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입니다 2024. 8. 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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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무제궁> 낮.

진상파의 거처. 주변을 여자무사들이 경비 서고 있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여자 무사들

월동문으로 서둘러 들어오는 노인. 무제궁 총관인 다문천왕 염숭환이다. 한손에는 좁고 긴 천을 들고 있다.

[총관님!] [어서 오세요.] 인사하는 여자 무사들

염숭환; [소궁주님은?] 건물을 보며 묻고. 멈춰서면서.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제궁 총관 다문천왕(多聞天王) 염숭환(廉崇煥)>

[마태자님과 담화중이시옵니다.] 건물을 곁눈질하면서 눈치를 보고

염숭환; [급한 일이다. 뵙자고 청해라.]

[예!] 여자 무사 한명이 급히 건물 입구로 간다

 

청풍; [이걸 드리고 싶습니다.] 슥! 구슬 같은 게 든 가죽 주머니를 내민다. 진상파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진상파는 물론 휠체어에 앉아있고. 거실이다.

청풍; [지난 며칠 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야차선녀께서 말씀하신 분은 역시 소저인 것같습니다.] 가죽 주머니에서 손을 떼고

진상파; [역명천신단이로군요.] 가죽 주머니를 보며 말하고

청풍; (모르는 게 없군.) + [그렇습니다.]

청풍; [이걸 복용하시면 소저의 몸이 주화입마에 걸리기 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진상파; [아무런 공도 없는 제게 너무 과한 선물을 주시는군요.] 한숨

청풍; [소저께서 받을만하니까 받게 되시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부담은 갖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진상파; [그리 말씀하셔도...] 한숨 쉴 때. + <죄송합니다 소궁주님!>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진상파; [무슨 일인가요?] 돌아보고

<총관님께서 급히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진상파; [그렇게 되었군요.] 한숨. 뭔가 짐작한 표정으로. 이어

진상파; [안으로 모시도록 하세요.] + [예!] 드륵! 문이 열리고 여자 무사가 문을 열고 있고 그 뒤에서 염숭환이 서둘러 들어온다. 손에는 폭이 좁고 긴 천이 들려 있고

진상파; [어서 오세요 총관.]

염숭환; [방해해서 송구하외다.] 탁자 옆에서 멈춰서며 두 사람에게 포권하고

염숭환; [금릉분타에서 타노가 급히 날려 보낸 전서구가 도착했소이다.] 두손으로 천을 진상파에게 바치고

진상파; [수고하셨어요.] 천을 받고

두 손으로 천을 펼쳐 들고 읽는 진상파. 염숭환은 방해하지 않기 위해 두 손 모은 채 서서 기다리고.

진상파의 이마가 약간 찡그려지고

청풍; (타노라면 칠지무제의 심복으로 알려진 자인데...)

<진소저의 표정을 보니 일도 보통 일이 아닌 게 터진 듯하구나.> 한숨 쉬며 천에서 눈을 떼는 진상파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진상파;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천을 내려놓고

청풍; [심상치 않은 급보인 듯합니다만...] 눈치 보며

진상파; [제가 과분하게도 천기를 조금 엿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씀은 드렸지요?]

청풍; [저를 부르시게 된 것도 그 덕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끄덕

진상파; [천기를 읽는다 해도 매번 맞는 게 아니고...] [주로 저 자신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만 읽을 수 있어서 한계가 있답니다.]

청풍; (그 정도로도 대단한 능력이지.)

진상파; [그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미리 알 수가 없군요.] 천을 두 손으로 내밀고

청풍; [실례하겠습니다.] 두 손으로 받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청풍.

 

<신소심이 지니고 있던 성마지환이 위진천의 수중에 들어갔음.> 편지의 내용. 천을 두 손으로 들고 부들부들 떨리는 청풍의 손을 배경으로

 

청풍; [이런...] 벌떡! 일어나고. 시선은 천으로 향한 채

진상파;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서둘러 가보셔야겠어요.] 말하면서 손을 품속에 넣고

청풍; [그래야할 것같습니다.] 천을 다시 탁자에 내려놓고. 그때

진상파; [이걸 돌려드리겠어요.] 소매 속에 넣었던 손을 다시 꺼내 펼친다.

