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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十 二 章

 

          古今最强의 劍法

 

 

 

검황종은 허공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백여년 전이었다. 절강성의 어느 호숫가를 지나던 노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동굴에 들어갔다가 한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완전히 해골이 된 것으로 보아 그 시신은 연대를 가늠하기 힘든 오랜 옛날에 죽은 게 분명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검황종의 진무른 눈은 우수로 물들었다.

“그 시신을 수습해 주려던 노부는 시신이 꼭 껴안고 죽은 한 권의 비급과 한 자루의 보검을 얻었다.”

“그 해골의 주인이 혈검파천황이겠군요.”

“그렇다. 천여 년 전, 이존에게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혈검파천황이었다.”

검황종의 대답을 들은 이검엽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구마가 이존에게 감금당했다는 전설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닐까요?”

검황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혈검파천황이 갇혔던 곳에서 탈출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

이어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부연 설명을 했다.

“어쩌면... 혈검파천황 말고도 한두 명이 더 세상에 나와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검엽은 검황종이 뜻하는 바에 긍정했다.

그의 시선은 다시 파천검보로 향했다.

(어쨌든 구마와 인연이 닿다니 정말 뜻밖이로구나.)

그는 가시지 않는 흥분으로 몸을 조금 떨었다.

이를 본 검황종은 얼핏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혈검파천황은 대단한 인물이다. 아마 삼천마종도 그를 얕보진 못했을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초식상으로 혈검파천황은 구대천마 중 으뜸이었다. 다만 그에게는 검법의 바탕이 되어줄만한 뛰어난 신공(神功)이 없었다.”

“아...!”

“내공의 바탕이 모자란 때문에 그는 자신이 지닌바 검법의 위력도 오할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검황종의 말에 이검엽은 새삼 의구심을 느꼈다.

(혈검파천황의 검법이 그리 대답했나?)

검황종은 이검엽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부연 설명을 했다.

“오할의 위력인 검법으로도 혈검파천황은 삼천마종을 제외한 육마(六魔) 중 수좌를 차지했었다.”

“그 정도였다면 삼천마종도 혈검파천황을 무시하지 못했겠습니다.”

이검엽은 검황종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검황종은 자신의 일로 화제를 돌렸다.

“노부는 뛸 듯이 기뻐했다. 노부의 경우는 혈검파천황과 달랐기 때문이다. 즉 그에게는 검법의 위력을 받쳐줄만한 신공이 없었으나 노부에게는 고금오대신공의 하나인 태청대라신공(太靑大羅神功)이 있었다!”

“아!”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검황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노부는 삼년 동안 미친 듯이 파천검보를 연마했으며 결국 십이성(十二成)까지 도달하고야 말았다.”

이검엽은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결례인지는 모르오나... 그 경지는 삼천마종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검황종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다. 직접 삼천마종과 겨룰 수 없으니 단정지울 수는 없겠지만...”

곧 검황종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최소한 삼천마종에 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했다.

그런 그의 가슴 속에는 검황종에 대한 인식이 새삼 새로워지고 있었다.

“파천검보를 보아라.”

검황종의 말에 따라 이검엽은 파천검보를 펼쳤다.

 

<파천패혈삼십육파(破天覇血三十六破)>

 

천하만종(天下萬種)의 검법요결이 집약된 것!

이 삼십육식(三十六式)의 검법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극강의 검세를 발휘하는 구개(九個)요결, 즉-------

변(變), 환(幻), 류(流), 탈(奪), 살(煞), 멸(滅), 절(絶), 쇄(碎), 극(極).

거기에 또한 네 가지 변화가 깃들어 있었다.

경(輕), 중(重), 완(緩), 급(急).

이를 모두 훑어본 이검엽은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실로 대단한 검법이로군요!”

비록 무공을 정식으로 익힌 적은 없는 이검엽이다.

그러나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파천패혈삼십육파의 위력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가 초극에 이른 검식!

단 일초라 할지라도 가히 천하를 쓸어버릴만한 위력을 지닌 것이었다.

검황종이 정색을 하며 설명했다.

“혈검파천황은 그 잔혹한 손속 때문에 구대천마에 끼었다. 그러나 검도(劍道)에 있어서는 그 만큼 완벽한 경지에 이르렀던 인물이 없었다.”

