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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밤이 깊었다. 달도 서쪽으로 기울고 있고

다시 옥불사. 화르르르! 옥불사 중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데 그렇게 거세진 않다.

화르르! 우두두! 백옥불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옥불루와 백옥불 주위에 쌓여있던 장작들이 거의 다 타서 연신 무너지고 있다. 그에 따라 백옥불의 형상이 온전히 드러나고 있고. 멀찍이 서서 보고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황보천유는 느긋하게 앉아 있고 진달개만 초조한 듯이 보고 있다. 진달개는 지금은 검을 허리에 차고 있다.

진달개; [장작이 거의 다 탔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황보천유; [물론 만년옥액을 채취해야지!] 일어나고

황보천유; [그럴려면 먼저 잔불과 재부터 털어내야하고!] 화악! 손바닥을 내밀고. 그자의 손바닥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진다

화악! 화르르! 황보천유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강력한 열풍이 백옥불 주변에 남아있던 장작의 잔해들을 순간적으로 재로 만들어 버리고

화르르! 그 재들은 돌풍에 휩쌓여 날아간다

쿵! 온전히 새빨갛게 달아오른 백옥불만 남는다

진달개; [오라버니의 공력이 실로 놀랍군요.] 놀라고

황보천유; (진달개!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내 능력을 전부 알지 못할 것이다) 냉소하며 백옥불로 다가간다.

화악! 백옥불의 열기가 황보천유의 몸을 달구고 옷을 펄럭이게 만든다

진달개; [조심하세요. 열기가 심해요!] 따라가지 못하고 외치는데

황보천유; [뜨거우면 식히면 돼!] 쌍장을 모으고. 그러자

치치치! 황보천유의 몸이 얼음처럼 변하면서 몸에서 수증기가 일어난다. 얼음이 불 속에 던져진 것 같고

진달개; (극음기공(極陰奇功)까지 익혔단 말인가?) 놀랄 때

황보천유; [식어랏!] 팍! 하얗게 변한 손을 백옥불의 하단에 대며 외치고. 순간

쩡! 쩌저적! 황보천유가 손을 댄 부분부터 시작해서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백옥불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식으면서 성애가 끼는 것

진달개; [맙소사!] 놀라고

스스스! 츠츠츠! 수증기가 백옥불을 휩싸고

진달개; (저 거대한 백옥불을 단번에 식히고 있어!) 흥분

쿵! 수증기가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백옥불의 모습. 백옥불 전체가 성애에 덮여서 원래의 하얀 색으로 돌아왔다

츠츠츠! 백옥불이 성애에 덮인 모습

진달개; (방금 전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던 옥불이 꽁꽁 얼어붙었어!) 침 꼴깍

황보천유; [됐군!] 손을 떼고

황보천유; [이제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곳만 찾으면 되겠지!] 휙! 백옥불의 무릎으로 뛰어올라가고

진달개; [정말 대단해요 오라버니!] 따라서 날아올라오고

진달개; [전설의 빙백강기(氷魄罡氣)마저 익히신 건가요?]

황보천유; [뭐 비슷한 거야! 그보다 진매도 같이 찾아봐!] 여기 저기 살피고

진달개; [뭘 찾아야하죠?]

황보천유; [달궈졌다가 식으면서 색이 변한 곳이 있을 거야!]

진달개; [그곳이 만년옥액이 얼어붙은 부분이군요!] 흥분하고

휙! 백옥불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가는 진달개

이어 백옥불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두 년놈.

황보천유; (내 방법은 틀림없다.)

황보천유; (만년옥액은 열이 가해지면 침출(浸出)되는 성질을 지녔으며 그러다가 식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성(引性)도 지니고 있다.) 여기저기 살피고

황보천유; (그 때문에 어느 한 부위에 만년옥액 전체가 모여 있을 것이다!)

