 쓰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냉상영; [지난 삼년 사이에 근본이 없거나 그 배경이 알려진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자가 있는가요?]

철신장; [근본이 없거나 배경이 알려진 바가 없으면서도 뛰어난 자라...] 생각하다가

철신장; [신녀가 말한 그 조건에 부합하는 놈이 하나 있긴 하군.]

냉상영; [그래요?] 찻잔을 내려놓으며 눈 반짝

냉상영; [그자가 누구인가요?] 찻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철신장; [불이살검(不二殺劍)이라는 자가 있네.]

냉상영; [불이살검?] [특이한 이름이군요.] 찡그리고

철신장; [<검으로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둘도 없다.> 또는 <사람을 죽이는 데 두 번 검을 쓰는 일이 없다.> 는 뜻의 별호일세.]

철신장; [그만큼 검법으로 가공하고 치명적인 실력을 지닌 놈이야.] [그놈과 시비가 붙어서 목숨을 부지한 자는 단 한명도 없다고 알려졌으니까.]

냉상영; [그자... 불이살검은 어떤 자인가요?] 흥분하여 묻고

철신장; [황금전장의 해결사야.]

냉상영; [해결사?]

철신장; [돈이 많기로는 천하제일인 황금전장이지만 악성채권(惡性債券)도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네.]

철신장; [급할 때 돈을 빌려 쓰고는 배 째라 하는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거든.]

철신장; [대개의 경우는 황금전장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돈을 갚지만...] [정말 간이 크거나 악질인 자들도 있기 마련일세.]

철신장; [그때 황금전장이 내보내는 해결사가 바로 불이살검이야.]

냉상영; [그자... 불이살검에 대해서 알려진 건...] 흥분을 억지로 숨기면서

철신장; [거의 없어.] 고개 젓고

철신장; [이 년전쯤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름이 뭔지는 고사하고 그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자도 전무한 상태일세.]

 

<늘 죽립을 눌러쓰고 다니는데다가 채무 관계로 그자를 만났던 인간 치고 목숨을 부지한 자는 없기 때문이지.> 수많은 시체들이 널린 화려한 대청 중앙에 우뚝 서있는 죽립을 쓰고 망토를 두른 청풍. 일본도를 늘어트리고 있으며 발치에는 뚱보가 목에 구멍이 나서 죽어있다.

 

냉상영; [이 년 전... 이 년 전이란 말이지요? 활동을 시작한 게...] 흥분 눈 번뜩이고, 찻잔을 쥔 두 손을 불안하게 움직이며

철신장; [신녀는 혹시 불이살검이 실종된 아들이라 생각하는 건가?] 좀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묻고

철신장; [닭 잡을 힘도 없던 놈이 불과 일 년 만에 절세고수가 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냉상영; [다른 일은 젖혀두고 불이살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봐주세요.] [특히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반드시 알아내 주세요.]

철신장; [그렇게 함세.] 일어나고

철신장; [그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 역시 궁금하던 차였으니...] 엘리베이터로 가고

곧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철신장. 하지만 혼자 생각에 빠져 보지 않는 냉상영

철신장; (저 계집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군.) 그그긍! 엘리베이터 안에서 돌아서며 냉상영을 보는 철신장. 눈이 번뜩

철신장; (분명 우리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 그긍! 닫히는 문 사이로 눈 번뜩이는 철신장의 얼굴이 보이고

<좀 더 깊이 파봐야겠구나.> 철컹! 완전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배경으로 철신장의 생각 나레이션

냉상영; [불이살검...] [불이살검...] 톡톡! 혼자 남아서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흥분한 표정이 되고

냉상영; [어쩐지 그놈이 청풍이 일 것같은 생각이 든다.]

냉상영; [과연 그놈의 정체가 뭘지 궁금하구나.] 중얼거릴 때

[나도 궁금하군!]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 들려서 눈 부릅뜨는 냉상영

번뇌신존; [뿌리가 없는 나무가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일세!] 쿵! 창틀에 걸터앉아서 냉상영을 보며 웃고 있는 번뇌신존. <건곤일척 자료집 제11페이지>에 나온 <번뇌대작> 캐릭터. 실제 나이는 100살이 넘었지만 겉보기에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인다. 번뇌신존은 삼성동의 동주다.

냉상영; (말도 안되는...) 눈 부릅뜨며 번뇌신존을 보고

냉상영; (나야 그렇다 쳐도 사신장의 으뜸인 철신장도 저자가 잠입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다니...) 징! 생각하며 진동하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려 하고. 하지만

번뇌신존; [그러면 안되지!] 딱! 손가락을 튕기며 웃고

[!] 빠직! 순간 벼락에 맞은 것같은 표정이 되며 눈 치뜨는 냉상영. 몸도 굳어졌고

번뇌신존; [해칠 생각 없으니 너도 소란 피워서 졸개들을 부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슥! 걸터앉아있던 창틀에서 엉덩이를 떼며 웃고

냉상영; (몸... 몸이 마비되었다.)

냉상영; (저자는 그저 손가락을 퉁겨서 소리를 냈을 뿐인데...) + [누... 누구신가요?] 억지로 목소리를 내고

냉상영; (목소리는 낼 수 있구나!) + [제게 참언(讖言;예언)을 들으실 생각이라면 정식으로 접견을 청하지 않으시고...]

번뇌신존; [참언?] 피식! 웃으며 다가오고

번뇌신존; [마교에서 흘러나온 투심섭혼술(偸心燮魂術) 따위로 사기 치는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것인가?] 웃으며 철신장이 앉아있던 의자에 앉고

냉상영; (내...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게 해주는 마교의 투심섭혼술을 익힌 걸 한눈에 간파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몸이 굳어진 상태임을 주의

번뇌신존; [너같이 어린애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라.] 차 주전자를 들고

냉상영; (어린 애?) (겉보기에는 나보다 오히려 젊어 보이는데...) 번뇌신존이 다른 손으로는 철신장 앞에 놓였던 찻잔을 쥐는 걸 보고

번뇌신존; [게다가 노부가 아는 한도 내에서 넌 아마 노부의 옛 친구의 딸일 것이다.] 화악! 번뇌신존이 쥔 찻잔의 차가 단번에 증발하고

냉상영; (삼매진화로 차를 단번에 증발시켰다.) 놀라고. 그러다가

<옛 친구의 딸!> 깨닫고 눈 부릅뜨는 냉상영

냉상영;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분이신가요?]

번뇌신존; [네 아비가 천신부의 부주인 천신대야(千神大爺) 냉막(冷莫)이라면 그렇다.] 쪼르르! 웃으며 찻잔에 차를 따르고

냉상영; (내... 내가 누군지 알고 있어! 날 여러 번 본 포가년도 내가 천신부 출신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식은땀

번뇌신존; [네 아비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어느덧 이십오 년 전이로군.] [세월 참 빨라.] 차를 다 따르며 한숨 쉬고

냉상영; [반... 반노환동(返老換童)한 기인이시군요.] 겁에 질리고

번뇌신존; [반노환동이라...] 차 주전자를 내려놓고

번뇌신존; [노부 나이 어느덧 백 살을 넘겼으니 틀린 말도 아니로군.] 찻잔을 들며

냉상영; (역시...) 공포

냉상영; (나는 물론이고 사신장도 상대가 안되는 절세고수였어.)

번뇌신존; [나는 못된 제자놈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한숨 쉬고

번뇌신존; [그래서 근본을 알 수 없으면서 이름을 얻은 것들을 빠짐없이 만나보고 있는 중인데...] 차를 마시면서

번뇌신존; [네가 선견의 능력을 지녔다는 풍문을 듣고 일찌감치 만나볼 생각이었다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오늘에야 오게 되었구나.] 찻잔을 내려놓고

냉상영; [제게... 제게 무슨 가르침이 있으신지요?]

번뇌신존; [네가 익힌 투심섭혼술은 물론이고 사신장이라는 종놈들이 익힌 무공의 출처를 대라.] 강렬한 눈빛

냉상영; (위험해!) + [제가 천신부 출신이라는 걸 아시면서 그걸 물으시는 건가요?] 억지로 웃으면서

번뇌신존; [천신부에도 천마 방각의 구대절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의심의 표정

냉상영; [과정은 모르지만...] [천신부의 일천절기 중에 천마 방각의 절기들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냉상영; [그중 네 가지... 철벽마왕신(鐵壁魔王身), 질풍천리보(疾風千里步), 수라작열장(修羅灼熱掌), 빙백탈혼수(氷魄奪魂手)를 사신장에게 전수해주었을 뿐이에요.]

번뇌신존; [천마 방각이 남긴 천마대장경(天魔大藏經)에 사본이 있었던 것인가?] 냉상영의 말에 고개 갸웃하며 혼잣말을 하고

냉상영; (천마대장경의 존재도 알고...) (이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걸 보며 긴장하고

번뇌신존; [가능성이 아주 없는 진술도 아니니 일단 믿어주긴 하겠다.] 다시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고

번뇌신존; [섭혼술을 써서 머릿속을 들쑤실 수도 있지만 옛 친구의 딸에게까지 그런 수단을 쓰고 싶지는 않구나.] 찻잔의 차를 마저 마시고

냉상영; (살았다!) 안도하고

번뇌신존; [하지만 명심해 두거라.] 찻잔을 입에서 떼고

번뇌신존; [만에 하나 노부를 우롱한 것이 밝혀진다면...] 징! 찻잔을 든 손이 빛을 발하고. 이어

번뇌신존; [친구의 딸이고 뭐고 용서하지 않겠다.] 화악! 찻잔이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강렬한 표정으로 냉상영을 노려보면서

냉상영; (강... 강철보다 단단한 강옥(鋼玉)으로 만든 찻잔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부서진 게 아니고 엄청난 고열에 타서...) 소름이 돋는 표정

번뇌신존; [네 아비에게 안부 전해라.] 슥! 일어나고

번뇌신존; [이십오 년 전 봉황대(鳳凰臺)에서 이별한 친구라고 말하면 내가 누군지 알려줄 것이다.] 스스스! 말하는 번뇌신존의 모습이 흐려지고

냉상영; (모... 모습이 흐려진다!) 경악할 때

<아무쪼록 우리가 다시 볼일이 없길 바란다!> 휘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번뇌신존의 모습. 눈빛만이 허공에 강렬하게 남고., 직후

냉상영; [허억!] 막혔던 숨이 확 트이고

털썩! 탁자 위에 상체가 널부러지는 냉상영

냉상영; (마... 마비가 풀렸다.) 헉헉! 공포에 질리고

냉상영; (사... 사비세중 천신부의 소부주인 날 개미처럼 다루는 고수가 존재하다니...) (대체 그자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헉헉 대며 몸을 바로 세우고

냉상영; (아버지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 가는 고수가 존재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 [!]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냉상영; [번뇌(煩惱)...] 벌떡! 일어서며 비명 지르고. 하지만

큭! 다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냉상영. 두 눈은 공포에 질리고

냉상영; (맙소사! 바로 그자였어!) 달달 떨고

주르르! 푸시시! 냉상영의 아랫도리에서 연기가 난다. 너무 놀라서 오줌을 쌌다

냉상영; (번뇌신존(煩惱神尊) 연남천(燕南天)!) (오래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그 괴물이 아직 살아있었던 거야!) 달달 떨며 입을 틀어막고

냉상영; (저 괴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두 손을 입에서 떼고. 이를 악물며 달달 떨고 있다.

<지금까지 세웠던 모든 계획을 재검토해야만 한다.> 두려움에 떠는 냉상영의 모습을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72>

신녀문의 정문. 이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드나들고 있고. 무사들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헌데

흘낏! 성문 밖을 보는 무사들 중 한명.

그자가 보는 곳에 서있는 사내. 덩치는 상당히 크지만 곱추다. 등에는 봇짐을 지고 있고 지팡이를 들었다. 다리 하나가 무릎 아래쪽이 없어서 뾰족한 의족을 달고 있다. 의족을 단 다리쪽의 손에 지팡이를 든 모습이고,. 이자는 바로 16년전 화산 삼성동에 나타났던 세명의 심마니중 꼽추다. 당시는 청년이었지만 이제는 30대 후반의 중년인이 되어있다. 다리는 당시 위극겸이 내려찍은 바위에 깔려 잘린 상태고. 이름은 다른 작품처럼 타노다. 번뇌신존의 종이 되었다.

무사1; (저 꼽추...) 찡그리며 타노를 보고

무사2; [왜?] 동료가 눈치 채고 묻고

무사1; [저 놈... 제법 오랫동안 저 자리에서 미동도 않고 있어.] 타노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하고

무사2; [행색을 보아하니 장사치인 것같은데...] 함께 타노를 보며

무사1; [무황성의 간세일 수도 있으니 한번 다그쳐 봐야겠어.] 말하며 타노쪽으로 가려는데. 그 직후

번뇌신존; [그만 가자.] 슥! 유령처럼 타노 앞에 나타나는 번뇌신존

[어!] [저자가 언제...] 무사들 어리둥절할 때

타노; [주군...] 고개 숙이고

번뇌신존; [신녀문에도 헛걸음이었다.] 타노를 지나며 말하고

번뇌신존; [하긴 그 못된 년놈들이 쉽게 꼬리를 드러내놓고 있을 리가 없지.] 한숨 쉬며 걸어가고

타노; [예...]

번뇌신존; [타노(駝奴) 네가 해줄 일이 한 가지 생겼다.]

타노; [하명하시지요.]

번뇌신존; [불이살검이라는 놈의 행적을 알아봐라.] 강렬한 표정

타노; [불이살검...] [알겠습니다.]

번뇌신존; [우연히 들은 이름인데...] [어쩐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놈이었다.] 강렬한 표정으로 말하고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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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밤. 하늘에는 보름 달. 자오곡. 건물에는 불들이 켜져 있고

어느 건물.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엄중한 감시를 펴고 있고

스륵! 건물 입구에서 무언가 투명한 것이 움직인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것같은 투명망토를 뒤집어쓴 벽소소다. 경비서는 무사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66>

건물 내부. 침실. 어둑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청풍. 잠옷 차림이고 가슴 아래를 이불로 덮고 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다.

스윽! 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스륵! 유령같은 존재가 방안으로 들어선다

침대 옆에 멈춰서는 그것.

이어 두 손으로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을 젖히는 소녀. 물론 벽소소. 다른 작품에 나온 <유령익>이다. 벽소소의 왼손에는 칼집에 든 비수가 들려 있다

벽소소; (죽일 놈!) 두건을 벗어 얼굴을 드러낸 채 청풍을 노려보고

벽소소; (난 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네놈을 살려두겠다고 했는지는 몰라.) 스륵! 비수를 칼집에서 뽑고. 뽑히는 비수는 칼날이 새카맣다.

벽소소; (하지만 네놈 때문에 오라버니가 오래 살지 못하게 되었다는 건 알아!) 툭! 칼집을 침대에 버리고. 순간

움찔! 청풍의 몸이 조금 움직이고. 깨어났다.

벽소소; (도저히 용서가 안돼!) 이를 악물며 한쪽 무릎을 침대 위에 꿇고

벽소소; (비록 금강불괴가 되었다지만 눈알까지 도검이 불침한다고는 믿을 수 없어.) 두 손으로 비수를 거꾸로 잡아 비수 끝으로 청풍의 한쪽 눈을 겨누고

벽소소; (게다가 이 비수는 천 가지 극독에 담가 만든 천독비(千毒匕)야!) (이걸로 눈을 쑤시면 금강불괴건 뭐건 죽을 수밖에 없어!) 두 손으로 쥔 비수를 높이 쳐들고

벽소소; (죽엇! 오빠의 원수!) 비수로 청풍의 눈을 내리찍는다. 하지만 그 직후

콱! 벽소소의 손목을 움켜잡는 우악스러운 손길

벽소소; [악!] 비명 지르며 비수를 놓치고

엎어치기로 벽소소를 침대에 누이며 올라타는 청풍. 양손으로 벽소소의 양쪽 손목을 움켜잡아 찍어 누르면서

청풍; (정신을 잃기 전과 달리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놀라고. + 벽소소; [놔! 놔 이 나쁜 놈아!] 청풍에게 깔려 몸부림. 두 다리를 벌린 자세

청풍; (몸속에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을 것같은 힘이 고여 있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라 악을 쓰는 벽소소를 내려다보며 생각하고 + 벽소소; [내가 누군 줄 알고... 놓으란 말이야!] 필사적으로 바둥거리지만 청풍의 누르는 힘이 워낙 강해서 다리만 버둥거릴 수 있을 뿐이고

 

#67>

{!] [!] 건물을 밖에서 지키던 무사들 놀라 홱 돌아보고. 그들 귀에 들리는 벽소소의 비명소의 비명 소리. <놔! 놔 이 나쁜 놈아!> <내가 누군 줄 알고... 놓으란 말이야!>

(소소 아가씨의 음성이다!) (이런...) 팟! 건물로 돌진하려는 무사들. 그때

[그만 둬라!]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눈 부릅뜨며 멈추는 무사들

[너희들이 신경 쓸 일 아니다.] 건물 사이에서 다가오는 벽세황. 중토희와 동목희가 좌우에서 부축하고 있고 다른 세 여자가 뒤에서 따라 온다

[소장주님!] 인사하는 무사들

벽세황; [소소 이 녀석...] 웃으며 건물 보고

벽세황; [하여간 발은 빠르다니까.] 웃으며 건물로 간다. 여자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천천히 움직인다

 

#68>

다시 방안

청풍; (난 분명 거대한 솥에 고여 있는 액체에 빠졌었는데...) 자신이 향로 속에 등부터 떨어지던 장면 떠올리고. 여전히 양손으로 벽소소의 양손을 움켜쥔 채 올라탄 자세로

청풍; (몸이 녹아버리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잃었었는데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일까?) 찡그리며 생각할 때

벽소소; [죽여 버릴 거야! 용서 못해!] 울면서 아랫도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그런 벽소소의 사타구니는 청풍의 아랫도리와 맞닿아있다.

청풍; (이런...) 얼굴 벌개지고

벽소소; [날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줄 알...] + [!] 악을 쓰다가 눈 치뜨고

서로 맞닿은 벽소소의 사타구니와 청풍의 아랫도리.

슥! 청풍의 아랫도리에서 무언가 불룩해져서 벽소소의 사타구니를 누른다

벽소소; [비... 비켜 이 짐승!]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 새빨개진 악을 쓰고

벽소소;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말할 때 + 청풍; [한마디만 더 하면!] 눈 부릅뜨며 그런 벽소소를 노려보고

벽소소; (엄마야!) 깜짝! 놀라며 입 다물고

청풍; [뽀뽀해버린다.] 눈 부라리며 겁 주고

벽소소; [웁!] 급히 입에 힘을 주고. 겁 막은 표정으로

청풍; [뽀뽀 당하기 싫으면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알았으면 고개를 끄덕여라.] 눈을 부라리면서 협박하고

급히 고개 끄덕이는 벽소소

청풍; [여긴 어디고 넌 누구냐?]

벽소소; [여... 여긴 황금전장의 종남별원(終南別院)이야. 난 황금전장 장주님이신 냉혈전호란 분의 딸이고...]

청풍; (자오곡을 점거하고 있는 게 대륙상단과 함께 천하의 상계(商界)를 양분하고 있는 황금전장이었구나.) 놀랄 때

벽소소; [내...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당신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도 알 거야.] 용기를 내서 눈을 흘기고

벽소소;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 [!] 말하다가 눈 부릅

청풍; [허락 없이 말을 했으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슥! 청풍이 얼굴 숙이며 입술을 가까이 접근시키고

벽소소; [싫... 싫어! 하지마!] 비명 지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청풍에게 뽀뽀 당하는 걸 피하려 하고. 바로 그때

[오붓한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군!] 드륵!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선다

[!] 벽소소에게 뽀뽀하려다가 급히 고개 들며 돌아보는 청풍

벽세황; [나중에 따로 기회를 줄 테니까 우선 나하고 면담 좀 하세.] 열려지는 문으로 들어서며 웃는 벽세황. 중토희와 동목희가 좌우에서 부축하고 있고. 서금희와 남화희가 좌우에서 무릎 꿇은 채 문을 열고 있다.

벽소소; [오... 오빠!] 안도하며 비명 지르고

청풍; (이 말괄량이의 오빠라면...) 슥! 급히 벽소소의 두 손을 놔주며 몸을 일으키고

<황금전장의 소장주인 신산공자(神算公子) 벽세황이겠구나. 병약하긴 해도 머리 좋기로는 천하제일이라는...> 병약해 보이지만 사람 좋게 웃고 있는 벽세황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그때

벽소소; [나쁜 놈아!] 철썩! 일어나며 역시 일어나 앉은 청풍의 뺨을 후려갈기는 벽소소. 피하지 않고 맞아주는 청풍

벽소소; [날 농락했어! 용서 못해!] 퍽퍽! 철썩! 울고 악쓰면서 청풍을 마구 때리고 치는 벽소소. 그러거나 말거나 침대에서 내려서는 청풍. 벽소소가 전력으로 때려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

청풍; [결례를 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서며 포권하고. 그 사이에도 벽소소는 따라붙으며 마구 청풍을 때리고 있고. 울면서 악을 쓰고. 물론 청풍은 꿈쩍도 않고

청풍; [기억나는 게 없어서 사정은 모르겠지만 제가 뭔가 폐를 끼친 것 같군요.] 포권하는 청풍. + 벽소소; [죽일 거야! 죽어버려!] 퍽퍽! 청풍의 등을 마구 때리면서 악을 쓰고. 물론 청풍은 꿈쩍도 않고 벽세황도 신경 쓰지 않는다.

벽세황; [기억이 안난다?] 눈을 좀 가늘게 뜨고

청풍;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고...] 말하다가 찡그리며 머리를 만지고. + 벽소소; [으아아앙!] 분해서 울며 청풍의 등을 마구 때리고

벽세황; [난 벽세황이라고 하네. 그대는 이름이 어찌 되시는가?]

청풍; [이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마 만지면서 말하고. + (어머니가 눈에 불을 켜고 날 찾는 중일 테니 정체는 숨기는 게 좋겠다.)

청풍; [성이 이씨라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군요.] 난감한 표정을 짓고. 그러자

벽소소; [기... 기억상실이라는 거야?] 청풍을 때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세황; [역명신액이 몸을 환골탈태시킨 것으로 끝내지 않고 기억까지 모두 씻어 내린 모양이군.] 한숨 쉬며 고개 끄덕이고

청풍; [역명신액이라니요?] 어리둥절한 표정. 그러면서도 자신이 거대한 향로에 고여있는 액체에 빠지던 장면 떠올리고

벽세황;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좋겠지.] 돌아서고

벽세황; [함께 가볼 곳이 있으니 따라오게.] 중토희와 동목희에게 부축 받으며 돌아서고. 그러자

벽소소; [오.. 오빠!] [이 짐승을 용서하는 거야?] 청풍의 뒤에서 악을 쓰고

돌아보는 벽세황

벽소소; [이 인간이 날 농락했단 말이야. 당장 때려죽여버려!] 치를 떨지만

벽세황; [네가 먼저 도발해서 벌어진 일인데 누굴 탓하는 게냐?] 고개 절레 저으며 다시 걸어가고.

벽소소; [오... 오빠!] 억울

벽세황; [화풀이 하고 싶으면 네 힘으로 해라. 나는 물론이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테니...] 중토희와 동목희의 부축을 받으며 방을 나가면서 말하고

벽소소; [그... 그런...] 억울

청풍; (철부지 누이에 비해 오빠쪽은 사리분별이 분명하군.) 쓴웃음 지으며 벽세황을 따라서 방을 나간다.

북수희; [신으시지요.] 문 밖에 무릎 꿇고 앉아서 가죽신을 내려놓으면서 말하고

청풍; [고마워요.] 신을 신으며 말하고. 그 사이에 벽세황은 중토희와 동목희의 부축을 받으며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고. 서금희와 남화희는 돌아보며 벽세황을 따라간다

청풍; (믿어지지가 않는다.) 신을 신고 벽세황을 따라가며 내심 놀라고

<벽세황을 따라온 이 다섯 명의 여자는 신녀문의 사신장과 비교해도 그리 하수가 아닌 절세의 고수들이다.> 건물 나서는 벽세황과 그를 따라온 여자들 배경으로 청풍의 놀람. 무사들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고

청풍; (돈벌레 일족이라고 비웃음을 당하는 황금전장이 어쩌면 용담호혈일지도 모르겠구나.) 벽세황을 따라가며 생각하고. 하지만

홀로 남아 분노에 치를 떠는 벽소소.

벽소소; (용서 못해!) 주먹 불끈

벽소소; (감히 날 농락한 죄의 대가는 반드시 치루게 해주겠어!) 씨근거리는 얼굴이 좀 발개졌다. 청풍에게 깔려 있던 장면 떠올리고

 

#69>

등선동. 여전히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안쪽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동굴을 따라 철문쪽으로 걸어가는 벽세황 일행. 청풍이 벽세황 바로 뒤를 따라가고. 서금희가 청풍의 뒤를 따라온다. 남화희와 북수희가 일행의 앞쪽에서 닫혀있는 철문을 열려고 한다.

벽세황; [등선곡이라고도 불리는 자오곡은 신라 출신의 신선 김가기가 오행신문의 문주들과 함께 금단(金丹;선단)을 만들던 곳이네.] 남화희와 북수희에 의해 열리는 앞쪽의 철문을 보며 말하고.

벽세황; [즉, 이곳 등선동이 김가기의 술법과 오행신문의 비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행륜의 성역인 것일세.]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청풍; (역시...!) 깨닫고

<오행륜의 성역은 이미 오래 전에 황금전장에 의해서 발굴되었었구나.> 안으로 들어서는 일행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동굴 안에는 향로가 원래 자리에 다시 세워져 있고. 그 옆에 두 개의 의자와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 위에는 차와 찻잔이 준비되어 있고

벽세황; [철이 든 이래 나는 신선 김가기의 술법을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왔네.] [왜 일 것 같은가?] 앞쪽의 향로를 보며

청풍; [혹시 무슨 고질(痼疾)이라도 앓고 있는 겁니까?]

벽세황; [보는 눈이 있군.] 웃으며 돌아서고

벽세황; [내 몸을 한번 만져보게.] 권하고

청풍; [그러지요.] 다가가며 손을 내밀고

슥! 벽세황의 깡마른 손목을 잡아본다. 순간

청풍; (이건...) 놀라고

벽세황; [느껴지는 게 있는가?]

청풍; [허약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맥은 지나칠 정도로 왕성하게 뛰고 있고...] 진맥을 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

청풍;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 [!] 무언가 깨닫고 눈 치뜨고

벽세황; [의술에 대해서 잘 아는 것같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청풍; [어떻게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소장주의 체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같습니다.] 슥! 벽세황의 손목에서 손을 떼며

벽세황; [그럼 어디 자네가 알고 있는 걸 들어보세나.] 중토희와 동목희의 부축을 받아 두 개의 의자중 하나에 앉으면서

청풍; [오직 양기만 느껴지고 음기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군요.] [이런 체질이라면...] 신중한 표정으로

벽세황; [뭘 거 같은가?] 손으로 옆의 의자를 가리키며 웃고

청풍; [아마 태양절맥(太陽絶脈)일 것입니다.] 의자에 앉으며 벽세황의 눈치를 보고

순간 여자들은 비통한 표정이 되고

벽세황; [정확하네! 잘 봤어!] 짝짝! 박수를 치며 웃고

벽세황; [나 벽세황, 천명분의 양기를 지니게 되는 불치의 고질 태양절맥을 타고 났다네.] 한숨 쉬고

청풍; (전설로나 전해지던 태양절맥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벽세황; [태양절맥을 타고난 이상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운명인 것일세.] [그리고 내 나이 올해 18세이고...] 탄식하고

청풍; (나보다 두 살 연상이었군.) + [태양절맥을 고칠 치료법은 없는지요?] 벽세황의 눈치를 보며 묻고

벽세황; [두 가지가 있네.] [첫번째 방법은 같은 시대에 반드시 태어난다는 태음절맥(太陰絶脈)의 여인을 만나 해로동혈(偕老同穴)하는 것일세.]

청풍; [태양절맥과 달리 태음절맥은 오직 음기만 지닌 고질이라 알고 있습니다.] 고개 끄덕이고

벽세황; [태양절맥과 태음절맥은 상보(相補)의 성질을 지녀서 부부가 되면 백년해로하는 게 가능하네만...]

청풍; (부부관계를 하면서 음기와 양기를 주고 받으면 되겠지.)

벽세황; [문제는 그 여인을 찾아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일세.]

청풍; [수억명이 넘는 인간들 중에서 오직 한명을 찾아내는 것은 볏짚 속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보다 어렵겠습니다.]

벽세황; [게다가 그 여자가 나와 동갑이라는 보장도 없네.] 한숨 쉬고

청풍; [만일 소장주보다 몇 년 일찍 태어났다면...] 깨닫고

벽세황;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쓴웃음

청풍; (확실히 태음절맥을 지닌 여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구나.) 납득하고

벽세황; [태양절맥을 고칠 수 있는 두번째 방법이 바로 신선 김가기의 술법이었네.] 향로를 보며

청풍; [환골탈태!] 깨닫고

청풍; [우화등선(羽化登仙) 하려면 몸을 완전히 바꿔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청풍; [김가기가 신선이 된 비법을 찾아내면 체질을 완전히 바꿔서 태양절맥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벽세황; [저 솥, 등선보정은 김가기를 신선으로 만들어준 금단이 만들어진 물건이라네.] 향로를 보면서

청풍; [혹시 표면에 새겨져 있는 그림과 문양에...] 역시 향로를 보면서

벽세황; [금단을 연단하는 비결이 숨겨져 있었네.]

청풍; (맙소사!) 깨닫고

청풍; (내가 빠졌던 솥 속의 액체가 바로 벽세황이 환골탈태 하기 위해 만든 약이었구나!) 굳어지는 얼굴

벽세황; [태양절맥을 타고 태어난 것을 안 나는 필사적으로 오행륜의 성역인 이곳에 들어올 방법을 찾았네.]

벽세황; [그리하여 마침내 육년 전 오행륜을 세상과 격리시켜놓았던 오행생극금제(五行生剋禁制)를 깨트릴 수 있게 되었네.]

청풍; (육년전이면 겨우 열 두 살이었을 텐데...) (그 나이에 칠백년 넘게 아무도 깨트리지 못한 오행륜의 금제를 파해하다니...) 경악

청풍; (이 사람은 나와는 비교도 안되는 천재였구나!) 감탄하며 벽세황을 보고. 벽세황은 향로를 보고 있다.

이하 회상씬

 

<등선동의 벽과 천장에는 오행신문의 비전절기들이 새겨져 있었고 등선보정에는 김가기의 연단술(煉丹術)이 남아있었다.> 12-3살쯤 된 벽세황이 등선동으로 들어서며 놀라고. 그 뒤를 냉혈전호와 독심귀의등 삼봉공이 따라들어오며 역시 놀라고 있다.

<다만 오행신문의 절기와 김가기의 연단술은 난해한 암호의 형태로 남아있어서 그것을 해석하는 데 다시 일년이란 시간이 소모되었다.> 등선동의 바닥에 앉아 수많은 종이에 무언가를 쓰며 향로를 살피는 13살 무렵의 벽세황

<아버지는 내가 등선보정에서 알아낸 연단술대로 환골탈태의 영약을 만들기 위해 수천만냥의 거금을 쏟아 부으셨다.> 여러 장의 종이를 읽어보면서 놀라는 냉혈전호. 장소는 등산동이고. 냉혈전호 앞에는 피곤한 모습의 13살쯤의 벽세황이 앉아서 올려다보고 있다. 냉혈전호 옆에서는 독심귀의도 종이를 읽으며 놀라고 있고

<이름하여 역명신액이라는 그 영약이 완성되면 나는 환골탈태하여 스무살 이후의 삶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대청에서 독심귀의와 함께 상인들을 만나는 냉혈전호. 상인들이 내미는 상자 안의 영약들을 살펴보고 있다.

<역명신단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영약들에는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연이 닿았는지 아버지는 모든 영약을 구해오셨다.> 대청 안에 죽 진열된 수많은 상자와 항아리들. 항아리나 화분에는 살아있는 식물들이 들어있고, 그걸 삼봉공과 함께 살펴보며 만족하는 냉혈전호

<아버지가 약재를 모으시기까지 꼬박 사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나는 다섯 명의 여자들을 돈으로 사 모았다. 천애고아의 신세라 돌아갈 곳이 없는 가여운 여자들로만...> 13살 무렵의 벽세황이 안락의자에 몸을 묻고 있고. 그 앞에 14-5세 가량인 소녀들이 거의 알몸으로 서서 부끄러워하고 있다. 소녀들이 오방희의 어린 시절 모습이고. 야차선녀가 소녀들의 몸을 살피고 있다. 이 장면에서 야차선녀는 비파는 들고 있지 않다

<나는 그녀들에게 오방희(五方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오행신문의 절기들을 가르쳤으며 우리 황금전장이 돈으로 사모은 수많은 영약들을 복용시켜 절세고수로 만들어주었다.> 밀실에서 다섯 개의 단상에 앉아 합장한 채 눈을 감은 어린 시절의 오방희들이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고. 단상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그걸 보고 있는 어린 시절의 벽세황

<그녀들은 나를 지키는 호위의 역할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왕성해지는 양기를 식혀주는 첩의 역할도 해왔다.> 어둑한 방안. 침대에 알몸으로 누운 17-8세의 벽세황의 몸을 올라타거나 애무하는 다섯 여자의 실루엣

<그 사이에 아버지는 역명신액을 만들 약재들을 모두 사모으셨고 마침내 일년전부터 역명신액의 제조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벽세황; [그리하여 오늘 정오 무렵 마침내 역명신액이 완성되었었네.] 향로를 보며 말하고

벽세황; [물론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었지만...] 쓴웃음. 여자들은 비통한 표정을 짓거나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청풍을 본다

청풍; [제가... 제가 소장주가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렸군요.] 일어나며 자책하는 표정으로 말하고.

