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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뭐야 저 인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검을 다시 꼽고. 스스스!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운도 흩어진다

청풍; [그냥 가버리는데? 금방이라도 날 죽일 듯이 굴더니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권완을 보고

권완; [난릉왕도 꺼리는 게 있었던 거겠죠.] 웃으며 곤오용봉채를 다시 꽂고

청풍; [하하하! 내가 인상 쓰면 좀 먹히는 편이긴 하지?] 오만방자하게 웃고

권완; [우리들에게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대원수와 공손대낭이 가셨어요.] 한숨

권완;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경박하게 행동하지 마세요.]

청풍; [그... 그래야겠지?] 머리 긁적

청풍; [유품을 거두어다가 명산에 절을 지어 혼이라도 달래줄까?] [뭐 달래줄 혼이 남아있기나 할지 모르겠다만...]

권완; [어째서 당신 형제들은 툭하면 절을 지어 혼을 위로해준다는 건가요?] [시숙께서도 제가 죽으면 그렇게 해주시겠다더니…] 한숨 쉬고

청풍; [셋... 셋째 형이 그딴 소릴 했어?] 머리 긁적

권완; [대낭이 쓰던 검이나 가져오세요.] [우린 여기 더 있을 필요가 없겠어요.] 상자와 황금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공손대낭의 쌍검을 보며 말하고

청풍; [알았어!] 보물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스슥! 슥! 백영과 여덟 명의 미녀들이 보물들을 에워싸고.

형파; [경거망동하지 마라!] 눈 부릅뜨며 말하고. 주저앉아 있는 상태.

청풍; [뭐야?] 인상쓰며 마주 노려보는데

권완; [여러 고인들께서는 저희를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뒤에서 청풍의 팔을 잡아 진정시키고

권완; [저희는 다만 대낭이 마지막으로 남긴 검이나마 거두어 가려고 할 뿐입니다.]

형파; [안될 말이다!]

형파; [우리의 허락 없이는 돌 조각 하나도 이 자리에서 가져가지 못한다.]

청풍; [영감! 주인 없는 물건이라고 주인노릇 하려는 거야 뭐야?]

형파; [애송이 놈이 감히!] 분노하는데

청풍; [그래서 어쩔건데?] 불량스럽게 째려보고

청풍; [천하제일인을 자처하는 난릉왕도 내 앞에서 검을 뽑지 못한 걸 못 봤어?] [꼬우면 한번 붙어보든가!] 눈을 흡뜬 채 불량스럽게 윽박지르고

형파; [오냐! 죽기를 원한다면 소원을 들어주마!] 이를 부득 가는데

권완; [신경쓰지 마세요. 허장성세일 뿐입니다.]

움찔 형파

권완; [현재 이 자리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어여쁜 언니들과 저분 검객뿐이에요.] 보물들을 에워싸고 있는 백영과 여자들을 보고

형파의 동료들과 역천마도와 이수낭자 움찔하고

권완; [다른 분들은 난릉왕의 일주천검(一周天劒)에 타격을 입어서 운신도 하기 힘든 상태랍니다!] 배시시 웃고

형파의 얼굴이 실룩이고

청풍; [옳거니! 전부 다 산송장이었구만!] 주먹으로 손바닥 치며 좋아하고

역천마도와 이수낭자의 얼굴도 굳어지고

청풍; (그러니까 뭐야? 내가 저 보물들을 차지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사실상 저 흰둥이뿐이라는 거잖아!)

청풍; (으흐흐! 이게 웬 횡재냐? 난릉왕까지 눈독을 들였던 저 보물들을 몽땅 가져가면 구두쇠 꼰대도 날 용서할 수밖에 없을 거야!) 보물들을 보며 침 꼴깍. 그때

역천마도; [소형제는 누군가?] 관심을 돌리려고 말을 걸고

청풍; [나?]

청풍; [철궁의 궁주요.] 엄지손가락으로 자길 가르키며 거만하게

역천마도; [철궁?] 어이없고

형파; [으하하하! 힘없는 놈들 등이나 쳐먹는 철궁의 궁주라고?] 비웃고.

뚱보노인; [무공은 보잘 것 없으면서 협잡질에나 능하다는 그 철궁?]

깡마른 노인; [그래도 여우쯤 되는 줄 알았더니 쥐새끼였군!]

청풍; [주둥이들 닥쳐!] 눈 부라리고

[뭐라?] 형파와 두 노인 분노하고

청풍; [기억해둬 영감탱이들아!] 손가락으로 삿대질

청풍; [철궁을 비웃는 건 상관없지만 나 제천대성은 얕보지 않는 게 무병장수에 도움이 될 거야!] 냉소하며 돌아서고

[저... 저 싸가지 없는...!] [허어!] 기가 막힌 노인들

역천마도는 피식 웃고.

청풍; [시들어서 좆도 못 쓰는 쭈그렁탱이들이 말이야!] 코웃음치며 보물들이 쌓여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좆... 좆도 못 써?> 기가 막히는 사람들.

권완과 이수낭자는 얼굴이 발개지고

그 사이에 보물들을 향해 다가가는 청풍. 그러자

[호호호!] [더 이상은 안돼요 공자님!] 미녀들이 나비처럼 하늘거리며 날아올라 청풍의 앞을 가로 막는다. 백영은 그년들 뒤에서 보고 있고

청풍; [언니들은 비켜!] [방해하면 여자라도 봐주지 않아!]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어머나 무서워라!] [정말 우릴 때리실 거예요?] [아잉! 미워요 공자님!] 여자들이 교태를 부리고 아양을 떨며 청풍을 에워싼다.

교태로운 자태로 추파를 보내고 가슴과 미끈한 각선미를 슬쩍 슬쩍 드러내보이기도 하는 그년들

[으헥!] 눈이 띠용하는 청풍

여자들의 야한 몸매 여기 저기 크로즈 업

청풍; (천.,.. 천국이당!) 눈이 풀리고 표정이 헬렐레해지는데

권완; <살고 싶으면 정신차리세요!> 갑자기 청풍의 뇌리에 전해지는 권완의 경고. 말 풍선 안에 한숨 쉬는 권완의 얼굴

[!] 퍼뜩 정신을 차리는 청풍. 직후

슉! 소리없이 청풍의 배를 찔러오는 비수.

청풍; [으헉!] 스팟! 몸을 틀며 뒤로 홱 물러서는 청풍. 그 앞에서 비수를 찌르는 한 년

서걱! 청풍의 가슴 부분의 옷이 비수에 스쳐 잘려지고

청풍; [뭐하는 짓이야? 위험하잖아!] 잘려진 옷을 보며 인상 쓰는데

[호호호!] [가지 마세요 공자님!] [저랑 같이 놀아요!] 나비처럼 날아서 청풍을 공격해오는 년들. 모두 비수를 한 자루씩 들었는데 얼굴에는 교태가 넘친다

청풍; [이 언니들이 정말!]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려 하지만

날아드는 여자들의 야한 자태. 저고리가 벌어져서 유방이 드러나고 어느덧 길게 갈라진 치마가 뒤로 흩날리며 미끈한 다리와 심지어 사타구니 속도 드러나 보인다. 얼굴에는 교태로운 미소와 웃음

청풍; [으헉!] 코피가 팍 터져서 비틀하는 청풍

형파; [미혼대법(迷魂大法)이로구나!] 놀라고 분노하며 눈 부릅뜨는데

슈슉! 슉! 호호호! 까르르! 사방 팔방에서 칼질을 하는 여자들. 속살을 다 드러낸 채 웃으면서 공격한다

청풍; [으악! 아이쿠!] 허둥대며 겨우 겨우 여자들의 공격을 피하는 청풍. 몸의 여기저기가 칼에 스쳐 옷이 찢기는데

청풍; (반... 반격을 해야하는데...!) 허둥대면서도 곁눈질

벌어진 저고리 속에서 출렁거리는 여자들의 유방, 미끈한 다리가 갈라진 치마 속에서 드러나있고

청풍; (으으으! 이 이쁜 것들의 어딜 때리지?) 허우적대며 겨우 겨우 피하고

고개 설레 젓는 권완.

형파; [저... 저 요망한 것들...!] 분노하면서도 헥헥 대며 구경한다. 다른 노인들도

[...!] 찡그리며 보고 있는 역천마도.

이수낭자도 이마 찡그리고

호호호! 한 년이 도약하며 발로 청풍의 턱을 차온다. 헌데 그년이 신은 꽃신에는 칼날이 삐져나와있다.

청풍; [으헥!] 간발의 차이로 몸을 뒤로 젖혀서 그년의 공격을 피하지만

그러다가 위를 보며 눈이 띠용하는 청풍.

가위차기로 두 다리를 쭉 뻗은 그년이 청풍의 얼굴 위를 날아 지나가는데. 그년은 치마 속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다.

청풍; (봐.... 봤다!) 뒤로 자빠지며 입이 귀에 걸리는 청풍. 그의 머리 속으로 조가비가 떠오른다. 헌데

권완; <정말 정신 안 차릴 거예요?> 뒤로 나자빠진 청풍의 뇌리로 권완의 노려보는 얼굴이 떠오르고

[!] 바닥에 나자빠진 채 눈 부릅 청풍

슈슉! 호호호! 여러 년이 허공에서 그를 향해 비수를 던진다.

청풍; [이크!] 슈욱! 생사일보를 펼쳐서 몸이 가늘어져 피하는 청풍

퍼퍽! 바닥에 박히는 비수들

슈욱! 권완의 옆으로 나타나는 청풍

형파; [제법 특이한 무공이군!] 눈 번뜩이고

역천마도; [...!] 생각하는데 뇌리로 공자묘에서 청풍의 생사일보에 왼팔이 잘렸던 것을 떠올린다.

[...!] 백영도 무언가 생각하는데

청풍; [으으으! 무시라! 하마터면 총각귀신 될 뻔했네!] 권완의 어깨에 한 팔 얹어서 기대며 헥헥 대고. 옷이 너덜 너덜 해졌다.

권완; [난릉왕과도 당당하게 맞섰던 당신이 이렇게까지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군요.] 눈을 흘기고

청풍; [으으으! 말... 말도 마!]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야! 요물들이야!] 헥헥 앞을 본다.

여자들은 다시 보물들 앞에 죽 늘어서 있는데 몸의 대부분을 드러낸 야한 차림으로 교태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레이싱 모델들 같다

권완; [그래도 미녀들과 어울리면서 좋아라 하던 것 같던데요?] 샐쭉

청풍; [좋... 좋기는 뭘....] [그... 그냥 조가비를 처음 보다 보니 충격이 컸던 것뿐이라구!] 다시 머리에 조가비를 떠올리며 헤벌레. 눈은 허공을 향하고

권완; [조가비를 처음 봐요?] 의아해하고

청풍; [읍!]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형파; [낄낄! 보기보다는 순진한 놈이로군! 아직까지 그 흔한 조가비도 못 봤다니....] 웃는데

청풍; [영... 영감은 닥쳐!] 당황하여 눈 부라리고

형파; [저놈이 끝내...!] 눈 부라리고

권완; [어쨌거나 대장부가 여자와 다투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하군요.] 한숨 쉬고.

형파와 티격태격하다가 돌아보는 청풍

권완; [여러 언니들께서는 고약한 수법을 익히셨으니 소녀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군요.] 앞으로 나서고

백영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미녀1; [우리는 단지 차를 나르고 심부름이나 하는 계집종일 뿐입니다.] 리더인 듯한 년이 나서며 말하고

미녀1; [주인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신 탓에 대신 물건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니 너무 허물치 마세요.] 두 손을 빌 듯이 모으며 애절한 표정으로 애원하고

[허물치 말아주세요!] 일제히 손을 모으며 애원하는 여자들. 애절한 표정들

멍해지는 남자들.

이수낭자; (무서운 미혼술!) (여자인 나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려!) 가슴을 누르며 할딱

이수낭자; (저 정도의 미혼술이라면 남자들은 절대 저항할 수 없을 거야!) 소리없이 심호릅을 하고

권완; [휴우! 언니들은 너무 아름답군요.] 한숨 쉬며 고개를 살래 젓고. 순간

[!] [!] 뭔가에 충격을 받는 여자들

권완; [정말 아름다워요!] 목에 걸고 있는 은행나무 모양의 법보를 만지며 말하고. 우우웅! 그런 그녀의 두 눈이 백열되며 최면술을 펼치는 분위기. 그러자

여자들의 눈빛이 술에 취한 듯 몽롱해진다. 직후

[아흥!] [하악!] 신음하며 털썩 주저앉아는 두 년.

서 있는 년들도 다리를 후들거리며 떨고 있다.

[아흐응!] [하악!] [날... 날 보고 예쁘다고 했어!] 술에 취한 듯 혼망 간 표정으로 할딱이며 자기 가슴과 얼굴을 만지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차갑게 보는 권완

이수낭자; (단 한 마디 말로 저 요물들의 미혼술을 허물어뜨렸어!) 놀라고

이수낭자; (설마 저 어린 계집이 술법을...!) 권완을 보며 긴장하고, 그때

미녀1; [아... 아가씨는 우... 우리보다 몇 배 더 고명한 수법을 지녔군요.] 사색이 되어 비틀거리며 애원하고

차갑게 웃는 권완

미녀1; [저, 저희에게 건 금제를 풀어줄 순 없나요?] 애원

권완; [당신들은 이제 두 번 다시 미혼술을 사용할 수 없어요.] 돌변하여 차갑게

권완; [미혼술을 쓰려고 생각만 해도 당신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삐뚤어져 가장 흉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권완; [제 말을 믿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세요.]

미녀들은 두려워하면서 다른 미녀들의 얼굴을 살핀다. 헌데

츠츠츠! 그녀들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아름답기 그지없던 얼굴들이 갑자기 흉측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쿵! 마귀할멈처럼 변하는 여자들의 얼굴. 매부리코에 피부가 축 축 늘어진다.

[끼악!] [아악!]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권완;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신 공손대낭께선 수천년을 살았으면서도 오직 한 분, 연모하던 사람을 뒤따랐습니다.]

권완; [당신들은 그런 대낭의 청절(淸絶)을 음란한 짓거리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이지요!] 살벌

[흐윽!] [제... 제발...] [제발 용서를...!] 여자들 얼굴 가린 채 울고

권완; [죽어 마땅하지만 난릉왕조차도 가신 분을 애도하여 살생을 하지 않으셨으니 저도 오늘은 여러분을 해치진 않겠어요.]

권완;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난다면 미혼술은 펼칠 수 없으나 모습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미녀1; [흑흑! 저희는 다만 심부름이나 하는 하찮은 신분입니다.] 추악해진 얼굴로 울고

미녀1;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으니 아가씨께서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애원하는데, 그 직후

슈욱! 시커먼 선 같은 것이 여자들의 몸을 휩쓴다.

아악! 악! 몸이 베어져 비명을 지르는 여자들. 그 여자들 뒤에서 백영이 검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다.

찡그리는 권완.

털썩! 쿵! 나뒹구는 여자들의 몸뚱이

치치치! 다음 순간 그녀들의 몸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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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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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릉왕; [이산굉!] 말을 몰고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말하고

난릉왕; [이 정도가 그대 능력의 전부였는가?] 이산굉을 보고

이산굉은 굳게 입을 다물고 초혼곽 쪽을 쏘아본다. 무언가에 분노하고 있는 모습.

난릉왕; [그대가 본왕을 죽이기 위해 준비한 함정에 대원수가 걸려든 모양이네만...] 여전히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난릉왕; [제왕께서 이미 세상에 존영(尊影)을 드러내셨는데 본왕을 죽인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형파; [!] [제왕은 무슨!] 조소.

하지만 난릉왕은 형파는 상대로 않고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

이산굉; [좋다 난릉왕!] 실룩

이산굉; [나 이산굉이 일을 도모함에 소홀했던 면이 있어 비웃음을 사게 되었음을 인정한다!]

난릉왕; [이번 일이 그저 비웃음을 사게 되는 정도로 끝날 일 같은가?]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로 본다.

이산굉; [서문원수가 소멸된 것은 나의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나 이산굉은 오직 그대를 잡을 생각뿐이었다.] 눈 부라리고

청풍; (뻔뻔한 건지 당당한건지 원....!) 혀를 차고

이산굉; [하지만 이미 일을 그르쳤으니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는 않겠다.] 화를 죽이고

따각! 따각! 대답하지 않고 말을 타고 천천히 돌아다니는 난릉왕

이산굉; [아직은 그대의 명이 다하지 않았으니 다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짝짝짝! 박수를 치고. 그러자

어디선가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녀들이 여덟명이 나타난다. 그녀들은 저마다 쟁반을 하나씩 손에 받쳐 들었는데 모두가 화용월태의 미모를 지녔으며 걸음걸이가 마치 나비가 나는 듯이 사뿐사뿐하다. 쟁반 위에는 똑같은 크기의 선물 상자들이 하나씩 얹혀져 있다.

청풍; (어쭈! 제법 반반한 언니들인데!) 침 꼴깍

이산굉; [약소하지만 이산굉이 준비한 선물일세.] [이걸로 도무를 그만 파하고자 하니 모두 가주시게나.] 여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그러자

여자들은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각기 참석한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쟁반을 바친다. 청풍과 권완 앞에는 두 명의 소녀가 무릎을 꿇고 있다.

난릉왕 앞에는 한 명.

형파와 두 노인 앞에는 세명의 여자.

역천마도와 이수낭자 앞에는 각기 한명.

청풍; (선물이라고?) 호기심

청풍; <이거 받아도 되는 거야?> 권완에게 묻지만

권완; <내키는 대로 하세요. 그리 대단한 건 아닐 거예요!> 대답하며 곁눈질로 난릉왕을 본다.

난릉왕은 여자는 무시하고 손을 보물들이 쌓인 곳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 ! 난릉왕이 담보물로 내놓았던 세 가지 물건, 보검과 두루마리와 오색의 돌들이 날아올라서

보검과 두루마리는 시동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오색의 돌은 난릉왕의 쳐든 소매 속으로 들어간다.

두루마리를 받은 시동이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가 내민 쟁반에서 상자를 집어든다.

이산굉; [다른 분들도 각자의 소유를 챙겨서 그만 떠나시오!] 귀잖다는 듯이 손짓하는데

난릉왕; [이산굉! 자네의 기도는 나의 생사와 상관없이 모두 헛된 것이 될 것이다.]

난릉왕; [그대가 아무리 높이 날아도 제왕의 하늘 아래일 뿐!]

이산굉; [자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노려보고

난릉왕; [물론 본왕은 거룩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일뿐이지!] 말을 돌려서 이산굉과 사람들에게 등을 보이고

이산굉; [잘 가게.] 형식적으로 포권하고

난릉왕; [거룩하신 제왕의 미욱한 신일 뿐이지만...] 말하며 시동이 내민 보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 눈 부릅 청풍. 무언가를 느끼고

난릉왕; [본왕은 또한 난릉왕이기도 하다!] 스응! 난릉왕의 손이 시동이 내민 보검을 잡아뽑고

청풍; (위험!) 슈악! 권완을 끌어안고 맹렬히 생사일보를 펼쳐 날아오른다. 몸 아랫부분이 얇게 변해서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 직후

번쩍! 난릉왕의 보검이 검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엄청난 빛이 폭발한다.

[!] [난릉왕! 네가...!] [피해라!] 빛에 휩쌓이며 경악하며 비명 지르는 사람들.

 

! 단번에 구름을 뚫고 까마득한 허공으로 날아오른 청풍. 마치 로켓이 성층권으로 치솟은 것 같다. 두 팔로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 (... 맙소사! 단번에 수백장을 치솟았어!) (생사일보에 이런 힘이 있었다니...!) 놀랄 때

청풍; [빌어먹을 난릉왕!] 구름 위로 치솟은 채 정지하여 아래를 보는 청풍

권완도 흠칫하며 아래를 보고

구멍이 뻥 뚫린 구름 아래로 용화사의 폐허가 보이는데. 번쩍! 그곳에서 수십미터 길이의 검 그림자가 마치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다. 말에 탄 난릉왕이 검을 한 바퀴 휘두른 모습인데 수십미터에 이르는 검광이 부챗살처럼 번지며 모든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사력을 다해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각각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칼을 휘둘러 막는 역천마도. 손바닥에서 빛의 방패를 일으켜 검광을 반사시키려는 이수낭자. 형파는 주먹을 내질러 거대한 주먹으로 검광을 막고. 그의 동료인 두 노인은 각기 사람 키만한 검을 휘두르거나 집채만한 손바닥을 내밀어 검광을 막는다.

이산굉은 손에서 뽑아낸 빛의 몽둥이를 휘둘러 맞서고 있다.

청풍; [젠장할! 어째 기분이 싸아하다 했어!] [역시 저 요물은 순순히 떠날 생각이 없었던 거야!] 슈욱! 다시 아래로 하강하는 청풍. 두 팔로 권완을 안은 채 자유낙하. 권완은 달달 떨며 청풍의 목에 두 팔로 매달려 있고

꽈과광! ! 크악! ! 아악! 엄청난 폭발이 동시에 터지며 각자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아가는 모든 사람들.

청풍; (휴우! 눈치가 나보다 빠른 인간은 아무도 없구나.) (하마터면 나도 저치들 속에서 발버둥칠 뻔했다.) 아래 상황을 보며 하강하고

털썩! 콰당탕! 형파와 동료들, 역천마도와 이수낭자등은 모두가 바닥에 나뒹굴고.

! ! 오직 이산굉만이 쓰러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주저앉지는 않는다.

여덟 명의 여자들은 겁에 질려 한쪽에 모여있고

슈우! 거대해진 검을 높이 쳐들어 올리고 말 위에 우뚝 선 난릉왕의 압도적인 모습

이산굉; [지랄!] ! 고개를 돌려 피를 뱉고

난릉왕; [...!] 뭔가 생각하며 검을 내리는 난릉왕.

! 검에서 빛이 사라지며 본래의 검으로 돌아가는 난릉왕의 보검. 직후

백영; [대협!] 스슥! 현장에 뒤늦게 나타나는 백영.

이산굉; [난릉왕! 공력이 더욱 깊어졌구나!] 백영에게 손을 들어 괜잖다는 시늉하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댄 채 물러서는 백영

이산굉; [원수함에서 크게 다쳤다는 것도 세상을 속이기 위한 수작이었느나?] 이를 부득 갈며 난릉왕을 노려보고

난릉왕; [천하에 공포하건데... 본왕의 일검을 받지 못하는 자들은 살려준다.] 스릉! 검을 시동이 내민 검집에 꽂으며

난릉왕; [본왕의 삼검을 받을 수 있는 자는 두 다리를 자를 것이며 본왕의 손에서 십초를 견디는 자는 두 팔마저 자르고 만다!] 철컹! 검을 완전히 꼽고. 이어

난릉왕; [그러나 백초를 견디는 자는 기필코 죽일 것이다.] 시동이 내민 검을 받는다

이수낭자; [... 약한 자는 죽이지 않겠다는....] 어이없어 겁에 질리는데.

시동이 내민 검을 왼손으로 받아든 난릉왕은 남쪽을 보고 있다.

<뭔데 저렇게 뚫어지도록...!> 다른 사람들도 난릉왕이 보는 쪽을 보고. 이산굉과 백영 외에는 모두 주저앉아 있는 것 주의

그러다가 모두 눈 부릅뜨며 놀란다.

휘익! 청풍이 권완을 두 팔로 안은 채 신선처럼 하강하고 있다. 발이 아래로 향하는 자세. 펄럭이는 옷자락. 몸에서는 반딧불처럼 빛이 난다.

<저 애송이!> <난릉왕의 일격을 간단히 피했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경지를...!> 모두 놀라고

[!] 난릉왕의 눈이 가면 속에서 번뜩

스윽! 그의 손이 다시 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때

청풍; [젠장할!] 휘익! 바닥에 내려서고

청풍; [당신이란 인간은 정말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군.] 권완을 내려주며 난릉왕을 노려보고

청풍; [술법과 무공으로 천하제일이라는 난릉왕이 사실은 가까운 사람이 죽어서 마음이 흔들린 틈이나 노리는 소인배였나?] ! 허리에 차고 있던 진달개의 보검을 잡아뽑고

권완; [조심하세요!] 뒤에서 긴장하며 말한다. 역시 곤오용봉채를 뽑아들면서

청풍; [좋다! 어디 오늘 한번 붙어보자!] 앞으로 걸어가고

청풍; [이놈이나 저놈이나 난릉왕 난릉왕 하는데 소문만큼 대단한지 보자구!] 쿠오오! 난릉왕과 마주 서는 청풍의 몸에서 갑자기 시커먼 기운이 너울거린다.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이 뿜어지고

[!] [!] 난릉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 뭔가 이 숨통을 조이는 힘은?> <... 공씨성의 그 공자와는 또 다른 위압감이다!> 모두들 숨이 컥 막힌 표정이다.

쿠오오! 청풍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시커먼 기운. 청풍의 몸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고

권완; (이 사람...!) 역시 겁에 질려 뒤로 주춤 물러서고

이수낭자; <공공자만큼 압도적이진 않아!> <하지만 저 소년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에는 치명적이고 공포스러운 살기가 서려있어!> 숨을 멈추고

난릉왕; [...!] 뭔가 생각하고

! 보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순식간에 승부가 결정난다!> <난릉왕을 저렇게 긴장시키는 존재가 아직 약관도 안된 소년이라니...!> 모두들 초긴장. 숨을 멈추고

권완; (.,... 멈추게 해야만해!) (저 사람은 아직 난릉왕의 상대가 못 돼!) 불안 초조한데

청풍; (젠장할! 호기를 부려보긴 했지만 똥줄이 타들어가는구만!) 시커먼 기운에 휩쌓인 채로 역시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믿을 건 생사일보 밖에 없다!)

청풍;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번 달려 들어보고 안 통하면 즉시 토껴야만 한다!) ! 한 발을 앞으로 내밀며 생사일보를 펼치려는데

난릉왕; [괴이한 무공을 익혔군.] ! 말하면서 쥐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놓는다

청풍; (살았다!) 안도하고

권완도 한숨 쉬고

모두들 멈췄던 숨을 내쉰다.

난릉왕; [여기까지만 하겠다!] 검을 시동에게 주고

난릉왕; [오늘 그대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서문대원수의 적멸(寂滅)을 본왕이 가슴 깊이 애도하기 때문이다.] 이산굉등을 돌아보고

난릉왕; [거룩하신 제왕의 신하를 자처하지 않는 자들은 누구든지 본왕을 찾아라.] 스스스! 난릉왕의 점차 희미해진다. 시동들의 모습도 함께 희미해지고

이산굉; [난릉왕! 멈춰라.] 외치지만

난릉왕; [그러나 본왕에게 대적하는 자는 기필코 찾아내 죽일 것이다!] 스스스! 완전히 사라지는 난릉왕

이산굉; [멈추라고 했다!] 악을 쓰며 몸을 날린다.

[난릉왕!] 이산굉의 고함소리가 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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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다시 용화사. 쿠쿠쿠! 폭발의 여진으로 맹렬한 바람과 연기가 휘몰아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토네이도가 넓게 퍼지는 것 같다.

토네이도 안쪽의 태풍의 눈. 용화대탑이 완전히 날아간 폐허 중앙에는 빛의 막에 덮인 일곱 개의 상자와 그 일곱 상자 위에 얹혀진 보물들이 온전히 남아있다. 상자들 주변은 빛의 보호막 덕분에 파괴되지 않았다.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면서 토네이도에 휩쌓인 그 폐허로 다가온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공손대낭의 몸을 흔들며 가로 막고

파라락! 찢어질 듯 흩날리는 공손대낭의 옷자락

공손대낭; [진보!] 울부짖으며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뽑아서 자신을 흔드는 바람의 장막을 찢어버린다

쩌억! 공손대낭의 칼질에 바람의 장막이 찢기고

공손대낭; [그대는 이렇게 가버리면 아니 되었습니다 진보!] [어찌하여 저를 다시 홀로 두십니까?] 양손의 검을 연신 휘둘러 바람의 장막을 찢으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마치 검무를 추는 것 같다. 이하 끝없이 검무를 춘다

쿠쿠쿠! 먹장구름이 휘도는 하늘

공손대낭; [너무하십니다 하늘이여! 너무하십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고

공손대낭; [저를 부정타 내친 것으로도 부족했던 것입니까?] [제가 주제넘게 인간의 삶을 동경한 것이 그리도 괘씸했는지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바짝 들고 악을 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점점 빨라지고

공손대낭; [옳습니다! 당신은 항상 옳습니다 무정하고 잔혹한 하늘이시여!] [하지만 저를 이렇게 낸 것도 바로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피를 토하듯이 울부짖고. 그때

주변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사람들. 말을 탄 난릉왕을 비롯한 도무의 참가자들. 용화대탑의 폐허를 에워싸듯이 나타난다.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따르고

형파; [쯧쯧! 서문영감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군!] 혀를 찬다. 형파 바로 뒤에는 꺽다리와 뚱뚱보 노인이 서있다. 모두 막강해보인다. 이들은 형파와 함께 삼불대에 속한 인물들. 각기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을 익혔다. 꺽다리가 아주 긴 검을 짊어지고 있다.

형파 주변에 역천마도와 이수낭자가 있다.

형파; [난릉왕을 잡기 위해 이산동이 천균뢰(千鈞雷)의 술()을 설치하는 걸 돕기까지 하더니 스스로 그 함정에 뛰어들어?] 맞은편에는 말을 탄 채 서있는 난릉왕을 노려보고.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시동이 서있다.

역천마도; [서문원수는 목신이 된 상태였소!]

형파; [그거 하고 자살하고 무슨 상관이...!] + 이수낭자; [인간인 우리가 읽지 못하는 천기(天機)를 보았단 말씀인가요?] 역천마도에게

역천마도; [난릉왕을 없애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거요.] 끄덕

형파; [옳거니!] [자신의 행위가 천기를 거스르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스스로 함정에 뛰어들어 난릉왕 대신 죽었군!] 역시 끄덕이며 눈 번뜩이고

이수낭자; [그럼 난릉왕을 죽이는 건 누굴까요?] [이산동이나 당신이 아닌 것은 확인된 셈인데...!] 비웃듯이 역천마도를 보고

역천마도; [침묵하시오!] 노려보고

움찔 이수낭자

역천마도; [하늘도 아까워하던 큰 인물이 영영 소멸되었소!] [지금은 모두 근신하며 명복을 빌 때요!] 공손대낭쪽을 향해 포권하고.

형파; [옳은 말일세!] 뒤에 선 사제들과 함께 포권하고

이수낭자; (! 잘난 척은...!) 샐쭉하고

그 사이에 바람의 장막을 뚫고 들어가 초혼곽 앞에 이른 공손대낭

스스스! 초혼곽과 그 위에 언혀진 보물들을 덮고 있던 보호막이 사라지고

공손대낭; [여기까지군요!]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진보!] 울면서 초혼곽 위로 올라가고

공손대낭; [하지만 남아있는 저는 남은 것이 아니고 떠난 그대는 떠난 것이 아닙니다.]

공손대낭; [그대는 제게 남아있고 저는 그대를 따라 이미 가버렸으니까요!] 애절하게 웃으면서 울고

공손대낭;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곧 당신의 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울면서 웃으면서 사뿐 사뿐 초혼곽 위를 걷는다.

이어서 무당이 씻김굿을 추듯 검무를 추기 시작하는 권완

눈물로 물든 공손대낭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고. 그때

이수낭자; (저 요정도 서문원수를 따라갈 생각이구나!)

초혼곽 위에서 꽃잎처럼 춤을 추는 공손대낭

이수낭자; (아름답고도 애절해!) (인간 세상에 저들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나눈 사람이 있을까?) 눈가에 맺힌 물기를 소매자락으로 찍어 닦고

춤추는 공손대낭의 주위로 꽃이 마구 피어나 흩날리고.

<과연 공손대낭!> <그녀의 아름다운 이름을 널리 알린 배장군만당세(裵將軍晩唐勢)인가?> <천하제일, 아니 고금제일의 검무가(劍舞家)다운 황홀한 솜씨다!> 모두들 감탄하는데

 

<雲想衣裳花想容 - 발길에 끌리는 치마자락은 구름같고 얼굴은 꽃을 닮아 어여쁘구나!> <春風拂檻露華濃 - 봄바람 살며시 난간을 스치는데 이슬도 꽃처럼 짙어 곱도다!> 갑자기 들리는 노래 소리.

 

사람들 모두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若非群玉山頭見 - 군옥산 산머리에서도 못 만날 양이면> <會向瑤臺月下逢 - 요대의 휘영청 밝은 달 아래 거닐 때라도 만나보리.> 청풍이 한 곁에 서서 뒷짐을 짚고 노래를 부른다. 엄숙한 표정. 옆에는 권완이 서서 합장하며 눈 감고 울고 있고

<一枝濃艶露凝香 - 그대 농염한 것이 흡사 향기로운 이슬 같아라.> <雲雨巫山枉斷腸 - 무산에 비 머금은 구름만 떠돌아 홀로 애를 끊나니....!> 청풍의 노래를 배경으로 공손대낭의 춤이 절정에 달한다.

<借問漢宮誰得似 - ()나라 궁궐에 누가 널 닮았으랴마는...> <可憐飛燕倚新粧 - 비연(한나라 때의 절세미녀 조비연), 그댄 물찬 제비처럼 오히려 가련하도다.> 공손대낭의 애절한 춤사위

<名花傾國兩相歡 - 꽃도 너도 나는 좋다며> <常得君王帶笑看 - 임은 항상 그댈 보고 웃거니> 감정을 싫어 노래를 부르는 청풍

<解釋春風無限恨 -봄바람에 그지없는 원한도 풀리는> <沈香亭北倚欄干 - 침향정 난간을 오고 가고 하리라.> 공손대낭의 마지막 춤 사위

 

노래를 그치는 청풍.

