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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九 章

 

     한 쌍이 시작하면 한 쌍은 끝을 본다.

 

 

 

소일초는 알몸으로 주소아의 몸위에 올라가 있었다.

침상에는 휘장이 드리워져 있고 주소아 역시 알몸이다.

이미 완전한 성인(成人)인 그들의 몸,

소일초의 나이는 이제 십육 세, 주소아는 십팔 세이니 백송균화의 신비한 효과가 아니라도 상당히 발육했을 나이다.

주소아의 몸은 완벽한 미의 여신의 것이었고,

소일초 역시 놀랄만큼 크고 강한 남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서로의 몸을 마찰하며 흥분에 젖어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과 살이 미끌리듯 스치면서 짜릿한 흥분을 일으킨다.

이런 순간마다 주소아는 역설적으로 심한 고통에 빠지게 된다.

강한 육체적 욕망이 끌어올라 스스로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소일초의 몸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며 뜨거워진 부분을 마찰했다.

소일초 역시 그러한 사정은 마찬가지,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주소아의 나신에 자신의 알몸을 비벼댄다.

 

주소아와 소일초의 침실에서 십 여장 떨어진 아늑한 규방,

은은한 황촉불 불빛 아래……

한천녀는 동경(銅鏡)을 넋나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야심한 시각,

달빛도 조용히 나래를 접는 이 시각,

왜 이 여인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하염없이 동경 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

문득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살포시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아름답다……)

요즘엔 부쩍 자주 보게되는 자신의 얼굴인가?

그녀는 새삼 자신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심연의 충격마저 느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동경에 비추인 그 아름다움은 극에 달해 있었다.

과거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이 얼굴 하나에 울고 웃었던가?

그녀의 얼굴 자체가 슬픔이요,

환희였으며,

또한 절망이었기에……

하나, 이젠 과거의 일이다.

지금 그녀의 나이는 팔십 하고도 하나,

지나간 세월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은 이미 가버렸다…… 나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이나 나는 너무나 많은 세월을 살아버린 것이다……한과 저주로……)

그녀의 길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손은 조용히 백발을 쓸고 내린다.

백발……

마장탑에 있을 당시에만도 그것은 흑발이었다.

하나 반 년 전……

마장탑의 붕괴와 더불어 밖으로 나서면서 그녀의 흑발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

오랜 세월 햇빛을 볼 수 없었던 생활에서 변화하자 그녀의 흑발은 백발로 화하고 말았던 것이다.

원천기 역시 이 경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무정무심한 여인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다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의미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한데 보라!

치렁치렁한 백발을 쓸어 내리는 그녀의 손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지 않은가?

(이해할 수가 없다. 팔십 하고도 하나인 살아온 그 긴 세월 동안 스스로 여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았던가?)

그렇다.

그녀는 마장탑에 잡혀가기 전에는 남자를 우섭게 알았기에,

또한 그곳에서는 한과 저주로 세월을 보냈기에……

자신이 여자임을 느낄 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한데 마장탑을 나온 후 밤마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 친다.)

그녀의 눈빛이 황촉불빛 아래서 흐려진다.

(한천녀……이래야 하는가? 진정 이래야 하는가? 너는 이 땅 이 하늘을 파멸시킬 저주의 칠십이기재의 하나가 아닌가?)

그러나 그녀의 내심과는 달리……

온통 죽음의 기운으로 뭉쳐진 그녀의 회색빛 동공에 심한 고뇌의 빛이 떠올랐다.

한 사람……

여인이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내심에 끊임없이 여인을 깨우고 있는 사람……

바로 주소아다.

주소아가 청사무로 그들을 깨웠을 때 영혼의 깊은 연대가 구축되었다.

그리하여……

밤마다 소일초와 잠자리를 같이하며,

서로의 몸을 강렬히 애무하는 그녀로 인해,

수동적(受動的)인 영혼의 교감을 가진 한천녀는 고통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동적인 교감을 가지는 주소아는 한천녀가 느끼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한천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주소아와 함께 흥분하고 주소아와 함께 몸을 떤다.

지금,

동경과 씨름하며 백발을 바라보고 있지만……

소일초와 주소아……

그렇다.