벽세황; [자네가 자책할 필요는 없네.] [인연이 아니었고... 또 굴뚝 근처에 아무런 금제를 설치해놓지 않은 내 방심이니 결과이니...] 체념의 표정

청풍; [하명을 해주십시오.] 한쪽 무릎 꿇고 포권하며 말하고

청풍; [본의는 아니었지만 역명신액의 약효를 모두 흡수한 대가를 치루겠습니다.] 포권하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하고

벽세황; [그렇게까지 말하니 거절할 수도 없군.]

벽세황; [자네는 역명신액 덕분에 세상 누구에게도 죽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네.] 엄숙하게

벽세황; [그 몸을 써서... 나를 살릴 방도를 찾아주게나.]

청풍; [태음신맥을 지닌 여자를 찾아서 데려오라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벽세황; [나의 남은 수명은 대략 이년정도이네만...] [편법을 사용하면 일 년 남짓 더 늘일 수 있을 걸세.]

청풍; [삼년... 삼년 내로 태음절맥을 찾아내면 되겠습니다.]

벽세황; [그 여자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렇지.] 끄덕이고

청풍; [맡겨주십시오.] 결연한 표정

청풍;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태음절맥을 타고난 여자를 찾아내어 소장주 앞에 모셔오겠습니다.] 결연한 표정 크로즈 업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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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자오곡 내의 화려한 건물.

탁탁! 그 건물 내부의 복도를 다람쥐처럼 달려오는 꽃신을 신은 여자의 발

벽소소; [비켜! 비켜!] 외치면서 복도를 달려오는 소녀. 13-4세 정도의 귀엽고 발랄한 인상의 소녀. 벽세황의 누이인 벽소소다. 다른 작품의 동동이나 당아연등 어리고 발랄한 성격의 캐릭터로 묘사. 시녀들이 급히 좌우의 벽에 등을 대고 물러서서 피해주고 있고. <-냉혈전호 벽초천의 딸 벽소소(碧素素)>

확 다가오는 복도의 끝. 그곳에 화려한 나무 문이 있고 그 문을 두 명의 여자가 지키고 있다가 당황한 표정이 된다. 붉은 옷을 입은 늘씬한 서양여자와 피부가 금속인 듯 번쩍이는 단단한 몸매의 여자. 둘 다 절세미녀고. 이 여자들은 벽세황의 첩들인 오방희들중 남화희와 서금희다. 나이는 18-9세 정도

[아가씨!] [어인 일로 아가씨께서 직접 여기에...] 남화희와 서금희, 당황하면서도 앞으로 나와 벽소소를 막으려 하지만

벽소소; [왜긴 왜야? 오빠가 게으름을 피우니까 내가 직접 데리러 왔지!] 슈욱! 두 여자 사이를 바람처럼 지나가는 벽소소. 서금희와 남화희가 내민 손은 허공을 잡고

벽소소; [오빠!] 쾅! 문을 부수듯 열며 안으로 뛰어들고

벽소소; [빨리 등선동에 안 가고 뭐하는 거야?] + [!] 외치며 문 안쪽으로 뛰어들다가 눈 부릅뜨고

문 안쪽은 화려하고 넓은 침실. 헌데 휘장이 쳐진 넓은 침대에서는 세 명의 여자가 한명의 사내를 올라타고 있다. 얇은 잠옷을 걸쳤지만 앞자락을 풀고 있어서 거의 알몸 상태인 여자들이 역시 거의 알몸인 사내의 몸에 자신들의 몸을 문지르거나 빨고 핥다가 놀라 돌아본다. 한 년은 사내의 몸에 올라탄 자세로 앉아있다가 기겁하며 돌아본다. 사내는 바로 벽세황이고 여자들은 벽세황의 첩들인 오방희중 나머지 세명이다. 몸이 희고 인어같은 느낌인 북수희, 나무의 정령같은 동목희, 피부가 가무잡잡하지만 아주 풍만한 중토희. 세 여자 모두 18-9세 정도. 중토희가 맏이다. 이때 벽세황의 나이는 18세. 하지만 삐쩍 마르고 병색이 완연하다.

[에그머니!] [소... 소소아가씨!] 기겁하며 드러난 알몸을 천이나 이불이나 잠옷으로 가리는 세 여자.

벽소소; [엄마야!] 역시 놀라 급히 고개 돌리는데

슥! 뒤에 나타나며 손으로 벽소소의 눈을 가려주는 남화희. 서금희는 문 밖에서 문을 반쯤 닫으며 한숨 쉬고 있고. 고개 저으면서

벽세황; [이 말괄량이가...] 쓴웃음.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자들이 서둘러 자기들 몸을 가리며 벽세황의 몸도 이불로 가려주고

벽세황; [남의 방에 들어올 때 기척 정도는 내야지.] 슥!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여자들이 그런 벽세황의 아랫도리를 이불로 가려주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소장주 벽세황(碧世皇)>

벽소소; [들... 들어온다고 말했다 뭐.] 얼굴 발개진 채 고개 돌린 자세로 삐죽거리고. 남화희가 눈 부위를 손으로 가려주고 있고

벽소소; [등... 등선동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 못 받았어?] [오빠가 안 오니까 불러오라고 아버지가 날 보냈잖아!] 돌아서고

벽세황; [이 시간에는 내가 늘 피를 식히고 있다는 거 알고 있잖느냐?] 여자들이 입혀주는 옷을 입으면서 웃고

벽소소; [아 몰라! 난 아버지 분부 확실히 전했으니까 뒷감당은 오빠가 알아서 해!] 탁탁! 다시 다람쥐처럼 달려서 침실을 빠져 나간다

벽소소; (짐승...) (여자들하고 안 붙어있을 때가 없어!) 샐쭉거리며 왔던 복도를 다시 달려간다. 시녀들은 겁에 질려 벽쪽으로 붙어 서서 길을 내주고

벽세황; [하여간 문제는 문제야.] 한숨 쉬며 문쪽을 보고. 상체에 옷을 입으면서

벽세황; [저 천방지축 말괄량이를 어떤 불쌍한 사내놈이 데려갈꼬?]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설 준비를 하며 혀를 차고. 북수희가 침대 아래 무릎을 꿇은 채 신을 신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

중토희; [아가씨 나이 이제 겨우 열네 살이에요.] 동목희와 함께 벽세황을 부축해서 침대에서 내려서게 하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세황의 첩 오방희(五方姬)의 첫째 중토희(中土姬)> 북수희는 벽세황의 발에 신을 신겨주고 있다

중토희; [한 두 살만 더 먹으면 조금은 여자다워지실 거예요.]

동목희; [토(土)언니 말이 맞아요.] 벽세황을 부축하면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오방희의 둘째 동목희(東木姬)>

동목희; [저희들도 지금은 조신한 척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 말괄량이가 아니었던 계집은 없답니다.]

벽세황;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한숨 쉬며 일어나고, 북수희가 신을 다 신겨줬다.

벽세황; [고마워 수희(水姬)!] 신을 신겨주느라 바닥에 무릎을 꿇은 북수희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북수희; [황공하옵니다 상공!] 고개 조아리며 얼굴 붉히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오방희의 막내 북수희(北水姬)>

벽세황; [하긴 아버지가 조바심을 내시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어깨를 펴고

벽세황; [병약해서 골골대기만 하던 아들놈이 오늘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야.]

남화희; [미리 경하드리옵니다 상공.] 고개 조아리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오방희의 넷째 남화희(南火姬)>

벽세황; [고마워 화희!] 툭! 다가가 남화희의 엉덩이를 건드리고

벽세황; [오늘 밤부터는 내가 그대들을 귀여워해줄 테니 기대해도 좋다.] 하하하! 웃으며 서금희가 열어주는 문으로 나간다. 얼굴 붉히며 따라가는 다른 여자들

서금희; (기대가 되긴 하네.) 얼굴 붉히며 벽세황을 훔쳐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오방희의 셋째 서금희(西金姬)>

서금희; (소장주님은 태양절맥을 타고 나셔서 양기는 누구보다 강하시지만 몸은 허약하셔서 지금까지는 주도적으로 우릴 사랑해주지 못하셨다.) 얼굴 발개져서 맨 뒤에서 따라가며 벽세황의 뒷모습 보고

<하지만 역명신액을 흡수하셔서 몸이 건장해지시면 앞으로는 우리들과의 방사(房事;음양교합)도 주도하시겠지.> 병약하지만 늠름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벽세황의 앞모습 배경으로 서금희의 생각 나레이션

 

#64>

자오곡 깊은 곳의 등선동. 투구와 갑옷을 걸치고 중무장한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그곳으로 오는 벽초천. 혈가람이 따라온다. 무사들이 인사하고

혈가람과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벽초천.

 

동굴 내부. 철문 앞에 독심귀의와 야차선녀가 서서 철문을 살피고 있다. <碧> <黃金> <禁>등의 글이 적힌 부적같은 봉인들은 여전히 철문 틈새에 붙어있고.

뭔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철문을 살피는 독심귀의. 야차선녀도 표정이 안 좋고

독심귀의; (이럴 리가 없는데...) 손으로 철문 만지며 갸웃하고. 그때

[왜 그러시오 귀의?] 뒤에서 들리는 소리. 돌아보는 독심귀의와 야차선녀

냉혈전호;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요?] 혈가람과 함께 다가오고

독심귀의; [어서 오시오 장주.] 돌아서고

독심귀의;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긴 했소이다.] 심각

냉혈전호; [이해하기 힘든 상황?] 찡그리며 멈춰서고

독심귀의; [냄새... 냄새가 느껴지지가 않고 있소.]

냉혈전호; [냄새라면!] 눈 번득

독심귀의; [비록 역명신액이 식었다 해도 다양한 종류의 약초 냄새가 나야하는데...] 철문쪽을 보고

독심귀의; [등선동 내에서 약초 냄새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소.]

냉혈전호; [누가 침입해서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니오?] 굳어진 얼굴

독심귀의; [선녀와 함께 봉인을 모두 살펴봤지만 훼손된 흔적은 전혀 없었소이다.] 철문에 붙어있는 부적들을 보면서

냉혈전호; [침입자가 없는데 역명신액의 냄새가 소멸되었다?] 눈 번득

냉혈전호; [혹시 역명신액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독심귀의; [전무하외다.] 고개 강하게 젓고

독심귀의; [그럴 리도 없지만 설령 잘못되었다 해도 약초 냄새가 일부는 남아있어야 하는데...] 찡그리고

독심귀의; [맡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철문 안쪽에서는 어떤 냄새도 흘러나오고 있지 않소이다.] 철문을 만지며 심각하게

냉혈전호; [빨리 봉인을 해제하고 들어가서 확인해보시오.] 굳어진 얼굴

독심귀의; [그럴 생각이었소이다.] [도와주시오 신녀.] 야차선녀에게 말하고.

야차선녀; [예...] 대답하며 안고 있는 비파를 만진다

띠리링! 비파의 현을 튕기는 야차선녀의 손가락. 늙은 얼굴과 달리 손가락은 매끈하다. 그러자

파팟! 펑! 부적에 충격이 가해지고

화르르! 불타는 부적들

야차선녀; [되었어요.] 띠링! 비파를 튕기고

야차선녀; [이제 문을 여서도 돼요.] 물러서고

그긍! 혈가람과 독심귀의가 양쪽에서 철문을 연다

열리는 철문으로 서둘러 들어가는 냉혈전호. 야차선녀가 따라들어가고

[!] [!] 안으로 들어서던 냉혈전호 일행 눈 부릅

쿵! 향로 주변의 모습. 바닥에 여기저기 녹은 흔적이 있다. 바로 형로 안의 액체가 튕겨져 나와 바닥을 녹인 흔적. 이제 연기는 나지 않고 있고

<등... 등선보정에 들어있던 역명신액이 밖으로 흘러넘친 흔적이다!> 경악하며 급히 향로로 다가가는 냉혈전호 일행

그러면서 향로를 향해 코를 벌름거리는 냉혈전호

냉혈전호; (영약들의 냄새가 완전히 소멸되었다!) 팟! 날아오르고

냉혈전호; (설마...) 휘릭! 향로의 모서리를 두발로 밟고 내려서는 냉혈전호. 직후

[!]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지는 냉혈전호

쿵! 맑게 변한 향로 속의 액체 속에 움크린 자세로 들어있는 청풍. 옷이 모두 녹아서 알몸이 되었고 오직 목에 걸고 있는 면사령만 걸려 있다. 몸이 가냘프던 전과 달리 상당히 건장해졌다.

냉혈전호; [이... 이 죽일...] 내려다보며 분노로 벌벌 떨고

혈가람; [왜 그러시오 장주?] 의아해하며 다가온다. 혈가람은 일행 중 키가 가장 커서 향로 위에 올라서지 않아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혈가람; [무슨 일인데 그리 분노를...!] + [!] 향로 안을 들여다보다가 눈 부릅

혈가람; (그... 그러니까 저놈이 역명신액의 약효를 모두 흡수했다는...) 청풍을 들여다보며 경악할 때

냉혈전호; [대사! 등선보정을 뒤집어서 그놈을 끌어내시오!] 휘릭! 뒤로 날아내리며 혈가람에게 외치고

<그놈을 끌어내라고?> <맙소사!> 경악하는 독심귀의와 야차선녀

혈가람; [알겠소이다.] 콱! 몸을 숙여서 형로의 다리 하나를 큰 손으로 움켜잡고. 이어

혈가람; [나와라 중생!] 화악! 거대한 향로를 솜방망이처럼 옆으로 휘두른다. 그러자

촤아! 맑은 물이 된 역명신액과 함께 알몸의 청풍의 몸뚱이가 바닥으로 쏟아지고

철퍽! 쏟아지는 물과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의 몸뚱이

독심귀의; (저... 저 놈이 어떻게 등선보정 속에...) 천장 보는 자세로 널부러지는 청풍을 보며 경악하고

야차선녀; (역명신액의 약효를 저 어린놈이 모두 흡수했구나!) 얼굴 좀 붉히며 역시 경악하고. 그때

냉혈전호; [크아!] 화악!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발을 높이 쳐들어 청풍을 밟으려하고

야차선녀; [장주!] 다급히 말리려 하지만

냉혈전호; [죽인다!] 쾅! 청풍의 가슴을 강하게 밟는 냉혈전호의 발. 하지만

푸욱! 청풍의 가슴으로 박히는 냉혈전호의 발. 헌데 다음 순간

펑! 용수철을 밟은 듯 강하게 튕겨지는 냉혈전호의 발

냉혈전호; [억!] 발이 높이 튕겨져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냉혈전호. 그걸 보며 놀라면서도 안도하는 야차선녀.

청풍은 가슴을 밟히고도 깨어나지 못하고

혈가람; [금강불괴?] 향로를 다시 내려놓으며 경악하고

독심귀의; [역명신액의 약효를 거의 완전히 흡수해서 환골탈태했소!] 흥분 놀라고

독심귀의; [무공은 지니고 있지 않은 것같지만 도검이 불침하는 몸이 되었을 거요.]

냉혈전호; [저 놈... 저 놈이 어떻게 등선보정에 들어갔는지 누가 설명을 해보시오.] 분노에 치를 떨며 이를 갈고. 그 옆에서 천장을 보는 야차선녀

야차선녀; [저기에요.] 천장을 가리키고.

일제히 올려다보는 사람들

야차선녀; [소년은 굴뚝 역할을 하는 저 구멍으로 들어왔다가 등선보정에 빠졌을 거예요.]

독심귀의; [천려일실!]

혈가람; [환기 때문에 굴뚝을 막아놓지 않은 탓이오.] 탄식하고

냉혈전호; [죽일 놈! 용서가 안된다.] 다시 청풍에게 다가가고

냉혈전호;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느냐?] 축구공을 차는 자세로 발을 하나 뒤로 빼었었다가

냉혈전호; [내 아들... 세황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네놈이 앗아갔단 말이다!] 쾅! 청풍의 옆구리를 아주 강하게 찬다.

쾅! 날아가서 벽에 부딪히는 청풍의 몸뚱이

털썩! 다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나뒹구는 청풍의 몸뚱이

독심귀의; (내공이 심후하기로는 천하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장주의 발길질에 당하고도 멀쩡하다니...)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금강불괴다!> 널부러진 청풍을 배경으로 독심귀의의 생각. 그때

냉혈전호; [대사!] 혈가람을 돌아보고

혈가람; [분부하시오 장주!] 한손으로 합장하고

냉혈전호; [대사의 천근철장(千斤鐵杖)으로 저 죽일 놈의 머리통을 박살내시오!] 청풍을 손가락질하며 이를 갈고

혈가람; [아미타불...] 탄식하며 다가가고

독심귀의; (말릴 수가 없다.)

야차선녀; (유일한 후계자인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렸으니 살기를 주체할 수 없겠지.) 한숨

혈가람; [용서하시게나 시주!] 청풍에게 다가가며 두 손으로 선장을 쳐들고

혈가람; [시주와 노납은 아무래도 전생에 악연이 있었던 듯 하네.] 선장을 높이 쳐들어 청풍의 머리통을 때리려 하고

독심귀의; (저 어린놈이 제 아무리 금강불괴라 해도 혈가람의 신공이 실린 천근철장에 맞으면 머리통이 으스러지겠지.)

야차선녀; (아직 어린 아이인데 안되었구나.) 한숨.

혈가람; [극락왕생!] 부악! 선장으로 청풍을 내리쳐가고. 그때

[멈추십시오 대사!] 누군가의 음성이 동굴을 울리고

[!] 눈 부릅 혈가람

콰득! 휘두르던 선장을 조금 비틀고. 그런 혈가람의 팔뚝이 핏줄로 덮이고

꽝! 간발의 차이로 청풍의 머리 옆의 바닥에 깊이 박히는 선장 끝. 바닥을 부수는 게 아니라 푹 들어갔다. 이어

벽세황; [그자를 죽여서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벽세황이 중토희와 동목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선다. 그 뒤를 서금희, 남화희, 북수희가 따라오고 맨 뒤에 벽소소가 놀란 표정으로 들어온다

냉혈전호; [세황아!] 돌아보고. 독심귀의와 야차선녀는 벽세황에게 고개를 조금 숙이고

냉혈전호; [이...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눈물 글썽이며 이를 갈고

냉혈전호; [생각지도 않은 변고가...] + 벽세황; [들어오면서 사정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탄식하며 다가오고

벽세황; [아무래도 역명신액은 소자와 인연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멈춰서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청풍을 내려다보고

벽소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자기 앞의 여자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오고

벽소소; [역명신액이 잘못 되기라도...] + [!] 말하다가 눈 부릅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청풍의 모습

벽소소; [엄마야!] 꺄악! 두 손으로 얼굴 가리며 비명 지르고

벽세황; [그 녀석 내숭은...] 피식 웃으며 동생을 돌아보고.

벽소소; (남자... 남자의 그게 저렇게 생겼던 거야!) 손가락 사이로 눈을 치뜬 채 할딱이고. 그때

벽세황; [아버지, 소자에게 부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냉혈전호; [말해봐라.] 탄식하고

냉혈전호; [면목이 없는 아비가 널 위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

벽세황; [저자의 목숨을 소자에게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저 도둑놈을 달라고?> 놀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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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종남산의 깊은 곳.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이 마주 선 계곡이 있다.

그 계곡의 입구를 이루는 마주 선 절벽 중 오른쪽 절벽에는 <子午谷>이라는 거대한 글이 새겨져 있다. 이끼가 가득한 글자. 헌데

쿵! 길이는 길지만 폭은 그리 넓지 않은 계곡 안쪽에 화려한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십여 채이긴 하지만 계곡 자체는 폭이 넓지 않아서 가득 차 보인다. 자오곡에서 밖으로 통하는 길은 잘 닦여져 있고 눈도 치워져 있다. 그 길을 통해 사람들과 우마차들에 제법 많이 오가고 있다.

계곡 끝은 높은 절벽으로 막혀있다. 절벽 너머에서는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른다. 그쪽에 지하로 통하는 동굴이 있고 그 동굴은 일종의 굴뚝 역할을 한다

절벽 아래쪽에 뚫려있는 동굴. 동굴 입구에 번쩍이는 갑옷과 투구를 쓴 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동굴 입구 위쪽 절벽에는 <登仙洞>이라는 글이 고풍스러운 필체로 새겨져 있다. 오래전에 새겨진 글

절벽 너머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곳에 일종의 굴뚝이 있다

 

#58>

동굴 내부. 30미터쯤 들어가면 철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열려 있고. 철문 안쪽의 석실에 네명의 인물이 서있다. 동굴 내부는 #56>에 나온 향로가 있는 그 동굴이다.

네명중 한명은 풍채가 좋으면서 몸에 비단 옷을 입은 50대 중반쯤의 중년인. 한눈에 봐도 부자다. <마고천장>의 <냉혈전호> 캐릭터. 차갑고 계산이 빠른 인상. 이 인물이 황금전장의 장주인 벽초천. 작품에서도 별호는 냉혈전호

다른 세 명은 황금전장의 삼봉공으로 마고천장에 나온 <독심귀의> <야차선녀> 건곤일척에 나온 <혈가람> 캐릭터다. 야차선녀는 비파를 품에 안고 있고 키가 2미터가 넘는 혈가람은 굵기가 어지간한 사람 팔뚝 굵기에 길이도 2미터가 넘는 팔각형의 검은 색 무쇠 지팡이를 들고 있다.

삼봉공중 독심귀의는 앞으로 나가서 커다란 향로 표면에 손을 대고 온도를 측정 중이다. 사람 키보다도 큰 그 거대한 향로는 바로 김가기가 오행신문의 문주들에게 보여준 그 향로다. 표면에 수많은 그림과 문양이 새겨져 있고. 향로 아래에는 뭔가를 태운 재가 수북하다. 향로 안에는 걸죽한 액체가 반쯤 고여 있다. 향로 위쪽 천장은 돔의 내부 같은 형태인데 가장 높은 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환기구겸 굴뚝이다.

독심귀의; [등선보정(登仙寶鼎)의 온도가 많이 내려갔소이다.] 향로에 손을 댄 채 말하는 독심귀의.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黃金錢莊) 삼봉공(三奉公)의 일인 독심귀의(毒心鬼醫)>

독심귀의; [이제 한 시진(두 시간) 정도만 지나면 역명신액(易命神液)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식을 거요.] 손을 떼며 돌아보고

냉혈전호; [수고가 많았소 귀의!] 포권하여 하며 고개 끄덕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장주 냉혈전호(冷血錢虎) 벽초천(碧超天)>

냉혈전호; [귀의와 두 분 봉공 덕분에 황금전장은 후사가 끊기는 변고를 면하게 되었소이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외다.] 좌우에 서있는 야차선녀와 혈가람에게도 번갈아 포권하고. 좀 흥분된 표정

야차선녀; [과찬의 말씀이세요 장주.] 고개 조금 숙이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삼봉공의 일인 야차선녀(夜叉仙女)>

혈가람; [선녀의 말씀대로 우리 늙은이들에게 무슨 공이 있겠소이까?] 부리부리한 눈으로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삼봉공의 일인 혈가람(血伽藍)>

혈가람; [신선 김가기가 남긴 등선보정을 찾아내고 등선보정에 새겨진 문양에서 역명신액의 제조비법을 해독해낸 것도 모두 소(小)장주 아니었소이까?]

혈가람; [그나마 공이 있다면 그 비법대로 역명신액을 만들어낸 귀의에게나 있다고 할 것이오.] 돌아서는 독심귀의를 보며 말하고

독심귀의; [늙은 의생(醫生)의 얼굴을 뜨겁게 만드시는구려 대사.] 고개 저으며 벽초천 앞으로 돌아오고

독심귀의; [역명신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약재들은 워낙 귀해서 오직 황금전장의 재력으로만 구해질 수 있는 것이었소.] 돌아서고

독심귀의; [장주께서 천만금(千萬金)을 아끼지 않고 약재들을 구해오신 덕분에 역명신액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오.] 향로를 보며 말하고

냉혈전호; [귀의의 말씀에 본장주도 얼굴이 뜨거워지는구려.] 웃고

독심귀의; [사실 말하자면 역명신액이 만들어진 건 소장주의 복이라고 할 수 있소이다.] 향로를 보며 말하고

독심귀의; [역명신액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약재들이 제 때 구해졌으니 말이오.]

야차선녀; [그 약재들 중에는 천만금을 주어도 구할 수 없거나 두 번 다시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진귀한 것들도 있었지요.] 끄덕이고

독심귀의; [그렇소이다. 사실상 역명신액은 두 번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운 절세영약인 것이오.] 동감

냉혈전호; [아비 된 입장인지라 노파심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소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향로를 보며 말하고

냉혈전호; [역명신액이 정말 세황(世皇)이의 고질을 고쳐줄 수 있겠소이까?]

독심귀의; [역명신액은 이름 그대로 운명을 바꿔주는 영약이외다.] 끄덕

독심귀의; [역명신액에 몸을 담궈서 약효를 흡수하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완전무결한 체질이 될 것이오.]

독심귀의; [역명신액이라면 태양절맥(太陽絶脈)을 타고난 소장주의 체질도 완전히 바꿔줄 것이오.]

냉혈전호; [귀의께서 그리 확답을 해주시니 마음이 놓이외다.] 포권하고.

독심귀의; [별말씀을...] 고개 숙이고.

냉혈전호; [그럼 준비가 될 때까지 이곳을 밀봉시킨 채 기다리도록 합시다.] 앞장 서서서 돌아서고.

독심귀의; [그래야겠지요. 계속 여기에 남아있으면 약효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냉혈전호를 따라 돌아서고. 야차선녀와 혈가람도 따라서 돌아서고

냉혈전호; (앞으로 한 시진이다!) 눈 번뜩이며 열린 문으로 나가고

냉혈전호; (한 시진만 지나면 우리 황금전장에서 천하를 지배할 제왕(帝王)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열린 문으로 나온 냉혈전호의 흥분된 얼굴. 그 뒤에서 독심귀의와 혈가람이 철문을 좌우에서 닫고 있고. 야차선녀는 부적 같은 것을 품에서 꺼내고 있다.

<천마 방각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무언가 주문을 외우며 닫힌 철문 사이에 부적을 붙이는 야차선녀의 모습 배경으로 냉혈전호의 생각 나레이션

 

#59>

[!] 눈 부릅뜨는 청풍.

쿵! 청풍이 서있는 곳은 자오곡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子午谷>이라는 글이 적힌 절벽 맞은편 절벽인데 여기저기 크고 작은 기둥들이 서있다.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던 흔적. 헌데 청풍이 서있는 그 절벽 아래쪽에는 화려한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있고.

청풍; (이게 무슨...) 불신과 충격

건너편 절벽에 적혀있는 <子午谷>이라는 글 크로즈 업

청풍; (자오곡...) 비틀.

청풍; (저 절벽에 적혀있는 글귀대로라면 여기는 틀림없이 바로 자오곡이다. 오행륜의 성역인...) 털썩! 절벽 위에 쌓여있는 눈 위에 주저앉고

청풍; (헌데 칠백년 넘게 외인의 출입이 없었던 이곳에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다는 건...) 눈밭에 주저앉은 채 절망하고

청풍; (누군가 나보다 먼저 자오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뜻이다.) 주먹 부르르

청풍; (당연히 신선 김가기가 남긴 술법과 오행신문의 비전은 저 건물들을 지은 자의 수중에 들어갔을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청풍; (오행륜의 비전을 얻어 분이의 복수를 해주려던 내 생각은 허망한 꿈이 되어 버렸다.) 주르르! 눈물. 분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바로 그때

스으! 우는 청풍의 코로 스치는 어떤 냄새

청풍; (이 냄새...) 코가 벌름

청풍; (맡는 것만으로도 폐부가 시원해지고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킁킁 거리며 일어나고

청풍; (대체 근처에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대단한 효과를 내는 것일까?) 코를 내밀며 냄새를 따라 걸어간다. 자오곡 끝쪽 절벽 뒤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어쩌면 이 냄새의 근원이 허약한 내 체질을 고쳐줄지도 모른다.>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자오곡 후면 절벽쪽으로 걸어가는 청풍

 

#60>

자오곡 후면의 절벽. 그곳에도 눈이 쌓여있고. 카고 작은 기둥들과 기괴한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서있다. 눈을 덮은 채 서있는 조각상들의 모습이 음산하고 눈밭에 발자국은 없다.

그곳으로 비틀거리며 오는 청풍. 양쪽 발이 눈에 푹푹 빠진다

청풍; (이 기둥과 조각상들...) 손으로 기둥을 만지며 앞으로 걸어가고

청풍; (자오곡을 지키던 금제의 일부인 모양인데...) 주변의 기둥과 조각상들을 둘러보면서 걸어가고

청풍; (지금은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금제의 중추가 파괴된 때문일 것이다.)

청풍; (대체 누가 칠백년 넘게 난공불락이던 자오곡의 금제를 와해시킨 것일까?)

청풍; (자오곡의 금제는 오행신문의 절기들이 동시에 펼쳐져야만 깨트릴 수가 있다는데...) 찡그리고

청풍; (물론 나도 어렴풋이 자오곡의 금제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짐작하고는 있었다.)

청풍; (헌데 누군가 나보다도 더 확실하게 그 파해법을 구사한 것같다.) 생각하며 기둥을 지나고. 직후

[!] 놀라는 청풍.

청풍의 앞쪽. 여러 개의 기둥과 조각상 사이에 거대한 용의 머리 형상 조각이 서있다. 높이는 3-4미터 정도로 벌린 입은 사람 하나가 기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마치 거대한 용이 땅을 뚫고 나오려는 듯한 형상인 그 용의 조각상 앞쪽에는 눈이 전혀 없다. 용의 입에서 뿜어진 열기가 눈을 다 녹여 버린 것. 지금도 그 용두 조각상의 입에서는 열기같은 게 뿜어지고 있고.

청풍; (저 용두(龍頭) 조각...) 눈 번득이며 다가가고

<입 부분에서 열기가 뿜어져 앞쪽의 눈을 녹였다.> 용두 조각상과 그 앞쪽 지면의 눈이 녹아있는 것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게다가...) 코를 벌름

청풍; (속을 후련하게 만드는 향기 역시 조각상의 안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흥분하며 용두조각상으로 다가가고

청풍; (조각이 워낙 커서 입이 동굴같다.) 용의 입 속을 기웃.

용의 입 안쪽에는 비스듬하게 아래로 기울어진 통로가 있다

청풍; (들어가 보자. 이 안쪽에 어떤 영약이 있는 게 분명하니...) 용의 입으로 들어가고. 발부터 집어넣고

청풍; (입구가 용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어서 마치 용의 뱃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기분이다.) 엎드린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서 다리부터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용의 입을 통해서 들어가는 청풍의 모습.

청풍; (통로 전체가 그을음으로 덮여있다.) 손에 묻는 시커먼 그을음을 보며. 옷과 얼굴도 그을음으로 거뭇해지고

청풍; (오랫동안 무언가를 태웠다는 건데...)

청풍. (역시 이 통로는 일종의 굴뚝이었다.) 생각할 때

툭! 아래를 딛던 발이 미끄러지고.

청풍; [헉!] 콰드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기겁하고.

청풍; (통로의 경사가 갑자기 급해졌다.) 콰드드! 투툭! 아래로 빠르게 미끄러지며 기겁하고. 양손을 허우적 대며 통로의 벽을 잡으려 하고.

청풍;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는 통로인데... 너무 대책없이 들어왔다.) 콰드득! 콰득! 허우적 대는 손으로 통로의 벽을 잡으려 애쓰면서 당황하고. 하지만 벽에는 잡히는 게 없어서 그을음으로 덮인 벽을 긁기만 하고. 그러다가

화악! 아래쪽이 밝아진다

청풍; (통로가 끝이 난다!) 미끄러지며 아래를 돌아보고

청풍; (미끄러져 내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추락사할 수도 있다!) 파파팟! 필사적으로 양손을 허우적 대며 벽을 긁고. 그 사이에도 몸은 빠르게 아래도 미끄러지고

콱! 마침내 벽에서 튀어나온 벽돌같은 것이 손에 잡히는 청풍.

청풍; (살았다!) 튀어나온 것을 손으로 잡고 매달리며 안도하고. 몸이 허공에 매달렸다.