춤을 멈추며 서서히 멈춰서는 공손대낭

청풍; (서문영감이 완전히 갔구나!) 우울한 표정. 권완은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고

청풍; (한심한 늙은이!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맥없이 죽어버렸어.) 한숨 쉬고. 그때

권완; [대낭!] 비명 지르고

흠칫하며 앞을 보는 청풍

공손대낭이 두 자루의 검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가슴을 겨눈 채 하늘을 노려보고 있다.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뛰쳐나가려 하지만

! 청풍이 권완의 팔을 잡는다

권완; [놔요! 대낭이... 대낭이....!] 울부짖다가 입 다물고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 젓는 청풍

권완; [대낭!] 눈물 흘리며 앞을 보고. 그때

서글픈 표정으로 권완을 돌아보는 공손대낭. 다음 순간

! 두 자루의 검으로 자신의 몸을 궤뚫어버리는 공손대낭

권완; [!] 고개 돌리며 눈 감는 권완

이수낭자는 입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 엄숙하게 보는데

공손대낭; [天長地久有時盡 - 긴 하늘 오랜 땅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 면면한 이 내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울면서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공손대낭; [在天願作比翼鳥 - 부디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스스스! 안개로 변하여 흩어지는 공손대낭의 모습

권완; [흐윽!] 울면서 청풍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따다당! ! 두 자루의 검이 상자 위로 떨어진다.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쿠쿠쿠! 그 위에도 먹장구름이 휘도는데

! 갑자기 완전히 수직으로 쪼개지는 은행나무. 벼락을 맞은 게 아니라 스스로 갈라졌다.

콰쾅! 드드드! 그대로 부러져서 바닥에 쓰러지는 은행나무의 잔해

드드드! 뿌리까지 완전히 갈라져서 죽어버리는 은행나무의 모습.

 

다시 용화사.

뜨르르! 초혼곽과 황금 접시 위에서 진동하며 떨리는 공손대낭의 검들

청풍; (잘 가라 요정!)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권완의 등을 한 손으로 다독이고

청풍; (살아있을 때 못 되게 굴어서 미안!) 침통한 표정으로 한손을 얼굴 앞에 세우며 눈을 감고.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청풍; (아차!) 정신이 번쩍 들고.

청풍; (감상에 젖어서 저 괴물이 근처에 있다는 걸 깜빡했다!) 긴장하며 돌아보고

그때 난릉왕은 말을 몰아서 천천히 폐허를 돌아다니고 있다. 모두들 긴장하며 보고 있고

청풍과 권완의 앞쪽으로도 말을 몰아 지나가는 난릉왕.

청풍; (젠장할!) 주눅이 들어서 시선을 피하고

권완도 겁에 질려 청풍의 품에 안겨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청풍; (똥꼬가 저절로 옴찔거리네! 누구한테 이렇게 쫄아본 적이 없는데...!) 곁눈질로 난릉왕을 볼 때

다행히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난릉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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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완을 따라 독채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청풍. 헌데

청풍; [엥?] 들어서다가 눈이 띠용

쿵! 응접실인 그 방에 한상 떡 차려져 있다. 완전히 산해진미. 잔치상이다. 그리고 진달개가 앞치마를 두르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다. 여전히 야한 차림에 서양식 앞치마를 둘러서 더욱 야리꾸리한 모습이다. 서양의 메이드같은 분위기. 머리에 메이드처럼 수건도 썼다.

진달개;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어색하게 인사하는 진달개

청풍; [이... 이게 다 뭐야?] [대낮부터 이렇게 진수성찬을 먹을 일이라도 생긴 거야?] 어리둥절하면서도 자리에 앉고

진달개; [제... 제가 그냥 있는 솜씨를 부려본 것뿐이예요.] 눈치를 보며

청풍; [쟤 왜 저래? 아침나절에 뭐 잘못 먹었어?] 어리둥절하여 권완을 보면서도 젓가락을 집어들고

권완; [잘못 된 건 없어요.] 웃고

권완; [원래 진씨세가 여자들은 음식 솜씨가 좋아요.] [그 얘기를 했더니 솜씨를 부리더군요!]

청풍; [내 팔자에 이렇게 뻑쩍지근한 상을 받아볼 줄은 몰랐군!] 몇 가지 음식을 집어먹어 보더니

진달개; [어... 어떤지요? 입에는 맞으시나요?] 청풍의 눈치를 살핀다.

청풍; [이 부근 십리 안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술잔을 들고

진달개; [나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급히 술병을 들어 술잔에 따르고

청풍; [그렇겠군!] [음! 술 따르는 자세도 됐어!]

술 따르다가 움찔하는 진달개

청풍; [하하하! 모름지기 종년은 이래야지! 암! 뻣뻣하면 종년의 본분을 잊어버린 거야!] 웃고

진달개; (나 진달개, 종이 된 지 겨우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종의 근성이 몸에 배어버렸구나.) 입술 깨물며 술벙을 거두고

술을 마시는 청풍

진달개; (만약에 이렇게 열흘 정도만 지나면 내 몸엔 완연히 종의 행실이 완전히 배어 버리고 말겠다.)

진달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흉악한 놈의 손아귀에서 한 시가 급하게 빠져나가야만 해!) 다짐하지만

청풍; [안주!] 입을 벌리고

진달개; [예!] 깜짝 놀라며 급히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들어서

진달개; [여... 여기 있사옵니다!] 청풍의 입에 넣어준다.

청풍; [음! 좋아 좋아!] 우물 우물

진달개; (또....) 입술 깨물며 울상

진달개; (나도 모르게 저 인간의 눈치를 살살 살피게 되었어!)

진달개; (혹시 이러면 싫어하지 않을까? 저러면 흉악한 짓을 하지나 않을까? 하고 전전긍긍하는 게 영락없이 우리 집 종년들이 평소 짓던 태도잖아!)

손으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 [이걸로 난 됐어!] 술잔을 탁 놓고

깜짝 놀라는 진달개

진달개; [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이라도....!] 겁에 질려 청풍의 눈치를 살피고

청풍; [그런 게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십리 내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한테 이 음식들을 갖다 줘.]

청풍; [난 아직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즐길 나이도 처지도 못돼!]

진달개; [하... 하지만 주인님 드시라고 만든 음식을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준다는 건...!] 말하다가 찔끔

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진달개; [죄... 죄송해요!] 급히 고개를 떨구고

이어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얼굴이 완전히 울상.

잠시후 하인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상채로 음식을 내가게 하는 진달개. 하인들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청풍에게 굽신거린다

탁! 진달개가 나가서 문을 닫아준다. 실내에는 어리둥절한 청풍과 웃는 권완만이 남고

 

#150>

청풍과 권완이 있는 마을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용화사

휘익! 그 용화사의 칠층탑으로 날아드는 서문숙

공손대낭; [진보!] 머리 뒤에서 공손대낭이 울부짖으며 날아오고

공손대낭의 눈에 서문숙이 용화대탑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이고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그러면 안돼요!] 울부짖으며 따라가지만

서문숙; [난릉왕!] 슈욱! 용화탑으로 뛰어들며 외친다

용화탑의 일층. 보물들이 반투명한 막에 덮여 있고. 그 앞에 난릉왕이 서서 보물에 손을 뻗다가 돌아본다

서문숙; [멈춰라 난릉!] [함정이다!] 슈욱! 용화탑의 벽에서 스며나오며 외치는 서문숙

[!] 눈 부릅 난릉왕. 직후

슈욱! 난릉왕의 모습이 사라지고

번쩍! 엄청난 빛이 서문숙의 앞에서 폭발한다

공손대낭; [진보!] 용화탑으로 날아드는 공손대낭. 직후

번쩍! 용화탑의 모든 창문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오더니

콰지지직! 마치 거대한 바위산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칠층탑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피어오른 검은 바람에 휩싸이고 천지가 암흑처럼 깜깜해진다.

한줄기 불기둥이 칠층탑을 깨뜨리고 일백여 장을 솟구쳐 오르며 암흑을 깨뜨렸을 때,

공손대낭; [안돼!] 탑과 함께 흩어져 수천 마리의 뱀들인 양 꿈틀거리는 검은 바람 속에서 서문숙의 기운이 사라짐을 느끼고 통곡하며 그 속으로 뛰어들고. 하지만

번쩍! 직후 강렬한 섬광과 함께 팝콘처럼 터져버리는 용화대탑

공손대낭; [진보!] 폭발에 휩쓸리며 날아가는 공손대낭.

콰앙! 위에서 본 모습.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이 용화대탑을 중심으로 반경 백여미터의 모든 건물과 나무들이 날아간다.

나뒹구는 공손대낭; 하지만

공손대낭; [진보!] [진보!] 울부짖으며 폭심을 바라본다

 

#151>

다시 용화사 근처 마을의 객잔.

진달개가 하인들을 지휘하여 음식상을 객잔 밖으로 내가고 있고

방안에서 어리둥절하여 앉아있는 청풍과 소매로 입 가리고 웃는 권완. 청풍은 허리에 진달개가 준 보검을 차고 있는 것 주의.

청풍; [완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손으로 닫힌 문을 가리키고

청풍; [앙칼지던 젖소가 갑자기 왜 저렇게 온순해진 거지?]

권완; [당신이 아침 식사 마치고 나간 후 저한테 풀어달라고 간청하더군요.] 웃으며 자리에 앉고

권완; [그래서 제가 당신에게 정말 잘하면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는 종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른다고 하지 않겠어요?]

청풍; [그래서?]

권완; [이렇게 말했죠.] [<당신 시녀가 당신한테 하던 게 기억나면 그걸 흉내 내봐요. 오랫동안 당신을 모신 시녀라면 반드시 그 행동거지에는 잘하는 도리가 다 들어있을 거예요.> 라고요.]

청풍; [완! 설마 젖소에게 술법을 건거야?] 눈이 휘둥그래지고

권완; [맞아요!] [말 중에 섭혼술의 진언(眞言)이 섞여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더군요!] 소매로 입 가리며 웃고

청풍; (이... 이 무서븐 여자!) 침 꼴깍하며 겁에 질린 표정

권완; [걱정 말아요! 당신에게는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으니까요!] 눈 흘기고

청풍; (그래도 찜찜한데...!)

권완; [이제 진달개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진짜 종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달아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청풍; [이거야 원.... 난 누구에게 시중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불편한데...!] 머리 벅벅

권완; [사실 저 여자를 당신 종으로 만든 데는 저 자신을 위해서기도 해요!]

청풍; [완매를 위해서라고?]

권완; [전 음식 만드는 데는 젬병이거든요.] [만일 저하고만 사시면 평생 맛난 음식 먹을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청풍; [그래서 저 젖소를?] 뜨악

권완; [행실이 못 되긴 했어도 요리는 정말 잘하더군요.] [진씨세가의 여자들은 다 요리를 잘한다는 건 정평이 나있거든요.]

권완;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평생 진수성찬만 드시게 될 거예요!]

청풍; [진달개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구만!]

권완; [당연히 없죠!]

권완; [제 아비가 서문노야와 아버지에게 지은 죄를 갚으려면 평생 종 노릇을 해도 모자라요!]

청풍; (겪어볼수록 무서운 여자야!) 곁눈질

청풍; (속에 수십 마리의 호랑이와 독사가 함께 들어있는 이 여자를 마누라로 삼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숨 쉬는데

꽈과광!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리고 건물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린다.

권완; [꺄악!] 비명 지르며 청풍에게 달려들고

청풍; [헉!] 역시 놀라면서도 달려든 권완을 품에 안는다.

권완; [이.... 이게 무슨 소리죠? 지진이나 천둥은 아닌데...!] 달달 떨고. 드드드! 진동이 이어지고 있다. 순간

[!] 무언가를 깨닫는 청풍

청풍; [일 났다!] 펑! 권완을 안은 채 창문을 박살내며 뛰쳐나가고

건물 밖에도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상을 들고 가던 하인들도 상을 둘러엎고 나자빠졌고. 진달개도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

휘익! 권완을 안은 채 건물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청풍

쿵! 멀리로 용화사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용화사 위의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맹렬히 휘돌고 있는데 그 먹장구름에서 줄기 줄기 벼락이 떨어지고 있다.

권완; [용... 용화사에서 사단이 벌어졌어요!]

청풍의 뇌리로 바닥에 쓰러졌던 공손대낭이 일어나려 하며 울부짖는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에게 뭔 일이 생겼어!] 쌔액! 미사일처럼 용화사로 날아간다

놀라 주저앉은 사람들 위로 날아서 지나가는 청풍과 권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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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침. 해가 제법 높이 떴다.

패왕이 있는 동굴, 수많은 종유석

종유석 사이에 자리한 수중기가 흘러넘치는 온천에 상체를 드러낸 채 벌거숭이로 앉아서 운기조식 중인 패왕. 합장한 자세인데 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다.

온천 주위에는 네 마리의 성성이가 긴장한 채 경비를 서고 있고

비지땀을 흘리는 패왕.

패왕; (역시 만년옥액의 효험은 듣던 대로구나!)

패왕; (상처가 간단히 치유외었을 뿐만 아니라 금강불괴지체가 완전해졌다!)

패왕; (이제는 설령 춘추오대신검이라도 본왕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패왕; (흐흐흐! 여기사 나가기만 하면 그동안 본왕을 졸개 취급하던 난릉왕에게 한방 먹여봐야겠다!) 생각하는데

슈욱! 안개 속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흘러들고

그 기운들이 원숭이들의 코로 흘러들어간다.

움찔하는 원숭이들. 하지만

직후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원숭이들

털썩! 쿵!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원숭이들

[!] 운기조식하다가 움찔하는 패왕

패왕; [웬놈이냐?] 눈 부릅뜨며 외치고. 직후

<흐흐흐! 또 만나게 되어서 반갑소 패왕!> 스스스! 누군가 온천 가에 나타난다

쿵! 나타난 자는 바로 황보천유다

패왕; [황보천유! 네놈이...!] 촤아! 분노하여 온천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직후

촤아! 갑자기 온천 물에서 뱀같은 기운들이 마구 치솟아 패왕의 몸을 휘감고 올라온다

패왕; [헉!] 내려다 보며 비명 지르지만

슈욱! 패왕의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뱀같은 기운

패왕; [네... 네놈... 본왕을 격동시키려고 직접 나타났구나!] 뱀같은 기운에 휘감기고 그 기운들이 입과 코로 마구 흘러들어가는 상태로 신음하고

황보천유; [흐흐흐! 말했던 것 같은데? 강호에서는 꼭 힘 쎈 놈이 왕은 아니라고!] 음험하게 웃으며 작은 종을 쳐들고

황보천유; [당신의 무공이 제 아무리 강해도 본 공자의 식혼낙백(蝕魂落魄)의 술(術)에 걸려든 이상 끝장인 거야!] 딸랑! 딸랑! 종을 흔들고

크아아! 뱀 같은 기운이 입과 코로 흘러들어오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황보천유;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여주겠다 구석천!] 딸랑! 딸랑! 더 세게 방울을 흔들고. 순간

패왕; [이놈!] 크와! 고함을 지르며 기합을 넣는다. 투쾅! 그런 패왕의 몸에서 엄청난 힘의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휩쓴다.

[!] 눈 부릅 황보천유

투쾅! 콰드드! 온천 주변의 모든 종유석 박살이 나서 날아가고. 쓰러져 있던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가랑잎처럼 날아간다

펑! 콰쾅! 박살나는 종유석 잔해들이 다른 종유석들과 벽에 부딪혔다가 떨어지고. 원숭이들의 몸뚱이도 나뒹굴고

쿠오오! 돌풍이 갈아앉고

쿵! 드러나는 모습. 패왕이 움푹 파인 구덩이에 알몸으로 우뚝 서있다. 이 구덩이는 원래 온천물이 고여있던 연못이다. 그 연못 주변은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모든 종유석이 날아가 버려 빈 공간이 되었다.

슈우! 패왕의 몸에서 맹렬히 치솟는 수증기. 하지만 패왕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고. 직후

패왕; [지.... 지랄...!] 쥐어짜듯 이를 갈며 말하다가

휘청! 흔들리는 패왕의 몸

쿵! 뒤로 자빠지는 패왕의 몸뚱이. 직후

스스스! 다시 나타나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무... 무서운 괴물같으니...!] 겁에 질려 땀을 흘리고

황보천유;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콩가루가 될 뻔했다!] [내 술법에 걸려들어 혼백이 제압당한 상태에서도 이런 힘을 발휘할 줄이야!]

황보천유; [위험하긴 했으나 대가는 달콤하구만!] 구덩이로 내려가고

패왕의 거대한 몸뚱이가 누워있고

황보천유; [구석천!] 콱! 발로 패왕의 살찐 배를 밟고

황보천유; [패왕이니 뭐니 하며 뻐기던 네놈을 내 종으로 삼아 부려주마!] [천하를 나 황보천유의 손에 쥐어줄 충성스러운 개로!] 으하하하! 웃고

징! 초점이 없는 패왕의 눈에 미약한 빛이 돌고

패왕; (안돼!)

패왕. (난릉왕도 아니고.... 네놈같은 피라미에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나는 패왕 구석천이다!> 패왕의 배를 밟고 통쾌하게 웃는 황보천유의 모습이 멀어지고

 

#148>

한낮. 공손대낭의 본체인 은행나무. 여전히 둘로 갈라진 모습이고

은행나무 아래의 석실. 서문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에 잠겨있다.

스륵! 벽의 한 부분이 움직여서 문이 형성되더니

공손대낭이 들어선다

공손대낭; [진보! 오시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려!] 눈을 뜨고

공손대낭;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서문숙; [노부와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마녀, 형파등 여섯 사람의 술법이 총동원되어 보물들을 보호하고 있소.]

서문숙; [제왕께서 다시 현신하시기 전에는 금제를 깨고 보물을 가져갈 수 있는 존재는 없소!]

공손대낭;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서문숙; [난릉왕이 물론 천하제일의 술법자이기는 하지만....!] 말하다가 흠칫

공손대낭도 흠칫하며 옆을 본다

언제였는지 석실 안에 높은 벼슬아치 복장을 한 노인이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실제 인간이 아니고 일종의 저승사자다. 저승을 관장하는 동악대제를 모시는 사자. 가슴의 광배에 <東> 자가 새겨져 있다.

공손대낭; [동... 동악사자(東岳使者)님을 뵙습니다!] 겁에 질려 급히 무릎을 꿇는 공손대낭

서문숙도 일어나 깊이 포권하고

동악사자; [서문숙! 그대가 더 이상 인간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대제(大帝)의 칙령을 거스르고도 무사할 성 싶은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서문숙을 노려보고

서문숙; [이미 몸이 인간을 벗었으니 어찌 대제의 영을 거역하겠소?] 포권하며 한숨 쉬고

서문숙; [그러나 서문숙에게는 세상에서 풀어야 할 일이 아직 남았으니 잠시만 더 말미를 주시오.]

서문숙; [이번 일을 마무리 짓는 대로 동악으로 달려가서 대제께 복명하겠소이다.]

동악사자; [대제께서 이 몸을 보내면서 하신 말씀이 계셨소.] 얼굴이 좀 풀리고

서문숙; [세이경청하겠소이다!]

동악사자; [<서문숙은 그 위인됨이 올곧고 지혜롭지만 지나치게 인연에 집착하는 사람인지라 반드시 그로 인해 크게 놀랄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소.]

공손대낭; [그... 그런...!] 겁에 질려 동악사자와 서문숙을 번갈아 보고. 서문숙은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듣고

동악사자; [소문만으로 듣다가 직접 만나보니 그대의 도행(道行)이 결코 본 사자보다도 못하지 않음을 알겠소.] [하여 존경하는 마음에서 한 마디 충고하려니와 들어보시겠소?]

서문숙; [말씀해보시오. 경청하리다.]

동악사자; [그대는 한갓 나무에 미련을 두어 목신이 되었고 또 아직도 세상에 미련을 두어 한 덩어리의 망령으로 떠돌려 하고 있소.] 힐끗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납작 엎드려 있다.

동악사자; [이 두 가지 중 대체 어느 것에 옳은 점이 있는지 말해 보시오.]

서문숙; [인간의 정(精)은 태초에 천지와 함께 창조되었던 것이라 순리로는 어찌할 바 없는 것이오.]

서문숙; [내 비록 나무에 정을 두었다가 목신이 되었지만 크나큰 하늘의 운행으로 볼 때는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오.]

서문숙; [결국 내가 목신이 된 것 역시 하늘에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공손대낭을 보고

감격하는 공손대낭.

찡그리는 동악사자

서문숙; [또, 사람이 죽으면 세상과의 모든 인연이 끊어져야 마땅하지만 죽었음에도 인연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그 또한 하늘의 도리가 아니겠소?]

서문숙; [하늘이 행하는 일에 억지로 되는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소이까?]

동악사자;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탄식

동악사자; [그대같이 뛰어난 인물을 하늘이 움켜잡았으니 세상에 큰 일이 한 바탕 벌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겠소.]

동악사자; [오악(五嶽)의 대제(大帝)들께서 그대를 중히 여겨 구하고자 하나 결코 구하지 못할 테니 세상일은 역시 하늘이 정한대로 될 수밖에 없는 듯하오.] 돌아서고

공손대낭; [사자님! 세상에 어떤 큰일이 벌어진다는 것인지요?] [진보로 인해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건가요?]

사자; [더 이상 천기를 누설할 용기가 본 사자에게는 없으니 묻지 마시오.] 슈우! 한줄기 빛으로 변하고

공손대낭; [사자님!] 외치지만

이이 사라지고 없는 동악사자

.공손대낭; [진보!] 울상을 지으며 돌아보고

공손대낭; [동악사자가 저리 경고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말하는데

서문숙; [하늘의 덫! 하늘의 덫이라...!] 찡그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그러다가 이산굉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서문숙

이어 난릉왕의 공포스러운 모습도 떠오르고

<용화대탑에 보관된 보물들은 별일 없겠지요?> <난릉왕이라면 어떨까요?> 공손대낭이 방금 전에 물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서문숙; [아뿔사!] 순간 눈 부릅뜨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깜짝 놀라는데

서문숙; [내가 천하 대란의 싹을 틔웠구나!] 슈욱!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며 외치고

공손대낭; [진보!] 외치며 역시 석실의 천장으로 스며들어가고

 

은행나무를 밖에 본 모습. 슈욱! 은행나무에서 빛이 빠져나와 하늘을 가르고

휘익! 이어 은행나무에서 튀어나오는 공손대낭

멀리로 빛으로 변해 날아가는 서문숙의 모습이 보이고

순간 공손대낭의 뇌리에도 이산굉의 웃는 모습과 난릉왕이 보물더미에 손을 대다가 폭발하는 섬광에 휩쌓이는 모습이 떠오르고

<안타깝구나 서문숙! 그대는 결국 하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구려.> 동악사자가 하던 말도 떠오르고. 순간

공손대낭; [안... 안돼!] 무언가를 깨닫고 사색이 된다

공손대낭; [안돼요 진보!] 쐐액! 울면서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날아간다

 

#149>

해가 중천에 떴다. 정오가 다 되어가고

넓은 강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멀리 강변 절벽 위에 자리한 용화사의 용화대탑이 보인다. 용화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 마을의 객잔. 입구에 권완의 말이 묶여서 여물을 먹고 있다,

객잔 후원의 독채.

청풍이 독채의 방 중 하나의 침대에 벌렁 누워서 뭔가 생각하고 있다.

권완; [무슨 생각하세요?] 안으로 들어오는 권완. 새단장을 한 깔끔한 모습

청풍;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

권완; [형파가 어때서요?]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청풍; [철궁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형파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니야.] [경신방도 그저 그런 수준의 군소문파중 하나일 뿐이고!]

권완; [헌데 형파가 천하제일대협으로 불리는 이산굉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은 게 이상하겠죠?] 웃고

청풍; [완매는 내막을 알았구만!] 눈 반짝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에 대해 대낭이 설명해준 내용에서 단서를 잡았을 뿐이에요.]

청풍; [역시 완매는 천하제일재녀야!] 엄지손가락 꼽아보이고

청풍; [그래 형파, 그 영감의 진짜 정체가 뭐야?]

권완; [형파가 사용한 권법은 천존삼권(天尊三拳)이 분명해요!]

청풍; [천존삼권!] [전설의 문파 삼불대(三不臺)에 전해진다는 그 천하제일권법?] 놀라 벌떡 일어나고

권완; [형파가 천존삼권을 완전히 다 연마했는지는 의문이에요.] [하지만 그가 천존삼권을 연마한 건 분명해요.]

청풍; [삼불대의 당대 주인은 사왕(四王)도 한 수 양보한다는 삼선(三仙)중 삼불인(三不人)이잖아!]

청풍; [형파가 삼불인의 제자였었나?] [그런 내용은 철궁의 정보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는데...!] 갸웃하고

권완; [칠순을 넘긴 나이로 봐서 형파는 삼불인의 제자라기보다는 종일 확률이 높지만...]

권완; [어쨌거나 형파가 삼불대 소속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청풍; [천존삼권이 나타났다면 삼불대의 다른 절기들인 지존사장(地尊四掌)과 인존오검(人尊五劒)도 곧 나타나겠군!]

권완; [대낭 말을 분석해보면 이미 어젯밤 용화사에 다 나타났었어요.]

청풍; [형파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그의 두 사제?]

권완; [그들이 사용한 장법과 권법이 지존사장과 인존오검인 게 확실해요.] [물론 그들도 형파처럼 두 절기를 모두 연마한 것같진 않더군요.,]

청풍; [삼불대의 삼재신공(三才神功)을 완전히 연마했다면 이산굉도 견디지 못했겠지!] 끄덕이고

청풍; [헌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젖가슴만 빵빵한 싸가지를 혼자 놔두면 달아날 수도 있잖아!]

권완; [사실은 그 여자 때문에 찾아왔어요!]

청풍; [젖소가 왜?]

권완;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세요!] 한숨 쉬며 나간다

갸웃하며 따라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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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해가 조금 더 돋아 올랐고

공손대낭; [그가... 아니 그분이 용화대탑을 나간 후 이산굉과 형파가 난릉왕을 공격했어요. 사술을 부려 자신들을 속였다면서...!]

공손대낭; [그걸 기점으로 모두 제멋대로 날뛰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졌어요.]

공손대낭; [결국 네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이 다쳤으며 세 사람은 도망갔어요.] [지금은 여섯이 남아서 보물을 지키고 있어요.]

청풍; [둘은 먼저 떠났고 넷에 하나에 셋, 그리고 여섯?] 손가락 꼽으며 갸웃

공손대낭; [얼마나 무서웠는지 용화사 근처 수십 리 안에 있던 요정과 귀신들조차 모두 다 도망치고 말았어요.] 부르르 떨며

진달개; (제왕! 제왕이 현신했다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진달개; (정... 정말로 제왕이 현신했다면 십대수호가문의 사명을 어기고 배신한 고, 진, 황보 세 가문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어 진달개의 뇌리로 웅장한 자신의 집이 불타고 있고 그 앞에 늘어선 장대에 수많은 머리들이 꽂혀있는 것이 떠오른다

진달개; (그 대단한 난릉왕조차 순순히 목을 뺀 채 처벌을 기다렸다면 제왕의 징계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권완; [공씨성의 그분이 정말로 팔백 년 전 칠년천하를 이룩하셨던 그분이셨나요?] 겁에 질린 진달개를 흘깃 보고

공손대낭; [그야 저도 모르죠.] 고개 젓고

공손대낭; [전 한 번도 그분을 본 적이 없어요. 말씀만 들었답니다.]

진달개; [어.... 어젯밤에 봤다고 했잖아요.] 억지로 용기 내서 묻고

공손대낭; [이 여자는 누구죠?] 뒤늦게 진달개를 의식하고

청풍; [선물로 받은 여자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뚱하고

진달개; (선.... 선물!)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지고.

공손대낭; [나도 한 때는 날마다 왕후장상들이 바치는 선물들을 헤아려 보곤 했는데...] 진달개의 아래 위를 보며 한숨 쉬고

권완; [제가 집으로 돌아가면 선물 많이 할게요.] [우선 어젯밤 용화사에 나타났던 제왕이란 분에 대해 얘기해줘요.]

공손대낭; [전 어젯밤의 <그분>을 봤을 뿐 팔백년전의 <그분>은 뵙지 못했어요.] [배장군께서 뵙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거든요.]

청풍; [하긴 신선이나 요정도 아닌 인간이 팔백년을 넘게 살 수는 없지!]

공손대낭; [같은 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그분이 제왕이라면서 엎드려 머리를 땅에 붙였어요.] 추운 듯 두 팔로 어깨를 안으며 바르르 떨고

<난릉왕, 이산굉, 마교주, 집마천의 이수낭자, 경신방의 상방주 형파등 전부 다요. 진보까지 엎드리기에 저도 함께 엎드렸답니다.> 용화대탑에서 우뚝 선 공대벽 앞에 모든 사람들이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슴을 떠올린다. 귀도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고 있고

공손대낭; [사실 진보가 엎드리지 않았어도 제가 먼저 엎드렸을 거예요. 그 분 앞에서는 숨을 쉬기도 어려웠거든요.]

청풍; [그런 힘은 우리 집 꼰대나 큰형도 지녔는데...!] 갸웃

공손대낭; [하여간 그분은 정말 대단했어요.]

공손대낭; [그냥 성큼성큼 걸어가서 난릉왕의 목에 검을 척 갖다 대더니 이내 가소롭다는 듯 웃고는 가버렸어요.]

권완; [아무것도 하지 않고요?] 놀라고

공손대낭; [검을 뽑아서 난릉왕의 목에 갖다 댔다니까요.] 짜증내고

권완; [미안해요 대낭. 전 그 외에 다른 행동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본 거예요.]

공손대낭; [저야말로 미안해요 아가씨! 요즘 제 성미가 자꾸 거칠어진답니다.] 힐끔 청풍을 보고

청풍; (뭐야 저거? 지 성질 나빠진 게 꼭 나 때문이라는 표정이잖아!) 눈을 부라리는데

진달개; [그... 그 사람은 아마 진짜 제왕은 아닐 거예요!] 말 꺼내고. 모두 돌아보고

진달개; [그가 정말 제왕 본인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갔을 리가 없어요.]

공손대낭; [시간이 좀 지나자 용화대탑에 모였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분이 제왕일 리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개 끄덕

공손대낭; [이유는 방금 공공자의 종년이 말한 것과 같았어요.] 진달개를 보고

진달개; (종... 종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공손대낭; [아가씨는 종년이 아닌가요?] 어리둥절하여 그런 진달개를 보고

공손대낭; [전 종년인 줄 알았는데.... 공공자의 종년 맞죠?] 청풍에게

청풍; [내 종년 맞아!] 끄덕이고.

공손대낭; [종년 맞데요! 아가씨는 공공자의 종년이래요.] 밝은 표정으로 진달개에게 말하고

진달개; [닥.... 닥치지 못해?] 얼굴 새빨개져서 성질 바락 내가고

꼬르르! 그만 울화를 견디지 못하고 나자빠져서 혼절하는 진달개.

공손대낭; [종년한테 종년이랬는데 왜 저러지? 어디가 잘못됐나?] 갸웃

권완; [대낭! 그만하세요.] 한숨

공손대낭; [네!] 입을 다물지만 억울한 표정.

청풍; [대충 하고 이제 그만 결론을 말해! 보물들은 누가 차지했어?]

공손대낭; [아무도 차지하지 못했어요.]

공손대낭; [사람들은 그곳에 나타난 그분이 실은 난릉왕이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부린 술법일 거라고 생각했고....]

공손대낭;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이 난릉왕에게로 돌려졌어요.]

권완;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군요.]

공손대낭; [맞아요.]

공손대낭;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이 죽고 이산굉이 다쳤으며 세 사람이 도망쳤어요.]

공손대낭; [나머지 여섯 사람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각자 술법을 부려 용화탑을 봉쇄했어요.] [그런 후에 오늘 오시(午時)에 다시 도무(賭武)를 열기로 합의했어요.]

공손대낭; [진보는 오늘 낮에 벌어질 제이차 도무야말로 천하를 다투는 진정한 사슴사냥(逐鹿)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청풍; [잠깐! 잠깐!] 말을 막고

청풍; [수행원들까지 합쳐도 어젯밤 그곳에 온 사람은 열두 명밖에 안 되잖아!]

청풍; [헌데 죽은 놈이 넷, 다친 놈이 하나, 도망친 놈이 셋, 지키는 놈이 여섯이고 먼저 자리를 뜬 제왕과 그 종까지 합치면 모두 열여섯 명이야. 숫자가 안 맞아!]

공손대낭; [싸움이 이전투구로 변하니까 다들 협조자를 불렀어요.]

공손대낭; [오직 진보와 저만이 백만 대군 속에 홀홀 단기로 싸우는 것같은 외로운 신세였죠.] 억울한 듯 소매로 눈시울을 누르고

청풍; [가지가지 한다!] 코웃음

권완; [공자!] 째려보고. 찍하는 청풍

공손대낭; [두 분은 밤새 몸이 아주 좋아지셨군요.] 냉소

흠칫 청풍과 권완

공손대낭; [술법과 무공을 가르친 스승이 죽느니 사느니, 아니 흩어져 소멸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을 때 두 분은 기연을 만나 몸을 챙기셨던 모양이지요?] 비아냥

청풍;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나무 요정이 보자보자하니까!] [요정 따위가 누구한테 가재 눈이야!] 버럭 화를 내며 눈 부라리지만

공손대낭; [윽박질러봐야 소용없어요!] 고개 빳빳하게 들고 코웃음

공손대낭; [진보에게 듣기로 공공자가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뜯어먹은 풀이 저의 정(精)이라고 했어요!]

극기마환신단을 복용한 상태에서 겪은 환각을 떠올리는 청풍. 당시 싸우다가 지쳐서 배가 고파 풀을 뜯어먹었고

공손대낭; [즉, 공공자 속에 저의 정이 들어있으므로 이제 공공자는 무슨 수를 써도 저를 소멸시키지는 못한 대요!] 냉소

청풍; [뭐야?]

공손대낭; [공공자가 다른 요정이나 귀신을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만 스스로를 죽일 각오가 없다면 나는 죽일 수 없다는군요.] 냉소하고

청풍; (젠장할! 영감탱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싸가지 없는 요정이 앞으로는 내 앞에서도 제멋대로 굴겠구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분해하고

청풍; (하지만 두고 보라지! 어떻게든 혼을 내서 까불지 못하게 할 테니까!) 독기 서린 눈으로 공손대낭을 노려보지만.

이제는 공손대낭도 청풍을 두려워하지 않고 코웃음을 친다.

권완; [듣고 보니 정말 잘된 일이에요.] 박수 치며 끼어들고

권완; [사실 저도 공공자가 수천살이나 먹은 대낭에게 막 대하는 게 불편하던 참이었어요.] 웃고

청풍;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같은 여자라고 죽이 아주 척척 맞는구나!] 이를 부득 갈고

권완; [저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끼리 얘기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공손대낭 옆에 앉으며 공손대낭의 손을 다독이고

공손대낭; [진보는 일단 은행나무로 돌아갔어요.] 목에서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를 푼다

공손대낭; [오시에 다시 용화사로 간다고 하니까 그때 아가씨도 용화사로 오셔서 진보를 도와주세요!] 목걸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펑! 공손대낭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은행나무 잎 모양의 목걸이가 황금색의 책으로 변한다

공손대낭; [진보보다는 아가씨가 쓸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서 법보를 돌려드리라고 하셨어요!] 책을 권완에게 주고

권완; [알겠어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저희도 좀 쉬다가 용화사로 갈게요.]