진달개; [오라버니!] 백옥불의 어깨에서 외치고

올려다보는 황보천유

진달개; [여기에 색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황보천유; [건드리지 마라!] 휙! 올라가고

진달개; [여기에요 여기!] 자기 발치를 가리키고

츠츠! 과연 원형으로 색이 짙은 부위가 있다. 직경이 5센티 정도. 금빛으로 빛나고

황보천유; (찾았다!) 무릎 꿇고 살피고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쓸고

그러자 그 부분이 얼음이라 손가락이 지난 부분이 조금 녹았다.

황보천유; (체열에 녹았다! 틀림없다!)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이 촉촉하다

진달개; [만년옥액이 맞나요?]

황보천유; [검!] 손가락을 입에 넣어 빨며 다른 손을 내밀고

진달개; [예!] 스릉! 허리에 찬 검을 뽑는다

진달개; [이건 춘추시대의 신검 태아(太阿)인데 아주 날카로워서 금석을 무 베듯 해요.]

진달개; [아버지는 한(漢) 무제(武帝)의 무덤에서 발굴한 이걸 제게 주셨어요!] 황보천유에게 내밀고

황보천유; [진씨세가에서 최근 얻었다는 보검을 진매가 갖고 있었군!] 받고

진달개; [하나뿐인 딸이 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셨거든요.] 배배 꼬며 수줍게 웃고

황보천유; [지킬 게 뭐 있다고...!] 냉소하며 검 끝으로 만년옥액이 고여있는 부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기 시작하고

진달개; [예?] 흠칫하는데

황보천유; [그냥 그렇다고....!] 사각! 말하며 검끝으로 완전히 원을 그리고

황보천유; [생각해보니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겠군!] 냉소하며 검을 다시 성의없이 진달개에게 주고.

진달개;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고? 설마 나를 빗대서...?) 찡그리며 검을 받는데

황보천유; [굳이 검이 필요하진 않았다는 얘기야!] 윙크하고

진달개;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가슴을 쓸고

황보천유; [그럼 얼마나 응결되었는지 확인해볼까?] 손바닥을 원형으로 선을 그은 부분에 대고

황보천유; [찻!] 손바닥을 활짝 펴며 기합을 넣고.

쩌억! 다음 순간 황보천유가 쳐드는 손바닥을 따라 원뿔 모양으로 색이 짙은 부분이 딸려나온다

진달개; [아!] 놀라면서도 검을 검집에 꽂고.

그 사이에 15센티 정도 길이의 원뿔 모양 얼음이 백옥불의 어깨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진달개; [그... 그게 만년옥액이 얼어서 생긴 얼음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으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만년옥액이 내 손에 들어왔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원뿔형의 얼음을 보며 기뻐 웃고

진달개; [축하드려요 오라버니!] 그런 황보천유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진달개; [드디어 성공하군요!] 뺨을 황보천유의 뺨에 부비며 기뻐하고

슈웃! 황보천유는 진달개를 목에 매단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백옥불에서 삼사십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대나무 숲 앞의 평평한 바위에 내려선다.

진달개; [전 신경쓰지 마세요. 만년옥액은 오라버니가 모두 갖으세요!] 몸을 비비며 아양을 떨고

황보천유; [그럴 수야 없지! 진매도 수고를 했는데....!] 은근히 끌어안고

진달개; [정말이에요. 전 오라버니의 사랑만 있으면 충분해요!] 하악 하악!

황보천유; [말이라도 고맙군!] 음험하게 웃으며 진달개의 등 한 곳을 누르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며 기절하는 진달개

황보천유; [물론 네년에게 나눠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냉소하며 팔을 풀고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진달개.

야한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다.

황보천유; [언제 난릉왕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서둘러야겠군!] 바위에 걸터앉고

이어 품 속에서 작은 유리병 세 개를 꺼내서

바위 위에 죽 늘어놓고

황보천유; [얼마나 채취되었는지 그 인간이 알게 뭐냐?] 히죽 웃으며 원뿔형으로 얼어붙은 만년옥액을 쥐고 뾰족한 끝을 유리병 하나의 입구에 댄다

징! 황보천유의 손이 달아오르고

주르르! 얼어붙었던 만년옥액이 아래부분부터 녹아서 유리병에 고인다

황보천유; [흐흐흐! 천하무적이 목전(目前)인 것인가?]

