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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항주(杭州)> 운하가 많은 도시. 밤이지만 불야성

<-포가장(浦家莊)> 상갓집 분위기의 장원. 등이 여기 저기 밝혀져 있고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손님들도 드나들고. 침통한 분위기

 

어느 조용한 건물. 하녀들이 드나들고

포란정; [언니는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몸조리에 전념하도록 해.] 상복을 입은 포란정이 침대에 누운 어떤 여자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며 말한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군자검 석헌중의 아내 포란정>

포란정; [어머니도 언니가 몸 상해가면서까지 당신의 장의(葬儀)를 치르는 걸 원치 않으실 거야.] 얇은 이불로 포숙정의 몸을 가슴까지 덮어주며 말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는 바로 포숙정이다. 두 팔은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있는데 아랫배가 좀 부르다

포숙정; [미안하구나 란정아.] 한숨. 역시 상복을 걸치고 있는데 한손으로 아랫배를 가리고 있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신금강 뇌공량의 아내 포숙정>

포숙정; [맏이인 내가 어머니 장례를 모시기는커녕 폐만 끼치고 있으니...]

포란정; [그런 소리 하지마. 나도 엄마의 딸인 건 마찬가지니...] 숙였던 몸 일으키고

포란정; [언니는 빨리 쾌차하는 게 효도하는 거라 생각하고 푹 쉬어.] 열려 있는 입구로 간다. 그러다가

곁눈질로 뒤를 보는 포란정

한 손으로는 얇은 이불로 덮인 아랫배를 만지고 있는 포숙정. 얇은 이불에 덮인 아랫배가 눈에 띄게 불룩하고

포란정; (역시...) 뭔가 생각하며 문 밖으로 나가면서 생각하고

포란정; (언니가 임신을 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포란정; (배가 부른 정도를 보면 잘해야 다섯 달 남짓...) (형부가 마태자에게 죽임을 당한 전후에 수태를 한 게 분명해.) 탁! 문을 닫고. 건물 밖의 하녀들이 인사하고

포란정; (형부에게 시집 간 후 십 년 넘게 들어서지 않던 아기를 갑자기 갖게 되었다?) 건물 등지고 걸어가며 찡그리고. 그러다가

포란정; (혹시 지금 언니 뱃속에 든 아기의 아버지가...!)

포란정; (마태자 이청풍?) 침 꼴깍 삼키고

 

다시 건물 내부.

탁! 닫히는 문. 혼자 남는 포숙정

포숙정; (죄송해요 상공! 죄송해요!)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포숙정; (정조를 지키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당신을 시해한 원수의 아이까지 배고 말았답니다.) 아랫배를 만지며 울고

포숙정;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태동(胎動)을 할 정도로 커 버렸고...) (이제 와서 떼어버릴 수도 없게 되었답니다.) 아랫배를 만지는 손이 떨리고

<게다가 죽인 줄 알았던 마태자는 버젓이 살아있기도 하고... 신첩은 어쩌면 좋아요 상공?> 우는 포숙정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392>

포가장의 다른 건물.

[대공자께서 우려하신 일이 벌어졌습니다.] 건물 내에서는 석헌중이 무제궁 소속인 중년무사의 보고를 받고 있다. 상복 차림인 석헌중이 탁자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있고 그 앞에 중년무사가 먼 길을 달려온 표정으로 보고 하는 중이다.

중년무사; [흑백신귀 장로님들이 결국 마태자의 손에 쓰러지셨습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보고하고

석헌중; [두분의 상태는 어떠하다던가?] 한숨 쉬며 묻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칠지무제의 대제자 군자검 석헌중>

중년무사; [중상을 입으셨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신 것같습니다.]

석헌중;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로군.] 끄덕이고

중년무사; [마태자가 무익한 살상을 금한 덕분에 죽임을 당한 형제의 수도 예상보다는 적다고 합니다.]

석헌중; [천마성을 함락시킬 때 무차별 살상을 한 우릴 부끄럽게 만드는군.] 한숨

중년무사; [예...] 역시 부끄러워하는 기색

석헌중; [동정호 근처의 본궁 수하들에게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전하게.]