공손대낭; [이번에는 정말 늦지 않게 와주셔야 해요!] 일어나고

권완; [그렇게 할게요.] 미소 지으며 따라서 일어나고

공손대낭; [용화사에서 뵈어요!] 휘익!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

손 흔들어 배웅하는 권완

청풍; [하여간 저 나무 요정은 준 거 없이 밉다니까!] 멀리 하늘로 날아서 사라지는 공손대낭의 뒷모습 보며 궁시렁

권완; [심술 그만 부리고 진소저나 말에 태우세요!]

권완; [오시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니까 근처 객잔에 가서 좀 쉬도록 해요!]

청풍; [이건 뭐 종년이 아니라 상전이구만! 상전!] 궁시렁대면서도 진달개를 두 팔로 안아들고

청풍의 두 팔에 안긴 채 축 늘어지는 진달개. 하지만 엄청난 글래머다. 옷도 야하고

청풍; (싸가지는 없어도 몸뚱이 하나는 기가 막히군!) (이렇게 쭉쭉 빵빵한 계집은 본 적이 없어!) 진달개를 안고 말로 다가가며 침 꿀꺽

권완; [제법 쓸모가 많은 여자예요. 소중하게 다루세요.] 의미심장

청풍; [옳거니! 요 싸가지를 이용해서 뭔 일을 꾸미려는 생각이구만!] 진달개를 말에 척 걸쳐 놓는다. 엎드린 자세로 말 안장에 얹혀지는 진달개.

청풍;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을까?] 권완을 돌아보며 묻지만

권완; [지금은 모르는 게 좋아요.] 배시시 웃으며 말 고삐를 잡고 걸어간다

청풍; [자기야잉! 궁금해 죽겠어잉! 말해줘잉!] 앙탈부리며 따라가는 청풍

권완; [안돼요! 비밀이란 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잘 지켜진다는 말도 몰라요?]

청풍; [치사해애애애!] 멀어지는 두 사람과 말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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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까르르르!] 배를 쥐고 웃는 진달개.

주먹 쥐고 부들부들 떠는 패왕

구름으로 이루어진 화면에 청풍이 몽둥이를 휘둘러 원숭이들을 몰고 동굴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권완도 말에 탄 채 따라들어오고

진달개; [아이 고소해! 아이 고소해애애애!] 배를 잡고 뒤로 나자빠져서 두 다리를 바둥 대며 웃는다. 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둥대며 좋아 죽으려 한다.

패왕; [닥쳐!]

패왕; [한번만 더 쪼개면 혀를 터트려 버리겠다!] 노려보고

급히 입을 손으로 막는 진달개

패왕; [빌어먹을! 서문영감을 만나면 좀 따져야겠군.] 이를 부득 갈고

패왕; [서문숙에게 따지기 전에 그 늙은이 제자 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지부터 걱정해야할 걸요?] 샐쭉

패왕이 노려보지만

진달개; [난 진실을 말한 것뿐이니까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 코웃음

패왕; [그럼 네년이 저놈을....!] 이를 부득 갈며 말하려 하지만 + 진달개; [안돼요!] 미리 고개를 젓고

진달개; [난 서문숙의 제자를 막을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대신 싸워줄 걸 기대하지도 마세요!]

패왕; [쓸모없는 것!] 이를 부득 갈고. 그때

캐앵! ! 원숭이들의 비명이 들리고

이어 패왕과 진달개의 시야로 나타나는 청풍과 권완.

청풍; [하하하! 과연 원숭이들 주인이 여기 있었군!]

낑낑! 주인을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듯한 원숭이들

패왕; [대원수가 본왕의 종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게 가르쳤더냐?]

청풍; [인상 쓰지 마시오. 물어볼 말이 있어서 들른 것뿐이니까.]

패왕; (이 건방진 놈이....!) 분노하지만 억지로 화를 참고

청풍; [용화사는 어느 방향에 있소?]

패왕; [동굴 입구에서 동남쪽으로 30리만 가면 용화사에 이른다.] 흠칫하면서도 대답하고

청풍; [고맙소. 헌데 상처가 심한 듯 보이오만...?]

패왕; [별 거 아니다. 심장을 조금 다쳤을 뿐이다.] 태연한 척 말하고

청풍; [다행이군! 헌데 귀하도 용화사에 가던 길이었소?]

패왕; [그렇다.]

청풍; [용화사엔 뭐가 있소?]

패왕; [뭐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난릉왕이 원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청풍; [귀하와 난릉왕은 적이오?]

패왕; [적이라고 하기는 뭣하다만 서로 좋은 꼴은 두고 못 보는 사이지.]

권완; [귀하는 난릉왕을 두려워하지 않는군요.] 놀랍다는 표정으로 끼어들고

패왕; [본왕은 패왕(覇王) 구석천이다!] 자부심에 찬 표정

패왕; [난릉을 싫어하긴 해도 두려워할 만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다.] 코웃음

권완; [그런 분이 어째서 난릉왕을 상전으로 섬기고 계신 건가요?] 냉소하고

패왕; [닥쳐라!] 분노

패욍; [본왕과 용왕(龍王), 귀왕(鬼王)등이 심제회(尋帝會)에 속해있다는 건 난릉이 지어낸 말일 뿐이다.]

권완; [심제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난릉왕을 제외한 삼왕이 심제회의 태상호법(太上護法)들이라고 믿고 있는 걸요?]

패왕; [헛소문이라고 하지 않느냐?] 버럭

패왕; [본왕은 한 번도 본왕 자신이 심제회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삼태상(三太上)이란 직책도 난릉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청풍; [훌륭하오! 훌륭해!] 짝짝짝! 청풍이 손뼉을 친다.

모두의 시선이 청풍에게로 향하고.

청풍; [난릉왕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대장부가 아니겠소?] [덧붙이자면 나도 난릉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오.]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고

패왕; (이놈은 서문숙의 제자다.) (서문숙이 어떤 인물인데 제자를 구할 때 시시한 놈을 택하겠는가?)

패왕; (이놈과 친해 놓으면 난릉과 싸울 일이 생길 때 서문숙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 [대원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신가?]

청풍; [아마 나무 속에 틀어박혀 있을 거요.]

패왕; [나무 속에 틀어박혀있다?] 어리둥절 하는데

청풍; [냄새나는 영감탱이 얘긴 할 거 없고....] [패왕야! 귀하의 장부다운 모습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소이다.] 과장되게 포권하고

패왕; [뭐라!] 어이없어 실소하는데

청풍; [사실 나는 왕야가 황보천유, 그 간사한 놈의 술법에 당하는 모습을 보았소.]

청풍; [그러나 내 눈에 남아있는 것은 검에 심장이 찔리고도 당당함과 패기를 잃지 않던 호방한 모습이었소.] 다시 한 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패왕; [험험! 대장부만이 대장부를 알아보는 법!] [자네도 젊은 나이에 패기가 대단하군.] 역시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이고

청풍; [하하하! 과연 왕야는 호탕하시오.]

청풍; [나 공청풍! 진심으로 왕야에게 감복했소이다!] 패왕의 손을 두 손으로 덥썩 잡고.

패왕; (넉살이 좋아도 보통 좋은 놈이 아니군!) 손이 잡히며 좀 황당한 표정인대

청풍; [왕야께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의형(義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패왕의 손을 잡고 흔들며

패왕; (나야 불감청이언정 고소언(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바라던 바다다)이지!) + [자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본왕도 자네를 의제(義弟)로 대하고 싶네.] 역시 반색하고

청풍; [불감청 고소언은 오히려 소제가 할 말입니다 형님!]

패왕; [형님?] [본왕을 보고 형님이라고?] [으하하하!] 기분 좋아 크게 웃고

청풍; [하하하! 소제 아직 어려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형님께서 잘 인도하여 주십시오!] 함께 손을 잡고 웃고.

패왕; [하하하! 이를 말인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게! 우형(愚兄)의 쓸개라도 빼줌세!]

두 손을 마주 잡고 웃으며 화기애애한 두 사람

그걸 보며 황당해하는 권완과 진달개

권완; (정말 대단한 넉살이고 수완이야!) (난릉왕에 못지않은 거물과 단번에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다니...!)

패왕; [육십년 넘게 살았지만 아우같이 호방하며 내 마음에 든 자가 없었네.]

패왕; [이토록 마음에 드는 아우를 얻게 된 자리에 술이 없는 게 아쉽구나.]

청풍; [소제도 형님같이 대범하며 천하를 오시하는 거인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패왕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고

청풍; [그래도 하늘이 보우하사 이제라도 만나게 되었으니 술 정도로는 자리를 빛낼 수가 없지요.] 말하면서 품 속에 손을 집어넣고

패왕;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가 결의형제를 맺은 기념이 될 겁니다!] 유리병을 하나 꺼낸다.

권완; (설마 저 귀한 만년옥액을 처음 만난 흉악한 마두에게 주려고?) 경악

패왕; [그게 뭔가?]

청풍; [만년옥액입니다.] [아주 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난릉왕이 애타게 찾는 것이긴 하지요.]

패왕; [만년옥액!] 패왕의 딱 벌어진다.

진달개; [... 말도 안돼!] 울상 짓고

청풍; [아우가 주는 작은 예물이니 받아주십시오 형님!] 패왕의 손에 쥐어주고

패왕; [이건.... 이건 너무 과분하군.] 받으면서 입이 귀에 걸리고

청풍; [하하하! 천하제일의 호걸인 형님과 의형제가 되었는데 이런 작은 선물이 뭐가 대단하겠습니까?]

패왕; [휴우! 우형은 현재 상황이 곤고하여 아우에게 줄 만한 선물이 없네.]

패왕; [본격적인 선물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우형의 마음이니 약소한 것이나마 받아주게.] 히죽 웃으며 진달개를 보고

권완; (설마!) 불길한 예감

청풍; [형님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면 굳이 지금 주실 필요 없습니다.]

패왕; [껄껄! 기왕이면 그럴 듯한 걸로 달라 이거지?] [과연 나 구석천의 아우답게 배포가 크구만!]

청풍; [흐흐흐! 역시 형님은 못 속이겠습니다.]

패왕; [알겠네! 나중에 눈이 뒤집힐 만한 선물을 줄 테니 오늘은 저 계집으로 만족해주게!] 진달개를 가리키고

진달개; [... 뭐라고?] 깜짝 놀라며 분노

찡그리는 권완

패왕; [흐흐흐! 비록 처녀는 아니지만 제법 쓸 만한 계집이네.] [어차피 닳고 닳은 물건이니까 끼고 자다가 싫증나면 버려도 되지.] 진달개의 육감적인 아래 위를 훑어보며

진달개; [, 당신이 감히!] 엄청난 경악과 분노로 버벅대고

청풍; [! 일단 누구와 달리 쭉쭉 빵빵해서 보기는 좋군!] 역시 진달개의 아래 위를 훑어보고

패왕; [덤으로 저 계집이 지닌 검도 주겠네.] [천하에 보기 드문 보검이라 쓰임새가 많을 게야!] 진달개가 들고 있는 보검을 보고

청풍; [뭐 주신다면야...!] 음험하게 진달개의 빵빵한 젖가슴 보며 침을 꼴깍. 찢어진 옷자락으로 대충 묶었지만 그래서 더욱 육감적인 진달개의 젖가슴

진달개는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급히 가슴을 가리고. 그때

권완; <설마 받을 작정은 아니시겠지요?> 전음 보내며 째려보고. 뜨끔하는 청풍

청풍; [..! 형님의 성의는 고맙지만 성깔이 있어서 종으로 부리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억지 웃음

패왕; [그런 걱정일랑 말게!] 진달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눈다.

지지지! 순간 패왕의 손가락에서 벼락같은 것이 일어나 진달개의 가슴으로 스며들고

진달개; [!] 휘청하는데

진달개; [...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가슴을 감싸며 비틀

그러거나 말거나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패왕

권완; (금제의 술법을 쓰는구나!) 긴장하는데

패왕; [됐네!] 눈을 뜨고

패왕; [이제 저 계집은 아우의 말을 듣지 않으려야 듣지 않을 수 없을 걸세.]

패왕; [아우가 마음속으로 폭()자를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면 저 계집은 그 즉시 몸이 터져서 죽어버릴 테니까 말일세.]

청풍; [! 그거 참 확실한 금제군요. 과연 형님답습니다.]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고

패왕; [이후로 저 계집은 아우의 어떤 말이든 거스르지 못할 테니 안심하게.]

진달개; [!]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패왕; [곧 날이 밝을 걸세. 용화사로 가려면 서둘러야할 걸세!]

청풍;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강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포권하고

패왕; [멀리 나갈 형편이 못 되어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겠군!] 포권하고

 

#146>

새벽 무렵. 동녘이 환해져서 금방이라도 해가 뜰 듯이 보인다.

산중의 자욱한 안개 밖으로 나오는 청풍과 권완. 권완은 말을 타고 있고. 두 사람 뒤로 진달개가 풀이 죽어 따라오고. 진달개의 보검은 청풍이 허리에 차고 있다.

청풍; [진법을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했구만!] [그새 날이 홀라당 새버렸어!] 하늘을 보고

권완; [패왕 구석천은 아주 흉포한 자예요.]

권완; [그자에게 만년옥액을 준 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아닌가요?]

청풍; [맞아!] 킥킥

권완; [그런데 왜?]

청풍; [한 산에 호랑이가 두 마리 있을 수 없다는 옛말에 따른 거야.]

권완; [!] 깨닫고

청풍; [서로의 힘 차이가 클 때는 싸움이 나지 않아.] [그러다가 힘의 차이를 가름하기 어려워지면 싸움은 기필코 일어날 수밖에 없지!]

권완; [그래서 패왕 구석천의 힘을 키워준 거로군요!] 흥분

청풍; [사실 패왕이니 뭐니 하며 뻐겨봤자 난릉왕한테는 좀 딸리잖아.]

청풍; [지금까지 구석천이 난릉왕과 대적하지 않은 것은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구.]

청풍; [하지만 이번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면 구석천의 생각도 좀 달라질 걸?]

권완; [그야말로 격장지계고 차도살인지계로군요!]

청풍; [흐흐흐! 하여간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구!] [원래 불구경보다 재미있는 게 쌈구경 아니겠어?] 낄낄 거리고

권완;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이야!) 청풍을 보며 침 꼴깍

권완; (어쩌면 장차 무림을 호령할 사람은 난릉왕도 아버지도 아니고 이 사람일지도 몰라!) 흥분하는데

청풍; [귀찮은 아줌씨가 또 왔군!] 찡그리고

권완; [?] 흠칫

권완; [누가 왔다고...!] 말하다가 입을 다문다.

슈육! 앞쪽의 고목나무에서 누군가 빠져나온다. 바로 공손대낭이다. 공손대낭은 나무의 요정이라 다른 나무들에서 빠져나오기도 한다. 헌데 표정이 안좋다. 화가 난 듯한 표정이고

진달개; (사람이 나무에서 빠져나오다니...!) 놀라는데

권완; [대낭!] 반갑게 말하며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가고

권완; [지금 용화사로 가던 길이에요. 저희들이 늦었지요?]

공손대낭; [갈 것 없어요. 이미 다 끝났으니까!] 쌀쌀 맞게 말하고

권완; (단단히 삐졌네.) + [다 끝나다니... 무슨 뜻이죠?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말에서 내리고

공손대낭; [말하기도 싫어요!] [이제 일이 더 어렵게 됐고 이게 다 두 분 때문이에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눈물 글썽이며 소리 빽 지르고.

청풍; [아니 이 싸가지 없는 요정이 누구한테 큰 소리야? 큰 소리가!] 눈을 부라리고

공손대낭; [두 사람이 제 때 와서 돕기만 했어도 진보가 그렇게까지 다치진 않았을 거라구요!] 이를 바득 바득 갈고

권완; [노야께서 다치셨어요?]

청풍; [뭔 소리야?] 뚱한 표정

청풍; [사람도 아니고 잡귀, 아니 목신이 된 영감탱이가 어떻게 다칠 수 있다는 거야?] 권완이 째려봐서 찔끔하며

공손대낭; [지난 밤 용화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요정이나 이매망량도 해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들이었어요.]

공손대낭; [그 때문에 진보와 저도 하마터면 죽을.... 아니 소멸당할 뻔했다구요!] 억울한 표정으로 눈시울를 소매 자락으로 찍고

권완; [마음을 갈아 앉히고 여기 앉아서 차근차근 말씀해보세요!] [지난 밤 용화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 공손대낭의 팔을 잡아 근처의 바위에 앉히며 말하고. 못 이기는 척 앉는 공손대낭

공손대낭; [사단은 공()씨 성의 공자가 예정에도 없이 용화사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생겼어요!] 말하면서 공자무가 귀를 거느리고 탑 안으로 들어오던 장면을 떠올린다.

청풍; [?] [이 근처에 나 말고 또 공씨가 있었어?] 놀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뭔가를 설명하는 공손대낭의 모습이 원경으로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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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옥불사. 황보천유가 만년옥액을 숨겨놓은 대나무 숲 옆의 바위

[!] 황보천유가 눈 부릅뜨고 있다.

바위 아랫부분이 파헤쳐져 있다.

황보천유; [설... 설마!] 허둥대며 무릎 꿇고 앉아서 땅을 판다.

하지만 만년옥액이 들어있는 유리병은 보이지 않고

황보천유; [사... 사라지다니! 내가 만년옥액을 여기 숨기는 건 아무도 모르는데...!]

그러다가 난릉왕을 떠올리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난릉왕! 난릉왕!] 이를 부득 부득 갈고

황보천유; [잘... 잘도 나를 갖고 놀아?] [두고 보자! 기필코 열배 백배로 돌려주고 말겠다!] 으아아아! 분노하여 부르짖고

 

#142>

산길을 말을 달려서 가는 청풍과 권완. 헌데

스으! 스으! 숲에 안개같은 것이 흐르고

청풍; [젠장! 급해 죽겠는데 안개까지 끼고 지랄이야!] 궁시렁

권완; [천박한 말은 쓰지 마세요! 듣기에 안좋아요!]

청풍; [알았어!]

청풍; [꼭 꼰대같이 군단 말이야!] 권완을 흘겨보며 궁시렁

권완;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우선 멈추세요.] 한숨

청풍; [멈춰? 왜?] 물으면서도 걸음을 멈추고

권완; [우린 진법에 빠졌어요!] 한숨

청풍; [진법에 빠졌다고? 언제?] 어리둥절

권완; [당신이 어련히 잘 데려갈까 하고 방심하고 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저 나무는 아까도 보았던 나무예요!] 한쪽에 서있는 기괴한 나무를 가리키고

청풍; [어! 그러고 보니 본적이 있는 나무인데 그래!]

권완; [우린 아까부터 같은 자리만 뱅뱅 돌고 있었던 거예요.] 앞의 바닥을 가리킨다.

땅 바닥에 말발굽이 찍혀있다.

청풍; [뭐 그래봤자 별일 있겠어?] [천하제일의 재녀라는 완이가 이 정도 진법을 파해 못할 까닭이 없잖아!]

권완; [빠져나갈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진법이란 게 문제예요.] [시간이 제법 걸릴 테고.... 그럼 용화사의 일도 끝나버릴 거예요.]

청풍; [그럼 별 수 없군! 비상수단을 써서 빨리 빠져나가는 수밖에!] 히죽

권완; [당신도 기문진법에 대해서는 해박하신 모양이군요.]

청풍; [모른다고는 못해도 완이한테 비할 바는 아니지!] 히죽

권완; [그런데 어떻게 빨리 빠져나간다는 거죠?] 어리둥절

청풍; [개를 패면 주인이 나서는 법이거든!] 히죽 웃으며 옆에 있는 나무가지를 부러뜨려 몽둥이를 만든다.

권완; [개를 팬다구요?]

권완; [이 깊은 산중에 무슨 개가 있다고...!] 말하다가 흠칫.

코끝으로 느껴지는 어떤 냄새

권완; (노린내!) (근처에 짐승이 있어!) 침 꼴깍할 때.

슈욱!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시커먼 그림자 네 개. 아주 크다

쿵! 사방에서 포위하며 나타나는 네 마리의 거대한 원숭이. 바로 패왕 구석천의 가마를 메고 다니는 그 원숭이들

권완; (패왕 구석천의 금모성성(金毛猩猩)들!) 긴장하고

 

#143>

깊은 동굴. 종유석이 기기묘묘한데. 종유석들 사이에 패왕 구석천의 가마가 놓여있다. 가마에는 패왕과 진달개가 있는데 기절한 진달개의 몸 위로 패왕이 손이 더듬고 있다.

가슴 섶이 벌어져 빵빵한 젖가슴이 드러난 야한 자세로 기절한 진달개. 헌데

슥! 슥! 피에 젖은 패왕의 손가락이 벌벌 떨리며 진달개의 젖가슴 사이에 <爆> 자를 쓰고 있다.

패왕; [일어나라 계집!] 쿡! 글자를 다 쓰고 손가락으로 진달개의 젖꼭지를 퉁기는 패왕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진달개

직후 눈 부릅 진달개

패왕의 시커먼 얼굴이 땀에 젖은 채 히죽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진달개; [악!]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고

진달개;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휙! 가마에서 뒤로 훌쩍 날아 뛰쳐나간다. 가슴을 양손으로 가리고.

패왕; [이런 짓이지!] 양손의 손가락을 모으며 뭐라 주문을 외운다. 순간

징! 진달개의 젖가슴에 새겨진 <爆>자가 빛을 발하더니

슈욱! 글자들이 진달개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진달개; (폭(爆)... 폭자가 살 속으로 스며들었어!) 겁에 질리고

패왕; [크크! 이제야 한시름 놨군!] 안도하며 뒤로 힘없이 기대고. 그런 패왕의 옆에 진달개의 보검 태아가 떨어져 있다

진달개; [이 괴물!] 이를 갈며 손을 펼치고

팟! 가마 안에 뒹굴고 있던 보검이 진달개의 손으로 빨려들어간다.

진달개; [심장이 뚫리고도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잘리고도 살 수 있는지 보겠어!] 검으로 패왕을 겨누며 이를 갈지만

패왕; [아서라 계집!] [본왕을 죽이면 네년 목숨도 함께 끝난다!]

진달개; [그 따위 말에 겁먹을 줄 아느냐?]

패왕; [못 믿겠다?]

패왕; [그럼 믿게 해주지!] [오른손 검지 손톱!] 뭐라 주문 외우며 말하고. 순간

퍽! 검을 쥔 진달개의 오른 손 검지의 손톱이 쩍 갈라지며 피가 튄다

진달개; [악!] 비명 지르며 검을 놓치고

뗑그랑! 바닥에 떨어지는 검

진달개; [흐윽! 내... 내 몸에 금제를 심었구나!] 피로 물든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잡고 겁에 질려 비틀

패왕; [흐흐흐!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냐?] 히죽

패왕; [본왕의 살의(殺意)가 네년 몸속에 심어져 있는 상태다.] [이제 본왕이 한마디만 하면 네년의 몸 중 지목당한 부분이 그대로 터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 순간 자신의 가슴으로 폭(爆)자가 스며들던 것을 떠올리며 공포에 질리는 진달개

진달개; (큰... 큰일 났어! 난 이제 저 짐승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어!)

패왕; [이 동굴 안에 온천이 있다. 우선 본왕을 그 온천으로 옮겨라!]

진달개; [싫... 싫어요!] [그런 일은 당신 원숭이들한테 시키면 되잖아요.] 진저리를 치고

패왕; [본왕의 귀여운 성성이들은 이 주위에 진을 치고 있는 중이라 바쁘다.] [게다가 앞으로 본왕의 시중은 네년이 들어야만 한다!]

진달개; [제... 제발 이러지 마세요 네? 금제를 풀어주세요!] 애원하지만

패왕; [시끄럽다 계집!] 눈 부라리고

패왕; [끝내 본왕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네년을 성성이들에게 노리개로 줘버리겠다.]

진달개; [닥... 닥쳐!] 사색이 되어서도 바락 고함지르고

진달개; [부끄러움도 모르는 짐승!] 발로 검의 손잡이를 밟아서 튀어오르게 하고

진달개; [날 한 번만 더 자극하면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을 먼저 죽여 버리겠어요!] 팟! 튀어오른 검을 받아들어 겨누며 이를 갈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패왕; [흐흐흐! 물론 본왕과 함께 죽을 수도 있겠지!] 히죽

패왕; [하지만 본왕은 죽음에 대해 그리 자비롭지 못하다!]

진달개; [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패왕; [네년을 죽이게 될 경우 간단히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패왕; [머리 속을 건드려서 네년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고 성욕이 끝도 한도 없이 일어나게 만들겠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히죽

진달개; (설... 설마!) 진저리를 치고

패왕; [흐흐흐! 수컷이면 아무 것하고나 교미를 하자고 엉덩이를 들이밀겠지. 원숭이든 개 돼지든...!]

진달개; [그... 그만 하지 못해요?]

진달개; [인...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치를 떨고

패왕; [흐흐흐 본왕은 원래 잔인하다.] [하물며 죽어가는 마당인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광기 서린 얼굴로 웃고

진달개; [죽이고 싶으면 깨끗이 죽여요!] [겨우 어린 여자애나 협박하면서 무슨 패왕이고 대장부예요?] 노려보고

패왕; [흐흐흐! 천하의 패왕 구석천이 잠깐 방심한 대가로 이런 수모까지 당하는구나!] 웃고

패왕; [하지만 본왕이 항상 그렇게 잔혹한 것만은 아니다.] [네가 순종하기만 하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 수도 있다.]

패왕; [잘 생각해봐라!] [천하가 비록 넓다 해도 본왕과 함께 설 수 있는 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패왕; [이것도 인연이니 네가 마음만 바르게 가지면 큰 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달개; [만... 만일 내가 도와주어서 몸이 회복된다면 나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패왕; [어디 해치지 않다 뿐이겠느냐?] 히죽

패왕; [네게 본왕의 재주를 물려주어 여자 중의 제일인자로 만들어주마!]

진달개; (그렇게 된다면야...!) 침 꼴깍 삼키는데

카아! 갑자기 동굴 밖에서 괴성이 들린다

패왕; [이런....!] 혀를 차고

패왕; [훼방꾼이 나타난 모양이로군!] 말하며 힘겹게 손을 허공에 흔들고. 순간

스스스! 허공에 구름 덩어리같은 것이 생기더니

구름덩어리 중앙에 화면이 생겨서 동굴 밖의 풍경이 나타난다. 청풍이 네 마리의 원숭이와 싸우는 모습이다. 네 마리 원숭이들이 일방적으로 당한다

진달개; (동굴 밖의 광경이 그대로 보이고 있어! 이건 또 무슨 술법이지?)

끼요옷! 아쵸! 이리저리 날고 뛰며 몽둥이로 원숭이들을 패는 청풍. 아주 빠르고 기기묘묘하다. 권완은 말에 탄 채 보고 있고

패왕; [저놈!] 눈 부릅 놀라고

패왕;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인데 십대세가 가주들에게 필적하는 본왕의 종들을 개 패듯 패고 있는 건가?]

진달개; [내가 알아요!]

패왕; [그래?]

진달개; [저자는 서문숙의 제자예요!]

패왕; [서문숙의 제자?] [그 영감에게 제자가 있었나?]

진달개; [당신과 사이가 좋을 리 없는 서문숙의 제자가 나타났으니 큰일은 큰일이군요!] 비웃고

 

#144>

[아뵤오오!] 빠바바닥! 몽둥이를 현란하게 휘둘러서 원숭이들의 마빡을 벼락같이 때리고 지나가는 청풍

케엑! 까울! 머리 감싸며 나뒹굴거나 비명 지르는 원숭이들

청풍; [하하하! 이제 그만 항복해라.] 멈춰서며 웃고

청풍; [본 공자도 제천대성이라 불리는 터라 네놈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낀다는 거 아니냐?] [더 맞기 전에 형님 말 듣는 게 좋을 거다!] 눈을 부라리며 협박하지만

크르르! 카아! 이빨 드러내며 다시 일어나는 원숭이들

청풍; [이것들이 아직 덜 맞았구만!] 눈을 부라리는데

권완; [소용없어요!] 한숨 쉬고

청풍; [소용없다니? 뭐가?] 돌아보는 청풍

권완; [보아하니 그 원숭이들의 몸은 도검이 불침하는 것같아요.] [때린다고 해서 크게 타격을 입지도 않을 거고 말을 듣게 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요.]

청풍; [좀 그런 것 같지?] 몽둥이는 던져 버리고

권완; [개를 패서 주인을 나오게 만드는 일은 쉽지가 않겠어요!]

청풍; [주인이 안 기어 나오면 개가 주인에게 안내하게 하면 돼!] 우두둑! 양손을 쥐어 소리를 내며 히죽 웃고

권완; (또 무슨 못된 짓을 하려고...!) 찡그리는데

끼끼! 서로 눈치를 보며 신호를 보내는 원숭이들

청풍을 사방에서 일제히 덮친다

권완; [조심해요!] 급히 외치지만

청풍; [놀고들 있다!] 가볍게 피하는 청풍. 이어

[아뵤!] 쾅! 쾅! 두 놈의 뒷통수를 잡아서 서로 박치기 시키고

케엑! 까웅! 별을 보며 뒤로 나자빠지는 두 놈

크아! 키이! 나머지 두 놈이 동시에 달려든다. 한 마리가 앞서 달려드는데 다른 한 놈은 껑충 뛰어서 그놈의 어깨를 밟고 한 단계 더 도약하여 청풍을 먼저 덮친다. 하지만

청풍; [느려!] 오히려 앞으로 달려가 덮치는 놈을 헛손질하게 만든 후

콱! 자기 머리 위를 지나가는 그놈의 발목을 움켜잡는다

케엑! 발목이 잡힌 그놈이 돌아보며 비명 지르는데

청풍; [요놈들! 맛 좀 제대로 봐라!] 그놈의 발목을 잡고 뒤이어 달려드는 놈을 향해 도리깨질하듯이 휘두른렀다.

빠캉! [크악!] [케에엥!] 서로 머리가 충돌하여 비명 지르는 두 놈

털썩! 퍼억! 역시 나자빠져서 헤롱헤롱하는 두 놈.

청풍; [이걸로 일차 준비는 되었군!] 손을 탁 탁 털고

이어 룰루랄라 하며 네 마리를 한 곳으로 모은다. 마빡끼리 충돌한 충격으로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원숭이들

휘파람 불며 원숭이들의 꼬리를 한데 모아서 서로 묶어버리는 청풍

권완; [원숭이들 꼬리를 묶어서 무얼 하려구요?] 찡그리며 묻고

청풍; [두고 보면 알아!] 손을 털고 일어나고

이어 던져두었던 몽둥이를 다시 집어든다

청풍; [야! 야! 엄살 피우지들 말고 일어나!] [일할 시간이야!] 딱! 딱! 몽둥이로 원숭이들의 마빡을 툭툭 치고

정신이 드는 원숭이들.

까르르! 카아! 정신이 드는 순간 다시 이빨 드러내며 청풍을 공격하려 하지만

팽! 서로 묶인 꼬리들이 확 잡아당겨진다,

까울! 케엥! 꼬리가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원숭이들

청풍; [낄낄!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냐?]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치며 웃고

끼잉! 깨갱! 비로소 공포에 질리는 원숭이들

청풍; [억울하지?] [억울하면 네놈들 주인한테 달려가서 꼬질러 봐 원숭이새퀴들아!] 몽둥이로 원숭이들을 펑펑 패고

까울! 깨갱! 비명 지르며 머리를 감싸는 원숭이들

청풍; [이랴! 이랴!] 몽둥이로 무차별 원숭이들을 때리고. 그러자

깨갱! 깽! 비명 지르며 한데 뭉쳐서 허둥지둥 한 쪽으로 달려간다

청풍; [어때? 간단하지?] 낄낄 대며 권완을 돌아보고

청풍; [짐승이든 인간이든 억울하면 상전한테 호소하려 달려가는 법이거든!] 웃으며 원숭이들을 따라간다

권완; [하여간 누가 해결사 아니랄까봐....!] 한숨 쉬며 역시 말을 몰아서 따라가고

청풍; [요것들 동작 봐라!] [뒤처지는 놈은 몽둥이 찜질이다!] 몽둥이를 휘휘 휘두르며 원숭이들을 따라가고

깨갱! 캥! 원숭이들을 겁에 질려 한 덩어리가 되어 달려간다. 구르고 나자빠지고

청풍; [하하하! 아무렴! 그래야지!] 웃으며 따라가고

권완도 고개 설레 설레 흔들며 따라간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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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 [본왕은 네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중들을 모두 죽인 게 무공비급이나 기진이보 때문이든 뭐든...]

패왕; [그러나….] 강렬한 눈빛으로 황보천유를 노려보고

황보천유; (이 괴물이 내가 생각하는 그 괴물이이라면 순순히 끝나긴 글렀다.) 입술 지긋이 깨물며 긴장하는데

패왕; [네가 데리고 있는 그 계집은 본왕이 데려가겠다.] 황보천유의 뒤를 가리키며 히죽 웃고

황보천유; (진달개를 달라고?) 눈 부릅뜨고

황보천유; (이제 보니 원숭이 새끼들뿐만 아니라 이 괴물도 코가 개코였군!) 실룩

패왕; [내놓기 싫다면 때려죽인 후 데려가주마!] 흉악하게 웃고

황보천유; [선배께서 원하신다면 데려가십시오.] 한숨

황보천유; [하지만 그녀는 곰보에다 뚱뚱보며 나이도 마흔살을 넘겼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패왕; [뭐가 어쩌고 어째?] 으하하하하하! 광소를 터뜨린다.