청풍; (다행히 손에 잡히는 게 있어서 대책없이 추락하는 건 면했는데...) + [!] 생각하며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눈 부릅

쿵! 청풍은 거대한 향로가 있는 밀실 천장에 매달려 있다. 돔 형태의 천장 중앙에 뚫려있는 구멍이서 몸이 다 빠져나온 상태로 매달려 있다. 청풍의 손이 잡고 있는 돌출 부위는 그 구멍 입구 바로 안쪽에 있었다

밀실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청풍의 발 바로 아래에 거대한 향로가 놓여있다. 향로에는 걸죽한 액체가 절반쯤 들어있는데 완전히 식지 않아서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중이고. 청풍이 매달린 천장에서 향로까지의 높이는 10미터쯤 된다.

청풍; (저... 저 솥이다!) 흥분하며 내려다보고

<속을 후련하게 만드는 향기의 근원은 저 솥에 반쯤 고여있는 걸죽한 액체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향로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저 거대한 솥 속의 액체가 기사회생의 영약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쩌면 전신의 혈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내 체질도 고쳐줄지 모른다.)

청풍; (문제는 바닥까지의 높이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청풍; (무공을 쓰지 못하는 몸으로 이 높이에서 떨어졌다가는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게 뻔한데...)

청풍; (일단 굴뚝 밖으로 다시 나갔다가 안전하게 들어올 방법을 생각해야만 한다.) 슥! 다른 손으로도 굴뚝 속의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몸을 위로 끌어올리려 한다. 하지만 그 직후

툭! 튀어나온 벽돌같은 부분이 그대로 부러져 버린다

청풍; [!] 눈 치뜨며 아래로 추락하는 청풍. 한손에는 부러진 벽돌같은 것을 잡고 있고

청풍. (안... 안돼!) 고개 조금 돌려서 바닥을 보며 사색이 되고

확! 다가오는 거대한 향로

퍼억! 그 향로 속으로 빠지는 청풍. 몸이 걸죽한 액체 속에 잠기고

 

#61>

석실 밖의 철문. 금속 재질의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거인 둘이 철문을 등지고 서있다. 두쪽으로 이루어진 철문의 틈새에는 부적같은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다. 종이에는 <碧> <黃金> <禁>등의 글이 적혀 있다. 야차선녀가 붙인 것

철퍽! 무언가 질척이는 곳에 떨어지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리고. 그걸 듣고 흠칫! 하는 두 사람.

[뭐지?]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나?] 갸웃하며 철문을 돌아보는 두 사람. 하지만

[잘못 들었겠지.] [하긴 등선동의 입구는 여기뿐인데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어.] 다시 고개 돌리는 두 사람

[설령 이상한 기미가 보여도 야차선녀께서 펼쳐놓으신 술법 때문에 안에 들어가 확인해볼 수도 없고...] [그렇긴 하지.] 철문 틈새에 붙여진 부적같은 종이들을 보고

[그나저나 이제 독심귀의께서 말씀하신 한시진이 거의 다 되어가는 것같군.] [소장주님이 곧 오실 테니 긴장하세.] 동굴 입구쪽을 보며 긴장하는 두 사람

 

#62>

다시 석실 내부.

후두둑! 철퍽! 향로에서 튀어나온 걸죽한 액체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푸시시! 치치치! 그 액체에 닿은 바닥의 돌판들이 연기를 내며 녹아들어간다.

[!] 걸죽한 액체 속에 빠져 눈을 치뜨는 청풍. 등부터 떨어져서 등은 향로의 바닥에 닿아있다.

치치치! 빠지지직! 감전 당하는 느낌이 드는 청풍.

청풍; (뜨... 뜨겁다!)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며 두 손을 위로 내밀어 허우적대고. 향로에 고여있는 액체가 상당히 많아서 몸이 완전히 잠겼다. 손만 밖으로 나오고

청풍; (온몸이 그대로 익어버리는 느낌이다.) 위쪽으로 휘어진 솥 내부의 매끈한 벽을 두 손으로 긁으면서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내가 빠진 이 걸죽한 액체의 온도가 뜨거운 게 아니다. 액체에 포함되어있는 강력한 성분이 온몸으로 뚫고 들어오며 생기는 현상이다.> 츠츠츠! 청풍의 옷이 물속에 빠진 화장지처럼 녹아내린다. 청풍의 몸과 체모만 남는다. 목에 걸고 있는 분이의 머카락으로 꼰 끈과 그 끈에 꿰어져 있는 면사령도 변화가 없고

<아... 아무래도 난 이 액체에 온몸이 녹아서 죽어가는 모양이다.> 정신을 잃고 손에서 힘이 빠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분이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죽으면 안되는데...> 둥그스름한 솥의 바닥에 늘어진 채 정신을 잃는 청풍의 모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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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침. 신녀문.

정문. 많은 사람들과 마차들이 떠난다. 들어오는 마차들과 사람들도 있고

나가는 마차들에 섞여 나가는 큼직한 마차. 바로 청풍이 숨은 마차.

마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차를 몰고 가고.

 

마차 내부. 짐 속에 숨어있는 청풍. 눈을 감고 있다. 긴장한 표정

손으로는 분이가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들어준 끈을 만지고 있다

 

마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 흠칫.

휘익! 길 저편에서 날아오는 두 사람. 냉신장과 염신장이다.

겁먹는 사람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날아서 지나가는 두 사람

 

<신녀문의 사신장들이로군.> <염신장과 냉신장인데... 아침부터 뭐가 저리 분주하지?> 청풍의 귀에 들리는 마부들의 대화

청풍; (신녀문을 빠져나왔으니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

청풍;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중간에서 한 번 더 경로를 바꿔야만 한다.)

 

#53>

신녀문 깊은 곳의 오층탑. 창가에 냉상영이 서서 밖을 보고 있다.

냉상영이 보고 있는 곳. 천마장경각의 잔해. 아직 연기가 나고 있고. 사람들이 잔해를 뒤지고 있다.

냉상영;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손톱을 깨물고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으로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으면 시체라도 발견되었어야하는데...> 청풍이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하며 절벽으로 떨어지던 장면 떠올리고

 

냉상영; (청풍이 놈은 마치 하늘로 꺼지기라도 한 듯이 사라져 버렸다.)

냉상영; (날개가 달려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생각할 때

[다녀왔소이다!] [늦었소이다.] 휘익! 슈학! 다른 쪽의 열린 창문을 통해 날아드는 염신장과 냉신장

냉상영; [수색 결과를 말해보세요.] 내려서는 두 사람을 돌아보고

[사방 백리를 뒤졌지만 소문주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소.] [무공도 익히지 않은 소문주가 벌써 백리 밖에까지 나갔을 리는 절대 없소.] 대답하는 염신장과 냉신장

냉상영; [청풍이가 아직은 신녀문 근처에 있다?] 눈 번뜩

냉신장; [며칠 전 온 눈이 녹지 않은 상태요.] 끄덕이고

냉신장;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신녀문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소.]

냉상영; [사실 지난 밤 두 분이 수색을 나간 직후 청풍이가 발견되었어요.]

[그랬소?] [소문주는 어디에 있었소?] 염신장과 냉신장 놀라고

냉상영; [저 위쪽에 가있더군요.] 산을 올려다보고

냉신장; [우리가 분이를 해치운 곳?] 눈 번득이고

냉상영; [거기 근처의 절벽에서 스스로 뛰어내렸어요.]

염신장; [그래서 시체는 발견되었소?] 급히 묻고

냉상영; [그게 이해가 안돼요.] 찡그리고

냉상영; [절벽에서 뛰어내린 걸 내 눈으로 봤는데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냉신장; [그럼 소문주는 뛰어내린 척을 했을 뿐 뛰어내리진 않았을 수도 있겠소.]

냉상영; [뛰어내린 척을 했다?] 찡그리고

냉상영; [하지만 무공도 쓰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그럴 수가...] + [!]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그런 냉상영의 뇌리에 절벽 정상에서 5미터쯤 아래쪽에 버섯처럼 옆으로 뻗어있던 굵은 소나무가 흔들리던 장면이 떠오른다

냉상영; [이런...!] 팟! 이를 갈면서 창문 밖으로 날아가고

<뭔가 깨달았군!> 팟! 휘익! 냉신장과 염신장도 따라서 날아가고

놀라서 올려다보는 사람들. 그들 위를 새처럼 날아서 산봉우리 쪽으로 날아가는 냉상영과 냉신장, 염신장.

 

#54>

산봉우리의 절벽. 청풍이 뛰어내린 곳. 그곳에 서서 절벽을 내려다보는 풍신장

냉상영; [풍신장!] 휘익! 풍신장 뒤로 날아내리고. 돌아보는 풍신장

냉상영; [당신도 이곳으로 돌아왔군요.] 휘익! 휙! 날아내리는 냉상영의 뒤로 염신장과 냉신장도 날아내리고

냉상영; [뭔가 알아낸 게 있는 건가요?] 풍신장에게 다가오며

말없이 돌아서며 손을 내미는 풍신장. 손에는 천을 꼬아 만든 밧줄이 들려있다. 그 밧줄은 절벽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고 끝 부분이 올가미처럼 고리가 지어져 있다

냉상영; [밧줄!] 눈 치뜨고

냉상영; [설마...] 절벽 쪽으로 달려오고

풍신장; [이 밧줄은 아랫쪽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밑둥에 묶여 있었소.] 함께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풍신장이 든 밧줄 끝은 소나무에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냉상영; [밧줄... 밧줄을 숨겨두고 아래로 뛰어내린 척 했군요!] 내려다보며 이를 갈고

풍신장; [소나무가 무성해서 밧줄에 매달려 있는 게 위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인데...] 휙! 밧줄을 절벽 아래로 던지고

풍신장; [저 발자국을 보시오.] 뒤쪽을 돌아보며 말하고. 냉상영도 돌아보고

풍신장; [신녀나 우리들의 것이 아닌 발자국이 다시 신녀문 쪽으로 내려간 흔적이 있소.] 여러 개의 발자국중 좀 작아 보이는 발자국을 가리키고

냉상영; [절벽을 기어 올라온 후 다시 신녀문으로 숨어들었구나.] 이를 갈고

염신장; [그럼 소문주가 신녀문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겠소.] 듣고 있다가 흥분하며 말하지만

풍신장; [이미 반나절 이상이 지났네. 아직까지 신녀문에 숨어있을 리가 없어.] 한숨 쉬며 고개 젓고

냉상영; [마차!] 버럭 고함. 모두 놀라 돌아보고

냉상영; [날이 밝자 본문을 떠나는 마차에 숨어서 빠져나갔을 거예요.] 팟! 날아오르고

풍신장과 염신장, 냉신장도 날아오르고

냉상영; [오늘 아침에 떠난 모든 마차를 따라잡아서 수색하도록 해요.] 신녀문쪽으로 날아가며 외치고

풍신장; (신녀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다!) 눈 번뜩이며 냉상영을 따라 날아가고

<단순히 아들이 걱정되어서 저렇게 안달하는 게 아니다.> 이를 갈며 신녀문쪽으로 날아가는 냉상영의 모습 배경으로 풍신장의 생각

풍신장; (소문주를 반드시 찾아내야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눈 번뜩이는 얼굴 배경으로

 

#55>

해가 제법 뜬 오전. 강을 따라 나있는 번화한 대로. 강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짐을 잔뜩 실은 화물선이 대부분. 대로에선 신녀문의 무사들이 마차들을 세워놓고 마차 안을 수색하고 있다. 지휘자는 염신장이고.

마차의 문을 열거나 수색 당하면서 겁을 먹고 불만스런 표정인 마부들. 그러거나 말거나 마차로 올라가 짐을 헤집으며 조사하는 신녀문 무사들.

수색당하는 마차들 중에는 청풍이 타고 온 마차도 있다.

그 마차로 들어가 짐을 거칠게 헤집으며 수색하는 무사들. 헌데

 

강을 따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그 중 한척의 작은 화물선. 화물선 좌우 뱃전에 각기 십여 명씩의 사공들이 앉아서 노를 젓고 있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들은 노를 젓지 않고 있고. 헌데

노를 젓는 선원들 한명 크로즈 업. 죽립을 눌러쓴 왜소한 체격의 소년이다. 물론 그 쇼소년은 청풍이고

다른 선원들과 보조를 맞춰서 노를 저으며 관도쪽을 곁눈질하는 청풍

청풍; (혹시 몰라 경로를 한 번 더 보람이 있었다.) 생각하고

청풍; (천안신녀라는 별호로 불리는 어머니답게 내가 절벽으로 추락한 척 했다는 것과 다시 신녀문으로 돌아왔다가 마차를 타고 빠져나온 것까지 알아차렸다.)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잠히고 말았을 것이다.> 청풍이 타고온 마차 내부를 신녀문 무사들이 수색하는 장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다행히 난 신녀문을 떠난 후 첫 번째로 만나는 포구 근처에서 마차를 빠져나왔었다.> 마차의 뒷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청풍 자신. 주변을 오가던 사람들 놀라 돌아보고. 마차를 몰고 있는 마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포구에서 막 출발하려는 이 배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지금 청풍이 타고 가는 배가 떠나려하고. 그 배로 달려가며 손을 흔드는 청풍. 나이 든 선장이 돌아보고

 

청풍; (이 배를 타고 가다가 적당한 곳에 내려서 다시 행로를 바꿔야한다.)

청풍; (신녀문의 추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생각하며 노를 젓는 청풍에게 다가오는 나이 든 선장

선장; [농땡이 부릴 생각은 마라.] [노를 저을 줄 안다고 해서 태워준 것이니...] 눈을 부라리고

청풍; [물론입니다 노야.] 굽신

선장; [속도를 내라. 곧 물살이 거친 곳에 도착하니 일거에 통과해야한다.] 청풍을 지나가며 성원들에게 말하고

[예 노야!] 일제히 대답하며 노를 젓는 선원들

청풍; (처음 해보는 노동이라 쉽지가 않다.) 끼익! 끽! 노를 저으면서 비지땀을 흘리는 청풍

청풍; (하지만 분이가 당했을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를 악물며 분이가 강간당하던 장면 떠올이고

<반드시 강해져서 분이의 복수를 해야만 한다!> 노를 저어 가는 배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56>

<-보름 후> 험준한 산. 역시 겨울. 눈에 덮여 있고

<-종남산(終南山)> 눈이 덮여 있는 절경

눈 덮인 산중에 나타나는 청풍. 허름한 털옷으로 몸을 감싼 채. 아주 피곤하고 지친 모습이다. 긴 나뭇가지를 지팡이처럼 짚고 있다.

청풍; (드디어 종남산에 도착했다.) 헐떡이며 눈밭을 비틀거리며 올라가고

청풍; (내가 어머니의 독수를 피해 종남산으로 온 것은 강해지기 위해서다.)

청풍; (세상에 알려진 대로 어머니의 종들인 사신장은 정말 강하다.) (사신장의 첫째인 철신장은 무황성의 성주인 금면무황과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정도다.)

청풍; (그런 그자들을 죽이려면 구대문파의 무공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청풍; (사비세의 무공을 얻어야만 한다.) 눈 번득

청풍; (그리고 천마장경각에서 읽어본 기록에 의하면 이곳 종남산에 사비세중 한곳의 유적이 있다.)

청풍; (바로 오행륜의 성역(聖域)이 그곳이다.) 눈 번뜩이고

 

<-오행륜(五行輪)! 마교, 삼성동, 천신부와 함께 사비세로 꼽히는 오행륜은 사실 하나의 문파가 아니다.> 오행상생의 도표를 배경으로. 오행상생의 도표는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

<수정궁(水精宮), 을목도(乙木島), 화룡동(火龍洞), 황토루(黃土樓), 철왕각(鐵王閣)등 오행을 상징하는 다섯 문파의 연합이 바로 오행륜인 것이다.> 위의 도표를 배경으로 다섯 명의 남녀를 보여줄 것. 수정궁의 궁주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을 든 마치 유리인형같은 분위기의 여자. 을목도의 도주는 나뭇잎으로 만든 것같은 옷을 입은 엘프같은 여자. 화룡동의 동주는 눈이 부리부리하고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노인. 황토루의 루주는 환타지의 난쟁이 <드워프> 같이 떡 벌어진 체격에 키는 작은 노인. 철왕각의 각주는 온몸의 피부가 번쩍이는 중년인

<훗날 오행신문(五行神門)이라 불리게 된 다섯 문파를 손잡게 만든 인물은 종남산에서 신선의 술법을 닦던 신라(新羅) 출신의 방사(方士) 김가기(金可紀)였다.> 신라시대의 복장을 한 신선같은 모습의 중년인 김가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위의 오행신문 다섯 문주들이 포권을 하며 올려다보고 있고. 김가기 캐릭터는 바로 전의 작품인 <마고천장>의 김가기 캐릭터를 차용하면 됨

<김가기는 오랜 연구 끝에 오행의 기운이 모여야만 선단(仙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오행신문을 설득했던 것이다.> 동굴 속에 놓여있는 사람 키보다도 큰 거대한 향로를 가리키는 김가기. 향로에는 수많은 문양과 그림들이 새겨져 있고 동굴 안의 벽과 천장에도 역시 수많은 문양과 글이 적혀 있다. <마고천장>에 나온 역명천신단 만들던 향로를 그대로 써도 됨. 오행신문의 문주들은 놀란 표정으로 동굴 안을 살피고 있고. 동굴 벽에는 여러 가지 그림과 글들이 새겨져 있다.

<오행신문의 문주들은 김가기를 중심으로 오행륜이라는 결맹을 이룬 후 선단의 제련에 몰두했으며 그 과정에서 오행신문의 무공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향로를 등지고 앉아서 서로 열띤 대화를 주고 받는 김가기와 오행신문의 문주들

<오행신문의 문주들과 김가기가 과연 선단을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가기가 그때 만들어진 선단을 먹고 우화등선(羽化登仙) 했다는 전설은 전해진다.> 하늘로 올라가는 김가기. 올려다보며 놀라는 오행신문의 문주들

<김가기가 사라진 후에도 오행륜은 유지되었다. 짐작컨대 김가기가 남긴 방술(方術;신선이 되기 위한 술법)이 오행신문의 무공이 발전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게 포권하는 오행신문의 문주들. 장소는 향로가 놓여있는 그 동굴 내부

<하지만 상생(相生)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상극(相剋)이 될 수도 있는 오행신문 간의 결속이 영원히 유지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삿대질하며 싸우는 사람들의 실루엣. 위 화면의 오행신문의 문주들이 아니라 그 후손들이다. 향로는 여전히 남아있고

<결국 오행륜은 결성된 후 채 육십년을 넘기지 못하고 와해되어버렸다.> 동굴 입구에서 삿대질하는 사람들의 실루엣. 두 사람은 이미 날아서 나가고 있고

<비록 일갑자 남짓이었을 뿐이었지만 오행륜이 존재했을 때는 세상 그 어떤 세력도 오행륜과 맞서지 못했다.> 향로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함께 사비세에 속하는 마교, 삼성동, 천신부도 오행륜의 결속이 유지되고 있을 때는 감히 도발을 할 엄두도 못 냈었다.> 어떤 계곡이 투명한 막에 덮이고 있고. 그걸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보는 사람들의 뒷모습

 

청풍; (심지어 오행신문 개개의 문파가 삼성동이나 천신부에 필적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눈밭을 헤쳐가면서 생각하고

청풍; (종남산 깊은 곳에 있는 자오곡(子午谷)이 바로 김가기가 신선의 술법을 닦던 곳이다.) 헉헉! 숨이 턱에 찬 채 눈밭을 걸어가는 청풍.

청풍; (등선곡(登仙谷)이라고도 불리는 자오곡이 오행륜의 성역인데...) 순이 찬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청풍; (천마장경각에 남아있는 기록에 의하면 자오곡에 들어가려면 오행신문의 다섯 가지 신공이 동시에 펼쳐져야만 한다.) 푸욱! 눈에 깊이 빠지는 청풍의 발

청풍; (하지만 오행륜이 와해되면서 오행신문은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다.) 힘겹게 눈 밭을 걸어가고

청풍; (아마도 오행륜의 주도권을 놓고 다툰 때문일 텐데...)

청풍; (그 때문에 오행신문이 다시 손을 잡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풍; (그래서 칠백년 넘게 자오곡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청풍; (덕분에 자오곡에는 오행신문의 비전과 김가기의 술법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눈 번뜩이고

청풍; (그것만 얻으면 내 허약한 체질을 고치고 사신장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청풍; (물론 나는 천마의 최후절기인 저주심인결을 얻었다.)

청풍; (문제는 저주심인결이 무공이라기보다는 술법이라 실질적으로 복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오곡에 들어가 오행륜의 비전을 얻어야하는 이유다.> 눈 덮인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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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천마장경각을 밖에서 본 모습. 엄청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마치 거대한 캠프파이어같은 모습이고. 천마장경각 주위로 수많은 신녀문 남녀들이 몰려들었지만 누구도 불을 끌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천마장경각 입구쪽에는 냉상영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고. 그 좌우에 철신장과 풍신장이 서있다.

펑! 화악! 무너지기 시작한 천마장경각 안에서 불길을 뚫고 날아 나오는 염신장과 냉신장

냉상영; [어떻게 되었어요?] 급히 앞으로 마중 가고

냉상영; [청풍이의 책상에서 수습한 물건이 있는가요?]

<아들의 안위보다 아들의 물건에 관심이 있다?> <뭔가 있군!> 눈 번뜩이는 풍신장과 철신장

염신장; [늦었소!] 화악! 냉상영의 앞에 내려서며

냉신장; [불길이 이미 모든 걸 삼켜버렸소.]

냉상영; [그... 그럼 청풍이는...] 굳어진 표정

염신장; [분이년의 시체만 확인했소.] 고개 젓고

냉신장; [아무래도 소문주는 불을 지르고 빠져나온 것 같소.]

냉상영; (역시!) + [수색하세요!] 이를 갈며 외치고

냉상영;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거예요.] [그놈을 찾아내어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철신장; [그러지.] 돌아서고. 이어

철신장; [동, 서, 남, 북 네 방향을 나눠서 수색하자!] 팟! 날아오르고

풍신장; [그럽시다!] 휘익!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고

휘휙! 휙! 역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염신장과 냉신장

냉상영; (틀림없다! 청풍이 새끼는 나에 대한 복수로 저주심인결과 관련된 모든 걸 태워버리고 신녀문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를 갈고

냉상영;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감히 날 엿먹여?)

냉상영; (무공도 쓰지 못하는 몸으로 멀리 가진 못했을 테고...) (사신장이 잡아오는 대로 지옥을 경험하게 해주마!) 치를 떨고. 그러다가

냉상영; [!] 무언가 깨닫고

냉상영; (찾았다!) 고개 번쩍 들어 신녀문 뒤쪽의 높은 산을 보고

냉상영; (청풍이 놈이 어디로 갔는지!) 팟! 날아오른다

사람들 보는 중에 높은 산쪽으로 날아가는 냉상영

 

#48>

신녀문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 여전히 눈에 덮여 있고.

그 산에 덮인 눈으로 이어진 두 가닥의 흔적. 누군가 아래로 기어간 흔적과 그 옆으로 누군가 올라간 발자국이 나란히 나있고

그 두 가닥의 흔적은 산 꼭대기 근처까지 이어져 있고

그 흔적 끝에 서있는 청풍.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청풍이 서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있다.

멀리 산 아래로 불이 난 신녀문의 모습이 보이고

청풍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 바닥의 눈이 뭉개져 있고 그 눈 위에 피가 이리저리 뿌려져 있다. 분이가 사신장에게 강간당한 흔적이다

그걸 보며 이를 악무는 청풍.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분이가 염신장과 냉신장에게 두 팔이 눌린 채 철신장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이다.

청풍; (미안해 분이야.) (지금 당장 네 원수를 갚아주지 못해서...) 이를 갈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청풍; (조금만... 몇년만 기다려줘. 널 짓밟은 인간들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이고 말 테니...) 눈물이 발치로 떨어지고. 바로 그때

[호호호! 역시 여기 있었구나!] 화락! 웃음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근처로 내려선다. 돌아보는 청풍

냉상영; [네놈이 이리로 올라왔을 줄 알았다.] 마녀같이 잠옷과 머리카락을 펄럭이며 다가오고

청풍; [이걸 원하나요?] 종이 접은 걸 쳐들고

냉상영; [저주심인결?] 눈 치뜨고

청풍; [맞아요.] [앞서 적어준 건 오류가 있어서 그대로 수련하면 아마 미쳐버릴 걸요?] 말하며 뒷걸음질 친다. 절벽 쪽으로

냉상영; [내놔라!] 흥분하며 손을 내밀며 다가오고

냉상영; [저주심인결만 넘기면 네가 천마장경각을 불태운 건 불문에 붙이마.] 확! 청풍을 덮쳐오는데

청풍; [원하면 가져요.] 휙! 종이를 허공으로 던진다.

바람을 타고 절벽 쪽으로 날아가는 그 종이

냉상영; [안돼!] 팟! 청풍을 덮쳐오다가 방향을 홱 바꿔서 종이쪽으로 날아가고

팟! 청풍은 몸을 돌려 절벽을 따라 산 위로 달려가고. 그곳에 이미 오고 간 발자국이 있는데 그 발자국을 밟으며 달려간다. 청풍은 달아나는 쪽으로 한번 갔다가 왔다. 그 흔적을 숨기려고 밟은 자리를 밟으며 달려가고

팟! 절벽쪽으로 날아가던 종이를 낚아채는 냉상영

냉상영; (저주심인결만 손에 넣으면 저 새끼를 더 살려둘 이유가 없다.) 휘릭! 날아내리며 종이를 펼치고. 하지만

쿵! 냉상영이 펼친 종이는 하얀 백지다.

냉상영; (백지!) 눈이 찢어져라 치떠지고

냉상영; [날 속였구나!] 찌직! 종이를 확 찢으며 악을 쓰며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은 절벽을 따라 허우적거리며 눈밭을 달려가고 있다

냉상영; [죽여 버린다!] 차창! 양쪽 손의 손톱을 30센티 정도로 길게 만들며 청풍을 덮쳐간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 절벽을 따라 달려가다가 돌아보는 청풍

[크아!] 화악! 마녀같이 덮치며 면도날같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청풍의 등을 그어오는 냉상영. 청풍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같은데

슥! 갑자기 청풍의 몸이 옆으로 홱 틀어진다. 허리를 중심으로 상체만 90도로 틀어진 것. 그 때문에

서걱! 냉상영의 면도날같은 손톱은 청풍의 등쪽 옷만 자르며 스치고

냉상영; (내 공격을 피해?) 쩍! 경악하면서 다른 쪽의 긴 손톱으로 청풍의 목을 베어간다. 하지만

슥! 청풍의 목이 뒤로 홱 꺾이면서 이번에도 냉상영의 공격을 피하고

냉상영; (또...!) 팟! 경악하면서 발길질을 하지만

휘릭! 청풍의 몸이 그대로 뒤집어지면서 눈밭에 나뒹굴어 발길질을 피했다.

퍼억! 파앗! 굴렸던 몸을 절벽쪽으로 굴리며 다시 일어나려는 청풍

냉상영; [너 이 새끼...] 휘릭! 경악하며 멈춰서고. 고개 돌려서 청풍을 보며. 청풍은 절벽 끝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3미터 정도

주륵! 일어나는 청풍의 목에 세 가닥의 상처가 생기며 피가 흐른다

청풍; (아슬아슬했다.) 손으로 목을 감싸며 일어나고

청풍; (태환이형술로 몸을 원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게 된 덕분에 지금까지는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뒷걸음질

냉상영; [몸을 제멋대로 변형시키다니... 언제 그런 잔재주를...] + [!] 깨닫고

냉상영; [태환이형술이란 것을 익힌 것이냐?]

청풍; [눈치는 참 빠르군요.] 냉소하고

청풍; [어머니가 아무 생각없이 주신 그 비결이 제법 유용하더라구요.] [몸의 구조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가 있게 되었거든요.] 뒷걸음질 치며 말하고

냉상영; [누구 핏줄 아니랄까봐!] 이를 바득 갈고

청풍; [사신장을 시켜서 분이를 간살 하라고 시킨 게 어머니죠?] 절벽 끝에 멈춰서며.

냉상영; [이제 와서 뭘 숨기겠느냐?] 마녀같이 웃고

냉상영; [그년이 주제넘게 네게 꼬리를 치길래 사신장에게 치워버리라고 시켰다.]

청풍; [분이에 이어 나까지 죽일 생각인가요?] 슥! 발을 눈 속에 밀어 넣으며 묻고

눈 속에 길게 찢은 천을 여러가닥으로 꼬아 만든 고리로 이루어진 밧줄이 숨겨져 있는데 그 밧줄 속으로 발을 집어넣는다.

냉상영;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

냉상영; [어미인 내가 왜 널 죽이려 하겠느냐?] 다가오는데

청풍; [멈추세요! 더 가까이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예요.] 슥! 뒷걸음질치고

냉상영;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네놈에게 그럴 용기가 있다는 건 믿기 어려우니...] 냉소하며 다가오는데

청풍; [저주심인결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냉소

멈칫! 멈춰서는 냉상영

청풍; [내 시체라도 뒤질 모양이지만...] [내가 저주심인결을 다른 곳에 숨겨뒀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비웃고

[!] 눈 부릅 냉상영

청풍; [당연히 내가 죽으면 그게 어딘지 알아낼 수 없을 테구요.] 뒷걸음질 치면서 말하고

투툭! 청풍의 뒷걸음질에 밀린 눈더미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데 천을 고아만든 밧줄이 절벽 아래로 늘어트려져 있다.

냉상영; [원하는 게 뭐냐?] 노려보고. 이를 갈며

청풍; [솔직한 대답!]

찡그리는 냉상영

청풍; [방금 전에 가차없이 쓴 독수도 그렇고...] [어머니는 날 죽일 생각이었던 것같은데 사실 아닌가요?] 목의 상처를 만지며

냉상영; [오냐! 원한다면 대답해주마!] 이를 바득 갈고

냉상영; [네놈이 생각하는 대로다!] [난 네놈을 단 한시라도 살려두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냉상영; [그저 네놈이 저주심인결을 해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살려둔 것뿐이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청풍; [어째서죠?] 눈 번뜩

청풍; [어미가 되어서 왜 날 죽이려 드는 건가요?]

냉상영; [그건...] 말하려 할 때 + [신녀!]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고

흠칫! 뒤를 돌아보는 냉상영. 청풍도 냉상영의 뒤를 보고

[역시 여기 있었군!] [소제의 생각이 맞았소!] 휘익! 휙! 멀리서 질풍같이 날아오는 철신장과 풍신장

냉상영; (말할 기회를 놓쳤다!) 입술 깨물고. + [어서 와요!] 철신장과 풍신장에게

냉상영; (저자들에게 청풍이 놈의 정체를 말해줄 수는 없지!) + [다행히 내가 먼저 청풍이를 찾아냈아요.] 가식적인 미소 지으며 말하는데

[!] [!] 무언가 발견하는 풍신장과 철신장

풍신장; [안된다!] 쐐액! 외치며 더 빨리 날아오고. 냉상영의 뒤를 보며

냉상영; [!] 깜짝 놀라며 돌아보는 냉상영

슥! 뒷걸음질 치며 뒤로 몸이 넘어가는 청풍. 뒤는 바로 절벽이고

냉상영; [무슨...] 기겁하며 절벽 쪽으로 달려가려 하고

풍신장; [멈춰라!] 외치며 냉상영의 머리를 뛰어넘고. 철신장도 놀라고 날아오고. 하지만

슥! 냉상영을 향해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하며 뒤로 넘어가는 청풍의 몸

휘익! 그대로 절벽 아래로 사라지는 청풍

풍신장; [이런...] 휘익! 절벽 끝에 내려서고

철신장; (독한 놈! 스스로 투신을 하다니...) 날아오며 놀라고

냉상영; [어... 어떻게 되었나요?] 달려오고

말없이 아래를 가리키는 풍신장.

우수수! 절벽 아래쪽 5미터쯤에는 옆으로 버섯처럼 넓게 퍼진 아주 굵은 소나무가 한 그루 돋아나 있는데 그게 무언가 부딪힌 듯 흔들리며 쌓였던 눈이 떨어지고 있고.

그 절벽 아래쪽 백여미터 쪽에는 거친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냉상영; [저... 저 계곡물에 빠진 건가요?] 내려다보며 이를 갈고

풍신장; [아무래도 그런 것 같소.] [내가 도착했을 때 소문주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소.] 침통하게 끄덕이고. 그러자

냉상영; [하류쪽으로 내려가세요.] 악을 쓰며 계곡 물이 흘러가는 쪽을 가리키고

냉상영; [무슨 일이 있어도 청풍이의 시체를 찾아야만 해요!] 팟! 외치며 자신이 먼저 절벽을 따라 날아간다.

철신장; [어쩔 수 없지! 시체라도 찾아주자.] 휘익! 냉상영을 따라 날아가고.

풍신장; (하룻 사이에 못할 짓을 거푸 두 번이나 하게 되는구나.) 휘익! 한숨 쉬며 철신장을 따라 날아간다.

곧 절벽 위는 조용해지고. 헌데

 

#49>

흔들리는 절벽 중간에 나있는 소나무.

쿵! 소나무 아래 5미터쯤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청풍. 한쪽 발목에 밧줄이 묶여있고. 그 밧줄의 한쪽 끝은 소나무 밑둥에 바짝 묶여있다. 소나무는 옆으로 울창하게 가지가 뻗어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위에서는 안보인다.

