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천장] 78화
#397>
<-천마성> 역시 아침. 정문은 열려 있고 장사치를 비롯한 사람들 드나든다. 천마성 무사들이 경비를 서며 출입하는 사람들 살피고.
문 옆의 담벼락 아래 몇 명의 거지들이 거적을 뒤집어쓰고 자거나 졸고 있다. 그 중에는 철각독개도 끼어있다
<저 거지 새끼들... 신경 쓰이는구만.> 무사들 중 한명이 거지들을 힐끔 보며 동료들에게 전음을 보내고. 다른 무사들도 거지들을 보고
<개방 소속의 걸개들인 게 분명한데... 대놓고 우리 천마성을 감시하고 있어!> 거지들을 노려보고는 그 무사
<냅둬! 개방 거지들은 건드려봐야 귀찮아지기만 해!> <개방은 구파일방에 속하긴 하지만 정확히는 정파와 마도 어느 쪽 편도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전음으로 대화 나누는 천마성 무사들
<시비 붙어봐야 우리 손해니까 귀찮더라도 못 본 척하자구.> <본성 내부로만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하면 돼!> 무사들의 전음 내용
철각독개; (그 새끼들...) 거적 뒤집어쓴 채 피식 웃고
철각독개; (머리 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구만.)
철각독개; (하지만 제놈들이 우릴 어쩌겠는가? 세상 천지에 없는 곳이 없는 게 우리들 거지들인데...)
철각독개; (등애처럼 달라붙어서 네놈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주마.) 거적을 다시 여며 몸을 가리는 철각독개
#398>
천마성 내부
벽세황이 갇혀있었던 감옥 건물. 엄중한 경비
청풍; [지내시기 어떠시오?]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흑백신귀에게 말한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철창이 쳐진 여러 개의 감방에 무제궁 무사들이 갇혀있다. 부상자들은 누워있고 성한 자들은 책상다리 하고 앉아서 청풍을 노려본다. 청풍의 뒤에는 지당주와 덩치가 큰 노인이 눈을 부라리며 서있다.
등받이가 없는 간이의자에 앉은 청풍이 보고 있는 철창 안쪽 감방에는 흑백신귀와 여러 명의 노인들이 갇혀있다. 흑백신귀는 맨 안쪽의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백귀; [우리 안부가 왜 궁금한 것이냐?] 불쾌
청풍; [피아를 떠나서 무림의 선배인데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소이까?]
백귀; [눈물 나게 고맙군.] 코웃음
청풍; [연로하신 몸으로 부상도 가볍지 않으니 좀 더 쾌적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시는 게 어떻겠소이까?]
백귀; [됐다!] 냉소
백귀; [아이들이 고초를 당하고 있는데 노부들이 어찌 편히 지낼 수 있겠느냐?]
[마태자의 제안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장로님!] [저희들 생각은 마시고 뇌옥에서 나가십시오!] [젊은 저희들이야 어디에서든 못 지내겠습니까?] 다른 감방의 젊은 무사들이 말하지만
백귀; [입 다물어라 이놈들아.] 버럭
백귀; [몸 편한 대신 마음이 불편할 바에는 이 뇌옥이 더 났다.] 화를 내고
[장로님...] 젊은 무사들 울상
흑신; [인사치례는 됐고...] 처음으로 입 열고. 그러자
모든 사람들 흑신을 보고
흑신; [이제 그만 오늘 노부들을 찾아온 목적을 말해보게.] 청풍에게
청풍; [흑신선배의 예리한 안목은 속이지 못하겠소이다.] 웃으며 포권하고
백귀; [네놈,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찾아온 것이냐?] 화가 나서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한 가지 기밀을 알려드리고 한 가지 제안을 하려 찾아뵈었소이다.]
백귀; [기밀과 제안?]
흑신; [알려주겠다는 기밀부터 듣도록 하지. 제안은 그 후에 생각해보도록 하고...]
청풍; (역시 충동적인 백귀보다는 심기가 깊은 흑신이 상대하기 까다롭군.) + [두 분은 운중신룡 위진천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오?]
흑신; [위진천이 하남성의 명문호족인 위가장 출신으로 칠지마제님의 둘째 제자임을 모르는 무림인이 있는가?]
청풍; [그 위가장이 사실은 혈교라면 어떻겠소이까?] 웃고
[혈... 혈교!] [위가장이 혈교라고?] 모든 사람들 경악
청풍; [정확히 말하자면 위가장은 혈교가 유사시를 대비해서 무림에 숨겨놓은 비밀호법 가문이었소이다.]