“그렇겠습니다.”

이검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검황종의 말에 완전히 수긍이 갔던 것이었다.

이어 그는 파천검보의 뒷부분을 읽어갔다.

한데 맨 뒤쪽에는 두 가지의 무공비결이 적혀 있었다.

 

<파천무적강살(破天無敵罡煞)>

 

지독히 빠르고도 예리한 검강(劍罡)이다.

파천무적강살이 십성에 이르면 금강불괴라도 벨 수 있다.

 

<어심극검(御心剋劍)>

 

일종의 어검술(御劍術),

더우기 이것은 일반 어검술과는 달리 검(劍)이 아닌 그 무엇으로도 시전이 가능했다.

이검엽은 두 가지 비결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말할 수 없는 흥분에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검황종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노부가 파천패혈삼십육파를 완성하고 무림에 나왔을 때 적수라고는 없었다.”

그의 음성에는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동시에 한 줄기 고독한 빛이 얼굴을 스쳤다.

이를 본 이검엽은 내심 뇌까렸다.

(절대자(絶對者)란 고독한 지위임을 느끼신 것이겠구나!)

검황종은 다시 말을 이었다.

“심지어... 단 삼검을 받아내는 자도 없었다.”

낮은 음성 가운데 돌연 그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단 한번 싸움다운 싸움! 그것은 사성(四聖)중 한 명인 무정마제(無情魔帝)와였다. 그래도 그는 노부의 삼검을 받아냈다. 결국 패하기는 했지만 대단한 적수였다.”

“무정마제!”

이검엽은 낮게 되뇌었다.

(비록 삼검에 패했다지만 무정마제라는 인물은 상당한 고수임이 틀림없으리라.)

그는 새삼 검황종을 다시 보았다.

천래비룡 막운비의 말에 의하면 일종(一宗)과 사성(四聖)을 모두 다 수위로 꼽았었다.

하지만 일종인 검황종은 사성 중 한 명을 단 삼검으로 굴복시키고 만 것이었다.

검황종!

정녕 그는 검(劍)의 지존(至尊)이란 말인가?

그러나 최강의 검객답지 않게 검황종의 얼굴에는 쓸쓸한 기색이 떠올랐다.

“무정마제 이후로 노부는 무인다운 무인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한순간 자만하기도 했으나... 그 뒤로 노부는 자신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검엽은 싱긋 웃으며 나섰다.

“스스로와의 싸움... 소생이 한번 그 의미를 맞추어 볼런지요?”

“허허... 좋도록 해라.”

“노인장께선 아마 생존하지도 않는 삼정, 이존, 구마를 모두 능가해 보려하셨을 것입니다.”

그 말에 검황종은 대소했다.

“하하... 용케 알아맞추는구나. 네 녀석은 여러모로 노부의 마음을 당기는 놈이다, 하핫...!”

실로 오랫만이었다.

검황종의 얼굴에는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애롭고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노부는 네 녀석을 손자사위로 삼았을 것이다.”

검황종의 이어진 말에 이검엽은 흠칫했다.

“손녀가 있으셨습니까?”

“그렇다. 너보다는 한 두 살 어린 열여덟 살이다. 검지(劍芝)라는 이름이었는데...”

문득 검황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예기치 못했던 참화!

그것으로 아들 부부가 한꺼번에 몰살당하고 자신은 처참한 운명에 놓이질 않았는가?

덕분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손녀 검지...!

검황종은 일순 가슴이 메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내 엄숙한 얼굴이 되어 말을 이었다.

“노부는 일갑자(一甲子)를 각고했다. 다시 천하 팔만사천종의 검류(劍流)를 연구한 것이다.”

“오...!”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했다.

한 인간이 어떻게 팔만사천 가지의 검법을 익히고 연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노부는 마침내 파천패혈삼십육파보다 두 배는 강한 사식(四式)의 검법을 완성시켰다.”

이검엽의 놀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황종은 말을 이어갔다.

“흐흐... 당년의 이존이나 삼천마종이 환생을 한다 해도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그런 검법이었다.”

검황종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자부심이 떠올라 있었다.

“노부는 그 사식의 검법에 천황사대검종(天荒四大劍宗)이라 이름을 붙였다!”

“천황사대검종!”

이검엽은 다시 한번 탄성을 발했다.