청풍은 한쪽 발목만 매달린 모습으로 매달려 있고. 목에는 분이가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들어준 줄에 꿰인 면사령이 걸려있다. 청풍의 발목을 묶은 것은 가늘게 찢은 천을 꼬아 만든 밧줄이다.

청풍; (다행히 생각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 거꾸로 매달린 채 생각하고

청풍; (무공도 없는 내가 어머니와 사신장의 추격을 피할 가능성은 없다.) 몸을 힘겹게 굽혀서 자기 발목을 묶은 밧줄을 잡으려 한다

청풍; (그래서 이런 준비를 해둔 것이다.) 콱! 밧줄을 움켜잡고

 

<분이를 염한 후 난 하루종인 이불 호청을 가늘게 찢어 꼬아서 이 밧줄을 만들었었다.> 분이의 시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주저앉아 가늘게 찢은 천을 꼬아서 밧줄로 만들고 있는 청풍. 침대 아래에는 이불에서 꺼낸 솜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그후 삼장 정도 길이의 그 밧줄을 갖고 이곳으로 올라와 몸을 던질만한 장소를 찾았었다.> 밧줄을 절벽 위에 난 다른 나무에 묶고 아래쪽을 살피는 청풍. 그 아래쪽에 지금 매달려 있는 옆으로 넓게 퍼진 소나무가 보이고

<그리고 밧줄을 타고 내려가 다른쪽 끝을 나무 밑동에 매어두었었다.> 나무에 걸터앉아 타고 내려온 밧줄 끝을 나무 밑둥에 묶는 청풍.

 

청풍; (다시 올라와 밧줄의 끝을 올가미 형태로 묶어서 눈 속에 숨겨두었던 것이고...) 발목에 묶인 밧줄을 잡고 나무를 향해 절벽을 기어 올라오는 청풍

청풍; (다행히 눈이 많이 와서 눈 속에 묻어둔 올가미 부분에 들키지 않고 발목을 끼울 수가 있었다.) 턱! 나무를 한팔로 끌어안고 올라오고

청풍; (밧줄을 설치할 때와 달리 다시 올라가는 게 문제다. 잡고 올라갈 밧줄도 없는 상태이니...) 나무 밑동에 기어 올라와 앉으며 위를 본다. 절벽 위까지는 5-6미터 정도

청풍; (하지만 어떻게든 올라가야만 한다.) 심호흡하고

청풍; (분이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난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하므로...) 콱! 절벽의 모서리를 움켜잡으며 결의에 찬 표정.

 

#50>

절벽 위의 모습.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떠있고

콱! 절벽 위의 모서리를 잡는 손.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청풍; [허억!] 거친 숨을 토해내며 기어 올라오는 청풍

털썩! 절벽을 다 기어 올라와 눈밭에 엎어지는 청풍. 양손이 피로 문들었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다

청풍; (올... 올라왔다.) 헐떡이며 몸을 일으키고

덜렁! 옷 사이에서 앞으로 늘어지는 면사령

청풍; (분이...) 분이가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든 줄에 꿰어진 면사령을 움켜잡고

청풍; (분이가 날 절벽 위로 밀어 올려준 기분이다.) 분이의 해맑은 얼굴 떠올리고

청풍; (하지만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청풍; (강북 일대에서 강력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신녀문의 추적을 따돌리려면 추호의 실수도 해서는 안된다.) 비틀거리며 신녀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신녀문 한쪽은 여전히 대낮같이 밝다. 물론 천마장경각이 있던 쪽이다. 천마장경각은 여전히 활활 타고 있고. 신녀문 사람들이 대부분 그곳으로 몰려와 있지만 불을 끌 엄두는 못내고 구경만 하고 있다.

청풍; (등하불명(燈下不明)...) 비틀거리며 신녀문을 향해 내려가고

청풍; (어머니도 설마 내가 다시 신녀문으로 돌아갈 줄은 생각도 못할 것이다.)

<어머니의 독수에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그래서 분이의 복수를 할 수 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랄 수 있다!> 신녀문쪽으로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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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천안탑. 주변은 조용

오층. 침대. 창문이 닫혀 있어 어둑하다

침대에 얇은 이불 덮은 채 잠든 냉상영. 입구쪽에 등을 돌린 채 잠이 들었다.

만족한 표정의 냉상영 얼굴

[일어나시오 신녀.] 냉상영의 어깨를 누군가의 손이 흔들고.

냉상영; [풍신장...] 찡그리며 눈을 뜨고. 냉상영을 깨운 것은 풍신장이다

냉상영; [내가 알아서 일어날 때까지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고개 돌리는데

풍신장; [미안하오.] 냉상영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몸을 세우고

풍신장;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서 깨울 수밖에 없었소.]

냉상영; [예상치 못한 일?] 슥! 출렁! 불길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얇은 잠옷 차림. 젖가슴이 출렁이고

풍신장; [죽은 줄 알았던 분이가 살아서 돌아왓소!]

[!] 눈 부릅 냉상영

 

#38>

신녀문의 큰 건물. 대청. 수많은 남녀들이 모여서서 웅성거리고 있고. 안을 기웃거리지만 무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막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진 못한다

청풍; [!] 눈 부릅뜨고

쿵! 대청 중앙 바닥. 담요같은 두꺼운 천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누워있는 분이의 처참한 모습. 눈을 감고 있고. 주변에는 나이 든 여자들과 의사들이 주저앉거나 둘러서있다. 내총관과 여자들은 울고 있고

분이의 으스러진 아랫도리 크로즈 업

내총관; [어떤... 어떤 천벌을 받을 놈들 짓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심하게 당해서 아랫도리가 으스러졌는데...] 울면서 설명

내총관; [이런 몸으로 정문까지 기어왔다고 해요.] 말하다가 흠칫! 스륵! 청풍의 몸이 주저앉고 있고

털썩! 분이의 시체 앞에 무릎 꿇고 주저앉는 청풍

[소문주님!] [정신 차리세요 소문주님!] 내총관과 의사들이 부축하려 하지만

손을 들어서 부축을 거부하는 청풍. 이어

청풍; [안돼! 이러면 안돼 분이야.] 울면서 분이에게 몸을 숙이고. 덜덜 떨리는 손을 뻗으면서

청풍; [나보다... 나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고

청풍;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먼저 가는 법이 어디 있어?] 뚝뚝! 눈물이 분이의 얼굴에 떨어지고.

지켜보던 여자들과 내총관도 울고. 헌데

꿈틀! 순간 분이의 손이 조금 움직이고

내총관; [소.. 소문주님!] 그걸 보며 비명 지르고

[!] 청풍도 무언가 느끼고

다시 조금 움직이는 분이의 손

[이게 무슨...] [방금 전 진맥했을 때 분명 숨이 끊어졌었는데...] 의사들 당황하고

청풍; [분... 분이야!] 흥분하며 내려다보고. 그때

파르르! 분이의 눈꼬리가 좀 떨리더니

힘겹게 눈을 뜨는 분이

[살... 살아났어!] [분이가 눈을 떴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소문주님의 눈물이 분이의 혼백을 돌아오게 한 모양이야.] 내총관과 여자들 흥분하고. 그때

무어라 입을 움직이는 분이. 눈으로는 청풍을 보며

청풍; [그래 분이야! 나야!] 분이의 상체를 끌어안아 품에 안고

다시 입술을 움직이는 분이

청풍; [무어라고?] 귀를 분이의 입에 대고. 그러자

<문주... 사신장...> 청풍의 귀에 모기가 우는 것같이 작게 말하는 분이

청풍; (어... 어머니?) 눈 부릅뜨고

청풍; (설마 어머니가 사신장을 시켜서 분이에게 이런 짓을...?) 경악하며 분이를 내려다 볼 때

그렇다는 듯이 고개 조금 끄덕이는 분이.

청풍; (정말... 정말이로구나! 분이를 해친 범인은 바로 어머니였어!) 엄청난 충격을 받고 공황상태에 빠지는데.

슥! 피로 물들고 갈라터진 분이의 입술이 조금 움직이고

청풍; [뭐... 뭐라고?] 울면서 내려다보는데

분이; <미... 안... 해요.> 터진 입술이 움직이고. 소리는 안난다. 그러자

청풍; [안돼! 안돼! 이러지마!] 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고. 하지만

미소 지으면서 눈을 감는 분이. 이어

툭! 손이 힘없이 늘어지는 분이. 진짜 죽었다.

청풍; [눈을 떠! 분이야! 눈을 뜨란 말이야! 우린 아직 할 얘기가 많잖아.] 흔들며 울부짖지만. 물론 분이는 반응이 없고

주변의 여자들 울고

청풍; [끄윽! 약속을 지키란 말이야! 네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해?] 분이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고. 그때

[이게 다 무슨 소동이냐?]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냉상영; [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계집 하나 죽은 게 무에 대수라고 울고 짜는 것이냐?] 마녀같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그 뒤에 풍신장이 서있고. 여자들과 의사들 겁에 질려 길을 터주는데

[죄... 죄송합니다 문주님!] [죄송합니다.] 여자들 겁에 질려 급히 대청 입구로 달려가며 굽신 거리고

냉상영; [밥값도 못하는 것들이...] 그런 여자들 노려보며 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칫! 하고

청풍이 분이의 시체를 안고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냉상영; [청풍아!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노려보며 다가오는데

냉상영; [그 년 시체, 당장 내려놓지 못하겠느냐? 그렇게 더러운 걸 만지면 너도 잘 못 될 수 있어.] 돌아서는 청풍을 가로 막지만

청풍; [비켜요!] 분이의 시체를 안고 냉상영 쪽으로 오며 무표정하게 말하고

냉상영; [너...] 분노할 때

청풍; [지난 밤 정말 더러운 걸 본 저인지라 분이의 시체는 연꽃같이 깨끗하게 느껴지는군요.] 차갑게 웃으며 냉상영 옆을 지나고. 눈 부릅뜨지만 막지 못하는 냉상영

풍신장도 찡그리고

청풍; [같이 가자 분이야. 널 절대 외롭게 만들지 않을게.] 분이의 시체를 안고 비틀거리며 대청 밖으로 나가는 청풍. 풍신장은 옆으로 비켜서고

대청 밖에 서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옆으로 물러서 길을 터주고. 그 사이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청풍. 여자들은 울고

대청 입구에 서서 그걸 보는 냉상영. 모멸감에 치를 떨고 있다

냉상영; (정말 더러운 걸 봤다?) 이를 바득. 청풍의 혐오스러운 표정 떠올리고

냉상영; (당장 때려죽이고 싶지만... 참아야만 한다.) 심호흡. 억지로 참고

냉상영; (저주심인결과 관련하여 저놈이 뭔가 추가로 알아낸 게 있는 것같으니...)

<지금 상태에서는 추궁해봐야 역효과만 날 뿐이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만 한다.> 분이 시체를 안고 대청을 등진 채 오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39>

낮. 천마장경각

천마장경각의 입구에는 냉신장과 염신장이 서서 안쪽을 보고 있고

냉신장; <분이 년이 아랫도리가 으스러진 상태로 그 먼 거리를 기어서 돌아올 줄은 몰랐어.> 천마장경각 안쪽을 살피며

염신장; <큰형님 말씀대로 현장에서 숨통을 끊어 놨어야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고개 끄덕이고

냉신장; <그나저나 청풍이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분이년의 시체를 천마장경각 안으로 갖고 들어가다니...>

염신장; <제 딴에는 그년을 추모하는 모양이니 지켜보세.>

 

#40>

천마장경각 내부. 어둑하지만 여전히 청풍의 책상과 침대 있는 곳은 야광주 덕분에 밝고.

침대에 눕혀져 있는 분이. 만신창이가 된 몸의 가슴 아래는 이불로 덮여있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물수건으로 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는 청풍. 목에는 분이가 머리카락으로 꼬아 만든 끈에 끼워진 면사령이 걸려 있다.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분이의 말. <번거로우시더라도 이걸 늘 목에 걸고 계세요.>

 

<제 몸의 일부이니 아무쪼록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분이가 면사령을 끼운 머리털로 꼰 끈을 청풍의 목에 걸어주던 장면이다.

 

청풍; (분이 너는 우리가 이렇게 이별할 것을 예감했었던 것이냐?) 분이의 얼굴 닦아주며 울고

청풍; (너를... 이토록 착하고 사랑스러운 너를 내게서 빼앗아간 인간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이를 갈고

청풍; (그게 설령 내 피붙이라도...) 마녀처럼 웃는 냉상영과 냉상영 뒤의 사신장을 떠올리면서 살기로 물드는 얼굴

 

#41>

저녁 무렵. 신녀문.

사람들이 모두 침통한 분위기로 조심조심 돌아다닌다.

오층탑

창가 의자에 앉아서 천마장경각쪽을 보고 있는 냉상영. 오만상.

천마장경각 입구는 이제 냉신장 혼자 지키고 있다.

냉상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들. 지난 밤 오층 입구에 서서 충격 먹은 표정을 짓던 청풍. 청풍의 손에 들려 있던 종이 접은 것

분이의 시체를 안고 다가오며 노려보던 장면

냉상영; (경솔했다!) 입술 깨물고

냉상영; (청풍이 새끼, 저주심인결에 관해 분명 내게 숨기는 게 있다.)

냉상영; (그런데 그 새끼가 종년과 놀아나는 장면을 목격하자 눈이 뒤집혀서 일을 저질러 버렸다.)

냉상영; (분이 년이 뒈졌으면 그래도 별 문제가 안되었을 텐데...) (그년이 아랫도리가 으스러진 채로 오리가 넘는 거리를 기어서 돌아올 줄이야.) 손톱 물어뜯고

냉상영; (지금 상태의 청풍이 새끼에게는 어떤 협박과 회유도 먹히지 않을 테고...)

냉상영; (속은 타들어가지만 그 새끼의 감정이 갈아앉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냉상영; (이래 저래 포가년의 애새끼는 속을 긁어대는구나.) 이를 바득 갈고.

 

#42>

밤. 신녀문. 하늘에는 반달을 지나 보름달로 향해가는 달이 떠있고

천마장경각. 입구는 풍신장이 지키고 있고

 

천마장경각 내부. 청풍이 침대 옆에 서있다. 손에는 비수와 긴 못이 들려 있다. 침대에는 얼굴이 깨끗해진 분이가 잠이 든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이불은 덮지 않았고 찢어진 잠옷만 입은 상태. 가슴에 모아진 분이의 두 손에는 양피지와 종이 접은 게 안겨져 있다. 천자비결과 저주심인결이다. 침대 주위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마치 화장을 하기 위해 장작을 쌓은 듯이. 그리고 침대 아래에는 솜이 수북히 쌓여있다. 이불에서 빼낸 솜인데 이불 호청은 보이지 않는다.

청풍; (이제 이별이다 분이야.) 분이를 내려다보고

청풍; (이번 생에서는 다시 못 보겠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분이 너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비수와 못을 든 채 분이를 향해 합장하고

이어 무릎을 꿇는 청풍. 침대 아래의 책 더미들 옆에는 솜이 잔뜻 쌓여있다. 이불을 뜯어내고 꺼낸 솜이다. 이불 호청은 보이지 않는 것 주의

그 솜 더미 위에 긴 못을 대는 청풍. 이어

끼긱! 칼로 못을 그어 내린다. 불꽃이 튀고. 하지만 쉽사리 불은 붙지 않는다. 하지만

청풍; (지금의 난 힘으로 분이의 복수를 해줄 수가 없다.) 카캉! 칼로 연달아 못을 긁어내리며. 불똥이 튀고

청풍; (이게 내가 어머니와 사신장에게 복수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캉! 더 강하게 칼로 못을 긁고. 그러자 불똥들이 확 튀어서

팟! 팟! 솜에 닿은 불똥들이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한다

청풍; (됐다!) 못은 버리고 비수만 든 채 뒤로 물러나 앉고

화르르! 솜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청풍; (어머니는 천자비결은 물론이고 진짜 저주심인결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일어나며 분이를 보고.

<둘 다 분이의 혼백에게 바치는 향이 될 테니...> 분이의 가슴에 얹혀져 있는 양피지들과 접힌 종이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이제 여길 빠져나가서 어머니가 결코 찾지 못할 곳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돌아서고

<천마장경각에 서려있던 천마 방각의 저주도 오늘로써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화르르! 책꽂이 사이로 걸어가는 청풍의 뒤로 불길이 치솟는다

 

#43>

천마장경각을 밖에서 본 모습. 풍신장이 서있고

월동문으로 들어오는 철신장

풍신장; [형님...] 돌아보고

철신장; [그 새끼는 뭘 하고 있느냐?] 천마장경각을 보며 다가오고

풍신장; [하루 종일 천마장경각 밖으로 얼굴도 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철신장; [이미 송장이 된 년에게 달라붙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독한 종자야.] 냉소하며 풍신장과 나란히 서서 천마장경각을 보고

풍신장; [누구 씨인데 어련하겠습니까?] 한숨

철신장; [후환이 있겠지?] 천마장경각을 노려보고

풍신장; [눈치로 봐선 분이의 죽음이 신녀와 우리들의 짓인 걸 알아차린 게 분명합니다.] 심각. 한숨

철신장; [기회를 봐서 숨통을 끊어버려야겠군.] 음산하게 웃고. 그때

풍신장; [무슨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코를 벌름거리고

철신장; [냄새?] 어리둥절. 찡그리고

철신장; [그러고 보니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같기도 하고...] 그 직후

화악! 갑자기 천마장경각 안이 아주 밝아진다

[헉!] [천마장경각 안쪽에서 불이 났다!] 기겁하는 풍신장과 철신장

 

#44>

오층 탑.

맨 윗층. 어두운 침실. 넓은 침대에 혼자 누워있는 냉상영

냉상영의 모습. 직후

화악! 갑자기 창문이 밝아져서 눈을 치뜨는 냉상영

냉상영; (불빛...!) 벌떡! 일어나며 창문을 보고

화악! 창문 밖이 대낮같이 환하다

냉상영; (불이 났다! 설마...!) 팟! 창문쪽으로 날아가고

덜컹! 창문을 거칠게 여는 냉상영. 직후

[!] 창밖을 보며 눈이 찢어져라 치떠지는 냉상영

쿵! 화악! 웅장한 천마장경각 전체가 거센 불길에 휩싸여 있다. 천마장경각 앞쪽에는 철신장과 풍신장이 당황하며 서있고

냉상영; (청... 청풍!) 이를 갈고

냉상영; (그 죽일 놈이 일을 저질렀구나!) 파앗! 창 밖으로 날아나가고

 

#45>

풍신장; [불길이 너무 강하오!] [진화하긴 틀렸소!] 손으로 앞을 겨누며 말하고. 풍신장의 손바닥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나가서 불길이 다가오는 걸 막는다

철신장; [바짝 마른 책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으니 아주 잘 타겠지.] 이를 갈며 천마장경각을 노려보고.

[뭘 하고 있어요?] 휘익! 두 사람 뒤로 날아 내리는 냉상영. 돌아보는 두 사람

냉상영; [빨리... 빨리 안으로 들어가 봐야할 거 아니에요?] 내려서면서 이를 갈고

철신장; [그러고 싶어도 불길이 너머 거세.] [엄청난 양의 책들이 일제히 타면서 무쇠도 녹일 정도의 고열을 내고 있어.] 고개 젓는데

냉상영; [그렇다고 두고만 볼 거예요?] 이를 갈고.

철신장; [아들이 걱정되는 심정을 알지만...] 말하는데. + [신녀!] [노대! 무슨 일이오?] 휘익! 휙! 뒤에 날아 내리는 염신장과 냉신장.

돌아보는 냉상영과 철신장과 풍신장

냉상영; [마침 잘 왔어요!] [두 분은 불에 강하니 안에 빨리 들어가 봐요.] 천마장경각을 손가락질 하며 다급히

염신장; [소문주가 안에 있소?] 놀라고

냉상영; [확인해보고 데리고 나오데 책상 주변에 있는 종이들은 남김없이 확보하세요.] 초조한 표정으로

[알겠소.] [기다리시오.] 펑! 휘익! 천마장경각으로 날아 들어가는 염신장과 냉신장. 염신장을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냉신장의 몸은 얼음으로 변한다.

펑! 천마장경각의 문을 부수며 불길 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염신장과 냉신장

냉상영; (젠장! 아무래도 이미 늦은 것같은 기분이 든다.) 손톱을 물어뜯고

<저 거센 불길 속에서 저주심인결과 관련된 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불타는 천마장경각을 보는 냉상영과 철신장, 풍신장을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월동문과 담장 밖으로 신녀문의 사람들이 놀라서 몰려오고 있고

 

#46>

맹렬한 불길이 휩쓸고 있는 천마장경각 내부. 책장과 책들과 건물의 벽체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고

화악! 그 불길을 뚫고 나타나는 염신장과 냉신장. 두 사람은 불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염신장은 불길을 몸에서 뿜어내고 있고 냉신장의 몸은 얼음같다.

[!] [!] 놀라는 두 사람.

쿵! 청풍의 책상이 있던 곳. 완전히 불구덩이인데. 화장터같이 변한 청풍의 침대. 그 침대 위에 불길에 휩싸인 분이의 시체 실루엣이 보인다

<분이 년의 시체만 있군!> <소문주는 천마장경각 안에 없는 것 같네.> 불길에 휩싸인 분이의 시체를 보며 전음 주고 받는 두 사람

청풍의 책상도 불길에 휩싸여 그 위에 있던 책과 종이들은 이미 다 타고 있다

<신녀는 책상 주변의 종이들을 확보하라고 했지만...> <이미 건질 건 없네. 그만 나가세.> 돌아서는 두 사람

콰드그! 천장이 무너지고

<이크!> <서두르세!> 확! 화악! 들어왔던 곳으로 날아가는 두 사람.

콰쾅! 퍼엉! 무너진 대들와 천장의 잔해들이 분이의 시체를 덮친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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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천마장경각의 내부. 수많은 책꽂이 사이에 불이 밝혀진 곳. 청풍의 책상과 침대가 있는 곳이다. 침대에는 청풍이 누워있다. 한팔로 눈을 가리고 있고. 눈을 가린 팔쪽의 손에는 접은 종이가 구겨진 채 말아 쥐어져 있다. 물론 진짜 저주심인결을 적은 종이다.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사신장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냉상영의 모습

청풍; (역겹다.) 이를 악물고

청풍; (젊은 나이에 홀몸이 되었으니 남자를 사귈 수는 있다.) (만일 제대로 된 상대라면 어머니가 재혼을 한다 해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풍; (하지만 한 명도 아니고 네 명과 그런 짓을...) 이를 악물고

청풍; (수치심과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면 짐승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청풍; (아버지가 가엾고...) (저런 어머니를 두었다는 사실이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울 뿐이다.) 이를 갈며 울고. 바로 그때

[소... 소문주님!]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분이; [왜 그러세요?] 책꽂이 사이에서 나오며 놀라고. 청풍은 알아차리지만 여전히 팔뚝으로 눈을 가린 채 울고 있고

분이; [대체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어째서 울고 계신 거예요?] 급히 다가와 침대 옆에 몸을 숙이며 묻고

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소리 죽여 우는 청풍.

분이; [제가 들어드릴 테니까 다 털어놓으세요. 그럼 후련해지실 거예요.] 청풍의 옆에 엉덩이를 걸치며 청풍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러자

청풍; [크흑!] 와락! 분이의 몸을 끌어안고 울음 터트리는 청풍. 놀라지만 청풍을 마주 안아주는 분이

청풍; [분이야! 나... 나 어쩌면 좋으냐? 아버지가 불쌍해서 어떻게 해?] 분이의 상체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울고

분이; (역시 문주님과 관련된 일이로구나.) 청풍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께 침대에 눕고

분이; (이 가엾은 분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청풍의 이마에 키스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내가 간절히 원하던 일이기도 하고...> 이불 속에서 청풍을 올라타는 분이. 청풍을 끌어안고 얼굴에 입을 맞추면서. 직접 응응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말고

 

#29>

새벽녘. 신녀문. 아직은 어둡고 건물들에 불은 켜져 있지 않다.

오층탑. 역시 불은 켜져 있지 않고

잠옷 앞자락을 여미며 침대에서 내려서는 냉상영. 침대에는 사신장이 지친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고. 대충 옷은 입은 모습들

냉상영; (청풍... 그놈이 이 시간에 왜 날 찾아온 것일까?) 침대 옆의 탁자로 가며 찡그리고. 탁자에는 모피로 만든 겉옷이 대충 얹혀져 있다. 그러면서

냉상영; (평소 내 거처에는 얼씬도 않던 놈이...) 계단 입구에 서서 눈 치뜬 채 보던 청풍의 모습 떠올리고. 그러다가

[!] 눈 치뜨는 냉상영

청풍의 왼손에 종이가 들려있던 것을 떠올리고

냉상영; (혹시...) 급히 털옷을 집어들고

지쳐 잠들었던 사신장들 흠칫! 깨어나고

냉상영; (저주심인결과 관련하여 내게 보여줄 것이 있었던 것 아닐까?) 급히 털옷을 몸에 두르고

철신장; [어딜 가려고?] 상체를 좀 일으키며 묻고

냉상영; [쉬고 계세요. 천마장경각에 가봐야겠어요.] 급히 계단으로 가며 말하고

냉상영; (어쩌면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주심인결을 얻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날 듯이 계단을 내려가는 냉상영

[...] 찡그리며 보는 철신장. 일어나 앉았고. 다른 세놈도 깨어나 철신장과 냉상영이 내려간 계단을 보고

풍신장; [형님...] 일어나며 철신장을 보고

철신장; [일어나라. 아무래도 일이 생긴 것같은 예감이 든다.] 침대에서 내려가며 말하고. 다른 세 놈 흠칫! 하고

 

#30>

천마장경각. 역시 새벽. 어둑하고

[!] 눈 부릅뜨는 냉상영. 책꽂이 사이의 어둠속에 서있다.

쿵! 불이 밝혀진 공간,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청풍과 분이의 모습이 보이고. 잠옷 앞 자락이 벌어져 거의 알몸이 된 채 반듯하게 누운 분이의 품에 역시 알몸인 청풍이 옆으로 안겨 있는 모습. 한탕 뛴 모습이고. 둘의 어깨 아래 몸은 이불에 덮여있다. 침대 옆 바닥에는 분이가 입고 온 잠옷이 널려있고

청풍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얼굴 붉히는 분이

냉상영; (분... 분이 네년이 잘도...) 부들부들

분이; [어때요 소문주님? 이제는 좀 기분이 풀리셨는가요?] 청풍을 품에 안고 속삭이고

청풍;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분이의 품에 안겨 수줍은 표정

청풍; [오늘 일 절대 잊지 않을게.] 고개 들고

분이; [그걸로 되었어요.] 고개 숙여 키스 하려 하고

분이; [소문주님이 절 잊지 않으시는 것만으로 전 만족해요.] 키스하고

둘이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하고

냉상영; (죽일...) 어둠 속에 숨어서 그걸 보며 이를 바득 갈고

냉상영; (오냐! 네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해주마!) 돌아서고

냉상영;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마녀같은 표정. 그 뒤로 청풍와 분이가 끌어안고 키스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31>

천마장경각을 나오는 냉상영. 마녀같은 표정

천마장경각 앞에 서있는 사신장

철신장; [무슨 일인가?] 대표로 묻고

냉상영; [네분은 제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맹세하셨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철신장들에게 다가오며

철신장; [새삼스럽게 왜 그런 말을...] 찡그리고

냉상영; [그 맹세를 지켜주셔야겠어요.] 마녀같은 표정으로 웃고

 

#32>

새벽. 좀 더 날이 밝았고. 신녀문의 건물 몇채에는 불이 켜져 있다. 하지만 천마장경각 주변의 건물들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지 않다. 아직은 완전히 날이 밝지 않았다.

청풍의 침대가 있는 공간. 그곳에는 빛이 나는 구슬들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고,

침대에 곤히 잠이 든 청풍. 알몸을 이불이 덮고 있다. 분이는 침대에 없고. 그러다가

잠이 깨는 청풍

청풍; [분이야...] 일어나려 하고

분이; [깨셨어요?] 책상 앞의 의자에 옷을 다 입고 앉아있다가 청풍을 돌아본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머리를 풀어 헤쳤다. 자기 머리카락으로 끈을 꼬고 있다. 상당히 두껍고 긴 끈이다. 책상에는 비수와 함께 비수로 자른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흩어져 있다. 한쪽의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이고. 잘린 머리카락들 옆에는 면사령이 놓여있다.

분이; [다 되어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머리카락을 꼬아서 끈을 만들며 말하고

청풍; [뭐하는 거야?]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누워서 보고

분이; [면사령을 맬 끈을 만들고 있어요.] 끈 끝을 마무리 짓고

청풍; [굳이 끈을 맬 것까진 없는데...] + [!] 말하다가 흠칫! 하고

책상 위에 널려 있는 머리카락들과 그 머리카락을 자른 비수

분이의 한쪽 머리가 최근에 잘린 듯한 모습

청풍; [분이 너 머리카락을...] 놀라 벌떡 일어나고

분이; [머리카락이야 금방 자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1미터쯤 되는 끈의 한쪽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면사령을 집어들고

분이; [게다가 사람 머리 카락만큼 질긴 것도 드물어요.] [수백년전에 죽은 시체도 머리카락은 썩지 않고 남아있잖아요.] 면사령 윗부분의 구멍에 끈을 끼우고

분이; [불에 태우지만 않는다면 이 끈은 언제까지나 소문주님과 함께 할 거예요.] 끼운 끈을 다른쪽 끝 부분과 함께 묶는다.

청풍; (무슨 뜻인지 알겠고 성의도 고맙지만...) 침대에 앉은 채 그걸 보고

청풍;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으로 끈을 만들다니...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든다.) 분이를 보며 생각할 때

분이; [되었어요.] 머리카락으로 만든 끈을 끼운 면사령을 들고 일어나고

분이; [번거로우시더라도 이걸 늘 목에 걸고 계세요.] 두 손으로 끈을 펼치며 다가오고

분이; [제 몸의 일부이니 아무쪼록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면사령을 끼운 끈을 청풍의 목에 걸어준다. 청풍의 얼굴은 어둡고

청풍; [그럴게.] 억지로 웃고

청풍; [분이가 만들어준 이 목걸이를 죽기 전에는 몸에서 떼어놓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올려다보고. 눈물이 글썽

분이; [빈말이라도 죽음은 입에 올리시면 안돼요.] 청풍의 어깨를 잡고

분이; [제 유일하고도 간절한 소원은 소문주님이 저보다 단 하루라도 더 오래 사시는 것이니까요.] 청풍의 입에 자기 입을 가져가고

청풍; [약속할게.] 와락! 분이를 끌어안고

청풍; [오래 오래 살아서 분이를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키스하고

둘이 서로를 끌어안고 열렬한 키스

분이;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눈 감고 키스하면서 눈가에 이슬이 좀 맺히고

<부디 천지신명께서 소문주님을 보우하시길 바랄 뿐이다.>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기원

 

#33>

천마장경각을 외부에서 본 모습. 아직 어둠이 남아있고 천마장경각 주변에는 인적이 없다

주변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천마장경각에서 나오는 분이

분이; (다행히 아직 주변에 인적이 없네.) 주변 살피면서

분이;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내 방으로 돌아가야만 해.) 종종 걸음으로 월동문쪽으로 가는데

[!] 오싹! 한기를 느끼는 분이

화악! 눈 부릅뜨는 분이 뒤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덮치면서 두 손으로 분이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눈만 번득이는 그 그림자의 주인은 철신장이다

 

#34>

아침. 신녀문 뒤의 눈 덮인 산. 해가 떴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뭐 완전히 망가트린 건 분명하군.]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사내들의 실루엣. 사신장들이다. 바지를 추스르는 놈도 있고

[혹시 모르니까 숨통을 끊어놓는 게 좋지 않겠나?] [죽이라는 말은 없지 않았소? 그냥 죽기 직전까지 강간하기만 하라고 했지.] 철신장의 실루엣과 풍신장의 실루엣

철신장; [그렇긴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군. 일은 확실히 처리해야 뒤탈이 없는 법인데...] 실루엣으로 묘사. 눈만 번득이는 것으로 보이고

풍신장; [어차피 죽은 거나 마찬가지요. 처녀나 다름없는 몸으로 우리들에게 돌아가며 당했으니...] 역시 실루엣

염신장; [아랫도리가 으스러져서 움직이기도 힘들 거요.] 여자의 피로 물든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면서

냉신장; [여기서 얼어 죽거나 굶주린 짐승들의 먹이가 되겠지.]

