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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난감한 관계

 

 

정신을 차린 직후 고현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리한 통증이 느껴지는 하체를 뜨겁고 단단한 이물질이 범하고 있다.

그와 함께 왼쪽 젖가슴에서도 통증과 함께 찌릿찌릿한 쾌감이 번지고 있다.

(흐윽!)

눈을 뜬 고현경은 진저리를 쳤다.

어떤 사내가 자신의 몸에 올라탄 채 발작적인 몸부림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려 보이는 그 사내는 입으로 자신의 왼쪽 젖꼭지를 문 채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죽일...)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현경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고현경은 당장 그자의 목을 부러트리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젖꼭지를 물고 있던 사내가 비명같은 신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을 부릅뜬 것으로 보아 절정이 임박한 것 같았다.

부르르!

헌데 그 자의 목을 부러트리려던 고현경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세찬 경련을 일으켰다.

황홀경에 빠져 헐떡이는 소년의 얼굴이 너무도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 사형?)

고현경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눈이 풀린 채 필사적인 몸짓을 하는 소년의 얼굴은 바로 자신의 사형이고 사촌오빠인 고창룡의 어린 시절 모습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어린 시절의 사형이 날 범하고 있다니...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고현경은 소년 시절의 고창룡이 자신을 범하고 있는 것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그 사이에도 소년의 빈약한 아랫도리는 고현경의 가랑이 사이에서 발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을 범하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고창룡의 어린 시절을 빼닮았다는 것을 느낀 순간 고현경의 몸도 열기에 휩싸였다.

서로의 몸이 결합된 부분이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

또한 소년이 어설프지만 필사적인 몸짓에 따라 찌릿 찌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치달린다.

죄송... 죄송해요 사고!”

그때 소년이 비명같이 흐느끼며 발작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고현경은 소년의 몸짓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알아차렸다.

원래대로라면 하지 못하게 저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허리가 시큰거리고 하체가 저절로 물결을 일으켜 소년의 행위에 동조한다.

그리하여 소년이 비명을 지르며 하체를 밀어붙이는 순간 고현경도 절정에 이르렀다.

머릿속에서 오색 불꽃이 터지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뜨거운 분출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고현경은 생생하게 느꼈다.

(임신... 임신할지도 몰라!)

고현경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싫지가 않았다.

싫기는커녕 짝사랑했던 사형을 닮은 소년과 한 몸이 된 채 형언할 수 없는 충만감과 환희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년의 작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과 함께 절정을 느끼기를 반복했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존재할 줄을 그녀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윽고 소년이 헐떡이며 그녀의 몸 위에 널부러졌다.

끝이 없을 것같던 환희가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소년은 얼굴을 고현경의 가슴에 부비며 가빠진 숨을 골랐다.

고현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년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숨을 고르던 고검추는 기겁했다.

고현경의 손이 자신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든 고검추의 눈에 고현경이 복잡한 감정이 서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내 양정이 주입된 덕분에 정신을 차리셨구나.)

고검추는 고현경의 얼굴에서 열기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고검추의 양기가 두 번 거푸 주입되자 고현경을 욕화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탕음마고가 만족하고 잠이 든 것이다.

"너는... 누구냐?"

고현경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분노보다는 체념이 실린 음성이다.

이미 쌀은 익어 밥이 되었는데 이 어린 소년에게 죄를 물어봐야 돌이킬 수 없다.

하물며 자신은 소년과 함께 황홀하기 이를 데 없는 절정을 맛보기까지 했다.

"... 죄송합니다!"

고검추는 사색이 되어 고현경의 몸에서 일어났다.

고검추가 떨어지는 순간 고현경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결합되어있던 부분에서 아찔한 통증이 느껴진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처녀가 아니게 되었구나.)

고현경은 치마를 내려 맨살을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고!”

고현경의 몸에서 떨어진 고검추는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 사고?"

몸을 일으키던 고현경의 입에서 비명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비로소 고검추가 절정의 순간 자신을 사고라 불렀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 사형을 빼닮은 아이가 나를 사고라고 불렀다는 것은...!)