거울 속에서 아니 그녀의 뇌리에서 화안히 맴돌아 영혼을 적셔오는 모습은 이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인 소일초와 주소아의 끌어안고 있는 나신이었다.

한천녀는 몸을 세차게 떤다.

환상 속에 나타나 보이는 주소아와 소일초를 느끼면서 그녀의 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전율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하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

황촉불이 흔들리고……

그녀의 마음 또한 몸처럼 무섭게 흔들린다.

몸으로 전해오는 흥분을 짓누르느라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통마교주……그들은 우리 칠십이기재의 노예일 뿐인데…… 그는 단지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천지파멸을 대신할 이용물일 뿐인 데……)

이 밤도 소일초와 주소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한천녀……

그녀의 아미가 무섭게 경련을 일으킨다.

(팔십이 넘은 몸으로……이렇게 육욕(肉慾)에 몸부림쳐야 하다니……)

순간,

쨍그랑……

그녀는 거칠게 동경을 집어던진다.

밤의 정적을 깨며 금속성이 여운처럼 길게 울렸고……

한천녀의 눈빛은 파도처럼 한동안이나 흔들렸다.

그녀는 다시 황촉불을 껐다.

순간 실내는 죽음과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어둠……

그녀는 밝음보다 어둠에 익숙해 있었다.

지난 세월을 그녀는 거의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 속에서 그녀는 정통마교에 의하여 파괴당한 육체를 되살리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수련을 쌓았고,

온갖 마공을 익혀 왔던 것이다.

또한 죽음과 저주, 한(恨)를 온통 그녀의 영혼에 채웠던 것이다.

그래서,

육욕이 몰아치는 밤마다,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되새기곤 했다.

이 밤도 그녀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

어둠 속에서 과연 그녀의 마음은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달빛은 무심하게 실내로 흘러들고……

그녀는 달빛 만큼 자욱하게 자신의 영혼 속에 가득 차오르는 죽음과 저주의 기운을 느끼고 진한 회색빛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죽음의 미소였다.

그리고 저주의 미소였다.

한데, 문득 그녀의 영혼을 조용히 적셔오는 기운이 하나 있었다.

그 기운은 오질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무심무적의 것이었다.

(이런 기운을 풍길 수 있는 인물은 천하에 오직 한 사람 뿐이다.)

바로,

원천기다.

한천녀는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인물이 바로 원천기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어둠에 동화되어 있는 그녀의 두 눈에 강한 의혹의 빛을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두 눈에 어떤 동요의 빛이 일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녀는 한 장소만을 뚫어지게 주시할 뿐이었다.

한쌍의 눈망울……

유리처럼 투명하고 심연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고있는 회색 눈망울,

바로 그 눈망울의 주인공은 원천기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그 죽음을 담은 회색 눈망울 깊숙한 곳에서 무섭게 꿈틀거리는 저 욕정(欲情)의 물결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풍겨오는 뜨거운 유혹의 기운의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한천녀의 회색빛 눈동자에 언뜻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원천기…… 겨우 이 정도 였던가?)

다가선다.

뜨거운 음욕의 숨결을 토하며 원천기가 그녀를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마장탑에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한과 저주를 가졌던 원천기가 아닌가?

한데, 그런 원천기가 발정난 짐승처럼 어둠을 헤치며 소리없이 한천녀의 곁으로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저 자도 주소아와 수동적 교감을 갖기 때문에 정욕이 다시 되살아 난 것인가?가 아니면 나의 미에 현혹이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녀의 내심 깊숙한 곳으로부터 죽음의 기운이 무섭게 솟구쳐 오른다.

그녀가 생각한 원천기란 이런 정도의 인물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미에 현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완벽한 육욕의 한계를 넘은 인물이리라 생각했거늘……

그래서 자신에게 언제나 무심함을 보여왔던 그이거늘……

그리하여,

그녀의 가슴에 알 수 없는 실망과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이때,

원천기의 숨결은 끈적끈적한 열기(熱氣)를 담고 가까와지고 있었다.

그에대한 대한 실망은 무서운 살기로 변해갔다.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최고 인물로 선택된 자가……이정도에 불과하다면……죽여야 한다……그것이 죽어간 칠십이기재들의 뜻일 것이다.)