[그... 그런...] 사람들 경악
백귀; [무슨 수작이냐?] 이를 갈고
백귀; [위진천을 혈교의 앞잡이로 몰아서 무제궁에 내분을 일으킬 속셈인 것이냐?] 노려보고. 다른 사람들도 의심의 눈초리
청풍; [두 분도 북경에서 경태제 주기각을 복위시키려는 역모가 발생했었다는 소식은 들으셨을 것이외다.]
백귀; [뜬금없이 황실의 역모는 왜 꺼내는 것이냐?]
청풍; [그 역모를 주도한 환관 위태극이 사실은 위가장의 전대 가주였기 때문이외다.]
[그런...] [위가장이 역모를 꾸미다니...] [불똥이 우리 무제궁까지 튀지 않을지 모르겠군.] 다른 사람들 걱정하고 놀라고
백귀; [그렇다 치고...] 뚱하게
백귀; [위태극과 혈교는 또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이냐?] 노려보고
청풍; [위태극은 혈교의 마지막 교주였던 십면혈신 용극의 손자 용린을 북경에 있는 자신의 집 지하에 가둬두고 있었소이다.]
[!] [!] 사람들 놀라고
#399>
감옥을 밖에서 본 장면. 시간이 좀 지났고
백귀; [너... 너희 천마성의 외총관이었던 위극겸이 지금까지 용린으로 위장하고 있었다니...] 놀라고. 다른 사람들도 경악하고
흑신; [그럼 위극겸이 자기 아들 위진천을 칠지무제님의 제자로 들여보낸 것은...] 심각.
청풍; (칠지무제의 후처 문설약이 혈교의 제자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없겠지.) + [물론 기회를 보아 무제궁을 삼킬 생각이었겠지요.]
백귀; [큰... 큰일이로군.] [칠지무제님께서는 위진천의 정체를 모르시니 언제 음해를 당하셔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니...] 초조. 다른 사람들도 초조하고
흑신; [한 가지 기밀은 들었고...]
다른 사람들 흑신 주시
흑신; [이제 제안을 말해보게.]
지당주; (내색은 안하지만 제대로 몸이 달았군.) 웃고
청풍; [위진천의 정체를 무제궁에 알릴 기회를 드리겠소이다.] [대신...] 뜸을 들이고
백귀; [빨리 말해봐라! 원하는 게 뭐냐?] 초조
청풍; [철수무정 벽세황에 관련하여 숨기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오.]
백귀; [신장궁의 소궁주였던 그 망나니에 대해 우리가 뭘 숨기고 있다는 것이냐?] 어리둥절. 찌푸리고
청풍; [내 얼굴을 하고 죽은 벽세황의 시신을 두 분이 검수하신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만...] 지긋이 보고
흑신; [벽가놈의 시신에서 찾으려는 게 뭔지부터 말해야하지 않겠느냐?]
청풍; [반지외다!]
백귀; [반지?]
청풍; [벽세황은 어떤 반지를 지니고 있었는데 신장궁으로 돌려보내진 시신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소이다.]
백귀; [그래서 그 반지를 우리가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냐?] 노려보고
청풍; [벽세황은 아마도 그 반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삼켰을 것이외다.]
백귀; [그렇다면 우린 그 반지를 발견할 기회가 없었다. 벽가놈의 시신을 해부 해보진 않았으니까.]
흑신; [마태자!] 음침한 표정으로 말하고. 흠칫! 하며 돌아보는 백귀
청풍; [말씀하시지요.]
흑신; [네가 찾고 있는 그 반지가 혹시...] 강렬한 표정
청풍; [노사께서 생각하시는 그 반지가 맞소이다.] 끄덕
흑신; [!] 놀라 눈 부릅
백귀; [왜 그러는가 흑신?] 어리둥절
백귀; [대체 벽가놈이 몸에 숨기고 있었던 반지라는 게 뭔데...] + [!] 말하다가 뒤늦게 깨닫고 눈 부릅뜨고
백귀; [설... 설마 네가 찾고 있는 반지라는 게 성마...] + 청풍; [그렇소이다.] 말을 막고
백귀; [맙소사! 그걸 벽가놈이 갖고 있었다니...] 전율하고
<장로님들이 왜 저러시지?> <마태자가 찾고 있는 반지가 대체 뭐길래...> 무제궁 무사들은 어리둥절하고
[!] 그 무사들 중 한명이 흠칫! 하고. 그자는 바로 #45>에서 위진천이 성문에 매달려 있던 청풍의 모습을 한 벽세황의 배에서 반지를 찾아내던 장면을 본 무사들 중 한놈이다. 무사1로 표기.