철신장; [그만 돌아가자.] 돌아서고

철신장; [신녀가 맹세를 들먹이는 바람에 하긴 했지만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신녀문쪽으로 걸어가고

풍신장; [우린 아마 확실히 지옥에 떨어질 거요.] 따라가며 한숨 쉬고

철신장; [지옥에 떨어져도 신녀와 함께 떨어질 테니 유감은 없다.] 휘익! 날아오르고

풍신장; [하긴 그렇긴 하오만...] 팟! 날아오르고

[난 지옥도 괜잖을 것같소.] [따분한 천국보다야 낳겠지.] 흐흐흐! 하하하! 냉신장과 염신장도 따라서 날아가며 웃고

쿵! 그자들이 사라진 자리. 눈밭이 어지럽혀져 있고. 피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데. 잠옷을 입긴 했지만 찢어져서 거의 알몸 상태인 분이가 가랑이를 벌리고 쓰러져 있다. 아랫도리가 으스러져 피가 흥건하고. 입에서도 피가 흘러내린다. 눈에는 초점이 없고. 헌데

꿈틀! 분이의 손이 움직이고. 이어

분이; [소... 소문주님...!]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입이 조금 움직이고

분이; [이대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필사적으로 몸을 뒤집으려 하고

털썩! 엎드리는 자세로 눈밭에 쓰러지는 분이.

분이; [죽... 죽더라도... 소문주님... 을... 뵙고... 죽어야...만해!] 두 팔을 써서 기어간다. 다리는 골반이 으스러져서 움직이지 않고

분이; [소문주님께... 용서를... 빌고... 죽어야만... 해!] 울면서 기어가는 분이. 비스듬이 아래쪽으로 신녀문이 보인다.

<천지신명이시여... 그때까지만... 제 목숨을... 앗아가지... 말아주세요.> 신녀문쪽으로 기어가는 분이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분이가 기어가는 뒤로는 핏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35>

낮. 신녀문의 정문. 눈이 치워진 길로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고. 길 좌우로는 치운 눈이 높게 쌓여있다.

[날씨 한 번 오지게 춥구만.] [올 겨울엔 눈도 제법 많이 왔어.] 정문 근처에서 경비 서며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무사들

[빨리 교대 시간이 왔으면 좋겠군.] [따뜻한 방에서 따뜻하게 데운 술 한 잔 하면 천국이 따로 없겠지.] 무사들 대화 주고 받는데

퍼석! 갑자기 성문 근처 길가에 쌓아놓은 눈이 좀 무너지고

지나가던 사람들 흠칫! 하며 돌아볼 때

퍼억! 그 눈을 뚫고 나오는 여자의 손.

[헉!] [소... 손이...] 사람들 기겁하고

정문 지키던 무사들이 흠칫! 하며 돌아볼 때

스륵! 눈을 헤집고 앞으로 기어 나오는 여자의 얼굴. 물론 분이고. 이어

퍼억! 눈더미 밖으로 나뒹구는 분이의 모습

[꺄악!] [히익!] [여... 여자가...] 신녀문 입구로 드나들던 남녀들 비명 지르고. 무사들이 달려오고

[비키시오!] [무슨 일이오?] 사람들 헤치며 앞으로 나오는 무사들. 직후

[헉...] [이 이 아이는...] 무사들 경악

[분이야!] 무사들 비명 배경으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분이의 모습. 거의 벌거벗은 채 알아랫도리는 으스러져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36>

천마장경각. 역시 낮. 하지만 주변에 인적이 없고

천마장경각 내부. 청풍이 책상 주변을 왔다 갔다 한다. 목에는 분이가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든 끈에 꿰어진 면사령이 걸려 있고

청풍; (분이가 왜 안 오는 걸까?) 오만상

청풍; (벌써 점심 때가 가까워오는데... 내 식사 때문에라도 들렀어야만 했다.) 입술 깨물고, 그러다가

청풍; (혹시...) 지난밤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이불 속에 함께 누워 거의 알몸인 분이가 자기를 올라탄 채 내려다보던 장면

청풍; (지난밤의 일이 쑥스러워서 내 얼굴을 볼 엄두가 안 나는 것일까?) 침 꿀꺽

청풍; (뭐 그런 일이 있었으니 부끄럽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지.)

청풍; (그래도 분이 덕분에 천안탑에 올라갔다가 받은 충격이 조금은 해소 된 셈인데...)

청풍; (하지만 아무리 부끄럽다 해도 좀 심하구만.)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청풍; (내 뱃가죽이 등에 붙은 걸 뻔히 알면서도 찾아오지 않다니...) 생각할 때

탁탁!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왔다!) 반색하고

누가 책꽂이 사이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고

청풍; [왜 이제 와?] 마주 걸어가며

청풍; [배 고파 죽는 줄 알았잖아.] + [!] 말하다가 눈 치뜨고

내총관; [소... 소문주님!] 사색이 되어 달려오고

청풍; [내총관!] [분이는 무얼하느라 내총관이 온 거야?]

내총관; [분이... 분이 그 불쌍한 것이...] 멈춰서며 울먹이고

청풍; [분이... 분이가 어쨌는데?] 불길한 표정으로 내총관의 양팔을 움켜잡는데

내총관; [간... 간살(姦殺)을 당했어요!] 고개 떨구며 울고

<간살!> 눈 부릅뜨는 청풍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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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더 깊어진 밤. 이제 신녀문의 거의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천마장경각도 어둠에 덮여있고

천마장경각 내부. 중심부에는 여전히 빛이 밝혀져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청풍. 핏발 선 눈으로 천장을 보고 있다.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냉상영의 말. 이하 회상씬으로 처리

 

냉상영; [내 아버지... 천신대야는 제자인 네 아버지를 질투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 이곳 천마장경각에서 하던 대화의 연장

냉상영; [제자 주제에 스승인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였는데...]

냉상영; [그러다가 네 아버지가 천마 방각의 절기를 얻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냉상영; [이에 천신대야는 네 아버지에게 천마 방각의 절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냉상영; [하지만 네 아버지는 천마 방각의 최후 절기가 세상을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다며 거절했다.]

냉상영; [그러자 천신대야는 문규(門規)를 내세워 네 아버지의 내공을 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

청풍; [아버지... 아버지는 무공으로 천신대야를 능가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분노하며 묻지만

냉상영; [물론 능가했지. 세상 그 누가 무제라 불리던 네 아버지의 상대가 될 수 있었겠느냐?] 분노하고

냉상영; [문제는 네 아버지가 융통성이 전혀 없는 고지식한 성격이었다는 점이다.]

 

<[제자가 천신부에서 얻은 것은 모두 돌려드릴 테니 거두어 가십시오.] 라고 천신대야에게 말했고...> 분노하여 눈을 희번덕 거리는 노인 앞에 무릎 꿇은 채 당당한 표정으로 말하는 이무외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괴팍한 인상의 노인은 물론 천신대야다.

<천신대야는 기다렸다는 듯이 에 아버지 이무외의 단전을 파괴하여 무공을 없애버렸던 것이다.> 손가락에서 레이져같은 빛을 뿜어내 이무외의 아랫배를 궤뚫어버리는 천신대야. 이무외는 아랫배가 궤뚫리면서도 이마만 찡그리고

 

냉상영; [그렇게 네 아버지는 무공을 잃은 상태로 천신부를 떠났다.]

냉상영; [하지만 분을 참지 못한 천신대야는 문중의 모든 제자들에게 네 아버지를 추격하여 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결국 네 아버지는 무공을 상실한 상태에서 천여명에 이르는 천신부 고수들에게 협공을 당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벌판에서 온몸에 수많은 상처를 입고 무기가 박힌 모습으로 앙천광소를 터트리는 이무외. 그 주변에 수많은 남녀들들이 에워싼 채 지켜보고 있다. 그들 중에는 십대 후반의 나이였던 냉상영도 있고

 

냉상영; [이것이 네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천명이 넘는 이유다.] 이를 갈고

냉상영; [물론 원흉은 네게 외조부가 되는 천신대야 냉막이란 늙은이이고...] 광기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말하고

회상 끝

 

청풍; (가혹한 운명...)

청풍;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외조부가 아버지를 시해한 원수라니...) 이를 악물고

청풍; (하지만 외조부건 누구건 상관없다.) (아버지를 시해하는 데 추호의 죄라도 있는 자들에게서는 내 손으로 혈채를 받아내고 말 것이다.)

청풍; (문제는 내가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라는 사실이다.) 찡그리고

청풍; (이유를 모르겠지만... 난 전신의 혈도가 막혀 있어 기능을 하지 못한다.) (즉, 내공심법을 익힐 수가 없는 몸인 것이다.) 입술 깨물고

청풍; (태어날 때부터 특이한 체질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손을 쓴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데...)

청풍; (설마 어머니가 내 혈도를 봉쇄해놓은 것일까?) 냉상영을 떠올리고

청풍; (난 태어난 후로 어머니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즉, 다른 사람은 내 몸에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청풍; (만일 선천적인 체질이 아니라면 내가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라고 봐야하는데...)

청풍; (하지만 어머니는 날 불구로 만들 이유가 없다.)

청풍; (모성애는 둘째치고라도 내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길 바라고 계시지 않는가?)

청풍; (결국 내 혈도가 막혀있는 건 타고난 천형이라고 봐야한다.)

청풍; (뭔가 방법을 써서 체질을 뒤엎어 버리지 않으면 복수도 불가능한데...) 생각하고

고개 돌려 책상을 보는 청풍

책상 위에는 양피지와 여러 장의 종이들과 여러 권의 책들이 쌓여있고.

한쪽에 놓인 면사령과 얇은 책

책을 크로즈 업. <態換異形秘訣>이란 제목을 크로즈 업

청풍; (태환이형비결...) 침대에서 일어나고

청풍; (어쩌면 저 비결로 몸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하고. 하지만

청풍; (헛된 기대다.) 한숨. 고개 젓고

청풍; (태환이형비결은 몸을 있는 상태에서 변형시켜주는 비결이지 체질 자체를 바꿔주는 건 아니다.)

청풍;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하는데...)

양피지를 크로즈 업

청풍; (아버지가 남기셨다는 천자비결... 즉 저주심인결에는 혹시 해답이 있지 않을까?) 침대에서 일어나고.

청풍; (지금으로서는 저주심인결이 검토해볼만한 유일한 수단이다.) 침대를 떠나 책상으로 가고

청풍; (사실 어머니에게 저주심인결을 적어드리긴 했지만 내용을 검토할 시간은 없었다.) 양피지를 집어들며 의자에 앉고

청풍; (아무쪼록 저주심인결에 내가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읽기 시작하고. 하지만

갸웃하며 찡그리는 청풍

청풍; (아무래도 이건...) 뭔가 걸리는 표정

청풍; (어머니에게 적어드린 대로라면 어떤 작용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내공을 운용하는 것도 안되고 그렇다고 술법의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청풍; (천자비결을 책에 적힌 숫자에 따라 배열한 건 맞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고민하고. 그러다가

청풍; [!] 무언가 깨닫고 천자비결을 다시 들여다본다.

청풍; (전즉이행고(全卽以行告) 마한삼인루(馬韓森人婁) 강고이래우(强固移來宇) 나이차서련(挪移車西聯)...) 양피지의 글을 읽고

청풍; (천자비결은 정확히 오언절구(五言絶句)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혹시...) 급히 붓을 들고

청풍; (아버지 쯤 되시는 분이 그저 배열만 알아내면 해독이 가능할 정도로 허술하게 저주심인결을 숨겨두었을 리 없다.) 흥분해서 글을 쓰고. 양피지와 비교하면서

청풍; (정확히 오언절구로 짝을 맞춰놓으신 것이 또 다른 규칙일 수도 있다.)

청풍; (일단 배열을 마친 저주심인결을 다시 오언절구로 나누자.)

청풍; (그후 각 오언절구의 첫 글자 이백 개를 먼저 쓰고 두 번째 글자 이백 개를 이어붙이는 식으로 재 배열해보자.) 신나게 글을 쓰고

<부디 내 생각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 글을 쓰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3>

천마장경각의 외부 모습. 시간이 지났고. 하늘에는 반달

다시 천마장경각 내부. 불빛이 비치고 있는 천마장경각 중심부. 청풍이 책상에 앉아 집중해서 무언가 쓰고 있다.

청풍; (끝났다.) 붓을 내려놓고

청풍; (천자비결을 순서대로 배열한 글들을 다시 오언절구로 만들고...) (그 오언절구의 순서에 맞춰서 재배열하는 데 성공했다.) 종이를 두 손으로 들고. 이어

청풍; (제발...) 간절한 표정으로 읽고. 그러다가

눈 치뜨는 청풍

청풍; (내... 내 생각이 맞았다!) 흥분하고

청풍; (천마장경각의 책들을 바탕으로 배열한 천자비결을 오언절구로 나눈 후 재배열 하니 뜻이 명료해졌다.) 종이의 글을 읽으며

청풍; (저주심인결!) 흥분하고

청풍; (이 비결대로라면 나 자신의 내공뿐 아니라 상대의 내공도 조종하는 게 가능해진다.) 종이의 글을 전부 읽고

청풍; (뿐만 아니라 선견(先見)의 능력까지 얻게 되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된다.)

청풍; (저주심인결을 구사할 수 있으면 어떤 적이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청풍; (상대로서는 그야말로 저주를 받는 셈인데...) + [!] 벌떡! 일어나고

청풍; (어머니...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종이를 접으면서 침대 근처의 탁자로 가고. 그곳의 의자에 털옷이 있다.

청풍; (앞서 알려드린 저주심인결을 무리하게 수련할 경우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다.) 털옷을 집어들고

청풍; (어머니가 잘못 된 저주심인결을 수련하는 걸 막아야한 한다.) 털옷을 어깨에 두르며 급히 책꽂이 사이로 달려간다. 빠르지는 않고 비틀거리며. 왼쪽 손에는 접은 종이가 들려 있다.

 

#24>

신녀문의 모습. 아주 깊은 밤이라 거의 모든 건물에 불이 꺼졌다.

오층탑. 역시 불이 꺼져 있고

오층탑 입구로 달려오는 청풍. 털옷을 둘렀지만 추워서 떨면서 입으로는 입김을 토하고. 왼손에는 접은 종이를 들고 있고

청풍; (어머니의 거처인 오층에 불이 꺼져있다.) 입구에서 오층을 올려다보고

청풍; (밤이 늦었으니 잠자리에 드셨겠지.) 입구로 다가가고. 닫힌 입구 위쪽에 <天眼塔>이라고 적힌 현판이 달려 있는 것 주의

청풍;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니 주무시는 걸 방해하는 한이 있더라도 만나 뵈어야한다.) 끼익! 두 손으로 육중한 문을 힘겹게 밀어서 열고

 

어둑한 1층 내부로 들어서는 청풍. 창문으로 달빛이 흘러들어와 아주 어둡지는 않은데

청풍; (아무도 없다.) 문을 닫고 들어서며 갸웃하고

청풍; (어머니의 수신호위들인 사신장은 천안탑에 상주한다.)

청풍; (일층부터 사층까지 한층씩 차지하며 지내는데...) (이곳 일층을 지키는 것은 사신장의 막내인 냉신장의 역할이다.) 둘러보며 엘리베이터로 다가가고

청풍; (헌데 냉신장이 보이질 않는다.) (어머니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사신장이 자리를 이탈할 리가 없는데...) 갸웃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고

청풍; (승강기(昇降機)...) 엘리베이터의 문을 살펴보고

청풍; (신장궁에서 설치해준 이 승강기는 내공을 써서 아래 위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종이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문을 만져보고

청풍; (무공을 쓸 줄 모르는 내게는 무용지물인 장치...) 돌아서고

청풍; (힘들고 번거롭지만 어머니 거처인 오층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가야한다.) 한쪽에 있는 계단으로 간다. 계단은 벽을 따라 설치되어 나선형을 이루며 위로 올라가는 형태다

청풍; (내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운 처지에 오층까지 올라가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닌데...) 난감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려다보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천안탑의 이층. 달빛이 창문으로 흘러들고 있다. 일종의 거실같은 형태. 하지만 여기도 사람이 없다.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올라오는 청풍. 좀 힘이 드는 표정이고

청풍; (이... 이층에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 헐떡이며 이층으로 올라서고

청풍; (원래대로라면 이층에는 사신장의 셋째인 염신장이 상주해야하는데...) 갸웃하며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가고

청풍; (대체 사신장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다시 계단을 올라가고

 

#25>

오층탑을 밖에서 본 모습.

[헉! 헉!]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가는 청풍. 사층에서 오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왼손에는 종이가 들려 있고

청풍; (삼층과 사층도 비어있었다.) 헐떡이며 찡그리고

청풍; (풍신장과 철신장까지 자리를 비운 것은 심상치가 않다.)

청풍; (설마 어머니의 신상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일까?) 생각할 때

<헉헉!> <아흑! 하악!> 어디선가 들리는 야한 소리들

청풍; (이게 무슨...) 슥! 오층으로 완전히 올라가고. 오층도 불은 꺼져 있지만 달빛이 흘러들어 아주 어둡지는 않은데

[끄윽! 끅!] [허억! 헉!] [아흑! 흐윽!] 침대 쪽에서 연신 거친 숨소리들이 들리고

청풍; (어머니가 아프신가?) 턱! 계단을 완전히 벗어나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하지만 그 직후

[!] 눈이 찢어질 듯 커지는 청풍

쿵! 어둑한 침실. 침대 위에 뒤엉켜 있는 그림자들. 한 여자를 네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범하는 모습. 실루엣으로 묘사. 물론 냉상영이 사신장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다.

가랑이를 벌리고 누워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무언가를 빠는 자세인 냉상영의 모습 크로즈 업. 양손으로는 무언가를 잡고 있고 몸에는 누가 올라탄 채 상체를 들고 움직인다. 혼자 네 명의 사내를 상대하는 모습이고. 사신장 모습은 검은 실루엣으로 묘사하고 냉상영의 모습만 밟게 묘사

<어머니.. 어머니가 저런...> 현기증 느끼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청풍

[!] [!] 한창 신나다가 무언가 느끼는 냉상영과 사신장들

계단 입구 쪽에 유령처럼 서서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왼손에는 접은 종이를 들고 있다.

[이런!] [헛!] 사신장들 급히 냉상영의 몸에서 떨어지고. 냉상영도 입에 물고 있던 것과 양손으로 잡고 있던 것을 놓으며 눈 치뜨고. 냉상영의 몸에 올라타고 있던 철신장도 급히 일어나고

턱! 비틀하며 손으로 벽을 짚는 청풍

<저 놈이 언제...> <젠장! 오랜만에 함께 즐기느라 방심했다.> 사신장들 급히 바지를 추스르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고. 그때

비틀거리며 돌아서는 청풍

풍신장; [소문주...] 급히 청풍을 쫓아가려 하지만

냉상영; [가게 놔둬요.] 풍신장의 바지춤을 잡고

풍신장; [하지만...] 돌아보며 난색

냉상영; [저 놈도 알 거 알만한 나이에요.] [설마 내가 수절하는 과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다시 침대에 벌렁 놉고

풍신장; [물론 소문주도 어린 애는 아니오. 그래도 이런 장면을 봤으니 충격이 클 텐데...] 난감하고

냉상영; [아직 내 몸은 식지 않았어요.] [오히려 방해를 받는 바람에 더 뜨거워졌답니다.] 가슴과 사타구니 만지며 헐떡이고

냉상영; [이번에는 어떤 분이 들어오시겠어요?] 가랑이 벌리며 유혹하고.

풍신장을 제외하고 눈치 보는 세 사람. 그러다가

염신장; [순서상 이번에는 내가...] 끌어올렸던 바지 내리며 냉상영을 올라탄다

[하악!] 염신장에게 깔리며 자지러지는 냉상영.

그러자 철신장과 냉신장도 달려들고

풍신장; (신녀는 분명 거역하기 어려운 마력을 지녔다.) 세 남자를 상대하며 자지러지는 냉상영을 보며 한숨

풍신장; (하지만 오늘 일로 인해 파란이 일 것같은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구나.) 생각하면서도 옷을 다시 벗고

풍신장; (뭐 지옥에 떨어져야한다면 다 함께 떨어지는 것도 괜잖겠지.) 냉상영의 얼굴 쪽으로 아랫도리를 가져가며 생각하고.

 

<아흑! 하악!> <허억! 신... 신녀!> 어둑한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청풍. 한손으로 벽을 짚은 채. 그런 청풍의 귀에 들리는 야한 소리들

청풍; (추악하다!) 이를 악물고

청풍; (인간이 되어서 어떻게 저런 짓을...) 눈물이 흐르고

<저 세상에 계시는 아버지가 불쌍할 뿐이다.>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6>

신녀문의 다른 곳. 긴 건물이 열을 지어 있는 곳. 하인들의 거처다.

그 중 한 방문

실내는 좁은 침실. 분이의 거처다. 옷장 하나 침대 하나. 작은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전부. 한쪽에 놓인 침대에 누워있는 분이.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분이; (소문주님...) 청풍을 떠올리고. 머리를 싸맨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있던 청풍의 모습이다

분이; (내가 나온 후 문주님은 대체 무슨 말을 소문주님께 하신 것일까?) 찡그리고

분이; (밝고 유쾌하던 소문주님을 그렇게 급변시켰다면 엄청난 내용일 텐데...) 생각하다가

분이; (안되겠어!) 벌떡 일어나며 이불을 젖히고. 이불 속에서 드러나는 분이의 몸에는 잠옷이 걸쳐져 있다.

분이; (나라도 가서 달래드리지 않으면 소문주님은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우실 게 분명해!) 침대에서 내려온다.

 

#27>

천마장경각. 어둠에 잠겨 있고

그곳으로 오는 분이. 잠옷 위에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있다. 추워서 두 손을 호호 불면서

주변 살피며 천마장경각 안으로 들어가는 분이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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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신녀문> 저녁 무렵

천마장경각. 인적이 없고

천마장경각 내부. 청풍이 책상에 앉아 열심히 뭔가 쓰고 있고. 분이가 책을 한 아름 안고 다가온다. 책상 옆에는 냉상영이 흥분된 표정으로 앉아서 보고 있고

분이; [이게 마지막이에요.] 탁! 들고 온 책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청풍은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중이다. 옆에 놓인 양피지를 보면서

청풍; [수고했어.] 맨 위의 책을 집어들고.

청풍; [이게 구백구십번째...] 책의 제목을 읽으면서 눈 번뜩이고

이어 양피지를 확인하고

종이에 뭔가 쓰는 청풍.

분이는 다른 책들을 안고 다시 책장으로 가고 있고

냉상영; (드디어...) 흥분

<고금제일인인 천마 방각이 남긴 최후의 절기가 내 손에 들어오기 직전이다!> 연달아 책과 양피지를 확인하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냉상영의 흥분 나레이션.

무언가 또 종이에 쓰는 청풍.

냉상영; (어서... 어서 완성해라 포가년의 새끼야!) 노려보고

냉상영; (그래야 내가 지난 십삼 년 간 네놈 어미의 종노릇을 한 보람이 있으니...) 생각할 때

청풍; [되었습니다.] 붓을 놓고

[!] 눈 치뜨는 냉상영

청풍; [천자비결의 배열이 끝났습니다.] 좀 지친 표정으로 몇장의 종이를 집어들고

냉상영; [내놔라.] 팟! 탐욕스럽게 종이를 낚아채고. 흠칫! 하면서도 종이를 넘기는 청풍

냉상영; [이게... 이게 완성된 저주심인결이란 말이지?] 흥분하여 얼굴 달아오른 채 종이를 읽고

청풍; [실제로 연마할 수 있는 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자비결을 순서대로 재배열한 것은 분명합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냉상영; [누구 아들 아니랄까봐...] 종이를 읽으면서 흥분하고

냉상영; [난 몇년 동안 갖고 있었으면서도 천자비결을 해독할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했었는데...] + [!] 말하다가 고개를 들고

청풍이 긴장된 표정으로 보고 있고

냉상영; [네가 천자비결을 해독했으니 나도 약속을 지켜야겠지.] 종이를 접어서

냉상영; [분이야!] 책꽂이 사이에서 책을 정리하던 분이를 부르고. 흠칫! 돌아보는 분이

분이; [예 문주님!] 대답하며 달려오고

냉상영; [수고했다. 넌 그만 나가라.] 접은 종이를 품속에 넣으면서

분이; [예...] 대답하고

이어 서둘러 입구쪽으로 가는 분이.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청풍과 냉상영의 귀에 들리고

탁! 닫히는 소리도 들린다

냉상영; [이제 엿듣는 귀는 없어졌구나.] 문쪽을 힐끔

냉상영; [내가 다른 인간들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째서일 것같으냐?]

청풍; [아버지에게 적이 많았는지요?] 고개 끄덕

냉상영; [청풍이 넌 참 똑똑할 뿐 아니라 눈치도 빠르구나.] 냉소

냉상영; [그렇다! 세상에는 네 아버지를 원수처럼 여기는 자들이 최소한 천명이 넘는다.] 눈 번뜩이며

청풍; [원... 원수가 천명이 넘는다니...] 경악

청풍; [대체 아버지는 어떤 분이시기에 그토록 적이 많았는지요?]

냉상영; [사비세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청풍; [예!]

청풍; [고금제일인인 천마 방각을 배출한 마교(魔敎)와 오래 전에 명맥이 끊긴 오행륜(五行輪), 그리고 삼성동(三聖洞)과 천신부(千神府)를 사비세라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다가

청풍; [혹시 아버지께서...]

냉상영; [사비세중 천신부의 제자였다.]

청풍; [아!] 흥분 놀람

냉상영; [이름이 이무외(李無畏)인 네 아버지는 단순히 천신부의 제자가 아니었다.] 아련한 표정

청풍; (아버지의 존함이 이무외!) 흥분

냉상영; [네 아버지는 천신부 모든 제자들의 으뜸인 대사형(大師兄)이었으며 천신부 역사상 최고의 기재이기도 했다.]

청풍; [대... 대단한 분이셨군요.]

냉상영; [네 아버지는 그저 대단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좀 광기서린 표정이 되며.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감돌고.

청풍;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어머니의 얼굴에 봄 햇살같은 미소가 번진다.)

청풍; (어머니가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증거겠지.)

냉상영; [본래 천신부에는 일천종의 절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천신(千神)이라는 문파의 이름은 바로 그 일천종의 절기 때문에 생긴 것인데...]

냉상영; [네 아버지는 놀랍게도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천신부의 일천절기를 모두 연마해내었었다.]

청풍; [일... 일천종이나 되는 무공을 익히셨단 말씀이신가요?] 놀라고 흥분

냉상영; [네 아버지는 근본(根本)을 보는 눈을 지녔었다.] [그래서 한번 쓱 보는 것만으로고 그 무공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청풍; [그...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경악

냉상영; [어렸을 때부터 네 아버지를 바로 곁에서 보아온 내 말이니 믿어라.] 광기 서린 표정으로 청풍을 노려보며

청풍; [예...] 주눅 들어 시선 피하고

냉상영; [네 아버진 어떤 날은 하루에 열종의 무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냉상영; [그런 네 아버지이기에 천신부의 절기 일천종을 모두 익힌 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청풍; [어머니 말씀대로라면 아버지는 가히 고금제일인이었겠습니다.] 침 꼴깍

냉상영; [고금제일인...] [틀린 말도 아니지.] 끄덕이고

냉상영; [오래전부터 고금제일인으로 불려온 천마 방각조차 네 아버지 정도의 능력은 없었다.]

냉상영; [네 아버지는 천마 방각이 제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써서 이곳에 숨겨놓았던 저주심인결도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찾아냈었을 정도였다.] 둘러보고

청풍; [아버지도 천마장경각에 들르셨었군요.]

냉상영; [십칠 년 전, 단 사흘을 천마장경각에 머물렀었는데...]

 

<다시 나올 때 네 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었다.> 웃으면서 천마장경각을 나오는 이무외의 모습. 천마장경각 앞에는 젊은 시절의 냉상영이 기다리고 있다.

 

청풍; [사흘... 사흘만에 저주심인결을 찾아내셨다니...] 어이없고

냉상영; [평범한 사람들은 네 아버지를 숭배하여 무제(武帝)라 불렀다.]

냉상영; [하지만 제법 재주가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네 아버지를 두려워하거나 질시했고...] 이를 갈고

냉상영; [마침내 그 천한 인간들의 추악한 질시가 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를 갈고

청풍;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단 말입니까?] 경악 분노. 벌떡 일어나고

냉상영; [네 아버지는 죽었다. 네가 아직 어미 뱃속에 있을 때에...] 광기어린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고

청풍; [어떤... 어떤 자들이 아버지를 시해한 것입니까?] 이를 바득. 눈에서 살기가 줄줄 뻗어 나오고

냉상영; (피가 얼어붙게 만드는 살기...) + [네 아버지를 시해하는 데 동참한 자들의 수는 천명이 넘는다.]

냉상영; (역시 그 어미에 그 아들이로구나.) + [그리고 그 원수들의 우두머리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숨을 좀 멈췄다가

냉상영; [바로 어미의 아버지다.]

청풍; [어머니의 아버지...] [외조부가 아버지를 시해했단 말씀이십니까?] 경악

냉상영; [내 아버지는 천신부 부주였던 천신대야(千神大爺) 냉막(冷莫)이었다.] 이를 바득 갈며 말하고

청풍; [외조부가 천신부의 부주였다면...]

냉상영; [사부가 제자의 성취와 자질을 시기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광기 서린 표정

[!] 충격 받는 청풍

 

#21>

밤. 신녀문.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고.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어서 아주 어둡지는 않다.

하지만 천마장경각 일대는 어둡다. 불빛이 전혀 없어서

천마장경각 입구에서 뚜껑이 덮인 그릇과 반찬 그릇들이 얹혀진 쟁반을 들고 나오는 분이. 걱정스러운 표정

분이;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뒤를 조금 돌아보며 걱정스런 표정

분이; (잠깐 사이에 소문주님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셨어.)

분이; (몸은 비록 약해도 성격은 밝은 분이셨는데...)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들러보니 너무 어둡고 침통해지셨어.)

분이; (소름이 돋는 살기까지 느껴져서 말도 제대로 못 붙였고...)

분이; (아무쪼록 소문주님이 저러시는 게 일시적인 우울이길 바랄 뿐이다.) 담장에 난 문으로 가며 한숨. 헌데

 

오층 탑 맨 꼭대기. 창가에 서서 천마장경각을 보고 있는 냉상영. 야한 잠옷 차림인데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다

술을 마시는 냉상영.

천마장경각을 둘러싼 담장에 난 월동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분이의 모습이 보이고

분이가 들고 있는 쟁반 크로즈 업

냉상영; (분이 년이 마련해간 음식에 손도 안댄 모양이다.) 술 마시면서

냉상영; (하긴 제 아비의 비참한 최후를 알아버렸는데 음식이 넘어갈 리가 없지.) 냉소하고.

냉상영;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라. 저주심인결을 연마하는 대로 청풍이 너도 아비 곁으로 보내줄 테니...) 사악하게 웃고

냉상영; (물론 네 아비 곁으로 보내기 전에 네 아비가 내게 진 빚을 몸으로 갚아야겠지만...) 흥분된 표정. 얼굴이 달아오르고. 바로 그때

철신장; [기분 내고 있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들어서고

돌아보는 냉상영

철신장; [한동안 입에 대지 않던 술까지 마시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창쪽으로 다가오진 않고 침대 옆의 탁자로 가면서

냉상영; [있지요. 너무도 기쁜 일이...] 술을 원샷 하면서 돌아서고

철신장; [그 기쁜 일이 뭔지 들어보세.] 침대 옆의 탁자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고, 탁자에는 술병과 술잔이 놓여있다

냉상영; [드디어 못난 아들놈에게 제 아비의 원수가 누군지 알려줬거든요.] 술잔을 들고 탁자로 가고

철신장; [능력도 안되는 놈에게 아비의 원수를 알려줬다?] 술병을 들며

철신장; [그다지 기뻐할 일만도 아닌 것같은데...] 쪼르르 술잔에 술을 따르고

냉상영; [아들놈이 제 아비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 말지는 관심 없어요.] 탁!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냉상영; [오랫동안 곪아온 상처를 터트린 것같아 후련할 따름이에요.] 침대로 가고. 침대가 아주 넓어서 대 여섯명이 함께 누워도 될 정도임을 보여주고

술 마시며 그런 냉상영을 보고

냉상영; [십년 체증이 뻥 뚫린 기분이기도 하구요.] 털썩! 침대에 야한 자태로 몸을 던지며 마녀처럼 웃고

철신장; (뭔가 숨기는 게 있군.) 술 마시며 눈 번뜩

냉상영; [너무 기쁜 나머지 몸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군요.] 슥! 야한 자세로 누워 잠옷 하단을 끌어올려서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철신장; [그럼 내가 힘을 내서 식혀줘야겠군.] 술을 다 마시면서 말하는데

냉상영; [하지만 내 몸은 너무 뜨거워졌어요. 당신 혼자서는 아마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 혀로 입술 핥으면서

철신장; [그럼...] 술잔 내리면서 눈 번뜩

냉상영; [오랜만에 네 분 의형제께서 우의를 돈독하게 다져보시는 거 어때요? 제 한 몸 희생할 테니...] 사악하게 웃고

[!] 침 꿀꺽! 삼키는 철신장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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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보름 후> 여전히 겨울. 연기를 뿜어내는 화산을 등지고 서있는 거대한 장원. 수많은 굴뚝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마치 공업지대 분위기다. <투천환일> <마고천장>등 다른 작품에 나온 신장궁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

<-신장궁(神匠宮)> 위 장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잘 가꿔진 정원에 둘러싸인 건물. 정원은 두터운 눈에 덮여있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깨끗하다.