쿵! 진상파의 펼쳐진 손바닥에 얹혀져 있는 것은 바로 칠지무제에게서 받은 삼안마귀환이다.

청풍; [그건...] 놀라고

진상파; [영친의 유품인 삼안마귀환(三眼魔鬼環)이에요.] [아버지가 수습해서 보관하고 계셨더군요.] 두 손으로 내밀고

청풍; [고맙소이다.] 두손으로 반지를 받고

청풍; [선친께서 돌아가실 때 함께 훼손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용케 원형을 보존하고 있군요.] 감격하며 반지를 살피고

진상파; [확실히 천마해체대법에도 견디었다는 건 예사롭지가 않지요.] 의미심장하게 웃고

청풍; [소저의 생각은...] 흠칫! 하며 진상파를 보고

진상파; [제가 살펴본 결론은 삼안마귀환에 일종의 술법이 걸려 있다는 거예요.]

청풍; [술법!] 놀라고

진상파; [제 능력으로는 해제할 수가 없었는데...] [술법으로 보호받는 걸 보면 그 반지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요.]

청풍; [확실히 그렇겠습니다.] 반지를 보고

진상파; [그 비밀이 뭔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우선 등선곡으로 서둘러 가보세요.]

청풍; [그리하겠습니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청풍; [경과는 무제궁의 분타를 통해서 알려드리겠소이다.] 스스! 사라지고

진상파; [살펴가세요.] 고개 숙이고

쐐애액! 이미 까마득한 허공으로 치솟고 있는 청풍

미사일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단번에 무제궁 밖으로 날아간다

염숭환; [등선곡이라면 혹시...] 놀라고

진상파; [천마와 무성조사님께서 혈왕을 쓰러트리기 전에 폐관수련 하셨던 성마동천이 등선곡 근처에 있어요.]

염숭환; [아!] 놀라고

진상파; [문제는 위진천과 위극겸 부자도 성마동천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랍니다.] 한숨 쉬고

염숭환; [그럼...] 긴장

진상파; [성마동천의 금제를 깨트릴 수 있는 성마지환이 위진천의 수중에 들어갔으니 위진천은 이미 성마동천 안에 들어갔을 거예요.] 한숨

[!] 놀라는 염숭환의 얼굴

진상파; (이후의 일은 천기로도 잘 읽히지가 않는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밖을 보고

진상파; (위씨일족의 살기가 너무 강해서 천기를 가리는 때문일 텐데...) 위진천과 위극겸을 떠올리며 한숨 쉬고

이어 탁자에 놓인 구슬이 든 가죽주머니를 보는 진상파

진상파; (아무래도 저걸 써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겠구나.) 가죽 주머니를 보며 생각하고

 

#465>

<-유령산장> 역시 낮. 유령산장에서 가장 높은 3층 건물. 3층의 창문이 열려 있고. 불이 켜져 있다

건물 앞을 유령산장의 제자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건물 앞을 지나간다.

[뭐라?] 눈 부릅 벌떡 일어나는 위상영.. 장소는 #298>에 나온 곳. 수정의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났다. 위상영의 앞에는 환설과 유령귀왕이 서있다. 유령귀왕은 겁에 질려 있고

위상영; [소성주... 마태자가 살아있다고?] 화악! 옷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펄럭거려서 마녀같이 보인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는 모습이고

환설; (오싹하네.) + [맞아요.] 끄덕이며 소매 속에 손을 넣고

환설; (마치 야차나 나찰 앞에 서있는 기분이다.) + [마태자는 위소저께서 벽세황으로 위장해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어요.] 소매 속에서 편지를 꺼낸다. 진상파가 준 편지

환설; [그후 종남산 등선곡에서 세한삼우가 만들고 있던 역명천신단이라는 영약을 복용하고 무공까지 회복했답니다.]

위상영; [교백!] 이를 갈며 유령귀왕을 노려보고.