무사1; (설마 마태자가 찾고 있는 반지라는 게...) 흥분하는 무사1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45>에서 위진천은 성문에 내걸린 청풍의 모습을 한 벽세황의 시체를 향해 손바닥을 펼치고 있고 갈라진 벽세황의 시체 복부에서 피가 묻은 성마지환이 빠져나와 위진천의 손바닥으로 날아들어가는 장면이다. 그때
흑신; [마태자...] 다시 침중하게 청풍을 부르고
돌아보는 청풍.
흑신; [네 생각이 확실한 것이냐?]
청풍;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그 물건이 신장궁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은 냉혈전호 황보륜을 통해서 확인이 되었소이다.]
백귀; [냉혈전호 황보륜!]
흑신; [대륙상단의 그 돈벌레가 확인한 것이라면 사실이겠군.] 끄덕이고
청풍; [위진천의 정체를 칠지무제에게 알리고 싶다면 벽세황의 시신에 들어있던 그 반지의 행방을 말씀해주셔야겠소이다.] 강렬한 표정. 하지만
흑신; [우릴 핍박해도 소용없다.] 고개 젓고
청풍; [정말 그 반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계시는 거요?]
백귀; [믿든 말든 네 자유다만...] 퉁명스럽게
백귀; [우리가 벽세황의 시신에서 찾아낸 게 없는 건 사실이다.]
청풍; (거짓말을 하는 것같진 않고...) 찡그리고
청풍; (그렇다면 성마지환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난감해할 때
무사1; [할 말이 있소 마태자!] 동료들 틈에서 무릎걸음으로 철창쪽으로 나오며 말하고.
흑백신귀와 모든 무제궁 무사들 무사1을 돌아보고. 청풍도 돌아보고
청풍; [말해보시오.]
무사1; [찾고 있는 반지의 행방을 알려주면 무제궁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겠소?] 긴장해서 말하고
백귀; [왕융(王戎)! 너 혹시...] 놀라고
무사1; [예! 제자가 반지의 행방을 알고 있습니다 장로님!]
백귀; [그럼 입을 다물고 있어라!] 노려보고
무사1; [장... 장로님!] 겁에 질리는데
백귀; [그 반지는 절대 천마성의 것이 되면 안되는 물건이다.] 이를 갈며 말하고. 그때. + 흑신; [그만 하게 백귀!] 침통한 표정으로 말리고
백귀; [흑신!] 돌아보고
흑신; [칠지무제님의 안위가 백척간두인 상황일세.] [얻어도 딱히 쓸모가 있는 게 아닌 그 반지 때문에 칠지무제님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네.] 심각하게
백귀; [그렇긴 하지.] 한숨. 이어
백귀; [약속은 지켜라 마태자.]
청풍; [일구이언(一口二言)은 이부지자(二父之子)라 하지 않소?] 웃고
청풍; [목에 칼이 들어와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욕되게 하진 않을 테니 믿어도 좋소.] 말하며 무사1을 보고. 그러자
무사1; [그럼 장로님들께서 허락하신 것으로 알고 말하겠습니다.] 흑백신귀에게 고개 숙이고. 이어
무사1; [소성주 얼굴을 한 벽세황의 시체가 천마성 성문에 내걸렸었는데...] [그 시신의 배가 갈라진 틈으로 드러난 반지를 어떤 자가 수습을 했었소이다.]
청풍; [그자가 누구요?]
무사1; [위진천이오!]
[!] 눈 부릅 청풍. 지당주도 놀라고.
감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400>
감옥에서 나오는 청풍과 지당주. 심각한 표정인 청풍.
청풍; (위진천...) (다른 놈도 아니고 그놈이 성마지환을 손에 넣었다?)
청풍; (자칫하다가는 성마동천에 숨겨진 천마조사와 무성의 절기가 위씨일족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다.) + [지당주!]
지당주; [예 소성주님!]
청풍; [본성의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서 위진천이 지금 어디 숨어있는지 알아내도록 하시오.] [관부에도 도움을 청하고!]
지당주; [존명!] 포권하고. 이어
서둘러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지당주
청풍; (혈교 내에서 성마지환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걸 보면 위진천은 아직 자신이 찾아낸 반지가 성마지환임을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놈이 성마지환의 정체를 알아차리기 전에 빼앗아야만 한다.) 강렬한 표정
#401>
<-금릉 남쪽 오십여 리의 도시 무호(蕪湖)> 강가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 때는 오전. 해가 제법 높이 떴다.