종(宗)이란 무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스스로 만든 검법에 천황사대검종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자부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흐흐흣! 노부는 마침내 고금제일검법을 완성한 것이다!”

검화종은 강렬한 시선으로 이검엽을 주시하며 말했다.

“...!”

이검엽은 감히 입을 뗄 수 없었으나 피하지 않고 그 시선을 마주 받았다.

검황종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노부는 파천검보는 물론 태청대라신공과 천황사대검종을 모두 네게 전수할 것이다.”

이검엽은 다소 난감해졌다.

“소생이 노인장께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닐런지요?”

“크크... 그 따위 소리는 두번 다시 하지도 마라!”

검황종은 딱 잘라 말했다.

“너는 단지 노부가 전수하는 무공으로 그 오인(五人)을 베기만 하면 된다!”

이어 그는 다소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본래는 네 녀석을 태청문의 차기 장문인으로 삼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네 녀석은 너무 큰 그릇이다.”

이검엽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검황종은 껄껄 웃었다.

“허허... 네 녀석은 일문일파(一門一派)에 얽매일 재목이 아니다. 능히 천하만종(天下萬宗)을 포용할 수 있는 큰 그릇이다.”

그 말을 듣자 이검엽은 비로소 얼굴을 붉혔다.

“지나친 과찬, 부끄럽습니다.”

검황종은 가볍게 미소하며 말했다.

“네 일신에는 족히 육갑자(六甲子)가 넘는 막강한 잠재력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물론 천지곤룡의 내단을 복용한 때문에 생긴 잠력(潛力)이다.”

이어 그는 진지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 힘은 너무 강해 고금오대신공의 하나인 태청대라신공으로도 완전히 용해할 수 없다. 때문에 이를 완전한 네 것으로 하려면 극양과 극음의 상반되는 기공들을 익혀야 한다.”

“상반되는 기공이라면..?”

“그건 지금 말해 줘도 이해하지 못한다. 나중에 가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이윽고 검황종은 설명을 끝내고 당부했다.

“네 일신에는 차고도 넘치는 내공이 있으므로 일단 무공에 입문하면 무섭게 성장할 수 있다. 다만 그 시기의 장단(長短)은 네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 세상에 나가려면 각고의 수련 외에 달리 길이 없음을 명심해라.”

이검엽은 공손히 읍했다.

“노인장의 금과옥조(金科玉條).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검황종은 미소를 띄우며 신뢰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우선 네게 태청문의 절정신공인 태청대라신공(太靑大羅神功)을 전수하겠다.”

이검엽은 대답대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어, 그는 전신경을 모두 두 귀로 모았다.

“태청(太靑)이라 함은 천지만물(天地萬物) 중 가장 정순((精純)함을 말함이며 대라(大羅)라 함은...”

검황종의 입에서 나직하지만 현기가 서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검엽은 그의 말을 입안으로 따라 외우며 오의(奧意)를 가슴 속 깊이 새겨나갔다.

 

-태청대라신공(太靑大羅神功).

 

명실상부 도가제일기공이다.

지극히 현오하면서도 도가기공의 특징인 강맹(强猛)함에 있어 극(極)에 이른다.

반면 그 오의를 깨치기가 힘들어 백 년(百年)을 수련해도 그 진실된 성취를 이루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데 검황종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는 분명 단 두 번 읊었을 뿐이다.

헌데 이검엽은 지금 어떠한가?

몰아지경(沒我之境)!

이검엽은 이미 스스로 그 오의를 깨친 것이었다.

“허어... 그 녀석...! 노부가 열흘 밤낮을 물 한 모음 마시지 않고 씨름해서야 비로소 그 오의를 깨닫기 시작했거늘...”

그는 감탄한 듯 혀를 찼다.

“단 두 번 듣고 그중의 심오한 이치를 깨닫다니 예사 놈이 아니군!”

흐뭇한 미소가 스르르 그의 얼굴을 감쌌다.

“본래는 일 년(一年)을 예정했으니 너무도 턱없이 길게 잡은 것 같군!”

이윽고 그는 허공을 우러러 득의만면한 채 중얼거렸다.

“흐흐... 어쨌든, 이제 곧 제이(第二)의 검황종이 중원무림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드디어 숙원을 이룬 때문일까?

검황종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감개가 스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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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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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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