드드드! 쏴아아아! 지축이 흔들리고 주변의 대나무들이 태풍을 만난 듯이 휘어진다

우뚝 선 황보천유의 옷자락도 찢어질 듯 펄럭인다

황보천유; (무시무시한 내공이군!) 눈 부릅

황보천유; (사자후를 쓰는 것도 아닌데 오장육부가 자리를 바꾸려 들 정도라니...!)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몸을 버티는데

뚝 그치는 패왕

패왕; [건방진 놈! 감히 본왕을 우롱하려들어?] 눈 부라리며 황보천유를 노려보고

패왕; [장환술로 숨겨둔 게 젊고 싱싱한 계집이라는 것쯤 모를 줄 아느냐?] [허튼 수작을 한 대가로 본때를 보여주마!] 손을 번쩍 쳐들어 후려치려 하고

황보천유; [그만하시지요!] 냉소

패왕; [뭐?] 손을 후려치려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멈추고

황보천유; [비록 후배가 양보하고 있지만 선배가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차갑게 웃고

패왕; [허어!] 어이없어 하며 손을 내리고

황보천유; [제 뒤에 있는 계집은 저도 싫증났으니 데려가십시오.] 힐끔 뒤를 보고

진달개; (싫... 싫증났으니 데려가라고?) 잔환술 안에서 보며 분노하고

진달개; (오라버니가 나한테 이럴 수가...!) 이를 바득

황보천유; [그러나 데려가려면 단순히 저보다 무공이 강한 정도로는 안 될 겁니다.] 오만하게

패왕; [쥐꼬리만한 술법을 믿는 것이냐?] 냉소

황보천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후배에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황보천유; [남의 명을 따르고 있을 때 후배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선배는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패왕; [교활하고도 재미난 놈이로군.] 피식

패왕; [네 녀석은 칼끝보다 혀끝이 더 변화무쌍하고 날카롭겠다.] 껄껄

황보천유; [제 뒤에 도사린 칼은 더 날카롭습니다.]

패왕; [천하의 그 어떤 날카로운 칼도 본왕을 해치진 못한다.] 거만

패왕; [그래도 네놈이 믿고 있는 배경이 뭔지는 들어주마. 말해봐라!]

황보천유; [제게 명을 내린 분은 난릉왕 전하이십니다.]

패왕; [난릉?] 눈 부릅

황보천유; [선배께서는 무공과 술법에 있어서 천하제일인 그분에게 대적하실 수 있겠습니까?] 냉소

패왕; [건방진 놈!] [감히 누구한테 수작이냐?] 분노하며 다시 손을 번적 쳐들고

패왕; [모든 인간이 난릉을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본왕은 아니다.] [그 증거로 네 놈을 오늘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쩡! 손이 빛에 물들고

패왕; [저승에 가거든 본왕이 보냈다고 시왕(十王)에게 고해라.] 말하며 장풍을 내치려 하고. 직후

황보천유; [진정하십시오!] 물러서며 뒤로 손을 뻗고

슉! 장환술의 권역으로 들어가는 황보천유의 손이 사라진다. 이어

[흑!] 장환술 속에 숨어있던 진달개가 팔목이 잡혀 밖으로 확 끌려나온다

패왕; [어!] 장풍을 내치려다가 눈 부릅 패왕

진달개; [오.... 오라버니!] 끌려나오며 겁에 질리고.

예쁘고 빵빵한 진달개의 모습 여기저기 크로즈 업

패왕; [호오! 기대이상인 걸?] 흥미를 느끼며 손을 내리는 패왕

황보천유; [진매 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 널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한숨을 쉬며 교묘히 진달개로 자신의 앞을 가린다

진달개; [괜잖아요 오라버니! 제가 오라버니를 지키겠어요.] 창! 검을 잡아 뽑고. 헌데

황보천유; [정말 미안하다!] 진달개의 검을 든 손을 당겨 그녀가 든 검으로 자기의 가슴을 푹 찌른다.

진달개; [악!] 비명을 지르면서 검을 급히 잡아당긴다. 그러나 진달개의 보검은 이미 황보천유의 가슴에 반치 정도 파고 들어갔던 터라 검이 뽑히며 선혈이 확 뿜어진다.

비틀하며 쓰러지려는 황보천유

진달개; [오라버니!] 비명 지르며 급히 끌어안아 부축

진달개; [왜... 왜 이런 짓을 하세요?] [절 지켜주지 못한다고 자결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울면서 황보천유를 바닥에 누이고

황보천유; [저... 저자는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다.] [진매가 저자에게 농락당하는 건 차마 볼 수가 없구나!] 헉헉

진달개; [걱정마세요 오라버니! 제가 남에게 농락당하는 일은 없어요!] 결연한 표정으로 황보천유를 바닥에 누인 후 일어나고

진달개; [싸우다가 힘이 모자라면 죽을 뿐이에요.] 검을 꼬나들고 패왕에게 다가가고

패왕; [흐흐흐! 제법 강단이 있는 계집이로다!]

패왕; [마음에 들었다! 이리 와서 본왕의 귀여움을 받아라!] 양팔을 벌리며 웃고

진달개; [개소리!] 팟! 날아올라 가마 위의 패왕을 덮쳐가고

진달개; [죽엇!] 쩡! 가마 위로 뛰어오르며 검으로 패왕의 가슴을 세차게 찌른다. 하지만

휘청! 검은 패왕의 가슴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크게 휘어진다.

진달개; [금... 금강불괴!] 검을 찌른 자세로 눈 부릅뜨고

패왕; [크크크! 아무리 날카로운 신병이기라도 본왕의 몸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 웃고. 헌데 바로 그때

황보천유; [단순히 무공으로라면 그렇겠지!] 따라라랑!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매화신종을 흔든다. 순간

사팟! 패왕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진달개의 보검 앞 부분이 사라진다. 그와 함께

푹! 단번에 패왕의 가슴을 앞뒤로 관통해버리는 진달개의 검

패왕; [크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진달개의 검을 쥔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고

콰득! 진달개의 손목이 으스러지는 소리

진달개; [악!] 비명 지르며 검을 놓치고

털썩! 고통에 못 이겨 기절하며 난가 위에 쓰러지는 진달개

카아! 키에! 원숭이들이 돌아보며 괴성을 지르고

패왕; [크흑! 격물전이(隔物轉移;물체를 통과하여 이동시킴)의 술법을 쓰려고 검에 제놈의 피를 묻혔구나!] 가슴을 관통한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이를 간다.

황보천유; [으하하하! 인간인 이상 껍질이 아무리 단단해도 속은 피와 살로 이루어졌겠지!] 일어난 채 웃고

황보천유; [심장에 구멍이 난 기분이 어떠냐 원숭이야!] 비웃고

패왕; [이 죽일 놈!] 이를 갈며 검을 확 잡아 뽑는다. 푸학! 검이 가슴에서 뽑히면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고

황보천유; [헉!] 딸랑! 놀라며 급히 매화신종을 흔들고

패왕; [죽인다!] 부악! 이를 갈며 검을 내려친다. 진달개의 검에서 수십미터의 섬광이 치솟았다가

투쾅! 섬광이 황보천유의 몸을 수직으로 쪼개 버리고 그가 서있던 곳을 내리쳐 박살낸다. 땅 바닥에 수십미터 길이로 도랑이 파이고. 하지만

푸스스! 직후 황보천유의 쪼개진 모습이 허깨비처럼 흩어진다

패왕; [이... 이환술(移幻術)까지...! 크윽!] 가슴을 누르며 난가에 쓰러지고

<크크크! 쎈놈이 항상 이기는 건 아니라는 강호의 진리도 모르는 멍청한 원숭이 새끼!> 어디선가 황보천유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패왕; [본왕이.... 본왕이 하찮은 네놈에게 당하다니...!]

패왕; [크아아아!] 분노하여 울부짖는다.

 

#139>

옥불사의 산문 밖.

슈욱! 공간이동하며 나타나는 황보천유

[크아아아!] 멀리서 패왕의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들리고

황보천유; [휴우! 정말 무서운 괴물이다. 심장에 구멍이 났으면서도 즉사하지 않다니...!]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고

황보천유; [패왕(覇王) 구석천(具席天)!] [그 원숭이는 바로 난릉왕과 함께 사왕(四王)으로 꼽히는 패왕 구석천이었다!]

황보천유; [포악하기로는 난릉왕도 상대가 안된다는 그 괴물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죽이지 않으면 후환이 클 텐데 어쩐다?] 고민하고. 헌데 바로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소리가 들려온다.

황보천유; [헉!]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고.

쿵! 앞쪽의 허공에서 말을 탄 난릉왕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허공을 비탈길처럼 걸어서 내려오고 있는 말.

황보천유; [왕야!] 급히 한 무릎을 꿇으며 포권하고

황보천유; (살았다! 난릉왕이 나타났으니 구석천도 날 어쩌진 못하겠지!)

그 사이에 난릉왕을 태운 말은 황보천유의 앞쪽 오미터 정도 높이에서 멈춰서고

난릉왕; [만년옥액은?] 가면 속에서 눈을 번뜩이며 묻고

황보천유; [다행히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왕야의 복입니다.] 품속에서 유리병을 하나 꺼내 두 손으로 받들고

스윽! 직후 그자의 손에 있던 유리병이 허공으로 딸려 올라간다.

손을 뻗어 유리병을 쥐는 난릉왕

황보천유; [옥불사의 땡중들이 숨겨둔 것은 찾지를 못...!] 말하며 고개를 들다가 뜨끔하는 황보천유

난릉왕의 눈빛이 가면 속에서 이글거리며 쏘아보고 있다.

황보천유; (이크!) 급히 고개를 떨구고.

황보천유; (조심해야만 한다. 나머지를 빼돌린 걸 들키면 끝장이다!) 식은땀 흘링 때

난릉왕; [수고했다. 세가로 돌아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유리병을 든 채 말 고삐를 돌리며 말하고

황보천유; [왕, 왕야! 드릴 말씀이...!] 급히 고개 들며 말하지만

난릉왕; [명령을 기다려라.] 말 머리를 완전히 돌리고

따각! 따각! 다시 허공을 걸어서 멀어지는 난릉왕의 말

곧 숲 너머로 사라지는 난릉왕

황보천유; [재수 없는 인간!] 난릉왕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황보천유; [난릉왕!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막 대할 수 있는 시간도 오래 남지 않았다.] 일어나고

황보천유; [일단 당신이 천하를 얻을 때까지 협조해주지! 하지만 그 후에는...!] 흐흐흐! 음험하게 웃고

 

#140>

옥불사 외곽의 숲

권완; [휴우!] 힘이 빠져서 아람드리 나무에 기댄 채 사르르 주저앉는다.

권완; [사람과 말을 함께 허공으로 들어 올리는 일은 역시 쉽지가 않아!] 땀을 닦고

권완; [대원수께서 남겨준 법기가 있었다면 좀 더 쉬웠을 텐데...!] 할딱이고. 그때

[수고했어 완!] 숲으로 말을 타고 들어오는 난릉왕

[덕분에 재수없는 그놈을 제대로 속여 넘겼어!] 스스스! 말과 난릉왕의 모습이 변한다. 바로 청풍과 청풍이 권완을 태웠던 그 말이다.

권완; [당신도 난릉왕 흉내를 실감나게 내더군요.] 웃으면서 일어나고

청풍; [낄낄! 흉내 내는 건 원래 원숭이들의 장기잖아!] 웃으면서 말에서 내리고

권완; [그자는 골수까지 악당이었어요.] [단순히 만년옥액을 빼앗는 걸로는 징계가 너무 약하지 않나요?] 말로 다가가고

청풍; [나도 원래는 그놈을 병신으로 만들어서 더 이상 세상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까도 생각했어!] 권완을 부축해서 말에 태우고

권완; [그런데요?] 말에 타고

청풍; [생각해보니 그놈, 난릉왕에게 딴 마음을 품고 있더라고!]

권완; [난릉왕을 상대하게 하기 위해서 살려두신 거예요?]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한 인물인데...!] 찡그리고

청풍; [그 정도는 되어야 난릉왕에게 조금이라도 타격을 입힐 수 있어!] 말고삐를 잡고 옥불사를 떠난다.

청풍; [현재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할 적은 난릉왕이라구!]

권완;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표정

청풍; [아쉽더라도 이걸로 참아줘!] 품속에서 유리병 세 개를 꺼내 내민다

권완; [황보천유가 바위 밑에 숨겨놓은 두 개도 캐내오셨군요!] 반색하며 받고

청풍; [흐흐흐! 밤새 헛고생을 한 걸 알면 그놈 꼭지가 돌아버릴 거야!]

권완; [정말 그렇겠네요!] 유리병을 만지작거리며 흡적한 표정을 짓고

청풍; [그나저나 좀 당황스럽긴 해. 강호에 저런 놈이 그냥 있을 리가 없는데...] 갸웃거리고

권완; [무슨 뜻이죠?] 의아한 표정.

청풍; [그놈이 사용하는 여러 수법들이 아주 익숙했어.]

권완; [무공이 말인가요?]

청풍; [아니! 다른 짓거리들이!] 고개 젓고

청풍; [아무리 봐도 우리 철궁의 수법들이란 말이야.] [약삭빠르고 잔머리 살살 굴리는 게....] 찡그리고

권완; [그자가 철궁에 제자로 들어가서 배웠는지도 모르죠.] [철궁은 돈만 내면 누구든지 제자로 받아준다고 했잖아요!]

청풍; [철궁에서 배웠다면 내가 알고 있어야만 해.]

청풍; [저 정도까지 잘 배운 놈을 궁주인 내가 모를 리 없어.]

권완; [그렇다면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요.]

청풍; [사부들이 나 몰래 가르친 놈인가?] 갸웃

권완; [그건 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해요. 우선은 용화사로 빨리 가봐야만 해요.]

권완; [대낭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너무 늦지나 앉았는지 모르겠어요.]

청풍; [요정과 귀신이 함께 있으면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란 게 뭘까나?]

권완; [뭔지 몰라도 중요한 일인 건 분명해요. 서두르도록 해요!]

청풍; [그러자고!] 말고삐를 잡고 달린다. 말도 달리고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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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밤이 깊었다. 달도 서쪽으로 기울고 있고

다시 옥불사. 화르르르! 옥불사 중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 그렇게 거세진 않다.

화르르! 우두두! 백옥불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옥불루와 백옥불 주위에 쌓여있던 장작들이 거의 다 타서 연신 무너지고 있다. 그에 따라 백옥불의 형상이 온전히 드러나고 있고. 멀찍이 서서 보고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황보천유는 느긋하게 앉아 있고 진달개만 초조한 듯이 보고 있다. 진달개는 지금은 검을 허리에 차고 있다.

진달개; [장작이 거의 다 탔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황보천유; [물론 만년옥액을 채취해야지!] 일어나고

황보천유; [그럴려면 먼저 잔불과 재부터 털어내야하고!] 화악! 손바닥을 내밀고. 그자의 손바닥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진다

화악! 화르르! 황보천유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강력한 열풍이 백옥불 주변에 남아있던 장작의 잔해들을 순간적으로 재로 만들어 버리고

화르르! 그 재들은 돌풍에 휩쌓여 날아간다

쿵! 온전히 새빨갛게 달아오른 백옥불만 남는다

진달개; [오라버니의 공력이 실로 놀랍군요.] 놀라고

황보천유; (진달개!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내 능력을 전부 알지 못할 것이다) 냉소하며 백옥불로 다가간다.

화악! 백옥불의 열기가 황보천유의 몸을 달구고 옷을 펄럭이게 만든다

진달개; [조심하세요. 열기가 심해요!] 따라가지 못하고 외치는데

황보천유; [뜨거우면 식히면 돼!] 쌍장을 모으고. 그러자

치치치! 황보천유의 몸이 얼음처럼 변하면서 몸에서 수증기가 일어난다. 얼음이 불 속에 던져진 것 같고

진달개; (극음기공(極陰奇功)까지 익혔단 말인가?) 놀랄 때

황보천유; [식어랏!] 팍! 하얗게 변한 손을 백옥불의 하단에 대며 외치고. 순간

쩡! 쩌저적! 황보천유가 손을 댄 부분부터 시작해서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백옥불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식으면서 성애가 끼는 것

진달개; [맙소사!] 놀라고

스스스! 츠츠츠! 수증기가 백옥불을 휩싸고

진달개; (저 거대한 백옥불을 단번에 식히고 있어!) 흥분

쿵! 수증기가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백옥불의 모습. 백옥불 전체가 성애에 덮여서 원래의 하얀 색으로 돌아왔다

츠츠츠! 백옥불이 성애에 덮인 모습

진달개; (방금 전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던 옥불이 꽁꽁 얼어붙었어!) 침 꼴깍

황보천유; [됐군!] 손을 떼고

황보천유; [이제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곳만 찾으면 되겠지!] 휙! 백옥불의 무릎으로 뛰어올라가고

진달개; [정말 대단해요 오라버니!] 따라서 날아올라오고

진달개; [전설의 빙백강기(氷魄罡氣)마저 익히신 건가요?]

황보천유; [뭐 비슷한 거야! 그보다 진매도 같이 찾아봐!] 여기 저기 살피고

진달개; [뭘 찾아야하죠?]

황보천유; [달궈졌다가 식으면서 색이 변한 곳이 있을 거야!]

진달개; [그곳이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부분이군요!] 흥분하고

휙! 백옥불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가는 진달개

이어 백옥불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두 년놈.

황보천유; (내 방법은 틀림없다.)

황보천유; (만년옥액은 열이 가해지면 침출(浸出)되는 성질을 지녔으며 그러다가 식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성(引性)도 지니고 있다.) 여기저기 살피고

황보천유; (그 때문에 어느 한 부위에 만년옥액 전체가 모여 있을 것이다!)

진달개; [오라버니!] 백옥불의 어깨에서 외치고

올려다보는 황보천유

진달개; [여기에 색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황보천유; [건드리지 마라!] 휙! 올라가고

진달개; [여기에요 여기!] 자기 발치를 가리키고

츠츠! 과연 원형으로 색이 짙은 부위가 있다. 직경이 5센티 정도. 금빛으로 빛나고

황보천유; (찾았다!) 무릎 꿇고 살피고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쓸고

그러자 그 부분이 얼음이라 손가락이 지난 부분이 조금 녹았다.

황보천유; (체열에 녹았다! 틀림없다!)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이 촉촉하다

진달개; [만년옥액이 맞나요?]

황보천유; [검!] 손가락을 입에 넣어 빨며 다른 손을 내밀고

진달개; [예!] 스릉! 허리에 찬 검을 뽑는다

진달개; [이건 춘추시대의 신검 태아(太阿)인데 아주 날카로워서 금석을 무 베듯 해요.]

진달개; [아버지는 한(漢) 무제(武帝)의 무덤에서 발굴한 이걸 제게 주셨어요!] 황보천유에게 내밀고

황보천유; [진씨세가에서 최근 얻었다는 보검을 진매가 갖고 있었군!] 받고

진달개; [하나뿐인 딸이 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배배 꼬며 수줍게 웃고

황보천유; [지킬 게 뭐 있다고...!] 냉소하며 검 끝으로 만년옥액이 고여있는 부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기 시작하고

진달개; [예?] 흠칫하는데

황보천유; [그냥 그렇다고....!] 사각! 말하며 검끝으로 완전히 원을 그리고

황보천유; [생각해보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겠군!] 냉소하며 검을 다시 성의없이 진달개에게 주고.

진달개;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고? 설마 나를 빗대서...?) 찡그리며 검을 받는데

황보천유; [굳이 검이 필요하진 않았다는 얘기야!] 윙크하고

진달개;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가슴을 쓸고

황보천유; [그럼 얼마나 응결되었는지 확인해볼까?] 손바닥을 원형으로 선을 그은 부분에 대고

황보천유; [찻!] 손바닥을 활짝 펴며 기합을 넣고.

쩌억! 다음 순간 황보천유가 쳐드는 손바닥을 따라 원뿔 모양으로 색이 짙은 부분이 딸려나온다

진달개; [아!] 놀라면서도 검을 검집에 꽂고.

그 사이에 15센티 정도 길이의 원뿔 모양 얼음이 백옥불의 어깨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진달개; [그... 그게 만년옥액이 얼어서 생긴 얼음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으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만년옥액이 내 손에 들어왔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원뿔형의 얼음을 보며 기뻐 웃고

진달개; [축하드려요 오라버니!] 그런 황보천유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진달개; [드디어 성공하군요!] 뺨을 황보천유의 뺨에 부비며 기뻐하고

슈웃! 황보천유는 진달개를 목에 매단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백옥불에서 삼사십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대나무 숲 앞의 평평한 바위에 내려선다.

진달개; [전 신경쓰지 마세요. 만년옥액은 오라버니가 모두 갖으세요!] 몸을 비비며 아양을 떨고

황보천유; [그럴 수야 없지! 진매도 수고를 했는데....!] 은근히 끌어안고

진달개; [정말이에요. 전 오라버니의 사랑만 있으면 충분해요!] 하악 하악!

황보천유; [말이라도 고맙군!] 음험하게 웃으며 진달개의 등 한 곳을 누르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며 기절하는 진달개

황보천유; [물론 네년에게 나눠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냉소하며 팔을 풀고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진달개.

야한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다.

황보천유; [언제 난릉왕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서둘러야겠군!] 바위에 걸터앉고

이어 품 속에서 작은 유리병 세 개를 꺼내서

바위 위에 죽 늘어놓고

황보천유; [얼마나 채취되었는지 그 인간이 알게 뭐냐?] 히죽 웃으며 원뿔형으로 얼어붙은 만년옥액을 쥐고 뾰족한 끝을 유리병 하나의 입구에 댄다

징! 황보천유의 손이 달아오르고

주르르! 얼어붙었던 만년옥액이 아래부분부터 녹아서 유리병에 고인다

황보천유; [흐흐흐! 천하무적이 목전(目前)인 것인가?]

 

잠시 후. 야하게 누워 기절한 진달개

그 옆의 바위 위에는 두 개의 유리병이 유리로 만든 뚜껑으로 덮여있고

황보천유; [다 되었군!] 세 번째 유리병도 유리로 된 뚜껑으로 막고 있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틈새를 밀납으로 밀봉했으니 깨지지 않는 한 흘러나올 염려는 없겠지!] 유리병들을 집어들고

휙!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황보천유; [혹시 모르니까...!] 바위 아래의 땅을 파고

황보천유; [나중에 조용해지면 와서 가져가자!] 유리병 중 두 개를 바위 아래 묻는다

황보천유; [어차피 난릉왕에게는 일부를 바칠 수밖에 없으니까...!] + [!] 중얼거리다가 흠칫

쏴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먹구름이 밀려오며 별과 달을 모두 가려버린다. 삽시간에 천지는 암흑처럼 깜깜해지고,

황보천유; (이건!) 깜짝 놀라며 급히 유리병을 품 속에 넣는다.

황보천유; (천지가 갑자기 이런 조화를 부리는 건 하늘이 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술법을 부려서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옥불사를 가리려고 하고 있다!) 아연긴장하며 둘러보고.

휘이이잉!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재와 먼지와 불티가 함께 날고.

쿠쿠쿠! 음산한 회오리바람이 옥불사 전체를 휘감아 돈다.

여기저기서 귀신불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차갑고 음습한 안개가 밀려왔다. 귀신불들이 암흑 속에서 너울대며 흐르고 내리고 오르고 맴돈다.

[으흐흐흐….] [으흐흐흐….] 그 속에서 귀신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을 휘감은 안개 속에서 귀신같은 형상들이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황보천유; (지옥유부에서 망령들을 불러낸 건가? 정말 강력한 술법을 쓰는 자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황보천유; (본가의 법기인 매화신종(梅花神鍾)을 써야 겨우 상대할 수 있겠다!) 품에서 작은 종을 하나 꺼낸다. 아이들 장난감같이 생긴 종인데 표면에 매화가 핀 나뭇가지가 새겨져 있다.

딸랑! 딸랑! 긴장해서 매화신종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흔드는 황보천유. 그러자

화악! 반구형의 반투명한 막이 일어나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덮어버린다.

밀려오는 안개 속에서 다가오던 귀신들은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발견하지 못하고 옆으로 흐느적 거리며 지나간다.

황보천유; (일단 잡귀들을 속이는 데는 성공했군!) 매화신종을 품속에 넣고. 이어

황보천유; [진매! 일어나!] 발로 진달개의 옆구리를 툭 차고.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진달개

황보천유;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피며 속삭이고

진달개; [오라버니! 또 내 혈도를...!] + [웁!] 말하며 일어나는 진달개의 입을 황보천유가 급히 틀어막는다.

황보천유; [조용히! 무서운 적이 근처에 있다.] 속삭이고

그제서야 주변을 보고 놀라 눈 부릅 진달개

반구형의 막 주변을 서성이는 귀신의 형상들

진달개; (귀.... 귀신!) 겁에 질려 파르르 떨고

황보천유; [소리만 내지마! 밖에서는 우리 모습이 안보인다!] 진달개의 입을 풀어주고

진달개; [장... 장환술(藏幻術)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그렇다.] [하지만 나타난 자를 완전히 속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끄덕이며 백옥불 쪽을 노려보고

진달개; [그... 그렇게 무서운 자인가요?]

황보천유; [이 정도 술법을 구사하는 것만 봐도 난릉왕보다 그리 아래가 아닌 자같다.]

진달개; [그... 그런...!] 겁에 질리고

황보천유; [그냥 지나가는 자라면 일부러 자극하여 번거로움을 자초할 필요없다.] 백옥불 쪽을 보고

진달개; [예...!] 침 꼴깍하며 역시 황보천유가 보는 쪽을 보고. 직후

<크크크크...! 여기가 용화사가 아니었나?> 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진달개; [오... 오라버니!] 겁에 질려 황보천유에게 달라붙고

황보천유; [겁 먹지 마라!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들키지 않는다!] 다독이고. 그때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에 여긴 줄 알았더니 잘못 내려온 모양이군.> 쿠쿠쿠! 음산한 안개와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리는 음성

황보천유; (젠장! 목소리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 (어째 예감이 안 좋은 걸!) 역시 긴장하는데

진달개; [저기!] 놀라며 백옥불의 위쪽 허공을 가리킨다

쿠우우! 휘도는 시커먼 먹장구름 속에서 황금빛의 어떤 물체가 나타난다.

쿵! 먹장 구름 속에서 천천히 하강하는 것은 왕이나 천자가 타고 다니는 벽은 없고 네 개의 기둥에 지붕만 얹혀져 있는 가마 난가(鸞駕)다. 황금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가마인데 네 마리의 금빛 털을 지닌 거대한 원숭이들이 메고 있다. 꼬리도 긴 이 원숭이들은 사람처럼 고관대작들이 입는 관복을 입고 관모를 썼다.

원숭이들이 메고 있는 난가에는 장대한 체격의 중년인이 거만하게 앉아있다. 완전히 황제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는 면류관까지 쓰고 있다. 얼굴은 원숭이처럼 수염이 가득하고 배는 뚱뚱하다. 모습이 황제같을 뿐 아니라 주위에 맴돌고 있는 이상한 기운은 그가 저승에서 나온 염라대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자가 난릉왕과 함께 사왕에 드는 패왕 구석천이다. 대단한 고수지만 좀 단순하다.

황보천유; (요란하게도 나타나는군!) 노려보는데

휘익! 이윽고 백옥불 앞으로 내려서는 원숭이들. 헌데

번쩍! 번쩍! 원숭이들의 눈이 빛나더니

고개 홱 돌려서 일제히 황보천유와 진달개가 숨어있는 곳을 돌아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들켰다!) 눈 부릅 뜰 때

[크아!] 카아!] 동시에 이를 드러내며 괴성을 지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젠장! 저 원숭이 새끼들이 냄새를 맡았구나!) 이를 부득 가는데.

패왕; [거기에 버러지들이 숨어있는 줄 안다!] [살고 싶으면 기어 나와라!] 황보천유가 숨은 곳을 보며 눈을 부라리고

황보천유; [소리 내지 말고 숨어있어!] 진달개를 다독이며 앞으로 걸어가고

진달개; [조... 조심하세요!] 겁에 질려 달달 떨고

반투명한 막 밖으로 나가는 황보천유

슈욱! 대나무 숲 근처 바위 옆.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황보천유

패왕; [장환술이 제법이라 늙은이라 생각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였군.] 히죽 웃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고

황보천유; [후배는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천유라 합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포권하고

패왕; [흥! 황보세가의 잡것이었군.] 코웃음

황보천유; (본가의 명성도 별 효력이 없는 건가?) 침 꿀꺽 삼킬 때

패왕; [잘 들어라 애송아! 본왕은 황보세가를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히죽

패왕; [미워하지 않는 건 가주란 놈의 하는 짓이 본왕(本王)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고 좋아하지 않는 건 정파의 간판을 걸어놓고 점잔을 떨기 때문이다.]

황보천유; [후배의 가친을 알고 계시는지요?]

패왕; [흐흐흐! 알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네가 덕 볼 일은 없다.] [네 아비 황보중평도 본왕을 보면 두려워 숨도 크게 못 쉴 것이다.]]

황보천유; (본왕!) (설마 이 괴물은...!) 무언가를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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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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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고수이자 천하제일술법자인 난릉왕께서 납셨다.] [모두 뛰쳐나와 맞아라!] 말을 따라 들어오는 똑같이 생긴 동자들이 입을 맞춰 외치고

역천마도; [빌어먹을!] 입술 실룩이고

형파도 긴장해서 침 꿀꺽.

이산굉의 얼굴도 굳어졌는데

공대벽은 담담하지만 강한 눈빛으로 난릉왕을 본다.

그 사이에 난릉왕은 말을 몰아서 탑 안으로 완전히 들어선다.

난릉왕; [이대협! 본왕의 여의채옥 하나로는 부족한가?] 서문숙의 2-3미터 뒤쪽에 멈춰서며 묻고

이산굉; [부족하지. 아주 부족하고말고!] 껄껄 웃고

난릉왕이 손짓을 하자

왼쪽에 있는 시동이 고개를 숙인 후

서문숙 옆을 지나 상자 쪽으로 가더니

품고 있던 검을 여의채옥이 얹혀진 상자 위에 내려놓는다.

난릉왕; [귀신과 마귀도 벨 수 있는 구소현정검(九宵玄炡劒)을 함께 놓는다면?] 돌아오는 동자를 보며

이산굉; [역시 부족해!] 고개를 젓고

이산굉; [난릉왕의 손이 그렇게 작은 줄 미처 몰랐군.] [재주가 아무리 높아도 손이 작아서야 어떻게 천하를 움켜쥐겠는가?] 비웃고

난릉왕의 가면 속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가 사라진다.

이산굉; [나방으로는 고래를 낚을 수 없고 한 마리 멸치로는 용을 낚지 못하지.] 거만하게 웃고

이산굉; [하물며 천하를 쥐려는 자가 자기의 전부를 걸지 않겠다면 함께 자리를 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네.]

난릉왕은 오른쪽에 있는 시동의 품에서 두루마리를 뽑고

난릉왕; [천하의 재보 삼할이 수장되어있다는 개천부(蓋天府)의 장보도일세.] 휙! 던지고

스슥! 여의채옥과 구소현정검이 얹혀진 상자 위에 또 놓여지는 두루마리

이산굉; [왕은 손은 작으나 때를 놓치진 않는 사람이군.] 엄지손가락을 꼽아보이고. 직후

난릉왕; [고맙군!] 스스스! 말하는 난릉왕의 말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난릉왕은 허깨비처럼 허공을 비스듬히 걸어내려와서

성큼성큼 걸어 마지막 남아있는 <3번> 포단에 가서 앉는다. 공대벽의 정면이다.

그의 좌우에 시동들이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시립한다.

이산굉; [청한 사람이 다 온 것은 아니지만 자리가 찼으니 이제 도무를 시작하겠소.]

이산굉; [다른 분들도 도박 밑천을 꺼내보시오!]

형파가 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내서 쇠상자 쪽으로 날려 보낸다.

상자 중 하나에 얹혀지는 목걸이

공손대낭;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한 목걸이가 아니겠구나!)

이수는 역천마도를 힐끗 보고는

슥! 자기 앞에 놓여있는 향로를 집어들고

이수; [설마 선무불사강녕로(仙舞不死康寧爐)를 모르시진 않겠죠?] 향로를 선보이며 오만하게 웃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슥! 허공으로 향로를 밀어 보내는 이수

둥둥 떠간 향로가 역시 쇠상자들 중 하나에 얹힌다.

귀; <하나같이 천하를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는 보물들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

귀; <선무불사강녕로는 향을 피우면 향연이 선녀의 모습으로 춤을 추고 그 춤을 계속 보는 자는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본다면 선녀의 춤이 끝날 때 상처도 모두 치유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향로를 배경으로

귀; <마교주가 내놓은 황금신반(黃金神盤)과 자웅을 다툴 만한 보물입니다.> 이미 쇠상자 중 하나에 얹혀져 있는 황금 접시를 보고

고개 끄덕이는 공대벽

귀; <황금신반은 그 위에 어떤 것이 있으면 천지의 기운을 한없이 빨아 당겨서 불어넣어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평범한 대추라도 황금신반에 얹은 후에 먹게 되면 주안과나 다름없게 되고 흔하디 흔한 철검을 그 위에 얹어놓으면 절세의 보검으로 변하게 됩니다.>

역시 끄덕이는 공대벽.

귀; <소주께선 어떤 것을 내놓으시겠습니까?>

공대벽은 손을 뒤로 내밀며 귀가 안고 있는 유리병을 툭툭 치면서 웃고

귀; (멍청하긴!) 깨닫고

공대벽; [가져다 놓으시오.]

귀; [예!] 고개 숙이고

이어 앞으로 걸어가서 상자 중 비어있는 것에 삼촌육유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올려놓고

팟! 덮고 있던 손수건을 잡아챈다.

그러자 드러나는 유리병의 모습. 삼촌육유들이 태평하게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형파; [역시 삼촌육유였군!]

이산굉; [삼촌육유라면 충분하지!] 끄덕

삼촌육유를 상자 위에 내려놓은 후 난릉왕을 노려보는 귀

하지만 난릉왕은 눈빛조차 흔들리지 않고 두 시동만이 분노한 기색을 띠고.

[흥!]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는 귀

서문숙; [천하의 이물(異物)이 오늘 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구나.] 손을 소매 속에 넣고

이산굉; [노야께선 뭘 걸 작정하시오?]

서문숙; [노부의 고양이는 이미 남에게 주었네.] 소매 속에서 꺼내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가 들려있고

서문숙; [그래서 고양이를 내놓지는 못하고 고양이를 부르고 길들이는 법만 적었네.] 휙! 두루마리를 던지고

상자 위에 떨어지는 두루마리. 순간

형파; [서문영감! 무슨 망발이오!] 눈 부라리고

형파; [이 늙은이는 십장생(十長生) 중 학(鶴)을 내놓았소.] [헌데 고작 고양이라니...!]

