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천장] 82화
#419>
<-파양호(鄱陽湖) 근처 호구(湖口)> 정오 무렵. 강변에 자리한 마을. 나루터가 있다. 그리 크지 않고. 그래도 제법 북적
객잔. 사람들 북적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는 청풍.
<무성께서 남기신 대연진기(大然眞氣)도 절전되었소.> 석헌중의 말을 떠올리는 청풍.
이하 회상
석헌중; [대연진기는 무성일맥의 최고절기라 오직 문주에게만 구전(口傳)으로 전승되었었는데...] 청풍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중이다.
석헌중; [이백여 년 전 당시의 젊은 문주께서 돌림병으로 급사하시는 바람에 어린 아들에게 제대로 전해주시지 못한 때문이오.]
청풍; [우리 천마일맥에서 자전마벽이 절전된 것도 비슷한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석헌중; [이제 대연진기를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무성께서 천마에게 남기신 비결을 찾아내는 것뿐이외다.]
청풍; [그러나 소생이 알기로 우리 천마성에도 대연진기의 비결이 남아있지 않는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석헌중; [아마 영친께서만 그 소재를 알고 계셨을 것이오.] [그러다가 소성주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회상 끝
청풍; (석헌중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청풍; (우리 천마일족의 것이 아닌 대연진기의 존재는 남에게 알릴 이유가 없고 또 알려서도 안된다.)
청풍; (그래서 아버지만이 그 소재를 알고 계셨을 텐데... 내게 알려주실 기회가 없으셨을 것이다.)
청풍; (성마지환에 숨겨진 천마조사와 무성의 힘을 얻으려면 대연진기를 반드시 찾아내야하는데...) 난감.
청풍; (지금 고민한다고 해결 될 일은 아니니 일단 태산으로 가서 진상파 소저를 구하는 일에 집중하자.)
청풍; (동정호에서 이곳 호구까지는 장강을 따라 배를 탄 덕분에 편하게 내려왔다.)
청풍; (여기서 강을 건넌 후 북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이틀 정도 후에는 태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청풍; (위가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가급적 빨리 무제궁으로 돌입해해서 처단을...) 생각할 때
[오오 저거 뭐야?] [보고도 믿기지 않는구만!] 갑자기 주변 사람들 웅성거림이 들려 흠칫! 고개 드는 청풍
[계집이 저렇게 클 수도 있구만.] [엄청난 거구인데도 미모가 상당해!] 주변 사내들이 웅성대며 입구쪽을 보고. 청풍도 입구쪽을 보고
객잔 입구로 들어서는 2미터가 넘는 키의 거녀. 물론 패소정이고
자기를 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객점 주인에게 다가가 뭐라 말하는 패소정의 모습. <날 기다리는 손님이 있지 않나요?> 주인에게 말하는 패소정
청풍; (대단한 체격의 소유자다.) 역시 감탄하고. 주인과 대화하는 패소정을 보며
청풍;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인물들 중 체격이 가장 컸던 것은 포숙정의 전 남편이었던 철신금강이었다.) 자신의 손에 죽은 철신금강 떠올리고
청풍; (하지만 그 철신금강도 저 여자에 비하면 한 뼘 쯤 작겠구나.) 생각할 때
[!] 무언가 느끼는 표정이 되는 패소정
홱! 고개 돌려 청풍쪽을 본다. 하지만
청풍은 다시 고개 숙인 채 국수를 먹고 있고. 주변의 사내들은 겁 먹고 호기심 서린 눈으로 패소정을 보고 있다
패소정; (몸이 오싹해지게 만드는 시선 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사람들 노려보고. 그러자
객점 안의 사람들 모두 겁에 질려 시선 피하거나 다시 고개 숙인 채 음식 먹는 시늉한다. 그 바람에 청풍의 모습도 감춰지고
패소정; (이래저래 신경이 예민해져서 착각한 모양이다.) 생각할 때. + 주인;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패소정을 안내하고
주인의 안내를 받아 룸쪽으로 가는 패소정
청풍; (내 시선을 감지하기도 하고...) (엄청난 체격과 어울리지 않게 아주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다.) 다시 고개 들어서 패소정이 룸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청풍; (평범한 계집은 아닌 듯하니 좀 살펴봐야겠다.) 징! 생각하는 청풍의 귀가 진동하고. 그러자
<어서 오십시오 칠호사자님!> + <수고가 많아요 분타주!> 룸에서의 대화가 들리고. 주인은 그 룸의 문을 닫아주고 있다.