건물의 열려진 창문을 통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진상파의 모습이 보인다. 이때 나이는 청풍과 같은 16세. 병약한 모습이지만 절세미녀.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다.

눈 덮인 정원을 보는 진상파

진상파; (눈...) 한숨

<지금은 저토록 눈부시고 언제까지라도 남아있을 것같이 보이지만...> 눈 덮인 정원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나레이션

진상파; (계절이 바뀌어 봄기운이 돌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지겠지.) 한숨

진상파; (마치 끝이 보이는 나 진상파(陳詳波)의 삶을 보는 것같구나.) 쓸쓸한 미소를 짓고. 그때

<아가씨! 궁주님께서 오셨사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흠칫! 하는 진상파

진상파; [안으로 모셔라.] 스륵! 휠체어를 제자리에서 부드럽게 뒤로 돌리며 말하고. 이 휠체어는 기계장치가 되어 있어서 작은 조작으로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진상파의 방안은 화려하지 않고 대신 사방이 모두 책장이다. 마치 도서관같은 분위기

[예!] 드륵!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진무륜; [아비가 네 감상을 방해 한 것이냐?] 시녀 한 명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서 들어서는 진무륜. <마고천장>에 나온 칠지무제 캐릭터. 물론 여기서는 손가락이 불구는 아니다. 고집 있어 보이는 인상. 손에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다. 진무륜 뒤쪽의 열린 문 밖에는 문을 열어준 시녀와 함께 위진천이 서있다. 위진천의 이때 나이는 17세

진상파; [아니에요 아버지.] 고개 조금 숙이고.

진상파; [강남쪽으로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는지요?] 스르르 휠체어를 움직여서 탁자로 가고. 휠체어에는 기계장치가 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진무륜; [해결되고 말고 할 게 뭐 있겠느냐?]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 궁주 귀수신장(鬼手神匠) 진무륜(陳無淪)>

진무륜; [무황성에서 우리 신장궁을 길들이려고 괜한 강짜를 부린 것뿐이다.] 상자를 탁자에 내려놓고

진무륜; [이미 납품한 물건에 몇 가지 더 얹어준다고 제안했더니 그 인간들 입이 귀에 걸리더구나.]

진상파; [원만하게 해결되었다니 다행이에요.] 말하며 문쪽을 보고. 위진천이 문 밖에 서있고.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진상파를 보고 있다.

진무륜; [들어와라.] 위진천에게

위진천; [예 사부님!] 고개 숙이며 들어오고

진상파; (사부님?) 다가오는 위진천을 보며 생각할 때

진무륜; [인사해라. 이번 출행(出行)에서 아비가 새로 맞아들인 제자다.] 위진천을 진상파에게 소개하고

위진천; [대륙상단(大陸商團)의 위진천(威振天)입니다.] 진상파에게 포권하며

위진천; [사부님의 장중주(掌中珠)가 경국지색이라는 소문은 전부터 들어왔습니다.] 능글맞게 웃고

진상파; [진상파예요.] 고개 숙이고

진무륜; [진천이는 황금전장(黃金錢莊)과 함께 중원의 상계(商界)를 양분하고 있는 대륙상단의 후계자다.]

진무륜; [아비의 오랜 지인이기도 한 대륙상단의 위태무(威太武) 단주께서 늦으막히 얻은 외아들을 제자로 삼아달라는 부탁을 하시더구나.]

진상파; [뛰어난 인재를 제자를 들이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진무륜에게 고개를 좀 숙이며 축하하고

진무륜; [진천이가 너보다 한 살 많으니 사형으로 불러라.]

진상파; [아버지의 하나뿐인 자식인 제가 이런 모습이랍니다.] 위진천에게

진상파; [아무쪼록 무능한 저 대신 아버지를 잘 보필해주시길 바라겠어요.]

위진천; [군사부일체라 하지 않습니까?] 포권하고

위진천; [기왕에 신장궁의 제자가 되었으니 사부님을 아버님인 듯 모시겠습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고

진상파;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 (아버님인 듯이라...) 한숨

진무륜; [수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가서 쉬도록 해라.] 위진천에게 말하고

위진천; [예 사부님!] 고개 숙이고

나가는 위진천

시녀; [거처로 모시겠사옵니다.] 앞장서서 안내하고

위진천; [고맙다.] 따라가고

그런 위진천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는 진상파. 진무륜은 그런 딸의 안색을 살피고

위진천; (시선이 바늘로 찌르는 것같군.) 곁눈질로 뒤쪽의 진상파를 훔쳐보며 웃고

위진천; (단명(短命)의 상이지만 절세미녀임에는 틀림없다.) 히죽

위진천; (뇌(雷)사백의 종적을 쫓아 신장궁에 들어온 것인데...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구나.) 사악한 표정

위진천; (병든 미녀만큼 각별한 맛을 지닌 계집도 또 없으니..) 혀로 입술 핥는 음험하고 사악한 얼굴 크로즈 업

 

[...] 멀어지는 위진천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진상파

진무륜; [상파 네가 보기에 어떠냐?] 슥! 손을 문쪽으로 젓고

드륵! 저절로 닫히는 문

진상파; [보기 드문 인재로군요.] 탁! 닫히는 문을 보며 한숨 쉬고

진무륜; [인재인 건 분명하지.] 끄덕

진무륜;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황금전장의 소장주 벽세황(壁世皇)과 진천이를 신주쌍영(神州雙英)이라고도 부른다.] 말하며 딸의 눈치를 살피고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인 진상파

진무륜;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천이를 제자로 받아들인 일은 없던 걸로 하마.] 그런 진상파의 눈치를 살피며

진상파; [그리하시면 아버님의 평판에 누가 되옵니다.] 한숨 쉬며 고개 젓고

진상파; [게다가 대륙상단은 우리 신장궁의 가장 큰 거래처이기도 하고...] [소녀는 아버지가 위공자를 제자로 들이신 일에 딱히 불만 없사옵니다.]

진무륜; [걱정마라. 제자를 들였어도 네가 우리 신장궁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도하며 말하고

말없이 웃는 진상파

진무륜; [이걸 받아라.] 슥! 들고 와서 탁자에 올려놓은 작은 상자를 진상파 쪽으로 조금 밀고

진상파; [무엇이온지요?]

진무륜; [대륙상단의 단주 위태무가 자기 아들을 제자로 거둬준 게 고맙다며 준 것이다.] 좀 흥분된 표정으로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냄새

진상파; [약이로군요.] 그 냄새가 말하는 진상파의 코로 흘러들어가고

진무륜; [약도 보통 약이 아니다.] 달칵! 두 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어보며

진무륜; [지금은 제조법이 끊어졌다는 소림사의 대환단(大丸丹)이다.] 진무륜이 열어 보이는 상자 안에는 작은 계란만한 알약이 은박지에 싸여있다.

진상파; [소림사의 대환단...] [지나치게 과한 선물이로군요.] 한숨

진무륜; [좀 과하긴 하지.]

진무륜; [이걸 먹으면 환골탈태해서 몸이 금강불괴에 가까워질 뿐 아니라 단번에 일갑자(一甲子) 수준의 공력까지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지니...]

진상파; [대륙상단은 확실히 대단하군요. 소림사에도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대환단을 갖고 있기도 하고...] 한숨

진무륜; [부담되는 선물이었지만 위태무가 강권(强勸)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왔다.] 딸의 눈치를 살피고

진무륜; [혹시 네 병을 고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니 날을 잡아서 복용하도록 해라.]

진상파;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진무륜; [아비 때문에 피곤해졌겠구나.] 일어나고

진상파; [아니옵니다.]

진무륜; [이만 가보마. 쉬도록 해라.] 문쪽으로 가고

진상파; [예...] 고개 숙이고

문을 다시 여는 진무륜

나가서

탁! 다시 문을 닫는다. 이제 방에는 진상파 혼자 남고. 진상파는 뚜껑이 열린 작은 상자를 본다.

진상파; (소림사의 대환단...) 상자 안의 환약을 보고

진상파;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잘못 된 것은 바로 잡아주는 영약 중의 영약이다.)

진상파; (하지만 나와는 인연이 없는 영약이다.) 한숨

진상파; (아버지가 절망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지만 내 몸이 약한 건 병약해서가 아니라 체질 때문이다.)

진상파; (태음절맥(太陰絶脈)...) (난 음기(陰氣)가 지나치게 강해서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든 천형(天刑)을 타고 태어났다.)

진상파; (음양의 이치로 같은 시기에 어디에선가 태어났을 태양절맥(太陽絶脈)을 만나기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목숨을 연장하긴 어렵다.)

진상파; (더 늦기 전에 배필을 만나 신장궁의 대를 이을 자식을 낳는 것이 내가 아버지에게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효도인데...)

위진천을 떠올리고

진상파; (아마 아버지도 은근히 그런 기대를 품고 위진천을 제자로 받아들이셨을 것이다.) (하지만...) 찡그리고

진상파; (위진천에게는 짙은 어둠이 깃들어 있다.) 좀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진상파; (주변 사람들을 기필코 불행하게 만드는 운명의 소유자인 게 분명하고...) 소리없이 한숨 쉬고

진상파; (설령 불효를 저지르더라도 그런 위진천과 맺어질 수는 없다.)

진상파; (하늘이 자비롭다면 그저 더 늦기 전에 내 소원을 들어줄 사람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다.) 창밖을 보며 얼굴 살짝 붉힌 채 한숨. 바로 그때

<제발...> 누군가의 애원이 진상파의 머리에 떠오르고

약간 찡그리는 진상파

<손녀... 이 아이는 늙은이의 하나뿐인 핏줄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시 누군가의 애원이 들리고

진상파; (필사적이고 간절한 누군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 [실명(失名) 아저씨...] 달칵! 대환단이 든 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누군가를 부르고. 그러자

<찾으셨소이까 아가씨?> 스스스! 말과 함께 창 밖으로 누군가 나타난다

실명자; [노복(奴僕;사내 종) 대령했습니다. 하명하시지요.]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 등이 구부정하지만 체격이 보디빌더같은 인물인데 왼쪽 얼굴을 <팬텀 오브 오페라>의 팬텀이 쓰는 것같은 반쪽 가면을 가리고 있다. 얼굴 한쪽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것. 드러난 피부도 화상으로 쭈글쭈글하고. 가슴 속에는 책 크기 정도의 네모 반듯한 상자가 들어있는 형상이 드러나보이고. 이 괴인은 뇌공량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상자에는 삼성록중 인황경이 들어있다. 하지만 반쪽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실명자로 표기.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의 식객(食客) 실명자(失明子)>

진상파; [저를 대청 쪽으로 데려가주세요.] 상자를 소매 속에 넣고

실명자; [알겠소이다.] 슥! 열린 창문을 통해 유령처럼 방안으로 들어오고

진상파; [아저씨는 저희 집안의 종복도 아니시니 말씀을 놓으세요. 듣는 제가 불편하군요.] 한숨 쉬고

실명자; [영친께서는 죽어가던 나의 목숨을 구해주셨을 뿐 아니라 기억을 잃어 갈 곳이 없는 날 거둬주기까지 했소.] 휠체어의 뒤쪽으로 가고

실명자; [평생 종노릇을 해도 갚지 못할 막중한 은혜를 입은 몸이니 아가씨께서도 편하게 대해주시오.] 휠체어의 뒤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진상파; [아저씨의 마음은 알겠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랍니다.] 스윽! 한숨 쉬는 진상파가 앉아있는 휠체어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뒤에서 휠체어를 잡고 있는 실명자의 몸도 떠오르고

실명자;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만 머물 테니 그동안은 불편해도 좀 참아주시오.] 스윽! 휠체어를 밀면서 둥실 떠서 창 밖으로 날아나간다

진상파; (볼수록 신비한 분이다. 무공도 경이적이고...) 휠체어에 앉은 채 허공을 날아가며 생각하고

 

<오년전, 아버지는 장강 근처를 지나다가 이분을 구하셨다고 한다.> 강가의 길을 지나가던 마차에서 밖을 내다보며 놀라는 진무륜. 마차는 네필의 말이 끄는 화려한 말로 말 앞 뒤로는 무사들이 네명씩 걸어가고 있다가 함께 강쪽을 본다. 강쪽에 누가 쓰러져 있다. 하체를 물에 담근 채 하늘 보는 자세로 쓰러져 있는데 두 손으로 책 정도 크기의 상자를 꼭 끌어안고 있다. 물론 뇌공량인데 강한 열기에 노출된 듯 옷은 대 부분 타버렸고 얼굴도 반쯤 녹아 원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당시 이분은 아주 강한 화기(火氣)에 노출되었거나 강산(强酸)을 뒤집어쓴 듯 몸의 절반쯤이 피부가 녹아내리는 중상을 입은 상태였었다.> 몸을 숙인 채 실명자의 상태를 살피는 진무륜

<아버지가 지니고 다니시던 구급약을 쓴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원래 모습을 잃었을 뿐 아니라 기억도 상실해버렸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실명자라는 별호를 지어 붙였었다.> 위 장면의 연속. 수하들이 상체를 일으킨 실명자의 입에 약병의 물약을 흘려넣어주는 진무륜

 

진상파;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실명아저씨는 막강하기 이를 데 없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족히 오갑자(五甲子)가 넘는 공력을 지닌 것같은데...) 실명자와 함께 둥둥 떠가며 생각하고. 지나가던 하인과 하녀들이 놀라긴 하지만 늘 보던 일인 듯 소동을 피우진 않는다

진상파; (과연 이분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담장을 넘어 넓은 길에 이르는 휠체어와 실명자. 주변 사람들이 오가다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진상파; (분명한 것은 이분이 선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드르르! 여기서부터는 휠체어를 밀면서 걸어가는 실명자

<강호의 유력한 세력들에게 시달리는 우리 신장궁에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이다.> 진상파의 생각 배경으로 앞쪽의 큰 건물을 향해 가는 휠체어. 그 건물이 대청이고 옆 모습이 보이는 방향이다.

 

#19>

대청 앞.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사람이 끌고 다니는 인력거가 한 대 놓여있고. 인력거에는 담요로 몸을 덮은 소녀가 힘없이 누워있다. 미이라같이 삐쩍 마른 소녀. 환설이다. 나중의 환설 모습을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마르고 빈약하다. 그 인력거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노인. 바로 신녀문에 나타났던 노인이다. 몇 권의 책을 품에 안고 있던 그 노인. 노인과 환설 주변을 신장궁 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보고 있고. 노인 앞에는 꼬장꼬장 인상의 노인이 서서 오만상을 쓰고 있다. 이 꼬장꼬장항 인상의 노인은 황보신. <마고천장>에 나온 신장궁의 집사 캐릭터다. 이 작품에서는 신장궁의 총관이고

노인; [제발...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손녀를 살려만 주신다면 이 늙은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황보신 앞에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고

황보신; [이보시오 노인장!] [손녀딸을 살릴 생각이라면 잘못 찾아와도 한참 잘못 찾아왔소.] 한숨.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 총관 황보신(皇甫信)>

황보신; [우리 신장궁은 물건을 만드는 곳이지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오.]

황보신; [손녀딸을 살리고 싶으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의가(醫家)를 찾아가시오.] 단호하게 말하지만

노인; [압니다! 이 늙은이가 어찌 신장궁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습니까?]

노인; [하지만... 하지만 천안신녀께서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손녀딸을 신장궁에 데려가면 살릴 수 있다고...]

황보신; [천안신녀가 그런 말을?] 놀라고

[천안신녀라면 신녀문의 문주 아닌가?] [예언을 하면 백발백중으로 들어맞는다는...] 주변 사람들 웅성거리고

노인; [예! 믿기 어려우시면 사람을 신녀문에 보내 확인해보십시오.]

황보신; [이거 참...] 난감

황보신; [천안신녀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신장궁은 병자를 치료하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오.]

황보신; [사정은 딱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셔야겠소.] [이 노인을 궁 밖으로 모셔라.] 주변의 무사들에게 말하고

[예 총관님!] 무사들이 대답하며 노인에게 다가오고

노인; [안됩니다! 절대 못 나갑니다.] 비명 지르며 무사들에게서 피하려 하지만

[이러지 마시오 노인장!] [민폐도 적당히 부리시오.] [험한 꼴 당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무사들이 노인의 팔을 잡아 일으키고

노인; [놔... 놔라! 난 갈 수 없다. 차라리 날 죽여라 이놈들아.] 몸부림치고.

무사들이 그런 노인을 끌고 가려하고. 바로 그때

[멈추세요.] 누군가의 말이 들려 모두 돌아본다. 무사들도

진상파; [그 분 노야를 풀어주세요.] 실명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오며 말하는 진상파. 사람들 급히 길을 터주고 고개 숙여 예를 갖추고

[아가씨!] [소궁주님을 뵙습니다.] 사람들 인사하고. 황보신도 고개 숙이고

노인; [소... 소저가 신장궁의 소궁주님이시오?] 무사들에게 풀려나며 희망에 찬 표정이 되어 진상파를 보고

진상파; [오는 동안 사정 얘기는 들었어요.] 말하며 인력거에 누워있는 환설 쪽을 보고

진상파; [손녀분의 상태를 제가 봐도 될까요?] 인력거로 다가가며 말하고

노인; [물론... 물론입지요.] 눈물 닦으며 급히 인력거로 가고

노인; [이 아이는 늙은이의 유일한 핏줄로 이름이 설(雪)입니다.] [성은 환(煥)입지요.] 상체를 덮은 담요를 걷어 보이며 말하고. 환설은 털옷을 입었지만 삐쩍 말랐고 눈은 뜨고 있지만 말할 기운도 없다.

진상파; [환설... 아름다운 이름이로군요.] 말하며 환설의 수수깡같은 손목을 잡고

<아가씨께서 직접 진맥을?> <아가씨는 비록 병약하지만 지혜롭기로는 천하에서 으뜸인 분이야.> <의술에도 해박하시고...> 사람들 그것 보며 수군대고. 황보신도 가까이 다가와서 보고 있고. 노인도 초조하게 보고

[...] 슥! 무언가 생각하며 손을 떼는 진상파

노인; [어... 어떻습니까요? 살... 살릴 수 있겠는지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진상파를 보고

진상파; (이 여자는 음기가 넘치는 나와는 정 반대로 몸 안의 기운이 거의 다 말라버렸다.) + [손녀분은...] 환설을 보면서

진상파; (보기 드문 체질인 갈근허신체(渴根虛身體)일 것이다.) + [매우 위중한 상태로군요.] 한숨 쉬며

노인; [그... 그럼...] 절망적인 표정

진상파; [아마 며칠만 더 지체했다면 대라신선(大羅神仙)이라 해도 손녀분을 살리진 못했을 거예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인; [그... 그 말씀이신 즉... 소저께서 설이를 살리실 수 있다는...] 흥분

진상파; [총관님!] 황보신에게

[예 아가씨!] 대답하는 황보신.

진상파; [이 소저를 객사(客舍)로 옮기세요.]

황보신;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답하며 무사들에게 손짓하고

그러자 무사들이 서둘러 달려와서 인력거에 달라붙고.

인력거를 번쩍 들어 옮기는 무사들. 황보신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노인; [설아! 아이고 우리 설아...] 울면서 인력거에 매달려 따라가고

노인; [이제 살았어!] [역시 천안신녀 말씀대로 신장궁의 소궁주님께서 널 살려주실 모양이다.] 울며 가고.

그 뒤를 실명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따라가는 진상파

진상파; (대환단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에 맞춰서 천안신녀가 보낸 위중한 환자가 도착했다.) 소매에 손을 넣어 대환단이 든 상자를 만지고

진상파; (천안신녀는 정말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진상파; (분명한 것은 대환단이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상자를 만지고

진상파; (어차피 내게는 하등의 쓸모도 없는 영약이었으니...) 멀어지고. 헌데

 

대청의 기둥 뒤에서 그걸 보는 위진천

휠체어를 밀고 가는 실명자의 뒷모습

위진천; (저 작자가 오년전부터 신장궁을 지켜온 정체불명의 고수 실명자...) 눈 번뜩이고

위진천; (실명자가 신장궁의 식객이 된 시기와 아버지가 뇌(雷)씨 성의 그 인간을 찾기 시작한 때는 거의 일치한다.)

 

<아비가 찾는 그자는 등에 번개 모양의 흉터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위극겸의 실루엣을 떠올리는 위진천

<그자를 찾아내서 그자가 지닌 인황경(人皇經)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한다.> 이어지는 위극겸의 말을 떠올리며 실명자의 뒷모습을 보는 위진천

 

위진천; (실명자가 바로 아버지가 찾는 자라는 걸 확인하려면 옷을 벗겨서 등짝을 봐야만 하는데...)

위진천; (문제는 실명자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무공을 지닌 고수라는 점이다.) 찡그리고

위진천;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준비를 한 후에 시도를 해야만 한다.) 눈 번득이고

위진천;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인황경만 손에 넣으면 우리 위씨일족은 절대무적의 힘을 얻게 된다.)

위진천; (기필코 실명자의 정체를 확인해야만 하는 이유다.) 음산하게 웃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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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깊은 밤. 신녀문의 건물들에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고. 오층탑의 맨 꼭대기 층에만 불이 켜져 있다.

잠옷 차림에 어깨에 망토를 걸친 차림으로 탁자 앞에 앉아서 손에 든 무언가를 보고 있는 냉상영. 탁자 위에는 몇 권의 책과 <免死>라는 글이 적힌 영패가 놓여있다.

냉상영의 손에도 옥패가 하나 들려있는데 표면이 거울같이 매끈한 타원형이다. 한쪽 끝에 금으로 만들 사슬이 달려 냉상영의 목에 걸려 있다. 목걸이다.

징! 옥패에 손에 힘을 주는 냉상영. 그러자

지잉! 매끈한 옥패가 진동하더니

츠츠츠! 옥패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쿵! 완전히 드러나는 것은 이무외의 얼굴이다. 청풍이 나이가 든 모습

냉상영; (대사형(大師兄)...) 옥패에 떠오르는 이무외의 얼굴을 보며 복잡한 표정이 되고

냉상영; (당신이 날 버린 대가로 아버지 손에 죽임을 당한 게 어느덧 십육 년...)

냉상영;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당신의 모습은 잊혀지기는 커녕 그리움만 켜켜이 쌓이는군요.) 입술 깨물고

냉상영; (당신이 그립지만 또 당신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눈물이 그렁

냉상영; (이무외! 당신은 왜 날 버리셨는가요?)

냉상영; (날 택하셨으면 당신이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할 일도 없었고 내가 여러 사내에게 몸을 망칠 일도 없었는데...)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냉상영; (당신의 복수는 해드렸어요.) 옥패에 눈물이 떨어지고

냉상영; (하지만 당신도 내게 복수를 당해야만 해요.) 물기에 젖은 옥패를 노려보고

냉상영; (내가 당신의 아들을 어찌 하는지 저승에서나마 지켜보세요.) 사악하게 웃고. 그러다가

시선을 탁자로 향하고

<免死>라는 글이 적힌 옥패와 함께 놓인 책들을 보고. 맨 위에 놓인 책은 얇고 또 최근에 지어진 듯 깨끗하다

냉상영; (이 책...) 옥패를 놓고 얇은 책을 집어든다.

책의 표지에는 <態換異形秘訣>이란 제목이 적혀 있다.

냉상영; (태환이형비결(態換異形秘訣)...) 책의 표지를 보며 생각하고

그런 냉상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천안탑 앞에서 접견을 기다리던 노인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던 장면이다.

 

노인; [이 늙은이의 유일한 핏줄인 손녀가 말라서 죽어가고 있사옵니다.] 무릎 꿇고 책이 든 보따리를 앞에 놓은 채 애원한다

노인; [늙은 인생을 가엾이 여겨 손녀가 살길을 알려주시옵소서.]

노인; [손녀 병구완으로 가산(家産)이 모두 흩어져 바칠 것은 이 몇 권의 책뿐이옵니다.] 보따리를 앞으로 밀고

회상 끝

 

냉상영; (환(煥)씨 성의 그 늙은이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손녀를 신장궁(神匠宮)으로 데려가 보라고 말해줬었지.) 책을 펼쳐서 읽으며

냉상영; (천하제일의 장인(匠人) 가문인 신장궁도 궁주의 유일한 핏줄인 딸년이 불치의 병에 걸려 시름에 잠겨 있다.)

냉상영; (진상파(陳祥波)라는 그 딸년을 살리기 위해 신장궁은 필사적으로 영약과 의원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냉상영; (운이 좋으면 환씨 성의 늙은이 손녀도 그 덕을 볼 수도 있겠지.)

냉상영; (태환이형비결이라는 이 얇은 책자는 그 늙은이가 바친 고서들 틈에 끼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냉상영; (그 늙은이 말로는 이 책은 중상을 입은 어떤 사내를 보살펴준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냉상영; (내용을 보자면 의술에 관한 것인데...) 찡그리고

냉상영; (어떤 책의 일부를 떼어내 적은 것이라 이해하기가 어렵다.) 고개를 설레 저으며 대충 넘겨보고

냉상영; (이미 수만 권의 책을 읽어 세상 누구보다 박학다식한 청풍이라면 이게 어떤 쓰임이 있는 것인지 알지도 모른다.) 책을 다시 덥고. 그러다가

분이가 발그레한 표정으로 천마장경각에 들어가던 모습을 떠올리는 냉상영

냉상영; (분이 그년...) 입술 깨물고

냉상영; (설레는 표정하며... 아무래도 청풍이에게 딴 마음이 생긴 게 분명하다.) 이를 바득 갈고

냉상영; (천마장경각에 가서 청풍이의 마음을 떠보자! 분이 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벌떡 일어나고. 손에는 얇은 책을 든 채

냉상영; (태환이형비결이 손에 들어와 전해주러 왔다고 하면 찾아가는 명분은 될 테고...) 엘리베이터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시선이 탁자로 향하고

탁자에 다른 책들과 함께 놓인 <免死>라 적힌 옥패 크로즈 업

냉상영; (면사령(免死令)...) 집어들고

<참언에 대한 복채로 생각하라.> 영락제의 얼굴이 떠오르고

 

영락제; [면사령을 지닌 자는 고에게 어떤 죄를 짓더라도 사형(死刑)에는 처해지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의자에 앉아 말하는 영락제. 그 앞에는 냉상영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데 도연이 냉상영에게 다가와 면사령을 두 손으로 내밀고 있다

회상 끝

 

냉상영; (연왕 주체...) 피식 웃으며 면사령을 집어들고

냉상영; (자신이 정말로 황제가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황제도 아니면서 면사령같은 것을 하사한 걸 보면...) 면사령을 보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냉상영; (내게는 딱히 쓸모가 없는 물건이니 이것도 청풍에게 줘야겠다. 선물은 많을수록 효과적이니...) 엘리베이터로 가며 요염하게 웃고

 

#16>

<-천마장경각> 어둠에 잠겨있다.

그곳으로 다가오는 잠옷 위에 망토를 두른 차림의 냉상영. 양손에는 얇은 책과 면사령을 들었다.

냉상영; (삼경이 다 되어가지만 책벌레 청풍이는 아직 안 자고 있겠지.) 입구로 들어서고

냉상영; (하여간 제 아비, 어미를 닮아서 독한 성격이다.) 문을 밀고 들어가고

냉상영; (이 추운 계절에도 따뜻한 제 방을 놔두고 이 음습한 천마장경각을 떠날 줄 모르는 걸 보면...) 슥! 천마장경각 안으로 들어서고. 직후

[!] 눈 부릅 냉상영.

<싫... 싫어요 소문주님!>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저... 저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시려고... 제발 그만 하세요.>

냉상영; (분이...) 이를 바득 갈고

냉상영; (이 죽일 년이 기어코...)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책 꽂이 사이를 걸어간다

 

#17>

천마장경각의 중심부. 높은 책꽂이들 사이의 빈 공간. 그곳만 밝다. 빛나는 구슬들이 여러 개 걸려 있어 밝은 책상에 청풍과 분이가 붙어 앉아있다. 청풍은 자기 의자에 앉아있고 분이는 탁자 앞에 있던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서 함께 무언가를 보고 있다. 분이는 부끄러워 죽으려는 모습이고

청풍; [괜히 하는 말이 아니야.] [내가 이 비밀을 풀 수 있었던 데는 분이 네 공이 정말 컸어.] 함께 여러 장에 적힌 글들을 보며 웃고.

청풍; [분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책들을 분류하고 찾아내는 데 몇 년은 더 걸렸을 거야.] 분이를 돌아보고

청풍; [그러니까 분이는 내게 절을 받아도 돼!] 분이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분이; [도... 도움이 되셨다니 저야 기쁘기 그지없지만...] 얼굴 발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고. 좋아 죽으려는 표정

분이; [문주님께는 일체 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끄럽기도 하고... 괜히 주제넘은 짓을 한 것같아 겁도 난다구요.]

청풍; [알았어!] 슥! 분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청풍;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해둘게.] 분이를 돌아보고

청풍; [대신 내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어야...] + [!] 말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 부릅뜨고.

청풍; [억!] 놀라서 분이를 밀어내듯 떼어내며 벌떡 일어나고

분이; [악!] 그 바람에 의자와 함께 옆으로 넘어지려는 분이

콰당탕! 털썩! 의자와 함께 바닥에 넘어지는 분이

청풍; [미... 미안해!] 당황하며 급히 분이의 팔을 잡아 부축하고. 그러면서도 시선은 다른 쪽을 향하고 있고

분이; [아... 아니에요.] 억지로 아픔을 참으려 하며 상체를 일으키고

분이; [뭘 보셨기에 그리 놀라신...] + [!] 말하며 청풍이 보는 쪽 돌아보다가 눈 부릅

쿵! 멀지 않은 곳의 책꽂이 사이에 유령처럼 서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는 냉상영. 오른손에는 얇은 책과 면사령을 들고 있다

분이; [문... 문주님!]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청풍; [어.. 어머니...] 역시 당황하여 억지로 웃으며 좀 흩어진 옷을 여미고

청풍; [이 늦은 시간에 주무시지 않고 어인 행차신지요?] 냉상영의 눈치를 보며

냉상영; (다행히 이상한 짓을 하며 낸 소리는 아니었다.) + [너...] 분이를 노려보고

냉상영; [누구 허락을 받고 이 시간까지 천마장경각에 있었던 것이냐?] 살벌

분이; [죄... 죄송하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고개를 조아리며 달달 떨고

청풍; [분이를 책망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도와달라고 해서 분이가 지금까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냉상영; [네가 도와달라고 했다?]

청풍; [예!] [분이는 눈썰미가 좋아서 제가 필요로 하는 책을 아주 빨리 찾아다 주곤 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변호

냉상영; [그래서 성과가 있었느냐?] 표정이 좀 누그러져서 다가오고

청풍; [소자가 천자비결을 해독할 실마리를 잡을 것같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냉상영; [정말이냐?] 눈 번뜩이며 청풍이 앉아있던 의자에 앉고. 들고 온 얇은 책과 면사령은 책상 위에 내려놓고

청풍; [거의 확실한 것같습니다.]

냉상영; [신중한 성격인 네가 그리 말하니 믿어도 좋겠지.] 말하며 힐끔 분이를 보고

여전히 엎드린 채 달달 떨고 있는 분이

냉상영; (죽일 년!) 살벌하게 노려보고

냉상영; (하지만 청풍이가 천자비결을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니 일단 살려는 둬야겠지.) + [네년은 그만 돌아가라.]

분이; [예 문주님...] 안도하며 고개 조아리고

청풍; [조심해서 가.]

분이; [예... 안녕히 주무세요.] 억지로 웃으며 인사하고

이어 뛰듯이 책꽂이 사이로 달려가는 분이

청풍; (다행히 어머니도 더 이상 분이를 혼내지는 않으실 모양이다.) 안도

냉상영; [이제 말해봐라.] 말하고. 흠칫! 돌아보는 청풍

냉상영; [천자비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냐?] 탁자에 놓여있는 양피지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종이들을 보며 말하고

청풍; [천자비결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글자들의 나열임은 아실 것입니다.] 분이가 앉아 있다가 넘어진 의자를 다시 세우고

청풍; [오랜 생각 끝에 저는 그 글자들이 책 제목의 첫 글자임을 알아냈습니다.] 그 의자에 앉고. 냉상영은 양피지를 들고 보며 듣고

냉상영; [나도 거기까지는 생각했다.] 찡그리고

냉상영; [하지만 천자비결의 글자와 제목이 일치하는 책은 천마장경각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지 않느냐?]

청풍; [물론 그렇습니다.] 웃고

청풍; [하지만 그 글자와 함께 숫자가 포함된 제목의 책은 오직 한권씩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냉상영; [숫자!] 놀라고

냉상영; [설마 천자비결이 숫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냐?] 흥분

청풍; [정확히 말하자면 숫자들은 천자비결을 이루고 있는 글자들의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책상으로 다가오며 말하고

[!] 놀라는 냉상영

청풍; [천마장경각의 책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확인하는 게 힘들었지만...] 슥!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한 장 집어들고.