이산굉; [어리석은 영감이로다.] [서문노야의 고양이를 모르는 자가 어찌 고수 행세를 하면서 다닌단 말인가?]

형파; [네… 네 놈이…!]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려는데

역천마도; [무식한 건 죄가 아니오.] 냉소

역천마도; [하지만 분수를 모르면 무례해서 죄가 되는 법이오.]

형파; [뭐라고?] 분노하고

역천마도; [서문노야의 고양이는 노인장의 학 목걸이 보다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소.]

형파; [으으으!] 이를 갈며 역천마도를 쏘아보고

역천마도; [그 고양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노인장이 무례를 범한 그 순간 이미 찢어진 고기 조각으로 변했을 거요.]

형파; (대체 고양이가 뭐길래...!) 분노 삭이며 침 꿀꺽

이수; [서문노야의 고양이 이름이 아마 참범(眞虎)이겠지요?]

이수; [천년을 넘겨 살아서 천년호(千年虎)라고도 불리며 칠고신 중 한명인 천검 배민 장군도 어쩌지 못했다는...!]

형파; (천년을 산 호랑이!) 놀라고

이수; [당금의 천하제일인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난릉왕조차도 참범에게는 함부로 맞서지 못한다던데 사실인가요?] 난릉왕을 보고.

난릉왕; [본왕이 서문원수를 일찍 죽이지 못한 것은 그의 능력을 꺼린 것이 사(四)요 그가 기르는 참범을 꺼린 것이 육(六)이라 할 수 있다.] 끄덕

형파; [험험! 그렇다면야...!] 어색하게 헛기침

형파; [헌데 요정께서는 뭘 거시겠소?] 화제를 공손대낭에게 돌리고

모든 사람이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 [제게는 아무런 이물도 없거니와 천하를 다툴 수 있는 사람도 아니랍니다.] [헛되이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니 민망하군요.] 난감해하고

난릉왕; [그대의 도행(道行)이 어느덧 천오백 년이 넘었는데 내놓을 게 없다니 말이 되는가?]

공손대낭; (내 정체를 알아차렸어!) 긴장 +[도행은 물건이 아니라는 걸 모르세요?] 샐쭉

공손대낭; [그대는 내게서 뺏어가고자 해도 난 빼앗길 것이 없어요.]

이산굉; [완전히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할 뿐 아니라 자기가 사람이라고까지 착각하는 요정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겠지.]

이산굉; [그대의 정을 뽑아서 법기로 하여금 삼키게 한다면 천신마저 속일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공손대낭; [그... 그런!]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형파와 역천마도등의 눈빛도 번쩍하고.

서문숙; [그대들은 대낭을 해할 수 없네.] 엄숙하게

서문숙; [대낭은 이미 요정 중의 우두머리니 해를 끼칠 경우에 저주가 그대들의 후손에 길이 미치게 될 걸세.]

서문숙; [능력이 뛰어난 그대들은 화를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손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걸 명심하게.]

난릉왕; [대원수께선 본왕이 왜 직접 적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죽이지 않았는지 아시오?]

서문숙; [왕야의 적이 될만한 능력을 지녔다면 역시 하늘이 낸 인물들일 터!]

서문숙; [왕야가 그들을 함부로 죽인다면 왕야 역시 하늘의 죽이는 바가 되는 까닭이 아니오?]

난릉왕; [옳소.] [그래서 본왕은 적이라 해도 직접 맞서는 자만을 죽였지 염려하여 미리 찾아가 죽이지는 않았소.]

난릉왕; [만약에 하늘이 땅을 굽어보지 않는다면 본왕의 사업이 이다지 길고 번다하지 않았을 것이오.]

서문숙; [허허허! 천의(天意)를 그리도 잘 아는 왕이 천하를 횡행하려 드는가?]

난릉왕; [본왕은 대원수를 내 이목으로부터 숨길 수 있었던 영물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소이다.]

난릉왕; [오늘의 도무에 참가한 이유도 소혼곽 때문만은 아니오.] [대원수가 어쩌면 이 자리에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이유였소.]

이산굉; [옳거니!] 실실 웃는다.

난릉왕; [대원수를 숨겨준 영물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이수; [소혼곽을 얻지 않아도 왕야의 능력으로는 천신을 속이고 천하를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했겠군요.]

난릉왕; [소저의 이름이 이수였던가?] [본왕은 천신을 속일 생각은 있지만 천하를 움켜쥘 생각은 없네.]

난릉왕; [다만 이 혼란스런 천하를 다시 원 주인에게로 되돌리기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할 뿐이지.]

이산굉; [으하하하!] [천하의 잘난 난릉왕이 누구를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한단 말인가?]

이산굉; [난릉왕! 자네의 농이 지나치네.] 웃음 뚝 그치고

난릉왕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산굉; [경거망동마라! 난릉왕!] 이산굉의 네 개의 눈동자가 횃불인 양 빛을 내쏜다. 하지만

이산굉이 그러든 말든 난릉왕은 맞은편을 향해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며 엎드린다.

[!] [!] 모든 사람이 경악한다. 입이 딱 벌어지고

공대벽의 굳어진 얼굴. 검미가 하늘을 가리키며 올라간다.

귀도 긴장하여 차고 있는 검의 자루를 세차게 움켜잡는다.

허둥대며 난릉왕 뒤에 엎드리는 시동들

<난릉왕!>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이 남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다니...!> <말... 말도 안되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데

난릉왕; [신(臣)을 기억하시겠습니까?]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입을 열고

공대벽의 입가가 미미하게 떨린다.

두 주먹이 움켜쥐어 지고 가만히 앉아있는 공대벽의 옷자락이 부르르 떨리고.

난릉왕; [제왕(帝王)이시여! 신을 기억하소서!] 이마로 바닥을 쾅쾅 때리며 피를 토하듯이 외치고

꽈광! 순간 엄청난 충격이 탑 안의 모든 사람들을 강타한다. 벼락이 각각의 머리에 떨어지는 형상이고

이산굉의 몸이 휘청하면서 뒤로 넘어간다. 지나친 충격으로 거의 기절한 상태고. 백영이 급히 그의 어깨에 팔을 끼어 부축한다.

<제... 제왕!>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숨도 쉬지 못한 채 공대벽을 응시하고.

공대벽을 호위하는 귀도 숨을 멈춘 채 공대벽의 뒷모습을 보고

공대벽은 귓속에서 위잉! 하고 피가 휘몰아쳐 달리는 소리를 듣는다.

화악! 속에서 뻗쳐 오른 어떤 것이 공대벽의 머리끝을 관통하고 빠져나가는 것 같다.

공대벽은 자기의 힘이라 여겨지지 않는 어떤 흐름에 떠받쳐 자리에서 일어선다. 마치 산이 솟는 것처럼 일어나는 공대벽의 압도적인 모습

슈욱! 일어서는 공대벽의 키가 무한하게 자라난다. 물론 실제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

공대벽의 반투명한 모습이 단번에 용화대탑 위로 치솟는다. 아래쪽의 용화대탑이 장난감처럼 보이고

공대벽의 머리가 밤하늘의 구름 속을 지나가고

마침내 별들과 은하계 사이에서 멈춘다.

내려다보면 지구가 뜨락 정도 넓이로 보인다.

공대벽; <작다! 너무 작다!> 양팔을 벌리며 숨을 들이키고

공대벽; <하늘은 침실의 천장보다도 낮고 땅은 내 방 앞의 뜰보다도 좁구나!>

공대벽; <세상이란 게 정녕 이토록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가?> <그저 몇 걸음만 걸으면 땅 끝에 이를 정도로?> 지구 전체를 내려다보고

공대벽;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지구 중 중국의 모습이 내려다본다

확 다가오는 용화사. 건물들이 미니어쳐처럼 보이고

공대벽; <내 피 속에 흐르는 운명을!> 확 다가오는 용화대탑.

다음 순간 칠층의 용화대탑 일층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확! 하고 들어온다. 모두가 공대벽 자신을 향해 엎드려 있다. 귀도 엎드려 있고. 아무도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공대벽; <내가 바로 난릉왕, 아니 심제회(尋帝會)가 찾던 제왕이었다! 칠년천하를 이룩했던 초대 제왕이 우리 집안을 연 시조셨고!> 슈육!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는 청풍.

돌아보니 귀도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공대벽은 귀의 허리에 삐죽이 나와 있는 검 자루를 잡아서 당겼다. 귀의 검이 소리 없이 빠져나왔다.

공대벽은 검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난릉왕에게 가고

공대벽(검을 난릉왕의 목에 얹고); [나 공대벽이 그대를 찾아왔소.]

난릉왕은 죽음을 기다리는 듯 순순히 엎드려서 공대벽의 검 아래에 목을 드리우고

공대벽의 뇌리에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난릉왕이 보낸 살수들, 흩어진 형제들, 어디론가 떠나간 아버지. 비탄에 잠겨 울던 어머니. 하지만

공대벽; (대수롭지 않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고

골대벽; (어떤 것도 그다지 나쁠 게 없다.)

공대벽; (우리 집안은 제왕공가(帝王孔家)고 나 공대벽은 공가의 장손이다!)

공대벽; (액운은 결코 나를 침범하지 못하며 화(禍)도 우리 집의 문턱을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복(福)이 된다!)

공대벽; (이자를 찾아내 책임을 묻는 것도 그저 하찮은 일일 뿐이다!) 슥! 검을 난릉왕의 목에서 떼고.

파르르 떨리는 난릉왕의 머리

공대벽은 검을 뒤로 내밀고.

어느 새 다가온 귀가 두 손으로 검을 받아서 칼집에 넣는다.

공대벽; [으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면서 뚜벅뚜벅 걸어 문밖으로 나가는 공대벽. 귀가 총총히 따라간다.

으하하하! 공대벽의 웃음소리만 울리고. 탑 안에는 사람과 요정들이 숨을 죽인 채 엎드려 있다.

형파; [이건... 이건 대체...!] 달달

이산굉; [난... 난릉왕! 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이를 갈며 난릉왕을 노려본다. 온몸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고.

난릉왕; [직접 보고 느끼지 않았는가?] 고개를 들고

난릉왕; [귀공들은 방금 전 팔백년만에 재림하신 제왕을 배알한 것이네!] 반듯하게 앉으며 엄숙하게 말하고

[!] [!] 엄청난 충격을 받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하지만

이산굉; [믿지 못하겠다!]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난릉왕을 공격해간다. 형파와 이수도 벌떡 일어나고 있고

 

용화대탑을 뒤로 하고 뒷짐을 진 채 용행호보로 걸어가는 공대벽. 귀가 전과 달리 허리를 숙인 모습으로 총총히 뒤따른다

[난릉왕!] [감히 사술(邪術)을 써서 세상을 속이려느냐?] 펑! 퍼펑! 용화대탑 안에서 고함과 폭음이 들리고 용화대탑 전체가 뒤흔들린다.

쐐액! 쏴아! 여러 개의 유령같은 그림자들이 공대벽과 귀를 스치며 탑으로 날아 들어가기도 하고

쾅! 콰쾅! 펑! 용화대탑에서 들리는 폭음이 더 커지고 창문을 통해서 밝은 빛이 마구 터져나온다.

귀는 힐끔 돌아보지만 공대벽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간다

공대벽; (내가 꿈꾸면 그대로 이루어지고 세상은 오직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을 뿐이다.) 심호흡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무한한 자유의 주인인 것이다!> 위엄에 차고 거대한 공대벽의 모습을 배경으로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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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내에 묘한 침묵이 흐른다.

공대벽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웬지 주눅이 든 표정으로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지 못한다.

이산굉; (젠장! 점점 더 기분이 나빠지는군!) 얼굴이 조금 이지러진다.

이산굉; (이 자리의 주재자는 분명 나 이산굉인데....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이산굉; (혀가 굳어진 것도 같고 머리 속이 하얘져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른 침을 삼키고

이산굉; (이게 다 저 젊은 친구 때문이다.) 공대벽을 곁눈질하고

이산굉; (이상하게 얼굴을 마주 보기가 어렵고 또 함부로 말을 꺼내면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마치 천자(天子)의 면전에 선 신하처럼...!) 침 꿀꺽. 이산굉의 머리속에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곤룡포를 입고 면류관을 써서 천자임을 짐작케 하는 인물이 옥좌에 앉아있는 형상이 떠오른다

이산굉; (천하의 나 이산굉이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두 주먹 부르르 떨고

형파도 비지땀을 흘리며 바닥만 보고 있고.

이수는 할끔 할끔 공대벽을 훔쳐 보고 있다. 물론 똑바로 보지는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그들의 그같은 반응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차가운 미소를 짓는 귀. 그때

서문숙; [험험!]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는 서문숙

<살았다!> <저 나무귀신이 숨통을 터주는군!> 형파와 이산굉이 안도하며 서문숙을 보고

서문숙; [천동대협! 저 상자들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겠는가?] 상자를 보며 말하고

이산굉; [혼을 태우는 상자올시다.]

형파; [소혼곽(燒魂槨)!] 눈이 번쩍.

눈이 풀려있던 이수도 움찔하며 퉁소를 가볍게 움켜쥔다.

이산굉; [노야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오.] [그 옛날 정(正), 사(邪), 마(魔)를 일통하여 새로운 천하를 열었던 인물이 있었음을!] 서문숙을 보고

서문숙; [!] 수염이 부르르 떨리고

공손대낭; [아!]

공대벽; (칠년천하(七年天下)!) 부채를 쥔 손에 힘이 꾸욱

이산굉; [제왕(帝王)이라고 불리는 그 인물이 열었으며 칠년 동안 존속한 후에 사라졌던 칠년천하는 모든 무림인들이 못 잊어 그리는 것이 아니겠소?]

이산굉; [저 일곱 개의 상자, 소혼곽은 바로 제왕을 못 잊던 추종자 일곱 사람이 만든 것이오.]

순간 서문숙이 벌떡 일어나더니

상자를 향해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포권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다른 사람들도 엄숙하게 보고 있고. 형파와 이수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이산굉; [제왕의 최측근이었던 칠인을 칠고신(七高臣)이라고 하거니와...!] [칠고신은 한 날 한시에 모여 저 상자들 속에 들어가 자신들의 육신과 혼을 태웠소.]

이산굉; [칠고신이 혼을 태운 이유는 칠년천하의 붕괴를 안타까워했을 뿐 아니라 다시 천하가 하나로 합쳐지기를 고대한 때문이오.] 상자를 향해서 손을 뻗고.

휘익! 상자 하나가 공깃돌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그의 손에 들어간다.

이산굉; [칠고신이 자신들의 혼을 태우면서까지 만든 소혼곽에는 두 가지 공능이 있소.] 손바닥에 얹은 상자를 들어보이고

이산굉; [한 가지는 소혼곽을 만든 당사자의 힘을 끌어내어 쓸 수 있다는 것이고...]

모두들 긴장. 침 꿀꺽

이산굉; [다른 한 가지는 소혼곽을 통해서 제왕이 될 수 있는 자를 검증하거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오.]

공손대낭; [세상에….] 입 가리고 신음

이산굉; [소혼곽으로 만들어지는 인물이 진정한 제왕이 아닐지는 몰라도 천하를 거머쥘 만한 자일 것임은 분명하오.] [소혼곽을 만든 칠고신 개개인이 제왕이 없었다면 능히 천하를 다툴 만한 자들이었으므로....]

서문숙; [제왕께서 종적을 감추신 후 함께 사라지셨던 칠고신께서 저 상자들을 만드셨구나.] 탄식하고

공대벽; [제왕의 칠고신은 어떤 분들이십니까?] 입을 열고

모두들 공대벽을 돌아보고

이산굉; [태두(泰斗) 차윤(車胤)!] [천도(天道) 모일(毛溢)!] [유성(流星) 손축과(孫築果)!] [광성자(廣聖子) 서문이진(西門珥晉)!] [혈귀(血鬼) 조파풍(曺破風)!] [역천신마(逆天神魔) 김적(金勣)!] 보고하듯이 엄숙하게 말하고

이산굉; [그리고 천검(天劒)으로도 불렸던 배장군 배민일세!] 엄숙하게 말하고. 순간

공손대낭; [흑!]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상자들만 보고 있고

공손대낭; (배... 배장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달달 떨며 소혼곽들을 보고

공손대낭; (내게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지셨던 배장군님의 혼이 저... 저 상자들 중 하나에....!) 눈물이 주르르

서문숙; <고정하시오 대낭!> <백척간두처럼 위태로운 자리이니 절대 틈을 보여서는 아니 되오!>

공손대낭; <알아요 진보!>

공손대낭; <하지만... 하지만 배장군님의 혼백이 바로 지척에 계신다고 생각하니...!> 울고

이산굉; [오늘의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 중 최소한 셋 이상이 칠고신과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을 거요!] 그런 공손대낭을 보며 상자를 다시 원래 위치로 던진다.

상자는 원 위치에 떨어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산굉; [칠고신은 정, 사, 마가 하나가 되었던 칠년천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기도 하오.] [그들의 혼이 깃든 소혼곽을 갖는 것은 천하를 갖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겠소?]

이수; [천동대협이 수작만 부리지 않는다면 그렇겠지요.] 냉소하고

이산굉; [이산굉은 수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을 부릅뜨며 이수를 노려보고

이산굉; [거침없이 행동할 뿐 나를 가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구도 나의 진면목을 보려하지 않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수; [그 말 역시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군요.]

이산굉은 냉소하며 상자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가 다시 이수를 가리킨다. 순간

상자 하나가 둥실 떠오르더니

투학! 빛살처럼 이수를 향해 날아간다. 드드드! 가공할 힘이 쇠상자에 실려서 칠층탑 안의 공기가 찢어지며 우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수; [흥!] 날아드는 쇠상자를 향해 왼손을 뻗고, 순간

화악! 그녀의 새하얀 손이 마치 그물이 펼쳐지듯 거대하게 펼쳐지면서 쇠상자를 받는다.

이수의 어깨가 움찔했지만 쇠상자는 얌전히 그녀의 원래대로 돌아온 손위에 얹혀진다.

서문숙; [천림소수(天臨素手)!] 눈 부릅

서문숙; [소저는 집마천(集魔天)에서 어떤 신분인가?] 주먹 불끈 쥐며 이수를 노려본다

귀; <집마천은 마교의 한 지파(支派)로써 사백여 년 전 무림일통을 부르짖으며 등장했던 세력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하고

귀 <제왕십대수호가문으로 내려오던 권씨세가가 무림세가로 등장한 것도 집마천의 등장때문이며 그런 이유로 집마천은 십대세가는 물론이고 마교와도 한 하늘아래 공존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공대벽

서문숙; [어서 말하게!] 이수를 노려보고. 하지만

이수(쇠상자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저는 마(魔)를 숭상하지만 귀신(鬼神)은 섬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문숙은 본 척도 않고 상자만 살핀다

이수; [여기에 죽고도 사람으로 행세하는 자가 있다는 건 알지만 제가 그를 상대할 이유는 없지요.] 냉소하고

분노하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형파; [집마천의 마녀가 방자하구나.] 먼저 주먹으로 바닥을 쾅 치고

드드드! 탑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리고

이수; [호호호! 형상방주의 삼권을 나도 받아봐야겠군요.] 비웃고

형파; [어린 계집이라도 집마천 소속이라면 손에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노려보고

코웃음치는 이수

이산굉; [공공자는 무림공적인 집마천의 마녀에게 도리를 가르쳐 볼 생각은 없는가?] 억지로 웃으며 공대벽에게 수작을 붙이고

흠칫하며 공대벽을 곁눈질로 보는 이수. 하지만

공대벽; [주인이 계신 자리에서 객이 나선다면 모두가 욕할 것입니다.] 웃고

안도하며 수줍게 웃는 이수

이산굉; [하하하! 공공자는 겸손하기까지 하니 정말 마음에 드네!] 어색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고

이산굉; [만약 이산굉이 저 마녀를 붙잡게 된다면 자네에게 선물하겠네.] 자신과 공대벽 사이에 앉아있는 이수를 보며 웃고

이수; [흥! 앞산의 웅크린 호랑이는 구름 속의 봉황도 몰라본단 말인가요?] 냉소하면서도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바로 그때

<둥지를 떠난 새는 숲조차 잊어버린단 말인가?>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순간 이산굉의 뒤에 서있는 백영의 눈이 반짝 빛을 발하고

이산굉; [하하하! 이제야 도착했군.] 과장되게 웃고

이산굉; [천하에 영웅이 많다곤 하지만 자네가 빠지고선 영웅을 말할 수 없지.] 입구를 보며 말하고. 직후

쉬이이익! 마치 한줄기 빛이 흐르듯 하며 입구로부터 한 사람이 들어왔다. 키가 아주 크고 얼굴은 구릿빛이고 강렬한 기상이 서려있는 인물. 등에는 폭이 넓고 긴 칼을 짊어지고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인물이며 강한 기운이 풍겨난다. 바로 마교주인 역천마도 김치독이다

역천마도; [마교의 교주인 김치독(金痴禿)이외다.] [별호는 역천마도(逆天魔刀)요.] 가볍게 포권하며 탑 안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역천마도

다른 사람들도 마주 포권하지만

이수; [흥!]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린다

이산굉(앉은 채 두 팔을 벌려 반기는 태도를 하며); [많이 컸군, 많이 컸어.]

이산굉; [이제는 나와 겨루더라도 손색이 없을 것 같구만.]

역천마도; [이 자리에 나를 부른 것을 후회하게 될 거요.] 이산굉을 노려보고

이산굉; [자네 윗분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네만 그래도 나 이산굉은 자네를 환영하네.]

역천마도; [길고 짧은 것은 대보면 알 게 될 거요.] 냉소하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역천마도; [여기 당신이 원했던 것을 가져 왔소.] 품속에서 직경 한자 정도 되는 황금 접시를 꺼내고

휙! 황금접시를 쇠상자들 쪽으로 던진다.

챙그랑! 황금접시가 그 중 하나 위에 떨어지며 맑고도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이산굉; [마교의 으뜸가는 보물인 황금신반(黃金神盤)을 가져오다니!] [자네는 과연 말이 통하는 사람일세.] 박수를 치며 웃고

역천마도는 대꾸하지 않고 성큼 성큼 걸어가 남아있는 두 개의 자리 중 <2>번, 즉 이산굉의 바로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산굉;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이산굉; [올 사람은 아직 많은데 자리가 부족함은 오로지 이산굉의 불찰이로다.] 그때

히익! 문밖에서 뭔가가 날아와

쇠상자 중 하나에 떨어진다. 어른의 주먹만한 돌인데 오색이 영롱하게 감돈다.

서문숙; [여의채옥(如意彩玉)!] 눈 부릅.

형파; [난릉왕의 법기?] 역시 긴장하며 외치고

귀; <저 옥석이 난릉왕이 술법을 부릴 때 사용하는 법기입니다.> 공대벽에게 설명하고

<여의채옥은 당금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법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돌덩이를 배경으로

묵묵히 끄덕이는 공대벽. 그때

따깍! 따깍! 말발굽소리가 문 밖에서 들린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사람들. 직후

긴 그림자가 열려진 문을 통해 탑 안에 드리워지고

쿵! 입구에 거대한 말을 타고 나타나는 난릉왕. 난릉왕 뒤에는 두 명의 동자가 따라오는데 한 명은 난릉왕의 장검을 품고 있고 다른 동자는 두루마리를 하나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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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용화대탑이 보이는 용화사 경내. 용화사 일대에는 인기척이 없는데

슈욱! 공간이동 하듯이 나타나는 공대벽과 귀. 공대벽은 부채를 든 채 뒷짐을 지었고 귀는 삼촌육유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들고 있다.

공대벽; [여기가 용화사인가?] 뒷짐을 진 채 둘러보고

귀; [노복의 기억에 의하면 틀림없습니다.]

<벌써 도착했어?> <와! 제법인데!> <제법은 개뿔!> 물 밖으로 목만 내놓은 삼촌육유들이 유리병 속에서 밖을 구경하며 수군거리고.

번개는 하늘을 본다

번개; [아*발! 아직 삼경도 안됐어! 너무 빨리 왔잖아!]

번개; [왕은 오지도 않았을 텐데 뭐가 급해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공대벽; [난 기다릴 용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돌아보며 웃고

번개; [장부일언은 그 무시기지?] 눈 반짝하는데

꿈; [중천금!] 얼른 공대벽 대신 대답한다.

번개가 꿈을 노려보고

꿈은 찔끔하며 이슬의 뒤에 숨는다.

뒷짐 진 채 웃으면서 산보하듯 용화대탑으로 걸어가는 공대벽

귀; [소주! 탑 안에 술법을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따라가며 말하고

공대벽은 미소 지으며 끄덕이고.

귀;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함께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걸어가고

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소주께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고개를 들고

공대벽은 미소를 지으며 용화대탑의 입구를 향해서 걸어간다.

물거품; [누가 벌써 와 있다는 거야?] + 이슬; [왕의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유리 병 속에서 수근대는 놈들

소매 속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는 귀

손수건을 유리병 위에 덮고. 그러자

슈욱! 손수건이 자라나서 유리병을 완전히 휘감고 덮어버린다

[아~씨! 뭐야?] [안보이잖아!] [답답해! 벗기지 못해?] 보자기에 덮인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삼촌육유들

[인간은 우리에게 조망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산 자여 따르라!] 유리병 안에서 이마에 띠 두르고 스크럼도 짜며 주먹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데모하는 삼촌육유들

귀; [조용히들 해라!] 두 손으로 유리병을 세차게 흔들고. 순간

[아이쿠!] [꿱!] 파도처럼 출렁이는 물속에 쳐박히며 비명 지르는 삼촌육유들

잠시후. 물을 먹어 맹꽁이 배가 되어서 물에 둥둥 뜨는 삼촌육유들

귀; (시끄러운 것들 같으니...!) 냉소하고

그 사이에 공대벽은 문이 열려 있는 용화대탑 안쪽으로 들어선다.

탑 일층의 가운데에는 쇠로 만든 상자가 일곱 개 놓여있는데, 그 주위로는 팔방의 모양으로 방석이 놓여있는데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앉아있고 형파와 이산굉은 일어나서 마주 보며 무시무시한 기운을 흘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이산굉 뒤에 서있는 백영이 입구 쪽을 쏘아보고 있다

공대벽과 귀가 들어섰지만 형파와 이산굉은 상대만 노려보며 눈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문숙과 공손대낭은 공대벽과 귀를 돌아보고.

공손대낭; (저... 저 사람!) 공대벽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

쿠오! 들어서는 공대벽의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하늘 끝까지 일어난다

공손대낭; (숨... 숨이 막히는 것같애!) 겁에 질려 고개 돌리며 서문숙의 등 뒤로 숨으려 하고

서문숙; [젊은 사람의 기도가 헌앙하군.] 역시 공대벽을 유심히 보고

귀가 자랑스럽고 오만한 표정을 짓는다.

공대벽; [소생은...!] 서문숙과 2-3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서서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포권을 취해 서문숙과 공손대낭에게 인사하려 하는데

귀; <저들이 소주의 성함을 모두 알게 하지 마십시오. 성만 밝히면 족합니다.> 급히 전음을 보내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孔)모가 고인들을 뵙습니다.] 고개 끄덕이며 서문숙에게 인사하고

공대벽; [불청객이오나 난릉왕과 따질 일이 있어 불쑥 찾아왔으니 용서하십시오.] 늠름하게 포권하고. 순간

<난릉왕에게 따질 일이 있다?> [!] [!] 모든 사람이 놀란다.

형파와 이산굉도 움찔하고

이산굉; [형노괴! 영감의 삼권(三拳)은 조금 있다가 견식하겠소.] 긴장을 풀고

형파; [흥!] 코웃음을 치면서 역시 자세를 풀고.

형파; [노부의 삼권을 보는 건 바로 저승사자를 보는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거만하게 말하며 방석에 앉고

공대벽; [말학후진 공모올시다.] 형파와 이산굉에게도 번갈아 포권하고

이산굉; [나는 잠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이산굉이네.] 마주 포권하고. 직후

쩡! 이산굉의 두 개의 눈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강력한 빛을 발한다.

형파도 긴장하고. 서문숙은 찡그리고. 공손대낭은 숨을 멈춘다

귀; <천동대협 이산굉이라는 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고수입니다.> 귀도 긴장하며 전음을 보내고. 하지만

공대벽; [천동대협이셨군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담담히 웃으며 포권하고

움찔하는 이산굉

서문숙; (이산굉의 천동(天瞳)이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군!) 감탄하고

이산굉; [공공자는 재주 있는 사람이군.] 눈빛을 거두며 껄껄 웃고

이산굉; [아마도 오늘 살아서 여길 나가기는 어렵겠어.] 자리에 앉고

공대벽은 뒷짐 진 채 그냥 빙긋 웃고.

귀는 공대벽 뒤에서 비웃고. 순간

이산굉; (나 이산굉을 비웃어!) 움찔하고

이산굉;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지만 만만치 않겠구나.)

이산굉; (긴 시간을 들여 꾸민 일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꾸만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판은 내가 벌렸지만 자칫하면 남의 잔치가 될 수도 있으니..!) 주먹 꾸욱 쥐는데

공손대낭; <진보! 저 사람도 공씨래요!> 겁에 질려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며 서문숙에게 속삭이고

서문숙; [노부는 서문숙이네. 공공자같은 인재를 만나게 되어 기쁘구먼.] 포권하고.

형파; [기개가 대단한 젊은이야. 기개만큼 실력도 있기를 바라네.] 역시 포권하고

공대벽; [본의 아니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일을 보는 대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그때

[쳇! 인간들이 주고받는 수작이란…!] [하나같이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짓들뿐이야.] [인재가 어떻고 결례가 어떻고..!] [걸래! 걸래! 키득키득!] 갑자기 들리는 음성. 물론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에거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사람들이 모두 찡그리며 귀가 들고 있는 유리병을 보는데

[저 봐! 그래도 인간이 아닌 요정은 입이 무겁잖아.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하모! 인간보다는 요정이 낫지!]

[게다가 예쁘기도 하잖아!] [언니! 나하고 연애 한 번 할래?] [끼득 끼득! 잣알만한 고추로 무슨 연애?] [짜샤! 그래도 잣알보다는 커! 마늘쪽 정도는 된다고!] 이어 들리는 삼촌육유들의 음성. 순간

귀; [조용하라고 했다!] 유리병을 거꾸로 뒤집어 세차게 흔들고.

[으악! 나죽네.] [꼴깍! 꼴깍!] [지린내가 나! 어떤 놈이 또 오줌 쌌어?] [야! 이 미친놈아! 그만두지 못해!] [으앙! 물 먹는 건 정말 싫어!] 흔들리는 유리병 속에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은 황당해서 모두 그걸 보는데

[꼬르륵! 잘못 했져요 아져찌! 제발 그만...!] [물... 물 맛이 짭짤한 게 죽여줘요!] [그... 그러니까 아무데나 오줌 싸지 말라고 했잖아... 꼬르르!] 이어지는 비명소리.

그러다가 조용해진다

귀; [흥!] 코웃음치며 유리병 흔드는 걸 멈추고

공손대낭; [뭐... 뭐죠? 저 안에 든 거?] [사람 같긴 한데 마음이 느껴지질 않아요.] 서문숙에게 속삭이며 묻고

서문숙; [삼촌육유로군.] 눈이 빛나고

공손대낭; [삼촌육유요?] 놀라는데

이산굉; [예사롭지 않은 귀하는 누구신가?] 귀에게 묻고

귀; [나는 공공자를 모시는 하인이오.] 자랑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종이라...!] [오만하게 외칠 만한 신분은 아니구먼!] 비웃지만

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다. 다만 이산굉을 노려보는 눈빛에 섬뜩한 살기가 스치고

이산굉; [하하하! 종도 종 나름이라는 건가?] 웃고

이산굉; [대단한 하인을 둔 것만으로도 그대는 오늘 모임에 낄 자격이 있네.] [자리에 앉게나!]

공대벽; [앉든 서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다만 난릉왕이 오길 기다릴 뿐입니다.] 뒷짐 진 채 고개만 약간 숙이고

형파; [여기는 천하를 걸고 도박을 하는 장소야. 낄 테면 끼고 아니면 나가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이산굉; [형파! 이 자리의 주인은 나다!] 눈을 부라리고

이산굉; [자꾸 주제넘게 나서면 두 다리를 베어 버리겠다!]

형파; [이산굉! 네가 우리 경신방과 노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형파; [노부는 언제라도 너와 사생결단을 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산굉;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굳이 앞당기겠다?] 경멸의 눈초리로 형파를 노려보고.

형파; [네놈이...!]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뛰쳐 일어날 기세

공대벽; [두 분께서는 다투지 마십시오.] 한숨

공대벽; [제가 한 자리에 앉아 난릉왕을 기다리는 것도 무방할 듯합니다.] 말하며 정북방의 <7>번 쪽 자리로 간다.

그리고 정북방 자리에 앉는다. 공손대낭의 바로 옆자리다.

[!] [!] 순간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진다.

공손대낭은 겁에 질려 고개를 서문숙 쪽으로 돌린 채 곁눈질로 공대벽을 보고

<저기는 건(乾)방!> <남면지좌(南面之座; 천자가 신하들의 절을 받는 자리)라 누구도 선뜻 앉지 못한 곳인데...!> 사람들의 놀라움

하지만 공대벽은 너무도 태연하다. 그 뒤에 귀가 철탑처럼 버티고 섰고.

이산굉; [공공자! 그대가 건... 건방에 어울리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군.] 탄식하고

빙긋 웃기만 하는 공대벽

이산굉; (젊은 친구가 이상한 분위기를 지녔군!) (나 이산굉으로 하여금 혀가 꼬이게 만들다니...!)

형파; [당금 천하에 인재가 없긴 없어!] [천하를 건 도박을 벌이는 자리가 다 채워지지도 않고...!] 빈자리 세 곳을 보며 말하고

공손대낭; [저는 장난삼아 몇 가지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진짜 도박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

사람들 공손대낭을 보고

공손대낭; [천동대협께서 오늘 이 도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이산굉에게

이산굉; [무림인의 도리는 모두 무(武)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소?]

이산굉; [우리는 저마다 가진 것을 내놓고 싸우면 될 뿐이오.]

공손대낭; [도무(賭武;무공으로 하는 도박)를 하자는 거군요.] 싸늘하게 웃고

형파; [다만 도박에 참여하려면 그에 합당한 밑천이 있어야겠지!]