살기……

그리고 그 속에서 뜨거운 숨결이 흐른다.

그리고 숨막히는 긴장이 흐른다.

 

× × ×

 

한데 언제부터인가?

한 그루의 청송(靑松)에 기대어 달빛을 벗삼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한천녀의 방을 주시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눈보다 흰 백의에……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한 쌍의 남녀,

소일초와 주소아였다.

언제 옷입고 나왔는가?

그들은 왜 이 밤은 그 장난(?)을 일찍 멈추고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하염없이 한천녀의 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인가?

소일초가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듯 꼴깍 침을 삼켰다.

그렇다.

그는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한천녀의 방에 불빛이 사라지면서 그는 급격하게 긴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불이 꺼졌다.)

씩----!

음흉한 웃음을 얼굴가득 띄면서 주소아를 힐끗 보았다.

주소아는 가만 있으라는 듯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불이 꺼진 방,

그 방에 원천기가 들어선다.

시간이 흐른다.

웬지 숨이 가빠져 오는 것이다.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주소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살그머니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

 

원천기,

그의 회색 눈동자는 욕정으로 번들거리면서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우리가 최후의 두 사람으로 선택된……그때 이후로, 나는 단 한번도 그녀를 타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언제나 나의 일부분이라 생각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이 밤……소일초와 주소아가 침상에 누웠던 순간부터 나는 처음으로 한천녀가 나에게서 너무 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비로소 그녀를 여인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오오……내가 얼마나 한천녀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는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쥔다.

(한천녀……한천녀……)

부서진다.

어둠이 부서지고……

그의 모든 쌓아 올렸던 한과 저주가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다.

 

× × ×

 

원천기는 한천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불덩이였다.

턱 끝에 차오른 뜨거운 김처럼 더운 숨결이 한천녀의 얼굴에 자욱이 뿜어지고……

그의 눈빛은 더욱 혼탁하게 타오른다.

하나,

침묵으로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한천녀의 눈빛은 더욱 어둡게 가라 앉는다.

(이 자를 죽이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한과 안배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동공에 떠오르는 심한 갈등의 빛……

그때였다.

원천기가 거칠게 그녀의 몸을 끌어 아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합쳐진다.

수 십 년의 시공을 넘어서 두 개의 운명의 끈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다.

입술이 하나가 되고……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합일된다.

하나 한천녀의 입술은 차갑다.

원천기의 몸은 뜨거웠건만 그녀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이 악마의 그림자가 더욱 진하게 원천기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죽여야 한다……)

 

× × ×

 

[으……아아……악!]

비명이었다.

하나 그 비명은 죽은 자의 목에서만 감도는,

산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비명이었다.

소일초……

그가 지금 막 한 사람을 죽인 것이다.

검은 복면인이었다.

한데 침입자는 단지 한 명 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나 그들의 무공은 실로 비범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비명없이 죽여가는 소일초……

그는 얼굴에는 화가 나있었다.

(비명이 나면 안된다……저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멈춰져서는 재미적다. 그들은 그 일을 끝내야 한다.)

어둠을 적시며 자욱하게 뿌려지는 피……

벌써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소일초의 잔인한 손 속에 죽어갔다.

단 한 마디의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원천기 네가 바라는 것을……빨리 해라……한천녀 원천기 어서……)

불나비처럼……

침입자는 소리없이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덮쳐들었다.

하나,

소일초의 무공은 그들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주소아는 그의 허리에 손을 감고 머리를 기댄채 꼼작도 않는데……

원천기의 무공을 직접 대하는 복면인들의 두 눈에 경악과 공포의 빛이 진하게 떠오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일초의 신경은 여전히 그들 보다는 어두운 방에 더 가있었다.

소일초는 파리떼를 쫓는 소꼬리 마냥 손을 휘둘러 그들을 소리없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허공에 가득 피어나는 혈화(血花)……

(합쳐져라……원천기 ……한천녀……)

소일초의 간절한 외침이 입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 × ×

 

[죽엇!]

한천녀의 좌수(左手)가 그대로 원천기의 백회혈(白會穴)로 내리쳐졌다.