고현경은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의 몸을 차지한 이 소년이 누군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이름... 이름이 뭐냐?”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 앉은 고현경은 자신의 발치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 소질의 이름은 고검추라 합니다. 어머니가 사고를 찾아뵈라고 하셔셔 찾아왔다가 그만..."

무릎을 꿇고 있던 고검추가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 네가 사형의 아들이란 말이냐?"

고검추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고현경은 고검추의 정체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사인에 대해 가르침을 받으러 사고를 찾아왔습니다."

고검추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현경을 올려다보았다.

"...!"

신음을 토하는 고현경의 옥용이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었다.

짝 사랑하던 사형의 아들이 십칠 년 만에 자신을 찾아왔다.

사형에게 아들이 있음은 어쨌든 경하할 일이다.

헌데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은 사형의 아들과 관계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물며 사형은 고현경 자신의 사촌 오빠다.

, 고현경은 다른 사람도 아닌 조카에게 처녀를 바치고 만 것이다.

그 사실이 그저 기막힐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쌀은 익어 밥이 되었고 나무는 깎여서 배가 되어버린 형국이니...

"정말... 정말 다행이로구나. 사형께 유복자가 있었다니..."

그녀는 복잡한 심정을 억지로 숨기며 웃음을 지었다.

고검추는 고현경의 말에서 그녀가 자신의 생부가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 당사저가 말없이 호천무맹을 떠났었다. 그렇다면 사형의 아내가 당사저였단 말인가?)

고현경은 옛일을 회상하며 심사가 복잡해졌다.

그녀는 동문수학했던 당혜선도 대사형 고창룡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현경보다 세 살 위였던 당혜선은 십자검존 종극이 거둔 네 명의 제자들 중 셋째였다.

 

-철사자 고창룡!

-옥기린(玉麒麟) 종무(種武)!

-날수비연 당혜선!

-철봉황 고현경!

 

이들이 십자검존의 제자들로 하나같이 빼어난 자질을 지녀서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라 불리기도 했다.

무맹사신재의 둘째인 옥기린 종무는 십자검존 종극의 조카이기도 했다.

하지만 종극은 인중용봉(人中龍鳳)으로 불리는 빼어난 사형과 사매들에게 묻혀 존재감이 별로 없다.

그자는 오래 전에 호천무맹을 떠나 본가인 십자검막(十字劒幕)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 아이의 나이로 미루어보면 당사저는 호천무맹을 떠날 무렵 이미 임신하고 있었겠구나.)

고현경은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고검추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보기에 고검추는 당혜선의 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했던 것이다.

"어머니의 분부라면... 당혜선이란 분이 네 어머니겠구나."

고현경은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소질의 생모는 아니고 길러 주신 양모이십니다."

"!"

고검추의 대답에 고현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토했다.

 

고검추는 고현경에게 전후사정을 얘기해 주었다.

양모 당혜선이 사신각주에게 고문당한 후 투신한 일, 죽어가는 천면음마를 만났던 일 등등을...

"사신각주! 그놈이 감히 당사저를 시해했단 말이지?"

고검추의 이야기를 들은 고현경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결은 절로 일렁이고 두 눈에서는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

고검추는 입술을 깨문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신각주에게 유린당하던 양모 당혜선의 무참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고검추의 그 모습을 본 고현경은 가슴이 아려왔다.

"진정해라 추아야. 당사저의 원수는 반드시 내 손으로 갚아줄 테니..."

그녀는 고검추를 꼬옥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흐윽!"

고검추는 고현경의 품에 안기는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한 달 사이에 겪은 일들은 아직 어린 소년인 고검추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래도 어찌 어찌 견뎌왔는데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인을 만나자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다.

(가엾은 것...)

고현경은 오열하는 고검추를 품에 안고 다독이며 한숨을 쉬었다.

고검추가 그동안 겪었을 두려움과 분노, 막막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어느덧 그녀는 고검추가 자신을 범한 일 따위는 별일 아닌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고검추를 위로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고검추는 사랑했던 사형의 아들일 뿐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핏줄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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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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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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