형파; [이 자리는 천하를 다투는 큰 도박이니 밑천도 두둑해야할 거요!] 웃고. 바로 그때

<형상방주께선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사람들 흠칫하며 입구 쪽을 보고

이수; [남은 자리가 세 개나 되는 걸 보니 제가 아주 늦지는 않았군요.] 흰색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얼굴에는 면사를 했으며 머리는 화려한 궁장을 하고 칠보화관을 쓴 여자가 왼손에는 작은 향로를 받쳐 들고 오른손에는 새하얀 퉁소를 쥔 채 들어서고. 집마천의 통령인 이수라는 여자다.

이산굉; [하하하! 늦지 않았소! 늦지 않았소!] 웃고

공손대낭; (다행히 여자가 나 혼자만은 아니게 되었네!) 이수를 곁눈질하며 안도하고

이수는 공대벽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하고

공대벽이 지긋이 그녀를 보고 있다.

순간 면사 속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눈빛이 몽롱해지는 이수. 그녀의 얼굴 뒤로 지긋이 보고 있는 공대벽의 두 눈이 떠오르고

사쁜 사쁜 걸어서 공대벽 앞으로 가는 이수.

공손히 허리 숙여 공대벽에게 인사하고

이어 수줍어하면서 한 바퀴 돌아 보인다. 한손으로 향로를 바쳐들고 춤추듯이 도는 이수의 모습이 야릇하다.

<뭐하는 짓이지?> <초면인 것 같은데 자기를 외간 사내에게 선보인다는 건가?> 사람들 놀라고 어리둥절하고

한 바퀴 돌아 보이고 다시 공손히 허리 숙이는 이수

공대벽; [방명(芳名)이 어찌 되시오?]

이수; [이수(李秀)라고 하옵니다.]

공대벽; [고맙소 이소저!] 고개 끄덕이고

다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수

이어 꿈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서

공대벽의 옆에 비어있는 <8번> 자리에 가서 앉는 이수. 공대벽과 이산굉 사이의 자리고. 그 바람에 공대벽은 여자들을 좌우에 거느린 자세가 되었다.

모두들 황당해서 보고 있고

형파; [흥! 경박한 것들이...!] 이수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형파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는 몽롱한 표정으로 향로를 자기 앞에 놓은 채 퉁소를 두 손으로 잡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공손대낭; (이해할 수 없네.) 이수를 곁눈질

공손대낭; (긍지가 높은 아가씨가 분명한데 왜 저런 부끄러운 짓을 하는 걸까?)

공손대낭; (갖고 온 향로도 그렇고 퉁소 역시 범상한 물건들이 아니야!) 이수가 지닌 향로와 퉁소를 보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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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용화사(龍華寺)> 역시 밤.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슈욱! 칠층의 용화대탑이 보이는 나무 위로 날아내리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서문숙; [나 서문숙이 살아서는 한가했는데 죽은 후에는 오히려 번거로움이 많아졌소.] [아마도 생시의 업(業)이 다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오.] 탄식하고

공손대낭; [진보가 이승을 벗어나 목신이 되었음은 동악, 서악, 남악, 북악의 대제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공손대낭; [일단 그분들이 진보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이승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서문숙; [나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속에서 이승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소.]

공손대낭; (그래도 저와의 인연은 잊지 말아주세요.) 한숨

서문숙; [저 탑을 잘 보시오 대낭!] 용화탑을 가리키고

공손대낭; [진보의 영인(靈印)이 느껴지는군요.] 눈 반짝

서문숙; [저 탑 속에는 일곱 개의 상자가 있는데 그 기운이 아주 이상하였소.]

서문숙; [그 상자들과 얽힌 일을 풀어야 이승과의 내 연(緣)이 모두 끊어질 듯하오.]

공손대낭; [상자들이 진보의 후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서문숙; [그렇소!] 끄덕이고

서문숙; [내가 죽은 후에도 이렇게 산 사람처럼 행세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상자들과 나 사이에 맺혀있는 어떤 인연 때문인 듯하오!]

공손대낭; [누가 오고 있어요!] 탑 아래쪽을 가리킨다.

딱! 딱! 딱! 목탁소리와 함께 탑 아래로 두 명이 나타난다. 등불을 든 이산굉의 부하 백영과 늙은 노승. 노승이 목탁을 치며 탑 주위를 돈다. 헌데

화악! 노승과 백영이 걸어감에 따라 어둠이 물러가고 탑 주위가 밝아진다

물러가는 어둠 속에서 각가지 귀신과 망령같은 것들이 겁에 질려 달아나는 것이 공손대낭과 서문숙의 눈에 보이고

공손대낭; [술... 술법을 쓰는 자들이에요.] 긴장하고

공손대낭; [등불과 목탁소리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은 물론이고 새와 벌레조차 잠이 들어버려요.]

서문숙; [귀신과 정령들도 달아나고 있소!] 끄덕이며 주위를 본다.

주변에서 반투명한 유령같은 것들이 허겁지겁 달아나는 것이 보이고

그 사이에 노승과 백영은 탑 뒤로 돌아가고

하지만 그들이 지나간 흔적으로 탑 주변이 환해져 있다.

서문숙; [대낭은 견딜 수 있겠소?] 공손대낭을 돌아보고

공손대낭; [예!] 긴장한 채 끄덕.

서문숙; [그럼 가봅시다!] 날아올라 용화대탑으로 가고. 서문숙도 따른다

슈욱! 탑 앞으로 내려서는 서문숙과 공손대낭.

공손대낭; (마치 깊은 물속에 들어온 것같아.) 침 꼴깍

공손대낭; (이 탑 안에는 온갖 정령들과 망량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무서운 힘이 도사리고 있어!) 서문숙에게 바짝 붙어 탑 입구로 가고. 그때

<첫번째 손님이 도착했군!> 갑자기 탑 안에서 누군가 말하고. 깜짝 놀라는 공손대낭. 하지만 서문숙은 태연하다.

공손대낭; (탑 안에 누가 있는 줄 몰랐어!) 침 꼴깍

공손대낭; (수천년을 살아온 내 이목을 속일 만큼 도력이 대단한 인물이야!) 서문숙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다.

칠층인 용화대탑의 일층은 직경이 20미터가 될 정도로 아주 넓은데 사방 벽에 횃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일층의 중앙 바닥에는 위쪽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있는 일곱 개의 무쇠상자가 놓여있으며 그 주변에 팔괘 모양으로 여덟 개의 붉은 포단이 드문드문 놓여있다. 입구를 정면으로 보는 자리에는 천동대협 이산굉이 앉아있다. 웃는 표정이고. 이산굉의 등 뒤에는 백영이 서있다.

***이산굉이 앉은 정동방의 자리를 <1>로 정하고 시계방향으로 숫자를 메김. <3>번인 정남방은 난릉왕의 자리. <5번>인 정서방은 서문숙. <7번>인 정북방은 공대벽의 자리임을 주의. 팔각형을 그려놓고 각 방향에 숫자를 메겨놓고 연출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듯***

이산굉; [예정에 없던 분들이지만 환영하오.] [이산굉은 스스로 찾아오는 손님은 절대 박대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소이다!] 양팔을 벌려 보이며 웃고

서문숙; [앉아서는 오백 리, 일어서면 천 리를 보고 듣는다는 천동대협을 보게 되어 영광이네!] 포권하고

이산굉; [하하하! 인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 앉으시오!] 마주 포권하고

서문숙; [사람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도 자리를 만들어주니 고맙군.] 이산굉과 마주 보는 자리, 즉, 입구를 등진 자리인 정서방 <5>번 자리에 앉는다.

공손대낭은 서문숙의 좌측 자리인 <6>번 자리에 앉고.

이산굉; [오늘의 모임은 사람이든 귀신이든 요괴든 가리지 않소.] 호탕하게 웃고

이산굉; [가진 것이 있고 빼앗을 힘만 있다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소.] 공손대낭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웃고

[!] 긴장하는 공손대낭

이산굉의 눈이 크로즈 업. 한 눈에 눈동자가 두 개씩 들어있다.

공손대낭; (무서운 자!)

공손대낭; (눈이 타들어가는 것같고 자꾸만 달아나고 싶어져!) 시선을 피하고

이산굉; [등을 높이 걸어라.] 공손대낭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백영에게 말하고

이산굉;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와야 할 손님들이 늦는구나.]

고개 숙이는 백영

스스스! 사라진다.

서문숙; [천동대협 이산굉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더니 따르는 수하조차 놀라운 자들뿐이로군.] 감탄하고

이산굉; [천하제일가의 가주이신 서문노야께 인사가 늦었음을 양해하시기 바라오.] 포권하며 웃고

이산굉; [일찍이 이산굉이 노야를 찾아뵐 수 없었던 것은 노야를 마주하고도 속내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소.]

서문숙; [죽은 서문숙은 더 이상 그대의 적이 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

이산굉; [노야는 공명(公明)이 아니고 나는 중달(仲達)이 아닌데 산 이산굉이 어찌 죽은 노야를 두려워하겠소?]

서문숙; [기러기가 죽는 까닭은 높이 날기 때문이네.] 하늘을 가리키며 차갑게 웃고

이산굉; [두 분은 오늘 이산굉의 간과 심장이 어떤 색인지를 보게 될 것이오.] 껄껄

공손대낭; [나는 당신의 간과 심장 색깔은 궁금하지 않아요.]

공손대낭; [다만 저 상자들이 뭐기에 당신이 이렇게 이상한 짓을 꾸미는 건지 궁금할 뿐이에요.] 가운데에 놓여있는 상자들을 보고

이산굉; [저 상자가 뭔지는 밤이 새기 전에 알 수 있을 테고, 내가 뭘 꾸미는지는 지금 말해주겠소.] 호탕하게 웃고

이산굉(남아있는 다섯 개의 포단을 가리키며); [소저가 앉은 곳을 포함한 여덟 개의 자리는 천하제일을 자부할 만한 재주를 지닌 사람만이 앉을 자격이 있소.]

공손대낭; [그럼 당신도 천하제일이란 말인가요?] 샐쭉

이산굉; [이산굉은 무공에 있어서는 난릉왕에 미치지 못하고 신기묘산(神奇妙算)에 있어서는 서문노야를 당하지 못하오.] 웃고

이산굉; [그러나 재주가 있는 수하들이 적지 않은 덕분에 한 자리를 차지한 것뿐이오.]

스스스! 이산굉의 뒤에 촛불이 일렁이는 듯하면서 다시 백영이 나타난다.

서문숙; (이산굉에 비해서도 그리 아래가 아닌 자로군!)

이산굉; [나는 오늘 저 마다의 천하제일을 걸고 한 바탕의 도박을 하려하오.]

이산굉; [이 도박에서 이기는 자는 능히 천하를 움켜쥘 힘을 얻겠지만...]

이산굉; [지는 자는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사라져야 할 것이오.] 의미심장

공손대낭; [난 도박 같은 건 취미가 없어요.] 냉소

공손대낭; [하물며 당신 같은 모리배와 도박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 [!] 말하다가 부릅

쩡! 이산굉의 두 눈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횃불처럼 타오른다.

공손대낭; [흑!] 깜짝 놀라며 허리에 찬 검을 잡아 한 뼘쯤 빼내며 검날로 이산굉의 눈빛을 받아 넘긴다.

공손대낭; (위험해!) 벌떡 일어나려는데

이산굉; [앉으시오!] 츠으! 눈빛을 거두며 웃고

이산굉; [일단 앉은 이상 내가 일어나기 전에는 그 자리에서 떠날 수 없소.] [양해해주기 바라오.] 엄숙하게

서문숙;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이산굉; [이산굉이 천하의 영웅들을 대접함에 있어서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소?]

이산굉; [하여 자리마다 기관을 장치하고 적당한 안배를 해놓아서 대라금선이라 할지라도 이산굉이 먼저 일어서기 전에는 자리를 뜰 수 없게 했소이다.]

공손대낭은 서문숙에게 어떻게 할지를 눈빛으로 묻는다.

서문숙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쩔 수 없이 다시 검을 꽂으며 자리에 앉는 공손대낭.

서문숙; [대협객 이산굉은 이름을 얻는 것도 빨랐고 누구도 그 앞길을 막아서지 못했지.]

서문숙; [하지만 대협객은 허울뿐이고 효웅이 진면목이거늘...] [천하에 아는 사람이 드문 자신의 본색을 이렇게 쉽게 드러냄은 무슨 까닭인가?]

이산굉; [일찍부터 서문노야만이 이산굉을 가르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껄껄 웃고

이산굉; [노야의 언행을 거울 삼아서 갈고 다듬어 오늘의 이산굉이 되었으니 노야! 그대는 진정 나 이산굉의 스승이오.] 과장되게 포권하고

서문숙; [내 행동거지가 자네의 뿌리를 가려주는 역할을 했다니 오직 애석할 뿐이네.] 냉소하고

이산굉; [오늘 이 자리에는 원래 산 노야를 청할 참이었는데 기묘하게도 죽은 노야가 요괴를 데리고 오게 되었소이다.] 공손대낭을 힐끔 보며

서문숙; [자네가 이 한판 도박에 큰 공을 들였음은 익히 알겠네.]

서문숙; [하지만 천하를 염두에 둔 도박이라면 자네가 청한 사람에 실수가 없었어야 할 걸세.]

이산굉; [차를 대령해라.] 대답하지 않고 한쪽을 향해서 외치고.

<예 주군!> 그러자 어디선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팟! 벽에 걸린 햇불들 사이의 좀 어둑한 곳에서 반딧불같은 것이 빛나더니 예쁘게 차려입은 세 명의 소녀가 각기 다기가 올려진 쟁반을 받쳐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각각 이산굉과 서문숙, 그리고 공손대낭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어 차를 따르기 시작하는 소녀들.

자기 앞에 차를 따르는 소녀를 보며 불쾌한 표정이 되는 서문숙

서문숙; [바닷물이 용왕묘를 범하지 않듯 나무도 풀을 먹지 않는 법!] 소녀가 차를 따르는 것을 보며 찡그리고

서문숙; [목신(木神)이 된 노부에게 차를 내놓은 것은 대놓고 노부를 욕보이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군!] 이산굉을 노려보고

이산굉; [호오! 그런 이치는 전혀 생각지 못했소이다.]

이산굉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그럼 차 대신 이것들을 드시는 건 어떻소?] 자신 앞의 소녀를 향해 입술을 내밀고

이어 동그랗게 오므린 입으로 후웁! 하며 숨을 빨아 당기는 이산굉. 순간

슈욱! 그의 앞에서 찻잔을 벌려놓던 소녀가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이산굉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옷은 남기고 몸만 빠져나와 이산굉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

공손대낭; [악!]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서문숙과 공손대낭 앞에서 차를 따르던 소녀들도 두려움에 하얗게 질리고

쿵! 이산굉 앞에는 다기와 함께 빈 옷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산굉; [험험! 적당하게 여물었군!] 아무것도 묻었을 리가 없는 입가를 소매로 닦는다.

공손대낭; <사... 사람이면서도 같은 사람을 삼켜버렸어요! 저건 무슨 술법인가요?> 겁에 질려 서문숙에게 전음으로 묻고

서문숙도 모르겠다는 듯 찡그리며 고개를 젓고

서문숙과 공손대낭의 앞에 있는 두 소녀는 두려움에 달달 떨면서 차를 따르고 있다.

이산굉; [손님이 원치 않는다! 내 가라!] 손짓을 하고

[예 주군!] 안도하며 절하는 두 시녀.

이어 서둘러 쟁반을 들고 일어나고

종종 걸음으로 어두운 그늘로 가고

스팟! 이번에도 그늘 속으로 반딧불처럼 사라진다.

공손대낭; (알 수 없는 술법...!) 생각하는데

이산굉; [초청한 손님 얘긴데....]

이산굉; [난릉왕이 곧 도착할 거요.] 의미심장하게

<난릉왕!> 서문숙과 공손대낭의 눈 번쩍

이산굉; [어쩌면 십대세가의 가주들도 한둘쯤 올지 모르겠소.] [물론 그들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을 리는 없소만....] 웃고

이산굉; [아! 난릉왕과 사이가 나쁜 패왕(覇王) 구석천(具席天)도 오고 있을 거요.]

서문숙; [난릉왕과 패왕도 물론 인물들이지!] 끄덕

서문숙; [하지만 천하의 고수를 논한다면 마땅히 세 분 신선을 먼저 거론해야만 하네.]

서문숙; [자네는 어찌하여 그분들은 생각지 않았는가?]

이산굉; [용개(龍丐)와 삼불인(三不人)이 구름 속의 신선이라는 말은 부정할 수 없소만...]

이산굉; [세상에 그분들 말고 또 한 사람의 신선이 있었단 말이오?]

서문숙; [자네는 화선(畵仙) 주칙(朱遫)을 생각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산굉; [기괴한 그림 따위나 그리는 환쟁이(화가를 낮춰 부르는 말)를 일컬어 무림 중의 신선이라 할 수 있겠소?] 냉소

이산굉; [이름에 선(仙)이 들어있는 자를 모두 신선이라 한다면 무림 중에 신선이 수천명은 될 것이오.] 비웃고. 그때

<화선은 용개나 삼불인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분인데 막말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눈깔이 잘못 박힌 젊은 놈이구나.> 갑자기 누군가 욕하는 소리가 들리고. 이산굉의 이마에 주름살이 꿈틀거린다.

이산굉; [그대는 누군가?] 허공에 대고 묻고. 직후

휘릭! 천장에서 뚝 떨어지듯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형파; [천리안을 지닌 천동대협을 자처하면서도 노부를 알지 못하는가?] 방석들 중 이산굉과 서문숙 사이인 <4>번 자리에 앉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민소매인 가죽 옷을 입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옆으로 딱 벌어진 건장한 체격. 장비같은 수염을 길러 성격이 급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신방의 상방주인 형파

형파; [노부를 알지 못하면서도 어찌 일을 맡겼더란 말이냐?] 뻐기고 앉아서 거만하게

이산굉; [일을 맡겨?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백영을 돌아보고

백영; [경신방의 상(上)방주 형파(荊巴)입니다.]

이산굉; [흥! 이제 보니 죽을 자리를 찾아온 늙은이였군.] 냉소하지만

형파; [천하제일가의 가주께서 왕림하셨을 줄은 몰랐소이다.] [무명소졸 형파가 인사드리오.] 이산굉은 생 까고 서문숙에게 포권하고

서문숙; [형상방주는 듣던 것보다 담이 큰 모양이오.] 웃으며 마주 포권하고

형파; [배를 가르고 열어보지 않은 다음에 누구 담이 큰지 알 수 없지 않겠소이까?] 껄껄 웃고

이산굉; [흥!]

이산굉; [형파가 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가?] 백영에게 묻고

백영; [가끔은 분수를 모르는 자도 투전판에 끼는 법입니다.]

형파; [이산굉! 네가 노부의 삼권(三拳)을 받을 용기가 있느냐?] 눈 부릅

이산굉; [그 무모함만은 천하제일일 듯하니 그 자리에 앉아도 되겠소.] 냉소

이산굉; [하지만 형상방주!] [귀하는 이산굉의 일곱 상자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고나 있소?]

형파; [어린 아이의 헛된 소리로 밤이 다하도록 판은 열리지 않겠구나.]

이산굉(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산굉이 먼저 귀하의 삼권을 받아봐야겠소.]

형파; [그거 좋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쿠오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감돌고

무표정하게 보는 서문숙. 긴장한 공손대낭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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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와불당 내부. 한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잠이 든 거대한 부처의 상이 누워있다. 금박을 입힌 청동불상인데 머리통만 해도 집채만하다. 콧구멍이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크다.

머리통 쪽으로 가는 원적. 따라가는 세 사람

권완; [만년옥액은 부처님의 코 속에 숨겨져 있군요.] 웃고

원적; [그걸 어떻게....!] 놀라서 돌아보고

권완; [사람이 분기하면 콧바람부터 달라지지 않겠어요?] 웃고

원적; (... 거래를 하지 않았어도 역시 만년옥액은 저 두 사람의 수중에 들어갔겠구나!) 침 꼴깍

원구; [아래냐 위냐?]

원적; [아랫쪽일 겁니다.]

원구; [내가 꺼내오마!] 부처님의 콧구멍으로 기어들어간다.

다리가 남을 정도로 기어들어갔던 원구가 다시 기어나온다

원적; [있습니까 사형?] 빠져나오는 원구에게 묻고

바닥에 내려서서 말없이 손을 내미는 원구. 손바닥 위에 엄지 손가락만한 유리병이 네게 들어있고 그 유리병마다 우유같은 액체가 가득 들어있다. 물론 입구는 밀봉

청풍; [이게 만년옥액이구만!] 흥분하여 들여다보고

원구; [받으시오. 이제 우리 사이엔 은혜도 원한도 없는 거요.] 무뚝뚝하게 두 개의 유리병을 내밀고

청풍; [나도 당신들과는 더 엮이고 싶지 않아!] 냉소하며 두 개의 유리병을 받고

권완; [그럴 필요는...!] 말리려 하지만

청풍; [거래가 정당하게 이루어졌으니 이제 갈라지는 일만 남았는데...] 유리병들을 그런 권완에게 주고

마지 못해서 두 개의 병을 받는 권완

청풍; [어디 갈 데가 정해져 있어?]

원구; [그건 시주가 상관할 일이 아니오.] 퉁명스럽게

청풍; [딱히 갈 데가 없으면 저 속으로 들어가.] 와불의 콧구멍을 가리키고

[부처님 속으로 들어가리니...!] [무슨 소리요?] 어리둥절 원적과 원구

청풍; [저 안에 들어가보면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은 밀실이 있을 거야! 저 속에 숨어서 무공을 익힌다면 아무도 모르지 않겠어?]

원적; [부처님 속에 정말 밀실이 있습니까?] 묻는데

원구; [뭘 물어봐? 직접 확인해보면 되지!] 퉁명스럽게 말하고 부처에게 다가가고

이어 먼저 콧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세 사람이 보는 중에 부처님 콧구멍 속으로 완전히 기어들어가는 원구

원적; [사형! 정말 밀실이 있습니까?] 콧구멍에 대고 묻고

원구; [허튼 소리 말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라!] 안에서 들리는 음성

원적; [... 그럼 소승도 이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그러셔!] 코웃음. 권완은 합장하여 답례하고

원적도 콧구멍으로 해서 부처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권완; [혹시나 했는데 이 청동와불 속에도 밀실이 있었네요.]

청풍; [거 참 보기에 그렇구만! 꼭 벌레가 과일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같잖아!]

권완; [부처님이 보시기에 인간이 벌레와 딱히 다를 바가 있겠어요?]

청풍; [그런가?]

권완; [사실 전 당신이 만년옥액을 한 병만 받길 바랬어요.] [저희보다는 두 분 스님에게 더 필요할 테니까요.] 청풍의 팔짱을 끼고

청풍; [완매! 그것 때문에 부루퉁했어?] 피식

청풍; [사실대로 말하면 저 두 사람에겐 더 이상 만년옥액이 필요 없어.] [왜 방장대사가 만년옥액을 네 개의 작은 병에 나누어 담았겠어?]

청풍; [한 사람이 한 개를 먹으나 네 개를 먹으나 효능이 같기 때문이겠지.]

권완; [듣고 보니 그렇군요.] 끄덕

청풍; [그렇다고 해도 황보세가의 싸가지가 만년옥액을 차지하는 꼴은 못 보지!] 권완을 번쩍 안아들고

권완; [어머!] 놀라지만 피하진 않고

청풍; [그 인간이 수작을 부리는 동안 우린 조용한 곳에서 오붓하게 쉬며 기다리자고!] 음험하게 웃고

권완; [...!] 수줍어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 직후

청풍; [가자구!] 슈악! 생사일보를 펼쳐서 날아가고

슈우! 천처럼 변한 청풍의 몸이 와불당 밖으로 날아나와서

대숲을 날아넘어 옥불루로 간다

 

#135>

어느덧 옥불루의 백옥불은 목 부분까지 장작이 얼기설기 쌓여있고. 황보천유가 보고 있는 중에 진달개가 마지막 장작을 목 부분에 얹고 있다

슈욱! 천처럼 변한 청풍의 몸이 백옥불 안으로 스며들고

백옥불 안쪽의 십장생이 있던 곳.

반짝! 벽의 일부가 수직으로 갈라지며 빛이 나더니

스슥! 나타나는 권완을 안은 청풍

권완; [백옥불은 곧 불길에 휩쌓이게 될 거예요!]

청풍; [그럼 오히려 좋지!] [옥이 달궈지면 옥의 정기가 충만해져서 몸에 좋을 거야!] 자리에 앉고

권완; [그렇겠네요!] 청풍과 마주 앉고.

 

진달개;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요?] 휘익! 황보천유 옆으로 날아내리고

황보천유; [수고했어 진매!] 쌍장을 옥불을 향해 펼치고.

황보천유; [불타라! 천개열양장(天蓋熱陽掌)!] 외치며 양손을 내밀고. 순간

황보천유의 손바닥에서 붉은 빛이 어리더니

화악! 뜨거운 열기가 파도처럼 백옥불을 향해 밀려간다.

콰아아아아! 대기를 진동시키며 밀려간 붉은 빛의 파도는 백옥불 전체를 불길로 휘감아 버린다. 백옥불 주위에 쌓아놓았던 나무들이 일시에 타오르며 불길이 삼십여 장 높이로 치솟아 주위를 대낮 같이 밝힌다.

팔로 얼굴을 가리며 물러서는 진달개

황보천유; [으하하하하! 잘 타는구나!] 웃고

황보천유; [날 원망하지 마시오 부처여! 소신공양은 인간만 하란 법이 없질 않소?] 일렁거리는 불빛과 열기에 진달개와 황보천유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화다닥! 화악! 맹렬한 불길에 휩쌓이는 백옥불. 옥불루 전체가 불길에 휩쌓인다

진달개; [오라버니! 저 불길 속에서 만년옥액을 어떻게 얻죠?]

황보천유; [기다려봐! 곧 알게 될 거야.]

황보천유; (만년옥액만 손에 넣으면 난릉왕이고 뭐고 두려워할 것 없다!)

황보천유; (만년옥액이 나 황보천유에게 천하를 가져다 줄 것이다!) + 황보천유; [으하하하!] 그걸 보며 통쾌하게 웃는 황보천유.

 

백옥불 내부. 마주 앉은 청풍과 권완

스스스! 사방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권완; [시작했군요! 옥불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유리병 중 하나를 청풍에게 내밀고

권완; [드시고 운기조식하세요! 이제 내공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될 거예요!]

청풍; [완매도 같이 마셔!] 뚜껑을 따고

권완; [사실 전 더 이상의 내공은 필요가 없어요.] [할아버지들에게서 흡수한 공력만 해도 아직 절반도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거든요.] 남은 유리병은 품속에 넣고

청풍; [그런가?] 유리병을 거꾸로 들어 만년옥액을 입에 털어넣고

권완; [갖고 있다 보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나게 되겠죠.] [맛은 어때요?] 유리병 입구에 묻은 우유같은 액체를 핥는 청풍을 보며 묻고

청풍; [색깔도 그렇지만 맛도 꼭 우유같은 걸!] 유리병을 쪽쪽 빨고

권완; [어서 운기조식 하셔서 약기운을 흡수하세요!]

청풍; [그러지!] 심호흡

권완; [그나저나 여길 만든 분은 백옥불이 구워질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청풍; [불상이 뭐 맛있는 거라고 그런 생각하겠어? 미친놈이나 황당한 생각하는 거지.] 눈 감고 운기조식하며 대답하고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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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완; [대낭!] 깜짝 놀라며 일어나고

권완; [여긴 어쩐 일이세요?] 침대에서 내려선다. 청풍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누워서 곁눈질로 보고 있고

공손대낭; [진보가 말하길 곧 아가씨의 도움이 필요하는 일이 벌어진대요.] 다가오는 권완을 보지 않고 곁눈질로 권완 뒤의 청풍을 보며

공손대낭; [법기를 가지고 저와 함께 가도록 해요.] 권완의 손을 잡고

권완; [하지만 우린 잠시 후에 옥불사에 가봐야 한답니다.] 난감한 표정으로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은 관심없는 표정으로 누워있고

공손대낭; [옥불사에서도 이상한 조짐이 있긴 하지만 급한 건 아니에요.]

공손대낭; [지금은 서둘러 용화사에 가야만 해요. 용화사에서 곧 큰 일이 벌어질 거예요.]

권완; [대체 무슨 일인데 노야께서 저까지 부르시는 거죠?]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벗는다. 황금으로 만든 은행나무 잎이다.

공손대낭; [정말 엄청난 일이래요.] [진보 혼자서 막기엔 역부족이라니까 아가씨가 꼭 도와주셔야만 해요.]

권완; [법기를 가져가서 노야께 전해주세요.] 은행잎 모양의 목걸이를 두 손에 얹고.

권완; [전 공공자와 함께 옥불사에 들러야만 해요.] 후욱! 은행나무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순간. ! 폭음이 일며 은행나무 잎은 큼직한 책을 변한다. 바로 서문숙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법기인 황금권이다.

권완; [옥불사를 거쳐서 용화사로 간다고 전해주세요.] 황금권을 공손대낭에게 내밀고

공손대낭; [진보는 법기뿐만 아니라 두 분을 모셔오라고 했는데...!] 받으며 난감

권완; [사경(四更)이 지나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공손대낭; [알았어요!] 한숨 쉬고

공손대낭; [꼭 와주셔야만 해요!] 휘이! 열려진 창문으로 깃털처럼 날아가며 말하고

권완; [명심할게요.] 창가로 다가가며 말하고

선녀처럼 밤하늘로 사라지는 공손대낭

권완; [이상한 밤이군요.]

권완; [수십년만에 한번 일어나기도 힘든 변고가 오늘 하루에 다 일어나려고 하니...!]

청풍; [젠장!] 벌떡 일어나고

돌아보는 권완

청풍; [옥불사에 가보자구!] 침대에서 내려서고

청풍; [영감탱이가 도움을 요청한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닐 거야.] [빨리 옥불사의 일을 매듭지고 용화사인지 사화사(蛇華寺)인지로 가봐야겠어!] 문으로 간다

권완; [잘 생각하셨어요!] 청풍의 팔짱을 끼고 따라 나간다

권완;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야.) (잘만 가르치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큰 인물이 될 거야!) 배시시

이하 객잔을 나가며 하는 두 년놈의 대화

청풍; [왜 웃어!]

권완; [그냥요!]

청풍; [느낌이 안 좋아! 날 또 골탕 먹일 꿍꿍이 꾸미는 것 같애!]

권완; [그런 걸 자격지심, 또는 피해망상이라고 하는 거예요!]

청풍; [어려운 소리 난 몰라! 쉬운 말로 해!]

권완; [알았으니까 말이나 한 필 사주세요!]

청풍; [말은 왜?]

권완; [그럼 연약한 저보고 옥불사까지 뜀박질하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너무 야박한 분이시군요.]

청풍; [아이 참! 알았어! 사주면 될 거 아냐!]

청풍; [그런데 완도 난릉왕처럼 말이 하늘을 달리게 할 수 있어?]

권완;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제 술법은 아직 보잘것없어서 오래 버티지는 못해요.] [잘 해야 한식경(밥 한 끼 먹을 시간) 정도일까요?]

청풍; [그 정도면 됐어!] 음험하게 웃고

권완; [무슨 생각하세요?]

청풍; [궁금해도 조금만 기다려! 신나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 권완의 이마에 입을 쪽 맞추고. 지나가던 사람들 눈총주고. 얼굴 빨개지는 권완

청풍; [하하하! 오늘 멋지게 한 번 놀아보자구!] 웃으면서 거리를 걷는다.

 

#133>

옥불사. 여전히 밤. 반달이 높이 솟았다.

옥불루에는 진달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옥불에 장작을 쌓고 있다. 어느덧 가슴 부분에까지 건물 잔해에서 빼온 나무들이 여치집처럼 얼기설기 쌓였고. 옥불루도 전면이 다 허물어져서 장작이 되었다. 황보천유는 좀 떨어진 곳에 느긋하게 앉아서 구경하고 있다.

시체들이 널려있는 옥불사 경내로 도둑같이 숨어드는 두 사람. 바로 원구와 원적

겁에 질려 살금 살금 걸어서 사천왕문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누각처럼 생긴 건물의 중앙이 뻥 뚫린 사천왕문. 문의 좌우에 두 개씩 네 개의 사천왕상이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사천왕문만 지나면 바로 옥불사의 경내다.

사천왕문 끝에 숨어서 절 안쪽을 살피는 원구.

원적은 원구 뒤에서 사천왕상에 합장하며 무어라 기원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들과 널려있는 시체들이 원구의 눈에 들어오고

원구; (절은 허물어지고 불제자들은 도륙을 당했다.) 이를 부득 갈고

원구; (네놈들이 무림과는 하등의 은원도 없는 본사를 도륙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난응왕, 황보천유, 진달개를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간다.

원구; (살계(殺戒)를 어겨 초열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이를 갈며 돌아본다.

원적이 사천왕들에게 연신 허리 숙이며 합장하고 있다.

원구; (나는 불보살(佛菩薩)이 될 만한 인재가 아니다.) (그러나 부처를 섬기는 마음은 남보다 못하지 않으니 불보살보다 불법을 수호하고 지키는 사천왕(四天王)이 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사천왕을 올려다 보고

원구; (반면 사제는 마음씨가 중후하고 어질며 착하다.) 원적을 보고

원구; (또한 지혜롭고 불심이 두텁기까지 하니 우리 옥불사를 다시 일으킬 만한 사람으로는 사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다.)

원구; (나는 사천왕과 같이 옥불사와 사제를 지키는데 온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결심하며 조심스럽게 사천왕 문 밖으로 나가 경내로 들어간다. 원적도 겁에 질린 채 원구를 따라오고

그늘에 숨어 경내로 깊이 들어가는 두 사람

여기 저기 널려있는 시체들

울면서 합장하는 원적. 반면 원구는 이만 부득 부득 갈며 앞으로 나가고. 그러다가

원적의 소매를 잡아끌며 한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원적.