기겁하는 유령귀왕

위상영; [네놈! 소성주가 부활한 걸 알고도 내게 숨긴 것이냐?] 온몸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살기.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넘실거리고

유령귀왕; [용... 용서를...] 납작 엎드리고

유령귀왕; [마태자가 다시 세상에 나왔다는 풍문은 들었지만 긴가민가해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위상영; [그 따위 변명으로 날 기만한 죄를 면할 수 있을 것같으냐?] 빠지직! 쳐든 손이 벼락으로 덮이고 그 손으로 유령귀왕을 때리려 하고

유령귀왕; [히익...]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환설; [고정하세요 위소저.] 편지를 쳐들고

환설; [교궁주를 벌하시기 전에 먼저 저희 소성주님께서 보낸 편지부터 읽어보시지요.] 핑! 편지를 날리고

위상형; [진상파가 편지를 보내?] 팟! 쳐들었던 손으로 편지를 받고

환설; [위소저와도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 하셨으니 확인해보세요.]

위상영; [무슨 수작인지...] 찡그리며 편지를 꺼내 읽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위상영

<사랑하는 분이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무제궁을 방문해주셔야 할 거예요.> 편지의 내용

 

#466>

<-사흘 후> 웅장한 산의 모습 배경으로. 종남산이다.

<-종남산> 종남산의 모습. 낮

<-독룡곡> 연기가 자욱한 독룡곡의 모습. 여기 저기 연못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화악! 독연기가 회오리치며 흩어지고

쐐액! 그 회오리를 몰고 날아 들어오는 청풍. 온몸이 땀으로 범벅. 눈에 핏발이 서있고 아주 피곤한 모습

청풍; (태산에서 종남산까지 먹지도 자지도 않고 사흘 내내 달려왔다.)

청풍; (역명천신단을 복용해서 몸이 금강불괴나 다름없어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헉헉 지친 모습

청풍; (이제는 체력도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청풍;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면 고생한 보람이 있을 텐데...) + [!] 생각하다가 돌연 눈을 부릅뜨고

자욱한 독 연기 안쪽에서 사람 그림자 같은 게 얼씬 거린다.

청풍; (사람 그림자!) 눈 부릅뜨고

청풍; (위가놈이 아직 독룡곡에 있는 것 같다!) 파앗! 사력을 다해 몸을 날리고

쿵! 성마동천 입구에 서서 놀라 올려다보는 위진천. 막 성마동천에서 나오던 모습인데 냉혈전호가 사용하던 정화통을 짊어지고 있다. 얼굴에도 정화통과 연결된 마스크를 쓰고 있고. 한손에는 두툼한 종이 뭉치를 쥐고 있다. 그자의 뒤쪽 성마동천의 입구는 부서져 있고. 입구 안쪽은 깊지 않은 동굴이다.

청풍; (위진천!) 화악! 허공에서 덮치며 눈 부릅

놀라는 위진천의 왼손에 들려있는 두툼한 종이뭉치들. 왼손 중지에는 폭이 넓은 반지, 성마지환을 끼고 있다.

청풍; (그 동안 성마동천의 비결들을 모두 베꼈겠지.) + [죽인다!] 화악! 머리가 아래로 향한 채 거대해진 손으로 위진천을 할퀴어간다. 손가락이 강철처럼 변했고

위진천; (마태자!) 팟! 기겁하며 뒤로 날아오르고

꽝! 빠캉! 청풍이 내리그은 거대해진 손이 지면을 훑으면서 박살낸다.

위진천; [큭!] 겨우 피하지만 충격을 받고 날아오르고

[!] 그러다가 눈 부릅뜨는 위진천

쩌저적! 청풍이 마귀처럼 쇄도하며 다시 거대해진 손으로 연달아 그어오는데 위진천의 시야가 면도날 같은 청풍의 손가락 형상으로 다 뒤덮인다.

위진천; (위험하다!) 퍼퍼펑! 오른손으로 수많은 손 그림자를 만들어 밀어내며 물러서고

꽈꽈광! 콰쾅! 서로의 공격이 수십 번 충돌하면서 굉음이 일어나고

위진천; [컥!] 펑! 마스크 안에서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나간다.