석헌중; [난 장모님의 탈상을 하는 대로 태산으로 출발할 테니 사부님께는 그리 보고를 올리도록 하게나.]

중년무사;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이어

돌아서서 열려있는 문으로 가는 중년무사. 열린 문 밖에는 젊은 무사가 대기하고 있고

중년무사가 나오자

탁! 문을 닫아주는 젊은 무사.

석헌중; [...] 혼자 남은 석헌중은 뭔가 생각하고. 그러다가

품속에 손을 넣는 석헌중

다시 꺼낸 석헌중의 손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있다. 제법 크고 두툼한 봉투다. 진상파가 준 봉투다.

그 봉투를 보는 석헌중.

그런 석헌중의 뇌리에 떠오르는 진상파의 말. #213> 마지막의 장면

 

진상파; [탈상이 끝나신 후에 개봉해 보세요. 그 전에 열어보시면 안돼요.] 봉투를 받은 석헌중에게 말하고

회상 끝

 

석헌중; (천기를 읽는 경지에 이른 사매는 작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봉투를 보며 갈등

석헌중; (나를 굳이 장모님의 장례에 참석하게 한 데도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찡그리며 봉투를 보고. 그러다가

석헌중; (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찍! 밀봉되어 있던 봉투의 입구를 열고

석헌중; (내일이 탈상이니 하루 정도 일찍 개봉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겠지.) 봉투 안쪽에서 접혀있는 편지 한 장과 한 개의 봉투를 꺼낸다. 그 봉투는 조금 작지만 제법 두툼하다.

석헌중; (편지 한 장과 또 다른 봉투...) 큰 봉투를 내려놓고

석헌중; (무슨 내용일까?) 한번 접혀 있는 편지를 편다. 큰 봉투에서 꺼낸 작은 봉투도 편지와 함께 든 채

<사형은 탈상 전날에 이 편지를 읽으시게 될 거예요.> 편지를 배경으로 편지의 내용

석헌중; (내가 봉투를 미리 개봉할 걸 알고 있었구나.) 놀라고

석헌중; (역시 사매는 예지력을...) + [!] 눈 부릅

석헌중; (맙소사!) 경악

<이 편지를 보시는 즉시 천마성으로 가셔서 동봉한 봉투를 마태자에게 전해주고 도움을 청하세요. 저희 부녀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지체하시면 아니 됩니다.> 쿵! 편지와 함께 큰 봉투에 들어있던 작은 봉투를 크로즈 업. 그 봉투에는 위에서 아래로 <魔太子 親傳>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393>

호수변의 그리 크지 않은 포구 마을. 신소심과 타노가 만났던 그 마을. 밤이 깊어 대부분의 건물들에 불이 꺼져 있고.

주택가. 불이 켜진 집은 있지만 골목은 어둑하다

높은 담장이 쳐진 집.

삐꺽!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두 사람. 중년 거지와 타노. 중년 거지는 <투천환일>에 나온 철각독개 캐릭터.

타노; [그럼 부탁드리겠소 타주.] 포권하고

철각독개; [부탁이랄 게 있겠소이까? 우리 개방도 구파일방에 속하니 무제궁의 일을 적극 도와야지요.] 마주 포권하고

철각독개; [거지들이 드나들면 주위의 이목을 끌 테고..] 손을 소매 속에 넣고

철각독개; [앞으로 연락은 우리 개방에서 길들인 이 소홍조(少紅鳥)들로 하겠소이다.] 다시 꺼낸 손에는 작고 예쁜 새가 한 마리 들려있다. 부리가 좀 크다.

철각독개; [비록 체구는 작아도 비둘기보다 더 똑똑한 놈들이니 믿어도 될 거요.] 작은 새를 보여주고

타노; [알겠소이다. 밤이 깊었으니 조심해서 살펴가시오.] 포권하고

철각독개; [진대협도 편히 쉬시오.] 고개 숙이고.