객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고
객잔 내부의 여러 개의 방문이 달린 길쭉한 건물. 손님들이 떠나서 대부분의 방문들이 열려 있다. 한 두 개만 닫혀있고. 중년의 점원이 비질을 하고 있다. 좀 소심하고 몸도 약해 보이는 사내다.
덜컹! 닫혀있던 방문들 중 하나가 열리고.
비질하다 돌아보는 점원
그 방에서 나오는 소녀. 여장을 한 황보민이다. <마면기정 자료집 23페이지>의 여장한 황보민 캐릭터. 손에 지팡이와 죽립도 들었다. 먼 길 떠나는 차림
점원; (이게 무슨...) (여긴 남자 손님들만 받는 객사(客舍)인데...) 당황할 때
황보민; [수고가 많으세요.] 놀란 표정의 점원에게 고개 조금 숙여 인사하고
점원; [아 예...] 당황 굽신
황보민; [안에 있는 옷은 버리는 거니까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죽립을 쓰면서 말하고. 건물을 등지고 멀어지며
점원; [안녕히 가십쇼.] 굽신거리고
죽립 쓰고 지팡이 짚은 채 건물들 사이로 걸어가는 황보민
점원; [이거 참...] 머리 긁적이고
점원; [분명 저 방에는 예쁘장한 도련님이 투숙했었는데...] 갸웃하며 열려있는 방문으로 간다. 그러면서 지난 밤 자신이 황보민을 안내하던 장면 떠올리고. 당시 황보민은 죽립을 들고 지팡이를 옆구리에 낀 채 보자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방안을 기웃거리는 점원
침대 하나와 탁자, 의자 두 개가 있는 단촐한 객실. 헌데 탁자 위에는 잘 갠 남자 옷이 한 벌 얹혀져 있다
점원; (저 옷...) 깨닫고
점원; (지난 밤 이 방에 투숙했던 도련님이 입고 있었던 옷이다.) (그렇다는 건...)
<지난 밤 투숙한 어린 손님은 남장 여자였구나!> 객잔의 입구로 나서는 황보민의 모습 배경으로 점원의 생각 나레이션
#402>
황보민; (지금쯤 대륙상단은 발칵 뒤집혔겠지?) 객잔을 나와 사람들 오가는 거리로 접어들면서 생각하고
황보민; (외숙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는 대륙상단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이하 거리를 걸어가며 생각하고
황보민; (그 마녀같은 여자가 도사리고 있는 한...) 패소정이 자신을 벗겨놓고 희롱하던 장면 떠올리며 입술 깨물고
황보민; (신장궁까지 가는 길은 책을 통해서 여러 번 확인했으니 별 문제 없을 테고...)
황보민; (여장을 했으니까 설령 외숙이 사람들을 풀었어도 날 찾아내진 못할 거야.)
황보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만 골라서 가야해.)
황보민; (혼자 길을 가면 이목을 끌 수도 있으니까.)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쿵! 앞쪽에서 걸어오는 패소정. 빠른 걸음. 워낙 거구라 사람들이 놀라며 피하고. 오른손에는 커다란 상자를 들었다. 윗부분에 손잡이가 달려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나무 상자다.
황보민; (패... 패소정!) 전율하고
황보민; (저... 마녀가 벌써 내 행적을 알아차리고 잡으러 온 걸까?) 겁에 질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가로 피하고. 이윽고
슥! 다른 사람들 사이로 섞여 물러선 황보민의 앞을 지나가는 패소정의 옆모습.
황보민; (아니야!) 안도하고
황보민; (저 마녀는 날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이곳 무호에 온 거야.) 이제 앞을 지나가 약간 뒷모습을 보이는 패소정을 보며 생각할 때
[!]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 뜨는 패소정
홱! 멈춰서면서 고개 홱 돌려 황보민 쪽을 보는 패소정. 하지만
황보민; (위험해!) 반사적으로 고개 숙이며 돌아서고. 죽립을 숙이면서
패소정; [...] 찡그리며 돌아보는 패소정. 사람들이 눈치 보며 오간다. 그 사이에 죽립을 쓴 황보민이 돌아서며 사람들과 섞여 걸어가려는 옆 모습도 보이고
패소정; (익숙한 눈길 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자신이 온 쪽을 노려보는 패소정. 이제 황보민은 뒷모습을 보인 채 걸어가고 있다.