위진천; (무공의 위력은 차치하고라도 공력의 차이가 너무 난다.) 콰드득! 겨우 버티며 밀려나고. 마스크를 쓴 입에서 피가 토해져 마스크 밖으로 흘러내리고

청풍; [네놈과의 악연도 오늘 여기까지다.] 휘릭! 위진천의 앞쪽에 내려서면서 손을 쳐들고. 손이 벼락에 휘감기고

위진천; [날 너무 얕보진 마라 마태자.] 종이 뭉치를 품속에 넣고

위진천; [네놈은 설마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아니라는 말...] + [!] 눈 부릅

빠캉! 쳐든 청풍의 손에서 벼락이 치솟고

위진천; (이 무공은 혹시...) 팟! 날아올라 피하려 하고. 하지만

꽈광! 허공에서 벼락이 내려쳐서 위진천의 몸을 때리고. + 위진천; [크아아악!] 비명 지르며 휘청거리고

온몸이 새카맣게 타고 입과 코로 연기를 토하며 비틀하는 위진천

퍼억! 한쪽에 나뒹구는 위진천.

푸시시! 정화통도 일부 금 가서 액체와 가스가 흘러나오고

위진천; [끄윽! 자... 자전마벽?] 일어나려 버둥대고

청풍; [자전마벽을 알아봤다면 내 손에서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 것이다.] 다가오고. 지지지! 양손이 벼락에 덮여 있고

청풍; [헛된 희망 따위 품지 말고 포기해라.] 지지지! 청풍의 양손에서 일어나는 벼락이 더 강해지고

위진천; (말 그대로 절체절명이로군.)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푸시시! 주르르! 그 사이에서 금이 간 정화통에서는 액체와 가스가 새어나오고

위진천; (자전마벽을 피하기 어려운 건 둘째치고 정화통이 깨져서 독기가 스며들고 있다.) 곁눈질로 자기 등에 짊어진 정화통을 보며 뒷걸음질치고

위진천; (일다경 이내에 독룡곡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아깝지만 이걸 포기해야만 한다.) 팟! 왼손에 끼고 있던 성마지환을 오른손으로 확 잡아 뽑고

청풍; [네놈들 위씨일족이 저지른 만행의 대가는...] + [!] 벼락을 또 내치려다가 눈 부릅

위진천; [이게 뭔지는 짐작하겠지?] 성마지환을 높이 쳐들고

청풍; [성마지환?] 눈 치뜨고

위진천; [잘 알고 있으니 이것의 가치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히죽

청풍; [성마지환과 네놈 목숨을 바꾸자는 것이냐?] 노려볼 때

위진천; [바로 그렇다!] 팟! 외치면서 성마지환을 옆으로 홱 던진다. 반사적으로 그곳을 돌아보는 청풍

수십 미터 밖에 떨어져 있는 연못. 역시 독기를 뿜어내고 있고. 성마지환은 그곳으로 날아간다

청풍; [안돼!] 팟! 반사적으로 반지를 향해 날아가고

위진천; [잘 먹고 잘 살아라!] 으하하하! 휘익! 청풍과 반대쪽으로 날아가고

청풍; (간교한 놈!) 곁눈질로 위진천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성마지환이 낳아가는 쪽으로 날아가고. 위진천은 독 연기 속으로 날아가고 있다

휘익! 연못으로 빠지려는 성마지환

청풍; [크왓!] 팟! 벼락같이 날아들어 뻗은 손으로 성마지환을 낚아채고. 이어

펑! 몸이 뒹굴면서 연못 표면과 충돌하지만

퍼펑! 물방울만 튀기고 빠지지는 않으면서 수면 위에서 여러 바퀴 구르는 청풍.

휘익! 다시 날아올랐다가

휘릭! 연못가에 내려서는 청풍.

이어 왼손 손가락 두 개로 관자노리에 대고 눈 감는 청풍. 하지만

청풍; (놓쳤다!) 이를 부득 갈며 눈을 뜨고

청풍; (백장 내의 어디에서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력을 다해 달아났을 테니 따라잡기는 틀렸다.) 한숨 쉬며 손바닥을 펴보고.

손바닥에 얹혀져 있는 성마지환

청풍; (성마지환....) (이걸 갖고 있던 신소심과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자신이 천마성에서 잠옷차림인 신소심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자던 장면 떠올리고. 신장궁에서 복면 쓴 신소심을 범하던 장면이 아님

청풍; (그 때문에 위진천에게 천마조사님과 무성의 절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성마지환은 왼손의 다른 손가락에 끼며 성마동천 쪽으로 가고. 왼손에는 삼안마귀환도 끼워져 있는 것 주의

파괴되어 있는 성마동천의 입구

부서진 문을 둘러보며 성마동천 안으로 들어가는 청풍

성마동천 내부. 돔형의 깊지 않은 동굴. 헌데 동굴 벽과 천장에 무수한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훼손되어 있다. 장력으로 쳐서 깨트리거나 칼로 박박 그어서 훼손한 모습이다. 바닥에는 여러 장이 종이와 붓, 벼루등이 널려 있다.