골목을 걸어가는 철각독개. 그걸 보며 다시 문을 닫도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타노

탁! 닫히는 문.

철각독개도 사라지고. 조용해진다. 헌데

슥! 근처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두 놈. 음침한 인상의 사내들이다

<틀림없다!> <방금 떠난 놈은 개방 호북분타의 타주인 철각독개(鐵脚毒丐)야.> 골목에서 얼굴만 조금 내민 채 타노가 닫고 들어난 담장의 문쪽을 보며 전음을 주고 받고

<배웅한 꼽추는 칠지무제가 늘 곁에 두고 있던 하인 타노가 분명해.> <비록 종이지만 칠지무제가 가장 신임하는 저 꼽추가 이곳에서 뭔 일을 꾸미고 있었군.> 눈 번뜩이는 사내들

<소가주님의 지시로 천마성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공을 세우게 될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일세.> 음산하게 웃는 두 놈

 

#394>

<-항주> 이른 아침

<-포가장> 여전히 침통한 분위기

석헌중의 거처.

포란정; [정말 혼자 가셔도 되겠어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걱정스런 표정. 그 앞에서는 석헌중이 상복 대신 일반 복장을 하고 있다. 허리에 검을 차는 중이다.

포란정; [천마성의 총단에 단기필마로 찾아가신다는 게 신첩은 아무래도 걱정 되어요.]

석헌중; [전쟁중이라도 사자(使者)는 해치지 않는 법이오.]

석헌중; [하물며 천기를 읽는 능력을 지닌 사매의 뜻이니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오.]

포란정; [그리 말씀하시니 신첩도 더 이상 만류하지는 않겠어요.] 한숨

포란정; [대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석헌중; [부탁?]

포란정; [어떤 분을 천마성까지 데려다주셨으면 해요.] 의미심장하게

 

#395>

<-대륙상단> 역시 아침.

황보민의 거처. 여자무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고. 문이 열려 있다

그곳으로 뛰듯이 오는 패소정. 나이 든 하녀 한명이 울먹이며 뛰어서 따라오고. 유모 분위기의 하녀다

[영주님!] [영주님을 뵈옵니다.] 여자 무사들 급히 허리 숙이고

패소정; [무슨 소리냐? 도련님이 실종되다니...?] 열려져 있는 문을 보며

여자무사1; [해... 해가 떴는데도 기척이 없어 들어가 봤더니 침실에 계시지 않았어요.] 우두머리 분위기의 여자무사가 겁먹은 표정으로 패소정의 눈치 살피면서

패소정; [산책 나가신 건 아니고?] 건물로 들어가며

여자무사1; [상단 내를 다 뒤졌지만 보이시지 않았사옵니다.] 따라 들어오며 말하고

패소정; [그랬단 말이지?] 눈 번뜩이며 실내를 살피고. 실내는 화려한 침실. 가구들도 모두 고급이고 특히 책장이 많다. 책장마다 책이 가득 꽂혀있고. 한쪽에는 잘 정돈된 침대가 있다.

패소정; (침대에서 잔 흔적이 없다.) 침대로 다가가고. 여자무사1은 문간에 멈춰서고. 문 밖에서는 여자무사들과 나이 든 하녀가 울상 지으며 보고 있고

패소정; (그렇다는 건 한밤중에 빠져나갔다는 뜻인데...) 그 사이에 침대 앞에 이르러 멈춰서고

패소정; (내게 당한 일이 워낙 수치스러워서 남에게 말은 못하고 가출을 했다?) 침대를 내려다보고. 그러다가

패소정; (혹시!) 콱! 이불을 움켜잡고

확! 이불을 걷어버리는 패소정

쿵! 이불이 걷히자 안쪽에 봉투에 든 편지가 한통 놓여있다

여자무사; (편... 편지!) 깜짝 놀라고

패소정; (생각했던 대로다.) 편지를 집어들고

패소정; (하녀들과 호위들은 주인의 물건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기 때문에 이 편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편지 봉투를 열어서 편지를 꺼내고

패소정; (만일 이 편지에 내가 한 짓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편지를 펼쳐본다.