패소정; (긴장해서 신경이 예민해졌던 모양이다.) 다시 돌아서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는 패소정
황보민; (살... 살았다!) 가슴 쓸어내리고
황보민; (정말 대단한 마녀야! 내가 자신을 살피고 있는 걸 직감으로 알아채기도 하고...) 곁눈질로 뒤를 보며 좀 빨리 걸어가고
황보민; (빨리 무호를 빠져나가야만 해!) 부둣가로 가고
<여기서 배를 타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신장궁 쪽으로 우회하면 외숙이 보낸 자들도 날 따라잡지 못할 거야.> 배가 많이 정박해있는 부두로 내려가는 황보민의 모습 배경으로 황보민의 생각 나레이션
#403>
위 도시의 어느 객점. 상당히 크고 사람들 많이 드나든다.
그곳으로 오는 패소정
객점으로 들어가는 패소정. 나오던 사람들이 패소정의 거구에 겁을 먹고 주춤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패소정의 뒷모습. 사람들 그런 패소정의 뒷모습을 돌아보고
[분명 여자지?] [그것도 상당한 미모의 계집이야.] 패소정의 뒷모습 보며 수군대는 사내들
<무슨 계집의 덩치가 산만하지?> <사내들 중에서도 저 정도 덩치는 못 봤어!> <저래서는 시집 가긴 애초에 틀렸구만.> 사람들 수근댐을 배경으로 객점 안으로 들어서는 패소정. 객점 안에는 많은 손님들이 먹고 마시느라 북적댄다.
패소정; (버러지 같은 놈들...) 좀 찡그리며 식당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고
카운터에 있다가 흠칫! 하며 패소정을 보는 중년 사내. 전형적인 식당 주인.
입구 근처의 손님들도 놀라 패소정을 돌아보고
패소정; (나는 뭐 이런 덩치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아나?) 찡그리며 카운터 쪽으로 가고
주인; [어서 오십쇼 소저!] 급히 고개 숙이며 패소정을 맞이하고
패소정; [조용히 식사할 만한 곳으로 안내해주세요.] 도도하게
주인; [예예! 이리로 오십쇼!] 굽신거리며 패소정을 안내하고
홀에서 안쪽으로 통하는 문으로 패소정을 안내하는 주인. 식당 안의 사람들과 점원들은 힐끔거리며 패소정의 뒷모습을 보고
복도를 지나는 주인과 패소정. 복도에는 몇 개의 문이 있고
주인; [이방이 조용합지요.] 덜컹! 그중 하나의 문을 열고
말없이 그 문으로 들어가는 패소정. 문 안쪽은 그리 넓지 않은 방이다. 중앙에 탁자가 있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네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다른 가구는 없고.
탁! 안으로 들어가 탁자에 상자를 얹어놓는 패소정. 주인도 따라 들어와서 문을 닫고. 이어
주인;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철컥! 문 옆에 천장에서 늘어트려진 굵은 줄이 있고
끼릭! 그 줄을 당기는 주인. 그러자
덜컹! 방 전체가 움직인다. 일종의 엘리베이터다. 화물용 엘리베이터같은 모습
그긍! 아래로 내려가는 방. 말없이 서서 보는 패소정. 직후
방의 한쪽 면에서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문이 없는 엘리베이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아래층이 보이는 모습이고
쿵! 한쪽 면을 통해서 드러나는 화려한 거실. 고급스러운 집기들로 가득 차있다. 소파와 탁자, 침대, 화장대 등등
덜컹! 마침내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는 방이 멈춰서고
주인; [이리로 오십시오.] 앞장 서서 지하의 밀실로 들어서고
다시 상자를 들고 따라가는 패소정
주인; [편히 앉으십시오 칠호사자(七號使者)님!] 소파를 가리키며 앉길 권하고
패소정; [수고가 많아요 분타주(分舵主)!] 소파 앞의 탁자에 상자를 내려놓고
주인; [별 말씀을...] [그보다 가져오신 상자 안에 든 것이...] 패소정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상자를 보며 묻고. 패소정은 상자 뚜껑의 걸쇠를 풀고 있다.
패소정; [신장궁에서 만든 정화통이에요.] 덜컹! 상자의 뚜껑을 한쪽으로 열고
쿵! 드러나는 상자 안의 모습. 바로 냉혈전호가 독룡곡에 들어갈 때 사용했던 정화통이다.
패소정; [이걸 쓰면 독룡곡의 가장 깊은 곳까지도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교주님께 전해주세요.]
주인; [그리하겠습니다.] [하온데...]
패소정;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요?] 소파에 앉고
주인; [워낙 위중한 사안이라 직접 뵙고 말씀드리려고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았습니다만...]
주인; [우리 위가장이 역적으로 몰려 황실로부터 토벌을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 놀라는 패소정의 얼굴
#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