청풍; [일단 천자비결의 진짜 제목은 해독했습니다.] 그 종이를 냉상영에게 내밀고

냉상영; [그래?] 팟! 뺏듯이 종이를 낚아채고

<咀呪心印訣>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냉상영; [저... 저주심인결(咀呪心印訣)!] 흥분

냉상영; [이게... 이게 천마 방각이 천마장경각에 남겼다는 저주의 정체로구나.] 손이 달달 떨리고

청풍; [저주에 대해서는 아실 테고...] [심인(心印)은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 또는 자각을 의미합니다.] 설명하고. 고개 드는 냉상영

청풍; [이 무공, 또는 술법은 상대의 마음이나 생각에 작용해서 저주와도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같습니다.]

냉상영; [아마 그렇겠지.] 끄덕

냉상영; [나도 제목을 보는 순간 그렇게 느꼈다.]

냉상영; [천자비결을 저주심인결로 완전히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같으냐?] 강렬한 눈빛. 탐욕과 흥분으로 물들었고

청풍; (어머니의 표정이 굶주린 늑대같이 변했다.) + [분이가 지금처럼 도와주면 늦어도 한 달 안에 해독이 가능할 것입니다.]

냉상영; [한 달... 한 달이란 말이지?] 흥분하며 종이를 보고

냉상영; [분이를 상주시킬 테니 도움을 받아서 가능한 빨리 저주심인결을 완성시키도록 해라.] 일어나고

청풍; [그리 하겠습니다.] 공손히

냉상영; [천자비결의 비밀을 풀면 네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주겠다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 청풍을 내려다보고

냉상영; [그리 알고 최선을 다하거라.] 돌아서고

청풍; [예...] 흥분

냉상영; [오늘 가져온 물건들 중 책은 환씨 성을 지닌 늙은이의 고민을 들어준 대가로 받은 예물이다.] 걸어가며

냉상영; [영패는 장차 황제가 될 인간이 주고 간 것이지만 내겐 필요 없으니 네가 갖도록 해라.] 도도한 자태로 걸어가며 말하고

청풍;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지만

냉상영; (포숙정(浦淑貞)... 포숙정...) 대꾸하지 않고 걸어가며 좋아 죽으려는 냉상영

냉상영; (설마 네 아들이 이렇게 빨리 해독해낼 줄은 꿈에도 모르고 천자비결을 내게 맡겼었겠지?) 사악하고 웃고. 흥분한 표정

냉상영; (너는 네 아들을 위해 천자비결을 맡겼겠지만...) (그 천자비결이 네년의 더러운 목숨을 끊어버리는 도구가 될 것이다.) 사악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청풍; (가셨군.) 안도하며 의자에 앉고

청풍; (자칫 나 때문에 분이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었다.) 의자에 몸을 깊이 묻고

청풍; (다행히 어머니도 분이가 천자비결을 해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인정하셨다.)

청풍; (앞으로는 분이도 어머니 눈치 보지 않고 이곳을 드나들 수 있겠지.) 생각하며 책상을 보고.

책상에 어지럽게 놓인 종이와 양피지들 위에 놓여있는 얇은 책과 면사령

청풍; (면사(免死)?) 옥패부터 집어들고. 옥패 위쪽에 구멍이 나있는 것 주의

청풍; (죽음을 면하게 해준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광오한 글이 적힌 영패를 어머니에게 준 것일까?) 옥패를 보며 갸웃하다가

청풍; (오늘 온 손님 중에 엄청난 거물이 있었던 모양이다.) 옥패를 내려놓고

이어 책을 집어든다.

책의 표지에는 <態換異形秘訣>이란 제목이 적혀 있다.

청풍; (태환이형비결(態換異形秘訣)...) (형태를 바꿔 다른 모습이 되는 비결?) 갸웃

청풍; (대단한 제목이지만 글씨는 악필(惡筆)이고 최근에 쓰여진 것이다.) 펼쳐보고

청풍; (누군가 다른 책의 일부를 필사하여 만든 책인 모양인데...) 내용을 읽고

청풍; (맙소사!) 경악하며 눈 치뜨고

청풍; (이런... 이런 방법이 존재하다니...) 경악과 흥분

청풍; (이 비결대로라면 몸의 형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가 있다.)

청풍; (천마장경각에 소장되어 있는 수많은 의서(醫書)들 중에서도 이토록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흥분

청풍; (대체 어떤 인물이 이런 발상을 한 것일까?) 집중해서 읽으면서

<새삼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구나.> 독서에 몰입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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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천안탑 내부. 아주 화려한 대청이다. 네 명의 가마꾼이 조심스럽게 가마를 내려놓고 있다. 철신장이 가마의 문을 열려 하고

철신장; [도착했습니다 전하!] 덜컹! 가마의 문을 열어주며 말하고

영락제; [수고했네.] 슥! 가마에서 나서고. 죽립은 쓰지 않았다. 도연도 죽립은 가마에 벗어둔 채 따라 나온다. 그러다가

[!] 눈 번뜩이는 영락제

냉상영; [천한 계집이 용안(龍顔;임금의 얼굴)을 뵈옵게 되었으니 삼생의 영광이옵니다.] 쿵! 냉상영이 단상 앞에 엎드려 절하고 있다. 화려한 망토를 두르고 있고. 단상에는 화려한 의자가 놓여있고. 풍신장은 벽쪽에 붙어 있다가 고개 숙인다

영락제; (이 계집이 천안신녀...) + [명불허전이로군.] 냉상영에게 다가가며

영락제; [고가 그대를 방문한 일은 천하에 오직 왕사만이 알고 있었거늘...] 냉상영 앞에 멈춰서며 말하고. 그 뒤에서 가마꾼들은 가마를 들고 뒷걸음질치고 있다. 벽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냉상영; [용(龍)이 움직이면 구름도 함께 움직이옵니다.] [술사를 자처하는 인생이 어찌 그 정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사옵니까?] 고개 들며 배시시 웃고. 요염하다

도연; (용안이라는 말을 하더니 아예 전하를 용으로 비유한다?) 눈 번뜩

영락제; (요물이로군.) + [시험은 통과다.] 냉상영을 지나치며 말하고

영락제; [그럼 이제 본론을 말해봐라!] 슥! 단상으로 올라가 몸을 돌리며 말하고. 냉상영도 앉은 채 몸을 돌리고

영락제; [고가 무슨 용건으로 그대를 찾아온 것같은가?] 슥! 단상의 의자에 앉으며 말하고

냉상영; [전하께서는...] 배시시 웃으며 말하고

냉상영; [하얀(白) 모자를 쓰실 준비를 마치지 않으셨사옵니까?]

<하얀 모자!> 눈 부릅 놀라는 영락제

[!] 도연의 눈도 부릅떠지고

 

#12>

천안탑을 밖에서 본 모습.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서있고. 염신장과 냉신장도 여전히 팔짱 낀 채 문을 지키고 있고

[!] [!] 무언가 느끼는 염신장과 냉신장

덜컹! 좌우에서 문을 여는 두 사람

휘익! 열린 문으로 날 듯이 나오는 가마. 네 명의 건장한 가마꾼이 가마를 들고 달려나오는데 아무런 소리도 흔들림도 없다. 그 뒤를 철신장이 따라 나오고

사람들이 놀라 보는 사이에 날 듯이 멀어지는 가마. 그 뒤를 향해 포권하는 철신장

<저 가마에 탄 인물이 누구기에 사신장의 으뜸인 철신장이 직접 배웅을 하는 건가?> <놀랄 일이로구먼.> 사람들 그걸 보며 생각

그 사이에 멀어지는 가마

그러자 포권을 풀고 돌아서는 철신장

철컹! 철신장이 들어가자 문을 닫는 염신장과 냉신장

 

#13>

천안탑의 오층. 창가에 냉상영이 서있다. 약간 안쪽에 서있어서 아래쪽 사람들의 시야에서는 안보인다

멀리 신녀문의 정문을 빠져나가는 가마가 작게 보이고

그긍!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철신장이 나온다

철신장; [대사를 무사히 치룬 셈인가?] 다가오고

냉상영; [지금까지 접견한 인간들중 최고의 거물이라 부담이 됐는데 어쨌든 별 탈 없이 끝났군요.] 두 손으로 옥패를 하나 만지작거리고 있다. 직사각형으로 윗 부분에는 끈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철신장; [귀족(貴族)이라면 몰라도 황족(皇族)이 찾아온 적은 없었지.] 나란히 옆에 서며 고개 끄덕

철신장; [헌데 연왕이 흰 모자를 쓸 준비를 마쳤다는 건 무슨 뜻인가?] 냉상영을 돌아보며 묻고

냉상영; [왕(王)이 흰(白) 모자를 쓰면 뭐가 될까요?] 배시시 웃고

철신장; [황(皇)!] 깨닫고 눈 부릅뜨는 철신장.

철신장; [연왕... 연왕 주체가 조카인 건문제(建文帝)를 몰아내고 황제가 될 작정을 했구나!] 흥분하며

냉상영; [연왕은 아비인 주원장(朱元璋)을 닮아서 철석간담(鐵石肝膽)을 지닌 위인이에요.] 끄덕이며 수중의 옥패를 보고. 직사각형인 옥패에는 <免死>라는 글이 적혀있다.

냉상영; [하지만 제 아무리 간담이 커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도박을 목전에 두었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옥패를 살피며 차갑게 웃고

냉상영; [그러던 차에 내가 족집게처럼 예언을 한다는 소문을 듣자 불안한 마음을 달래볼 겸 찾아왔던 거예요.]

철신장; [그럼 삼년고진(三年苦盡) 만세영화(萬世榮華)라는 참언(讖言;예언)을 한 건 연왕이 결국 모반에 성공하여 황제가 된다는 뜻인가?]

냉상영; [건문제가 비록 무능하다 해도 명나라 황실의 정통성은 그에게 있어요.]

냉상영; [연왕이 꾀주머니인 도연의 보좌를 받아 책략(策略)과 용전(勇戰)을 다한다 해도 건문제를 쓰러트리려면 족히 삼년은 걸릴 거예요.] 도연을 떠올리며

철신장; [지금 그 말이 맞다면 신녀가 정말로 선견(先見)의 이능(異能)을 지녔다고 믿지 않을 수가 없군.]

냉상영; [그럼 지금까지 제가 사술(詐術)로 사람들을 기만했다고 생각해온 건가요?] 철신장을 흘겨보고

철신장; [솔직히 그런 마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끄덕

철신장; [우리 마교에도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투심섭혼술(偸心燮魂術)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냉상영의 표정이 약간 변하고

철신장; [신녀가 혹시 투심섭혼술같은 것을 익혀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대답을 해준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냉상영; [섭섭하긴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이니 화를 낼 수는 없군요.] 새침하게

냉상영; [하지만 당신도 머잖아 내가 진짜 신녀(神女)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홱 돌아서서 엘리베이터쪽으로 가고

철신장; (계집의 속 좁은 소견이라 한동안 삐져서 찬바람을 일으키겠군.) 쓴웃음 지으며 따라가고

냉상영; [먼저 내려가서 준비하겠어요.] [당신은 계단으로 내려가서 사람들을 들여보내세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말하고

멈칫! 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서는 철신장

냉상영; [해질 때까지만 사람들을 접견할 테니 나머지는 돌려보내도록 하세요.] 그긍! 닫히는 문 안에서 말하고

철신장; [그럼세.] 끄덕이며 돌아서고

철신장; (냉상영...) (난 저 계집의 이름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계단으로 가며 찡그리면서 생각하고

철신장; (십삼년 전, 몰락한 마교의 후계자로 실의에 빠져 나날을 보내던 나와 의형제들 앞에 어느 날 문득 모습을 드러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하고

 

<냉상영은 어디서 구했는지 천마 방각님의 구대절기(九大絶技) 중 네 가지를 내놓으며 계약을 제안했었다.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자신의 야심에 일조하라는...> 어둑한 술집 같은 곳에서 20대 초반이던 냉상영이 네명의 사내를 만나고 있다. 탁자에는 네권의 비급이 놓여있고. 네 명의 사내들이 눈을 부릅뜨며 그걸 보고 있다. 네명의 사내들은 물론 신녀문의 사신장이다. 철신장은 변함이 없고 풍신장은 기생오라비같은 인상의 청년이고 염신장은 우직한 인상, 냉신장은 차가운 표정의 서생이었다.

 

철신장;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형제들은 신녀의 번견(番犬;집 지키는 개) 노릇을 해온 것이다.)

철신장; (냉상영, 네 진정한 속셈을 나로서는 모른다.) 이윽고 계단을 통해 일층에 내려온 철신장. 일층에서는 냉상영이 의자에 여신처럼 앉아있고 내총관을 비롯한 여자들이 그녀의 몸 단장을 해주고 있고 사람들을 접견한 준비를 한다

철신장; (하지만 날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곁눈질로 냉상영을 보며 입구쪽으로 걸어가고

철신장; (나 방철산은 뭐니 뭐니 해도 고금제일인이셨던 천마 방각님의 고귀한 핏줄이니...) 덜컹! 문을 연다

문 밖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보고

철신장; [신녀께서 일몰(日沒) 전까지만 접견을 허락하셨소.] 사람들에게 외치고

[일... 일몰전까지...?] [그럼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사람들 울상 짓고. 특히 뒷열의 사람들이

철신장; [여러분의 간절한 마음은 알겠지만 대략 서른분정도만 접견이 가능할 것이오.] [나머지 분들은 객사(客舍)로 돌아가셨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방문해주시오.]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신... 신녀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도리가 없지.] [내일은 꼭두새벽부터 달려와야겠군.] 실망한 뒷열의 사람들 돌아서고. 앞열의 사람들은 희망에 찬 표정들이고. 보따리를 품에 안은 노인도 아슬아슬한 선에서 남아있다.

철신장; [그럼 첫 번째 분부터 입장하시오.] 옆으로 물러서고

[감... 감사합니다요.] 짐을 짊어진 사내가 굽신거리며 들어간다.

철신장; (저 표정들이 우리 신녀문의 힘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흥분과 희망에 찬 표정을 보며 생각하고

철신장; (어리석은 중생들의 신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이용하면 한 때 사비세의 으뜸으로 불리던 마교를 부활시키는 것도 꿈은 아닌 것이다.) 철신장의 야심에 찬 표정

 

#14>

신녀문이 멀리 보이는 길. 사람들이 오가는데. 가마를 멘 네명의 가마꾼이 날 듯이 달려간다. 사람들이 급히 피하고

가마의 내부. 영락제와 도연이 마주 앉아있다. 화려한 가마 내부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영락제; [하늘의 눈(天眼)을 지닌 신녀라...] 팔짱을 낀 채 중얼거리고

도연; [전하께서는 천안신녀의 참언을 믿으시는지요?] 눈치 보며 묻고

영락제; [삼년고진 만세영화...]

영락제; [천안신녀가 한 참언은 고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생각해온 말이었네.] 웃으면서 말하고

도연; [천안신녀가 전하의 마음을 훔쳐봤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라고

영락제; [고는 무격은 믿지 않지만 술법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었네.] 고개를 끄덕이고

영락제; [헌데 그 계집은 고가 누구에게도, 심지어 왕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던 생각을 알아냈어.]

도연; [천안신녀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술법을 익히고 있을 뿐 실제로 선견의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영락제; [선종(禪宗)의 가르침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처럼 진실로 믿는 것은 기필코 이루어지는 법일세.] 엄숙하게

영락제; [다만 인간은 두려움과 탐욕으로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확신하지 못할 뿐이지.] 한숨 쉬고

도연;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을 확신시켜주면 그 믿음대로 살겠습니다.] [자연히 예언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질 테고...]

영락제; [고도 이미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해두었고 그것이 끝내 이루지리라 믿어왔네.] 끄덕이고

영락제; [천안신녀란 계집은 바로 고가 믿어온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구체화해준 것뿐이야.]

영락제; [선견이나 예언의 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고...]

도연; [그걸 아시면서도 어찌하여 천안신녀에게 면사(免死)의 증표와 함께 강호에서의 특권을 하사하신 것인지요?]

영락제; [강남에서는 무황성이 금릉(金陵) 정권의 비호하에 맹렬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네.] 심각

도연; [신녀문을 무황성의 대항마로 키우실 안배를 하셨군요.]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감탄하고

영락제; [금릉 정권이 강호의 지원까지 받으면 힘겨운 싸움이 될 걸세.] 끄덕이고

도연; [결국 천안신녀고 신녀문이고 전하께서 펼쳐놓으신 장기판의 말일 뿐이었습니다.] 감탄하고

영락제; (그렇기는 하지만...) 찡그리고

<나 주체조차도 가슴이 섬뜩해지는 심연같은 원한을 지닌 계집이었다. 대체 무슨 사연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녀같은 냉상영의 얼굴을 떠올리는 영락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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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겨울. 신녀문. 눈이 많이 와서 눈 세상이 되어 있고

그래도 신녀문의 정문으로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드나든다

신녀문 정문쪽으로 오는 사람들 사이에 두 명의 크고 작은 인물이 섞여있다. 둘 다 죽립을 썼는데 한명은 체격이 당당한 중년인이고 한명은 왜소한 체격의 늙은 중이다. 이 사람들은 영락제가 될 연왕과 그의 왕사인 도연이다. 영락제와 도연은 <용맥백정> <건곤일척> 등에 나온 캐릭터를 활용

영락제; [왕사(王師)는 천안신녀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가?] 죽립을 좀 들어 앞을 보며 말하고. 아직 황제가 되지 않아서 연왕 신분이지만 영락제로 표기. 배경으로 나레이션. <-연왕(燕王) 주체(朱棣), 훗날의 명나라 삼대 황제 영락제(永樂帝)>

도연; [기녀(奇女)임에는 틀림없습지요.] 대답하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연왕 주체의 책사 도연(道衍)>

영락제; [기녀라...]

도연; [노신(老臣)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금까지 천안신녀가 한 예언의 칠할 정도가 적중했습니다.]

영락제; [허어! 칠할이나?]

도연; [나머지 삼할도 해석을 달리 하면 거의 들어맞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영락제; [백발백중의 예언을 한다는 것인데...] [과연 왕사가 주목할만한 인생이로군.] 끄덕이고

영락제; [그래 왕사가 보기에 천안신녀의 정체는 무엇인 것같은가?]

도연; [영험한 무격(巫覡;무당)이거나... 신통한 술사(術士)일 것입니다.]

영락제; [무격이라면 귀신의 힘을 빌려야하지 않는가?]

영락제; [그리고 고(孤;왕의 자칭)가 알기로 무격은 그 영험이 삼년을 넘지는 못한다던데...] 회의적인 표정

도연; [그렇습니다.]

도연; [귀신은 정성을 들여야 힘을 빌려주는 데 아무리 지극한 정성이라도 삼년을 지속하긴 어렵습지요.]

영락제; [하지만 천안신녀의 명성은 이미 십삼년을 넘기고 있지 않는가?]

도연; [그래서 노신은 그 계집이 술법을 익힌 술사가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영락제; [앞날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술법도 있는가?]

도연; [정사(正邪)를 막론하고 심법(心法)을 수련하는 문파들에는 선견(先見;미리 봄)을 위한 술법이 전해집니다.]

도연; [다만 술법을 익히는데 들이는 공에 비해 효과는 대단치 않습니다.] [맞추는 확률도 떨어지고 미리 볼 수 있는 시간과 대상이 제한적입지요.]

도연; [그 때문에 선견의 술법을 수련하는 자는 매우 드문 실정입니다.]

영락제; [세상에 알려진 술법을 수련해서 천안신녀 정도의 예지력을 발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군.]

도연; [그 점이 노신으로서도 이해가 안가는 점입지요.]

도연; [노신이 아는 한 천안신녀 정도로 적중률이 높은 선견의 술법은 존재하지 않는데...] 말하다가 흠칫! 하고

정문이 가까워졌는데 정문에 거인이 한명 서있고. 사람들이 그 거인을 피해 성문으로 들어간다. 거인은 바로 철신장인데 철신장 옆에는 화려한 가마가 한 대 서있다. 네 명의 건장한 가마꾼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가마꾼들은 얼굴에 민짜 가면을 스고 있다. 눈 부위에만 구멍이 나있는

도연; [허어...] 좀 감탄하는 표정이 되고

영락제; [고가 올 줄 알고 있는 것인가?] 역시 철신장을 보고

도연; [천안신녀는 어쩌면 노신이 상정한 수준 이상의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며 철신장에게 다가가고. 그러자

철신장; [소인은 천안신녀에게 봉사하는 자로 이름을 철신장이라 합니다.] 정중히 포권하고. 주변 사람들 놀라서 보고

도연; <이자는 천안신녀가 가장 믿는 측근입니다.> 전음으로 영락제에게 말하고

영락제; [신녀가 고를 기다리고 있었는가?] 철신장에게

철신장; [예!] [귀인(貴人)께서 지금쯤 도착하실 테니 정중히 모시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포권한 채 고개 숙이고

철신장; [누추하지만 이 가마로 모셨으면 합니다.] 가마를 가리키며 타길 권하고. 가마꾼 중 한명이 무릎을 꿇은 채 가마의 문을 연다

영락제; [주인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 끄덕이며 가마로 다가가고

영락제; [왕사도 함께 타도록 하세.] 가마 안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도연; [예...] 따라 들어가고

탁! 두 사람이 들어가자 밖에서 가마 문을 닫는 가마꾼

이어 동료들과 함께 가마를 드는 그 가마꾼

철신장; (신녀의 말을 듣고도 혹시나 했었는데 정말 연왕 주체가 방문했다.) 가마의 앞에 서서 걸어가며 생각하고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신녀문의 운명은 또 한번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겠구나.> 신녀문 안쪽으로 멀어지는 가마를 배경으로 철신장의 생각 나레이션. 멀리 앞쪽으로 냉상영의 거처인 오층탑이 보인다. 거리가 있어서 오층탑까지 가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7>

신녀문 깊은 곳에 자리한 오층 탑. 일층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천안신녀의 예언을 들으려는 사람들. 길게 줄을 서있는데 저마다 짐을 짊어졌거나 상자, 보따리를 품에 안고 있다. 예언을 듣는 대가를 갖고 온 것.

<天眼塔>이라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있는 입구에 두 명의 인물이 팔짱을 낀 채 조각상처럼 서있다. 한명은 하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썼는데 몸에서 열기가 뿜어지는 게 느껴지고. 다른 한명은 붉은 갑옷을 입었는데 몸에서 냉기가 흘러나온다. 머리카락도 희고 주변이 성애로 덮여있다. 이들은 신녀문 사신장중 염신장과 냉신장이다.

노인; [어째 줄이 들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먼.] 사람들 대열의 중간쯤에 보따리를 품에 안은 노인이 탑쪽을 기웃거리고. 이 노인은 진상파의 시위무사인 환설의 조부. 두 번 정도 나올 조연이므로 그냥 노인으로 표기

중년인; [안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오.] 앞에 있던 짐을 짊어진 중년인이 돌아보며 말하고

중년인; [오늘은 아직 단 한명도 천안신녀님의 거처인 천안탑(天眼塔)으로 입장하지 못하고 있소.] 천안탑을 올려다보며

노인; [왜 입장을 안 시키는 건가?]

노인; [천안신녀께서 자리를 비우셨거나 사람들을 접견 못하는 상황인 건가?] 조바심 나는 표정

중년인; [그건 또 아닌 것같소.] 고개 젓고

중년인; [접견을 아예 안할 거라면 통보를 해서 사람들을 돌려보냈을 테니 말이오.]

노인; [그렇다면 다행인데...] 말하며 입구쪽의 염신장과 냉신장을 보고

염신장과 냉신장의 모습 크로즈 업

노인; [천안탑을 지키고 있는 저 두 분이 혹시...]

중년인; [신녀문의 최고고수들인 사신장중 염신장(焰神將)과 냉신장(冷神將)이오.] 좀 겁을 먹은 표정으로 염신장과 냉신장을 보며

 

<-사신장(四神將)! 천안신녀를 보위하는 신비의 고수들이다. 그들은 철신장, 풍신장(風神將), 염신장, 냉신장이라 불릴 뿐 출신 내력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여신같은 복장으로 단상에 놓인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는 냉상영의 좌우에 서있는 네명의 인물 배경으로 나레이션. 냉상영 바로 옆의 좌측에는 철신장이 서있고 철신장 옆에는 염신장이 서있다. 우측에는 얼굴 하단을 검은색의 두꺼운 마스크로 가린 검은 옷의 늘씬한 체형의 사내가 서있다. 인자같은 분위기의 그자가 풍신장. 풍신장 옆에는 냉신장이 서있다.

<비록 정체는 비밀에 쌓여있지만 사신장 개개인이 절세적인 무공을 지니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오 년 전, 사신장의 첫째인 철신장은 무황성의 성주인 금면무황(金面武皇)과 싸워서 무승부를 기록했을 정도다.> 철신장이 마귀같은 모습으로 어떤 인물과 싸우는 모습. 양 진영이 보고 있다. 철신장과 싸우는 인물은 얼굴에 황금 가면을 쓴 날렵한 몸매의 인물인데 몸에는 황제같이 화려한 옷과 망토를 걸쳤고 무기는 거대한 도끼와 창이 결합한 무기다.

<구대문파 장문인 이상 가는 고수들인 사신장을 시위(侍衛)로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천안신녀가 당금 무림에서 으뜸가는 실력자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천안탑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염신장과 냉신장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중년인; [천안신녀의 신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두 분 신장이 천안탑을 지키고 있소.]

중년인; [그렇다는 건 천안신녀께서 천안탑에 계시다는 건 분명한데...] [어째서 사람들을 접견하지 않는지 모르겠소.]

노인; [아무리 늦더라도 만나주시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구먼.]

중년인; [노인장도 신녀님을 꼭 뵈어야할 사연이 있는 것같소.]

노인; [하나뿐인 손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렸소.] [용하다는 의원들을 다 찾아다녔지만 차도가 없었고...]

노인; [이제 천안신녀님만이 유일한 희망이라오.]

중년인; [저런...]

중년인; [그래서 예물로 뭘 가져오신 거요?] 노인이 안고 있는 보따리를 보고

노인; [천안신녀께서 예언의 대가는 받지 않는다고 들었소.]

중년인; [그렇긴 해도 천안신녀님의 신탁을 들은 사람들은 자진해서 예물을 바쳐오고 있긴 하오만...]

노인; [손녀의 병구완으로 적잖던 가산(家産)은 모두 흩어져버렸고...] [이제 가보로 전해지던 몇 권의 고서만이 남았다오.] 품에 안은 보따리를 보며

노인; [신녀께서 재물보다 희귀한 물건을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이 고서들을 가져왔소.]

중년인; [노인장의 정성이 실로 지극하구려.] [아무쪼록 손녀분이 쾌차하길 바라겠소.]

노인; [그러려면 어떻게든 신녀님을 뵈어야할 텐데...] 천안탑을 올려다보고

 

#8>

천안탑을 다른 방향에서 본 모습. 바로 천마장경각쪽에서 본 모습. 오층의 창문이 열려 있고. 창문을 통해 여신 같은 복장인 냉상영이 천마장경각 쪽을 보고 있다

냉상영의 시점. 천마장경각의 입구로 종종 걸음으로 가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털로 만든 겉옷을 걸친 예쁘장한 소녀. 바로 분이. 벙어리장갑을 낀 두 손으로는 김이 나는 주전자와 뚜껑이 덮인 냄비를 들고 있다.

얼굴이 발그래해져서 흥분된 표정으로 천마장경각으로 들어가는 분이

냉상영; (분이 저년...) 찡그리고

냉상영; (다른 년들은 마지못해 하던 청풍이의 수발을 정말 좋아서 드는 표정이다.) 불쾌한 표정이 되고.

냉상영; (벌써 석달이 지났지만 전혀 질린 기색도 없고...) 입술을 잘근 깨물고. 질투하는 표정이다.

냉상영; (이 이상 청풍이 신변에 두었다가는 자칫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분이를 노려보며 생각할 때

내총관; [문주님!] 뒤에서 다가오고. 두 손으로는 털로 만든 화려한 망토를 들고 있고

내총관; [말씀하신 신시(辰時;오후 3시)가 되어가옵니다.] 망토를 두 손으로 내밀며

냉상영; [내총관.] 천마장경각을 보며. 이미 분이는 안보이고

내총관; [예 문주님.]

냉상영; [분이라는 계집, 청풍이와 잘 지내고 있는 듯이 보이는구나.]

내총관; (드디어...) + [마... 마음에 걸리시면 다른 계집으로 교체하도록 하겠사옵니다.] 눈치 보며. 뭔가 겁먹은 표정

냉상영; [잠시만 더 두고 보도록 하자.] 몸을 돌리고

냉상영; [내가 직접 확인하고 교체 여부를 결정하겠다.] 팔을 좀 벌리고

내총관; [예...] 안도하며 망토를 냉상영의 몸에 걸쳐준다

냉상영; [곧 귀인이 도착하실 것이다.] [천자(天子)에게 어울리는 다과를 준비하도록 하라.] 말하며 한쪽의 문으로 가고. 그 문에는 풍신장이 서있다.

내총관; (천자에게 어울리는 다과!) +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고개 숙이지만 아연 긴장하고. 그때

내총관; (대체 누가 오기에 천자처럼 대접하려는 것일까?) 철컹! 풍신장이 문을 열어주는 모습 보며 생각하고. 그개 숙인 채. 풍신장이 열어주는 문 안쪽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도도한 자태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냉상영. 풍신장도 따라 들어가고

그긍! 안에서 닫히는 문. 그 문을 통해서 뭔가 생각하는 표정의 냉상영이 보이고. 그 문을 향해 허리 숙이고 있는 내총관

철컹! 문이 닫힌다

내총관; [휴우...] 그제야 허리를 펴는 내총관

내총관; (여리박빙(如履薄氷)...) (문주님 앞에만 서면 마치 살얼음 위에 서있는 것만 같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계단 쪽으로 가고

내총관; (특히 소문주님과 관련된 일에는 극도로 예민하셔서 추호의 실수도 용납지 않으신다.) 계단을 내려가고

내총관; (소문주의 시중을 들다가 문주님 눈 밖에 날 경우 호되게 벌을 받고 쫓겨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총관; (몇몇은 사신장에게 끌려간 후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내총관; (아무쪼록 분이가 처신을 잘하길 바랄 뿐이다.) 계단을 내려가고

 

#9>

천마장경각

내부. 청풍이 책상에서 책을 보며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좀 흥분된 표정

그곳으로 쟁반을 들고 오는 분이

분이; (소문주님...) 얼굴 발그레

<집중하고 계시는 소문주님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분이; (누가 소문주님의 배필이 될지 모르지만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네.) + [소문주님!] 한숨 쉬며 다가가고

청풍; [어 왔어?] 고개 조금 들고

분이; [혼돈(만두국)을 끓여왔어요.] [날씨도 차니 좀 드시도록 해요.] 쟁반을 책상 모서리에 내려놓지만

청풍; [잠깐만 기다려. 요것만 끝내고...] 집중해서 책을 살피며 종이에 무언가 쓰는 청풍

분이; [예...] 쟁반을 다시 들면서 말하고

분이; (평소의 소문주님답지 않게 좀 들뜬 표정이야.) 옆의 탁자로 가며 생각하고

분이; (혹시...) 쟁반 내려놓으며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 [그렇지!] 고개 들며 환호하고

분이; [소문주님! 성공하신건가요?] 책상 쪽으로 가며

청풍; [분이 덕분이야.] 벌떡 일어나고

청풍; [분이가 책을 분류하고 고르는 일을 도와줘서 마침내 마지막 실마리가 풀렸어!] 분이를 와락 끌어안고. 깜짝 놀라지만 피하지 않는 분이. 둘이 키가 거의 비슷하다. 청풍의 약간 큰 정도

청풍; [내가 생각하는 대로 천자비결이 이루어졌다면...] 말하다가 움찔! 하며 분이를 보고

청풍의 가슴에 눌려있는 분이의 젖가슴

서로 맞닿은 아랫도리

청풍; [미... 미안...] 당황하며 떨어지고

청풍; [내가 너무 흥분해서 결례를 했어.] 완전히 떨어지려 하지만

슥! 분이의 두 팔이 청풍의 허리를 끌어안고

청풍; [분... 분이야!] 당황하며 얼굴 발개지는데

말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드는 분이. 입을 조금 벌리고 새근거리고

꿀꺽! 그걸 내려다보는 청풍의 얼굴도 불같이 달아오르고. 침 삼키고

분이의 입술 크로즈 업

꽉! 더 강하게 청풍의 허리를 끌어안는 분이의 두 손

청풍; (몸... 몸 속이 뜨거워져서 견딜 수가 없다!) 헐떡이며 자기의 입을 분이의 입에 가져가고

청풍;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떨리는 입술이 분이의 입술에 닿고

찌릿! 감전당하는 모습이 되는 분이

청풍; (분이가 너무 예뻐서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분이를 완전히 끌어안으면서 열렬히 키스하는 청풍

분이; (당장 내일 죽어도 좋아!) 청풍의 목에 매달리며 키스하고

<소문주님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필사적으로 끌어안은 채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10>

천안탑 입구 앞. 여전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휘익! 그곳으로 날 듯이 오는 가마. 가마 앞에는 철신장이 큰 걸음으로 걸어오고. 사람들 급히 피하고

철컹! 가마가 나타나자 염신장과 냉신장이 급히 천안탑의 문을 연다

휘익! 그 문으로 날 듯이 들어가는 철신장과 가마

철컹! 가마가 들어가자 서둘러 문을 닫는 염신장과 냉신장

[뭐지 저 가마?] [사신장중 첫째인 철신장께서 인도한 걸 보면 엄청난 거물이 타고 있는 것같은데...] 노인과 중년인을 포함한 사람들 어리둥절.