실로 원천기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문득,

원천기는 뜨거운 시선으로 아래에 누워있는 한천녀의 두 눈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한천녀의 귓전으로 뜨겁게 흘러드는 음성,

[한천녀……죽이시오……]

그 음성에……

한천녀의 좌수는 원천기의 백회혈 바로 위에서 굳어지고 만다.

[…………!]

한천녀는 볼 수 있었다.

원천기의 눈빛이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음을……

그리고 느낄 수가 있엇다.

죽음 앞에서도 원천기의 전신이 여전히 뜨겁게 피가 끓고 있음을……

한천녀에게 있어 그것은 충격이었다.

[죽어도 당신을 안고 싶소……]

그녀는 그렇게 뜨겁게 원천기가 구애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이런 변화가 어떻게……)

그녀는 조용히 떨리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내심에 피어오르는 기이한 욕정을 느끼며 그의 목을 휘감았다.

모든 장애가 깨끗이 제거되고……

원천기는 격렬하게 한천녀의 전신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격정이 지나고 난 자리에……

흩어진 침상 흩어진 옷가지,

두 사람은 수 십년 만에 가진 정사(情事)에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이것이었어……늘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끝나버려 사람의 간장을 태우는 그들과는 확실히 달라……)

주소아와 소일초를 생각하면서 그들의 미진했던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잠시후,

한천녀가 한쪽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녀는 그 곳 탁자에 놓인 싸늘히 식은 찻잔을 끌어다 입술에 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의 시간을 침묵으로 보낸 두 사람 사이는 억겁처럼 긴 장막이 가로놓여져 있는 듯했다.

문득,

[미안하오……]

원천기는 탄식과 같은 중얼거림을 흘려냈다.

그도 한 모금의 차를 마신다.

[천요무(天妖舞)를 연성하던 도중이었소……깜박잊고 저녁이 되었다는 사실마저 생각지 못했소……한데……]

원천기는 달빛이 충일한 창문을 응시하며 말끝을 흐렸다.

[돌연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생기는 것이었소……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 바로 그들 때문이었소……그리하여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당신에 대한 욕정이 폭발하고 만 것이오……]

한천녀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천요무,

이 무공은 깊은 곳에서 나체로 익히는 것이 아닌가?

이 무공은 난해와 심오의 극을 달리는 무공이었다.

원천기,

그는 이 밤에 그 가공할 무공을 수련하던 도중 주소아와 소일초로 말미암아 그 극음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고 엄청난 욕정을 느꼈던 것이니……

한천녀의 입에서 꿈결인 듯 말이 흐른다.

[육십 년 전…… 강제로 당한 이후, 처음이었어요……]

한천녀의 두 눈에 기이한 빛이 흐르고……

그녀의 방에 다시금 불이 꺼졌다.

 

× × ×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다시 침실로 돌아와 있었다.

주소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소일초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봤지? 그게 정석이야……]

[누가 그렇게 하는 건 줄 몰라서 안했나? 그것만은 도저히 내키지 않아서 그랬지……]

소일초가 자신의 옷을 벗으면서 주소아의 귀에 대고 이야기 했다.

[소아……오늘은 우리도 그렇게 해보는 거야……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돼……차라리 날 죽여……]

[그래 죽여줄께……아까 한천녀도 죽는다고 발버둥 쳤잖아…확실히 넌 배우는데 소질이 있어.]

[안된다니까……똑 같이 해……안그러면 도망쳐버릴 거야.]

그녀의 말에 소일초가 투덜거렸다.

[밤낮……그럼 언제 그렇게 할 거야…?]

[나도 몰라……하지만 때가 되면……]

주소아는 오늘도 최후의 방어선 만은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이제 그들도 조금 사람같아지겠지?]

[두고봐야 알겠지만 변하기야 하겠지……]

[시기를 적절하게 잘 맞췄기 때문에 성사시킬 수 있었어……]

 

***

 

어둠에 잠긴 한천녀의 방,

한천녀와 원천기는 다시 욕정에 빠져 들고 있었다.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로 인해 ……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시작하면 끝을 보는데……

달빛은 교교로이 무더운 밤에 죽어있는 복면의 침입자들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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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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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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