청풍; (역시...) 입술 깨물고

청풍; (위진천은 천마조사님과 무성이 성마동천에 남긴 절기를 모두 필사(筆寫)한 후 철저하게 훼손해버렸다.) 분노하며 둘러보고

청풍; (내용을 떠나 두 분 조사님의 유물로서 가치가 있는 장소였는데 지키질 못했으니 후손으로서 면목이 없게 되었다.) 훼손된 벽을 향해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467>

등선곡. 세외선경 같은 분위기. 건물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건물 앞에 놓인 의자에 수컷 너구리 웅리가 앉아서 뭔가 만들고 있다.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목마다. 네 개의 다리에 휘어진 나무가 두 개 달려 있어서 흔들거리는 서양식의 목마. 조각칼로 말의 머리 부분을 다듬고 있다. 목마의 목에는 손잡이라 양쪽으로 달려있고

웅리; [얼추 그림으로 본 것과 비슷해졌구만.] 말의 머리 부분을 다듬으면서 흡족

웅리; [쌍둥이 녀석들이 이걸 타고 놀면 제 어미를 조금은 덜 힘들게 하겠지.] 웃을 때

건물 부엌에서 나오는 암컷 너구리 자리. 앞치마를 둘렀고 수건까지 머리에 써서 완연히 아줌마 분위기가 난다. 두 손에는 쟁반을 들고 있고. 쟁반에는 꿀물이 든 사발이 들어 있다. 젖가슴 부분이 좀 빵빵해졌다

자리; [목마(木馬)가 거의 완성 된 것같네요.] 다가가고. 돌아보는 웅리

웅리; [그럭저럭 비슷해졌어.]

웅리; [두 놈이 낮잠에서 깨어나면 한번 시승 시켜보고 마무리를 지어야지.] 까닥 까닥 목마를 흔들어 보이고

자리; [수고하셨어요. 시원하게 꿀물 좀 드세요.] 쟁반 내밀고

웅리; [고마워 임자.] 한손으로 그릇을 집어든다. 들고 있던 끌은 내려놓고

꿀물을 마시는 웅리

웅리; [어 시원하다.] 마시고 그릇을 입에서 떼고

자리; [세월 참 빠르지요?] 그릇을 받으며 말하고

웅리; [그러게 말이야. 귀의께서 돌아가신 게 어제 같은데 벌서 반년이나 지났으니...] 감회에 젖어 한쪽을 보고. 그쪽에 독심귀의의 무덤이 있다.

웅리; [금방이라도 귀의께서 저 모퉁이를 돌아 나오실 것같....] + [!] 말하다가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자리; [왜 그러세요?] 놀라며 돌아보고

쿵! 독심귀의의 무덤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청풍.

자리; [흐윽!] + 웅리; [공... 공자님!] 경악하는 부부. 이어

웅리; [공자님!] 외치며 달려가고. 자리는 놀라서 굳어 있고

무덤 앞에서 돌아보는 청풍. 사흘 밤낮을 달려와서 초췌한 표정이고

웅리; [공자님! 공자님!] 헐떡이며 달려오고. 그 뒤에서 자리도 뒤늦게 달려온다

청풍; [웅리...] 웃으며 돌아보고

웅리; [돌아오셨군요 공자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헐떡이며 포권하고

청풍; [잘 지내고 있는 것같아 다행이다.] 끄덕이고

웅리; [예. 저희 부부는 무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눈물 닦으며 웃고. 그때

[흐윽!] 울면서 청풍의 품으로 뛰어드는 자리

자리; [공자님! 공자님!] 청풍의 품에 안겨 몸부림치면서 울고

청풍; [어허 남편이 보는 앞에서 외간 남자에게 이러면 쓰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리를 안고 다독이고. 웅리는 눈물 닦으면서 울고