노인; [아무래도 천안신녀께서 지금까지 아무도 접견하지 않은 이유가 가마에 탄 인물 때문이겠구먼.]

중년인; [그런 것같소.]

노인; [어쨌거나 신녀께서 천안탑에 계시는 건 확인이 되었으니 다행이야.] 안도하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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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십삼년후(十三年後)> 높은 산을 등지고 넓은 강을 앞에 둔 곳에 세워진 웅장한 성채. 성채로 통하는 길로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오가고. 넓은 강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선착장에서는 사람과 짐들이 부려지고 있고

사람들과 마차들이 드나드는 웅장한 성문. 성문에는 <神女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무사들이 지키고 있지만 드나드는 사람들을 간섭하진 않는다.

<-신녀문(神女門)> 성문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상인1; [신녀문은 나날이 번창하는구만.] 동료와 함께 짐을 지고 신녀문 정문으로 다가오며 말하고

상인2; [문주이신 천안신녀(天眼神女)님의 신통력 덕분이지.]

상인2; [흘낏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여지없이 맞춘다잖아.]

상인1; [하긴 그 때문에 우리같은 상인들도 큰 거래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천안신녀님을 알현하려고 애를 쓰게 됐지.]

상인2;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면서 신녀문은 저절로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이 되었어.]

상인2; [구대문파는 비교 대상조차 못되고 오직 강남(江南)의 무황성(武皇城)만이 신녀문에 맞설 수 있다는 게 강호의 통설이야.]

상인1; [천안신녀의 신통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신녀문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는 멈추지 않겠지.] 대화하며 성 안으로 들어가는 상인들

 

#3>

신녀문 끝. 높은 절벽을 등지고 세워진 고색창연한 건물. 단층이지만 아주 높고 옆으로도 길다. 일종의 도서관. 건물 주변은 공터이고 공터 외곽은 높은 담장으로 쳐져 있다. 그 건물 주변에는 신녀문의 다른 곳과 달리 사람이 전혀 없다

건물 처마에 걸려있는 현판. <天魔藏經閣>

천마장경각 앞에 두 명의 여자가 서있다. 한명은 나이가 든 차가운 인상의 중년여인이고 다른 한명은 16-7세쯤의 활달하고 예쁜 소녀다. 소녀는 두 손에 쟁반을 들고 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당숙분. 다른 작품의 <분이> 캐릭터. 분이로 명칭

내총관; [다시 한 번 주의사항을 말해봐라.]

분이; [예 내(內)총관님!]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쟁반에는 차와 다과가 얹혀져 있다

분이; [소문주님께 먼저 말을 걸면 안되고 질문을 하시더라도 대답 외의 말은 하면 안된다.]

분이; [또 소문주님의 허락 없이는 몸에 손을 대면 안된다! 라고도 하셨사옵니다.] 단숨에 주워 삼키고

내총관; [잘 기억하고 있구나.] 끄덕

내총관; [소문주님은 몸이 약하여 쉽게 병에 걸리신다.] [그래서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제한해야한다.]

내총관; [신녀문의 다른 곳과 달리 이곳 천마장경각(天魔藏經閣) 근처에 인적이 드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총관; [분(粉)이 네가 소문주님의 전속시녀로 발탁된 건 누구보다 몸이 깨끗할 뿐 아니라 건강한 체질 덕분이다.]

분이; [천한 계집에게 막중한 소임을 맡겨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내총관; [그만 들어가 봐라. 소문주님께서 요기를 하실 시간이 되었다.]

분이;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긴장한 표정으로 조신하게 천마장경각 안으로 들어가는 분이

내총관; (가엾은 것...)

내총관;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한숨 쉬며 돌아서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내총관. 담장 너머를 올려다본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오층탑. 중국식의 탐으로 내부는 넓은 방이다. 천마장경각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지만 워낙 높아서 천마장경각에서도 보인다.

그 오층탑 꼭대기의 창가에 누가 서있다.

크로즈 업. 바로 냉상영이다. 이때의 나이는 30대 중반. 아주 차갑고 아름다운 모습인데 야한 잠옷 차림이다. 냉상영은 다른 작품의 냉상영, 위상영과 동일 캐릭터

내총관; (역시 문주님께서 지켜보고 계셨구나.) 겁을 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리고

고개를 조금 까닥이는 냉상영

내총관;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고개 숙인 채 천마장경각을 둘러싼 담장에 나있는 문쪽으로 가고

내총관; (문주님 눈 밖에 나면 누구라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내총관의 얼굴

 

#4>

[...] 차가운 표정으로 천마장경각 쪽을 보고 있는 냉상영.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녀문 문주 천안신녀(天眼神女) 냉상영(冷霜英)>

냉상영; (청풍이를 데려온 후로 어느덧 십삼 년...)

냉상영; (시간이 갈수록 제 아비를 연상케 해서 심란해진다.) 꽉! 콰득! 창틀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 바람에 쇠로 만든 창틀이 우그러지고. 그때

[마음의 동요가 느껴지는군.]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는 냉상영

철신장; [아들에 대한 걱정인가?] [아니면 아들 주변의 계집들 때문인가?] 대 여섯명이 누울 수 있는 아주 넓은 침대에 상체를 벌거벗은 채 쿠션은 등에 댄 채 비스듬히 누워서 보고 있는 거인. 피부가 거뭇하고 강철처럼 번들거린다. 머리는 대머리고. 온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듯한 인상. 이자는 신녀문의 최고 고수들인 사신장중 철신장. <마면기정 자료집 제15페이지>의 <포철두> 캐릭터

철신장; [아니면 내 사랑이 부족했던 것인가?] 음산하게 웃는 철신장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녀문 사신장(四神將)의 일인 철신장(鐵神將)>

냉상영; [다 틀렸어요.] 돌아서고

냉상영; [내 마음에는 동요라는 게 아예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야한 걸음걸이로 침대로 걸어가고

철신장; [아무리 천안(天眼)을 지녔다 해도 본좌를 너무 얕보지는 마라.] 음산한 표정으로 웃고

철신장; [비록 영락(零落;몰락)해서 신녀문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긴 해도 나 방철산(方鐵山)은 마교(魔敎)의 적통!] 자부심에 찬 표정

철신장; [사람의 마음 정도 못 읽을 정도의 무지렁이는 아니다.]

냉상영; [누가 당신을 무지렁이라 여기겠어요?] [뭐라 해도 당신은 사비세(四秘勢)중 하나로 꼽히는 마교의 후손이신데...] 슥! 침대로 올라가는 냉상영

냉상영; [비록 내가 당신의 아내는 아니지만 여자의 도리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일체의 의심도 의혹도 품지 않도록 하세요.] 철신장의 아랫도리 위에 걸터앉으며

냉상영; [나 냉상영은 당신과 해로동혈(偕老同穴)하게 될 테니까요.] 잠옷 치마를 위로 걷어올리고

철신장; [해로동혈이라...]

철신장; [그것도 당신이 지닌 선견천안(善見天眼)으로 본 미래인가?] 냉상영에게 몸을 맡긴 채로 지긋이 올려다보며

냉상영;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몸을 숙여 키스하고.

마주 끌어안으며 키스하는 철신장

냉상영;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철신장과 키스하며 생각하고

<청풍이를 떠올릴 때마다 날 버린 무정한 그 인간, 이무외에 대한 애증이 들끓어 오르니...> 정사하는 두 사람 모습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5>

천마장경각.

어둑한 내부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분이. 천마장경각 내부는 거대한 도서관. 천장까지 닿는 높은 책장들이 미로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길이 나있다. 책장 여기저기에는 사다리도 기대어 놓여있고

분이; (말...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 대단한 곳이야.) 두리번. 흥분

분이; (천마장경각은 고금제일인으로 불리던 천마(天魔) 방각(方角)의 장서 수십만 권이 보관되어 있는 서고야.)

분이; (하지만 천마 방각이 제자와 친인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하게 죽은 후 천마장경각은 방치되어 왔다고 해.)

분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천마장경각에는 무공과 관련된 서책은 단 한권도 없어서 무림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첫 번째고...)

분이; (천마장경각에 천마의 원혼이 떠돈다는 소문이 두 번째 이유야.)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분이; (실제로 천마장경각 안을 배회하는 유령같은 존재를 목격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해.) 쟁반을 든 손이 좀 떨리고

분이; (그러다가 십 몇 년 전 천안신녀께서 천마장경각 근처에 거처를 만드시면서 다시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어.)

분이; (그렇긴 해도 워낙 무섭고 음침해서 인적이 드문 곳인데...)

분이; (이런 천마장경각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앞을 보고. 높은 책장들 사이에 불빛이 비치고

<그것도 겨우 내 또래의 나이에 불과한 어린 분이...> 분이의 생각 배경으로 책장 사이의 모습. 원형의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 커다란 책상이 놓여있다. 책상 옆에는 침대도 있고 식탁으로 쓰는 낮은 탁자도 있다. 책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고. 의자에 앉은 청풍이 책상에 쌓인 책들을 뒤적이며 무언가 종이에 쓰고 있다. 이때 나이는 16세. 병약한 인상에 얼굴이 창백하다. 책상에는 빛을 발하는 구슬이 달린 기둥이 네 개 세워져 있다. 구슬에는 갓이 씌워져 있어서 빛이 탁자 책상 중앙에만 비친다.

분이; (우리 신녀문의 소문주이신 이청풍(李淸風) 공자님...) 얼굴 좀 발개지고

분이; (몸은 약하지만 지혜롭기는 천하에서 으뜸간다던가?) 조심스럽게 청풍이 앉아있는 책상쪽으로 다가가고

분이; (저 나이에 벌써 천마장경각의 책을 대부분 읽으셨다는 소문도 있어.) 책상 바로 옆에 다가서고. 그러자

청풍; [수고했어. 거기 두고 가.] 고개도 들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말하고

분이; [예...] 달칵! 조심스럽게 책상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고

분이; [근처에 있겠사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불러주시옵소서.] 공손히 말하지만

귀찮다는 듯 고개도 안 들고 가보라고 손짓하는데. 그 직후

툭! 책에 떨어지는 핏방울

[!] 돌아서려다가 깜짝 놀라는 분이

주르르! 청풍의 코에서 피가 흘러

후두둑! 책을 적시고

청풍; [이런...] 띵! 현기증을 느끼고 휘청하고

분이; [소문주님!] 와락! 급히 청풍에게 달려들어서

분이; [고개를... 고개를 뒤로 젖히세요.] 청풍을 몸을 뒤를 젖히게 하며 소매로 청풍의 코를 쥐어 막고

청풍; [호들갑 떨 거 없어.] [코피 흘리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 고개를 젖힌 채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는데

분이; [대수롭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어서일 수도 있으니까요.] 청풍의 코피를 닦아주며 걱정스럽게 말하고

청풍; [내가 약골이라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뭔...] + [!] 말하다가 눈을 좀 치뜨며 분이를 보고. 비로소 분이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걸 알아봤다.

청풍; (못 보던 얼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코피를 닦아주는 분이를 보고

분이; [침대로 모시겠어요.] 한손으로는 청풍의 코를 잡고 한손으로는 청풍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키는데

청풍; [괜잖데도 그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일어나고

분이의 부축을 받아 옆의 침대로 가는 청풍

분이; [오늘은 책 그만 읽으시고 쉬도록 하세요.] 청풍을 침대에 누이고

분이; [좋아하는 책을 오래 오래 읽으시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를 잘 하셔야만 해요.] 소매로 청풍의 코 주변의 피를 닦아주고. 그런 분이를 빤히 보는 청풍

청풍; [우리 오늘 처음 보는 사이지?]

분이; [예... 어제까지 소문주님 시중을 들던 매화언니는 시녀 일을 그만 두었다고 해요.]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고

청풍; [그렇게 되었군.] 한숨. 뭔가 짐작한 표정이고

청풍; [자긴 이름이 뭐야?]

분이; [당숙분(唐淑粉)이라고 해요.] 청풍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잘 닦아주며

분이; [아는 사람은 분이라 부르니까 소문주님도 절 분이라 불러주세요.]

청풍; [숙분...] [고운 피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분이; [고마워요 소문주님.] 얼굴 살짝 붉히고

청풍; [나이는?]

분이; [아마 제가 소문주님보다 한 살 많을 거예요.]

청풍; [그럼 분이누나라고 불러야겠군.]

분이; [그... 그러지 마세요.] 기겁

분이; [소문주님께서 저같이 천한 계집을 누나라고 부르는 걸 문주님이 아시면 불벼락이 떨어질 거예요.] 주변 눈치 보며

청풍; [알았어. 분이라고 부를 테니까 자주 들러서 내 이야기 상대가 되어줘.] 고개 끄덕이며 웃고

청풍; [천마장경각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바깥세상 이야기도 궁금하거든.]

분이; [갇혀 지내신다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놀라고

청풍; [뭐 좀 복잡한 사연이 있어.] 한숨

말없이 청풍의 얼굴을 닦아주는 분이. 그러자

청풍;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표정이니 말해줘야겠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

청풍; [분이도 알고 있겠지만 난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 우울한 표정

청풍; [철이 들어서 그걸 궁금해 하자 어머니는 천마장경각에 숨겨져 있는 뭔가를 찾아내면 아버지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하셨어.]

분이; [문주님은 여기서 뭘 찾으라고 하신 건가요?] 어리둥절

청풍; [마교의 마지막 교주였던 천마 방각의 최후 절기!]

분이; [천... 천마 방각의 절기가 이곳에 숨겨져 있다구요?] 놀라고

분이; [제가 알기로 천마장경각에는 무공과 관련된 책은 단 한권도 없다던데...] 고개 갸웃하며

청풍; [고금제일인으로까지 불리는 천마 방각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있지?]

분이; [예... 천마는 마교와 함께 사비세로 꼽히는 삼성동과 천신부(千神府) 문주들의 협공을 받고 중상을 입었는데...]

분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겨우 생환한 천마를 마교의 수뇌부가 암살했다고 들었어요.] 끄덕이고

청풍; [천마 방각의 오만하고 무자비한 성격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말이었는데...]

 

<제자들과 친인들에게 온몸이 찢겨서 죽어가며 천마는 이렇게 외쳤다는군. [천마장경각에 내가 남긴 저주가 있다!]> 쇠사슬에 묶여 만신창이가 된 마왕같은 노인이 울부짖는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주변에는 십여명의 남녀가 서있고

 

분이; [천마가 남긴 저주라면 혹시...] 놀라 눈 치뜨고

청풍; [누구나 그게 천마의 최후 절기라 생각했지.] 끄덕

 

<하지만 그 직후 들이닥친 삼성동과 천신부의 고수들에게 마교의 수뇌부는 궤멸 당해버렸다고 해.> 고문실 문을 박살내며 들이닥쳐 천마의 제자들과 친인들을 죽이는 두 명의 노인. 당시 삼성동과 천신부의 문주들이다. 벽에는 천마가 만신창이가 되어 창자를 줄를 줄리며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이고

 

청풍; [그 때문에 천마장경각에 얽힌 비밀은 세상에 널리 퍼지지 않았어.]

청풍; [다만 삼성동과 천신부는 죽어가는 마교 수뇌부를 고문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분이; [저... 저같이 천한 계집이 알면 안되는 비밀을 안 것같아요.] 겁에 질리고

청풍; [입 밖으로 내지만 않으면 돼.] [어차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비밀이니까.] 태연하게 웃고

분이; [천마장경각이 삼백년 넘게 훼손되지 않은 게 그 비밀 때문이겠어요.] 눈 반짝이며 말하고

청풍; [예리한 안목이야!] [천마가 남긴 저주에서 그것까지 유추해내고...] 엄지손가락 세워 보이며 웃고

분이; [민... 민망해요.] 얼굴 붉히고

청풍; [전설이 사실이라면 고금제일인인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이 안 어딘가에 있어.] 둘러보고

청풍; [그래서 피아를 막론하고 천마장경각의 물건은 그게 무엇이든 훼손해서도 안되고 밖으로 유출시켜도 안된다는 묵계가 이루어졌지.]

청풍; [덕분에 천마장경각은 천마 방각이 죽을 때와 똑같은 형태와 장서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둘러보면서

분이; [하지만 문주님도 참 너무 하세요.]

분이; [몸도 약하신 소문주님께 천마의 절기를 찾아내라는 분부를 하시기나 하고...] 입술 삐죽거리고

청풍; [어머니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셨겠어?]

청풍; [게다가 어머니는 그냥 막연히 천마의 절기를 찾아내라는 요구를 하신 건 아니야.] 쓴웃음

분이; [어떤 단서라도 제공하신 건가요?] 눈 반짝

청풍; [역시 분이는 내가 아는 신녀문의 그 누구보다 영민해.] 웃고

분이; [과... 과찬이 지나치세요.] 얼굴 붉히고

청풍; [책상위에 양피지가 몇 장 있을 거야. 가져와봐.] 책상을 보고

분이; [예...] 일어나고

책상으로 가는 분이

책상 위의 모습. 수십 권의 책이 쌓여있고. 글이 적힌 여러 장의 종이들도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그 종이들 사이에 두께가 두꺼운 종이가 몇장이 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양피지들이다.

분이; (이걸 말씀하시는 거겠지?) 사락! 챙겨들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분이; [여기...] 두 손으로 양피지를 내밀고

청풍; [한번 읽어봐.] 받지 않고 말하고

분이; [예..] 종이를 얼굴 높이로 들고

분이; [전즉이행고(全卽以行告) 마한삼인루(馬韓森人婁) 강고이래우(强固移來宇) 나이차서련(挪移車西聯)..] 읽으면서 갸웃하고

분이; [이게 뭐죠?] [전혀 뜻이 연결되지 않는 글자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사락! 양피지를 바꿔 보면서 찡그리고

청풍; [글자 수가 대략 일천자라 천자비결(千字秘訣)이라는 거야.]

청풍; [어머니 말씀으로는 천자비결은 천마장경각에서 천마 방각의 절기를 찾아냈던 어떤 인물이 남긴 거라고 했어.]

분이;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아낸 사람이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놀라고

청풍;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래.]

분이; [그럼 이 천자비결이 바로...] 흥분하며 다시 양피지를 보고

청풍;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아낼 수 있는 단서야.] [어쩌면 천자비결이 바로 천마가 남긴 무공일 수도 있고...]

분이; [어떤... 어떤 분이 천마장경각의 비밀을 푼 것일까요?]

청풍; [천자비결이 적혀 있는 양피지를 보고 느껴지는 거 없어?]

분이; [양피지 자체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빠닥! 빠닥! 딱딱하게 굳어진 양피지를 만져보고

분이; [낡은 양피지에 비해 글자가 지나치게 선명하네요.] 코를 양피지에 대고

분이; [흐릿하지만 먹물 냄새까지 나는 걸 보면 천자비결이 양피지에 적혀진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에요.]

청풍; [얼마 전쯤이라고 생각해?]

분이; [먹물 냄새가 남아있으려면 이십년은 넘기지 않을 거예요.]

청풍; [그리고 내 나이는 올해 열여섯 살이야.] 의미심장하게

분이; [혹시 천자비결을 남긴 분이...] 놀라 청풍을 보고

청풍; [누굴 거 같애?]

분이; [소문주님의 아버지?] 흥분

청풍; [당첨!] 딱! 손가락을 튕기며 웃고

청풍; [나도 천자비결을 그 양피지에 적어놓은 분이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분이; [삼백년 넘게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천마장경각의 비밀을 찾아내셨다면 소문주님의 부친은 절대 평범한 분이 아니시겠어요.] 흥분하고

청풍; [그분이 누군지 나도 정말 궁금해.] 침대에서 일어나고

청풍; [그래서 천자비결을 바탕으로 천마장경각 내의 책들을 조사해오고 있었어.]

분이; (소문주님이 스스로를 천마장경각에 묶어두신 이유는 천마의 절기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였구나.) 깨닫고

청풍;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지셨을 거야.] 침대에서 내려서려 하고. 급히 팔을 잡아 부축하는 분이. 한손으로는 양피지를 잡고

청풍; [천자비결은 아버지가 떠나면서 남기신 것일 테고...] 분이의 부축을 받아 책상으로 가고

분이; [문주님은 영친을 닮은 소문주님이라면 천자비결의 비밀을 풀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겠어요.] 의자에 앉는 청풍을 보며

청풍; [뭐 그게 아주 틀린 기대도 아니었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웃고

분이; [그럼 소문주님께서...] 흥분

청풍; [십년 가까이 고생한 끝에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어.] 뿌듯한 표정

청풍; [영리한 분이가 도와주면 아마 몇 달 내로 천마의 절기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강렬한 표정

[!] 침 꼴깍 삼키는 분이의 얼굴 크로즈 업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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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산(華山)> 깊은 산중.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마니들 셋이 험한 바위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청년들이다. 앞장선 청년은 곱추다

심마니1; [용(龍)이 절벽을 뚫고 세상으로 나왔다는 소문이 정말 사실일까?] 중간쯤 가는 심마니가 앞서가는 곱추 심마니에게 묻고

심마니2; [진가촌(陳家村)의 심마니 진교백(陳敎百)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잖아.] 앞서 가면서 대꾸하고. 꼽추지만 덩치가 크고 좀 빠릿빠릿한 인상을 지녔다. 다른 작품의 <타노> 캐릭터. 일단 여기서는 심마니2로 표기

심마니2;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더니 창천애(蒼天崖)가 무너졌는데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동굴에서 흰색의 긴 물체가 빠져나와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거야.]

심마니1; [뭔가 헛것을 본 게 아닐까?] [요즘 세상에 용이 있다는 게 말이 돼?] 여전히 미심 쩍은 표정

심마니2; [진교백이 본 게 진짜 용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 있어.] 헐떡이며 앞서가고

심마니2;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 데 멀쩡하던 창천애가 무너졌으며 그곳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는 사실이야.]

심마니3; [우리같은 심마니들에게는 다시없을 기회지.] 맨 뒤에서 따라오며 말하고. 돌아보는 심마니1

심마니3; [창천애가 무너진 잔해에서 혹시 신기한 것을 얻기라도 하면 팔자를 고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심마니1; [하지만 창천애가 붕괴된 건 벌써 한 달 전 일이잖은가?] [이미 다른 인간들 손을 탔을 수도 있어.] 여전히 의심하고

심마니2; [그렇진 않을 거야.] 고개 젓고

심마니2; [창천애는 험하기로 유명한 화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확신에 찬 표정

심마니2; [게다가 창천애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 우리같은 심마니들뿐인데 지금까지 거길 다녀왔다고 떠벌리는 인간은 없었잖아.]

심마니1; [그렇긴 하네만...] 미심쩍은 표정

심마니2; [다 왔어!] 높은 곳에 올라서고

심마니2; [그만 궁시렁거리고 저기나 봐!] 지팡이로 앞을 가리키고. 심마니1과 심마니3도 올라서며 앞을 보고

쿵! 앞쪽은 깊은 계곡. 그 계곡 끝에 하늘까지 치솟은 것같은 바위 봉우리가 있다. 헌데 그 바위 봉우리의 앞면이 무너져 그 잔해가 계곡을 절반쯤 덮고 있다

심마니1; [창천애!] [창천애가 정말 무너졌구만.] 흥분하고. 심마니3도 놀란 표정으로 앞을 보고.

심마니2; [무너진 형태를 보니 확실히 안쪽에서 무언가 절벽을 뚫고 나온 것 같군.] 손을 이마에 대고 살피며

심마니3; [중간쯤에 동굴이 있네.] 흥분해서 손짓하고

창천애를 크로즈 업. 절벽 중간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그냥 동굴이 아니라 사람 손이 닿아서 모서리와 천장이 매끈하게 깎여있다.

동굴 크로즈 업. 동굴 안쪽에 종이처럼 찢어진 아주 두꺼운 철문이 있다.

심마니1; [평... 평범한 동굴이 아니야.] 손을 이마에 대고 멀리를 보면서

심마니1;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고 안쪽에 부서진 철문 같은 게 보여.] 흥분하며 고개를 빼며 말하고. 손은 이마에 붙인 채

심마니3; [어쩌면 방사(方士;신선이 되기 위한 술법을 닦는 사람)들이 수련하던 동천(洞天)일지도 모르겠군.] 역시 흥분하고

심마니1; [그렇다면 저기에 뭔가 귀한 게 남아있을 수도 있네.] [빨리 가보세.] 앞장서서 절벽을 내려가려 하고. 심마니3도 따라가려 하고. 바로 그때

심마니2; [!] 오싹! 무언가 소름이 돋아 눈 치뜨고

심마니2; [모두 숨어!] 팟! 앞서가던 심마니3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급히 근처 바위 뒤로 엎드리고

심마니3; [억!] 뒤로 넘어질 듯 하며 역시 바위 뒤로 숨고

심마니1; [왜 그래?] 돌아보는데

심마니2; [빨리!] [빨리 아무데나 숨어라!] 심마니3과 함께 바위 뒤에 숨으며 심마니1에게 손짓하고. 겁에 질려서

심마니1; [뭔데 그래?] 긴장하며 역시 근처 바위 뒤에 급히 숨고

심마니2; [내 감 믿지?] 겁에 질려 속삭이고

심마니1; [타노(駝奴) 자네 육감이 뛰어난 건 화산 일대의 심마니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긴 하지.] 침 꼴깍 삼키며 고개 끄덕

심마니3; [호랑이가 나타난다 하면 호랑이가 반드시 나타나고 뱀이 있다고 하면 근처에서 꼭 뱀이 발견되곤 했으니까!]

심마니2; [온...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났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네.] 찌릿! 찌릿! 몸에 전기가 오르는 모습으로 속삭이고

심마니3; [근처에 무서운 뭔가가 있다는 말인가?] 겁에 질려 속삭이는데

심마니2; [쉿!] 급히 몸을 숙이고

십마니2; [가까이 왔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숨도 참어.] 머리 처박으며 말하고

심마니1; (대체 뭐가 나타난다고 저 호들갑이지?) 고개 조금 들어 하늘을 보고. 직후

[!] 눈을 찢어져라 치뜨는 심마니1

쿵! 계곡 상공에 떠있는 세 사람. 이남일녀인데 모두 두건이 달린 망토를 쓰고 있다. 두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눈빛이 아주 강렬하고. 여자는 날씬, 남자1은 평균 체형, 남자2는 키가 2미터 가깝고 보디빌더같은 체형. 이들은 바로 삼성동 동주 번뇌신존의 제자들인 포숙정, 위극겸, 뇌공량이다. 지상에서 30미터쯤 허공에 떠있다. 무너진 창천애를 보고 있고. 이때 이들의 나이는 30대다. 3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으로 세 사람 모두 다른 작품에 나온 포숙정, 뇌공량, 위극겸 캐릭터로 묘사

뇌공량; [소문대로 창천애가 무너졌군.] [물론 사부가 세상으로 뛰쳐나오면서 남기신 흔적일 테고...] 덩치가 가장 큰 뇌공량이 무너진 절벽쪽을 보며 말하고

포숙정;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포숙정; [삼대극독(三大劇毒)에 내장이 몽땅 녹고 끊긴 몸으로 삼년 넘게 살아있었다니...] 입술 깨물며

위극겸; [우리들의 사부 번뇌신존(煩惱神尊)께서는 삼성동(三聖洞) 사상 최고의 기재라 불리던 분 아닌가?] 포숙정에게

위극겸;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갇혔으니 뭔가 소생할 방도를 찾아냈을 게야.] 이를 갈며 말하고

뇌공량; [내장이 썩고 녹아내렸을 텐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나 뇌공량(雷空量)으로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경지야.] 고개 젓고

위극겸; [내가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오겠소.] 휘익! 뇌공량에게 말하며 동굴쪽으로 날아가고

휘릭! 동굴 입구에 내려서는 위극겸. 그 앞쪽에 종이짝같이 찢어진 두꺼운 철문이 있는데 그 철문 안쪽에 다시 철문들이 있다. 모두 종이짝처럼 찢겨졌고

뇌공량; [포(浦)사매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는가?] 위극겸이 극도로 긴장하며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포숙정; [지난 천여년간 무림을 좌지우지해온 사비세(四秘勢)의 으뜸인 삼성동의 동주를 누가 죽일 수 있겠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고. 역시 시선은 동굴 쪽으로 향한 채

포숙정; [삼년 전 우리 세 사람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사부를 완전히 영면(永眠)시키지는 못했었잖아요.]

뇌공량; [그때 이후로 단 한시도 떠나지 않던 불안의 원인은 역시 사부의 부활 가능성이었어!] 침통하게 끄덕이고. 그때

[뇌사형!] [포사매!] 휘익! 외침과 함께 새처럼 날아 나오는 위극겸. 손에 철판을 하나 들고 있는데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다

뇌공량; [어찌... 어찌 되었는가?] 자기 앞으로 날아오르는 위극겸에게 묻고

위극겸; [삼성동 내부에 형체를 갖추고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소.] 덜덜 떨며 들고 온 철판을 내밀고. 두툼한 철판 위에 몇자가 적혀있다.

<我必尋汝> 네 글자다

<아... 아필심여(我必尋汝)!>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내겠다!> 그걸 보며 경악과 공포에 휩싸이는 포숙정과 뇌공량

위극겸; [사부... 역시 사부가 살아서 삼성동을 빠져나왔던 거요.]

포숙정; [사부가 반드시 찾아낸다고 했으니 우리들의 운명은 정해졌다고 봐야겠군요.] 처연하게 웃고

뇌공량; [지레 포기하지 마라 사매!] [천하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징! 들고 있던 철판에 힘을 주고. 그러자

주르르! 그대로 녹아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철판

심마니2; (철... 철판인 것같은데 얼음처럼 녹여버리다니...) 경악

뇌공량; [서로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세상에 남긴 흔적은 모두 지우고 잠적하도록 하자.] 철판을 완전히 녹여서 아래로 떨어트리며 말하고

위극겸; [지난 삼년간 들인 공이 아깝지만 그래야겠소.] 끄덕이고

뇌공량; [철저하게 흔적을 없애야만 한다. 한명이 사부에게 잡히면 나머지 둘도 잡히는 건 시간문제이니...] 손을 털고

위극겸; [사형의 말이 옳소이다만...] 고개 돌려 포숙정을 보고

위극겸; [사내들인 우리들이야 숨는 게 비교적 쉬어도 어린 아들이 딸린 사매가 걱정이로군.]

포숙정;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쌀쌀 맞게

포숙정; [창천애에 변고가 생겼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이미 그 애를 맡길 곳을 수배해뒀으니까요.]

뇌공량; [우리 사형제들 중 모든 면에서 사매가 으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끄덕이고. 위극겸은 좀 찡그리며 동의하지 못하고

포숙정; [소매 포숙정(浦淑貞),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어요.]

포숙정; [사부가 돌아가신 것이 확인되기까지 우리 셋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고개 숙이고

뇌공량; [아무쪼록 보신(保身)하거라.] [더 해줄 말은 없구나.] 마주 포권하고

위극겸;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게.] 역시 포권하고

포숙정; [사형들의 후의(厚意) 잊지 않겠어요. 그럼...] 고개 숙이고

스스스!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위극겸; (이형환위(移形換位)가 극에 달했군.) 눈 번득이고

뇌공량; [나도 이만 가보겠네.] 우우웅! 몸이 진동하고

뇌공량; [떠나기 전에 버러지들을 박멸하는 것을 잊지 말게나.] 투쾅! 폭발하듯 단번에 까마득히 사라지며 말하고

위극겸; [살펴가시오 사형.] 아득히 멀어지는 뇌공량에게 포권하고

반짝! 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뇌공량

위극겸; [확실히 문제는 문제로군.] 포권했던 손을 내리고

위극겸; [괴물같은 이무외(李無畏)에 이어 사부까지 제거하여 천하가 나 위극겸(威極兼)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했거늘...]

위극겸; [하지만 뇌사형이나 포사매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게 내 계산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흐흐흐 웃고

위극겸; [결국 천하는 내 손에 의해 이리 될 것이다.] 슥! 손을 내렸다가 쳐들고. 심마니들이 숨어있던 곳을 향해서. 그러자

콰득! 콰드득! 심마니들이 숨어있던 곳의 집채만한 바위가 뽑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심마니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모두 사색이 되었고

심마니2; [들... 들켰다!] 벌떡! 일어나고. 사색이 되어

심마니2; [달... 달아나자!] 외치며 먼저 뛰어가려 하고. 심마니지1과 심마니 2도 사색이 되어 급히 일어나 달아나려 하지만

슥! 손을 다시 내리는 위극겸. 그러자

쾅! 콰직! 그대로 다시 내려 꽂혀 심마니들을 뭉개버리는 집채만한 바위들

드드드! 흔들리는 바위와 지면.

그 바위 아래로 심마니들의 팔, 다리가 삐져나와 있고 피가 흘러 나온다

위극겸; [사부건 누구건 나 위극겸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저리 될 것이다.] 으하하하! 화악! 마귀처럼 웃으며 날아오르는 위극겸

으하하하! 위극겸의 웃음이 멀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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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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