 

잠시 후. 야하게 누워 기절한 진달개

그 옆의 바위 위에는 두 개의 유리병이 유리로 만든 뚜껑으로 덮여있고

황보천유; [다 되었군!] 세 번째 유리병도 유리로 된 뚜껑으로 막고 있는 황보천유

황보천유; [틈새를 밀납으로 밀봉했으니 깨지지 않는 한 흘러나올 염려는 없겠지!] 유리병들을 집어들고

휙!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황보천유; [혹시 모르니까...!] 바위 아래의 땅을 파고

황보천유; [나중에 조용해지면 와서 가져가자!] 유리병 중 두 개를 바위 아래 묻는다

황보천유; [어차피 난릉왕에게는 일부를 바칠 수밖에 없으니까...!] + [!] 중얼거리다가 흠칫

쏴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먹구름이 밀려오며 별과 달을 모두 가려버린다. 삽시간에 천지는 암흑처럼 깜깜해지고,

황보천유; (이건!) 깜짝 놀라며 급히 유리병을 품 속에 넣는다.

황보천유; (천지가 갑자기 이런 조화를 부리는 건 하늘이 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인간이 술법을 부려서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옥불사를 가리려고 하고 있다!) 아연긴장하며 둘러보고.

휘이이잉!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재와 먼지와 불티가 함께 날고.

쿠쿠쿠! 음산한 회오리바람이 옥불사 전체를 휘감아 돈다.

여기저기서 귀신불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차갑고 음습한 안개가 밀려왔다. 귀신불들이 암흑 속에서 너울대며 흐르고 내리고 오르고 맴돈다.

[으흐흐흐….] [으흐흐흐….] 그 속에서 귀신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을 휘감은 안개 속에서 귀신같은 형상들이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황보천유; (지옥유부에서 망령들을 불러낸 건가? 정말 강력한 술법을 쓰는 자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황보천유; (본가의 법기인 매화신종(梅花神鍾)을 써야 겨우 상대할 수 있겠다!) 품에서 작은 종을 하나 꺼낸다. 아이들 장난감같이 생긴 종인데 표면에 매화가 핀 나뭇가지가 새겨져 있다.

딸랑! 딸랑! 긴장해서 매화신종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흔드는 황보천유. 그러자

화악! 반구형의 반투명한 막이 일어나서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덮어버린다.

밀려오는 안개 속에서 다가오던 귀신들은 황보천유와 진달개를 발견하지 못하고 옆으로 흐느적 거리며 지나간다.

황보천유; (일단 잡귀들을 속이는 데는 성공했군!) 매화신종을 품속에 넣고. 이어

황보천유; [진매! 일어나!] 발로 진달개의 옆구리를 툭 차고.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진달개

황보천유;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피며 속삭이고

진달개; [오라버니! 또 내 혈도를...!] + [웁!] 말하며 일어나는 진달개의 입을 황보천유가 급히 틀어막는다.

황보천유; [조용히! 무서운 적이 근처에 있다.] 속삭이고

그제서야 주변을 보고 놀라 눈 부릅 진달개

반구형의 막 주변을 서성이는 귀신의 형상들

진달개; (귀.... 귀신!) 겁에 질려 파르르 떨고

황보천유; [소리만 내지마! 밖에서는 우리 모습이 안보인다!] 진달개의 입을 풀어주고

진달개; [장... 장환술(藏幻術)인가요?] 침 꼴깍

황보천유; [그렇다.] [하지만 나타난 자를 완전히 속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끄덕이며 백옥불 쪽을 노려보고

진달개; [그... 그렇게 무서운 자인가요?]

황보천유; [이 정도 술법을 구사하는 것만 봐도 난릉왕보다 그리 아래가 아닌 자같다.]