청풍; (칠호사자? 분타주?) 눈 번뜩
청풍; (기다리고 있던 자와 서로를 부르는 호칭으로 미루어보건 데 어떤 조직에 속한 계집이다.) 생각하며 다시 귀를 기울이지만
<...> <...>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청풍; (약간의 진동만 느껴지고 음성은 들리지 않는다.) (즉 전음입밀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청풍; (아무리 내공이 심후해도 전음입밀로 나누는 대화는 엿듣는 게 불가능하고...) 난감한 표정이 되고
청풍; (신녀문의 술법을 한번 써봐야겠다.) 눈을 반개하고
<지극지심!> 눈을 반개한 청풍의 얼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러자
<확실한가요?> <틀림없습니다. 속하가 거푸 확인한 결과입니다.> 다시 들리는 음성
청풍; (둘이 나누는 대화가 다시 들린다.) 눈 번뜩이고
<무호에서 여장으로 갈아입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온 그 계집은 이곳 호구에서 배를 내렸습니다.> 이어지는 대화가 청풍의 귀에 들리고.
이하는 밀실에 패소정이 누군가와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묘사
패소정;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우회했군요.]
사내; [나이는 어려도 아주 영악한 계집입니다.]
사내; [이곳 호구에서 내릴 경우 동쪽으로 직진하기만 하면 신장궁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청풍; (신장궁?) 눈 번뜩
청풍;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이름을 듣게 되는군.)
패소정; [그년이 호구에 상륙한 게 언제쯤인가요?]
사내; [어제 오후였는데...] [무공도 대단하지 않고 또 겁이 많은 계집이라 밤에는 움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패소정; [그럼 아직 그리 멀리 가진 못했겠군요.]
사내; [잘 해야 백여리쯤 갔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패소정; [잘 하면 오늘 안으로 따라잡을 수 있겠군요.] [난 이 길로 동진할 테니 분타주께서는 경로에 자리한 분타들에 전서구를 날려서 미리 알려놓도록 하세요.] 일어나고
사내; [그리 하겠습니다.] 따라서 일어나고
패소정; [황보민!] [그년이 제 어미 황보경을 만나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만 해요.] 강렬한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황보민과 황보경!) 놀라고
청풍; (그러니까 뭐냐? 대륙상단의 후계자이며 황보경의 아들인 황금공자 황보민이 지금 신장궁을 향해 가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놀라고
청풍; (그걸 저 엄청난 덩치의 계집이 속한 조직에서 추격중이고...)
청풍; (헌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황금공자 황보민을 계집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 [!] 생각하다가 깨닫고
청풍; (그렇군! 대륙상단의 후계자인 황금공자 황보민이 사실은 사내가 아니라 계집이었구나!) 깨닫고. 그때
밀실에서 나오는 패소정. 기다리고 있던 주인이 굽신거리며 패소정을 맞이하고
주인과 함께 입구로 가는 패소정
청풍; (무제궁으로 가는 일이 급하긴 하지만 황보경과 관련된 일이니 모른 척 할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패소정은 입구를 나가고 있고
청풍; (저 계집의 뒤를 밟아서 황보민이란 계집아이를 도와주도록 하자.) 입구로 간다
#420>
<-호구 동쪽 백여리 경덕진(景德鎭)> 오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굴뚝과 도자기 굽는 가마가 즐비한 곳. 산은 헐벗었고 땅은 파헤쳐져 있다. 하지만 아주 번화하고 북적거린다.
산에서 흙을 파는 사람들.
공장에서 도자기를 빚거나 그림을 그리는 도공들.
가마에 불을 때는 사람들.
완성된 도자기를 짚으로 감싼 것을 마차에 싣고 운반하는 사람들. 등등
번화한 거리
그 거리의 주막. 사람들 북적.
[주모! 술 떨어졌어!] [술 달라고 한 게 언제인데 꿩 구워먹은 소식이야?] 술 마시던 일단의 도공들이 빈 술병 쳐들며 누군가에게 외치고.
[기다리세요. 지금 나가요.] 카운터 형태의 주방에서 누군가 외치고
손대낭; [아유 죄송해요 어르신들.] 주방에서 쟁반에 술병과 안주를 얹고 나오는 손대낭. 머리를 수건으로 묶었고 얼굴에는 점을 여러 개 찍어서 마치 곰보인 것처럼 꾸몄다. 낡은 옷을 입었지만 소매를 걷어붙였고 대충 입은 옷이 오히려 육감적으로 보인다
손대낭; [주인 언니가 몸 져 눕는 바람에 일손이 딸리지 뭐예요?] 애교스럽게 웃으며 술 달라고 한 자들 자리로 가고
[어쩐지 주모는 안 보이고 손씨만 보인다 했지.] [혼자 손님 받기 힘들겠어.] 사내들 손대낭의 몸매를 훔쳐보며 헤벌레하고. 다른 자리의 사내들로 헤벌레 하고
손대낭; [술이 나오는 게 늦어서 이건 공짜로 드리는 안주예요.] 안주부터 상에 내려놓고
[이거 참 고맙구먼.] [잘 먹겠네.] 헤벌쭉 하는 놈들. 그 사이에 한 놈이 슬쩍 손대낭의 엉덩이를 만지려 하지만
손대낭; [필요한 거 있으면 또 불러주세요.] 스윽! 술병을 내려놓고 흐르듯이 움직여서 그자의 손길을 피하고
[이크!] 헛손질하고 휘청하며 급히 탁자를 잡는 그자
손대낭은 다시 주방쪽으로 가고 있고.