 

<죄송해요 외숙! 엄마가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어져서 신장궁에 다녀오려고 해요. 조심해서 다녀올 테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민(珉) 상서> 편지의 내용

 

패소정; (다행히 나에 관련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구나.) 안도하며 편지를 접고

패소정; [단장님에게는 보고했느냐?] 편지를 봉투에 집어넣으며 돌아서고

여자무사1; [아직... 영주님께 먼저 보고를 해야할 것 같아서...] 눈치 보며 옆으로 물러서고

패소정; [잘 했다!] 문을 나가고

패소정; [단장님께는 내가 보고 할 테니 너희들은 도련님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흔적을 찾는데 주력해라.] 건물 앞을 떠나며 말하고

[존... 존명!]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포권하는 여자 무사들

패소정; (천재일우...) 눈 번뜩이며 월동문으로 가고

패소정; (성마동천이 독룡곡 깊은 곳에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곳까지 접근하는 게 문제였다.) 흥분하고

패소정; (성마동천에 들어가려면 단장이 신장궁에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정화통이 필요하다.) 냉혈전호가 독룡곡에 들어가기 위해 짊어지고 있던 통을 떠올리고

패소정; (황보민의 가출로 어수선한 틈을 타서 정화통을 빼돌리면 된다.) 사악하게 웃는 패소정의 얼굴 크로즈 업

 

#396>

대륙상단 내의 화려한 건물. 냉혈전호가 가마를 짊어졌던 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화려한 거실. 냉혈전호가 선녀같은 차림새인 호희와 다과를 즐기고 있다가 패소정의 보고를 받으며 놀란다. 냉혈전호는 패소정이 준 편지를 읽고 있는 중이다, 호희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우아한 자태로 차를 마신다

냉혈전호; [이 편지는 언제 발견되었느냐?] 편지를 읽으며

패소정; [도련님의 실종에 대해 보고 받는 게 늦어서 방금 전에야 찾아내었습니다.]

냉혈전호; [말해봐라.] 편지에서 시선 떼고

냉혈전호; [민이가 갑자기 가출을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패소정을 노려보고

패소정; [한창 예민할 나이에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는 게 원인이 아닐지요?] 눈치 보며

냉혈전호; [어린 애도 아니고...] 혀를 차며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고

패소정; [우리 상단의 모든 지점에 전서구를 날렸고 개방에도 협조를 구해놓았습니다.]

패소정; [그리 멀리 가시지는 못한 게 분명하니 곧 도련님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

냉혈전호; [잘 했다.] 찡그리고

냉혈전호; [그 녀석의 수색은 일임할 테니 알아서 해라.]

패소정;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거실에서 나가는 패소정

냉혈전호; [이런 걸 보면 인생은 공평한 거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나 황보륜에게 유일한 근심이 후계자 문제이니...] 한숨 쉬며 호희에게 말하는데

호희; [따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차 마시며 웃고

냉혈전호; [딸?] 섬뜩! 오한이 드는 표정을 짓고

호희; [단장께서 충견인 줄 알고 길러오신 승냥이 때문에 가출을 했지만 따님은 극상(極上)의 인연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고

냉혈전호; (예... 예언을 한다!) + [무슨 말씀이시오 호희?] 억지로 웃고

냉혈전호; [딸이라니...] [내게 딸은 고사하고 자식이라는 존재가 아예 없다는 건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인데...]

호희; [세상 사람은 모두 몰라도 단장님을 포함해서 최소 두 명은 단장님에게 따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요?] 웃고

냉혈전호; [!] 눈 부릅 놀라고

호희; [이제 저까지 알게 되었으니 둘이 아니라 셋이 되겠군요.] [따님이 지금까지 단장님의 품속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시 차를 마시며 웃고

냉혈전호; (민... 민이가 내 딸이라는 사실까지 알아차리고...) 경악과 충격으로 눈 부릅

<이 호선(狐仙)은 진짜 선녀다!> 거실의 모습을 배경으로 냉혈전호의 생각 나레이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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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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