한쪽의 거대한 건물이 능충 무너져 있는데 그 건물 안에는 구리로 만든 와불이 누워있다. 규모는 백옥불에 못지 않은데 누워있는 불상이므로 건물도 높지 않고 길다. 그 건물의 입구에는 <臥佛堂>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원구; [와불당(臥佛堂)의 청동와불(靑銅臥佛)에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는 게 맞느냐?] 속삭이며 와불당으로 가고

원적; [틀림없습니다.] 손에 든 방장의 유서를 보며

원적; [방장사백의 유서 중에 <불적(佛敵)을 만나면 누워 계시던 부처님께서 분기(奮起)하여 큰 자비를 베푸시리라!>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원적; [누워계시던 부처님이 청동와불을 뜻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 큰 와불님의 어디에 만년옥액이 감춰져 있다는 건지...!] 난감해하고

원적; [그 점에 대해서도 소제가 생각해둔 바가....!] + 권완; <빨리 이리로 오세요.> 갑자기 들리는 전음

<!> <!> 기겁하여 펄쩍 뛰는 원구와 원적.

비명이 나올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 잘못 들었나?) (분명 어떤 젊은 여시주의 음성이 들렸는데...!) 당혹해하며 두리번거리는 두 사람. 그때

<두 걸음만 더 다가가면 들키고 말아요. 돌아서서 이리로 오세요.> 다시 들리는 음성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두 사람

뒤쪽의 나무들 사이에 말을 탄 사람과 그 말의 고삐를 잡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청풍과 권완이다.

<... !> 기겁하는 원구와 원적.

그들의 뇌리에 난릉왕이 말을 타고 허공을 달리며 검을 내리그어 건물을 토막 내고 사람들을 도륙내던 장면이 떠오른다

원적; [... 사형!] 겁에 질려 원구의 팔을 붙잡고 원구고 겁에 질리지만 눈을 부릅뜨며 말과 사람의 그림자를 본다. 그때

<서둘러요! 그들이 눈치챘어요!> 다시 들리는 음성. 말을 탄 권완의 실루엣의 눈 부분이 반짝 빛을 발하고

원구; (그 마면신장은 아니다!) 안도 +[가보자!] 앞장서서 말 그림자로 가고. 그때

청풍; [젠장! 저 땡추들 뭐하는 거야?] 인상 쓰며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 권완도 뭔가를 발견하고 눈 치뜨고

권완; <뛰어요!> 원구와 원적의 뒤를 가리키며 외치고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두 사람. 순간

투쾅! 옥불루가 있는 쪽의 대나무 숲의 일부가 확 터지면서 강렬한 빛에 휘감긴 보검이 날아온다

(!) (어검술!) 원구와 원적 기겁하며 청풍과 권완이 있는 쪽으로 내달린다.

달려오는 두 사람을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보검

권완; [당하겠어요!] 낮으막히 외치며 소매를 젓고. 순간

둥실! 달려오던 원구와 원적의 몸이 허공에 들려지고

자신들 쪽으로 손을 홱 젓는 권완. 그러자

! 끈에 묶인 듯이 청풍과 권완이 있는 곳으로 확 당겨지는 원구와 원적

[어이쿠!] [!] 콰당탕! 권완이 탄 말의 발치에 나뒹구는 원구와 원적. 이어

합장하며 뭐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순간

화악! 그들 일행을 반구형의 막 같은 것이 덮는다.

! 직후 원구와 원적을 추격해온 보검이 그 막에 부딪히는데 고무로 이루어진 벽에 부딪힌 듯 퉁겨졌다가

슈욱! 근처를 한 바퀴 돌아가는 보검

! 서걱! 보검에 부딪히는 건 뭐든지 토막 나서 쓰러지고

결을 지은 채 뭐라 주문을 외우는 권완. 직후

슈우! 권완 일행을 덮은 막이 사라지면서 네 사람의 모습도 사라진다.

위잉! 주변의 나무들을 똑같은 높이로 잘라버린 보검이 다시 날아왔던 쪽으로 날아가고

휘익! 대나무 숲을 날아 넘은 진달개

날아든 보검을 받고

휘릭! 주변을 돌아보면서 와불당 앞으로 내려선다.

진달개; [여기서 뭔 소리가 들렸는데!] 찡그리며 돌아보고

황보천유; [뭘 신경 써?] 스스스 진달개 옆에 나타나며 웃고

황보천유; [근처에 있던 여우가 밤참 먹으러 왔던 모양이지!]

진달개; [그런 가요?] 검을 검집에 꽂으며 은근히 황보천유에게 안기고

 

권완이 펼친 둔갑술법 내부

[!] [!] 바닥에 주저앉은 원구와 원적.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보고 공포에 질리고

원구; [사제 도망쳐라! 저놈들은 내가 맡으마!] +[!] 벌떡 일어나며 외치려다가 청풍; [시끄러!] 뒤에서 후려친 주먹에 뒷통수를 맞고 다시 주저앉는 원구

청풍; [이 벽창호같은 땡중이 산통을 깨려고 해?] 눈 부라리고

원적; [네놈이...!] 분노하여 청풍에게 대들려 하고

권완; [그만 하세요 스님!] 권완이 한숨

권완; [가뜩이나 술법이 서툴러 불안한데 간을 졸이게 만드시는군요.] 밖을 보며 말하고

[!] 무언가 깨닫는 원적

원적; [시주! 저들은 우리를 볼 수 없습니까?] 발작하려는 원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면서 묻고

청풍; [당신들이 소동만 부리지 않으면 그래.] 권완 대신 퉁명스럽게 말하고

 

황보천유; [백옥불을 구울 준비는 거의 다 되었으니까 돌아가서 마무리를 짓자고!] 진달개를 안고 은근하게 말하고

진달개; [네 오라버니!] 바보처럼 웃으며 안기고

이어 함께 대나무 숲 사이의 길로 가는 두 년놈

 

원적; [아미타불!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한손을 세워 합장하고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원구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데

원구; [치워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원적의 손을 떨치며 인상 쓰고

원구; [너희들만 아니었어도 우리 옥불사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다!] 청풍과 권완에게 삿대질

청풍; [뭐야?] 눈을 부라리는데

권완; [스님! 말은 바로 하세요.] 한숨

권완; [귀사가 망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 두 사람 때문이 아닌가요?] 손으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가리키며 말한다. 황보천유와 진달개는 서로 어깨를 붙인 채 다정하게 옥불루로 가고 있다.

원구; [으으으!] 분해서 이를 북북 갈며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노려보고

원구; [죽여야 하는데... 저것들을 죽여버려야 하는데...!] 이를 북북 갈며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원적도 따라서 훌쩍인다.

권완; [고정하세요!] [만년옥액만 얻으면 저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 원구와 원적이 울음을 그친다.

원적; [... 만년옥액을 얻는다고 해도 우리에겐 변변한 무공도 없는데...!]

권완; [두 분에게 적합한 무공은 저희가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침 꿀꺽 원적.

청풍; [어떻소? 거래를 하겠소?] 원적에게

청풍; [만년옥액의 절반을 주면 복수 할 수 있는 무공을 알려주겠소.]

원적; [... 그건...!] 원구의 눈치를 살피고

원구의 안색도 갈등으로 물든다.

청풍; [뭐 굳이 거래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긴 하지!]

청풍; [우리가 손을 떼면 당신들은 악독한 년놈의 손에 죽을 테고 그럼 만년옥액은 우리 차지가 될 테니까!] 실실 웃고

원적; [... 무슨 말씀이시오?] 불길한 표정

청풍; [당신들은 방장이 남긴 유서에서 만년옥액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겠지?] 음험하게 웃고

원적; [... 그걸 어떻게!] 놀라 입 딱. 원구도 논라고

청풍; [난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바로 알 수 있어!] 두 사람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가 다시 자기 머리를 가리키고

청풍; [지금 즉시 만년옥액이 있는 위치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히죽

원구; [사제! 다른 생각을 해라!] 다급히 원적에게

원적; [으으으!] 합장하며 비지땀을 흘리는 원적

원적의 머리 속으로 야한 생각과 먹는 생각이 마구 떠오르지만

청풍; [글쎄!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몰라!] 히죽 웃고

<몰라!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만년옥액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합장한 채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원구와 원적

권완; <정말이에요?> 놀라서 청풍을 보고 전음으로 묻고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시늉하며 히죽 웃는 청풍

권완; (그럼 그렇지!) 피식 웃고.

권완; (얼렁뚱땅 넘겨짚어서 실토하게 만들려는 속셈이구나. 참 못 됐어!) 눈 흘기고. 그때

청풍; [! 그렇군! 어딘지 알겠다!] 진지한 표정

움찔하는 원구와 원적

청풍; [만년옥액은 와불당에 숨겨져 있구만!] 손가락으로 와불당을 가리키고

원적; [히익!] 기겁하여 주저앉고

원구; [.... 넌 요괴냐?] 역시 겁에 질려 말하고

청풍; [말했잖아! 난 당신들이 생각하는 걸 그대로 알 수 있다고!] 일부러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원적;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비지땀을 흘리며 울상 짓고

청풍; [옳거니! 와불당 내에서도 청동와불 속에 숨겨져 있군.]

[!] [... 그것까지...!] 절망하는 두 사람

권완; (순진한 사람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청풍; [보자! 청동와불의 어디에 숨겨져 있을까?]

원적; [... 그만 하시오 제발!]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애원

원구; [... 시주! 대체 왜 우릴 괴롭히는 것이오? ?] 이를 부득 부득 갈면서 청풍을 노려보지만 전과 달리 두려워하는 모습이고

권완; [겁낼 것 없어요! 이이는 두 분 스님들을 도우려는 거예요.] 대신 나서며 달래고

권완; [귀사의 스님들이 화를 당한 건 정말 안됐어요. 우리도 화가 많이 났었답니다.]

권완; [저들의 잔악한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옥불루 쪽으로 사라지는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보며

원구; [우릴 골탕 먹이면서 어떻게 돕는다는 거요?]

권완; [저희는 그저 두 분으로 하여금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원구; [우릴 돕는 건 간단하오.] 버럭

원구; [당신들 두 사람이 저 마귀들과 싸워서 같이 죽기만 하면 되오.] 진달개와 황보천유를 가리키며 악을 쓰고.

청풍; [뭐야?] 분노하고

권완도 기가 막혀 한숨을 쉬고

원적; [사형! 그러지 마십시오!] 청풍과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급히 원적의 입을 막고

원적; [입이 깨끗하지 못하면 덕행도 헛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애원

원구; [닥쳐라!] 자기 입을 막은 원적의 손을 뿌리치며 화를 내고

원구; [손에 피를 묻혀야 할 판인데 입을 돌봐서 뭘 하겠느냐?]

원적; [사형! 제발...!]

청풍; (이 중놈은 자기가 우리를 화나게 했던 건 생각지도 않고 제 성미만 버럭버럭 부리는구나.)

청풍; (먼저 죽은 늙은 중의 부탁을 못 들어준 게 미안해서 도우려는 줄을 모르고 말이야.) 화가 나서 눈을 희번덕이고

그래도 원구는 마주 노려보며 이를 부득 부득 갈고

청풍; [좋다 좋아! 당신들 꼴리는 대로 해.] 코웃음

청풍;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테니까 잘 해봐! 그럼 옥불사의 마지막 남은 두 중놈의 모가지도 순식간에 뎅강 날아가겠지.]

청풍; [! 우린 그만 가자.] 권완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돌아서려 하고.

원적; [시주! 제 사형은 말이 거칠 뿐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다급히 청풍의 바지를 부여잡고

원적; [제발 화를 푸시고 저희 사형제를 도와주십시오!] 애원한다.

원구도 이를 악문 채 성질 죽이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청풍; [일 없어! 이것 놔!] 부여잡은 원적의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원적; [제발!] 애원하고

권완; [공자! 그 분 스님의 성의를 봐서라도 한번 기회를 드리도록 해요!]

청풍; [! 굴러들어온 복도 걷어차는 인간한테는 볼 일 없어!] 원구를 째려보고

원적; [사형! 제발 성질 죽이십시오!] 원구에게 애원

원적; [우선은 살아있어야 복수든 뭐든 할 것 아닙니까?]

원구; [알았다! 사제 마음대로 해라! 난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 억지로 분을 삭이며 눈을 질끈 감고

원적; [... 사형도 동의하셨습니다.] [만년옥액의 절반을 드릴 테니 저희 사형제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십시오!] 절하며 애원

권완; [공공자!] 청풍에게

청풍; [내키진 않지만 거래를 하도록 하지!] 코웃음치며 품속에 손을 넣고.

청풍; [당신들 성질에 맞는 두 가지 무공을 준비했어!] 몇장의 종이 뭉치를 꺼낸다

청풍; [번천투(藩天投)와 순양첨의기(純陽沾衣氣)라는 무공이야!] + (물론 완매가 적어준 거지만...!) 종이를 원적에게 내밀고

원적; [... 어떤 무공인지요?] 두 손으로 받으며 묻고

청풍; [번천투를 익히면 금강불괴지신이라도 단번에 두부처럼 으깨버릴 수 있어!] [반면 순암첨의기는 적의 공격이 무엇이든 절대 몸에 닿지 않게 지켜주지!]

원적; [소승과 사형에게 적합한 무공이군요!] 흥분

청풍; [맞아!] [스님이 순양첨의기로 지키는 가운데 저 성질 나쁜 땡중... 아니 스님이 번천투를 발휘하면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을 거야!]

원적;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합장하고

청풍; [고맙다는 인사 대신 만년옥액을 받고 싶은데...?]

원적; [... 소승을 따라오십시오!] 일어나고, 원구도 마지 못해서 따라 일어난다

권완이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돕는 청풍

이어 옥불루 쪽을 살피면서 와불당으로 가는 네 사람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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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백옥불 내의 어두운 공간.

쩍! 한쪽 벽에 세로로 얇게 빛이 생기더니

슈욱! 안쪽으로 나타나는 청풍.

청풍; [어!] 놀라며 돌아본다. 골방 안에 권완이 없다

청풍; (이쁜이가 어디 갔지?) 두리번거리는데

<전 이쪽에 있어요! 어서 와보세요!> 권완의 음성이 들리고

흠칫하며 한쪽을 본다. 벽이 조금 열려서 문을 형성하고 있다.

청풍; (저런 곳에 문이 있었군!) 문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청풍; (하긴 인공적으로 만든 골방이니 출입구가 있는 건 당연하지!) 생각하며 발을 내딛다가

미끈하며 미끄러지는 청풍의 발

청풍; [어어!] 주르르 미끄러진다. 문 안쪽은 아래로 통하는 구버러진 동굴. 마치 워터파크의 슬라이드 같은 구조다.

청풍; (이크!) 천장에 이마가 부딪히지 않도록 뒤로 누운 채 미끄러져 들어가는 청풍

청풍; (불상 내부에 잘도 이런 장치를 마련해놨군!) (제법 재미있는데...!) 미끄러지며 실실 웃고. 그러다가

[이크!] 슉! 원형의 어두운 방 천장에서 뚝 떨어지는 청풍. 어둠 속에 권완이 쪼그려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다.

청풍; [나 왔어!] 휘릭! 덤블링하며 권완의 뒤에 내려서는 청풍. 이곳은 위쪽의 방보다 더 넓다. 둥그스름한 원형의 방이고

권완; [오셨어요?] 돌아본다.

청풍; [절묘하군! 대체 누가 거대한 불상 속을 깎아 이런 밀실들을 만들어 놓은 거지?] 둘러보며 권완에게 다가가고

권완; [백옥불을 깍은 장인은 아마 이걸 숨겨놓으려고 이런 밀실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앞을 다시 보며 말하고

청풍; [뭔데?] 권완 뒤로 다가가서 그녀가 보고 있는 걸 본다

옥으로 깍아 만든 작은 탁자가 있는데 그 위에 조약돌같은 게 두 개 놓여있다. 새하얀 색으로 밝은 빛을 내는 돌이다. 아래가 넓고 위가 좁아서 오뚜기를 연상케 하고

청풍; [난 또 뭐라고! 그냥 돌이잖아!]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서 돌을 잡으려 하고. 순간

놀란 듯이 움찔하는 돌들

발이 달린 것처럼 뒤로 움직여서 청풍의 손을 피한다

청풍; [어!] 놀라고

청풍; [방금 봤어? 저 돌덩이가 내 손을 피했어!] 권완에게

권완; [단순한 돌이 아니에요! 저 돌들은 살아있어요!]

청풍; [돌이 살아있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이없는데

짝! 짝! 박수를 치는 권완. 그러자

돌이 똑바로 서서 실룩실룩 거리며 움직인다

청풍; [이... 이거....!] 경악하는데

권완; [소릴 내거나 손을 흔들면 따라서 춤을 춰요.] 흥분하며 손을 흔들고.

그러자 두 개의 돌이 권완의 손짓에 따라 서로 몸을 기대기도 하고 서로를 폴짝 폴짝 뛰어넘기도 하면서 논다.

청풍; [와!] 입이 쩍 벌어지고

권완; [이게 바로 <돌>이에요!]

청풍; [돌인 건 나도 알아!]

권완;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요것들이 바로 십장생(十長生) 중의 돌이에요.]

청풍; [십장생!] 놀라고

청풍; [그런 게 정말 있었어?]

권완; [수천년 전부터 전해오던 신령스러운 열 가지 영물이에요.] [마지막으로 십장생을 모두 모았던 분이 바로 <제왕>이세요.]

 

#130>

다시 옥불루. 백옥블 주변에다가 열심히 장작을 쌓고 있는 진달개. 건문 무너진 잔해에서 기둥과 서까래들을 뽑아다가 백옥불 주변에 둥글게 쌓고 있다. 옥불루의 지붕도 휑하니 뚫렸고

개미처럼 열심히 움직이며 장작을 쌓고 있는 진달개. 반면 황보천유는 옥불의 맞은 편에 앉아서 턱을 괸 채 옥불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다.

슈욱! 옥불의 뒤에서 빛이 나고

옥불루 밖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청풍. 두 팔로는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은 양손으로 십장생을 보듬어 쥐고 있다. 권완의 손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두 개의 돌

청풍; (무슨 짓들이지?) 창문 틈으로 안을 보는 청풍.

개미처럼 부지런히 드나드는 진달개. 양손에 굵고 긴 건물 잔해들을 들고 온다. 척척 백옥불 주변에 쌓는다. 이미 사람 키 정도로 장작들이 쌓여있고

진달개; [오라버니! 이 정도면 되지 않았어요?]

황보천유; [아직 멀었어. 좀 더 빨리 움직여봐 진매!] 대충 말하고

진달개; [알았어요!] 군말 않고 다시 달려 나가고

근처의 건물 잔해에서 기둥과 서까래를 뽑아내는 진달개

그걸 양손에 들고 옥불루로 달려오고

척! 척! 쌓아놓고 다시 달려 나가는 진달개. 완전히 종같다.

청풍; <저것들이 배가 고파서 불상을 구워 먹으려나봐!> 권완에게 속삭이고

권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권완; <저들은 지금 만년옥액을 얻으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절이 망하지만 않았다면 저런 방법은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겠죠.>

청풍; <불로 구우면 만년옥액이 절로 흘러나오기라도 하나?>

권완; <짐작이 가는 바가 있긴 한데... 하여간 시간은 좀 걸릴 테니까 객점으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다시 오도록 해요.>

청풍; <그러자구! 여긴 피 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아!> 휘익! 경신술을 펼쳐서 날아간다.

 

#131>

청풍과 권완이 밥을 먹은 객점이 있는 그 마을. 아직 밤이 깊지 않아서 불빛이 환하다.

그 마을로 권완을 안고 날아가는 청풍. 권완은 두 손에 돌을 얹어놓고 본다. 꼼지락 거리며 서로를 끌어안거나 비비며 노는 한 쌍의 돌

청풍; [십장생이란 게 뭐야? 그냥 신기한 노리개인가?]

권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눈 흘기고

권완; [십장생에는 저마다 신묘한 능력이 있대요.] [어쩌면 인간을 신선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르죠!]

청풍; [그럼 지금까지 십장생을 얻었던 사람들은 다 신선이 되었겠네?]

권완; [그렇지 않아요.] [누구든 십장생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십장생을 자신의 뜻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대요.]

권완; [물론 제왕께서는 하나도 아니고 십장생 전부를 부리셨다고 해요.]

권완; [다른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십장생을 복종시킨 것만으로도 제왕께서는 전무후무한 존재신 거예요.]

청풍; [결국 제왕 정도 되는 인간이 아니라면 십장생은 얻어봐야 별 쓸모도 없다는 얘기네.] 돌들을 째려보며 코웃음치고. 순간

바르르! 겁에 질려 서로를 끌어안고 떠는 돌들

흠칫하는 권완

청풍; [뭐야 그것들! 사람 차별해?]

청풍; [자기한테는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난 쳐다보기만 해도 생까고 말이야!] 툴툴 대며 날아간다

권완; (무시하는 게 아니야!)

권완; (십장생의 돌들이 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있어!)

권완; (설마 내 생각대로 시댁이 바로 <그분>의 핏줄인 걸까?)

 

#132>

청풍과 권완이 밥 먹었던 그 객점

독채는 아니고. 정원이 보이는 곳에 죽 늘어선 방으로 안내받아 가는 청풍과 권완. 권완도 물론 걸어서 청풍을 따라간다

점원; [이방입니다.] 문을 열고

점원; [저희 가게에서 가장 조용한 객실입지요.]

청풍; [수고했어! 가서 일 봐!] 들어가고

점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옆방에는 스님 두 분이 드셨으니까 밤에도 조용할 겁니다!] 음험하게 말하고

청풍; [뭐야?] 눈 부라리고

점원; [헤헤헤! 그럼 편한 밤 되십시오!] 후닥닥 나가서 문을 닫는다

권완; [왜 갑자기 화를 내세요?] 어리둥절

청풍; [몰라서 물어?] 퉁명스럽게 말하는데

점원; [하여간 요즘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까지 객잔 출입을 한다니까!] 궁시렁대며 가는 점원

권완; [그... 그러니까 스님들이 머무는 방의 옆방을 준 게...!] 얼굴 새빨개지고

청풍; [중들이 들을 테니까 야한 짓 하지 말라는 거지 뭐!] 침대에 벌렁 눕고

권완; [무... 무례한 점원이로군요! 우리를 뭘로 보고...!] 얼굴 새빨개져서 문쪽을 곁눈질하고

청풍;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서 좀 쉬어!] 자기 옆 자리를 탁탁 치고

권완; [저... 전 여기 앉아서 쉴게요.] 의자에 앉으며 억지 웃음

청풍; [우리만 떳떳하면 됐지 뭘 꺼리고 그래.] [오늘밤은 꼬박 새야할지도 모르니까 고집 부리지 말고 좀 누워서 쉬도록 해!]

권완; [예!] 일어나고

주춤 거리며 청풍의 옆에 눕는다

청풍; <옆방의 그 중들은 옥불사의 중들이야!> 곁눈질로 옆방을 가리키며 전음

권완;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흠칫

청풍; <옷과 몸에 피비린내가 배어있어! 중 주제에 피비린내를 풍기는 게 옥불사의 중들 말고 또 어디 있겠어!> 코를 벌름거리며

권완; (듣고 보니 그렇네.) 생각하고

청풍; <젠장! 도둑놈들처럼 귀를 벽에 붙이고 우리말을 엿듣고 있군.>

권완; <숨소리를 들어보니 우리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그 스님들이에요. 용케 살아있었어요!> 귀를 쫑긋

청풍; <원래 모진 것들이 명줄은 긴 법이야.> 코웃음

청풍; <신경 끄고 좀 눈을 붙여두자구!> 눈을 감고

 

옆방. 청풍의 말 대로 원구와 원적이 벽에 귀를 붙이고 동정을 살피고 있다.

원구; [바로 그 음탕한 년놈들이다.] 이를 갈며 원적에게 속삭이고

원적; [그런 것 같습니다.] 겁에 질렸고

원적; [전생에 우리하고 무슨 원수를 졌기에 객점에서조차 또 이웃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벽에서 귀를 떼고

원구; [여길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역시 벽에서 귀를 떼고

원적; [방장사백의 유서에 적힌 내용을 풀어내는 대로 떠나도록 하자.] 탁자로 간다. 탁자에는 <遺書>라는 글이 적힌 봉투와 봉투에서 꺼낸 종이가 한 장 얹혀져 있다.

원적; [사형! 정말로 여기 기록된 장소에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을까요?] 의자에 앚고

원구; [평소에도 거짓말을 안 하시던 방장께서 죽어가면서 거짓말을 했겠느냐?] 원적과 마주 앉고

원적; [하지만 너무 얼토당토않은 데라서…!] 당혹

원구; [너, 넌 벌써 어딘지를 알아냈느냐?] 눈 번쩍

원적;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겸연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고

원구; [그럼 빨리 절로 돌아가자.] 벌떡

원구; [천고영약인 만년옥액만 얻을 수 있으면, 황보세가도 마면신장도 무섭지 않다.] 주먹 불끈

 

잠시 후. 원구와 원적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창문 밖으로 살며시 뛰어 나오고

이어 옥불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청풍과 권완이 있는 방. 나란히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청풍과 권완.

그러다가 눈을 뜨는 청풍.

담장을 넘어가며 뒤를 살피는 원구와 원적의 모습이 떠오르고

청풍; [별...!] 코웃음치고

권완; [스님들이 만년옥액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아냈나 봐요!]

청풍; [잘 됐군! 덕분에 옥불사가 머잖아 다시 부흥하겠지 뭐!]

권완; [하지만 그 스님들, 지금 옥불사로 돌아갔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예요.]

청풍; [팔자대로 살라고 해!]

권완; [자꾸 만나는 걸 보면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은데 도와줘야하지 않을까요?]

청풍; [인연은 무슨...!] 코웃음 치다가 찡그린다.

휘이이! 방안에 돌풍이 갑자기 일더니

스스스! 나타나는 공손대낭. 침대로 가까이 오진 못하고 창가에 바짝 붙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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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옥불루. 지붕이 무너져 거대한 백옥불의 상체가 밖으로 드러난 상태. 옥불루 안에서 보면 무너진 지붕을 통해서 백옥불의 윗부분이 보인다.

백옥불 내부의 좁은 공간. 청풍과 권완이 나란히 누워 눈을 감고 있다. 귀식대법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다가

<난릉왕은 정말 밥맛이었어요. 우릴 완전히 종 취급하잖아요.> 쫑끗하는 청풍의 귀로 진달개의 음성이 들린다.

청풍; (그 야한 계집이 돌아왔군!) 진달개를 떠올리고

청풍; (대놓고 욕하는 걸 보니 난릉왕이 마침내 옥불사를 떠난 모양이다!) 생각하는데

<중들은 전부 죽였느냐?> 다시 청풍의 귀에 들리는 음성

<일일이 확인하고 숨통을 끊어놨으니까 오늘 일은 밖으로 새나가지 않을 거예요.>

청풍; (악랄한 계집!) 이를 부득 갈며 눈을 뜨고

청풍; (보아하니 난릉왕이 저지른 학살극의 뒤처리를 한 모양이구나!) 천천히 일어나 앉고

 

황보천유; [어리석은 땡중들 같으니... 그러게 순순히 만년옥액을 내놓을 것이지!] 백옥불 앞에 서서 올려다보며 말하고. 진달개가 황보천유의 팔짱을 낀 채 달라붙어 있다.

진달개; [만년옥액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우선 서문숙의 제자부터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황보천유; [그놈은 난릉왕과도 대등하게 싸웠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곡개 젓고

진달개; [호호호! 오라버니는 보기보다 소심하시군요.] 추파를 보내고

진달개; [나도 직접 봤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 [!] 말하다가 눈 부릅. 화보천유가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당황지만 이내 능숙하게 황보천유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감으며 열렬히 키스하는 진달개. 헌데말하는 진달개의 가슴을 가볍게 찍는 황보천유

! 끌어안은 진달개의 등을 손가락을 찍는 황보천유

진달개; [으음!] 신음하며 축 늘어진다.

입술을 떼고 진달개를 끌어안아 부축하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귀찮은 계집!] [정신 사나워서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끌어안은 진달개를 흘겨보며 백옥불 앞으로 가고

황보천유; [어쨌든 진씨세가의 딸이니 함부로 처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계속 달고 다니는 것도 귀찮은 일....!]

황보천유; [잘 구슬러서 써먹을 수 있는 만큼은 써먹어야겠지. 여러 모로 내 손이 번거로울 것들을 해결해주는 계집이니....!] 진달개를 백옥불 앞에 누인다. 야한 자세로 누운 채 잠이 든 진달개

황보천유; [흐흐흐! 부처에게 계집을 바친 셈이 되는군!] 히죽

황보천유; [난 너무 많이 맛 봐서 물린 계집이니 갖고 싶으면 가지시오!] 백옥불에게 포권하며 장난스럽게 말하는데

 

청풍; (뭐라는 거야 저 쥐새끼가!) 일어나 앉아서 벽에 귀를 대고 엿듣던 청풍 어이없고

청풍; (제 딴에는 부처에게 농을 건다고 걸었지만 나보고 제 계집을 갖으라고 말한 꼴이 되었잖아!) 어이없고

청풍; (성의는 고맙지만 사양이다 이놈아!) (나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약혼녀가 있다는 거 아니냐?) 권완을 돌아본다. 권완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청풍; (피곤했던 모양이군! 하긴 사흘 넘게 잠 한숨 못 잤으니 그럴만도 하지!) 일어나고

청풍; (여긴 안전하니까 잠시 자게 놔두고 바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스윽! 생사일보를 펼쳐서 사라진다.

 

백옥불을 밖에서 본 모습. 황보천유가 백옥불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번쩍! 백옥불 뒤쪽에서 빛이 나더니

! 백옥불에서 빠져나오는 청풍. 백옥불의 뒤쪽에는 아주 가는 금이 수직으로 나있다.

백옥불 뒤에 숨어서 앞쪽의 황보천유의 모습을 훔쳐보는 청풍. 청풍이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혼자 중얼거리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만년옥액은 옥석(玉石)의 기운이 수만년동안 맺혀서 이루어진 것이다.]

황보천유; [원래는 그 양이 아주 미미하지만 이 백옥불은 워낙 큰 탓에 상당한 양이 채취되었을 것이다.]

황보천유; [난릉왕이 비록 이 백옥불에 다량의 만년옥액이 맺혔었다는 걸 발견하긴 했지만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황보천유; [요행히 만년옥액을 찾아낸다면 난릉왕에게는 조금만 바쳐서 생색을 내고 나머지는 꿀꺽해야겠지!]

황보천유; [언제까지 그 인간의 눈치만 보고 살 수는 없으니...!] 음험하게 웃고

청풍; (저놈도 꿍꿍이가 많군!)

청풍; (나야말로 네놈이 만년옥액을 찾아내면 뒤통수를 좀 쳐야겠다!)

청풍; (우선 옥불사의 상황을 좀 알아보고 오자!) 스슥! 사라지고

 

#127>

방장실 앞의 광장. 수많은 중들의 시체

스슥! 나타나는 청풍

청풍; [이런...!] 입을 가리고

처참한 시체들

청풍; [... 잔인한 것들! 사람을 정말 개 돼지 잡듯이 잡았구만!] 시체 사이를 걸어가며 치를 떨고

바닥에 떨어진 선장

청풍; [도저히 용서가 안돼!] [내가 어지간하면 피를 보지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은 좀 돌아버려야겠다!] 선장을 집어든다.

 

#128>

다시 백옥불이 있는 옥불루

황보천유가 백옥불을 만지며 기웃거리고 있다. 진달개는 여전히 야한 자세로 백옥불 앞에 누워있고

황보천유; [땡중들이 모은 만년옥액이 여기 숨겨져 있지 않다고 해도 다시 만년옥액을 추출해낼 방법이 있을 텐데...!]

황보천유; [하여간 난릉왕 그 인간은 생각이 짧아.] [나 같았으면 땡중들을 고문해서 비밀을 알아냈을 텐데 말이야!] 궁시렁거리고. 그때

! 무서운 기세로 뱅뱅 돌며 날아오는 선장

움찔하는 황보천유. 하지만

황보천유; [이크!] 엄살을 부리며 몸이 흐려지고

! 백옥불의 아랫배 부분에 부딪혔다가 튕겨져 나가는 선장

황보천유; [대원수의 제자요?] 스슥! 다시 나타나며 입구 쪽을 보고

청풍; [마귀 졸개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다!] 살기를 흘리며 걸어들어오고

황보천유; (어쭈!) + [하하하! 생각보다 젊은 친구로군!] 웃고

황보천유; [하여간 감탄했소!] [아까는 나 황보천유조차 영락없이 고씨세가의 고척방 가주인 줄 알았소!] 포권하고

청풍; [내가 누구던 간에 너희 년놈은 오늘 좀 맞아야 쓰겠다!] 양손 쥐어 우두둑 소리 내며 다가오는데

황보천유; [맞을 짓을 했으면 맞는 게 옳소이다만...!] 히죽 웃고

황보천유; [한데 형씨의 무공은 그닥 대단하지 않구려.] 번쩍! 포권을 한 손 중 하나가 활짝 펴지면서 갑자기 밝은 빛이 폭발하고

청풍; [!] 눈 부릅뜨며 그 빛에 휩쌓이고

쿠오오! 빛이 사라지고

청풍이 있던 곳의 바닥이 염산이 쏟아진 듯 타면서 연기를 낸다

황보천유; [흐흐흐! 별것도 아닌 놈이었군.] 그걸 보며 웃고

황보천유; [굳이 아까운 청광추망사(靑光追亡沙)를 쓸 필요도 없었!] 말하다가 눈 부릅. ! 갑자기 황보천유의 목덜미를 뒤에서 움켜잡는 손.

청풍; [젠장할! 내 단벌 옷에 구멍을 내?] 뒤에서 황보천유의 목을 움켜잡은 채 이를 부득. 치치! 청풍의 옷자락에 구멍이 뚫려 연기가 나고 있다

황보천유; (... 청광추망사를 피하다니...) (그 정도 거리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식은땀

청풍; [옷 벗어!] ! 목을 조이며

황보천유; [! .. 옷을 왜...!]

청풍; [그럼 내 옷에 구멍을 내놓고 입 닦을 생각했냐 씁새야?] 귀에 대고 이를 부득 갈며 속삭이고

황보천유; [... 알겠소! 원하시면 내 옷을 가져가시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옷을 벗을 수 없지 않소?]