자리; [뵙고 싶었어요.] 울면서 청풍의 품에 안겨 훌쩍이고

청풍; [그래. 나도 보고 싶었다.] 다독이고. 그러다가

청풍; [그런데 어째 전보다 몸이 좀 분 것같다.] 자리를 두 손으로 안아보며 갸웃하고

자리; [여자에게 무슨 실례되는 말씀이세요?] 눈물 닦으며 눈을 흘기고. 얼굴이 좀 발개져서

웅리; [집 사람이 몸이 분 데는 이유가 있지요.] 웃고

청풍; [이유?] 어리둥절. 그때

[엄마!] 어디선가 들리는 외침 소리. 흠칫! 하는 청풍. 이어

[엄마! 어디 있어?] [엄마!] 덜컹! 부엌이 있는 건물의 닫혀 있던 문이 작은 손들에 의해 열리고 그 안쪽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설마...] 놀라며 건물 쪽을 보고

[엄마...] [이잉... 엄마!] 문을 열고 나오는 어린 아이 둘. 한명은 남자 옷을 입었고 한 명은 치마를 입었는데 영락없는 사람 아기들이다. 다만 귀가 너구리 귀고 풍성한 꼬리가 달려있다. 환타지에 나오는 수인족의 모습이고

청풍; [저... 저 꼬물이들은...] 놀라고

자리; [구(九)야! 라(羅)야!] 청풍의 품에서 떨어져

자리; [엄마 여기 있어!] 건물 쪽으로 달려가며 외치고

웅리; [석 달 전에 태어난 녀석들인데 벌써 말문이 트이고 걸어 다니지 뭡니까?] 쑥스러워하며 건물 쪽을 보고. 자리는 건물쪽으로 거의 다 달려가 있고

청풍; [자리가 그새 아기 엄마가 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놀라고. 아기 너구리들이 아장거리며 문 밖으로 나오고 두 녀석을 안으려는 자리를 보며

웅리; [저희 너구리들은 임신기간이 세 달이 채 안되거든요.] 머리 긁적이며 쑥스럽게 웃고

<성장 속도가 보통의 너구리들보다는 좀 느리지만 그래도 사람들에 비하면 무척 빠른 편이지요.> 두 팔로 각기 한 마리씩의 새끼 너구리를 안고 일어나는 자리의 모습 배경으로 웅리의 말. 자리는 행복한 표정으로 새끼들에게 입을 맞춘다

청풍; (부모가 둘 다 인간과 가까워서인지 자식들은 더 인간에 가깝구나.) 새끼들을 안고 다가오는 자리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한 두 세대만 거치면 진짜 사람이 되겠구나.)

자리; [자, 인사 드리거라. 너희들 큰 아빠란다.] 아기들을 품에 안고 다가와서 말하고. 아기들은 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청풍을 보는데

청풍; [착하지. 큰 아빠가 한번 안아보자.] 두 팔을 내밀고

아기들은 겁먹고 자리에게 달라붙으며 청풍의 눈치를 살피고

자리; [엄마 아빠 외에는 처음 보는 어른이라 아이들이 좀 낮이 선 모양이에요.] 청풍에게 아기들을 안겨주며 수줍게 웃고

청풍; [괜잖아. 큰 아빠가 보기엔 우락부락해도 착한 사람이란다.] 양팔로 아기들을 안으면서 웃고

여자 아이; [큰 아빠, 커...] 고사리같은 손으로 청풍의 얼굴 만지고. 사내놈은 여전히 겁을 먹을 표정이고

청풍; [엄마 아빠보다 큰 아빠가 좀 크긴 하지.] 웃고

청풍; [아이들 이름이 구와 라라고?] 웅리에게

웅리; [귀의님의 이름 최구(崔九)와 선녀님의 이름 우유라(尤乳羅)에서 따서 붙였습니다.] [저희 성을 이(狸)로 정했으니까 이구(狸九)와 이라(狸羅)가 되겠지요.]

청풍; [이구와 이라...] [선녀님은 물론이고 귀의님도 마음에 들어 하시겠구나.] 아이들을 안고 무덤을 보고

웅리; [귀의님은 선녀님과 함께 저희 부부를 짐승에서 벗어나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게 해주신 분이니 한시도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청풍; (들으셨지요 귀의선배?) 아기들을 안고 무덤을 보며 생각하고

<선배님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선배님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되었고...> 무덤 앞의 광경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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