진달개; [그... 그런...!] 겁에 질리고

황보천유; [그냥 지나가는 자라면 일부러 자극하여 번거로움을 자초할 필요없다.] 백옥불 쪽을 보고

진달개; [예...!] 침 꼴깍하며 역시 황보천유가 보는 쪽을 보고. 직후

<크크크크...! 여기가 용화사가 아니었나?> 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진달개; [오... 오라버니!] 겁에 질려 황보천유에게 달라붙고

황보천유; [겁 먹지 마라! 소란만 피우지 않으면 들키지 않는다!] 다독이고. 그때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에 여긴 줄 알았더니 잘못 내려온 모양이군.> 쿠쿠쿠! 음산한 안개와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리는 음성

황보천유; (젠장! 목소리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군!) (어째 예감이 안 좋은 걸!) 역시 긴장하는데

진달개; [저기!] 놀라며 백옥불의 위쪽 허공을 가리킨다

쿠우우! 휘도는 시커먼 먹장구름 속에서 황금빛의 어떤 물체가 나타난다.

쿵! 먹장 구름 속에서 천천히 하강하는 것은 왕이나 천자가 타고 다니는 벽은 없고 네 개의 기둥에 지붕만 얹혀져 있는 가마 난가(鸞駕)다. 황금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가마인데 네 마리의 금빛 털을 지닌 거대한 원숭이들이 메고 있다. 꼬리도 긴 이 원숭이들은 사람처럼 고관대작들이 입는 관복을 입고 관모를 썼다.

원숭이들이 메고 있는 난가에는 장대한 체격의 중년인이 거만하게 앉아있다. 완전히 황제의 복장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는 면류관까지 쓰고 있다. 얼굴은 원숭이처럼 수염이 가득하고 배는 뚱뚱하다. 모습이 황제같을 뿐 아니라 주위에 맴돌고 있는 이상한 기운은 그가 저승에서 나온 염라대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자가 난릉왕과 함께 사왕에 드는 패왕 구석천이다. 대단한 고수지만 좀 단순하다.

황보천유; (요란하게도 나타나는군!) 노려보는데

휘익! 이윽고 백옥불 앞으로 내려서는 원숭이들. 헌데

번쩍! 번쩍! 원숭이들의 눈이 빛나더니

고개 홱 돌려서 일제히 황보천유와 진달개가 숨어있는 곳을 돌아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들켰다!) 눈 부릅 뜰 때

[크아!] 카아!] 동시에 이를 드러내며 괴성을 지르는 원숭이들

황보천유; (젠장! 저 원숭이 새끼들이 냄새를 맡았구나!) 이를 부득 가는데.

패왕; [거기에 버러지들이 숨어있는 줄 안다!] [살고 싶으면 기어 나와라!] 황보천유가 숨은 곳을 보며 눈을 부라리고

황보천유; [소리 내지 말고 숨어있어!] 진달개를 다독이며 앞으로 걸어가고

진달개; [조... 조심하세요!] 겁에 질려 달달 떨고

반투명한 막 밖으로 나가는 황보천유

슈욱! 대나무 숲 근처 바위 옆.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황보천유

패왕; [장환술이 제법이라 늙은이라 생각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였군.] 히죽 웃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고

황보천유; [후배는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천유라 합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포권하고

패왕; [흥! 황보세가의 잡것이었군.] 코웃음

황보천유; (본가의 명성도 별 효력이 없는 건가?) 침 꿀꺽 삼킬 때

패왕; [잘 들어라 애송아! 본왕은 황보세가를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히죽

패왕; [미워하지 않는 건 가주란 놈의 하는 짓이 본왕(本王)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고 좋아하지 않는 건 정파의 간판을 걸어놓고 점잔을 떨기 때문이다.]

황보천유; [후배의 가친을 알고 계시는지요?]

패왕; [흐흐흐! 알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네가 덕 볼 일은 없다.] [네 아비 황보중평도 본왕을 보면 두려워 숨도 크게 못 쉴 것이다.]]

황보천유; (본왕!) (설마 이 괴물은...!) 무언가를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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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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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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