청풍; [허튼 수작할 생각은 마라!] ! 뒤에서 황보천유의 오금을 걷어차 쓰러트리고

황보천유; [어이쿠!] 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고꾸라지는 황보천유. 헌데

휘릭! 다람쥐처럼 굴러서 진달개 쪽으로 굴러간다

청풍; [너 이 새끼!] 눈살 찌푸리며 장풍을 날리려는데

황보천유; [하하하! 조심하시오 형씨!] 휘릭! 진달개를 끌어안아 자신의 앞을 가리고

황보천유; [날 죽이려면 이 계집의 몸뚱이부터 터트려야할 거요!] 한손으로 진달개의 목을 움켜잡아 앞을 가리며 히죽 웃고

청풍; [!] 어이없고

청풍; [, 부랄은 달고 다니는 거냐?]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계집을 방패로 쓰기나 하고?] 어이없고

황보천유; [흐흐흐! 그게 어떻다는 거요?] 높이 쳐든 진달개의 몸 뒤에 숨어서 야비하게 웃는다.

황보천유; [나는 원래 이익을 위해선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오.] 진달개로 앞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황보천유; [부모형제라도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일 수 있고 필요하다면 형씨의 똥꼬도 기꺼이 핥아줄 수 있소.]

청풍; [그래 너 잘 났다 존만아!] 슈학! 생사일보를 펼쳐서 몸이 가늘어져서 황보천유를 덮쳐가고

황보천유; [!] 경악하며 진달개의 몸을 휘둘러 청풍의 공격을 막으려 하고.

진달개의 몸이 칼날처럼 변한 청풍의 몸에 부딪혀 토막나려 한다

청풍; (정말 악독한 놈이다!) 슈학! 위기의 순간 위로 치솟아 진달개의 몸을 건너뛰며 스치는 청풍.

서걱! 섬광이 수직으로 스치고 지나가면서 황보천유의 귀를 잘라버린다.

황보천유; [이크!] 귀가 잘려져서 비틀하는 황보천유. 그러면서도 급히 손을 내밀어 잘려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귀를 잡고

슈학! 다른 곳에 나타나는 청풍.

황보천유; [하하하! 정말 대단한 무공이오! 대체 그건 뭐라는 수법이오?] 다시 진달개로 앞을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잘려진 귀에서 피가 철철

청풍; [빌어먹을 잡것들! 중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개 돼지처럼 죽였느냐?]

황보천유; [우리가 무슨 형리(刑吏)나 망나니도 아닌데 죄 있는 사람만 골라 죽이겠소?]

황보천유; [재미없으면 죽이기도 하고 재수 없으면 내가 죽기도 하는 거지.] 뒷걸음질 치며 실실 쪼개고

청풍; [그럼 나도 재미 삼아 네놈을 죽여봐야겠다!] [뒈져랏!] + (천산음!) 기합을 지르고

! 황보천유가 가슴에서 폭발이 잃고

황보천유; [!] 피를 토하며 비틀하고. 그 바람에 진달개를 든 손이 늘어뜨려져서 몸이 드러나고

청풍; [멱을 따주마!] ! 벼락같이 덮쳐가며 주먹을 내밀자. 손에 낀 반지 중 검은 색의 반지에서 빛이 쭉 뻗어나와 검처럼 변해 황보천유를 찔러간다. 하지만

황보천유; [이크!] 진달개의 몸 뒤로 숨으며 급히 움직여 피하고

앞으로 확 다가오는 진달개의 가슴.

깜짝 놀라는 청풍

청풍; [교활한!] ! 찔러가던 빛의 검을 옆으로 쳐들어 올려 진달개의 가슴을 찌르는 것을 피하고

서걱! 진달개의 상의가 갈라지며

털렁!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이며 드러난다

청풍; (으핵! 젖소!) 눈이 튀어나오며 급히 멈춰서고

황보천유; [하하하! 형씨도 은근히 밝히시는구려!] 웃으며 멈춰서고

황보천유; [더 찐한 걸 보길 원한다면 도와드리겠소!] 잘려진 귀를 입에 넣어 물고

황보천유; [나야 질리도록 봐서 별 감흥이 없지만 형씨 눈에는 제법 보양이 될 거요!] 음험하게 웃으며 진달개의 짧은 치마를 위로 걷어올리고

청풍; [정말 상종 못할...!] 찡그리는데 + 권완; <제게 와주세요!> 권완의 전음이 청풍의 귀에 들리고. 말 풍선에 권완의 얼굴을 넣어줄 것.

청풍; (이쁜이!) + [너나 실컷 감상해라 존만아!] ! 반지에서 뽑아냈던 빛의 검을 소멸시키고

청풍; [멱을 따는 건 나중으로 미뤄주마!] 슈학! 생사일보를 펼쳐서 사라진다.

황보천유; [이보슈 형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름 정도는 알려줘야하지 않소?] 외치지만

<엿 먹어라!>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조용해지는 장내

황보천유; [흐흐흐! 제법 쓸만한 놈이군!] [나 황보천유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한 놈은 네놈이 처음이다!] 입에 물고 있던 귀를 꺼내고

황보천유; [하지만 나하고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기고 지는 건 무공의 고하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입에서 꺼낸 귀를 잘려진 부위에 대고 누르고. 순간

지지지! 상처 부위가 녹아서

! 원래대로 돌아가는 황보천유의 귀

황보천유; [붙잡아서 내 호위로 쓰든지 아니면 죽여 버려야겠지.] [내 눈에 한번 뜨인 이상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진달개를 다시 원래 자리로 내려놓고

황보천유; [그나 저나 이상한 무공을 쓰는 놈이었다.]

황보천유; [몸이 칼처럼 변하는 경신술에다가 표적을 골라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음공이라니...!] 말하다가 백옥불을 보며 흠칫

청풍이 던진 선장에 맞은 부위가 약간 파여있는데.

반짝! 그 파인 부위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황보천유; [혹시!] 급히 다가가서

손으로 그 부위를 만져본다.

손가락에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다.

황보천유; [아까 그놈이 던진 선장에 맞은 부위다.] [충격을 가하면 만년옥액이 나오는 건가?]

황보천유; [그건 아닌 것 같고....! 혹시!] 눈 반짝

황보천유; [흐흐흐! 이런 걸 기연이라고 하나!] 다시 진달개에게 가고. 이어

황보천유; [이 계집을 다시 부려먹을 일이 생겼군!] 파팟! 진달개의 혈도를 찍는다.

순간 움찔하며 깨어나는 진달개

황보천유; [진매! 일어나라!] 다정하게 웃고

진달개; [오라버니!] 찡그리며 일어나 앉고

진달개; [또 제 혈도를 짚었군요.] 눈 흘기고

황보천유; [이해해줘! 진매는 눈을 감고 있을 때가 제일 예뻐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은근하게 끌어안고

진달개; [엉큼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눈 흘기고. 털렁 드러난 젖가슴

진달개; [이번에는 옷을 잘라버리기까지 하고...] [대체 재워 놓은 후 제 몸에 무슨 짓을 하는지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찢어진 옷을 묶어서 젖가슴을 가린다. 그 바람에 젖퉁이가 더욱 크고 육감적으로 보이고

황보천유; [하하하! 안 보는 게 좋을 걸!] [내가 사랑해주는 방식은 아무리 진매라도 익숙해질 수 없을 테니까!] 끌어안고 머리에 입을 맞추고

진달개; [아무리 부끄러운 짓이라도 참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는 재워놓고 하지 말아요!] 얼굴 발개져서 황보천유의 귀에 속삭이고

황보천유; [하하하! 참조하지! 그보다 진매가 좀 도와줄 일이 생겼어!] 일어나고

진달개; [뭔대요?]

황보천유; [만년옥액을 추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애.] 의미심장하게 웃고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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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스팟!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세로로 불빛이 번쩍하더니

슈욱! 어둑한 공간으로 나타나는 청풍. 두 팔로 권완을 안고 있다.

권완; [여기가 어디...!] 웁! 둘러보며 말하다가 입이 청풍의 손에 막힌다

청풍; <그 작자가 근처에 있어!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쳐서 심장 박동도 숨겨야해!> 고개 젓는다.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작은 방같은 구조.

권완; <여기가 어디죠?>

청풍; <백옥불 뱃속이야!> 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며 바닥에 앉고

청풍; <도망가 봐야 따라잡힐 것 같아서 등하불명(燈下不明)의 교훈을 떠올렸지!> 권완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는다

권완; <생사일보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군요.> 바닥에 앉고

권완; <헌데 백옥불 안에 이런 공간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청풍; <그냥 그럴 것 같더라구!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설명할 수가 없어!> 벽에 귀를 대고 밖의 동정을 살핀다

<으악!> <크악!> <아...... 아미타불!> 비명 소리가 아스라이 들린다.

청풍; (마귀같은 놈!) 분노하고.

그런 청풍의 뇌리로 허공을 달리는 말 위에서 검을 내리 그어 중들을 도륙하는 난릉왕의 모습이 보인다. 중들은 바닥에 엎드려 빌고 불경을 외우다가 학살을 당하고 있다. 난릉왕의 검에서 수십미터에 이르는 섬광이 그어져 지상의 사람과 건물을 함께 갈라버린다.

권완; <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궁금해서 묻고

청풍; <중들이 개 돼지가 되고 있어!>

권완; <예?>

청풍; <가면 쓴 변태가 사람이고 건물이고 할 것없이 토막을 치고 있다는 말이야!>

권완; (불제자들에게까지 그런 짓을...!) 치를 떨고

청풍; <그 변태가 가버릴 때까진 찍소리 말고 여기 숨어있어야만 해!> 바닥에 눕는다.

권완도 옆에 눕고

으악! 크악! 아악! 권완의 귀에도 아스라이 비명들이 들리고

치를 떨며 귀를 막는 권완

그런 권완을 끌어안는 청풍

움찔하지만 이내 청풍의 품에 안기는 권완

청풍; (난릉왕!) 눈이 이글거리고

청풍; (서문영감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넌 기필코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 마귀같은 새끼!) 이를 부득 간다

 

#124>

해질 무렵. 은행나무

은행나무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는 서문숙

<진보!>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공손대낭. 양쪽 허리에 보통보다 짧은 보검을 두 자루 차고 있음을 주의.

서문숙; [대낭! 어찌 되었소?]

공손대낭; [두 사람의 기척이 옥불사 근처에서 돌연 사라졌어요!] 내려서는데 겁에 질려 있다

마주 잡은 손이 달달 떨리고

서문숙; [무슨 일이 있었소?] 의아해하고

공손대낭; [난... 난릉왕이 옥불사에 나타났어요!]

서문숙; [난릉왕이!] 놀라고

서문숙; [혹시 두 아이가 그자에게 변을 당하기라도 한 거요?]

공손대낭;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고개 젓고

공손대낭; [난릉왕은 분노와 광기에 미쳐서 옥불사를 파괴하고 있었어요.] [미친 듯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걸 보면 두 사람을 해코지하진 못했을 거예요.]

공손대낭; [좀 더 지켜봐야했지만... 자칫 들킬 수도 있어서 급히 돌아왔어요!]

서문숙; [잘 했소!] 끄덕

서문숙; [대낭이 생시의 날 숨겨준 걸 알면 난릉은 기필코 대낭을 해코지 하려 들 거요!]

공손대낭; [난... 난릉왕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해요! 웬지 사람같지가 않았어요!]

서문숙; [사람 같지가 않다?]

공손대낭; [공공자만큼은 아니지만 마주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서웠어요!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는데...!] 부르르 떨고

서문숙; [두려워하지 마시오.] [우리가 함께 있는 이상 난릉왕도 우릴 어쩌진 못할 거요!] 토닥이고

공손대낭; [예...!]

서문숙; (수천년을 살아온 대낭이 그렇게 느꼈다면 난릉왕이 정말 인간이 아닐 수도 있겠군!)

공손대낭; [이... 이제 어떻게 하지요?] [오늘 밤 용화사의 집회에 끼어들려면 진보의 법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서문숙;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 해볼 수밖에...!]

서문숙; [나는 먼저 용화사 근처에 가있을 테니 대낭은 좀 더 두 아이를 찾아보시오.]

서문숙; [이경(二更)이 넘어도 찾지 못하면 대낭도 용화사로 오도록 하시오!]

공손대낭; [예!]

서문숙; [난릉왕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오!] 휘익! 날아간다

공손대낭; [진보도 조심하세요!]

사라지는 서문숙

공손대낭; [말썽꾸러기들같으니...!] 소맷단을 물어뜯고

공손대낭; [이 급박한 때에 대체 어디 가 있는 거야?]

 

#125>

다시 옥불사. 해가 지고 달이 떴다.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지고 백여명의 중들이 죽어 넘어져 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신음하는 부상자들도 있고

난릉왕; [만년옥액을 찾고 놈을 발견하면 기필코 죽여라!] 광장 허공에 떠서 황보천유와 진달개에게 명령하고

[존... 존명!] 포권하는 황보천유. 진달개는 겁에 질려 고개도 들지 못한다

난릉왕; [용화사의 일을 끝내는 대로 돌아오겠다. 본왕을 실망시키지 마라!] 허공에서 말을 돌리고

따각 따각! 허공을 달려가는 난릉왕

달 속으로 사라진다.

황보천유; (난릉왕!) 고개 드는 황보천유의 눈빛이 음산하고

황보천유; (지금은 복종하는 척 할 수밖에 없다만....!)

황보천유; (두고 봐라! 언제고 나 황보천유의 발치에 구르며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어줄 테니!) 음산하게 웃는데

크악! 컥! 비명이 들린다. 흠칫하며 돌아보는 황보천유

[제... 제발 자비를! 큭!] 비명 지르는 부상자들을 검으로 푹푹 찔러 확인살해하고 있는 진달개.

황보천유; (저년...!) 피식 웃고

진달개; [오라버니도 좀 도와요!] 콱! 시체들을 발로 콱콱 밟고 다닌다. 그러다가

[컥!] 죽은 척 하고 있던 부상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

진달개; [오늘 여기서 벌어진 일은 알려지면 안돼요!] 검으로 부상자의 목이나 심장을 쑤셔서 죽인다

황보천유; [난 그럴 시간 없다.] [만년옥액을 찾아내라는 왕야의 말 못 들었느냐?] 돌아서고

찡그리며 보는 진달개

황보천유; [옥불루에 가있겠다. 마무리하고 와라!] 손 흔들며 걸어간다.

진달개; [쳇!] 콱! 시체 한 구의 가슴을 세차게 밟는다. 바로 청풍과 권완을 안내했던 두 승려중 원구다. 우둑!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원구는 움찔하면서도 비명은 지르지 않고

진달개; [험한 일은 꼭 나한테만 시켜!] 다른 시체를 밟고

꿈틀하는 그 시체

진달개; [죽은 척 해도 소용없어 땡중!] 콱! 그 시체의 목을 검으로 찌르는 진달개

눈 부릅뜨고 죽는 부상자

진달개; [휴우! 하지만 어쩌겠어?] [난 이미 몸과 마음을 다 황보오라버니에게 바쳤는데...!] 한숨 쉬며 시체의 목에서 검을 뽑고

진달개; [좀 서운하게 대해도 참을 수밖에!] [황보 오라버니만큼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사내는 또 없으니까!] 얼굴이 발그래해진 채 살인을 계속한다.

크악! 켁! 살... 살려주시오 시주! 컥! 아름다운 달 아래 벌어지는 도살극. 이윽고

진달개; [대충 끝난 것 같지?] 츄릭!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떨친다

돌아보는 진달개. 광장 가득한 세체들. 이제는 비명이나 신음도 없다

진달개; [오라버니!] 날아간다

진달개; [저도 만년옥액 찾는 거 도와드릴께요!] 사라진다. 직후

움찔! 시체들 중에서 산 구의 시체가 움찔한다. 바로 원구다.

눈동자를 돌려서 진달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 원구. 이어

원구; [허억!]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원구

원구; [으으! 쿨럭!] 피를 토하며 신음하고.

원구; [마... 마면신장(魔面神將)!] 원구의 뇌리로 난릉왕이 말 타고 허공을 돌며 검을 내리그어 건물과 사람들을 함께 토막내던 무시무시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구; [세... 세존(世尊;부처)은 어찌하여 그런 자를 용납하시는 것인가?]

원구; [당신의 제자들이 도살장의 개 돼지처럼 죽어가는 데도 어떤 이적(異蹟)도 보이지 않다니...!] [당신은 과연 있기나 한 거요 부처시여?] 이를 부득 부득 갈며 핏발 선 눈으로 하늘을 노려본다. 그때

[사... 사형! 소... 소리를 내시면 안됩니다!] 누군가 옆에서 속삭이고

원적; [그... 그 살인귀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시체들 밑에서 조심스럽게 기어나오는 원적

원구; [원... 원적사제!] [너... 너도 죽지 않았구나!] 힘겹게 일어나 앉고

원적; [우... 우리 둘만 산 것같습니다!]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고

원적; [빨...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원구; [살아야지! 암 살아야 하고 말고!] 이를 부득 부득 갈며 일어나고.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원구; [살아야만 사제들과 사백들의 복수를 할 것 아니냐?] 비틀거리며 반쯤 무너진 방장실 쪽으로 간다. 지붕 중앙을 난도질당해서 둘로 갈라진 모습이다.

원적; [방... 방장실에 가실 것 없습니다. 사백과 사숙들이 가장 먼저 도륙을 당하셨습니다!] 말리지만

원구; [넌 여기서 기다려라! 찾을 게 있다!] 비틀거리며 방장실로 달려가고. 원적은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방장실로 들어간 원구. 방장실에도 방장을 비롯한 노승들이 죽어있다.

방장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는 원구. 이어 방장의 가슴을 뒤진다. 방장의 품 속에서 나오는 한 뼘 가량의 작은 불상과 봉투 하나를 꺼낸다.

원구; [역시 유서를 써놓으셨구나!] 봉투에는 遺書라는 글이 적혀있다.

원구; [다비(茶毘;화장)도 못 해드리고 떠나는 것을 용서하십쇼!] 합장하고

원구; [하지만 기필코 돌아와 옥불사를 재건하겠습니다!] 이를 갈며 일어난다

다시 방장실을 나오는 원구. 원적이 겁에 질려 서성이고 있다가 반색한다

원적; [사... 사형!]

원적; [빨... 빨리 갑시다! 언제 그 마귀와 야차가 돌아올지 모릅니다!] 원구의 소매를 잡고 절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원구; [이게 다 그 음탕한 년놈들 때문이다!] 청풍과 권완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원구; [그 음탕한 것들이 요괴를 불러들였어!] [기필코... 기필코 복수하고 말겠다!]

원적; [사... 사형! 그런 생각일랑 마시오.]

원적; [사부께서 우리 법명을 원구(遠仇)와 원적(遠賊)으로 지어주신 건 사형은 원수를 멀리해야 하고 나는 도적을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소?]

원적; [우리 능력으로 복수는 언감생심이오.] [멀리 달아났다가 십 년쯤 후에 돌아옵시다. 그때 다시 옥불사를 일으킵시다.] 원구의 소매를 잡으며 애원하고

원구; [달아날 거면 너나 달아나라!] [오늘부터 내 이름은 친구(親仇;원수를 가까이 함)이다!] 뿌리치고

원구; [마라(魔羅)에게 혼을 팔아서라도 복수하고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산문 밖으로 달려 내려간다. 원적은 겁에 질려 쫓아가고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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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1; [철궁에서 오셨다면 제발 본사의 위난을 면케 해주게!] 애원하지만

청풍; [저는 청부를 받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고개를 젓고

권완; (철궁의 궁주인 이 사람이 직접 청부를 받는 일은 거의 없겠지!) 끄덕이는데

노승1; [부처님께서 인도하시어 소협을 우리 옥불사로 보내셨소이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공덕을 쌓아주시오.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할 것이오.] 애원하고

[제발 본사를 구해주시오!] [청부를 받아주시오!] 노승들과 주변의 모든 중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애원하지만

청풍; [그만들 해!] 버럭 고함지르고

모두들 깜짝 놀라는데

청풍; [내가 청부 받을 생각 없다는데 왜 지랄들이야?] 험상궂게 눈을 부라리고

겁에 질리고 절망하는 중들

노승1; [아미타불! 우리 옥불사가 오늘로 끝나는구나.] [차라리 명아사제가 옥불을 부수는 것이 더 낫겠도다.] 탄식하는데

텅! 갑자기 노승1과 청풍 사이에 시꺼먼 선장이 하나 툭 떨어진다.

청풍이 찡그릴 때

[명... 명아사숙의 선장이다!] 근처의 젊은 중들이 기겁하며 물러앉고

노승1; [명아사제! 어디 있는가?] 외치며 건물에서 나오고. 그때

다시 무언가가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다. 어깨에서 잘려진 팔이었는데, 승포자락이 그대로 입혀져 있다.

[헉!] [팔... 팔이 허공에서!] 중들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 앉고

권완; <명아대사의 팔이에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청풍의 팔을 잡고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청풍.

하지만 맑은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고

권완; <술법을 쓰는 자가 근처에 있어요!> 전음으로 말하는데

팟! 갑자기 허공에서 명아노승의 눈을 부릅뜬 얼굴이 나타난다.

퍼억! 이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명아노승의 머리통. 목에서 머리가 잘렸다.

[악!] [히익!] [명... 명아사숙!] 젊은 중들 비명 지르며 주저안고 물러난다.

노승1; [두... 두려워하지 마라. 불존께서 보우하실 것이다.] 외치지만 역시 겁에 질리고. 그 직후

퍽! 퍼퍽! 연달아 허공에서 나타나 떨어지는 다른 팔과 두 다리와 몸통

[으악!] [히익!] 겁에 질려 사방으로 달아나는 젊은 중들

청풍; [악독하구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외치고.

권완; <난... 난릉왕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겁에 질려 떨면서 청풍의 팔을 잡고

청풍; <난릉왕?> 흠칫하며 돌아보고

권완; <황보세가는 이미 난릉왕의 수족이 되었는데, 그들이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긴 어려워요.> <아마도 난릉왕이 노리는 뭔가가 옥불사에 있는 듯해요.> 겁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고

청풍; (젠장! 난릉왕이라면 나도 아직은 상대할 자신이 없는데...!) 역시 침 꼴깍. 그때

노승1; [황보세가! 악독하구나!]

노승1; [불문 도량에서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토막까지 내는 것이냐?] [정녕 불벌(佛罰)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며 외치고. 그때

청풍; [황보세가에서 원하는 게 뭡니까?] 묻고

노승1; [만년옥액(萬年玉液)이외다.]

청풍; [그럼 그걸 줘버리시오.] [상대가 원하는 걸 주면 더 이상의 화는 없을 거요.] 퉁명스럽게

노승1; [만... 만년옥액은 천고의 보물이오.] [단 한 방울로도 어떤 상처든지 치료할 수 있으며 공력도 크게 높여준다고 하오.]

청풍; [그렇든 말든 줘버리시오.] [보물 지키려다 죽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소!]

청풍; [하여간 중들이 욕심은 많아 가지고....]

노승들이 청풍의 당돌한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 그러다가

노승1; [아미타불! 우리 중에서 오직 명아사제만이 욕심에서 온전히 벗어났구나.] 합장하며 탄식하고

권완; (만년옥액은 백옥불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백옥불 안에 들어있기 쉽다.) 눈 반짝

권완; (만년옥액이 난릉왕의 손에 들어가면 아버님은 그만큼 힘든 싸움을 하셔야만 한다. 절대로 만년옥액이 난릉왕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청풍; [줄 겁니까 ?안 줄 겁니까?]

노승1; [아미타불! 사제들과 잠시 의논해봐야겠네.]

노승1; [사제들의 생각은 어떤가?] 다른 노승들을 돌아보고

노승2; [아미타불! 이미 말이 나왔습니다.]

노승2; [오늘 비록 빼앗기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만년옥액을 노리고 찾아오는 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노승2; [차라리 오늘 백옥불을 깨뜨려 후환을 없애는 게 옳을 듯합니다.]

노승3; [안될 말일세!] 노승2에게 번론

노승3; [백옥불이 없으면 본사는 옥불사가 아닌데 어찌 그리 쉽게 결정하려는가?]

노승4; [명징사형 말이 맞소! 백옥불을 깨트리자는 건 산문을 닫아걸자는 말처럼 들리니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외다.]

청풍; [그럼 절 이름을 무(無)옥불사로 고치면 될 것 아니오?] 버럭

중들이 돌아보고

청풍; [다 죽고 나서 무승사(無僧寺)가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오.] 냉소하고

노승3; [어린 시주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구나!]

노승4; [우리는 모두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들인데 어찌 모시던 불상을 하루아침에 말 몇 마디로 깨뜨릴 수 있단 말인가?]

청풍; [당신들 중들은 부처를 믿소? 돌덩어리를 믿소?] 험악하게 인상 쓰고

움찔하는 노승들

청풍; [하루아침에 몽땅 죽는 건 괜찮고 불상 깨지는 건 못 본다니 불상이 배를 잡고 웃을 일이군!] 냉소하고

청풍; [죽든 살든 마음대로 하시오. 난 모르겠소.] 권완의 손을 잡고 왔던 길을 향해 등을 돌린다.

호통치던 노승3은 당황하는 기색. 다른 여러 중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청풍; [쳇! 좋은 거 보러 왔다가 귀만 더러워졌군!] 입을 삐죽거리며 권완을 끌고 건물 앞을 떠난다. 그 뒤로 중들이 갑론을박하고 있고

권완; [정말 그냥 갈 거예요?] 끌려가며 묻고

권완; [일류고수 소리를 듣던 명아대사조차 간단히 죽임을 당한 걸 보면 황보세가에서 무서운 자를 보낸 모양이에요.]

권완; [이대로 떠나면 옥불사의 스님들은 모두 화를 면할 수가...!] 휘익! 말하는 권완을 끌고 대나무 숲으로 날아들어가는 청풍.

권완이 흠칫할 때

청풍; [아무 말 마! 근처에서 지켜보는 자가 있어!] 이리 저리 숲에서 방향을 틀며 움직이고

권완; (감시를 벗어나려고...!) 침 꼴깍. 그때

청풍; [이 정도면 되었을 거야!] 스슥! 대나무 숲에서 빠져나오고

그들 앞에 오층의 웅장한 건물이 있다. 玉佛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권완; (여긴...!) 흠칫할 때

청풍; [백옥불을 모시고 있는 옥불루(玉佛樓)야!] 권완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옥불루 안에는 백옥으로 만들어진 석가모니좌상이 놓여 있는데, 그 높이가 자그마치 십오미터가 넘는다. 마치 바위산이 하나 들어앉아있는 것같은데 새하얀 옥석을 깍아서 부처 형상을 빚어놓았다.

권완; [대단해요!] 감탄

권완;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백옥으로 부처를 깍아놓았군요.] [이렇게 엄청난 크기의 옥석이니 만년옥액이 고여있을 만도 해요!]

청풍; [아깝구만! 이걸 조각내서 팔면 천만냥은 족히 받고도 남을 텐데...!] 입맛 다시고

권완; (누가 황금전장의 아들 아니랄까봐!) 피식 웃고. 그때

휙! 휙! 하는 바람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청풍; (파공성!)

권완; [누가 와요!]

청풍; [우선 숨자고!] 권완을 두 팔로 안고

휘익! 몸을 날려 옥불루 꼭대기의 넓은 대들보 위로 올라간다. 대들보가 넓어서 충분히 숨을 수 있다.

대들보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청풍과 권완. 직후

목소리1; [어서 오세요 황보가가(皇甫哥哥)!] [혹시 촌스러운 두 년 놈이 이리로 오지 않았어요?]

목소리1; [중들이 하는 꼴이 재미있어서 잠시 지켜보다가 그것들을 놓쳐버렸네요.]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목소리2; [난 여기 있지 않았다.]

목소리2; [장경각에 쓸만한 게 있나 뒤져봤는데 역시 옥불사에는 옥불 말고는 가치 있는 건 쥐꼬리 밖에 없구나.]

목소리1; [호호호! 쥐꼬리로 서문숙의 고양이를 낚을 생각이신가요?]

권완; <저 두 사람은 간이 크군요.>

권완; <무림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옥불사 스님들은 모두 무공을 지니고 있는데 단 둘이 와서 살인을 하고 물건을 약탈하려하다니 말이에요.>

목소리2; [그 중놈의 시체는?]

목소리1; [토막을 쳐서 던져줬어요. 그놈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호호호!]

청풍; (명아대사를 죽인 건 계집이었군!)

청풍; (목소리를 듣자하니 아직 젊은 계집인 것 같은데 심보가 사갈같구나.)

목소리2; [흥! 머저리 같은 중놈들!] [순순히 우리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서로 귀찮을 것도 없었을 텐데....] 누군가 들어오며 냉소한다

내려다보는 청풍과 권완.

팔짱을 낀 채 옥불루 안으로 들어서는 일남일녀. 계집은 바로 앞 장면에 나왔던 진달개. 사내놈은 아주 잘 차려입은 이십대 초반의 청년., 얼굴도 잘 생겼지만 사악한 분위기. 이놈이 악역 중 하나인 황보천유. 아주 나쁜 놈이면서 실력도 뛰어난 놈임. 절대 단순 조연이 아니니 잘 묘사

진달개; [권하는 술은 마다하고 벌주를 좋아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죠.] [육백 근의 황금을 주겠다고 했을 때는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빼앗아 갈 거라는 생각도 했어야죠. 호호호호.] 황보천유에게 달라붙어서 교태롭게 웃고

황보천유; [진매가 보았다는 그 년 놈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르겠군.] 둘러보고

진달개; [흥! 겁 없이 우리 일에 나서는 것들은 모두 죽여야 해요.]

청풍; (놀고 있군!)

청풍; (나야말로 너희 악독한 년놈들을 좀 골탕을 먹여야겠다!) 목소리를 소리 안내고 다듬은 다음

청풍; <황보중평은 지금 어디 있느냐?> 천산음으로 말하고. 순간

진달개와 황보천유가 깜짝 놀라며 검을 뽑는다.

황보천유; [혹시 고씨세가의 고척방(高陟方)가주님이십니까?]

청풍; <본좌를 알면서도 검을 거두지 않는 것은 본좌와 한번 겨뤄보겠다는 뜻이냐?> + (비슷하게 흉내낸 것 같군! 역시 천산음은 쓸모가 많아!)

황보천유; [후배 황보천유(皇甫闡喩)와 진달개(秦達价)가 고가주님께서 납신 것을 몰랐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검을 거두며 포권하고

청풍; <너희들은 어떻게 옥불사에 만년옥액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왔느냐?>

황보천유; [후배는 다만 아버님의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황보천유; [아버님 말씀으로는 왕께서 서문숙을 찾아 이 일대를 조사하시다가 이 백옥불에 만년옥액이 형성되었었다는 걸 아셨다고 하셨습니다.] 눈을 굴리며 목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 애쓴다.

청풍; (그렇게 된 것이었군!) 끄덕이고.

황보천유; [왕께선 지난 번 싸움에서 괴상하기 이를 데 없는 놈으로부터 정기신(精氣神) 을 크게 손상당하셨다고 합니다.]

황보천유; [그러나 만년옥액을 드시면 금방 회복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지실 수 있을 것이므로 꼭 구하셔야 한다고…] + 진달개; [후배들은 가주님께서 직접 이곳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서고

진달개; [세분 가주님은 머리 잘린 뱀 꼴이 된 일곱 세가를 쓸어버리러 가신게 아니었는지요?]

청풍; (저 계집이 나를 의심하는구나.) + [나는 이미 남궁(南宮)과 차(車), 두 세가를 멸하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청풍; [너희들의 아비들도 지금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진달개; (괜히 의심했나?) 갸웃할 때

<고척방! 그대 능력은 본 왕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나군. 벌써 두 세가를 멸했을 뿐 아니라 본 왕의 명을 거역하고 이곳으로 오다니....> 갑자기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고

<이 목소리는!> <난릉왕!> 청풍과 권완 기겁하고. 그때

따각! 따각! 말발굽소리가 옥불루 입구 쪽에서 들린다.

황보천유와 진달개는 납작 엎드리고

쿵! 옥불루 안으로 말을 타고 걸어들어오는 난릉왕

난릉왕의 눈이 대들보 쪽으로 향한다. 순간

청풍: (젠장!) 권완을 와락 끌어안고

쩡! 난릉왕의 눈이 레이져같은 빛을 발하고

청풍; (들켰다!) 스팟! 사라진다.

쾅! 순간 레이져포같은 난릉왕의 눈빛이 대들보를 박살내고 천장을 뚫어버린다

펑! 밖에서 본 모습. 옥불루의 지붕을 뚫고 치솟는 강렬한 빛줄기 한 쌍

콰드드! 지붕이 무너지는 옥불루

[헉!] [꺅!] 팟! 꿇어 엎드렸다가 비명 지르며 옥불루 밖으로 퉁겨지듯 날아가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둘 다 대단한 고수들임을 보여주고

말의 배에 박차를 가하는 난릉왕

히히힝! 울부짖는 난릉왕의 말

파앗!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난릉왕의 말

펑! 난릉왕은 말과 함께 날아올라 대들보와 지붕을 그대로 통과하여 허공으로 솟구친다.

따각! 따각! 허공을 돌며 달리는 난릉왕의 말

콰드드! 드드드! 옥불루가 붕괴되는 것이 말의 발 아래로 보이고. 옥불루에서 뛰쳐나온 황보천유와 진달개가 놀라서 올려다보고 있고

콰드드! 완전히 붕괴하면서 백옥불의 상체가 옥불루 잔해 밖으로 드러난다.

달리는 말에 탄 채 둘러보는 난릉왕. 하지만 어디에도 청풍과 권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난릉왕의 뇌리에 떠오르는 모습. 청풍이 권완을 안고 사라지던 모습이다.

청풍의 품에 안겨 공포에 질려 자신을 내려다보던 권완의 얼굴 크로즈 업

난릉왕; [놓치지 않겠다!] 말에 박차를 가하고

히히힝! 뚜다다다! 허공을 달리며 울부짖는 말.

쾅! 파삭! 말이 내려 꽂히다가 발로 지붕을 밟자 옥불사의 건물 한 채가 폭삭 주저앉고

[아악!] [아미타불!] [살.. 살려줘!] 무너지는 건물에서 뛰쳐나오며 비명 지르는 중들. 깔려죽는 중도 있고

<나와라 이력(異力)을 지닌 소녀여!> 두두두! 이리 저리 허공을 달리며 텔레파시로 외치는 난릉왕.

<나 난릉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지어다!> 팍! 파삭! 말이 건물 지붕을 밟을 때마다 건물들은 성냥으로 지은 장난감 집처럼 무너진다

살아남은 중들은 마당에 머리를 박은 채 엎드려 아미타불을 외치고 있고

경악하며 보고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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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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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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