지나갈 때 근처 탁자에서 다른 놈들이 또 손대낭의 엉덩이 만지려 하지만
살짝 살짝 엉덩이를 흔들어 그자들의 손길 피하며 주방으로 가는 손대낭
[뒤에도 눈이 달렸나?] [손 맛 보는 인간이 한명도 없어.] 입맛 다시는 처음 탁자의 도공들
[비록 얼굴은 얽었지만 싹싹한데다가 몸매가 착해서 자꾸만 이 가게를 찾아오게 돼!] [손씨가 이 가게에서 일한 후로 매상이 배로 올랐다더만.] [주모가 복 터진 거지.] 주방에서 다시 음식 장만하는 손대낭의 모습 배경으로 도공들의 대화
손대낭; (경덕진으로 몸을 숨긴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통통! 칼질하며 생각하고. 주방 벽에는 창문이 있고 창문은 환기를 위해 열어놨다. 창문 밖은 좁은 골목이고. 주방에서 그 골목으로 통하는 쪽문도 있다.
손대낭; (지금쯤 위가장의 추격도 시들해졌으니 북경으로 접근해봐야겠다.) 통통 칼질하면서 생각하고
손대낭; (물론 북경으로 간다 해도 위가대원에 갇혀있는 교주님을 구할 능력 따윈 내에 없지만...) 찡그리고
손대낭; (어쩐지 북경에만 가면 방법이 생길 것같은 생각이...) 생각할 때 + 덜컹! 갑자기 주방에서 뒷골목으로 통하는 쪽문이 열리더니
몸을 숙이고 얼른 주방으로 들어오는 황보민. 겁에 질린 표정인데 물론 여장이다. 흠칫! 하며 돌아보는 손대낭
손대낭; [이봐 아가씨! 남의 가게에 함부로 들어오면...] 말하다가 멈추고
몸을 숙인 채 문을 닫으며 손가락을 입에 대는 황보민. 겁에 질린 표정. 그 직후
<이쪽이다!> <그년이 이 골목으로 도망쳤다!> 휘익! 타탁!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휙! 휙! 열린 창문을 통해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 세 놈이 날 듯이 골목을 달려 지나가는 옆모습이 보이고.
손대낭; (그러니까 뭐야?) 다시 황보민을 보고. 황보민은 쪼그려 앉은 채 문에 귀를 대며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고. 겁에 질린 표정
손대낭; (요 꼬맹이가 어떤 놈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거잖아.) 황보민을 볼 때
황보민; [고마워요 아주머니.] 억지로 웃으며 일어나고
황보민; [폐를 끼쳤어요. 은혜 잊지 않을 게요.] 다시 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가고.
골목으로 나가 두리번거리는 황보민. 뒤로 쪽문을 닫으면서. 이어
사내들이 달려온 쪽으로 달려가는 황보민
손대낭; (곱게 자란 아이 같은데...) 열린 창문을 통해 골목을 내다보고
손대낭; (무슨 일로 잘 나빠 보이는 놈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생각할 때
타탁! 타닥! 다시 들리는 빠른 발걸음 소리. 이어
[여긴 막다른 길이었다!] [이년이 중간에서 샜구나.] 달려갔던 놈들이 다시 달려서 주방 창문 밖을 달려간다.
[망할 년! 잡히기만 해봐라.] [끌고 가기 전에 걸레로 만들어버릴 테다.] 이를 갈며 달려가는 자들. 타타탁! 발 자국 소리
손대낭; [이거 참...] 한숨 쉬며 칼을 내려놓고. 그때
[주모! 안주가 왜 이렇게 늦어?] [술도 떨어졌어!] 홀에서 외치는 손님들
손대낭; [급한 일 좀 보고 올게요.] 앞치마를 풀고.
손대낭; [술은 알아서 가져다 드세요.] 앞치마를 옆의 탁자에 걸쳐놓고. 이어
손대낭; (딸같은 계집아이가 위험에 처한 걸 보고도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다시 칼을 집어들고. 한 자루를 더 집어서 양손에 든다
손대낭; (정체가 들통 날 위험이 있긴 하지만 따라가 봐야겠다.) 삐꺽! 문을 열고 골목으로 나간다. 양손에 부엌칼을 든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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